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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훈 청혼

2006.03.31 21:1103.31

  휴가를 받으면 한 번 놀러 와. 새로 띄운 휴양선이 아주 좋아. 가 보지는 않았지만, 완벽한 지구 중력을 재현했다고들 해. 지구 출신인 사람들이 갔다 오고는 좋아하더라고. 친구 녀석 하나는 거기에서 결혼식을 하겠다고 그러더라. 나도 그 배를 한 번 본 적이 있는데, 독특해. 아주 신기했어.
  날개가 있어. 본체 양 옆에 앙증맞게 귀여운 날개가 애교스럽게 달려 있었어. 이런 우주 공간에서는 전혀 실용적인 가치가 없겠지만, 그 날개 때문에 어쩐지 비행기 같아 보인달까. 지구에 간다고 해도 그 거대한 기체를 날아오르게 할 만큼 빠른 속도로 파닥거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은 날개지만, 가만히 보고 있으면 어쩐지 그 배는 그 조그만 날개 한 쌍 때문에 비행이 가능하기라도 한 것처럼 보이기는 해. 더 재미있는 게 뭔지 아니? 선체 뒷부분 엔진 위에 달려 있는 한 쌍의 수직 날개야. 그 뒤에 달려 있는 커다란 노즐에 대면 정말 우스운 크기이지만, 날개 각도 하나만큼은 진짜 환상적으로 뽑아 놨어. 우아하고, 날렵하고, 낭만적이야.
  함대 전체에서 위아래 구분이 있는 유일한 배이니만큼 생긴 것 자체가 독특해서 마음에 들었어. 지구 출신들은 그 모양 때문에 향수를 느끼기까지 한대. 배의 위쪽에서 보면 본체에서 정면을 향해 두 개의 기다란 데크가 뻗어 있거든. 활주로를 연상시키는 그 희고 기다란 주 갑판 위에서 사람들이 산책하는 모습이 보이곤 해. 사실 나는 배의 위쪽밖에는 본 적이 없어. 왜냐하면 그 배는 선체 아래쪽을 함대 반대 방향으로 향하게 하고, 함대 전체를 둘러싸는 거대한 공전 궤도를 만들면서 끊임없이 돌고 있거든. 그렇게 해서 아래쪽을 향하는 일정한 크기의 중력 가속도를 계속해서 만들어 내고 있는 거야. 그래서 갑판 위에서 위를 올려다보면 배가 움직이는 게 아니라 함대 전체가 위에서 서서히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 위를 올려다보면 그렇대. 위쪽. 그러니까 중력 반대쪽을 말하는 거겠지.
  우주라는 거대한 물 위에 떠 있는 유람선 같은 착각을 느끼게 한대. 게다가 그 안에서는 지구 스포츠를 즐길 수 있게 돼 있대. 축구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난리들이더라고. 선체의 자전만 가지고 만들어낸 인공 중력으로는 그렇게 넓은 면에다 중력을 부여할 수가 없으니까. 자신만이 받고 있는 중력 방향으로 제각각 우주선의 둥근 벽을 향해 튕겨져 나가는 것 같은 그런 인공 중력이 아니라, 모두가 한 방향으로 추락해야 하는 평평한 바닥을 보면서 지구 출신들은 열광해. 눈물을 흘리고 소리를 쳐. 아래와 위가 있다는 건 축복이래.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가장 원초적인 윤리는 근친상간 금지가 아니라 위와 아래를 구분하는 것이라고도 해. 사람의 귀는 자아의 내면에서 들려오는 소리와 양심의 소리를 듣기 훨씬 이전에 중력이 몸을 끌어당기는 소리를 들어야 한대.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나는 자연스레 네 생각이 나. 너도 그렇겠지. 위아래가 없는 곳에 오면 우주 멀미 때문에 도저히 적응을 못한다던 네 생각이 나. 그럼 나 같은 인간은 인간도 될 수 없는 걸까.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웃음이 나. 너를 만나러 지구에 갔을 때, 제대로 일어서기도 힘들어서 설설설 기어 다녔던 것 말이야. 네가 끌어주는 휠체어를 타고 폭포가 떨어지는 장관을 보던 날, 자기 몸 하나 간수 못하면서 짐은 왜 이렇게 많이 가지고 신성한 지구의 중력권 안으로 들어왔냐고 사뭇 엄숙하게 말하던 네 표정. 거기에 있으면 나는 영락없는 장애인이지 뭐야. 달에서 지구인들이 거의 날아다니듯이 뛰어다니는 것을 본 적이 있어. 강인한 사람들이야. 그대들은. 인정해. 우리처럼 태어날 때부터 중력을 듣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지구인들은 말할 수 없이 힘차고 용맹한 인상으로 각인되어 있어.
  아침에 일어나서, 내가 지구에 와 있다는 걸 깜빡하고, 여기서 늘 그랬듯 무심코 두 팔로 침대를 밀어서 방 가운데로 떠오르려고 버둥거리고 있었을 때 살짝 눈을 떠서 피식거리며 웃던 네 얼굴이 하루에도 몇 번씩 떠올라. 쏟아져 내리던 햇살. 쏟아져 내리던 건 비였던가. 아름다운 너의 등이 어제 오늘 수십 번이나 떠올랐어.
  휴가를 받으면 꼭 한번 찾아와. 지구 중력에서도 걸어 다닐 수 있게 되려고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었어. 새 휴양선에 있는 호텔에 전망 좋은 방이 있어. 지난번 훈련 때 참모장이 기분이 좋아졌던지 호텔 이용권을 상으로 뿌렸어. 성수기에 한 360시간쯤 빌릴 수 있을 거야. 사양하지 말고 찾아와 주길 바래. 지구에서 오는 시간도 이제 곧 130시간까지 단축될 거래. 130 시간동안의 우주 멀미가 얼마나 끔찍한지는 지구에서 온 친구가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서 알고 있어. 무중력에 고속 비행에.
  하지만 이번 전투가 끝나면 함대도 지금보다 지구에 더 가까운 곳에 진주할 거야. 이 싸움이 끝나면, 전쟁이 끝나면 새 휴양선에서 여는 댄스 코스에 등록할 생각이야. 지구 춤을 배울 생각이야. 중력의 영향을 안 받는 것 같은 동작을 목표로 한다면서 중력 없으면 절대 출 수 없는 그 춤 말이야. 그걸 배우면 지금보다 더 남자다워 보일까?  

  싸움은 오래 가지 않을 거라고 말들 해. 하지만 그건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인 것 같아. 실전을 겪어 본 경험이 많지 않고, 적에 대해서도 잘 알 수 없으니까. 이런저런 추측들이 많지만 자신 있게 적의 정체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 적 함대는 역시 인간이 만들어낸 함대일까? 하지만 내가 속해 있는 이 함대 말고도 그렇게 거대한 함대를 하나 더 건조할 만큼의 여력이 우리 불쌍한 고향 행성에 남아 있었으리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그건 분명히 외계 함대일 거야.
