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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훈 밀실은 공습 임무 중

2006.08.26 00:1608.26

  나는 나에게 할당된 선실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서 아래를 한참동안 내려다보고 있었다. 황송하게도 그 배에 내가 혼자 쓸 수 있는 방이 할당된 것은 바로 이 실험 때문이었다. 나는 투명하고 단단한 유리로 되어 있는 작은 원형의 창을 통해서 배 아래쪽으로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배에는 타 본 적이 없어서 도대체 배가 어느 정도의 속력으로 가고 있는 것인지조차 짐작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나 아닌 다른 그 어느 누구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해군 전체를 통틀어서, 움직이는 배 위에서 다른 움직이는 목표물을 가장 정확하게 맞힐 수 있다는 이유로 뽑혀 오기는 했지만, 나는 도대체 이런 배에서 포병 장교를 써먹을 데가 어디에 있을지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아래로 폭탄을 떨어뜨려서 저 밑바닥에 있는 표적을 맞추라니, 포병이 한다고 해서 뭔가 더 나은 성과를 얻을 것 같은 임무는 아닌 것 같았다.
  사실 나는 내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낼 수 있으리라는 자신이 없었다. 다만 그들은 이 나에게 밑바닥에 구멍이 뚫린 방을 배정해 주고는 진짜 폭탄 대신 시험 삼아 떨어뜨려볼 수 있는 탄환 몇 상자를 지급했을 뿐이었다.
  “가는 동안 마음껏 연습해 두게. 이만하면 충분한 양일 거야.”
  해군성 장관이 나에게 직접 해 준 말이었다. 해군성 장관. 그러니까 질문을 덧붙이거나 이의를 제기하거나 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나는 그의 압도적인 위엄에 턱이 얼어붙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배에 올랐다. 배가 이륙하고, 선내에서의 공식적인 일들도 다 끝낸 뒤에, 정말이지 황송하게도 나 같은 것에게 할당된 이 1인실 안에 들어와서 바닥을 한참이나 들여다 본 뒤에야 나는 정신을 차리고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저 밑에 보이는 까마득한 표적을 향해 정확하게 포탄을 떨어뜨리라니, 말이 쉽지 실제로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일지는 해 보지 않고서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나는 아래쪽을 향해 나 있는 문을 열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상상하면서 한참을 망설였다. 문을 닫을 수는 있는 것일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연습을 해 보지 않고는 아무 일도 안 될 것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눈을 딱 감고 유리문 손잡이를 두 손으로 잡았다. 잠금장치를 열고 손잡이를 힘차게 잡아당기자 드디어 창문이 확 젖혀졌다. 그러자 그 조그만 창문을 통해 차가운 바람이 선실 안으로 확 밀어닥쳤다. 나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나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건만 이렇게 높은 곳에서 부는 바람이라는 것을 맞아본 적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사실 나는 배가 하늘로 떠오르고 나서 한동안은 제대로 서 있을 수도 없었다. 누군가가 이 정도 높이에서는 바람도 엄청나고 기온도 낮을 것이라고 일러준 기억이 났다. 나는 얼른 뚜껑을, 그러니까 아래로 난 유리창을 닫고 한쪽에 걸려 있는 외투를 주워 입었다.
  그러니까 나에게 방 하나가 따로 배정되었던 것은 이 차가운 바람이 다른 공간으로 새 나가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나는 잠시 몸을 녹인 후 어지럽게 흩어져버린 서류 뭉치들을 잘 정리해서 책상 서랍 속에 넣어둔 다음 다시 한 번 조심스럽게 창문을 열었다. 아래에 펼쳐진 풍경은 아름답다 못해 장엄하기까지 했다. 푸른 초원 위에 구름이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는데, 소들이 그 위에서 정지해 있는지 움직이고 있는지 알 수도 없을 만큼 작은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그저 평화롭고 조용해 보이기만 했다.
  나는 포탄이 들어있는 상자로 가서 싸늘하게 식어버린 포탄 하나를 골라서 창문을 통해 굴렸다. 푸른 지붕 집을 겨냥한 것이었지만 포탄은 어이없게도 완전히 동떨어진 곳을 향해 날아갔다. 나는 지급받은 망원경으로 그 궤적을 쫓아갔다. 잠시 후에 허름한 농가 한 채가 먼지를 내며 부서지는 것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니 포병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의 상상력에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대포가 건물을 공격할 때의 모습과 비슷했다. 이 배는 화약을 조금도 쓰지 않고도 마치 무지막지하게 거대한 포신을 가진 대포라도 되는 것처럼 지상을 향해 포탄을 쏘아댈 수 있었다. 나는 서랍 속에 넣어둔 종이 뭉치를 뒤져서 포탄의 낙하 시간과 우리 비행선의 고도 간의 관계를 정리한 표를 찾아서 시계를 갖다 놓고 또 한 번 포탄을 아래로 굴렸다. 배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높은 곳을 날아가고 있었다. 소떼 한가운데에 포탄이 떨어지자 소들이 흩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 저 아래 세상의 아우성은 그저 한가롭게만 보일 뿐이었다.
  하늘을 나는 배. 그렇다. 이 배는 비행선이었다. 이 배가 하늘을 나는 데 성공하기까지는 두 가지의 소문이 필요했다. 하나는 해군 사령부에서 비밀리에 공기보다 훨씬 가볍고 충격이나 열에 잘 반응하지 않는 기체를 대량으로 모으는 연구를 진행 중이라는 소문이었고, 다른 하나는 육군 소유의 어느 야산에서 어떤 종교 집단이 제단을 쌓고 용의 부활을 준비하는 제사를 지낸다는 소문이었다. 첫 번째 소문은 금방 진실로 판명되었다. 오래 지나지 않아 해군이 비행선 개발 사실을 공개했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비행선 본체 부분이었다. 사람과 물자를 싣고 추진 장치도 탑재할 그 본체 부분을 경량화 하는 기술이 충분하지 않아서 개발이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육군은 자신들 소유의 그 야산을 훈련 목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종교 단체가 불법 점유하고 있던 지역에 대한 철거를 단행했는데, 놀랍게도 그 오래된 제단 밑에서는 실제로 거대한 동물의 유골이 발견되었다.
