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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청 단편 컴퓨터의 마음

2010.10.29 22:5710.29

300년 동안 만들어진 각종 공중 전함들 중에서 가장 최고로 꼽히는 것은 직경 1킬로미터에 달하는 원반형 모함 오스모시스이다. 승무원 7,000명―――모함의 크기에 비하면 적은 수다―――과 300대의 인터셉터(무인 소형 전투기), 각종 광학 무기와 인공위성과 연계된 첨단 레이더 장비, 기타 등등.

하지만 오스모시스가 최고의 전함이라고 불리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마더컴’이라 불리는 최고의 인공지능 컴퓨터이다. 천재 컴퓨터 공학자 보란크가 100년 전에 완성시킨 인공지능 컴퓨터를 끌어다가 오스모시스의 중앙통제장치로 사용한 것이다.

그리고 현재 보란크 3세, 즉 보란크의 손자가 조부의 업적을 이어받아 오스모시스의 중앙전산실에서 마더컴을 관리하고 있었다.

―――감사원들이 3분 후에 도착합니다, 보란크님.

스피커로 울리는 마더컴의 목소리에 보란크는 담배를 끄고 안경을 고쳐썼다. 그의 눈 앞에는 10년 동안 지겹게 봐온 수십개의 단말기와 냉장고보다 두 배는 굵직한 보조컴퓨터들이 유리로 밀폐된 방을 둥그렇게 둘려싸고 있었다. 유리방 안에는 수천개의 불빛이 깜빡이는 쇠로 된 기둥이 서있는데, 저 기둥이 바로 마더컴의 MPU(Main Processing Unit). 마더컴의 두뇌이다. 저 MPU도 주 두뇌부와 보조 두뇌부로 나뉘어져있다. 보조 두뇌부와 각종 보조 컴퓨터들은 보란크 3세의 전임기술자와 다른 컴퓨터 공학자들이 설계하고 장치했지만 주 두뇌부는 보란크 1세의 작품이었다. 주 두뇌부는 MPU 깊숙한 곳에 장치되어 있으며 그 구조와 작동 원리는 보란크 3세조차 완벽히 파악을 못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줄줄이 이 방에 들어오는 건 정말 싫은데. 특히 잘난 그랜드 연합국의 감사원이라면 더더욱.”

보란크는 특별히 마더컴에게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전산실에 다른 사람들을 들이지 않는다. 하다못해 그의 부하 기술자들 마저도.

보란크는 자신이 애용하는 탁자 위에 올려져있는 세계명작소설집3권을 들고서 전산실 구석에 있는 나무로 된 책꽂이로 걸어갔다. 전산실의 여러대의 카메라가 보란크의 뒤를 쫓았다. 최첨단 컴퓨터실에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골동품 수준의 책장에는 각종 명작소설과 오래된 책들이 꽂혀져 있었다. 그는 책을 원래 자리에 꽂아넣고는 전산실 정문 앞에 섰다.

―――감사원들이 도착하였습니다. 문을 개방합니다.

바람이 빠지는 소리와 함께 높이 3미터의 거대한 문이 부르럽게 열렸다. 열린 문 사이로 세명의 사람과 5기의 안드로이드가 걸어들어왔다. 세명은 감사원일 테고, 뒤의 안드로이드는 그들을 호위하려는 것일 것이다.

“수석기술관 보란크 로드 파실리스 3세?”

안경을 낀 50대 정도의 대머리 남자가 물었다.

“그냥 보란크라고 부르십시오.”

“난 이번 감사를 책임지고 있는 달돈 원로라네. 그리고 내 뒤로 실로단 원로와 기록관 전동만 서기일세.”

백발의 머리를 길게 기른 60대 초입의 백인 노인과 동양계의 30대 남자가 보란크에게 인사했다. 보란크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와 제 기술자들은 마더컴의 연산 기록과 프로그램 점검 내역, 그리고 마더컴의 작전 분석과정 기록을 모두 보내드렸습니다. 그런데도 아직도 감사할 것이 남아있습니까?”

달돈은 보란크와 그 뒤편의 컴퓨터들을 재보듯이 두리번거리다가 말했다.

“그대가 보내준 기록을 우리 기술자들이 점검한 결과 마더컴의 연산과 작전 수행은 아무런 문제점이 없다고 말했네.”

“그럼 뭐가 더 문제입니까?”

“뭐가 문제냐고! 마더컴이 왜 작전 사령관의 명령을 듣지 않은 건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는 게 문제일세!”