  이제 와서 사람들은, 덮어 두었던 예언서를 주섬주섬 찾아내서 뒤적이기 시작했어. 심지어 나는 데 나다(de Nada, 이 이름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뜻이래.) 장군의 집무실에 작전 보고를 하러 가서도 예언서를 발견해 냈지 뭐야. 그 양반 아마 입대할 때 처음 지급된 예언서를 창고에서 찾아내기라도 했는지, 낡았지만 손 때 묻지 않은 예언서를 가지고 있더라고. 내가 그걸 보고 있는 것을 알아채고는 이렇게 말하더군.
  “이런 걸 믿는 사람이 아직도 있나?”
  하고 말이야. 나는 그만 입가에 실없는 웃음을 흘리고 말았지. 그런 걸 아직도 믿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러면서도 그 동안 UES(the United Earth Surface, 지표면 연합) 의회는 어떤 뚜렷한 적도 발견할 수 없는 우주 공간에 이 거대한 함대를 건설하기 위해서 30년 계획으로 어마어마한 예산을 퍼부었잖아. 모두가 예언서에 적혀 있는 말을 그대로 믿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야.  
  데 나다 장군의 공식 성명은, 아무튼 전쟁은 일찍 종결되리라는 거였어.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겠지. 본인도. 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달라. 잘 모르겠어. 결과는 아무도 알 수 없을 거야. 물론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무기는 놀랍기 그지없지. 적이 한 10년만 더 늦게 나타났어도 혁명이라도 일어났을 만큼 많은 돈이 UES에 들어갔으니까. 인류가 이때까지 가져본 적 있는 모든 폭력 수단을 다 긁어모아도 우리 영감님, 위대한 하라르 장군 휘하에 있는 이 간소한 함대만큼도 안 될걸. 우리 영감님은 맨날 데 나다 장군만 영웅으로 알고 있지만, 본인만 해도 나폴레옹의 그랑다르메(la grande arme'e)보다 더 위대한 군대를 가지고 있다는 건 모르나봐.  
  예언서("MRH project")에 따르면 57년 전에 벌써 저 미지의 적이 나타나서 48년 전에 우리가 천신만고 끝에 저들을 물리쳤어야 되니까 아마 앞으로 7년은 더 끌어야 전쟁이 끝날 거야. 완전히 베일에 가려진데다 55년이나 지각해서 나타난 적들 때문에 위에서 겪은 곤란이 오죽 했겠어. 정말로 적이 나타나리라는 말이 예언서에 들어가 있기는 한 거냐, 그 적에 대항해서 만들어 두었다는 함대가 실제로 우주에 건설되어 있기는 한 거냐, 혹시 UES 고위 공무원들의 계좌 속에 건설되어 있는 거 아니냐, 그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누구의 주머니가 아니라 실제로 우주 한 가운데 던져져 있는 우리 ‘유령 함대’는 말이야, 글쎄 다른 건 몰라도 전함에 실려 있는 저 무시무시한 L-22 루시퍼 주포 하나만큼은 제대로거든. 거대한 우주에 비하면 한줌 뿌려진 먼지에 불과해 보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우주에 존재하는 어떠한 것도 베어버릴 수 있는 칼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어. 지금도 그렇고. 그래서 위에서는, 적이 늦게 나타난 만큼 전쟁은 예언서에 실린 것보다 일찍 끝내야 한다고 믿고 있어.
  하지만 과연 그럴 수 있을까? 2년 전 처음으로 적과의 교전이 일어났을 때, 그들은 봤어. 적도 우리에게 뒤지지 않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을 말이야. 빛의 속도로 바로 옆을 스쳐 지나는 적의 공격, 그 압도적인 화력을 보고는 그들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을 거야. 무엇보다 재미있는 게 뭔지 아니? L-22 주포 말이야, 이름도 잘 지었지. 빛을 나르는 자 루시퍼(Lucifer). 이 무지막지만 최종병기가 정작 적함의 털끝 하나도 건들 수 없을 정도로 우리 조준 실력이 형편없다는 거 재밌지 않아?
  빛의 속도로 30초. 교전은 적과 30광초 거리만큼 떨어진 상태에서 시작됐어. 그 비싼 전함이 17척이나 파괴되었으니까 우리도 대화고 뭐고 다 접고 힘으로 되돌려줄 수밖에. 최초 공격을 받고 딱 2분 만에 우리도 응사를 시작했어. 그런데 그 후 30분 동안 우리가 적함을 몇 대나 파괴시켰는지 아니? 딱 1대였어. 그때서야 비로소 알게 된 거야. 그렇게 멀리 떨어진 거리에서는 절대로 조준 사격에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야.

  버글러의 모순이라고도 하고 속칭 주정뱅이의 모순이라고 해. 마치 버글러라는 엔지니어가 발견한 법칙 같지만 사실 버글러는 영혼을 바쳐 술을 좋아했던 엔지니어였을 뿐이래. 이 모순을 발견했던 그의 동료가 주정뱅이의 모순이라는 이름을 떠올린 순간 장난삼아 버글러의 모순이라고 바꿔 부른 게 오해의 시작이라고.
  30광초 거리에 있는 적의 정확한 위치를 우리 센서가 인지할 수 있는 최단시간은 30초야. 빛의 속도로 알아낸다고 해도 말이야. 그것을 인지하고 나서 반응하는 데 걸리는 시간 전혀 없이 그 목표를 향해 사격을 한다고 해도 우리 L-22의 광선이 그곳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또 30초가 걸려. 빛의 속도로 날아가거든. 그렇게 총 1분이 지난 뒤에도 적이 아직 그 자리에 있다는 보장은 없어. 심지어 그 시점에서 적이 정확히 어디 있는지를 아는 데만 해도 30초가 더 걸리거든.
  적은, 함대가 한 위치에 가만히 정지해 있는 것 같은 대형을 취하고 있을 때에도 한 대 한 대의 배는 마치 술에 취한 조종사가 배를 이리저리 제대로 못 가누고 있는 것처럼 비틀거리고 있었던 거야. 흔들리고 있었달까. 떨리고 있었달까. 아무튼 1분 뒤에는 절대 같은 자리에 있지 않도록 하는 거였어. 우리야 물론 실전 경험이 없었으니까 그런 건 몰랐지. 그 첫 교전에서는 정지한 상태로 응사하고 있거나 아니면 충분히 예측이 가능한 곡선을 그리면서 움직이고 있었거든. 그러니까 그 상태로 계속해서 싸웠다면 전멸하는 건 시간문제였겠지. 저쪽에서 더 이상 교전을 원하지 않았던 건 천만 다행이었어. 절대 절명의 위기였지. 제일 궁금한 점이기도 해. 왜 공격을 멈추었을까?
  데 나다 장군 최대의 업적은, 우리 배에도 그런 주정뱅이 기동을 할 수 있을만한 노즐들을 선체 전체에다 전 방향으로 덕지덕지 붙이는 급조 공사를 하는 동안, 우리에게는 과감하게 휴가를 허락해준 것이었어.
  “제군들 인생에서 마지막 휴가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말했지. 멋있지 않아, 이 양반?
  그때, 내 인생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금쪽같은 휴가를 받자마자 170시간을 날아가서 40시간 동안 너와 함께 한 다음에 다시 180시간을 날아서 복귀했었지. 후회되지 않느냐고 네가 물었지? 후회하지 않아. 한 번 더 휴가가 생긴대도 또 그렇게 할 거야.
