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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르르릉, 따르르릉, 따르르릉.
    한동안 전화기만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파이어가 화들짝 놀라며 수화기를 집어들었다.
    “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한국히어로센터입니다. 혹시 파이어 씨 계신가요?”
    “아, 안녕하세요. 제가 파이어입니다.”
    “안녕하세요. 한국히어로센터입니다. 일단 저희 한국히어로센터에 입사 지원을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파이어 씨는 현재 서류 전형에 합격하셨습니다. 그래서 모레 17일 화요일 오전 열 시까지 저희 한국히어로센터 13층 소회의실로 오시면 됩니다. 따로 준비해 오실 서류는 없습니다. 다만 면접관님들께서 파이어 씨의 능력을 보셔야 하기 때문에, 파이어 씨가 능력을 펼치실 때 입는 옷이나 기타 장비들은 갖고 오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저희 한국히어로센터에 입사 지원을 해주셔서 감사드리고요, 그럼 면접 때 뵙기로 하겠습니다. 혹시 질문 하실 거라도 있으십니까?”
    “아, 아니요, 없습니다. 감사드립니다. 그럼 면접 때 뵙기로 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딸깍.
    상대방이 전화를 끊었다.
    파이어는 잠시 멍한 상태로 있다가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일단 서류 전형에 합격은 했네. 그럼 이제 면접관들 앞에서 내 능력을 보여줄 차례인가. 설마 긴장 때문에 능력이 발동되지 않는다거나, 뭐 그런 불상사는 생기지 않겠지.
    한국히어로센터라, 기다려라 한국히어로센터. 내가 간다. 파이어가 나가신다!
   
   
    한국히어로센터는 최근 시행한 인수합병을 통해 마지막 남은 경쟁사마저 사들였다. 그래서 이제는 능력자들이 취직할 수 있는 회사는 한국히어로센터 하나밖에 없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능력자들이 취직할 수 있는 회사는 많았다. 한국히어로센터를 빼고도 서울에만 두 곳이었다. 전국을 합치면 열 곳이 넘었다. 하지만 후발 주자인 한국히어로센터가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경쟁사에 근무하고 있는 능력자들을 스카우트하기 시작했다. 능력자들에게 높은 연봉을 제시하면서 끈질기게 설득하는 바람에, 능력자들도 처음에는 스카우트 제의를 거부하다가 곧 하나둘씩 한국히어로센터로 옮겨갔다.
    그런 뒤 한국히어로센터는 많은 능력자들이 빠져 나간 회사를 헐값에 사들였다.
   
    많은 능력자들이 빠져나간 회사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단 한두 명의 능력자만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는 없었다. 정부가 일감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운영난에 허덕일 수밖에 없었고, 마침 한국히어로센터가 인수하겠다고 하니,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회사를 넘길 수밖에 없었다. 그래야 얼마의 돈이라도 건질 수 있고, 남아 있는 능력자들의 일자리도 보장해 줄 수 있었다.
   
    한국히어로센터는 그런 식으로 몸집을 불려 나갔다.
    처음에는 지방 소도시에 있는 회사의 능력자들을 스카우트하면서, 결국 그 회사까지 사들였다. 그런 다음 점차 타깃을 수도권으로 옮겨, 더 많은 능력자들을 높은 연봉으로 스카우트했다.
    마침내 회사 창립 1년 만에 서울을 뺀 지방 회사를 모두 사들이는 데 성공한 한국히어로센터는 막강한 능력자들을 보유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능력자들을 밑바탕으로 정부로부터 많은 일감을 얻어낼 수 있었다.
   
    이제 한국히어로센터는 서울에 있는 다른 회사들보다 자금력이나 능력자들의 수가 월등히 많았다. 그리고 그 많은 능력자와 자금력을 이용해 정부와의 로비에 더 박차를 가했다. 그러면 그럴수록 한국히어로센터의 몸집은 더욱 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의 다른 회사에 있던 능력자들도 하나둘 한국히어로센터로 옮기기 시작했다. 한국히어로센터가 굳이 스카우트 제의를 하지 않아도, 다른 회사에 있던 능력자들이 스스로 이력서를 들고 한국히어로센터를 방문했다.
   
    한국히어로센터는 그런 능력자들을 모두 채용했다. 물론 현재 받고 있는 연봉보다 훨씬 많은 금액의 연봉도 보장해 주었다.
    그 소문이 퍼지면서 다른 회사의 능력자들도 하나둘 한국히어로센터로 이직을 했고, 결국 한국히어로센터는 창립 2년이 채 안 된 시점에서 전국의 능력자들을 모두 보유한 국내 유일의 회사가 되었다.
    이제 국내에서 능력자들이 입사할 수 있는 회사는 한국히어로센터가 유일하다. 아니면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
    그 한국히어로센터에 몇 일 전 파이어도 입사 지원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서류전형에 합격했다는 통보를 받은 것이었다.
   
   
    파이어는 시간에 맞춰 한국히어로센터가 있는 광화문 옛 미국대사관 앞에 도착했다.
    미국대사관은 3개월 전에 의정부 쪽으로 이전했고, 대신 옛 미국대사관 건물은 한국히어로센터로 변해 있었다.
    파이어는 한국히어로센터 건물 앞에서 경비를 서고 있는 사람에게 신분증을 보여주며 말했다.
   
    “저기, 오늘 열 시까지 면접 보기로 한 파이어라고 합니다.”
    그러자 경비가 무전기에 대고 뭐라고 한두 마디 한 다음, 파이어에게 들어가도 좋다고 말했다.
    “일단 건물 로비에서 다시 안내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파이어는 경비에게 가볍게 목례를 한 다음,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건물 입구를 지나 로비 한쪽에 있는 안내 데스크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파이어 씨. 한국히어로센터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잠깐 신분증 좀 보여주시겠습니까?”
    파이어는 안내 데스크에 있는 여직원에게 신분증을 건넸다.
    “감사합니다. 이쪽으로 오시겠습니까?”
    여직원은 신분증을 파이어에게 돌려주면서, 파이어 곁을 지나 경쾌한 걸음으로 안내 데스크를 벗어났다.
   
    여직원이 도착한 곳은 건물 내에 있는 엘리베이터 앞이었다.
    “파이어 씨, 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13층에서 내리시면 바로 왼쪽 편에 소회의실이 보일 겁니다. 그 소회의실 앞 의자에 앉아 계시면, 곧 면접관님들이 파이어 씨를 부르실 겁니다. 자, 그럼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파이어가 엘리베이터를 타자, 여직원은 파이어를 향해 가볍게 목례한 다음 사라졌다.
    파이어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크게 심호흡을 했다.
    긴장이 많이 되네. 제대로 내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어떨지 잘 모르겠는걸. 긴장하면 안 되는데. 힘내자, 파이어!
    파이어는 여직원이 알려준 대로 13층에서 내려 소회의실 앞 의자에 앉아 있었다. 의자에 앉아 오른손 엄지와 중지를 살짝 비벼 불꽃을 만들어 보기도 했다. 그 순간 건물 천장에 있는 스피커를 통해 기계음이 들려 왔다.
   
    “13층에서 능력 발동이 감지되었습니다. 즉시 능력 발동을 중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건물 내에서는 미리 허가 받은 경우가 아니라면 능력 발동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즉시 능력 발동을 중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어, 난가.
    파이어는 얼른 손가락을 비비던 행동을 멈췄다.
    뭐야, 이런 건 미리 알려줬어야지. 내 책임이 아니라고.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는데 소회의실 문이 열리면서 한 사내가 파이어 앞으로 걸어왔다.
    나이는 50대 중반. 170센티미터도 안 될 것 같은 작은 키에 약간 뚱뚱한 체형. 검은 뿔테 안경을 썼다. 양복은 꽤 비싸 보였다.
    면접관인가. 회사 중역 쯤 되어 보이네. 이 사람도 능력잔가.
   
    “파이어 씨!”
    파이어는 자리에서 일어나 검은 뿔테 안경 사내에게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네, 오늘 면접 보기로 한 파이어입니다. 잠시 소란을 일으켰던 점 사과드립니다.”
    “아닙니다. 아마 또 안내 데스크에 있던 아가씨가 사전에 얘기를 안 해줬겠지요. 가끔 그런 실수를 하고는 합니다. 제가 주의를 주도록 하지요. 그럼 우선 이쪽으로 들어오시겠습니까?”
   