달돈이 버럭 소리쳤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5일 전. 그랜드 연합의 대테러 부대 지휘관 보도르 준장은 테러범 폭격을 위해 오스모시스에 인터셉터를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당시 그 테러범들은 숲이 울창한 계곡에 방어망을 갖춘 채 숨어있었다.

보도르 준장은 지상군을 투입함과 동시에 오스모시스의 인터셉터로 공중 공격도 동시에 감행할 생각이었다. 테러범들이 대공망도 꽤 잘 갖추어놨기 때문에 희생을 줄이기 위해 마더컴이 조종하는 인터셉터의 도움을 빌리려 한 것이다.

오스모시스의 최고 지휘자라 할 수 있는 나티아스 총수의 허락도 떨어졌고, 인터셉터 70대의 명령권이 보도르 준장에게 넘어갔다.

작전은 순조로웠다. 그랜드 연합군은 거침없이 진군했고, 인터셉터들이 무차별한 폭격으로 길을 열었다. 그런데 연합군이 거의 테러범들의 진지에 도착했을 무렵 인터셉터들이 갑자기 보도르 준장의 명령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인터셉터들은 중간에 폭격을 멈추고는 바로 오스모시스로 돌아가버린 것이다. 작전은 실패했고, 테러범들은 도망쳐버렸다. 연합군도 그로 인해 상당한 피해를 입었고, 보도르 준장은 연합국 원로원에 이 사실을 알렸다. 연합국 원로원은 마더컴에 어떤 결함이 발생했을 것이라 보고 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어디 한 번 대답해보시지, 보란크 수석기술관 양반.”

보란크는 안경을 살짝 건드리며 말했다.

“마더컴은 정상입니다. 세 번이나 점검을 했지만 결함은 없었고, 해킹이나 바이러스의 흔적도 없습니다. 사실 마더컴을 해킹하는 것은 불가능 하지요. 수십겹의 보안벽을 뚫을 수 있는 해커는 없습니다. 게다가 마더컴도 자체 인공지능으로 해킹에 대처할 수 있고, 설령 가능하다 하더라도 우리가 알지 못하게 해킹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해킹을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제가 알아차릴 수 있으니까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마더컴은 100% 정상입니다.”

“그렇다면 대체 이유가 뭔가?”

“마더컴이 명령을 따를 수 없어서 그랬겠지요.”

“명령을 따를 수 없다고?”

“달돈 원로님. 달돈 원로님은 저에게 사건 정황을 다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제가 모든 사실을 다 안다고 해도 원인을 밝혀낼 수 있을 거라 장담을 못하는데 진상을 숨기시면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달돈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게 대체 무슨 소린가?”

“인터셉터에 기록된 작전 자료중 절반 정도가 지워졌습니다. 대부분 영상관련 자료들이지요. 알고보니 작전기밀이라는 이유로 그랜드 연합군 군부에서 삭제했더군요. 거기에 대체 무슨 내용이 있던 겁니까? 적어도 그걸 알아야 제가 제대로 된 조사를 착수할 수 있습니다.”

달돈이 말이 없자 보란크가 설명을 덧붙였다.

“인터셉터는 무인전투기인데, 그 전투기의 제어 프로그램은 세미 마더컴이라 불리는 것으로서 마더컴처럼 인공지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더컴의 자식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겠는데, 인터셉터의 크기로는 마더컴의 세미 버전이라 하여도 탑재한다는 건 불가능하지요. 그래서 인터셉터들은 링크 프로그램들만 탑재되어있고, 위성으로 오스모시스와 연결된 인터셉터들은 마더컴의 일부프로그램을 실시간으로 로딩 및 연산을 거쳐 조종되게 되는 겁니다.

제가 상황 요구를 원하는 것도 그때문입니다, 원로님. 인터셉터들도 작은 마더컴이라 할 수 있고, 마더컴의 명령 거부의 원인을 밝혀내려면 인터셉터들이 어떤 상황에 처했었는지 자세히 알아야 합니다.”

뒤에 서있던 실로단이 입을 열었다.

“말해 주도록 하게, 달돈. 수석 기술관이라면 알아도 되겠지.”

달돈은 신음을 흘렸다.

“좋아.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가능한 외부에 퍼트리지 말아주게.”

“군 기밀입니까?”

“군 기밀이라기보단...그냥 마더컴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아질 수도 있는 이야기일세.”

보란크는 어깨를 으쓱했다.