  “보고 싶었어.”
  하고 내가 너에게 말했을 때, 네가 나에게
  “나도.”
  하고 대답해 주기까지의 시간이 딱 1초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있었던 그 순간을 나는 행복이라고 기억해. 네가 사랑한다고 말할 때 단 한 순간도 망설임 없이 대답해 줘도 너에게 닿는 데 17분 44초가 걸리고, 또 거기에 대한 너의 대답이 돌아오는 데 17분 44초가 더 걸리는 지금의 이 거리를 두고 내가 가장 숨 막혀 하는 게 뭔지 아니? 그건 너와 대화를 나눌 수 없다는 데서 오는 갑갑함이었어.
  적의 함대와 첫 교전을 해 보기도 전에 사람들은 이미 주정뱅이의 모순을 알고 있었던 거야. 35분 16초가 지난 뒤에도 그녀의 마음이 그때 그곳에 한결같이 머물러 있어 주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야. 그리고 그녀의 마음이 옮아갔다는 것을 아는 데는 또 다시 17분 44초가 걸린다는 사실. 그게 우리를 한없이 불안하게 만들었어. 어쩌면 데 나다 장군의 용맹한 휴가령 결단도 그래서 나온 것일지도 몰라.
  내 마음을 너에게 정확히 조준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어. 주정뱅이 모순이 일어나지 않는 거리까지 재빨리 다가가는 것. 그 생각이 들자마자 나는 그렇게 했어. 그리고 너에게 말했어.
  “니가 참 좋더라.”
  “나도.”
  “아니, 그게 아니고, 있잖아.”
  “뭐?”
  휠체어에 앉아서 너의 얼굴을 올려다보면서 말했어.
  “아 참. 못 알아듣네. 사랑한다고.”
  그 말을 들은 네 표정을 읽는 데 또 35분 16초가 더 걸렸다면 나는 그만 말라비틀어지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 거리에서라면 나는 절대 너를 놓치지 않아. 지구에 가면 다리가 영 부실한 남자이기는 해도 말이야.

  너의 눈물을 뒤로하고, 사실 약간은 아까운 휴가라는 생각을 하면서 180시간을 날아 돌아와서 내가 본 것은, 고주망태 주정뱅이가 되어버린 우리 전함이었어.
  “아니 애한테 얼마나 먹인 거야?”
  하고 참모장이 농담을 할 정도였지. 개량 작업은 완전히 급조였어. 나비가 날아갈 때처럼 규칙 없는 움직임이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 전 방향으로 노즐을 달아야 했는데, 거기에 맞춰서 본체 디자인을 다시 할 시간이 없었으니까 그야말로 누더기였지. 그래도 멋있기는 했어. 배들이 저마다 여기저기에 화려한 빛으로 된 장식품들을 걸치고 있는 것 같았거든. 크리스마스 특집 함대 같기도 하고. 그러고 보니 술을 진탕 먹여 놓은 산타클로스들로 이루어진 폭도들처럼 비틀거리는 함대였어. 근엄한 데 나다 장군이 그 꼴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아무튼 그러고 6개월쯤 지난 뒤에 두 번째 교전이자 최초의 본격적인 접전이 있었어. 교전 초기의 상황은 우리가 예상한 그대로였어. 우리의 공격이 먹히지 않고 적의 공격도 우리에게 통하지 않았지. 하지만 상황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어. 생각해 봐. 완전히 규칙 없는 카오스를 지향하면서 비틀거리는 배에 타고 있는 우리를 말이야. 주정뱅이 버글러 기동이 시작되자 멀미가 시작됐어. 급조된 상태라서 완충 장치가 엉망이었거든. 진짜로 잔뜩 술을 퍼마시고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어. 그래도 적을 없애지는 못할지언정 우리가 속절없이 당하지는 않았으니까. 목숨만큼 귀한 건 없었지.
  그런데 또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한 거야. 시간이 지나면서 적의 공격이 뜸해진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 뜸해진 공격이 정밀사격이 되었다고나 할까. 이상하게도 저쪽에서는 우리 주정뱅이들을 쏘아 맞추는 거야.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우리 쪽에서 카오스에 가깝다고 생각했던 불규칙한 주정뱅이 기동도 성능 좋은 컴퓨터로 충분히 시간을 두고 계산해 보면 규칙을 포함하고 있었다는 거야. 적은 그걸 읽어 내고는 예측 사격을 한 거지. 그 원거리 포격전에서 데 나다 장군은 배를 117척이나 잃은 책임을 지고 함대 사령관 자리를 떠나야 했어. 하지만 그날의 퇴각 작전은 대단히 훌륭한 것이었어. 그래도 2,747척이 살아남았으니까.
  두 번째 패배를 겪고 나자 그 다음 교전은 아무래도 근거리에서의 결정적인 전투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았어. 이번의 긴 휴식 기간동안에는 엔지니어들과 수학자들이 바빠졌지. 저쪽보다 더 정밀한 계산을 해야 했고, 저쪽보다 더 카오스에 가까운 움직임을 만들어 내야 했어. 그러면서 완충 장치 계량을 위해서 어마어마한 인력이 투입됐지.
  하지만 불행히 그 어수선한 기간 동안에도 휴가는 주어지지 않았어. 새로 함대 사령관이 된 리델(Liddell) 장군에게는 그만한 여유가 없었던 모양이야. 그래도 우리는 만족스러웠어. 완충 장치가 계량되고 있어서 멀미를 덜 해도 될 것 같았기 때문이야. 말이 멀미지 정신력 약한 사람은 기절할 정도의 진동이었거든. 그 끔찍한 상황이라니. 마치 적이 우리에게 어마어마한 멀미 광선을 쏘아 대는 것 같은 접전이었어. 생각만 해도, 지저분하다.
  그리고 리델 장군 최대의 업적이 이때 이루어진 거야. 새 휴양선 말이야. 옛날 휴양선은 말이 휴양선이지 구조 자체는 다른 전함과 다를 게 없는 배였어. 그냥 면회선이었지. 매춘선인지 카지노선인지.
  그거 아니? 인류가 만든 최초의 우주선들은 위아래가 없었어. 앞과 뒤만 있었어. 뒤에서 불이 나오고, 나중에는 뒷부분은 다 떼 내어 버리고 앞부분만 사용했거든. 그리고 그 길쭉한 기체의 나머지 부분은 그냥 둥근 표면이었어. 둥글다는 건 어디를 봐도 같은 방향이라는 뜻이야.
  실제로 그랬어. 어디가 위인지 어디가 아래인지 또 옆은 뭔지 구분할 수가 없었지. 초기의 우주 정거장에서 일어난 도킹 사고들은 다 그런 거였어. 우주 정거장과 왕복선 사이 연결 통로를 도킹할 때 말이야,
  “오른쪽으로 좀 더 움직여!”
  하는 지시를 받고 왕복선 조종사가 결합 부분을 자기가 보는 방향에서 오른쪽으로 약간 움직여서 도킹을 시도하면 사고가 나기 마련이었어. 각자가 생각하는 오른쪽이란 서로 다른 곳을 가리키고 있었으니까.