    파이어는 검은 뿔테 안경 사내를 따라 소회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소회의실 중앙에는 열 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타원형 원탁이 있었다. 그리고 원탁 한쪽에 세 명의 면접관이 앉아서 파이어를 쳐다보고 있었다.
    파이어는 소회의실 안으로 들어서면서 면접관들에게 일일이 고개를 숙여가며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자, 파이어 씨, 이쪽으로 앉으시겠어요?”
    검은 뿔테 안경 사내가 파이어에게 의자를 권했다. 면접관들과 마주보는 곳에 있는 의자였다.
    파이어는 다시 한번 검은 뿔테 안경 사내에게 인사를 한 뒤 조심스럽게 의자에 앉았다.
    검은 뿔테 안경 사내도 파이어 맞은편으로 가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면접관은 총 네 명이었다.
    면접관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우선 한국히어로센터에 입사 지원을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파이어 씨 같은 훌륭한 능력자 분을 면접 볼 수 있게 되어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참고로 저희들은 파이어 씨 같은 능력자가 아닙니다. 이 회사 중역일 뿐입니다. 그러니까 실수로라도 저희에게 능력을 사용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럼 저희는 파이어 씨 손에 바로 죽습니다.”
    면접관은 그렇게 말하면서 혼자 키득거렸다. 그러자 나머지 세 명의 면접관들도 따라서 키득거렸다.
   
    웃긴가. 전혀 안 웃긴데. 그래도 웃어야 하나.
    파이어는 얼굴에 웃음을 띄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자, 그럼 일단 파이어 씨의 이력서를 한번 볼까요.”
    그러면서 네 명의 면접관이 동시에 파이어의 이력서 복사본을 보았다. 그중 머리가 백발인 60대 중반으로 보이는 사내가 이력서를 쳐다보며 파이어에게 말을 걸었다.
   
    “82년생이시네요. 작년에 한국능력자보호원에서 불의 능력자 석사 학위를 받으셨고요. 그럼 능력자보호원 졸업 후 그동안 무슨 일을 하면서 지내셨습니까? 저희 회사 데이터에 의하면 이번이 처음 입사 지원이신데요. 그리고 역시 데이터에 의하면 다른 능력자 활동 회사에 입사한 기록도 없고요. 혹시 일반 회사에라도 다니셨습니까? 아니면 졸업 후 줄곧 쉬고 계셨던 건가요?”
    말을 마친 백발 사내가 그제야 파이어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눈매가 날카로웠다. 마치 상대방의 뇌를 헤집을 듯한 눈매였다. 그래서 파이어는 능력자도 아닌 백발 사내의 눈을 피해 고개를 아래로 떨어뜨렸다.
   
    “네, 다른 능력자 활동 회사에 입사한 적은 없습니다. 그리고 일반 회사에 입사한 적도 없고요. 그냥 능력자보호원 졸업한 뒤에 한동안 시골 본가에 내려가 있었습니다. 알고 계시겠지만, 저희 부모님도 마찬가지로 능력자들이십니다. 아버님은 물을 다루시고, 어머님은 동물로 변신하십니다. 하지만 두 분 다 능력자 활동 회사에 입사한 적이 없으십니다. 그냥 시골에서 작은 슈퍼마켓 운영하며 조용히 살고 계십니다. 평생 동안 거의 능력을 발동한 적도 없으십니다. 그래서 저도 잠시 본가에 내려가서 앞으로 어떻게 지낼까 생각했습니다.”
    그때 면접관 중 한 명이 파이어의 말을 가로막았다. 별로 특징은 없었지만, 굳이 찾는다면 코가 남들보다 조금 큰 편이었다.
   
    “그래서 어떤 결론을 내리셨습니까? 한국히어로센터에 입사해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동하면서 살겠다고 결심하신 겁니까? 그런 결심을 내리게 된 계기를 말씀해 주시겠어요?”
    코가 큰 사내가 자신의 코를 만지작거리면서 파이어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냥 한동안 계속 집안에서만 지냈습니다. 밖에는 나가지도 않은 채 집안에서만 지냈습니다. 심지어 가게에 나와 일을 거들지도 않았습니다. 아마 본가에 내려가기 전부터 저는 이미 마음을 굳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러면서도 왠지 모르게 선뜻 결정을 못 내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본가에 내려가 다시 한번 생각을 정리해 볼 작정이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이 넘게 본가에서 지내는데, 어느 날 부모님이 저를 부르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만큼 고민할 정도라면, 너는 충분히 네 능력을 다스릴 수 있을 것이라고요. 절제하지 못하고 함부로 능력을 발동해 스스로를 망치는 일 같은 건 하지 않을 것이라고요. 실은 부모님에게 그런 말 듣기를 바라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부모님에게 그런 말을 듣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능력을 절제하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도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몇 달 더 본가에서 지내며 부모님한테 마음 다스리는 훈련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올라 와 한국히어로센터에 입사 지원을 한 것입니다.”
    파이어의 말에 네 명의 면접관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감동이라도 받은 눈치였다.
   
    “능력자이면서 자신의 능력을 발동시키지 않고 조용히 지내는 분들도 많으시지요. 파이어 씨 부모님도 그런 분들이시군요. 파이어 씨는 아주 훌륭한 부모님 밑에서 성장을 했네요. 아주 좋은 분들을 부모님으로 두셨습니다.”
    네 명의 면접관 중 처음 파이어에게 질문을 했던 눈썹이 짙은 사내가, 말을 마치고 나서 파이어를 쳐다보며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파이어 씨의 손에 바로 죽습니다, 하고 별로 웃기지도 않은 얘기를 하면서 혼지 키득거리던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파이어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러고는 다소 근엄한 표정까지 지으며 일장연설에 들어갔다.
   
    “요즘은 능력자라 하더라도 사회생활이 중요합니다. 파이어 씨 부모님들처럼 조용히 지내시는 분들도 나름대로 훌륭히 사회생활을 하고 계신 겁니다. 사회에 적응을 잘 하고 계신 거죠. 그리고 비록 작은 슈퍼마켓이라 할지라도, 어쨌든 본인들의 가게를 운영하면서 생계도 해결하고 계시고요. 능력자 분들 가운데 파이어 씨 부모님들처럼 그렇게 자신들의 능력을 감춘 채 일반인들과 섞여 별 무리 없이 생활하고 계신 분들도 많습니다. 저희는 그런 분들을 존경합니다. 능력을 억누른다는 게 생각처럼 쉽지는 않을 테니까요. 그만큼 완벽하게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잖아요. 당연히 존경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모든 능력자들이 파이어 씨 부모님들처럼 살고 있는 건 아닙니다. 파이어 씨도 잘 아시겠지만, 능력자 가운데에는 자신의 능력을 절제하지 못한 채 멋대로 분출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능력자 활동 회사에 취직할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파이어 씨 부모님들처럼 존경할 만한 삶을 살고 있는 건 더 더욱 아니고요. 단지 자신의 능력에 도취되어서 파괴를 일삼고 있습니다. 한국능력자보호원에 입학하지도 않은 능력자들이 부지기수입니다. 덕분에 인성 교육 같은 건 받아본 적도 없지요. 오로지 자신의 욕망에만 사로잡혀서 능력을 발산하는 능력자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자신의 능력에 도취되어서 파괴를 일삼는 능력자들이 부지기수죠. 우리는 그들을 파괴자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물론 파이어 씨 입장에서는 같은 능력자로서 기분이 상할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파이어 씨는 우리 같은 일반 사람들보다 능력자들에게 더 친근감을 갖고 있을 테니까요. 이해합니다. 하지만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그런 능력자들이 사회 전체를 망가뜨린다는 겁니다. 사람들을 공포 속으로 몰아가죠. 그런 능력자들이 계속 활개를 친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는 더 이상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것입니다. 모든 게 파괴되고, 사람들은 몇 몇 능력자들의 노예가 될 것입니다. 그야말로 암흑의 시대로 접어드는 것입니다. 하지만 거기에서 끝나는 게 아닙니다. 그들 능력자들은 더 나아가서 자기들끼리 전쟁을 벌일 겁니다. 신조차 중재에 나설 수 없는 엄청난 싸움이 벌어질 겁니다. 그리고 여러 국가에서는 능력자들을 죽이기 위해 대규모 살상 무기까지 동원할 거고요. 한마디로 재앙입니다. 지구의 종말이죠. 그러면 결국 이 지구상에 남아 있는 거라고는 잡초들뿐일 겁니다. 능력자도, 일반인도 살 수 없는 황폐한 땅이 되고 말 겁니다. 아마 파이어 씨 부모님도 살 수 없게 되겠지요. 자신의 능력을 다스리며 조용히 살고 있는 파이어 씨의 부모님까지도 말입니다. 우리는 그러한 재앙을 막아야 합니다. 일반 사람들을 지키고, 파이어 씨 부모님처럼 자신들의 능력을 다스리며 조용히 살고 있는 능력자들을 지키고, 파괴와 약탈을 일삼는 능력자들과 대결하고 있는 정의로운 능력자들을 지켜야 합니다. 그들에게 재앙을 안겨주어서는 안 됩니다. 막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한국히어로센터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재앙을 막기 위해서요. 파괴자들을 무찌르기 위해서요. 하지만 이곳 한국히어로센터는 아무 능력자나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재앙을 막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다스리면서, 동시에 필요할 때 능력을 발동하는 그런 능력자들을 원합니다. 뛰어난 인성을 갖춘 능력자들을 원합니다. 과거에 전과가 있어도 안 되고, 파괴 행위의 전력이 있어도 안 됩니다. 지나치게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려는 능력자도 안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히어로센터는 여느 대기업 못지않게 입사 경쟁이 치열합니다. 모든 능력자들을 다 받아줄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일단 이곳에 입사하게 되면, 그 순간 능력자들은 사회의 존경을 받게 됩니다. 정부로부터도 공식 능력 활동서를 지급 받게 되고요. 그래서 비록 능력을 발동해 건물 같은 걸 파괴하더라도 죄의 대가를 치르지 않습니다. 물론 필요에 의해서 발동하는 능력에 한해서이긴 합니다만, 어쨌든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동시킬 수가 있게 됩니다. 그러고도 사회로부터 존경을 받게 되지요. 물론 많은 보수도 따르고요. 능력자로서 그 이상 좋은 건 없을 겁니다. 사람들로부터 파괴자가 아닌 능력자로 인정을 받을 수 있을 테니까요.”
    눈썹 짙은 사내는 잠시 뜸을 들인 뒤 말을 이었다.
   