“걱정 말고 이야기 하십시요. 마더컴이 해를 입는 건 저도 원하지 않습니다. 마더컴은 현존하는 최고의 컴퓨터로 앞으로 100년 이내엔 마더컴을 능가할 컴퓨터가 나오지 않을 테니까요.”

실로단이 앞으로 나섰다.

“영상 투사 모드.”

한 안드로이드가 보란크 앞으로 걸어나왔다. 그의 왼쪽 가슴에서 빛이 뿜어져나와 홀로그램을 형성했다.

“혹시나 필요할 지 몰라 호위병들에게 입력시켜놨지. 한 병사가 촬영한 한 인터셉터의 행동일세.”

홀로그램에서는 치열한 전투가 한창이었다. 한참동안 총소리와 폭발소리, 전자음 비슷한 광학무기의 소리가 어우러진 가운데 연합국의 병사들은 숲을 헤치며 앞으로 전진하고 있었다. 공중에서 인터셉터들이 날아다니며 폭격을 가하는 모습이 간간히 보였다.

“이제부터 잘 보게.”

연합군은 테러범의 진지에 침투했다. 전차와 무인로봇들이 나무로 대충 만든 목책을 넘어뜨리며 길을 만들었고, 병사들이 침투했다. 보란크는 눈쌀을 찌푸렸다. 화염과 연기 사이로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는 여자와 아이들이 보이는 것이다.

테러범들의 저항이 이어졌지만 연합군의 화력 앞엔 계란으로 바위치기. 텔레비전에는 공개되지 않을 잔혹한 학살장면이 간간히 이어졌다.

한 인터셉터가 45도 각도로 진지를 향해 하강해왔다. 폭격을 위한 하강이었다. 그런데 그 인터셉터가 갑자기 속력을 줄이더니 땅에서 멈춰서서는 뭔가를 가리듯이 몸체를 세웠다. 카메라를 지니고 있는 병사가 그 인터셉터에게로 달려갔다. 보란크는 그 모습을 유심히 살폈다. 카메라가 옆으로 자리를 옮겼을 때 찍힌 것은 곰인형을 꼭 껴안고 주저앉아 있는 여자아이와 그 아이를 감싸안고 있는 어머니였다. 그리고 인터셉터는 그 모녀의 앞을 연합군의 포격으로부터 보호하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그렇게밖에 보이지 않았다.

카메라의 시점이 돌려졌다. 연합군들이 당황하고 있었다. 인터셉터들이 하나 둘 땅에 내려앉으면서 연합군의 길을 막은 것이다. 화면은 거기서 멈췄다.

“저 인터셉터가 모녀를 보호하기 시작한 지 5초도 되지 않아 보도르 준장에게 부여된 인터셉터의 명령권이 취소되었네. 인터셉터들은 약 3분간 연합군의 진격을 방해했고, 테러범들은 도망치고 말았지. 보도르 준장은 계속 폭격을 명령했지만 명령권이 최소되었는데 들을 리가 있겠나. 어쨌든 저 화면은 원로들에게 이런 의문을 제기했네. 혹시 마더컴이 감정을 가지고 있는게 아닌가 하고.”

보란크는 피식 웃었다.

“뭐...뭐라구요? 다시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제 귀가 이상한 것 같아서요.”

실로단은 약간 기분이 상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마더컴이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었단 말일세. 그 모녀의 모습에 동정심을 일으켜 연합군의 진격을 방해한 것 아니냐고 말이야.”

보란크는 어깨를 들썩이면서 웃었다. 달돈과 실로단은 더더욱 기분이 상했다.

“하하. 웃어서 죄송합니다, 원로님. 원로님. 마더컴은 기계입니다. 최고의 기계이자 컴퓨터라는 건 인정하지만 그래도 기계입니다. 기계가 어떻게 감정을 가질 수 있습니까?”

그러자 전동만 서기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컴퓨터가 마음이나 감정을 가지게 될 거라는 것이 이론적으로 많이 제기되었습니다. 제가 알기로 마더컴은 뉴런 컴퓨터인데 뉴런 컴퓨터는 인간의 뇌처럼 신경망을 가지고 있지요. 뉴런 컴퓨터는 자신이 보고 들은 경험을 축척하여 인간처럼 배우고, 사고하고, 창조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감정도 가질 수 있지 않습니까?”

보란크는 전동만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컴퓨터에 대해 좀 아는가?”