  우주 왕복선은 나중에 지구에 가서 활주로에 착륙을 해야 했기 때문에 날개가 있었고, 기본적으로 비행기 모양을 하고 있었어. 위와 아래가 있었고, 앞뒤와 좌우의 구분이 있었다는 말이야. 말하자면 지구에서만 필요한 방향들을 우주에 그대로 싣고 온 거였어. 같은 이유로 지구 출신들은 새 휴양선이 지구의 바다 위에 떠 있던 배 모양을 하고 있다는 데에서 굉장한 안정감을 찾는 것 같아. 하지만 나처럼 중력이 있는 행성에서 살아본 적이 없는 사람으로서는 그 모양이 그저 신기하기만 해. 우리 전함들은 당연히 방향이 없거든. 그런 건 필요가 없으니까. 우리 전함들도 나처럼 지구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우주에서 조립됐잖아. 이만한 질량을 지표면에서 쏘아 올리려면 에너지가 어마어마하게 소모될 테니까. 그럼 나는 우리 전함들이나 옛 휴양선을 보면 포근함을 느껴야 할까? 글쎄. 글쎄.
  발을 디딜 곳이 나에게는 없었어. 다만 네가 17분 44초가 지난 뒤에도 거기에 그대로 있어 주기를 바라고, 또 너는 늘 그래 왔다는 것을 확인하는 일만이 나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었어. 그래서였어. 그런 네가 흔들리고 있었을 때, 나도 흔들리고 있었어. 급조된 완충장치를 내 심장 주위에 시공해 놓고, 절망과 불안의 노즐로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나는 비틀거렸어. 너와 그 남자의 이야기는 놀랍게도 여기까지 전해지고 있었거든.
  참모장이 그 사실을 하라르 영감님한테 일러바치는 바람에 영감님이 짧은 휴가를 줬어. 옛 휴양선은 아직 폐기되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완전히 매춘선 같이 되어 버려서 쓸쓸해 보이기까지 했지. 하지만 나는 굳이 새 휴양선의 지구 중력을 맛보고 싶지도 않았어. 그런 곳에서 기어 다니기는 싫었으니까.
  알아? 리델 장군이 부임한 이래 우리는 소외되고 있었어. 위와 아래와 지구의 방향을 유년의 기억 속에 간직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에게 새 휴양선의 등장은 일종의 알력이었어. 그들이 우리를 다른 인간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야. 그들은 그들의 지구를 그들의 손으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모양이야. 우리는 로마 제국의 군대에 편입된 고트족 병사처럼 소외감을 느꼈지. 그들은 우리 같은 사람들이 언젠가 지금의 적들처럼 반란을 일으키게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어. 고트족이 로마에 결정적 일격을 가했듯이 말이야. 유치하기 그지없는 생각 아니야?
  나는 그런 정도로 깊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내 유년의 기억을 지배하고 있는 무중력의 편안함을 찾아 옛 휴양선으로 갔어. 그곳에서 내 평생 가장 끔찍한 파티를 구경하고 나서 울렁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비틀거리며 떠돌고 있다가 그를 만났어. 나의 영웅, 데 나다 장군이 거기에 있었어. 그 깔끔하던 양반이 나만큼 지저분한 몰골로 가다듬어지지 않은 웃음을 웃고 있었지.
  “자네도 이쪽이 편한가?”
  이쪽이라. 저쪽과 분리해서 생각해 보자는 건가. 나는 또 다시 실없는 웃음을 흘리고 말았어. 우리는 쓰레기들이 떠다니는 퇴락한 휴양선의 통로 가운데에 둥둥 떠서 방향 없는 웃음을 호탕하게 웃었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가 말했어.
  “자네 같은 젊은 인재는 올 곳이 못 돼. 혼란스럽다고? 아니야. 절대적인 카오스에 빠져 있다고? 아니야. 누구에게나 인생은 한때의 카오스를 보여 준다네. 하지만 세월이 가면 질서를 읽을 수 있는 눈이 생길거야. 돌아가.”
  나에게는 그런 이야기를 해 주고 있었지만, 정작 그는 스스로의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있었어. 아직 소함대 하나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는 거의 지휘권을 포기한 사람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그는 나처럼 지구 출신이 아니었거든. 그가 권력의 정점으로부터 옛 휴양선으로 내려가는 순간에 본 우주의 코스모스는 그런 것이었겠지. 사람들의 말처럼 지금 가지고 있는 조그만 함대 하나로 그는 반란을 일으킬 수 있을까? 그가 반란을 일으키면서 자기 함대의 작전 장교로 나를 포섭하려고 한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을 때 그가 직접 그린 것 같은 그림을 꺼내서 보여 줬어.
  “본 적 있나? 적의 배는 이렇게 생겼어. 이런 부분을 보면 확실히 인간이 만든 티가 나. 우리보다 훨씬 발달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게 분명하지만 말이야.”
  물론 나는 적의 배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있었어. 명색이 함대 작전 장교였으니까. 적의 배는, 적의 배는, 방향이 없었어. 위도 없고 아래도 없어. 앞도 뒤도 없었어. 그는 더 이상 말로 설명을 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가 하려고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어. 그는 그런 말을 하고 싶었을 거야.
  ‘이걸 보고 있으면 지구인들이 새 휴양선을 볼 때 편안해 하는 것처럼 마음이 편안해지지 않나?’
  그래. 몰라. 마음이 편해져. 아니 모르겠어.

  리델 장군의 집무실은 고풍스러웠어. 그의 기함 전체가 고풍스러운 장식을 하고 있었지. 새 휴양선만큼은 아니었지만 비슷한 중력을 만들기 위해 함대 주위를 공전하고 있는 것도 역시 고풍스럽게 느껴졌지. 그의 방에는 세 권의 바이블이 꽂혀 있었어. 하나는 물론 예수가 등장하는 바이블이야. 위와 아래를 구분하는 ‘인간’의 본성에 충실한 종교적 가르침이지. 그 다음은 최신지의 예언서야.
  예언서를 믿지 않을 도리는 없어. 2006년의 예언서가 700년이 지난 지금의 세계를 얼마나 잘 이해할지는 의문이지만, 수도 없는 재앙에 대비하게 해서 결국 극복하게 만든 것은 사실이잖아. 예전에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지금의 저 적들이 과연 우주 어딘가에 존재하기는 하는 것인가를 수십 년간이나 의심해 왔지만 결국 예언대로 이루어지고 말았잖아. 리델 장군은 데 나다와는 달라서 예언서를 전혀 의심하지 않았어.
  예언서에 적들을 뭐라고 써 놨는지 본 적 있어?

  이 시기의 적은 사실 외계의 적이 아니다. 그것은 문명 발달의 중간에서 길을 잃고 튀어 나온 인간 스스로의 무리이다. 그들의 문명은 이 시기의 인간들보다 뛰어나지만, 그들은 결집된 정치체가 아니고 산발적인 탐험대 혹은 해적에 가깝다. 전쟁의 승산은 오로지 여기에서 찾아야 한다. 만약 저들이 결집된 정치체의 권력 투사기구였다면 인류는 이 시점에서 절멸해야 할 것이다.