    “한국히어로센터 소속 능력자들은 하나같이 뛰어납니다. 그리고 모두들 만족한 삶을 살고 있지요. 한국히어로센터 소속 능력자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능력을 발동해 파괴자들을 처치합니다. 자신의 능력을 악용하는 파괴자가 등장하면, 우리 한국히어로센터 소속 능력자 중 한 명이 출동합니다. 그래서 그 파괴자와 대결을 펼치지요. 물론 대부분 승리합니다. 파괴자를 정부에 넘기거나 아니면 상황에 따라 죽이기도 하지요. 그 대가로 우리는 정부로부터 상당한 금액의 보수를 받습니다. 그 보수로 한국히어로센터가 운영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한국히어로센터의 주인은 능력자 분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파괴자를 물리친 능력자에게는 특별 수당이 지급됩니다. 연봉 외에 따로 지급되는 돈이지요. 그 수당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연봉을 비롯해서 수당까지 합하면, 대기업 임원과도 비교되지 않을 만큼 큰 금액입니다. 능력자 분들이 한국히어로센터의 주인이니까, 그만 한 보상은 당연합니다. 덕분에 한국히어로센터에 소속된 능력자 분들도 자부심이 상당히 크고요. 자, 그럼 일단 제 말은 여기까지 하는 걸로 하고요, 나머지 얘기는 만일 파이어 씨가 한국히어로센터에 입사하게 되면 차차 듣게 될 것입니다. 그럼 이제 파이어 씨의 능력을 한번 볼까요. 자, 파이어 씨, 이 자리에서 저희에게 능력을 한번 보여주시겠습니까?”
   
    싫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 일단 면접을 보러 왔으니까.
    그건 그렇고, 어째 듣다 보니까 능력자들보다는 한국히어로센터 자랑만 늘어놓은 것 같네. 왜 다른 능력자 활동 회사들을 몽땅 인수합병해서, 한국히어로센터가 능력자들을 독점하고 있다는 얘기는 쏙 빠뜨리는 거지. 역시 회사 관계자들 말은 믿을 게 못 돼. 그냥 흘려듣는 게 상책이지.
   
    파이어는 의자에서 일어나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런 뒤 속에 입고 있는 능력자 전용 맞춤복만 남기고 바지와 티셔츠를 모두 벗었다. 양말과 신발도 벗었다. 대신 미리 준비해 온 신발을 가방에서 꺼내 신었다. 신발 역시 파이어가 입고 있는 능력자 전용 맞춤복과 같은 재질로 만든 것이었다.
   
    서울 시내에는 두 곳의 능력자 전용 옷가게가 있다. 모든 능력자들은 능력자 전용 옷가게에서 옷을 구입해 입는다.
    능력자 전용 옷가게는 일반 사람들의 옷은 제작하지 않는다. 오직 능력자들의 옷만 제작한다. 능력자들이 각자의 능력을 발동했을 때, 그 능력에 견딜 수 있는 옷만을 제작하는 곳이다.
   
    능력자들이 탄생한 이후부터 그런 옷가게들도 하나둘씩 생겨났다. 그 가게들은 저마다 자신들만의 특수 비법을 개발해, 능력자들이 능력을 발동했을 때에도 전혀 훼손되지 않는 옷을 제작해왔다. 그리고 그 기술은 대대로 자손들에게만 비밀리에 전해졌다. 그래서 능력자들의 옷을 만드는 기술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당연히 능력자들의 옷을 만드는 가게도 많지 않았다. 전국적으로 따져도 열 곳이 채 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중 두 곳이 서울에 있었다.
    파이어가 입고 있는 붉은색 옷 역시 서울에 있는 두 곳의 능력자 전용 옷가게 중 한 곳에서 맞춤 제작한 옷이었다.
    파이어가 입고 있는 옷은 붉은색이었고, 몸에 착 달라붙는 옷이었다. 그리고 얼굴 전체를 감쌀 수 있는 모자도 달려 있었다.
   
    파이어는 신발을 신은 후 옷에 달려 있는 모자까지 머리에 뒤집어썼다. 그 모습은 마치 15년 전에 한창 유행하던 만화 속 캐릭터인 스파이더맨과 비슷했다. 다만 스파이더맨과 다른 점이 있다면, 파이어는 손까지 옷으로 감싸지는 않았다. 붉은색 신발까지 신었기 때문에 온몸을 붉은색 옷으로 감싼 상태였지만, 양쪽 손은 옷으로 감싸지 않고 그대로 놔두었다.
    파이어는 그런 차림으로 잠시 네 명의 면접관을 차례로 쳐다보았다. 이제 곧 능력을 발동하겠다는 뜻이었다.
   
    “호오, 파이어 씨는 붉은색 옷인가요. 그 옷도 능력자 전용 옷가게에서 맞춤 제작한 옷이겠죠! 멋있습니다. 자, 그럼 기대해 볼까요.”
    검은 뿔테 안경 사내가 잔뜩 기대에 찬 눈으로 주먹을 꽉 쥔 채 파이어에게 말했다.
    “네, 그럼 이제 제 능력을 잠시 발동시키겠습니다. 이미 알고 계신 대로 제 능력은 불입니다.”
    그러면서 파이어는 오른손 엄지와 중지를 몇 번 문질렀다. 그러자 엄지와 중지 사이에서 작은 불꽃이 일어났다. 그 불꽃을 보자마자 파이어는 얼른 동작을 멈추고 불꽃을 없앴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능력을 발동시켜도 괜찮은 겁니까? 아까 복도 의자에서 잠깐 능력을 발동시켰더니, 스피커에서 당장 능력 발동을 중지하라는 소리가 들렸거든요.”
    “아, 괜찮습니다. 능력을 발동시키셔도 됩니다. 소회의실 안에서 능력자가 잠시 능력을 발동시킬 거라고 미리 보안실에 통보를 해놓았습니다. 물론 소회의실 앞 복도에서의 능력 발동은 저희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보안실에 통보를 하지 못했던 겁니다. 이곳에서는 능력을 발동시키려면 미리 보안실에 통보를 해야 하거든요. 통보 없이 회사 내에서 능력을 발동시키게 되면, 1차적으로 경고를 합니다. 그러고도 능력자가 발동을 중지하지 않을 때에는 곧장 다른 능력자가 출동합니다. 안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조치입니다. 그래서 조금 전에 스피커로 파이어 씨에게 1차 경고를 전달했던 겁니다.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어쨌든 이곳 소회의실 안에서의 능력 발동은 허가 받은 상태입니다. 그러니 염려마시고 파이어 씨의 능력을 보여주십시오.”    
    검은 뿔테 안경 사내의 말에 파이어는 다시 오른손 엄지와 중지를 이용해 불꽃을 만들어냈다. 오른손 엄지와 중지를 문지르자, 그 사이로 불꽃이 일어났다.
   