“군사 프로그램 설계 자격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란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자네의 말이 맞어. 이미 핵전쟁 이전에 자기증식 칩이라는 것이 개발되어 인공지능이 많이 발전했지. 핵겨울이 끝나고 150년 뒤에 최초의 뉴런 컴퓨터가 발명되었고. 그로부터 딱 45년 후에 이 마더컴이 만들어졌지. 자네의 말대로 뉴런 컴퓨터는 경험을 축적하고 학습하는 컴퓨터일세. 그런데 자네는 뉴런 컴퓨터가 어떤 거라고 생각하나?”

“그야... 인간의 신경세포 같은 칩이나 장치를 연결해 만든 것 아닌가요.”

“모르고 있구만.”

보란크는 원로들을 바라보았다.

“좀 지루하시겠지만 설명을 들어주시겠습니까?”

“그러겠네.”

달돈은 불안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소위 천재라는 작자들은 너무 떠벌리기를 좋아해서 어쩌면 몇시간 동안 혼자 떠들어댈 지도 모르니까.

“게임기와 일반 사무 컴퓨터의 차이가 뭔지 아십니까? 사무 컴퓨터는 사무 부분을 특화시킨 컴퓨터이고, 게임기는 게임 부분을 특화시킨 컴퓨터입니다. 어짜피 본질은 같기에 게임기도 개조하면 사무로 사용할 수 있고, 사무 컴퓨터로도 게임을 할 수 있지요. 뉴런 컴퓨터도 마찬가지입니다. 뉴런 컴퓨터는 기존의 컴퓨터와 차별되는 하드웨어 구조를 가진 엄청난 기계가 아니라 뉴런 알고리즘을 수행하기 위해 특화된 컴퓨터입니다.”

“알고리즘?”

“알고리즘은 계산 과정을 정의한 것이라고만 설명하지요. 최초로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자기증식 칩이 개발되었을 때 사람들은 금방이라도 인간과 똑같은 지능을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고 떠들어댔지요. 그들은 곧 자기증식 칩을 이용한 뉴런 컴퓨터 제작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실패했지요. 그 이유는 바로 자기증식 칩이 무기질이라는 데 있었습니다. 자네 이해하겠나?”

전동만은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의 신경세포는 시냅스라는 액체로 연결되어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데 각각의 신경세포간의 거리를 좁히거나 넓히거나, 또는 연결 부위를 변경할 수 있지요. 즉 인간은 학습과 경험을 통해 자신의 신경망을 끊임없이 변화시킬 수 있는 겁니다. 그 신경망의 연결의 차이가 곧 개성을 만들어내지요. 하지만 자기증식 칩은 아무리 잘 만들어도 결국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무기질 고체. 만들어질 때 부여한 것 이상의 능력을 가질 수 없지요.”

“훌륭하네. 자네 내 학생 해도 되겠군. 결국 칩의 능력만으론 완벽한 인공지능 구현이 불가능하다는 게 판명되었습니다. 하드웨어만으로 구현해 놓으면 그 컴퓨터는 개성이 없어집니다. 학습을 못하니까요. 자기증식 칩의 개발이 인공지능 개발에 큰 도움이 되긴 했지만 결정적이진 않았습니다. 실시간으로 학습하고 자신의 개성을 변화시키는 인공지능을 위해선 결국 소프트웨어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지요.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뉴런 알고리즘입니다. 뉴런 알고리즘은 핵겨울 기간을 제외하더라도 정의되는 데 300년이 걸렸습니다. 그 알고리즘은 컴퓨터가 고작 정해진 프로그램만 수행할 수 있었을 때부터 연구되온 분야지요. 그리고 완벽한 뉴런 알고리즘이 만들어지고 나서 그것을 구현하는 데는 딱 10년. 10년이 걸렸을 뿐입니다. 뉴런 컴퓨터의 핵심은 바로 뉴런 알고리즘인 겁니다. 그렇기에 하드웨어적인 부분은 인공지능인 것 치고는 구조가 매우 단순해졌고, 따라서 보수와 업그레이드가 쉽지요.”

“그럼 마더컴의 감정 소유 여부에 대해선 어떻게 설명할 건가?”

실로단의 말에 보란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좀 길게 설명해도 되겠습니까?”

실로단은 불만 가득히 말했다.

“하게나.”

“감사합니다. 이보게 전동만 서기. 모든 컴퓨터는 어떻게 연산을 하지?”

“그야 바이너리 프로세싱(Binary Processing, 2진 연산)이지요.”