  이 두 가지 사건의 연관성은 쉽게 찾아지지 않고 있다가, 적국의 침공이 임박한 단계에서 비로소 모습을 드러냈다. 섬나라인 적국에 비해 열세일 수밖에 없었던 해군은 적 본토를 공격하는 유일한 방법은 비행선을 이용해 적국 수도까지 날아가서 가공할 위력을 지닌 화학 무기를 투하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의회는 본체 경량화 기술을 문제 삼아 예산 처리를 거부했는데, 바로 이때 육군이 나서서 해결책을 제시했다. 알려진 어떤 소재보다도 가볍고 튼튼한 소재. 용의 뼈를 비행선의 본체로 이용하자는 것이었다.
  물론 제국 박물관 측의 반대는 격심했지만 유골에 대한 소유권 문제가 애매했고, 무엇보다 준전시 상태였으므로 의회는 육군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래서 인류 최초의 하늘을 나는 배는 역사상 가장 박력 있는 구조물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양 날개는 위로 힘차게 뻗어 비행선의 둥근 가스탱크를 감싸 안아 떠받치듯 고정되었고, 용의 갈비뼈가 감싸고 있는 공간에는 조종실과 선실, 무기실이 들어섰다. 머리와 꼬리, 네 개의 다리는 이빨과 발톱을 날카롭게 세운 모양 그대로 마치 곧바로 지상의 먹이를 공격하려는 듯한 모습으로 고정되었는데, 물론 장식용도 이외의 기능은 없었다.
  박물관 측에서는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사지를 떼어내는 것에는 결사적으로 반대했다.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박물관장은 이 중요한 유물에 작은 흠집이라도 생길까 노심초사한 나머지 작전을 마칠 때까지 배에 직접 승선해서 감독할 것을 주장했고 황제의 재가를 받는 데 성공했다. 실로 원대한 계획이 아닐 수 없었다. 단, 공격의 정확성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저녁 시간이 되기 전까지 나는 스물다섯 개의 포탄을 더 투하했다. 그러다 곧바로 호출을 받고 식당으로 갔기 때문에 나는 추위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상태였다. 요리라는 것이 별 것 아니었다. 유골 보호를 위해 이 비행선에서는 불을 쓰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에 먹을 것이라고는 모조리 차갑고 딱딱한 것들뿐이었다. 그런데도 해군성 장관께서는 요리사를 승무원 중에 포함시키셨는데, 그는 머리가 반쯤 벗겨진 40대의 날씬한 남자였다. 그런데 딱히 할 일이 없었으므로 그는 청소 일까지 함께 맡아서 하고 있었다.
  기관사는 네 사람이 타고 있었다. 항해 능력에 간단한 정비 능력을 갖춘 고급 인력들이었는데, 그들은 교대로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식사 시간에도 모두가 한 자리에 있는 모습은 볼 수가 없었다. 네 개의 거대한 프로펠러가 비행선을 움직이고 있었지만 한 사람이 하나씩 붙어 있을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사실상 혼자서도 조작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한 구조라고 그들 스스로가 말하는 것을 보면 확실히 기관사가 넷이나 있는 것은 좀 많은 편이었다. 배에 타고 있는 사람이 나를 포함해서 열 명에 불과하다는 사실로 미루어 볼 때 기관사가 넷이나 있다는 것은 좀 우습기까지 했다.
  더구나 그 민간인 기관사 넷에 민간인 요리사 하나에 민간인 여자 한 명, 박물관장까지 일곱 명을 빼면 군인은 달랑 셋 밖에 없는데 그 중에 장군이 둘이나 된다는 것은 좀 이상한 비율이었다. 그것도 해군성 장관 한 명에 육군성 차관 한 사람. 서로 내전까지 불사할 정도로 해군과 육군은 적대감이 깊었으므로 두 사람은 서로 서열을 챙기지도 않았고, 결과적으로 이 배에서 계급 관계의 영향을 받는 사람은 나 하나뿐이었다.
  우리 장관님은 나에게만은 육군 차관에게 깍듯이 경례를 하라고 지시하곤 했다.
  “해군과 육군 사이라도 상관에 대한 예절은 분명해야 하는 법이라네.”
  물론 그 말은 맞은편에 앉아서 버터를 자르고 있던 육군성 차관에게 하는 말이었다. 그는 헛기침을 하더니 술을 한 모금 들고는 불쾌한 심기를 감추려 하지도 않고 자기 방으로 사라져버렸다. 우리 장관님은
  “입에 안 맞나보군. 육군 놈들, 군인도 아니야. 남자 구실이나 제대로 하나 몰라.”
  그 말에 육군성 차관 부인도 외투를 챙겨서 남편을 따라 나갔다. 나이가 지긋한 박물관장은 관심조차 보이지 않고 묵묵히 식사를 계속하고 있었으나 주방장과 나는 불편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대충 식사를 마치고 주방장에게 상투적인 감사 인사를 한 다음 다시 싸늘한 내 방으로 돌아왔다. 뭔가 먹을 것을 더 챙겨 오고 싶었지만 장관님 앞에서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방이 너무 춥기도 하고, 해군 전체가 육군에게 적대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육군성 차관에게 보여주고 싶기도 했기 때문에 나는 그의 방 쪽으로 갔다. 그러나 차마 문을 두드릴 수는 없었는데, 그것은 문 안쪽에서 부부가 굉장히 심하게 다투는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사실 차관 부인에게 이번 항해는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닐 것 같았다. 우선 공간이 너무 좁아 갈만한 데가 별로 없고 즐길만한 것도 전혀 없었다. 사실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긴 했지만, 너무 무겁다는 명목상의 이유로 책 보따리도 반입이 금지된 상황에서 며칠씩이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군인도 아니고 고액의 계약금을 약속받은 요리사나 기관사도 아닌 사람에게 그다지 즐거운 일이 아니었다. 그녀는 다만 인류 최초로 동력 비행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매료되고 말았던 것이다. 이렇게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 본 존재는 일찍이 없었으므로 이 배에 올라 있다는 것은 대단한 영예였다.
  그러나 솔직히 너무나도 지겨웠다. 심지어는 먹는 재미도 없었고, 불을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난방도 되지 않았다. 지상에서 보았던 그녀의 나긋나긋한 몸매도 곰 가죽만큼 두터운 외투에 가려져 전혀 알아볼 수가 없었다. 게다가 화장실이라도 사용하려면 남자들을 피해 문을 꽁꽁 걸어 잠근 상태에서 어마어마한 추위를 감수해야 했다. 이 배의 화장실은 내 방과 꼭 같은 구조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상상을 좀 더 보태자면, 어쩌면 내 방이 처음에는 여자 화장실로 설계된 것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결국 문을 두드리기를 포기하고 다시 내 방 쪽으로 돌아서려는데 마침 박물관장이 식당에서 나와 방으로 들어가려다가 나를 불러서 나는 그의 방으로 따라 들어가 몸을 녹였다. 그의 방은 우리 장관님 방보다도 더 컸는데 그것은 그의 방 안에 자물쇠가 채워진 또 하나의 작은 방이 들어있기 때문이었다. 그 방의 용도는 내가 가진 비밀 취급 등급을 가지고는 알 수가 없었는데, 아무튼 그 수상한 작은 방에서 열기가 뿜어져 나왔기 때문에 나는 박물관장의 방에 들어서자마자 곧 코트를 벗어야 할 지경이었다.