    “저는 불을 다루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피부를 마찰시켜 불꽃을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불을 키워서 온몸을 불덩어리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물론 불의 온도도 조절 가능합니다. 최고 삼천 도까지 온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철광석이나 고철도 순식간에 녹일 수 있는 온도입니다. 제 능력은 불로 모든 걸 녹이고 태워버리는 것입니다.”
   
    설명을 끝낸 파이어는 오른손 엄지와 중지 사이에서 타오르고 있는 불꽃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은 뒤, 양 손으로 불꽃을 조심스럽게 감싸쥐었다. 그런 상태에서 마치 불꽃을 쓰다듬듯 양 손으로 불꽃을 문질렀다. 그러자 파이어의 손안에 있던 불꽃이 점점 파이어의 몸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파이어의 양쪽 팔을 뒤덮더니, 이어서 가슴과 다리, 얼굴로 번진 불꽃은 삽시간에 파이어의 몸 전체로 번져갔다. 한순간에 파이어의 몸이 불덩어리로 변해버렸다.
   
    “면접관님들이 앞에 계시기 때문에 온도를 그렇게 많이 올리지는 않겠습니다. 온도를 올리면 면접관님들께서 자칫 화상을 입을 수도 있거든요. 그리고 온도를 최대치로 올리면 면접관님들께서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고요. 직접 불에 닿지 않아도, 제가 온도를 최대치로 올리면 사방 3미터 이내는 재로 변합니다. 이게 제 능력입니다.”
    말을 마치고 나서도 파이어는 한동안 불덩어리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면접관들이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관찰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아무리 파이어가 온도를 많이 올리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불덩어리 상태인 파이어 곁에서 오랫동안 있기란 쉽지 않았다. 결국 참다못한 검은 뿔테 안경 사내가 파이어에게 능력 발동을 중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역시 굉장한 능력을 보유하고 계시군요. 삼천 도의 불덩어리라, 생각만 해도 몸이 타버릴 것만 같습니다. 이제 그만 능력 발동을 멈춰주시기 바랍니다.”
    검은 뿔테 안경 사내의 말에 파이어는 즉시 능력 발동을 멈췄다.
    파이어가 양쪽 팔을 쭉 펴자, 온몸을 휘감고 있던 불덩어리가 파이어의 양쪽 팔을 따라 손바닥으로 모이더니 곧 사그라졌다.
    그 모습을 눈썹 짙은 사내가 신기한 듯 쳐다보았다.
   
    “오, 순식간에 불덩어리가 사라지는군요. 게다가 그 뜨거운 불덩어리에 휩싸여 있었으면서도, 역시 파이어 씨의 능력자 전용 맞춤복은 전혀 손상을 입지 않았네요. 어느 곳 하나 불에 탄 흔적이 없습니다. 역시 능력자 분들의 능력 발동은 볼 때 마다 신기합니다. 아, 그런데 파이어 씨의 그 손, 양쪽 손이 다 시커멓게 변했습니다. 혹시 화상이라도 입으신 건가요? 능력자가 자신의 능력으로 피해를 입는다는 얘기는 못 들었는데 말입니다. 혹시 파이어 씨는 예외이신가요? 그 손은 어떻게 된 거죠? 만약 화상을 입은 거라면, 치료도 가능하십니까?”
    눈썹 짙은 사내의 말대로 파이어의 양쪽 손은 검게 변해 있었다. 군데군데 물집도 보였다. 누가 보더라도 화상의 흔적이라고 짐작할 수 있을 만한 상처였다.
   
    “아, 이 손 말인가요. 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습니다. 능력자 전용 맞춤복으로 손까지 뒤덮으면 좋을 텐데, 그럼 마찰을 이용해 불꽃을 일으킬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능력자 전용 맞춤복도 손목까지 오도록 제작 의뢰를 했던 겁니다. 손까지 뒤덮으면 곤란하니까요. 그리고 능력자 전용 맞춤복을 입지 않고 능력을 발동시키면, 제 몸도 손처럼 이렇게 까맣게 타게 됩니다. 실제로 그렇게 해본 적도 있습니다. 전신 화상을 입은 사람처럼 보이지요. 하지만 통증 같은 건 없습니다. 그냥 겉모습만 이럴 뿐입니다. 아무런 통증을 못 느낍니다.”
   
    “그럼 한 번 능력을 발동 시킨 뒤에는 파이어 씨가 직접 치료 행위도 하시나 보죠? 파이어 씨만의 치료법이 있습니까? 예를 들어서 상처가 빠르게 아문다든지 하는 치료법 말입니다. 그리고 한 번 그렇게 상처를 입으면 회복하는 데 얼마 정도의 시간이 걸리죠? 회복 시기가 너무 길면 좀 곤란할 것 같기도 합니다만.”
   
    백발 사내가 여전히 검게 타버린 파이어의 양쪽 손을 쳐다보며 다소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말을 끝마치자마자 백발 사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회복 시기가 길면 한국히어로센터 입사가 곤란할지도 모르겠다며 근심스러워하던 표정이 금세 놀라움으로 바뀌어버렸다. 어느 틈에 파이어의 손이 원래대로 회복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따로 치료 같은 건 하지 않습니다. 보시다시피 저절로 회복이 되거든요. 능력 발동을 멈추게 되면 불의 열기가 아직 피부에 남아 있어서 마치 화상 입은 환자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세포 재생 능력이 있기 때문에 금세 원래의 피부로 되돌아옵니다. 제 몸은 어떠한 경우에라도 치명적인 화상은 입지 않습니다. 불의 능력자가 치명적 화상을 입는다면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이건 그냥 불에 그을린 정도입니다. 화상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발동을 멈추는 순간 곧 까맣게 탄 피부는 원상태로 돌아옵니다.”    
    파이어의 말에 면접관들 모두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틀 후 파이어는 한국히어로센터로부터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다. 그리고 다음 날 파이어는 정식으로 한국히어로센터 소속 능력자로 첫 출근을 했다.
    우선 파이어가 찾아간 곳은 한국히어로센터 건물 8층에 있는 활동 2과 부장실이었다. 파이어는 활동 2과에 배정 받은 상태였다.
    파이어는 부장실 문을 노크했다.
   
    “들어오세요.”
    부장실 안에서 남자의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파이어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정면에 책상이 하나 있고, 책상 앞에 소파와 탁자가 놓여 있었다. 소파에는 덩치 큰 사내가 앉아 있었다.
   
    양복 상의까지 걸쳤음에도 근육질 몸매라는 걸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다부진 체격의 사내였다. 나이는 40대 초반 정도로 보였다.
    파이어는 사내에게 인사를 하며 이름을 밝혔다.
    “파이어라고 합니다. 오늘부터 한국히어로센터에 입사해 정식 능력자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부서는 활동 2과입니다.”
   
    “아, 알고 있습니다. 면접 때 온몸을 불덩이로 만들어서 면접관들에게 아주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면서요. 그렇지 않아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국히어로센터에 입사하신 걸 축하드립니다. 대환영입니다. 부장님도 축하 한 마디 하셔야지요? 오랜만에 신입사원이 들어왔는데 가만히 계셔서야 되겠습니까?”
    그러면서 다부진 체격의 사내가 책상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라, 이 자가 부장이 아니었나. 그럼 누가.
    파이어는 그제야 책상 쪽 의자에 앉아 있던 사내를 발견했다.
    하지만 사내라고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체격이나 외모가 초등학교 2학년 학생 정도로밖에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너무 작아서 미처 파이어의 눈에 띄지 않았던 사람이 의자에서 일어나 소파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이 파이어 앞으로 오더니 손을 내밀었다. 물론 손도 작았다. 체격, 얼굴 생김새, 손 모두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이라고 하면 딱 맞았다.
    “아, 파이어 씨, 반갑습니다. 이곳 활동 2과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한국히어로센터 관리부장님이시고요. 자, 그럼 우선 그쪽 소파에 잠시 앉으실까요?”
    체격이나 얼굴 생김새로는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이었지만, 목소리만큼은 굵었다. 목소리만 듣는다면 40대 후반의 사내라고 짐작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체구에 비해 목소리가 지나치게 굵은 초등학교 2학년 학생. 바로 파이어가 조금 전에 활동 2과 부장실을 노크했을 때 들렸던 목소리의 주인공이었다.
   
    “아, 네, 안녕하십니까. 새로 입사한 파이어라고 합니다.”
    어쨌든 파이어는 초등학교 2학년 학생에게 인사를 했다. 그러면서도 뭔가 어리둥절한 기분은 사라지지 않았다.
    파이어는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이 권한 소파에 앉았다.
    파이어가 소파에 앉자 관리부장이라는 사람이 입을 열었다.
   