  리델 장군은 적들의 정체를 이렇게 이해하고 있었어. 반란자들. 지구에 한 번도 살아본 적이 없는 나나 데 나다 장군 같은 우주 출신자들. 지구의 문명 발달 과정에서 이탈한 자들의 명백한 반란. 어쩌면 UES 최상층의 생각도 그렇겠지. 그들은 데 나다 장군이 은근슬쩍 우주 저 편으로 떠나 주기를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어. 손쉽게 처치하기는 곤란한 거물이었으니까.
  그러면서도 그의 서가에 꽂혀 있는 세 번째 바이블이 데 나다 장군의 전략서라는 것은 아이러니일 수밖에. 우주 전쟁에 대한 실전 경험이 풍부한 인간이라는 건 아직 우주 어디에도 없었어. 좀 더 싸워보지 않고서는 실전에서 뭐가 더 필요할지를 알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 데 나다 장군만이 그걸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어. 실제로는 데 나다도 잘 모르고 있었겠지만.
  리델은 데 나다의 전략만큼은 열심히 읽고 베꼈어. 내 느낌으로 그는 싸움에 대해서는 나만큼도 몰라. 권력에 대해서는 또 다른 이야기가 되지만. 30년 전에 사관학교를 나왔다고는 하지만 그는 야전 지휘관이 아니고 UES 권력의 정점에 가까운 사람이었거든. 정치가의 탁월한 육감이랄까. 그는 자기가 몰아낸 데 나다의 장점이 뭔지 알았어. 다만 그는 데 나다 책을 좀 잘못 이해하고 있었어. 그것은 우주라는 무대를 지구인의 상식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는 데서 나온 오해였지. 사실 그날 나는 그것을 바로잡으려고 그의 집무실을 찾아갔었어.
  “그러니까 아군 함대는 포위될 위기에 처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는 나를 한참이나 뚫어져라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어.
  “지금 이 상태에서 포위당할 리는 절대로 없네.”
  그는 3차원 영상을 소환해서 보란 듯이 내 앞에 펼쳐 놓았어. 나는 속으로 생각했지.
  ‘내 그럴 줄 알았어!’
  상식적인 배치 방법에 따라 아군 함대는 적의 입장에서 볼 때 평면의 원형이 되도록 배치되어 있었어. 적의 배치도 당연히 우리와 비슷했어. 그러니까 두 개의 원형 평면이 서로 대칭인 상태로 얼마의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었어. 2차원 공간에서라면 서로 가로로 긴 1자 형태로 마주보고 서겠지만 3차원에서는 서로 원을 그리고 마주봐야 하는 거야. 그래야 모든 배가 뒤에 빠져 있지 않고 최대한 많이 전투에 투입될 수 있잖아.
  “물론 적은 포위 기동을 시도했네. 그건 당연히 나도 알고 있네. 적이 좌익을 더 확장해서 우리 우익을 포위하려고 했기 때문에 후방의 예비대로 우익을 보강했다는 건 어제 들어서 알 것 아닌가? 자네가 따로 찾아와서 할 이야기가 아닐 텐데.”
  ‘내 그럴 줄 알았어!’
  나는 다시 한 번 그렇게 생각했어. 나 같은 젊은 장교가 아니라 데 나다 같은 거물이 찾아가서 그렇게 말했어도 그가 그렇게 말할 수 있었을까. 물론 그의 말은 틀린 게 아니었어. 원을 타원처럼 길게 늘여서 상대의 원을 둘러싸는 게 측면 포위의 기본이겠지만, 이쪽에서 뻔히 알고서 당해줄 리는 없지. 그는 그렇게 멍청하지는 않았어. 타원을 한쪽으로 길게 늘이느라 밀도가 희박해진 곳을 정면에서 뚫겠다는 생각도 좋았어.
  문제는 그가 꺼내 놓은 3차원 입체 영상 자체에 있었어. 그 화면의 문제는 위아래가 있다는 거였어. 그의 집무실 바닥에서 천장을 향해 쏘는 위치로 아래위가 고정되어 있다는 게 문제였지. 전장은 위아래가 없는데 그는 우주에도 위아래가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었어.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배처럼. 위에는 적과 아군의 비행기가 떠 있고, 아래에는 잠수함들이 대치하고 있고, 양 옆으로는 전함들이 대치하고 있는 것처럼 그가 그리고 있는 것도 분명히 3차원이었지만, 우주는 그것과는 달라. 뱃바닥을 하늘로 향하도록 갑판을 물 속에 쳐 박고 있는 식의 다른 3차원 평면도 가능하다는 것을 그는 생각하지 못했어.
  적어도 데 나다 장군의 체계에서라면 그는 그 상황에서 세 개의 수면을 가정하고 있어야 해. 그가 생각하고 있는 그 수면. 그리고 오른쪽으로 120도 돌아가서 물 속에 얼굴을 반쯤 쳐 박고 본 수면, 왼쪽으로 120도 돌아가서 본 수면. 적어도 그 세 개의 지점에 동시에 서서 봐야 그런 자기중심적인 평면 사고로도 실수를 하지 않게 돼. 실제로 내 자리도 그 중 하나였거든. 그가 생각하는 ‘위’로부터 ‘왼쪽’으로 120도 기울어진 곳에 나의 ‘위’가 있었어. 그의 평면에서는 포위될 가능성이 안 보였는지 몰라도 나의 평면에서는 빤히 보였어. 나는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자세하게 설명했어. 하지만 먹히지가 않았지. 사실 그건 내가 해야 할 노력은 아니었어. 데 나다 장군의 몫이었지. 그런데 내가 왜 그랬냐고? 데 나다가 꼼짝도 않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리델은 정말 걱정스럽도록 무모했으니까.
  젠장. 처음부터 말이 안 돼. 웃기잖아. 좌익, 우익이라니? 평면의 원에서 어디가 왼쪽이고 어디가 오른쪽이야? 우리 적들에게는 그런 게 처음부터 없었어. 적들은 그걸 생각하고 움직이고 있었어. 그러니까 그가 계획하고 있는 돌파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순간, 아군 주력 함대는 적의 포위망에 스스로 들어가는 셈이었거든. 그는 결국 내 말을 듣지 않았어. 방에서 쫓겨난 나는 내 위치로 돌아갔어. 함대 총사령관이 저 ‘아래’ 어딘가라고 생각하는 곳, 나의 ‘위’가 있는 곳으로.
  전투가 시작되자 적이 이곳저곳에서 산발적으로 우회를 시도했어. 하지만 이쪽에서도 잘 막아 냈기 때문에 성과가 없었지. 사실 적의 주공은 리델 장군의 평면에서 우리의 우익이라고 할 수 있는 곳에 대한 포위에 집중됐어. 나의 평면에서는 거의 좌익에 가까운 곳이었지. 적의 대규모 병력이 그쪽으로 옮겨가면서 사격이 시작됐어. 아군 쪽 버글러 기동의 카오스화가 많이 진전되어 있어서 그런 원거리 사격전에서는 우리 피해도 그다지 많지 않았어. 오히려 적이 타격을 입기 시작하고 있었지. 결국 적의 대규모 포위 기동이 좌절되자 저쪽에서는 다른 방면에서의 대규모 우회를 몇 번 시도했어. 역시 다 막혔지. 리델 장군이 막상 그 자리에서는 나를 면박 줘 놓고는 내 충고를 받아들인 셈이었지.