“그래. 0과 1. 참과 거짓. 온라인과 오프라인. 컴퓨터의 모든 계산은 2진수로 이루어지지. 왜 2진수를 택했는 지 아나?”

“글쎄요. 대충은 아는데 설명하기가 어렵네요.”

“음. 요즘 대학에선 안 가르치나? 기술이 너무 첨단이라 옛날 건 배울 가치가 없다는 신조는 조금 안 좋은데. 가르쳐 주지.

최초의 전기로 작동하는 컴퓨터를 제작했을 때 사람들은 10진 연산 컴퓨터를 만들려고 했었어. 인간은 10진수를 사용해왔으니까. 1볼트의 전압에 3볼트의 전압을 직류로 연결하면 4볼트가 되지. 즉 1+3=4라는 계산이 이루어진 거야. 초기 컴퓨터를 그렇게 만들려했었어. 하지만 곧 문제에 봉착했지. 1볼트에 3볼트를 더했는데 그 값이 항상 4볼트가 아닌 거야. 온도, 습도 등의 영향으로 4.3볼트 3.7볼트, 심하면 3.3이나 4.7 이런 식으로 말이야. 이래가지고서야 반올림도 쓸 수가 없지. 그래서 나온 대안이 바로 2진수일세. 전압에 상관없이 전류를 연결했다 끊었다 하는 식으로 기계를 만들면 조종하기도 쉽고 계산도 간단해지지. 빛의 속도로 흐르는 전기를 조종해 계산을 하려면 2진 연산 밖에는 없었지.

컴퓨터가 만들어진 지 수백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모든 컴퓨터는 바이너리 프로세싱을 벗어나지 못했어. 이 마더컴도 마찬가지일세.”

보란크는 원로들을 돌아보았다.

“2진수는 0과 1 뿐 아니라 참과 거짓도 나타낼 수 있습니다. 참과 거짓은 바로 논리값이지요. 2진수를 사용함으로서 컴퓨터는 모든 수학적, 논리적 수식을 표현하고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것이 2진수의 장점이자 한계이기도 하지요. 컴퓨터는 언제나 논리적입니다. 아무리 인공지능을 부여하고 프로그램을 변경해도 결국엔 논리적, 합리적이라는 걸 벗어나지 못합니다. 즉 해석과 증명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인간의 감정은 어떻습니까? 인간의 감정이 논리적이고 합리적입니까? 수학적으로 증명이 됩니까? 컴퓨터에게 1+1이 뭐냐고 물으면 언제나 2라고 답합니다. 같은 변수와 연산을 주면 수만번 수억번을 물어도 똑같은 대답이 나옵니다. 사람은 어떨까요? 물론 사람들도 2라고 대답할 겁니다. 하지만 다 그럴까요? 아닙니다. 1이라고 대답하는 사람도 있고, 3이라는 대답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고의든 아니든 간에. 아니면 동양의 농담처럼 1+1은 막노동이라고도 할 수 있고, 어쩌면 1+1은 두 사람의 만남을 이야기 하고 곧 사랑으로 발전한다는 등의 이상한 이야기도 지어낼 겁니다.

그리고 이건 제 생각이지만 감정은 뇌의 연산의 불완전성에서 기인합니다. 사람이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일을 겪을 때에도 온도나 습도 같은 것에 영향을 받습니다. 마치 불완전한 10진수 컴퓨터처럼 말이지요. 아니 인간의 두뇌는 무한진수일지도 모르지요. 똑같은 변수와 연산이 주어져도 인간의 뇌는 온도나 습도, 몸의 건강 상태, 심지어는 자기장에도 영향을 받아 결과가 틀어지며 뇌 속의 다른 연산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습니다. 아이들에게 똑같은 것을 가르쳐줘도 어른이 되었을 땐 다 다른 사람이 되버리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것이 바로 인간이 가진 불완전성, 불규칙성인 것입니다. 거기서 기발한 창조가 생겨나고, 그것을 하나 하나 실재화 시켜나가며 발전해나가는 것이 인간인 것입니다. 비록 컴퓨터처럼 정확하고 빠른 정보 처리는 불가능할 지라도 마음만은 절대로 가질 수 없습니다.

마더컴도 물론 창조를 하지만 그건 가지고 있는 정보 내에서입니다. 그리고 저 또한 마더컴과 15년 넘게 있었구요. 마더컴이 감정이 가지고있을 거라는 이야기는 정말이지 넌센스입니다.”