    “파이어 씨, 어째 좀 당황해하시는 것 같습니다, 하하. 활동 2과를 책임지고 있는 부장이라는 사람이 어린아이라니, 뭐 그런 생각을 하고 계시겠네요. 활동 2과는 아동반인가. 한국히어로센터는 나를 아동 취급하고 있는 건가, 뭐 그런 생각을 하고 계시겠네요, 하하.”
    “아, 아닙니다.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조금 어리둥절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하, 뭐 괜찮습니다. 2과 부장님을 처음 보는 사람은 다들 그런 생각을 하니까요. 저도 처음에 2과 부장님이 한국히어로센터에 입사했을 때 깜짝 놀랐거든요. 아니, 왜 저런 어린아이를 한국히어로센터에, 뭐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하하.”
    관리부장이라는 사람은 말끝마다 호탕한 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은 듣는 사람의 기분도 들뜨게 만들었다.
   
    “하지만 역시 사람은 겉모습만으로 판단할 게 못 되더군요. 특히나 능력자라면 더 더욱 그렇고요. 2과 부장님이 겉모습은 저렇게 초등학생 같아 보여도, 일단 능력을 발동시키면 2미터가 넘는 거구로 변합니다. 지금의 모습과는 완전히 딴판이죠. 강철 같은 근육이 온몸을 뒤덮습니다. 2미터 거구에 강철 같은 근육, 거기에서 나오는 파괴력은 실로 엄청납니다. 이 세상에서 2과 부장님의 주먹을 맞고도 멀쩡한 능력자는 아마 없을 겁니다. 그만큼 엄청난 파괴력을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아주 무섭지요.”
    관리부장의 말에 2과 부장이 다시 한번 파이어에게 인사를 건넸다.
   
    “자, 자, 관리부장의 말은 그냥 흘려들으시면 됩니다. 다시 한번 한국히어로센터 입사를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활동 2과 소속이 되신 것 또한 축하드리고요. 헐크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제야 파이어는 2과 부장 앞에서 긴장감을 갖게 되었다. 비록 여전히 겉모습은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이었지만, 파이어의 눈에는 더 이상 2과 부장이 초등학교 2학년 학생처럼 보이지 않았다. 온몸이 강철 같은 근육으로 뒤덮인 2미터 거구의 능력자로 보였다.
   
    “아, 본의 아니게 결례를 범했습니다. 앞으로 부장님 밑에서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도 그렇지, 옷까지 저렇게 초등학생처럼 입을 필요는 없잖아. 그런데, 나이가 들어도 저 사람은 외모가 변하지 않는 건가. 불행일까, 행복일까. 어쨌든 나이는 분명 40대일 텐데.
    “음, 그건 그렇고, 이쯤에서 저도 이제 제 할 일을 해야겠죠! 일단 파이어 씨가 이번에 한국히어로센터에 새로 입사를 하셨으니까, 근무하시기 전에 우선 계약서에 서명을 해주셔야 합니다.”
    그러면서 관리부장이라는 사람이 탁자 위에 있던 서류를 파이어 앞으로 내밀었다. 연봉근로 계약서였다.    
   
    “일단은 제가 대충 설명을 해드리겠습니다. 파이어 씨는 오늘 부로 한국히어로센터에 정식 입사를 하셨습니다. 부서는 활동 2과고요, 3개월 동안은 수습입니다. 수습 기간 동안은 연봉의 80퍼센트만 지급이 됩니다. 하지만 수당은 수습 기간 상관없이 그대로 지급이 됩니다. 그러니까 파괴자를 처치했을 때에는 다른 정식 사원과 똑같은 금액의 수당을 받게 됩니다. 물론 나중에 직급이 올라가면 당연히 연봉과 더불어 수당도 올라갑니다. 그건 나중에 따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어쨌든 파이어 씨는 3개월간 수습 기간을 거칩니다. 그리고 파이어 씨의 연봉에는 시간 외 근무 수당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만일 밤늦게까지 파괴자와 대결을 벌이더라도 따로 시간 외 근무 수당은 지급이 안 됩니다. 이미 연봉에 포함되어 있으니까요. 그리고 자정 넘어서 대결이 끝났다면, 그 날은 정오에 출근하시면 됩니다. 다만 당직을 서게 되는 경우, 당직 수당은 지급이 됩니다. 그리고 주 2일 휴무에, 유급 휴가도 있습니다. 또한 만일 퇴직 시에는 최소 1개월 전에 사직서를 제출하셔서, 퇴직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각종 사회보험에 가입이 되고, 본인 분담금은 임금에서 공제합니다. 출근 시간은 오전 아홉 시고요. 뭐, 대충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한번 읽어보시고 서명하신 다음, 오전 중으로 2과 부장님한테 제출하시면 됩니다. 궁금하신 점도 나중에 2과 부장님께 여쭤보시고요. 자, 그럼 저는 이제 볼일이 끝났으니까 제 방으로 가보겠습니다. 참, 파이어 씨, 제 방은 5층에 있습니다. 관리부로 들어오셔서, 관리부 직원한테 제 방 안내를 받으시면 됩니다. 언제든 환영이니까, 제게 볼일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찾아주세요. 그럼 나중에 또 뵙지요. 부장님,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관리부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파이어와 2과 부장 헐크에게 인사를 한 뒤 방을 나갔다.
    “그럼 우리도 옆 2과실로 갈까요. 다른 직원들한테 파이어 씨 소개를 해야 하니까요. 그리고 파이어 씨 자리도 알려드리고요.”
   
   
    활동 2과에는 부장인 헐크를 포함해서 모두 여섯 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파이어가 새로 입사했으니 일곱 명으로 늘어났다.
    부장인 헐크의 소개로 2과 직원들과 인사를 나눈 뒤, 파이어는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출입문과 가까운 곳이라 별로 아늑한 자리는 아니었다.
   
    “우선 며칠 동안은 특별히 활동에 투입되지 않을 겁니다. 그때까지는 우리 2과에서 활동한 자료들을 보면서, 간접적으로나마 파괴자와의 전투를 경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동안 우리 2과에서 벌인 활동은 다른 과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우수합니다. 출동 수도 가장 많고, 2과 직원들의 전투력도 다른 과를 압도합니다. 그래서 우리 2과는 다른 과의 모범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히어로센터도 우리 2과를 각별히 대우하고 있고요. 그 말은 즉 한국히어로센터도 파이어 씨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2과에 배치되었다는 건 그런 뜻입니다. 그러니까 우선 2과 활동 자료들을 세심히 관찰해서, 파이어 씨도 우리 2과에 완벽히 어울리는 능력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십시오. 그래서 파이어 씨의 합류로 우리 2과의 전투력이 더욱 막강해질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음, 제가 너무 딱딱한 얘기만 늘어놓았나 봅니다. 파이어 씨, 그럼 특별한 지시가 떨어지기 전까지 활동 자료들을 검토하시면서, 최고의 능력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각오를 다지시기 바랍니다. 물론 그 전에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 제 방을 노크해 주시고요. 그럼 수고해 주십시오.”   
   
    활동 2과 부장 헐크는 여전히 딱딱한 말을 끝으로 2과실을 나갔다.
    체구는 초등학교 2학년이면서, 게다가 얼굴도 초등학교 2학년 학생 얼굴 그대로이면서 말투만큼은 엄한 직장 상사였다.
    헷갈려. 얼굴하고 말투하고 전혀 어울리지가 않아. 성장이 멈췄다면 목소리도 초등학생다워야 하는 거 아닌가. 왜 목소리만 40대냐고. 어울리지가 않아. 그래서 헷갈려.
    파이어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책상 위에 있는 헬멧을 썼다. 그리고 헬멧 위에 있는 투명 안면 보호창도 내렸다.
    그 상태에서 파이어는 컴퓨터 모니터를 클릭해, 컴퓨터에 저장된 2과 활동 자료를 불러냈다. 그리고 파일을 실행시켰다.
   
    파일을 실행시키자 헬멧의 투명 안면 보호창에 2과 활동 기록 영상이 나타났다.
    헬멧의 투명 안면 보호창에 나타난 영상은 사람의 시력을 보호하기 위해, 마치 3미터 떨어진 곳에서 모니터를 보고 있는 듯한 효과를 주었다. 그리고 영상은 입체감이 살아 있어서, 현장에서 직접 관찰하고 있는 듯한 기분까지 느낄 수 있었다.
    파이어는 근무 시간 동안 줄곧 2과 활동 기록물들을 살펴보았다. 거기에는 그동안 2과 소속 능력자들이 파괴자와 벌인 전투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한국히어로센터 소속 능력자가 파괴자와 결투를 벌일 때 취해야 할 행동지침 사항도 함께 소개되어 있었다.
   
