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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wind 유전자가 이상하다

2007.02.23 23:5302.23

“대기 번호 1006번 손님, 맞으시죠? 어서오세요. 저는 3번 상담실을 맡고 있는 유전자 박사라고합니다.”

“저기, 안녕하십니까.”

“자 그렇게 긴장하지 마시고 편하게 앉으세요. 오래 기다리셨죠? 요즘 갑자기 상담을 원하시는 분들이 늘어나서요. 여긴 처음이신가요? 전에 아이를 가져본 적이 있습니까?”

“그게 저, 음, 처음입니다. 어제 뉴스에서 개정법을 보고 아내랑 저랑 워낙 걱정이 되서… 아는 것도 없고 해서요.”

“좋아요, 그럼 기초적인 문제부터 해봅시다. 우선 두 분 다 올 3월에 통과된 개정법은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그냥 뉴스에 나온 정도 밖에…”

“음, 간단하게 설명을 드리자면 2세의 유전형을 몇 % 이상 수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률입니다. WGO에 가입되어 있는 국가는 협의에 따라 올해부터 이 법률을 적용하게 되어 있습니다. 물론 WGO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제 3 국에 가시면 고민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희가 추천하는 원정출산 패키지 A는…”

“잠시만요, 그게 가격이 어떻게 되지요?”

“이렇습니다. (다섯자리 숫자)”

“이게 필요한 비용 전부인가요?”

“아니요, 저희가 주선해 드리는 것은 제 3국의 믿을 만한 유전기사까지입니다. 이후 수정과 착상에 필요한 비용, 출산 때까지 입원 비용은 별도로 계산됩니다.”

“죄송합니다, 저희 사정으로 거기까지는…”

“알겠습니다. 자, 그럼 처음에 하던 설명으로 돌아가지요. 이 개정법에서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은 수정되는 염기 서열의 숫자라서, 잘 맞추기만 하시면 원하시는 사양으로 2세를 만드실 수 있습니다. 다만 예전처럼 머리도 좋고 운동도 잘하고 얼굴도 예쁘고 이런 팔방 미인은 좀 힘들지요. 2세 진로에 대해 생각해 두신 게 있습니까?”

“역시 법조계를…” / “예체능 쪽으로…”

“두 분께서 의견 통일이 안되시네요. 자, 여기 근 5년간 출산된 아이들의 성향 및, 저희가 독자적으로 리서치 한 ‘2세의 희망 직업’에 대한 도표가 있습니다. 보시죠. 법조계와 의사가 합쳐서 80%, 정치 쪽이 15%, 예체능이 2%, 기타 순수학문과 전문직이 합쳐서 3%입니다.”

“그래도 나중을 생각하면 의사나 변호사에 적합하게 만드는 게 낫지 않겠어?”

“저 애들이 전부 커서 대학 졸업할 때쯤이면 경쟁이 치열할 거라구요. 여기서는 틈새를 뚫어야 하는 거예요.”

“자, 제 의견도 사실 부인 분과 같습니다. 아이를 낳기 전에 10년, 20년 후를 생각하셔야죠. 다행히 체육계는 인문계보다 기능을 넣기가 쉽습니다. 가격도 저렴하구요.”

“그래도…”

“아이 참, 됐어요. 예체능으로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두 분의 유전형을 알아야겠네요. 부모와 겹치는 부분은 수정하지 않아도 되니까 거기에 맞춰서 견적을 내겠습니다.”

“저는 국제표준형 103번입니다.”

“저는 ASGT 1011이예요.”

“좋습니다, 좋구요. 두 분 다 부모님께서 신경을 많이 써주신 모양입니다. 이 정도면 생각보다 훨씬 쉽게 작업이 되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자, 됐습니다. 여기 신청서를 작성해주세요.”

“이거 어떻게 써야 하는 거죠?”

“각각의 표현형을 나타내기 위해 수정되어야 하는 염기 서열의 숫자를 개략화 한 겁니다. 원하시는 기능에 체크하시고요, 합계가 100점이 넘지 않도록 하시면 됩니다. 일부 기능은 수정되는 부분이 겹치는 게 있는데, 이런 건 함께 고르시면 포인트가 줄어들어서 더 많은 기능을 넣을 수 있죠. 옆에 보시면 예시 서류가 있을 거예요.”

“이거 말입니까?”

“예, 그걸 참조 하셔서 작성이 끝나셨으면 접수에 가셔서 신청서를 접수 하시면 됩니다. 차후 일정은 저희가 연락해 드립니다.”



“저, 박사님?”

“예? 뭐 궁금한 게 있으십니까?”

“혹시 계산기 가지고 계신 거 없으십니까?”
mirror
댓글 9
  • No Profile
    yunn 07.02.24 00:35 댓글 수정 삭제
    으하하하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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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 07.02.24 01:05 댓글 수정 삭제
    최곱니다ㅠㅠ 읽는 동안 너무 재밌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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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뇰 07.02.24 01:45 댓글 수정 삭제
    크핫, 겁스로군요.

    ...그런데 어째서 4개 특성치 모두가 8포인트인 겁니까, 민첩성과 지능은 좀 더 고 포인트로 올릴 수 있게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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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루토 07.02.25 18:15 댓글 수정 삭제
    뒤집어지게 웃었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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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7.02.25 23:49 댓글 수정 삭제
    TR로 시뮬레이션을 해본 뒤에 결정해야겠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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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얀 08.01.31 18:35 댓글 수정 삭제
    뭔가 예사로 웃을 일은 아닌 것 같군요. 만약 정말로 저런 유전 코드 변경이 가능하다면 정말 돈으로 2세를 결정할 가능성이 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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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닥터회색 08.04.07 14:16 댓글 수정 삭제
    웃을 수 없는 미래로군요. 가타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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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sdee 10.07.06 01:03 댓글 수정 삭제
    우왕. 형, 멋져요^^ ㅎㅎㅎ 막판의 이 대반전. 아는 사람은 그야말로 폭소를 참을 수 없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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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베까 11.01.17 19:12 댓글 수정 삭제
    스텟 찍네

    짧은 글인데도 사건 갯수만 세면 꽤 많아서 현실감과 함께 밀려오는 위화감...
    하지만 역시 절정은 스텟이었어요. 쭈삣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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