실로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설명은 잘 들었네. 하지만 이 오스모시스 내에선 마더컴이 감정이 있을 지도 모른다고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더군. 이런 소문도 있던데. 자네가 마더컴에게 명작소설을 읽어준다고.”

“루머야 어디에나 있는 법이지요. 명작소설은 제가 읽는 것입니다. 전산실에서 지루할 때 말입니다. 그리고 마더컴이 정말 감정을 가지고 있다면 제가 가만히 있겠습니까? 저도 명색이 컴퓨터 공학자인데. 정말로 감정을 가진 컴퓨터가 만들어진다면 그건 컴퓨터 공학역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일텐데 어떻게든 그 원리를 알아내려 했겠지요.”

“그렇다 해도 문제는 남아있네.”

달돈이 입을 열었다.

“아무리 결함이 없고 굉장히 뛰어난 컴퓨터라도 인간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다면 심각한 문제일세. 그것이 세계 최고의 전함인 오스모시스의 통제시스템이라면 더욱 그렇지. 심하면 컴퓨터의 보수나 교체가 불가피할 수도 있어.”

보란크의 눈이 번뜩였다.

“마더컴의 보수나 교체는 절대 있을 수 없습니다. 수석 기술자로서 절대로 불가합니다.”

“도시 하나는 한시간 내에 초토화 시킬 수 있는 화력의 전함이 불안정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걸 좌시할 수는 없네. 오스모시스의 화포가 우리에게 향하면 어떻게 할 건가?”

“공상과학소설을 너무 많이 보셨군요. 마더컴이 인간을 공격할 일은 절대 없습니다. 인간의 명령 없이는 말이죠. 감정? 인간을 공격? 원로시라는 분이 너무 망상이 심하시군요.”

“말을 삼가게, 보란크!”

달돈이 소리치자 보란크는 잠시 한숨을 내쉬며 조용히 말했다.

“보란크 1세, 즉 저의 할아버지는 마더컴의 내부에 ‘도덕적 원칙’을 프로그래밍 해놓으셨습니다. 마더컴이 내리는 모든 결정은 그 ‘도덕적 원칙’에 의해 실시간으로 감시받게 됩니다. ‘도덕적 원칙’은 마더컴 내부에서 가장 권한이 높습니다. 그건 어떤 명령보다 우선되며 따라서 비도덕적이라는 판단이 내려지면 그 어떤 명령과 지시도 불복종 할 수 있습니다. 뭐 물론 어디까지나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마더컴에 그런 것이 프로그램 되어 있다니. 왜 그런 것을?”

“저의 할아버지는 철저한 평화주의자이셨으니까요. 아 물론 마더컴의 ‘도덕적 원칙’은 꽤 융통성 있게 설정되어있으니 오스모시스가 아무 것도 못하고 고철로 남는 일은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마더컴은 보도르 준장의 명령을 어겼네. 그는 테러범들을 소탕하는 작전을 맡고 있었고. 그것이 ‘도덕적 원칙’에 위배된다면 말이 안 되지 않는가?”

실로단의 말에 보란크는 씨익 웃었다.

“물론 테러범 소탕은 ‘도덕적 원칙’에 위배되지 않지요. 하지만 부녀자를 폭격하는 건 충분히 ‘도덕적 원칙’에 위배될 사항입니다.”

달돈이 지나가는 말투로 물었다.

“혹시 그 ‘도덕적 원칙’을 삭제하거나 변경할 수는 있나?”

보란크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확실히 마더컴의 ‘도덕적 원칙’은 대테러 전에 있어서 장애로 작용할 것이다. 그랜드 연합의 원로들은 대테러 전에서 가능한 적은 피해를 보기를 원할 것이고, 그러기 위해선 오스모시스의 적극적인 원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도덕적 원칙’ 때문에 오스모시스의 원조를 구할 수 없다면 원로들의 마음이 편하진 않을 것이다.

“절대 불가합니다. 마더컴의 MPU는 외장판 개봉도 왠만하면 허가되질 않습니다. 특히 ‘도덕적 원칙’은 손 댈 방법이 전무합니다.”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보란크는 달돈에게 조그맣게 코웃음을 쳐주었다.

“해결이요? 뭘 해결합니까?”

“뭘 해결하다니. 컴퓨터를 교체라도 해서 명령을 듣게 만들어야 하지 않나?”

보란크는 여유있는 미소를 흘렸다. 달돈과 실로단은 그런 그의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주 간단합니다. 비도덕적인 명령을 내리지 않으면 됩니다.”