    자신의 신분을 밝힌다.
    파괴 행위를 중지해줄 것을 요청한다.
    한국히어로센터 임시 구치소 연행에 응해줄 것을 요청한다.
    한국히어로센터 소속 변호사의 도움으로, 이번 파괴 행위의 처분을 최대한 가볍게 해줄 것이라고 약속한다.
    불응 시 다시 한번 파괴 행위를 중지해줄 것을 요청한다.
    불응 시 결투에 대비한다.
    대비만 할 뿐 먼저 공격하지는 않는다.
    결투 시 공격을 최소화해서 파괴자를 한국히어로센터로 압송한다.
    위의 모든 사항 준수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한국히어로센터 소속 능력자는 능력을 최고치로 끌어올린다.
    파괴자를 처치한 후 소속 부장에게 결과 보고를 한다.
    능력자는 한국히어로센터로 복귀한다.
    만일 파괴자의 능력이 월등하여 목숨이 위험할 경우, 즉시 결투를 중지하고 복귀한다.
   
   
    파이어는 일주일 동안 한국히어로센터에서 2과 활동 자료들을 검토하며 지냈다. 그 사이에 다섯 번의 출동이 있었지만, 모두 2과가 아닌 다른 과에서 출동했다. 그래서 2과는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각자의 업무를 보고 있었다.
    다들 머리에 헬멧을 쓴 채 무언가를 보고 있었지만, 파이어는 그들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활동 2과 소속 능력자들도 파이어에게 자신이 보고 있는 게 무엇인지 알려주지 않았다. 아마 능력자들 스스로가 모은 파괴자 정보가 아닌가 짐작만 할 뿐이었다.
   
    한국히어로센터 소속 능력자들도 여느 회사 직원과 다름없었다. 서로가 선의의 경쟁자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윗사람들에게 자신의 가치를 높여, 남들보다 빨리 승진하기를 꿈꾸었다. 그러자면 출동 횟수를 늘려야 했다. 게다가 출동해서 파괴자를 무찌르면 수당도 지급된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파괴자와의 결투에서 승리해야만 한다. 단 한 번이라도 실패했다가는 회사의 신임을 잃기 쉽다. 재출동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출동 기회는 다른 동료에게 넘어간다. 경쟁에서 밀리는 것이다.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한국히어로센터 소속 능력자들은 저마다 파괴자들의 정보를 모은다. 파괴자들의 공격 패턴과 약점, 그리고 자신이 취해야 할 대응을 가상 시뮬레이션으로 만들어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활동 2과 소속 능력자들이 보고 있는 것도 자신들이 만든 가상 시뮬레이션이었다. 각자 수집한 파괴자들의 정보를 토대로 가상 시뮬레이션을 만들어, 언제 있을지 모를 출동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자신이 검토한 파괴자가 출현했다고 해서 반드시 한국히어로센터가 자신에게 출동을 명령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히어로센터는 파괴자가 출현했을 때 각 과의 부장들을 모아 가장 승산이 있어 보이는 능력자를 결정해서 출동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검토한 파괴자가 출현했다고 해도, 반드시 자신이 출동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건 어디까지나 상부의 결정 사항일 뿐이었다.
   
    그래도 한국히어로센터 소속 능력자들은 꾸준히 파괴자들의 정보를 모아서 가상 시뮬레이션 체험을 한다. 어쨌든 파괴자들의 정보를 많이 알고 있으면, 그만큼 도움이 되는 게 사실이다. 게다가 가상 시뮬레이션 체험을 통해 어느 정도 실전 감각도 꾸준히 익힐 수 있다.
    그래서 한국히어로센터도 능력자들에게 파괴자들과의 가상 시뮬레이션 체험을 권장하고 있다. 자신들이 직접 파괴자들의 정보를 모으고, 그 정보를 토대로 가상 시뮬레이션을 만들에 체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게 곧 회사 입장에서도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어쨌든 능력자가 파괴자를 처치하면 정부로부터 돈이 지급된다. 한국히어로센터는 그렇게 지급되는 돈으로 운영해 나가는 곳이다.
    더불어서 한국히어로센터는 능력자들에게 자신이 모은 정보를 서로 공유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 공식적으로는 자칫 자신이 모은 정보가 엉터리일 경우, 실전에 투입된 동료 능력자가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공식적인 이유일 뿐, 속셈은 능력자들끼리 경쟁을 부추기기 위해서였다.
   
    경쟁을 통해 강한 능력자는 살아남고 약한 능력자는 해고시킨다. 해고당하지 않으려면 그만큼 더 많은 파괴자들의 정보를 모아 실전에 대비해야 한다.
    그게 한국히어로센터의 속셈이었다. 어쨌든 능력자가 출동해서 파괴자를 무찔러야 회사에 이익이 발생한다. 그러자면 회사 입장에서도 능력자들이 더욱 강해질 필요가 있었다. 그걸 회사는 능력자들끼리의 경쟁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능력자가 더욱 강해지려면 서로 경쟁해야 한다. 그게 한국히어로센터의 판단이었다. 그래서 한국히어로센터는 능력자들 간 정보 공유를 금지하고 있다.
   
    활동 2과 소속 능력자들도 그런 회사 방침에 충실히 따르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 자신들이 모은 파괴자 정보를 토대로 만든 가상 시뮬레이션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었다. 물론 자신이 만든 가상 시뮬레이션을 다른 동료와 공유하지는 않았다.
    나도 슬슬 파괴자들 정보를 모아야 하지 않을까. 이거 왠지 나만 뒤처지는 느낌이네.
    파이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사무실 안에 기계음이 울려퍼졌다. 파이어가 소회의실 앞에서 듣던 것과 같은 음성이었다.
   
    “각 과의 부장님들께서는 지금 즉시 15층 작전회의실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알려드립니다. 각 과의 부장님들께서는 지금 즉시 15층 작전회의실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기계음이 들리자, 순간 활동 2과 소속 능력자들이 한 마디씩 던졌다.
    “파괴자 출현인가.”
    “그런가 보네. 이번에는 우리 2과에도 기회가 오겠지?”
    “그럴지도 모르지. 그동안 다섯 번이나 다른 과에서 출동했으니까.”
    “과연 누굴까. 두구두구두구두구둥.”
    그리고 약 십 분 뒤, 또다시 사무실 안에서 음성이 들려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계음이 아니었다.
   
    “파이어 씨, 부장실로 와주십시오.”
    2과 부장 헐크의 목소리였다.
    헐크의 목소리를 듣자, 2과 소속 능력자 중 한 명이 탄식하듯 내뱉었다.
    “뭐야, 이번에는 신참이 출동하는 건가. 흠, 약간은 기대하고 있었는데 말이지.”
    그 말을 뒤로 하고 파이어는 부장실로 향했다.
   
    “부르셨습니까?”
    “어, 파이어 씨, 일단 거기 소파에 앉지.”
    파이어가 소파에 앉자마자 2과 부장 헐크는 본론부터 꺼냈다.
    “파괴자 출현일세. 고슴도치라는 자야. 온몸이 뾰족한 강철로 뒤덮인 자일세. 온몸에 수천 개의 강철을 튀어나오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어. 그래서 우리는 그 자를 고슴도치라고 부른다네. 지금 그 고슴도치가 은행에 출현했어. 인질을 상대로 돈을 요구하고 있는 모양이야. 결투 전 취해야 할 행동지침 사항은 알고 있겠지?”
   
    “네, 알고 있습니다.”
    “마지막 행동지침 사항도 숙지했나? 위험하다고 판단될 경우 즉시 복귀한다!”
    “네, 숙지했습니다. 위험하다고 판단될 경우 즉시 복귀합니다.”
    “그럼 출동할 수 있겠나?”
    “네, 당장 출동 가능합니다.”
    “좋아. 작전실에서도 이번 파괴자와의 대응 상대로 자네를 지목했네. 물론 나도 이의는 없었고 말이지. 그럼 1층 주차장으로 가서 2과 소속 벤을 타고 이동하게. 이 좌표를 운전석 오른쪽에 있는 모니터에 입력하면, 파괴자가 있는 은행까지 자동차가 알아서 이동할 걸세. 참, 고슴도치는 전에도 한 번 난동을 부린 적이 있었네. 그때는 활동 4과에서 출동했지. 하지만 놈을 놓쳤어. 그때 출동했던 활동 4과 소속 능력자는 큰 부상을 입었고. 그만큼 고슴도치는 강해. 그래서 이번에는 우리 2과가 맡게 된 거지. 그리고 파이어 자네가 적임자라고 판단한 거고. 자신의 능력을 믿고 최선을 다해주게. 2과 소속 능력자는 결코 패하지 않는다네. 그런 자신감을 갖고 임무에 임해주게.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목숨을 걸라는 얘기는 아닐세. 명심하게.”
   