  “도대체 저 방 여자는 왜 따라온 거야? 군인인가?”
  그가 물었다. 나는 아는 대로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게 저기, 우리 장관님하고 육군성 장관 사이에 신경전을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된 거라는데.”
  “아, 그 지휘권 문제 때문에? 땅 위를 날아갈 때는 육군이 지휘권을 갖고 바다를 건널 때는 해군이 지휘하는 거?”
  “예. 그렇습니다. 사실은 이 배에 파견하기로 한 게 원래 함장 급이었는데, 육군 쪽에서 계급으로 누르려고 장군 급을 파견자로 내정해 버리니까 이쪽에서는 또 그보다 높은 계급으로 정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결국 해전을 할 일이 별로 없어 보이는 우리 쪽에서는 장관님이 직접 나선 거고, 저쪽에서는 적이 이미 상륙해 버린 뒤라서 차관이 나왔다고들 합니다.”
  “그래? 해군은 아예 할 일이 없던가?”
  “그렇습니다. 사실. 완전히 봉쇄당해버려서. 그러니까 이렇게 날아갈 생각도 한 게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저 여자는 왜 따라온 거지?”
  “아, 그게 보시다시피 차관이 좀 호리호리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육군성 장관이 우긴 겁니다. 해군과 육군이 평형을 맞추어야 한다고. 에, 그러니까 우리 장관님 체중에 맞추려면 육군 쪽에서 한 명을 더 태워야 한다는 이야기였죠.”
  “그런가. 장군 부인 치고는 젊던데.”
  “차관도 아직 서른다섯밖에 안 됐으니까요. 열 살에 입대해서 장교 임관하고 나서만 17년이나 전장에서만 뼈가 굵었다니까 육군 쪽에서는 아마 대단한 인물이었나 봅니다. 워낙 한창 나이에 그 자리까지 올라갔고, 그러니 부인도 아직.”
  “한창 때지.”
  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머금었다. 사실 수상하기로 말하자면 배 안에서 그가 단연 첫 번째였다. 곧 박물관에 인도될 중요한 전시물의 보존을 위한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역시 더 젊은 사람을 보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하늘을 날아 본다는 것에 대한 동경이 작용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도 늘 꽁꽁 잠겨 있는 그의 방과 그 안에 들어 있는 또 하나의 방은 역시 수상하기가 그지없었다. 그저 전세를 한 번에 호전시킬 수 있는 비밀무기를 넣어 둔 것이겠거니 하고 짐작할 뿐이었다. 따지고 보면 그곳 말고는 이 배 어디에도 그런 놀라운 무기를 실어 둘만한 공간은 없어 보였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 서서히 어둠이 깔리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그 장관을 보면서 마음 한 구석에서부터 퍼져오는 쓸쓸함을 느꼈다. 먼 곳에서 아군과 대치하고 있는 적의 병력이 하나씩 불을 밝히는 모습이 보였다. 싸움은 어느 쪽에 유리하게 돌아갈지 알 수 없었다. 일단 전선에 충분한 병력이 동원되기까지는 3일. 그 안에 바다를 건너 적의 수도까지 날아가 결정적인 공격을 성공시키는 것이 이 배의 임무였다.
  위에서 내려다 본 배치 상황은 아군에게 별로 유리해 보이지 않았다. 좌측면을 적에게 내 주거나 포위를 허용할 가능성이 많았다. 우리 장관님이라면, 육군이 그렇게 자신 있어 하던 전쟁 계획이 겨우 이 정도였냐며 비웃을 만한 상황이었지만, 사실 해군은 전 함대가 항구에 묶여 있을 만큼 열세에 몰려 있었으므로 할 말이 없었다.
  잠시 후에 육군성 차관이 방 문을 두드렸다. 위에서 바라본 전황을 아래에 전할 수 있도록 자신이 작성한 메모를 아래로 떨어뜨려 달라는 것이었다. 배가 아직 아군의 머리 위에 있을 때 해야만 하는 급한 일이었으므로 나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갔다.
  분명 배는 아직은 육지 위에 있었기 때문에 지휘권도 아직 그에게 있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나는 그가 잠깐 배를 정지시킬 것을 명령했을 때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장관님이 들이닥치는 순간에는 또 무슨 싸움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다. 육군 쪽 전황이야 어떻든 이 배의 임무는 최대한 빨리 적의 수도에 공격을 가해서 전체 전쟁의 흐름 자체를 유리하게 이끌어 오는 것이었으므로, 해군 측 수장의 입장에서는 배의 진행을 멈추는 일을 허용하고 싶어 할 리가 없었다. 그런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차관은 현재 위치가 아군 진지 상공이 맞는지를 거듭 확인하고는 나에게 양 군대의 배치 상황이 적힌 보자기로 포탄을 싸서 아래로 투하하라고 명령하는 것이었다.
  “아군 머리 위입니다.”
  하고 내가 확인시켜 주었지만 그의 표정은 여전히 단호했다. 배가 정지한 것을 눈치 채고 우리 장관님이 달려 나와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장관님은 그저 얼굴빛을 붉혔을 뿐 현재 지휘권자의 명령에 토를 달지 않았다. 나는 마지못해 명령대로 포탄을 떨어뜨리고는 망원경으로 아래를 확인했다. 아직 완전히 어둠이 덮이지 않은 저 아래 지상에서 혼란스러운 움직임이 퍼져 나갔다. 누군가가 다친 것 같았다. 아무튼 그 정도 했으면 메모를 발견하지 못할 리는 없을 것 같았다. 나는 그 사실에 안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정할 수가 없었다.
  몇 시간 뒤 바다에 이르자 우리는 간소하지만 엄숙한 지휘권 이양식을 치렀다. 적 함대는 지금도 계속해서 병력을 실어 나르는지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역시 위에서 내려다보기에는 느릿느릿한 움직임이었다. 적함을 향해 포탄 투하 시험을 해 보고 싶었지만, 너무 어둡기도 하고 우리 배가 그쪽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더 알릴 필요도 없어 보였기 때문에 곧 잠을 청했다.