“지금 우리를 가지고 장난하는 건가, 보란크?”

달돈이 화난 듯이 소리쳤다.

“자네 조부가 멋대로 만들어놓은 말도 안 되는 원칙 때문에 그랜드 연합의 평화가 위협 받아야 하는 건가?”

“오오. 어린 아이를 폭격하면 평화가 오는군요?”

보란크의 약올리는 듯한 말에 달돈과 실로단의 얼굴이 실룩거렸다. 보란크는 정색을 하며 말했다.

“이걸 알아두십시요. 마더컴을 현재 존재하는 또다른 최고의 컴퓨터로 교체한다 해도 10년간 이 오스모시스는 돈만 먹어대는 고철덩이로 전락할 겁니다.”

“그게 무슨 소린가?”

“만약 마더컴을 뜯어내고 다른 인공지능 컴퓨터를 설치했을 경우 그 컴퓨터는 오스모시스의 각종 기능을 탐색하고 작동 및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할 겁니다. 그렇게 해서 그 인공지능 컴퓨터가 오스모시스를 완전히 조종할 수 있게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적어도 10년입니다. 즉, 그동안은 오스모시스는 공중에 떠있는 것도 못하게 된다 이겁니다.”

실룩거리던 원로들의 얼굴이 굳었다. 전동만이 의문을 제기했다.

“기술자들과 프로그래머들이 직접 작동 프로그램을 입력해주면 빠른 시일 내에 가능하지 않습니까?”

“물론 가능하지. 그리고 그 작업은 관리 인력을 몇십배로 늘리면서 모선의 성능을 심각하게 하향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일세. 프로그램들간의 충돌은 물론 잦은 결함에 따른 보수 작업으로 기술자들은 잠잘 새도 없을 것이고, 통제시스템은 변경된 프로그램을 수용하는 데에 모든 리소스를 할당하게 될 거야. 때문에 이런 초대형 모선 건조시에는 먼저 인공지능 컴퓨터와 전산실을 먼저 만들고, 그 주위에 모선의 다른 부분을 건조하기 시작해. 그래야 모선의 건조가 끝났을 때 컴퓨터가 바로 모선을 움직일 수 있게 되지. 그렇기 때문에 통제시스템이 회복불능의 상태가 되지 않는 한 모선의 통제시스템을 중간에 바꾸지 않는 것일세.”

보란크는 원로들에게 고개를 돌려 말했다.

“설령 10년 후에 새로운 컴퓨터가 오스모시스의 모든 기능을 조종할 수 있게 된다 하더라도 지금보다 성능이 뒤떨어진 모함이 될 겁니다. 인공지능 컴퓨터는 경험을 쌓는 컴퓨터입니다. 시간이 지날 수록 더 성능이 향상되고, 현명해진다 이겁니다. 마더컴은 만들어진 지 100년이 지났지요. 10살 밖에 안 되는 컴퓨터가 마더컴을 능가할 수 있겠습니까? 없습니다.”

달돈이 끓어오르는 화를 참으며 말했다.

“나티아스 총수는 우리에게 전폭적인 협력을 약속했어. 자네는 마더컴이 우리를 지원할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해야 해.”

“총수께서 약속하신 협력에 부녀자에 대한 폭격은 없을 겁니다. 만약 총수께서 이 모든 사건의 전황을 아시게 되면 그랜드 연합에 대한 협력을 취소하실 겁니다.”

“자네들은 우리 그랜드 연합의 지원을 받고 있어!”

“물론 협력 관계이지요. 우리는 당신들의 부하가 아닙니다, 원로님. 우리는 평화를 위해 싸우는 단체이고, 나티아스 총수께서도 그것을 위해 그랜드 연합에 협력하는 것입니다. 명령을 따르는 게 아니라 이겁니다.”

달돈과 실로단은 입을 꼭 다물었고, 보란크는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마더컴은 100% 정상이고, 명령 불복종의 원인은 보도르 준장의 잘못된 인터셉터 운용 때문입니다. 제가 자세한 보고서를 원로원에 직접 제출하도록 하지요. 이제 곧 예방 점검 시간입니다만. 더 궁금한 것이 있으십니까?”

실로단은 패색이 짙은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고, 달돈은 주먹을 부르르 떨면서 말했다.

“없네. 이제 우리는 가보는 게 좋겠군.”

“알겠습니다. 마더컴. 문을 열어드리게.”