  그러자 결국 전황은 리델 장군이 생각한 것과 같은 그림이 되고 있었어. 적은 결론적으로 거의 전 방면으로 우회를 시도했기 때문에 적의 원이 우리 것보다 커지기 시작했지. 그대로 가면 싸 먹히기 딱 좋았지만, 그만큼 적은 가운데 부분의 밀도가 낮았어. 그래서 리델이, 가운데를 돌파하겠으니 이의 있으면 말하라고 하는 순간에도 나로서는 이제 할 이야기가 없었어. 그가 맞았구나 싶었지.
  아군 주력 함대는 전속력으로 적의 중앙을 향해 날아갔어. 물론 직선으로 날아가는 게 아니었어. 그러는 동안에도 우리는 비틀비틀 흔들리듯 질주하고 있었지. 굉장한 진동이었지만, 완충 장치도 꽤 효과를 보고 있었는지 나도 전황 변화에 대해 집중력을 잃지 않고 있을 수 있었어.
  그때, 우리는 거의 결정적 승기를 잡았었어. 거리가 가까워지자 주정뱅이의 모순이 점점 희박해져 갔어. 상대적으로 많은 숫자가 밀집되어 있는 우리 주력이 적 중앙을 돌파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어. 루시퍼는 점점 정확하게 적을 꿰뚫기 시작했고, 2광초 거리쯤에서 양쪽이 다 주정뱅이 기동을 그만 뒀어. 무의미했으니까.
  굉장한 승리였지. 중앙을 뚫었으니까, 남은 것은 섬멸전밖에 없었어. 누구도 의심하지 않은 승리였어. 나도, 리델 장군도, 다른 누구도 승리를 의심하지 않았으니까.
  적의 중앙을 뚫고 나온 순간, 우리 영감님이 드디어 소리를 질렀지.
  “휴가 보내 줄께!”
  어이없게도 내가 그 순간에, 너를 볼 수 있게 된다는 생각에 얼마나 기뻤는지 아니? 너를 다시 만나서 내 전공을 떠벌릴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던 거야.
  하지만 그때, 아군의 피해 보고가 올라오기 시작했어. 나는 잠시 승리감에 도취되어 그 사실을 놓치고 있다가 계속되는 경고 신호에 문득 정신을 차리고 피해 보고를 확인했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제 주정뱅이 모순이 없었기 때문에 전장에는 별로 변수가 될 만한 게 없었는데도, 분명히 전술적 돌파에 성공한 아군 쪽 피해가 끝없이 올라가고 있는 거야. 나는 내 평면을 들여다보고, 다른 두 사람의 평면을 점검했어. 문제가 없었지, 당연히.
  3차원 영상을 띄워서 한참을 들여다 본 뒤에야 깨달았어. 우리는 아주 제대로 포위되어 있었던 거야. 적은 가운데를 뚫린 게 아니라 그냥 비워버린 모양이야. 그 대신 우리를 손가락에다 반지 끼우듯 포위해버렸어. 그러니까 우리가 생각하던 그 세 평면이 아니라, 우리가 앞이라고 생각했던 곳을 ‘위’로 하는 평면상에서 우리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게 포위되어 있었어. 물론 적의 고리가 완벽하지는 않았지. 한쪽이 끊어져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걸로 충분했어. 적은 빠른 속도로 돌파하는 우리를 똑같은 속도로 추격하면서 굉장히 유기적인 형태의 포위망을 유지하고 있었어. 우리는 전멸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어. 완전히 무너져버린 순간이었거든.
  이제 그렇게 멀지도 않은 적 함대가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어. 그거 알아? 빔이 발사되는 장면을 30광초쯤 거리를 두고 옆에서 바라보면, 빛의 속도로 날아가는 섬광이지만 꽤 천천히 날아가는 것처럼 보인다는 거. 엄청나게 먼 거리에서 일어나는 일이니까. 하지만 그 섬광을 정면에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져. 적이 공격하는 것을 보고 피하는 것은 불가능해. 왜냐하면 적이 공격하는 장면을 담은 영상이 우리 눈에 들어오는 것과 동시에 적함에서 뿜어져 나온 섬광도 똑같은 빛의 속도로 우리 배를 때리거든. 적의 주포가 우리 배를 살짝 빗겨나가는 순간에 그 빛을 보면, 발사된 순간부터 우리 바로 옆을 스쳐가는 순간까지가 동시에 눈에 들어오는 거야. 희한한 광경이지만,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광경이기도 해. 그런 게 바로 삶과 죽음의 경계선이거든. 조금만 옆을 때렸어도 지금 이 편지를 쓰는 나는 존재하지 않았겠지.
  이쪽에서도 열심히 응사하고 있었지만, 함대 사령관이 이미 패배를 절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글쎄. 나 역시 갑작스럽게 등 뒤에서 엄습해 오는 절망을 느끼고 있었어. 너를 이제는 두 번 다시 볼 수 없겠지. 너에게 내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줄 사람은 누구일까? 너는 슬퍼할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어. 끝이구나 하고 말이야. 아군 피해 상황 보고는 이미 절망적인 심리적 기준선을 넘은지 오래였어. 함대 전체가 통제력을 잃고 루시퍼만 난사하고 있었지. 바로 죽음의 문턱이었어.
  하지만 나, 아직도 살아 있잖아. 그 순간 진짜 애절하게 더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너를 꼭 한번만이라도 더 만나보고 싶었어. 너에게는 이 말이 너무나 빤한 거짓말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기적은 함대 맨 후미에서부터 일어났어. 나는 익숙한 목소리가 귀를 때리는 것을 듣고는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어.
  “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진짜로 진다! 참모부, 정신 차려! 각 함대 기함은 정신 차리고 전열 유지해. 말도 안 되는 사격 중지하고 이쪽으로 기동해!”
  그때까지 아주 손을 놓고 있던 데 나다의 목소리였어. 그 소리를 듣고 가장 먼저 감각을 되찾기 시작한 것은 각 제대 작전장교들이었어. 회복이 빠른 사람들부터 함대 정렬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지. 나도 정신을 차렸어. 상황은 더할 나위 없이 불리했고 총사령관은 아무 명령도 내리지 않고 있었지만, 데 나다의 지휘 하에 있는 함대가 빠른 속도로 감각을 되찾고 전열을 가다듬는 모습을 보자 나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릴 수 있었어.
  그는 그 상태에서 반격을 시도하고 있었던 거야. 가장 후미에 있던 그의 함대는 가까스로 적의 포위망서 빠져 나와서 역으로 적 포위망을 둘러싸는 데 성공했어. 주변에서 겨우 정신 차린 함대들이 그 흐름에 끼었지. 그때 만약 데 나다의 소함대가 그 대담한 기동을 성공시키지 못했다면, 그래서 양측이 고리 두 개가 서로 걸려 있는 형태를 만드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면 적은 퇴각하지 않았겠지. 의심의 여지없이 함대 전부가 날아갔겠지. 내가 죽었다는 소식은 어쩌면 한참이나 뒤에 너에게 전해졌을지도 몰라. UES 정부는 일단 패전 사실을 숨기려고 했을 테니까.  