    “네, 알겠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고슴도치를 끌고 오겠습니다. 여의치 않을 경우 그 자리에서 처치하겠습니다. 2과 소속 능력자 파이어, 부장님 명령을 받고 출동합니다!”
    거수경례까지 한 건 좀 지나쳤나. 첫 임무라 너무 흥분했어.
    그런 생각에 파이어는 혼자 얼굴을 붉히며 1층으로 향했다. 그리고 주차장에 있는 활동 2과 소속 벤을 타고 고슴도치가 출현한 은행으로 출발했다.
   
   
    은행 주변에는 이미 수십 명의 경찰이 배치된 상태였다.
    파이어는 경찰에게 한국히어로센터 소속 능력자임을 밝히는 신분증을 보여준 뒤 은행 안으로 들어갔다.
    은행 안에서는 고슴도치가 한 여자를 끌어안은 채 누군가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고슴도치의 몸에는 별명 그대로 뾰족한 강철이 튀어나와 있었다. 수천 개의 강철이 고슴도치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이봐, 지점장! 서두르지 않으면 이 여자는 죽는다고! 당신 때문에 이 여자가 죽어! 그러니까 직원들을 더 독촉해서 그 자루 안에 빨리 돈을 채워넣으란 말이야! 자루 다섯 개에 전부 다 돈을 채워! 빨리 움직여, 빨리!”
    그러면서 고슴도치가 팔에 살짝 힘을 주었다. 그러자 고슴도치에게 안겨 있던 여자의 몸에 뾰족한 강철이 파고들었다.
   
    “아악! 제, 제발 살려주세요. 제,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세요. 아, 아악!”
    여자는 울부짖으며 고슴도치에게 애원했다.
    이미 은행 안에는 세 명의 남자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세 명 모두 온몸에 수십 개의 구멍이 뚫려 있었다. 죽은 상태에서도 계속 그 구멍을 통해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고슴도치가 돌진해 입힌 상처였다.  
   
    “이봐, 당신이 고슴도치인가?”
    파이어는 아수라장으로 변한 은행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인상을 찡그리며 고슴도치에게 물었다.
    “뭐야, 네 놈은! 언제 들어온 거야! 내가 분명히 출입문을 잠갔을 텐데, 도대체 어떻게 들어온 거야!”
    “출입문쯤이야 쉽게 녹여버릴 수 있다. 나는 한국히어로센터 소속 능력자다. 다시 한번 말하겠다. 나는 한국히어로센터 활동 2과 소속 능력자 파이어다. 지금 당장 파괴 행위를 중지해줄 것을 요청한다.”
   
    “쳇, 또 한국히어로센터 놈인가. 지난번에도 그렇게 혼이 났으면서 또 보낸 거야! 하여간 돈밖에 모르는 놈들이라니까. 뭐, 그건 나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그래도 네 놈들은 나보다 더하지. 같은 능력자를 죽여서 돈을 버니까 말이야. 그것도 아주 막대한 돈을 말이야. 그래, 이번에는 내 목에 얼마가 걸린 거지?”
    “그런 건 모른다. 나는 신입사원이다. 한국히어로센터에 입사한 지 일주일 됐을 뿐이다. 그래서 당신 목에 얼마가 걸렸는지는 모른다. 어쨌든 지금 당장 파괴 행위를 멈추고, 한국히어로센터 임시 구치소 연행에 응해주길 바란다. 그러면 한국히어로센터 소속 변호사의 도움으로, 이번 파괴 행위의 처분을 최대한 가볍게 해주겠다. 그건 우리 한국히어로센터가 약속한다.”
   
    “뭐야, 감히 이 고슴도치 님께서 출현하셨는데, 고작 일주일 된 신참을 보낸 거야! 날 그렇게 우습게 본 건가, 한국히어로센터는! 갈수록 마음에 안 드는 짓만 골라서 하는군. 그리고 그 행동지침 좀 수정할 수 없겠냐! 자주 들으니까 지겹다고. 다음 지침은 뭐지! 빨리 끝내! 그래야 나도 얼른 돈 가지고 이곳을 나갈 거 아니야! 어쨌든 파괴 행위를 중지할 생각은 없어!”
    “다시 한번 말하겠다. 파괴 행위를 중지해줄 것을 요청한다.”
   
    “역시 신참이라니까. 내가 방금 얘기했잖아! 파괴 행위를 중지할 생각이 없다고! 도대체 내 말을 듣는 거야 안 듣는 거야! 기계처럼 그렇게 행동지침대로 말하지 말고, 뭔가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행동을 해! 하여간 한국히어로센터 놈들은 죄다 고지식하다니까.”
    “지시에 불응하겠다는 건가!”
    “그렇다니까! 나는 파괴 행위를 멈출 생각이 없다고요!”
    “그럼 나는 결투에 대비하겠다. 하지만 내가 먼저 공격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당신도 더 이상 파괴 행위를 계속 할 수는 없다. 그 여자를 풀어주고 내 지시에 따르는 게 좋을 것이다.”
   
    “저번에 만난 능력자도 그런 소리를 했지. 그러다 하마터면 황천길로 갈 뻔했어.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나중에는 도망치더라고. 이번에도 마찬가지겠지. 어차피 말로 해서는 안 되겠고, 그렇다고 네 놈이 순순히 이곳을 떠날 것도 아닐 테고. 그럼 이쪽에서 먼저 공격을 해야 하는 건가. 네 놈이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고 했으니까, 이 몸께서 먼저 공격에 나서야 하는 건가. 귀찮지만 할 수 없지. 자, 빨리 끝내자고. 대충 상황 파악이 되면 알아서 도망쳐. 안 그러면 너, 입사 일주일 만에 황천길로 가는 수가 있다. 자, 간다!”
    그러면서 고슴도치가 파이어를 향해 돌진했다. 온몸에 튀어나와 있는 뾰족한 강철로 파이어의 몸에 구멍을 내버릴 작정이었다.
   
    ‘결투 시 공격을 최소화해서 파괴자를 한국히어로센터로 압송한다.’
    파이어는 그렇게 다음 행동지침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면서, 오른손 엄지와 중지를 문질로 불꽃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 불꽃을 이동시켜 자신의 두 주먹이 불로 휩싸이게 했다.
    “흥, 뭐야! 겨우 그런 거 가지고 되겠어!”
    고슴도치는 파이어의 두 주먹을 보고서도 전혀 주춤거리지 않았다. 오히려 더 속도를 내서 파이어에게 돌진했다. 돌진하면서 고슴도치는 팔을 휘둘러 파이어의 가슴을 노렸다. 물론 고슴도치의 팔에도 수십 개의 강철이 튀어나와 있었다.
   
    파이어는 갑자기 뻗은 고슴도치의 팔을 가까스로 피했다. 피하면서 동시에 고슴도치의 팔에 있는 강철 끝을 움켜잡았다. 강철을 움켜잡자, 예상대로 고슴도치의 강철이 파이어의 불에 녹아버렸다. 하지만 그 와중에 파이어의 가슴에서 약간의 피가 흘러내렸다. 고슴도치의 공격을 피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고슴도치의 수십 개의 강철 중 몇 개가 가슴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까지는 미처 막지 못했던 것이다.
   
    “호오, 화력이 꽤 센데. 강철이 녹아버렸네. 이걸 어쩐다! 이러면 고슴도치 체면이 말이 아닌데. 창피해서 어쩐다!”
    그러면서 고슴도치가 갑자기 낄낄거리면서 웃기 시작했다.
    “이봐, 자네, 파이어라고 했던가! 그런 공격으로는 날 이길 수가 없어. 내 강철은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고. 오히려 더 단단해지지.”
    고슴도치의 말과 동시에, 조금 전 파이어의 공격에 녹아버렸던 강철이 원래의 모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러면서 고슴도치는 다시 파이어에게 돌진했다. 이번에는 양팔을 벌려 파이어를 끌어안을 작정이었다. 파이어를 끌어안아 온몸에 구멍을 낼 작정이었다.
   
    파이어도 불의 온도를 조금 더 올려 고슴도치의 공격에 대응했다. 고슴도치의 팔을 피해 이동하면서 주먹을 휘둘러, 다시 한번 고슴도치의 몸에 있는 강철을 녹였다. 그리고 그 강철이 다시 원래의 모양으로 되돌아오기 전에, 재빠르게 고슴도치의 옆구리를 움켜쥐었다.
    파이어의 공격에 옆구리를 덴 고슴도치가 몸을 움찔하면서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그러고는 다시 파이어에게로 돌진했다.
    파이어의 공격에 녹아버린 강철이 다시 순식간에 원래대로 돌아왔다.
   