  잠을 자는 내내 나는 불길한 꿈을 꾸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자세히 기억이 나지는 않았지만 내 심장이 뛰는 소리가 너무나도 깊게 울렸던 것만은 또렷이 생각이 낫다. 심장이 뛸 때마다 나는 무엇인가가 철렁철렁 내려앉는 듯한 허탈함에 두려움까지 느꼈다. 비행선의 엔진 탓인지도 모르지만, 내가 듣기에 엔진 소리가 갑자기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았다. 만약 그랬다면 벌써 주위가 소란스러워졌을 것이기도 했다. 배는 그저 조용히 어두운 하늘을 날아가고 있었고, 이따금씩 장군님이 항로를 수정해 주고 있었을 것이다. 밤이 깊어갈수록 추위가 서서히 온 몸을 엄습해 왔다.
  다음날 아침에는 차관이 식당에 나타나지 않았다. 부인이 그가 밤새 뒤척이다가 잠든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말했기 때문에 아무도 그를 부르러 가지 않았다. 얼마 있다가 부인은 심장이 몹시 두근거린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나는 그 말에 동의를 표하고 싶었지만 장관님과 박물관장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는 그만 두었다. 기압이나 고도 때문에 모두가 공통적으로 겪는 현상은 아니라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식사는 평화로웠다. 날이 밝으면서 추위가 좀 가신 데다, 우리 장관님 앞에 앉아서 신경전을 벌여줄 사람이 없어서였다. 장관님이, 나의 연습은 잘 되어 가는지를 물었고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음식은 변함없이 최악이었지만 그래도 중간에 일어설 일은 없었다. 결국은 그 식사가 그 배에서의 가장 편안한 식사였지만, 그때는 그 사실을 알 수가 없었다.
  식사가 끝날 무렵, 주방장이 차관을 부르러 가면서 평화는 깨어졌다. 그는 황급히 달려와서 이렇게 말했다.
  “자살한 것 같습니다. 차관님이.”
  우리는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서 차관의 방으로 갔다. 가운데에 칸막이가 쳐져 있어서 방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문을 열자마자 찬바람이 밀어닥치는 것으로 창문이 열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방 안으로 들어가자 역시 예상했던 대로 창문이 열려 있는 것이 보였고 차관의 모습은 침대에도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장관님은 잠들어 있는 기관사까지 모두를 깨워서 그리 넓지도 않은 선내를 샅샅이 수색하도록 명령했다. 잠시 후 차관이 배 안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부인은 그 자리에 쓰러져 흐느끼기 시작했다. 선내 온도를 모두 떨어뜨릴 수는 없었으므로 일단 문제의 방을 폐쇄하고 휴식 중인 기관사들을 돌려보낸 후 장관은 부인에게 차관이 자살 징후를 보였는지를 물었다.
  “자살이라니요. 그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아시잖아요. 그렇게 사명감이 투철한 사람이 이럴 때 자살이라니 말도 안 돼요.”
  그러자 장관은 싸늘하게 반문하는 것이었다.
  “내 생각도 그렇소만, 그렇다면 타살 아닙니까?”
  나는 그가 그렇게 말하는 의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전날 밤에 두 사람은 그 정도로 심하게 말다툼을 했던 것이다. 서로 죽이겠다는 이야기가 옆방으로 새어 나간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게다가 아침에 차관이 잠들어 있다고 말한 것도 의심의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남편이 잠들어 있었다는 말이 거짓말이었다고 보기에는 도대체 무슨 의도로 한 거짓말인지를 설명할 수가 없을 만큼 배 안은 좁은 공간이었다. 그렇게 잠시 후면 빤히 들킬 거짓말을 해 놓고 태연하게 아침 식사를 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장관이 그녀에게 물었다.
  “아침 식사하러 나오기 전까지는 침대에서 자고 있었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저 요리사가 범인이라는 말입니까? 부군이 자살할 사람도 아니고, 유서도 남기지 않았다면 말이죠. 하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지 않았던가요. 이렇다 할 동기도 없고.”
  그녀는 거의 울먹이며 대답했다.
  “아니, 그렇다고 제가 이 손으로 남편을 밀어 떨어뜨리기라도 했다는 말이에요? 믿을 수 없군요. 그런 생각을 다 하시다니. 어떻게 그런 일을.”
  그러나 장관은 거의 막무가내로 내 방에 그녀를 감금하고, 내가 문 밖에서 지킬 것을 명령했다.
  그러나 이틀 후면 나는 폭탄을 투하해야만 했기 때문에 연습을 게을리 할 틈이 없었고, 자연스럽게 나는 문 안에서 그녀를 감시하게 되었다. 아래쪽에 나 있는 문을 열어서 찬바람이 들이닥치게 하는 것이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나는 거의 한 상자나 되는 포탄을 말없이 투하했다. 바다는 어디를 봐도 비슷한 모양으로 일렁일 뿐, 표적도 없는 바다 위에 내가 맨 처음 표적으로 삼은 곳이 어디인지 포탄이 때린 곳은 어디인지 분간을 할 수가 없었다.
  점심때가 다 되어서 내가 먹을 것을 가지고 나타나자 그녀는 울음을 그치고 한 마디씩 나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이었다. 사실 말이야 맞는 말이었다. 배에 올라탄 후부터 내내 신경전을 벌인 것은 우리 장관님 쪽이 아니었던가. 게다가 지휘권을 이양받기 전, 아군 진지 위에서 배가 멈춰 섰을 때의 살벌함을 또 무엇으로 덮어 둔다는 말인가. 살해 동기가 가장 강한 쪽은 장관 쪽이었다. 게다가 다짜고짜로 그녀를 범인으로 몰아세우는 폼이 영 수상하게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내가 이미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것을 그녀는 다시 한 번 나에게 말해 주고 있었지만 나는 그저 입장만 난처할 뿐 어떻게 해 볼 수가 없었다. 장관을 감금하고 지휘권을 내가 장악해 버리는 것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었을 뿐 아니라, 나까지도 용의 선상에 오를 수 있을 만큼 의심스러운 행동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장관은 그녀의 남편과 단 둘이 있었던 적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그런데 언제 죽였다는 거죠? 밤새 부군과 함께 계셨던 분은 부인이신데요.”
  그러자 그녀가 곧 대답했다.
  “하지만 아까 방에 가셨을 때 보신 것처럼 방을 둘로 나눠 쓰고 있어서, 사실 남편 쪽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저도 몰라요. 진짜 자살인지 아니면 누군가가 남편을 기절시킨 뒤에 창밖으로 던졌는지.”