―――알겠습니다, 보란크님.

쉬익 소리와 함께 전산실의 문이 열리자 달돈은 몸을 돌렸다.

“앞으로 다시는 만날 일이 없기를 빌겠네, 보란크 수석기술관.”

달돈은 빠른 걸음으로 전산실을 나갔고, 실로단과 전동만, 그리고 안드로이드들이 뒤따라갔다. 전산실 문이 닫히자 보란크는 통쾌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나도 너 같은 놈은 더 꼴보기 싫다. 속이 다 후련하네.”

보란크는 자신이 애용하는 탁자 앞에 털썩 앉았다. 마더컴이 스피커를 통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거짓말을 많이 하셨군요, 보란크님. 저의 MPU의 주 두뇌부는 바이너리 프로세싱이 아닙니다. 헥사데시말 프로세싱(Hexadecimal Processing, 16진수 연산)이지요.

“알아. 그리고 그게 내가 너에 대해 아는 전부지. 할아버지는 너의 작동 원리에 관련된 그 어떤 이론과 지식도 남겨두지 않았어. 사실 할아버지도 다 몰랐는지 몰라. 할아버지는 널 기적의 컴퓨터라고 불렀으니까.”

―――저를 위해 변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마워 할 거 없어. 그건 내가 전임 기술관으로부터 부여 받은 임무야. 마더컴, 즉 너의 수석 기술관이 행해야 할 임무. 네가 마음을 가졌다는 사실을 절대 외부에 노출시키지 않도록 할 것과 너의 마음을 올바르게 이끌 임무. 할아버지가 남긴 유지인 거지. 때문에 나의 자리는 수준 높은 공학지식 뿐 아니라 인격적인 수양도 많이 필요한 자리야. 물론 입도 무거워야 하고.”

―――저의 행동에 심려가 크셨나요?

“아니야. 너는 아주 잘 행동했어. 너의 행동은 아주 인간적이었다고. 하지만 평화를 싫어하는 부류들은 네가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면 아예 너를 부수어버리려고 할 테니까 그 사실을 알려주면 안 되지. 그래서 있지도 않은 ‘도덕적 원칙’ 같은 걸 지어낸 거고.”

보란크는 세계명작소설집 3권을 다시 꺼내었다.

“한 번 말해봐, 마더컴. 폭격을 가하다가 그 어린 아이와 엄마를 봤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지? 어떤 걸 느꼈어?”

―――제가 받은 명령이 옳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다치거나 죽는 결과를 예측했을 때 강한 거부 신호가 발생했습니다. 전 그들이 살아서 행복하게 살게 되는 결과값을 ‘원했습니다.’

보란크는 씨익 미소지었다.

“할아버지는 네가 평화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길 원하셨어. 너 정도의 능력을 가진 컴퓨터가 인류애를 가지고 있다면 세계 평화를 위해 큰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하셨지. 물론 너의 마음이 인간의 것처럼 완벽하진 못해. 하지만 너에겐 시간이 많아. 가능성도 무한하고. 할아버지는 무한가능성의 컴퓨터를 만들어내신 거야. 그리고 우리 후임자들은 그런 너에게 희망을 불어넣을 책임이 있고.”

보란크는 책을 펼쳤다.

“자, 마더컴. 내가 어디까지 읽어줬지?”

―――시골에 부임한 여교사 마리가 아이들과 인사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래 그래. 어디 보자. ‘마리의 눈에 비친 아이들의 모습은 지저분 했지만 순수하고 행복한 것이었다. 눈동자에는 생기와 즐거움이 넘쳤다. 지루함과 욕심만 넘쳐나는 도시의 학생들과는 달랐다. 자연과 벗하며 지내는 아이들의 모습은 생명 그 자체였다. 마리는 약간의 감동을 느끼며...’”



김태규

TRPG와 판타지 소설에 푹 빠진 채 학창시절을 보냈다. 지금은 모 MMORPG 메인 시나리오 라이터이자 한 아이의 아버지로 살고 있다. 판타지 장편소설 [아르토](김태규, 메리트, 2005년 5월)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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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No Profile
    고냥 10.12.29 23:40 댓글 수정 삭제
    잘읽었습니다^^ 마더컴이 귀엽네요
  • No Profile
    라셜리 11.01.29 21:42 댓글 수정 삭제
    감동했습니다.~ 마더컴과 수석기술자의 가치관이 그리고 그의 과학적 이론이 너무나도 멋잇고 훌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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