  데 나다 장군 덕에 간신히 전멸은 면했지만, 그래도 대패였어. 우리는 그때 1,077척을 잃었으니까. 그게 데 나다 장군이 자기 자리로 복귀한 사연이었어. 실질적으로 함대를 장악할 수 있는 능력이 그에게 있었으니까,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지. 그가 남은 함대를 이끌고 지구로 진격한다고 해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으니까.

  여전히 적들의 정체를 궁금해 하고 있어. 그들은 누구일까? 어째서 그들은 우리와 똑같이 루시퍼 같은 무기를 쓰고 있을까? 어째서 우리는 그들의 것과 똑같은 버글러 기동을 따라하는데 기술적 제약이 전혀 없었을까. 어째서 그들과 우리의 인공지능은 카오스-코스모스 경쟁이라는 똑같은 사고 틀 안에서 벌인 논리적인 싸움을 모순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예언서는? 예언자는 어떻게 이런 걸 다 예언할 수 있었던 걸까? 그가 말한 대로 겨우 이 정도 시련은 시간만 가면 아무렇지도 않게 극복할 수 있는 시련일까? 그렇다면 우리 후손들은 도대체 어떤 상대와 만나야 하는 것일까? 예언서는 왜 우리 적들을 저렇게 애매한 문장으로 서술하고 있을까? 적들이 우리 자신이라는 것은 무엇을 말하기 위한 은유일까? UES 고위층이 믿고 있는 것처럼 데 나다의 반란이 예언서에 기록된 것이라면 저들만이 열람할 수 있는 1급 예언서에서는 데 나다를 어떻게 처리하라고 처방하고 있을까?
  데 나다 장군은 가끔 나를 불러서 그런 이야기들을 나누곤 해. 그러던 언젠가 그가 나를 따로 불러서 꼭 보여줄 게 있다고 했었어. 내가 찾아갔을 때 그가 내민 것은 예전에 그가 보여 줬던 적 전함의 그림이었어. 이번에는 손으로 그린 스케치가 아니라 정교한 설계 도면에 가까웠지.
  “입수한 설계도입니까? 직접 그리신 겁니까?”
  그는 말없이 웃고만 있었어.
  “직접 그리셨다고 보기에는 너무 자세하군요. 어떻게 이런 걸 입수하셨죠?”
  나는 정말로 궁금했어. 어떻게 설계도를 입수할 수 있었을까? 적진에 스파이가 있을 리도 없고, 적함을 잡아다 분해해 봤을 리도 없잖아. 물어도 그가 대답을 해 주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설계도를 더 자세히 들여다봤어. 방향 개념이 없어서 그렇지, 엔진이나 공격 무기 배치 같은 기계적인 개념은 비슷하고. 사실 그 대목에서 나는 깜짝 놀랐어. 그럴 수가. 어떻게 엔진 구조가 똑같을 수가 있지? 어떻게 똑같은 주무기를 사용할 수가 있지?
  내 표정을 들여다보고 있던 데 나다 장군이 비로소 입을 열었어.
  “입수한 거야.”
  “어떻게 이런 걸 입수할 수 있는 거죠? UES가 이렇게까지 유능했나요?”
  그는 호탕하게 웃으면서 즐겁다는 듯 대답했다.
  “UES가 넘겨준 거 맞아.”
  “UES가요?”
  “그래. UES가.”
  “놀랍군요. 이런 게 있으면 작전이 확실히 수월해지기는 하겠지만, 이렇게까지 세밀한 도면을.”
  “그게 있으면 수월할까?”
  “물론입니다. 적을 알 수 있으니까요.”
  “적을 알 수 있어? 허허허. 자네 뭔가 오해하고 있어. 그림만 말고 그 옆에 적혀 있는 글자도 좀 읽어 봐.”
  나는 그 도면에 대한 설명을 찾아보다가 깜짝 놀랐어. 그 도면은 말이야, 그 도면은,
  “UES에서 넘겨줬어. 개발 중이라는군. 차세대 전함이래. 그러니까 그걸 만들어서 자기들 시간으로 2년 뒤에 우리 주력함으로 넘겨주겠다는 설명이야.”
  나는 아무 대꾸도 못하고 도면과 그의 얼굴을 번갈아 보고만 있었어.
  “예산이 확보가 됐나 보더라고. 어쨌든 대규모 교전이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됐으니까.”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네요. 어째서 적함을 모방하기로 했을까요? 적함의 외양만 보고 이런 디자인을 해 낼 수 있다니 굉장한 천재를 데리고 있나본데요.”
  내가 그렇게 물었어. 장군이 또 허허허 웃더니 대답했어.
  “잘 읽어 보래도. 그 배, 15년 전부터 개발하고 있었다고 써 있지 않나? 적이 출현하기 13년 전부터.”
  “네? 그럼 이건?”
  “그 다음부터는 나도 모르겠네. 다만 반란은 2년 후로 연기하기로 했네.”
  “네? 반란을 일으키실 겁니까?”
  “그래. 저 배가 나한테 오고 나면.”
  “그 뒤에는 어쩌실 겁니까?”
  “2703년에 여기에 나타나서 지구 배들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다가 9년 후에 진압되겠지.”
  내가 되물었어.
  “2703년으로 돌아간다고요?”
  그러자 그가 진지한 얼굴을 하고 이렇게 대답하는 거야.
  “그래. 그게 싫으면 예언서대로 2649년에 나타나자고. 하지만 그때 나타나면 지구를 정복해야 될 거야. 어때? 그때 내 작전참모가 되어 주지 않겠나?”
  그때서야 비로소 나는 그가 농담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우리는 둘 다 배가 아프도록 웃을 수 있었어. 한참을 웃다가, 그래도 15년 전부터 그 배가 개발되고 있었다는 사실은 농담이 아닐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웃지 않을 수가 없었어. 그렇잖아. 어떻게 그 와중에 웃지 않고 심각하게 그 일의 의미 같은 것을 생각하고 있을 수 있겠어? 그렇게 죽을 고생을 하면서 싸우고 있던 적이 우리 스스로라고? 예언서에 적혀 있던 그 말이 그렇게 직설적인 의미일 거라고? 그러면 데 나다와 나는 영원히 시간의 순환 속에 갇히게 된다는 소리잖아. 하하하. 웃을 수밖에. 유치한 농담이야. 그런데 진짜로 농담일까?

  데 나다도 그 생각을 했는지 여기에서는 이제 시간을 지구 기준에 맞춰서 쓰지 않아. 데 나다 장군의 우주화 조치라고 하는 건데 초나 분을 60진법으로 세는 것도 금지되었고, 날짜도 365일 체계로 세지 않아. 이곳의 작전 시간은 수십만이 됐든 수백만이 됐든 순환시키지 않고 계속 쌓아가기로 결정됐다는 말이야. 그러니까 오늘은 함대 작전력으로 35769일, 이런 식이야. 시간을 24진법으로 세는 것도 폐지되고 나면 이것도 없어질지 몰라. 모든 시간이 10진법 누적 체제로 바뀌면 말이야. 나는 장군의 조치에 동의해. 지구와 분리되어서 철저하게 우주인이 되지 않으면 우리는 이 전쟁에서 영영 이길 수 없을지도 몰라. 그리고 농담 같지만, 영원히 순환하는 시간 속에 갇힐 마음은 없어.
