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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경 휘파람

2012.03.30 23:4303.30

 


휘파람
 
 
 그는 쫓기고 있었다. 살기 위해 도망쳤다. 앞은 낭떠러지였고 뒤는 검은 허공이었다. 그 검은 허공 속에서 적들이 떼를 지어 쫓아왔다. 그는 뛰었다. 그러나 다리를 움직일 수 없었다. 안간힘을 써도, 아무리 몸부림을 쳐도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 그리고 뭔가 폭발했다. 그는 찢어질 듯 밝은 빛 속으로 내던져져 비명과 고통 속에 진저리치며 산산이 부서졌다.
 
 깨어났을 때 그는 묶여 있었다. 팔도 다리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는 공포에 질렸다. 어떻게든 몸을 움직여 보려고 했다. 아무래도 움직일 수 없었기 때문에 그는 공황 상태에 빠졌다. 팔다리를 당겨 보려던 시도는 점점 광기에 찬 몸부림이 되었다.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팔다리를 묶은 끈은 더 조여들 뿐이었다. 한참이나 그렇게 몸부림치다가 그는 제풀에 지쳐서 그만두었다.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곳은 그가 예상했던 장소가 아니었다. 그 사실을 깨닫자 미친 듯이 치밀어오르던 공포감이 조금은 가라앉았다. 동시에 다른 의문이 솟아올랐다. 그럼 대체 여기는 어디일까? 어떻게 된 걸까?
 침침한 어둠 속에서 팔다리를 단단히 묶여 움직일 수 없게 된 채 누워서 그는 어딘지 알 수 없는 위쪽을 올려다보며 생각했다.
 그는 탈출했었다. 비행정을 훔쳐 타고 도망쳤다.
 그리고 연료가 떨어졌다. 그는 추락했다.
 어디에?
 