  나는 그럴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갈수록 입장이 난처해져만 갔다. 나는 또 말없이 포탄을 다섯 개쯤 더 떨어뜨린 다음에 그녀에게 좀 더 결정적인 것을 물었다.
  “그런데 아까 방으로 찾아갔을 때 창문이 열려 있었는데요. 춥지 않으셨어요? 부인께서 방을 나오시기 전에 부군께서 그렇게 되시고 그때부터 창문도 열려 있었다면 부인께서 알아채지 못하셨을 리가 없으셨을 텐데요. 이렇게 추우니 원. 자살이 아니라면 진짜로 요리사가 한 짓이라고 봐야 할 텐데, 손에 받쳐 들고 있던 쟁반이 그대로인 걸 봐서는 그런 짓을 하고 창문까지 일부러 열어 둘 시간이 충분했다고는 보기가 어려울 것 같은데요. 제 말 아시겠습니까? 하필 부인이 거기에 계셨기 때문에 그 방은 밀실 속의 밀실이었단 말입니다.”
  나는 그녀가 있는 쪽을 바라보고 있지는 않았지만 은근히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 역시 대답할 말을 찾을 수가 없는지 아무 말이 없었다. 나는 바다 위로 고래 떼가 떠오르는 것을 보고는 배가 그쪽을 지날 때 오랜만에 나타난 그 표적들을 정교하게 조준해서 포탄을 떨어뜨렸지만, 포탄은 목표물과 전혀 상관없는 곳으로 날아가 아주 조그만 흔적만을 남기고 사라졌다.
  부끄럽게도 내 방은 화장실을 겸할 수도 있었으므로 감금에는 안성맞춤이었다. 두 손목이 뻐근해질 정도로 투하 연습을 한 후에 나는 식당으로 와서 휴식을 취했다. 될 수 있으면 복잡한 생각은 안 하려고 했지만 딱히 할 일이 없다보니 자꾸만 누가 범인일지를 생각하게 되는 것을 어쩔 수가 없었다. 장관도 부인도 모두 의심스러운 구석이 있기는 하지만 범인이라고 보기에는 또 확신할 수 없는 곳들이 있었다.
  부인에게도 말했지만, 배 안은 밀실이었다. 그리고 차관의 방은 그 안에 있는 또 하나의 밀실이었다. 차라리 요리사가 겉보기에만 허술한 전문 암살범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편하기는 했지만 그는 누가 뭐래도 신원이 확실한 사람이었다. 황태자비가 특별히 우리 장관님을 위해서 추천한 사람이었으니 적국의 간첩이라고 볼 수는 없었고, 황태자비의 외척들이 비호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버리면 너무 많이 나가는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전시에, 그만큼 유능한 장군을 누가 제거하려고 마음먹었을까? 기관사들의 신원은 충분히 확인된 것일까? 네 명이나 고용된 것 자체가 사실은 의문이었다. 네 명이 공모자라면 남은 사람 모두를 제거하는 것도 시간문제가 아닌가. 하지만 어느 경우든 그 방 창문이 부인이 방을 나오고 난 후에 열렸다는 점을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마침 휴식 중인 기관사 둘은 부인보다 먼저 식당에 와 있었고, 나머지 둘은 기관실에서 엔진을 정비하느라 손이 기름범벅이었으므로 흔적을 남기지 않고 일을 저지를 수 있었을지도 의심스러웠다. 수상하기로 치면 박물관장이 최고였다. 혹시 그 작은 방 안에 차관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아무튼 범인은 배 안에 있었다. 나는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심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다시 내 방으로 돌아왔다. 심심해진 나머지 다시 포탄을 몇 개 바다에 빠뜨리고 있는데 그녀가 다시 말을 걸어 왔다.
  “사실은,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 한 가지가 있는데 그게 너무 마음에 걸려서요.”
  나는 그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조용히 포탄을 굴리면서 온 신경을 그쪽에 집중시켰다. 그녀가 계속 말을 이었다.
  “박물관장님. 둘째 아드님과 인연이 있었어요. 그 남자, 청혼을 하러 왔었는데 제 부모님들이 거절하셨어요. 어른들끼리 이야기였지만 그때 벌써 남편 집안과는 혼담이 있었거든요. 그 남자, 잘 안 됐어요. 헤어지고 난 뒤에, 잘 안 됐어요.”
  나는 내심 그녀의 이야기가 이 사건을 보다 간단해지게 만드는 단서이기를 바라고 있었으나 오히려 살해 동기를 가진 사람만 하나 더 늘려 놓은 것을 보고는 나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이 사건에는 절대 깊이 개입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저 나에게 의심이 집중되는 일만 없었으면 하고 나는 진심으로 바랐다. 아무것도 못 들었고, 아무 생각도 안 한 것으로 해 두자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그 결심은 저녁 식사가 끝난 뒤 장관이 나를 방으로 부르는 바람에 곧 꺾이고 말았다. 내가 그녀에게서 들은 말들을 술술 쏟아내자 장관은 곰곰 생각에 잠기더니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녀에 대한 감금 조치를 철회하라는 명령은 떨어지지 않았다.
  그날 밤에 나는 내 방 문 밖에 이불을 덮어 쓰고 누워서, 심장이 몹시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내내 잠을 뒤척였다. 차관 부인에게도 심장이 두근거렸는지 묻고 싶었지만 미처 그럴 기회조차도 주어지지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식사 전에 우리는 바다를 거의 다 건너와 있었다. 적 순시선 몇 대가 우리 쪽으로 근접해 오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 밤 새 우리 배를 추적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내가 아는 한 비행선 개발 사실은 적국에는 알려져 있지 않았으므로, 저들의 입장에서는 도대체 이 배가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어서 두려워하고 있을 것도 같았다.
  해변을 넘어 땅 위를 날기 시작했는데도 지휘권 이양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식사 시간이 가까워 오자 장관은 기관실로 사람들을 모두 모아 인원 점검을 했는데, 이때 기관사 한 명이 또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창문이 닫혀 있었다.
  대략 열 시간을 더 날아가야 하는 시점에서 또 한 번 사고가 발생하자 장관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단 차관 부인은 내내 감금된 상태였으므로 용의 선상에서 벗어났고, 대신 한 조로 휴식을 취하고 있었던 기관사가 기관사들의 방에 감금되었다. 그러나 곧 교대 시간이 다가왔으므로 세 명의 기관사는 기관실에서 일부는 감금되고 일부는 휴식을 취하고 일부는 일을 계속해야 했다.