    “흥, 네 놈이 아무리 불로 내 강철을 녹여도 소용없어. 강철은 다시 돋아나거든. 돋아나는 속도도 내 마음대로 조절할 수가 있지. 그러니까 얼마든지 녹여보라고. 녹여버리는 순간 내 강철은 다시 돋아날 테니까. 그러면 언젠가는 네 놈 몸에도 구멍이 뚫리겠지. 자,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고!”
    그렇게 둘은 몇 분 동안 서로 공격을 주고받았다.
    그 사이에 고슴도치의 몸 이곳저곳에는 화상 흔적이 보였다. 그리고 파이어의 몸에서도 군데군데 피가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누가 보더라도 고슴도치의 상처가 더 깊었다. 화상 입은 곳에서는 아직도 김이 나고 있었다.
   
    “쳇, 뭐야 이게. 내가 저깟 불덩어리한테 당하더니, 말도 안 돼! 이봐, 불덩어리! 신참치고는 제법 능력이 뛰어난대!”
    “이쯤에서 저항을 포기하기 바란다. 그리고 한국히어로센터 임시 구치소 연행에 응해주길 바란다. 그러면 이번 파괴 행위의 처분을 최대한 가볍게 해주겠다. 우리 한국히어로센터가 약속한다. 그만 저항을 포기하라.”
    파이어는 다시 한번 고슴도치에게 행동지침을 전달했다.
   
    “야, 불덩어리! 지겹지도 않냐, 그 얘기! 그리고, 설마 넌 내가 벌써 싸움에서 졌다고 생각하는 거야! 설마 내 능력이 이 정도뿐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자네 상사가 얘기 안 해주던가? 내 능력에 대해서 못 들은 거야! 그냥 이 정도의 고슴도치일 뿐이라는 얘기만 들은 거야! 10센티 정도 되는 강철이 온몸에 돋아난 파괴자라고만 들은 거야! 정말 그 정도밖에는 안 들은 거야! 햐, 자네 상사도 잔인하네. 이제 불과 입사 일주일 된 자네를 완전히 사지로 내몬 꼴이잖아. 자, 그럼 이제부터라도 똑똑히 보라고. 내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똑똑히 봐!”
    그러면서 고슴도치가 갑자기 요란한 고함소리를 내질렀다. 그리고 그 소리에 맞춰 고슴도치의 몸을 뒤덮고 있던 강철이 점점 자라기 시작했다. 점점 자라서 1미터가 넘는 강철로 변해 있었다. 1미터가 넘는 수천 개의 강철로 뒤덮인 고슴도치로 변해 있었다.
   
    “자네 상사가 이런 얘기는 안 해줬단 말이지! 불쌍하네, 불덩어리. 이제 장난은 그만 쳐야겠어. 장난은 여기까지야. 그리고 이제부터가 진짜 싸움이라고!”
    말을 마치자마자 고슴도치가 또다시 파이어에게 돌진했다. 1미터가 넘는 수천 개의 강철을 앞세워, 그대로 파이어의 몸을 향해 돌진했다. 
    이번에는 파이어도 긴장감을 느꼈다. 그래서 제자리에 가만히 있지 않고 고슴도치를 향해 달렸다. 동시에 불의 온도도 조금 더 올렸다.
   
    파이어가 얼른 손을 뻗어 고슴도치의 몸에 돋아난 강철을 움켜쥐려는 순간, 고슴도치의 몸에 돋아난 강철이 파이어의 손을 뚫고 지나갔다. 파이어의 공격에 고슴도치의 강철이 녹자마자, 고슴도치의 강철이 순식간에 새로 돋아난 것이었다. 게다가 길이도 더 길어져, 미처 파이어가 강철과의 거리를 측정하기도 전에 허를 찔렸다.
   
    고슴도치는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강철의 길이를 더 늘려서, 파이어가 뒤로 주춤하는 동안에도 바로 눈앞에 강철을 들이밀어 몸을 관통시키려고 했다. 그리고 고슴도치의 예상대로 파이어는 손에 이어 왼쪽 팔에도 여러 개의 강철 공격을 받았다.
    강철이 뚫고 지나간 파이어의 왼쪽 팔에서 피가 뿜어졌다.
   
    “하, 이제 좀 싸움이 재미있어지는데. 이봐, 불덩어리! 자네도 이제야 좀 싸움이 재미있어지지 않았어? 아닌가, 어째 표정을 보아 하니 영 싸움이 재미없나 보네. 뭐, 어차피 내가 알 바 아니지. 나만 재미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 네 놈 기분 따위 내가 알 바 아니지. 더 찡그리라고. 더 찡그려. 표정을 더 일그러뜨려. 그래야 더 신이 나거든. 그래야 더 재미있거든. 당장 표정을 더 일그러뜨리지 못해!”
    고슴도치는 그렇게 고함을 치면서 또다시 파이어에게 돌진했다. 돌진하면서 동시에 강철의 길이를 더 늘렸다.
    이제 고슴도치의 몸에 돋아난 강철은 거의 2미터에 육박했다. 2미터나 되는 수천 개의 강철이 고슴도치의 몸을 뒤덮고 있었다. 그 모습은 보기만 해도 상대의 기를 꺾어놓기에 충분했다.
   
    이 순간 자리를 피한 건가. 전에 고슴도치와 상대했던 능력자가 결투를 중지하고 자리를 피한 게 이 순간이었나. 확실히 위협적이기는 하네. 저 고슴도치도 꽤 위험한 능력을 갖고 있네.
    ‘위의 모든 사항 준수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한국히어로센터 소속 능력자는 능력을 최고치로 끌어올린다.’
    그럼 이쯤에서 나도 내 능력을 최대한 발동시켜야 하는 건가. 어쨌든 지금 상태로서는 고슴도치를 압송하는 건 힘들잖아. 자칫하다가는 내가 죽게 되는 수가 있으니까 말이지. 어쨌든 모든 행동지침 사항 준수 완료. 그리고 내 능력을 최대로 끌어올린다.
   
    파이어는 양손으로 불꽃을 문질렀다. 그러자 불꽃이 점점 파이어의 몸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파이어의 온몸이 불덩어리로 변했다.
    파이어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일순간 호흡을 정지한 채 불의 온도를 최고치로 끌어올렸다. 삼천 도에 육박하는 불이 파이어의 온몸을 뒤덮고 있었다.
    그 상태에서 파이어는 곧장 고슴도치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고슴도치를 끌어안은 채 은행 밖으로 몸을 날렸다. 불의 온도 때문에 은행 안에 있던 사람들이 재로 별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고슴도치는 갑자기 불덩어리로 변해 달려드는 파이어를 보면서도 미처 피하지 못했다. 파이어를 향해 달려가는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파이어의 품에 안길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파이어의 몸을 끌어안으려다가, 자신의 속도에 못 이겨 그대로 파이어의 품에 안긴 채 은행 밖으로 튕겨나갈 수밖에 없었다.
    고슴도치를 휘감은 불덩어리가 은행 벽을 뚫고 밖으로 튕겨나가는 사이, 어디선가 귀를 찢는 듯한 비명이 들렸다. 고슴도치의 비명이었다. 하지만 고슴도치의 비명은 그리 길지 않았다.
   
    은행 밖으로 나온 파이어는 자신의 능력을 거두었다.
    파이어가 자신의 능력을 거두자, 파이어의 몸에서 하얀 가루가 흩날렸다. 한줌의 재로 변한 고슴도치의 뼈였다.
    “좋은 곳으로 가십시오.”
       
   
    파이어는 경찰들 사이를 지나 활동 2과 소속 벤에 올라탔다. 그러고는 차 안에 있는 통신 장비를 이용해 헐크 부장에게 연락을 취했다.
    “파이어입니다. 고슴도치를 압송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능력을 최고치로 끌어올려 고슴도치와 대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파이어, 한국히어로센터로 복귀하겠습니다!”
    “수고했네. 안 그래도 자료 요원이 현장에서 촬영한 영상을 전송해서 지금 보고 있었네. 파이어, 자네는 첫 임무를 훌륭하게 완수했네. 지금 즉시 한국히어로센터로 복귀하게. 복귀해서 한국히어로센터의 환영을 받도록 하게. 수고했네, 파이어!”
    파이어는 벤에 시동을 걸어 한국히어로센터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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