  하지만, 그건 묻고 싶어. 네 딸이 지구 나이로 몇 살이라고 했지? 눈은 너를 닮았다고 했던가. 긴 휴가를 받으면 남편과 딸을 데리고 꼭 한 번 새 휴양선이 있는 우리 함대로 놀러 와. 전망이 아주 기막히게 좋은 방을 예약해 줄 테니까.
  휴양선에서는 그때도 지금처럼 자주 파티가 있을 거야. 너에게 지구 춤을 청한 다음, 갑판을 산책하다가 반지를 끼워 줄게. 네가 그 거리에 오면 나는 두 번 다시는 너를 놓치지 않을 생각이었어. 비틀거리면서 애써 너를 피하는 것이 아무 의미도 없어지는 그런 거리에서 너를 다시 만나면, 꼭 그렇게 말해 주고 싶었어. 내가 하는 말이 너에게로 갔다 돌아오기까지 아무런 간격도 존재하지 않고, 또 그 동안 아무런 모순도 일어나지 않는 그런 가까운 거리에 서서 너를 다시 안아줄 수 있다면, 그런 날이 온다면, 평생을 내 곁에 있어 달라고 너에게 속삭이고 싶었어. 그렇게 청혼하고 싶었는데, 그걸 준비한지도 벌써 한참이나 됐네.
  나쁜 여자가 되라고 우기는 걸까? 온 가족을 데리고 우주멀미에 시달리면서 옛 남자의 오래된 청혼을 받으러 오라고 말하다니. 그래도 그거 알아? 적의 빔 공격이 우리 배 바로 옆을 스쳐 지나가는 순간에 내 눈에 보인 광경 말이야. 적이 공격을 개시하는 장면이 빛의 속도로 우리에게 날아오는 것과 동시에 그 장면의 결과물인 빔 공격도 똑같은 속도로 우리에게 와서 닿기 때문에 그 공격을 보고 나서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다는 거.
  그러니까 늦었다고만 말하지 마. 내가 늦은 게 아니라 우리가 단지 물리적으로 너무나도 멀리 떨어져 있었던 것 뿐. 내가 청혼을 개시하는 장면을 담은 이 편지가 너에게 날아가는 순간 이 장면의 가장 결정적인 결과물도 똑같은 속도로 너에게 날아가고 있으니까, 이걸 보고 나서도 네가 나의 사랑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이 우주 어디에도 없어.
  그러니까 나는
  이 싸움이 끝날 때까지
  꼭 살아남을 거야.
mirr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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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재식 06.04.05 22:25 댓글 수정 삭제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은하영웅전설"의 외전으로 어딘가 끼어들더라도 손색 없을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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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명훈 06.04.06 07:40 댓글 수정 삭제
    과찬이세요. "은하영웅전설" 운운할 정도나 될까요. 이 글 마무리하는 데 아주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셔서 처음보다 많이 좋아지기는 한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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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인 06.04.13 01:45 댓글 수정 삭제
    재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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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명훈 06.04.13 16:11 댓글 수정 삭제
    들어본 것 중에서 저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감상평은 "재밌네! 계속 써라!" 하는 짧은 평이었어요. 그 말을 해 준 분이 그 짧은 말에 얼마나 많은 말을 담았는지 알 수 있었거든요.
    거울은 생각보다 조용해서 리플 얻기가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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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6.04.16 01:12 댓글 수정 삭제
    저도 아주 즐겁게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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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명훈 06.04.17 11:36 댓글 수정 삭제
    영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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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이 06.05.01 02:27 댓글 수정 삭제
    지금까지 읽은 배명훈 님이 글 중 가장 재미있게 읽은 것입니다. 옛연인에게 쓰는 편지 라는 형식 속에 또 다른 이야기가 들어 있는 것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두 이야기의 균형이 잘 맞지 않았던 것 같아요. 사랑이라는 측면을 강조했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말 그대로 '균형'의 문제인 듯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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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명훈 07.03.19 15:36 댓글 수정 삭제
    음. 전에도 이 글을 가지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균형 문제. 원래는 균형이 더 안 맞는 글이었던 것 같습니다.
    친구 중에 또 일상 속의 숨은 이야기꾼 하나가 있는데요, 이 친구가 어느날 이야기를 꺼내는데 자기가 얼마 전에 우리도 소식을 잘 못 듣고 있던 친구를 봤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 친구 이야기가, 어떻게 하다가 그 친구를 보게 됐는가 하는 과정부터 쭉 진행되는데, 그 이야기를 한창 재미있게 듣고 나서 마지막에 그래서 그 친구 만난 이야기는 안 하냐고 하니까 이 친구가 하는 말이, 자기가 방금 한 이야기가 일어난 곳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더라고 싱겁게 대답하는데, 그게 어찌나 재미있던지.
    그 플롯의 흡인력과 마지막의 허탈하게 빠지는 느낌을 시도해 본 것이었는데, 그 부분은 잘 안 나온 글인 것 같아요. 손을 본다면 좀 더 썰렁하게 결말을 내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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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티 08.03.11 13:34 댓글 수정 삭제
    놀랍습니다. 은영전의 전술적 박진감과 은영전에 부족했던 감수성, 그 두 마리 우주토끼를 모두 잡은 글이네요.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차가운 과학 지식을 이용해 뜨거운 인간 감성을 비유하신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스페이스 오페라를 다루셔도 잘 쓰시겠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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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명훈 08.03.14 05:58 댓글 수정 삭제
    좋은 평 감사드립니다. 이 글 쓰고 나서 군사전략 공부가 좀 더 많이 진전이 됐어요. 다시 읽어보고 이거 뭔가 될만한 글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공부가 좀 덜 된 글이라는 게 보여서 개작을 시도했습니다만. 일이 생각보다 커서 좀 더 두고 보고 있어요. 언젠가 이 아이템으로 뭔가 나오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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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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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퀘크 08.08.05 11:48 댓글 수정 삭제
    재미있게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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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하 08.11.21 11:58 댓글 수정 삭제
    합평회 때 읽고, 다시 고치신 글은 이제야 봤어요. 요새 거울 글들 읽기 주간(...)이거든요. 기억와 끝이 많이 다른데... 다시 읽어보지 않으면 어떻게 다른지, 어느 게 나은지 모르겠네요.

    말을 하고 그 답을 받을 수 있는 데에 1초도 안 걸리는 거리, 라는 것이 무척 소중한 것이구나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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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명훈 08.11.21 23:08 댓글 수정 삭제
    고치긴 했는데 그때는 충분히 못 고쳤어요. 제대로 한 번 고치려고 잡고 있었는데, 아직 잘 안 되네요. 언젠가 꼭 다시 써서 다른 방식으로 빛을 보게 만들어야 될 글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500년이 지나면, 아마 그 거리 때문에 사람들이 어마어마한 돈을 들이게 될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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