  뒤숭숭한 분위기 때문에 식사는 더 엉망이었다. 장관은 이런 석연치 않은 일부 감금 상태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내내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복도에서 잠들어 있던 나 역시 어쩔 수 없이 의심을 받아야 했겠지만, 사실 방 안에서 혼자 잠든 사람들의 경우도 전혀 다를 바는 없었고, 실종자가 이번에도 역시 두 명이 한 방을 쓰고 있었다는 사실 때문에 특별히 내가 더 의심을 받을 이유는 없었다.
  첫 번째 사건의 범인이 사건을 혼란스럽게 만들기 위해서 기관사를 해치웠을 가능성이 있었지만 임무 수행 중인 배에서 기관사를 해치워서 좋을만한 사람은 사실 별로 없었다. 창문이 닫혀 있었던 것으로 보아, 어제와 동일한 수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누구라도 용의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이었다.
  아무튼 사건은 그렇게 봉합된 채였고, 배는 지도에 그려져 있는 경로를 따라 적의 수도로 날아가고 있었다. 배의 이동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이 없었으므로 아래에서는 열심히 따라만 다닐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가끔 총성이 울리곤 했으나 그런 것으로는 비행선에 아무런 상처도 입힐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아래에서 무슨 일을 하든지 상관없이 목표물을 좀 더 정확하게 조준하는 법을 연습해야만 했다. 연습할 수 있는 탄환을 거의 다 소모했을 때쯤, 나는 배를 정확한 위치에 정지시킨다면 대충 만족스러운 위치에 포탄을 떨어뜨릴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을 하게 되었다. 우리가 싣고 있는 무기가 무엇인지는 아직 듣지 못했지만 대량 파괴가 가능한 결정적인 무기라면 사실 조준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렇기는 해도 적을 무조건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면 전쟁성 건물이나 왕궁 같은 상징적인 건물들을 정확하게 공격해 줄 필요는 있었다. 아마도 내가 탄환을 거의 다 소모했을 때쯤에는 적들도 이 배에서 진짜로 떨어뜨리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점을 감지했을지도 모른다.
  그것을 궁금해 하고 있었던 것은 놀랍게도 적들만이 아니었다. 우리 배의 최고 지휘관 역시 그 궁극의 무기가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점점 적의 수도가 가까워 오자 장관은 박물관장에게 무기를 공개할 것을 요청했는데, 박물관장이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고만 말했으므로 대화는 더 이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점심때가 지나서 장관이 도대체 그 작은 방에는 뭐가 들었는지를 물으며 박물관장의 방에 들이닥치자 일은 다시 복잡하게 돌아갔다.
  무기는 육군 측에서 개발한 것이었고, 박물관의 연구소가 그 일에 협력하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육군성 차관은 그 무기에 관한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말이었으므로 또 하나의 살해 동기가 박물관장에게 씌워질 수도 있는 셈이었다.
  “때가 안 됐다니까.”
  하고 말하는 노인을 다그쳐 세우면서 장관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 때가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느냐고.”
  “걱정할 건 없잖아. 효과는 확실히 보장한다니까.”
  “도대체 뭘 만든 거야? 그냥 성능 좋은 화학무기가 아니야? 당신들 진짜 소문대로 생물무기라도 만든 거야?”
  “생물무기? 생물무기. 좋은 이름인데.”
  장관이 그렇게 흥분하는 것을 보니 그가 차관을 죽인 범인은 아닌 것 같기도 했다. 그는 그 무기를 통제할 책임 있는 군인이 누군가에 의해 제거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늙은이가 열쇠를 쥐고 있는 것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 혼란 속에서도 배는 계획대로 나아가고 있었고, 장관은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방의 문을 강제로 열려 하지는 않았다. 혼란스럽기는 저 아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를 따라오느라 그런 것인지 대피를 준비하느라 그런 것인지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지만 어딘지 일사분란해 보이지는 않았다.
  저녁때가 다가오자 장관은 나를 불러 권총과 실탄을 지급했다.
  “정신 바짝 차리라고. 우리 손으로 큰일을 해야 할지도 몰라. 임무도 임무지만 일단 임무를 완수하더라도 긴장을 풀 때가 아니야. 알겠지? 나는 자네를 믿네.”
  총을 받아 들고 나오면서 나는 내가 혹시 장관의 정교한 살인극을 마무리하는 데 이용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해 보았다. 그것은 그가 하필 나를 믿는다는 말을 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 말은 서로 믿을 수 없다는 말처럼 들리기가 더 좋았다. 아무튼 장관은 박물관장이 범인이라는 심증을 거의 굳혔는지, 감금된 자들을 모두 풀어줘도 좋다는 명령을 나에게 내렸다. 그 미지의 폭탄을 떨어뜨린 뒤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그들의 손발을 묶어 두면 위험하리라는 것이었다. 나는 그 말대로 두 사람을 풀어 주었다. 그러자 차관 부인이 거의 안기듯이 다가와서 이때까지 참고 있던 눈물을 터뜨리며 시끄럽게 떠들어 댔기 때문에 나는 곧 그녀를 풀어준 것을 후회했다.
  이제는 모두가 자신을 의심하고 있었는데도 박물관장은 태연했다. 나이프로 힘겹게 고기를 썰면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아니야. 내가 그랬다는 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아무도 설명할 수 없잖아.”
  그 말을 들으면서 장관은 눈에 힘을 주었지만, 그 폭탄의 정체가 드러나면 뭐든 확실히 이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흥분을 가라앉히는 눈치였다. 박물관장은 그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호탕하게 웃기까지 했다. 수상하기 이를 데 없는 행동이었다. 나는 다시 아무도 없게 된 내 방으로 돌아와 권총을 분해해서 손질하고 실탄을 장전했다. 수상한 것 투성이였지만, 결국 누구를 겨누게 되든지 내 생명을 지켜줄지도 모르는 무기였으므로 나는 총을 소중하게 다루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침내 적의 전쟁성 상공에 이르렀을 때에는 날이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아래쪽에서도 대비를 했는지 불도 다 꺼져 있고 다니는 사람도 없어 보였지만 화약을 장착한 포탄을 두 개만 떨어뜨려 보니 전쟁성 건물의 정확한 위치는 금방 파악이 됐고, 동원 37일째를 맞는 시점에서 적의 지휘부 전체가 전쟁성 건물을 완전히 비웠으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아니 그렇게 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성과임이 분명했다.
  중요한 것은 그 비밀무기의 정체였다. 하지만 정작 박물관장이 나에게 건네 준 무기는 녹색으로 칠해져 있을 뿐 너무나도 평범하기 그지없는 포탄이었다. 나는 좀 실망스러웠지만, 열 두 개들이 포탄 상자를 받아서 옆에 내려다 놓고 장관님의 명령을 기다렸다. 그는 박물관장을 노려보면서 투하 명령을 내렸다. 나는 뚜껑을 열고 포탄 하나를 떨어뜨린 다음 망원경으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모두들 이어질 폭발을 예상했는지 긴장하면서 몸을 움츠렸지만 아래쪽의 상황은 의외로 조용했다.
  “명중했습니다.”
  하고 내가 보고하자 장관은 궁금하다는 듯 나를 쳐다보면서 턱을 매만졌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폭발도 없었고.”
  장관은 망원경을 들고 아래를 내려다보더니 박물관장에게 물었다.
  “뭐지? 제대로 된 거야?”
  장관이 다그쳐 물었는데도 그는 그저,
  “원래 그런 거야. 기다려 봐. 아직 때가 안 됐어. 이봐, 그거 한 두세 개 더 떨어뜨리지.”
  하고 대답하면서 수상한 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장관이 눈짓으로 그렇게 하라고 지시를 했으므로 나는 포탄 세 개를 더 떨어뜨렸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자 장관이 입을 열었다.
  “이제 알겠군. 육군 놈들, 처음부터 신무기 같은 것을 개발하지도 않았어. 해군이 신무기를 개발한다니까 그걸 우습게 만들려고 이러는 거 아니야. 여기까지 날아와 봐야 아무 소용도 없게.”
  하지만 그 말에는 어딘가 빠진 데가 있었다. 진짜로 그랬다면 육군은 황제에게 어떻게 보고를 해서 있지도 않은 신무기에 대한 재가를 얻을 수 있었을까. 해군성 장관인 그 자신마저 그 성능을 몰랐으면서도 이 원정을 승인했던 것은 놀라운 신무기에 대한 황제의 보증 때문이 아니었던가.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장관은 권총을 꺼내어 박물관장의 가슴을 겨누면서 나에게 그를 감금할 것을 명령했다. 그러나 박물관장은 태연하게 비웃음을 흘리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자, 조금만 더 기다려 보라고. 이제 다 됐어. 다들 뭐라도 꽉 잡아. 이제 소용없겠지만.”
  그러자 장관이 총구를 들이밀며 다그쳐 물었다.
  “무슨 소리야? 뭐 하자는 수작이야!”
  “이제 곧 부활할 거란 말이야. 파멸의 신이. 저 냄새를 맡고 깨어난다고.”
  장관이 주먹으로 그를 후려치는 사이 나는 파멸의 신이라는 이름을 기억 속에서 떠올렸다. 신화, 전설, 소문? 육군 소유의 야산에 세워져 있던 제단의 이름, 파멸의 신전. 그렇다면 그 아래에 잠들어 있던 존재가 파멸의 신.
  나는 얼른 총을 꺼내 들었다. 누구를 겨누어야 할지 알 수 없었지만 일단은 꺼내 들어야 했다. 그 이름을 떠올리는 순간 두려움이 엄습해 왔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이 다시 한번 강하게 느껴졌다.
  그때였다. 우리는 이 밀실 안에서 두 명을 살해한 범인이 누구였는지를 드디어 눈으로 확인하게 되었다. 세 번째 살해 현장은 충격적이었다. 요리사가 아까부터 아래를 내려다보기 위해서 창가에 붙어 있었는데, 갑자기 창문 바깥쪽에서 날카로운 발톱이 달린 거대한 팔이 나타나더니 그를 움켜쥐고 창 밖으로 나가 버리는 것이었다. 우리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차관 부인이 소리를 지르며 내 쪽으로 바짝 붙었다.
  “전설처럼 파멸의 신이 부활......”
  박물관장은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했으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바닥이 부서지면서 또 다른 팔 하나가 바닥에서 튀어 나와 그를 바깥으로 던져 버렸다. 나는 심장이 심하게 두근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방을 빠져 나갔다. 모두가 방을 빠져 나오려는데 위쪽에서 무엇인가 균열이 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더니 가스가 새어 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가스탱크가 갈라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자 선체가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는데, 잠시 후에는 창밖에, 인간이 만든 구조물이 달라붙어 있는 거대한 날개가 쫙 펼쳐지더니 거기에 붙어 있는 구조물들을 떨어뜨리기 위해 격렬하게 요동치는 것이 보였다. 그러더니 갑자기 선체가 떨어지는 것을 멈추고 다시 위로 솟구쳐 올랐다. 그 통에 기관실 전체가 프로펠러와 함께 날아가 버렸다. 기관사들도 다 날아가 버린 모양이었다.
  나는 머리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장관님을 보았으나 선체가 너무 심하게 뒤틀리고 있어서 감히 손을 쓰지 못했다. 장관 부인은 나에게 찰싹 안겨서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날아가 버린 구조물들 사이로 용의 갈비뼈가 드러나는가 싶더니 이내 생물체의 조직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이 보였다. 저 앞에서는 이미 모습을 되찾은 파멸의 신의 머리가 불을 뿜어대는 것이 보였다.
  우리는 솟구치는 신의 움직임을 따라 서서히 꼬리 쪽으로 미끄러져 내려가다가 몸통이 끝나고 꼬리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잡을 만한 곳을 발견하고는 필사적으로 그곳에 매달렸다. 용이 두 팔로 가슴을 쥐어뜯으며 인공 구조물들을 모두 털어내 버렸다. 그때 우리는 박물관장의 방 안에 있던 열을 뿜어내는 작은 방의 정체를 보고는 온 몸에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밤새도록 우리의 심장을 요동치게 했던, 파멸의 신의 심장이었다. 박물관장은 용의 심장이 이미 부활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곳을 봉인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한동안 나는 대량살상무기로서 용의 가치를 목격하고 말았다. 파멸의 신은 훌륭한 파괴 무기였다. 이 거대한 생물무기는 적의 공격 범위에서 완전히 벗어난 거리에서부터 급강하하여 순식간에 지상을 유린하는 데 탁월했으며, 발톱이 날카롭기는 하지만 발톱이 아니라 그 발에 짓밟히는 것만으로도 지상의 어지간한 구조물들은 반파 이상의 타격을 입었다. 무엇보다 화염과 물리력을 함께 사용해서, 주요 목표로 보이는 것을 정확하게 타격하므로 굳이 조준에 능한 포병의 인도를 받을 필요가 없었고, 스스로가 그곳을 왜 파괴해야만 하는지 이유를 묻지 않고 그저 한없이 파괴 행위를 거듭할 뿐이었다.
  다만, 나는 이 무기가 언제쯤 파괴 욕구를 충족시키고 돌아갈지, 아니면 돌아갈 곳이 따로 있기나 한지를 알 수 없었고 이 무기가 아군을 공격하려고 했을 때 제압하는 방법을 알 수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무기는 적국의 한 가운데에 살포하는 것 말고는 다른 활용법이 없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해도 이 생명체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얼마나 멀리 날아올 수 있는지는 역시 알 수가 없는 일이 아닌가.  
  육군은 왜 이런 파멸의 신을 부활시키려고 애썼을까? 이렇게나 어마어마한 힘을 가졌으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어차피 부활하게 되어 있었기 때문에 되도록 멀리 보내고 싶어 했던 것일까? 박물관장의 행동을 보면 후자 쪽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그보다는 어떤 종교적 신념 혹은 허무적 세계관에 지나치게 경도해 있었다고 말하는 편이 옳을 것 같았다. 그는 신을 한 번 볼 수 있다면 비참한 죽음도 마다하지 않을 만큼, 너무 쓸데없는 것을 많이 배운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는 확실히 그런 부류가 아니었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나는 용이 도서관처럼 보이는 건물을 걷어차려고 지상에 내려와 있을 때 그 반동으로 바닥으로 튕겨져 나왔는데, 아마도 곧 정신을 잃은 것 같았다. 그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폐허 속에서 다시 눈을 떴을 때에는 이미 아침이 밝은 뒤였다. 하늘은 맑았고 용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으며, 나를 체포할 적군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는데 다만 차관 부인이 건물 폐허에 숨어 쪼그리고 앉아서 나를 지켜보고 있다가 내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울먹이기 시작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에, 나는 정말이지 그녀가 반갑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 작전은 완전히 미친 짓이었다.
mirror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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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unn 06.08.26 21:00 댓글 수정 삭제
    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특히 초중반, 설정이 드러나는 방식과 실감나는 배 안의 긴장관계 묘사가 좋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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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명훈 06.08.26 22:56 댓글 수정 삭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아하하. 역시 재미있다는 말은 기분이 좋군요. 아하하. 다음에는 좀 더 정신을 차리고 끝까지 그런 분위기로 가 봐야겠어요. 집중.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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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ol 06.08.27 16:51 댓글 수정 삭제
    결국은 판타스틱한 밀실 트릭이었나요. 잘 읽었습니다. 저도 예전에 사이버스페이스에서의 밀실 트릭은 생각해본 적이 있었는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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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명훈 06.08.27 20:05 댓글 수정 삭제
    헛, 스포일러를.... 재미있게 읽어 주시니 고맙습니다만... 하하하... 하하..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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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악. 아무리 반전이 대단해도 여기에 흘려버리시면 어떡하나요. 읽기 전에 덧글을 보고 말았단 말입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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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6.08.28 00:41 댓글 수정 삭제
    멋집니다. 마지막까지 긴장이 늦춰지지 않아서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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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ustJun 06.08.28 07:56 댓글 수정 삭제
    이런 ㅡ.ㅡ;;; 머저리짓했습니다;;
    생각을 못했군요 으윽;; 바보짓 해서 죄송합니다;;
  • No Profile
    배명훈 06.08.28 11:17 댓글 수정 삭제
    오, 지워주셨군요. 다행. 고맙습니다. /
    fool님의 사이버스페이스 밀실 트릭은 어떻게 됐나요? 글로 나온 건가요? 궁금. /
    재미있게 읽어 주시니 거듭 감사. 좀 다르게 읽으셨을 분들을 생각하면 뜨끔하지만. 그래도 누군가 읽어 준다는 건 참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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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명훈 07.07.30 22:35 댓글 수정 삭제
    이 글은 집필 당시 작가 본인의 심리상태가 많이 들어가 있는 글입니다. "우리가 타고 있는 배가 멀쩡한 배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그 뻔한 상징을 정작 작가 본인은 눈치를 못 채고 썼다지요. 배경은 1차대전 당시 독일 군부. 유명한 해군성 장관 티르피츠와, 육군 참모총장 슐리펜 등등을 둘러싼 예산 확보 경쟁에서 가져왔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일본군도 사쓰마-조슈 간의 육군-해군 예산경쟁이 있었습니다. 일본이 독일 군대조직을 많이 갖다 쓰기도 했지만, 갖다 쓴 것 이상으로 연관관계가 있어서, 당시 독일 이야기는 어째어째 하다보면 우리 이야기가 되기도 한답니다. 물론 우리는 소외된 상태에서 그 이야기가 진행되는 걸 겪었지만 말이죠.
    지금 돌아보면 이 글은 좀 더 정교하게 다듬어서 다른 식으로 발전시킬 여지가 있는 글인 것 같습니다. 리플에서 지적이 된 것과 같이 전반부의 매력을 다른 식으로 살릴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이걸 쓰던 당시에는, 작가의 심리상태가 워낙 심란해서, 정교한 글쓰기가 됐다기보다는 뭔가를 폭발시키기 위한 글쓰기가 됐던 것 같습니다. 언젠가 더 좋은 글이 되어 다시 찾아올지도 모르는 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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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티 08.03.12 14:39 댓글 수정 삭제
    재미있는 발상,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끝이 좀 허해서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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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명훈 08.03.14 06:05 댓글 수정 삭제
    개작할 계획은 없지만, 이걸 프로토타입으로 해서 나중에 다른 글이 나오겠거니 하고 위안을 삼으시길. 작가에게는 실험이 필요한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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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 콘도르 날개7 2006.11.24
곽재식 백조 깃털10 2006.11.24
곽재식 제비 다리4 2006.11.24
곽재식 올빼미 눈4 2006.11.24
초청 단편 고철장의 고양이 2006.10.28
초청 단편 고양이와 팬터지 2006.10.28
초청 단편 사랑과 개와 고양이 2006.10.28
초청 단편 나는 고양이다봉 2006.10.28
배명훈 혁명이 끝났다고? - 본문 삭제 -17 2006.10.28
karidasa 134340 (본문 삭제)3 2006.09.30
초청 단편 겨울봄여름여름여름1 2006.09.30
초청 단편 수학의 요정3 2006.09.30
초청 단편 10분간의 추리여행 2006.09.30
배명훈 누군가를 만났어 - 본문 삭제 -14 2006.09.30
초청 단편 요한의 여자친구1 2006.08.31
배명훈 밀실은 공습 임무 중11 200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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