 그는 한참이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잠깐 잠들었던 것도 같다.
 머릿속이 흐릿했다. 기억이 분명하게 떠오르지 않았다. 생각의 고리가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몽롱한 안개에 잠긴 듯 얼마인지 알 수 없는 시간동안 머릿속에 나타나는 대로 이런저런 생각의 파편들 사이를 떠다니면서 그는 서서히 몸이 아프다는 사실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정확히 어디가 아픈지 딱히 꼭 집어서 말하기는 힘들었다. 그냥 온몸이 다 아팠다. 묶인 채로 함부로 흔들어댄 손목과 발목이 가장 확연하게 아팠다. 등도, 목도 아팠다. 움직이려고 하면 갈비뼈가 송곳으로 찌르는 것처럼 아팠다. 다리와 허리도 뻐근하게 쑤시는 것도 같고 저리는 것도 같이 아팠다. 어둠 속을 하염없이 올려다보고 있자니 머리도 어째 조금씩 지끈거리는 것 같았다.
 그 때 바스락, 소리와 함께 어둠을 가리고 있던 뭔가가 젖혀졌다. 옅은 빛이 흘러들어왔다. 그는 아픈 머리와 목과 어깨를 가능한 한 움직여서 열린 틈새 쪽을 바라보았다.
 사람이 있었다. 여자인 것 같았다. 밖에서 흘러들어오는 빛을 역광으로 받아서 새까만 윤곽만 보일 뿐 정확한 생김새는 전혀 알 수 없었다. 여자인 듯한 사람은 안으로 들어서서 열린 틈을 닫았다. 방안에 다시 진회색 어둠이 덮였다.
 어둠 속에서 사람이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그는 긴장했다.
 여자가 다가왔다. 그의 바로 옆에 섰다.
 부드럽고 탄력있는 것이 그의 몸을 때렸다. 툭. 그는 깜짝 놀랐다. 아프지는 않았다. 오히려 좀 간지러웠다. 다시 그의 몸을 때렸다. 툭, 툭, 툭. 알 수 없는 부드럽고 탄력 있고 너덜너덜한 뭔가가 몸에 닿을 때마다 서걱서걱 소리가 났다.
 “뭐 하는 거야?”
 그는 말하려 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는 목을 가다듬었다. 다시 외치려 했다.
 “나한테 지금 뭐 하는 거냐고!”
 역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말을 할 수 없다. 어찌된 일인지 알 수 없다. 여기가 어딘지, 저 사람이 누군지, 나에게 무슨 짓을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고 물어볼 방법도 없다. 다시 공포가 목구멍으로 치받쳐 올라왔다. 그는 몸부림치려 했다. 팔다리를 묶은 끈을 끊고 옆에 서 있는 사람을 때려눕히고 빛이 흘러나오는 곳으로 도망치려 했다.
 여자가 낮게 휘파람을 불었다.
 그는 움찔, 놀랐다. 움직임을 멈추었다. 서걱서걱하고 너덜너덜하고 부드럽고 간지러운 것이 다시 그의 몸에 닿았다. 이번에는 조심스럽게 쓸어내렸다.
 갑자기 그는 몸이 아프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완전히 아프지 않게 된 것은 아니었다. 계속 당기고 흔들었던 손목과 발목은 여전히 쓰렸다. 그러나 목에서 등줄기를 따라 고여 있던 둔중하고 불길한 통증, 움직이려 할 때마다 갈비뼈에서 느껴지던 날카롭고 무시무시한 고통은 이전에 비해 훨씬 가라앉아 있었다.
 여자가 다시 한 번 휘파람을 불었다. 짧고 낮았지만 아까와는 음조가 조금 달랐다.
 부드럽고 서걱서걱한 것이 다시 그의 몸을 때리기 시작했다. 이전보다는 조금 더 세게 때렸지만 여전히 아프지는 않았다. 여자는 그의 목 아래에서 시작해서 배 쪽으로, 허벅지로, 다리로 내려갔다가 발에 닿으면 쓸어내린 후에 다시 올라와서 조금 위쪽, 얼굴부터 툭툭 치면서 다시 아래로 내려가기를 반복했다.
 부드럽고 서걱서걱한 물체가 직접 닿았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벌거벗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여자가 때리는 동작을 되풀이할 때마다 조금씩 중앙부가 일어서는 것을 느꼈다.
 그는 당황했다. 여자는 동작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여자가 자신을 볼 수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어쨌든 그는 여자에게 그만 하라고 알리고 싶었다. 그의 신체 부위는 원치 않게 점점 더 단단해졌고, 여자는 계속해서 서걱서걱한 물체로 그를 때렸고, 목소리는 여전히 아무래도 나오지 않았고, 그래서 그는 당황하다 못해 울고 싶어졌다.
 여자가 동작을 멈추었다. 세 번째로 휘파람을 불었다. 낮고 조용하게, 위로하는 듯한 음조였다.
 그리고 여자는 다시 어딘가의 틈새를 열고 밖으로 나가 버렸다.
 어둠 속에 혼자 누워서 그는 안도했다. 창피했다. 사실은 그 서걱서걱한 것이 몸에 닿던 느낌이 몹시 기분 좋았기 때문에 더 창피했다.
 여자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한동안 침침한 어둠을 멀거니 바라보며 단단해진 부분의 불편한 느낌과 함께 그대로 누워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원치 않았던 흥분은 다행스럽게도 차츰 가라앉았다. 동시에 허리와 갈비뼈에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희미한 통증이 모래 속으로 스며드는 물처럼 자신이 누운 땅 아래로 점차 스며들어 사라졌다.
 그는 서서히 다시 잠이 들었다.
 
 깨어났을 때 그는 여전히 침침한 어둠 속에 누운 채로 묶여 있었다. 옆에 여자의 형상이 서 있었다. 또 다시 그 서걱서걱한 물건을 사용하려는 것일까. 그는 긴장했다. 자기도 모르게 움찔거렸고, 그러자 아직도 묶여 있는 손목과 발목이 당겼다.
 거무스레하게만 보이는 여자의 형상이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그의 입술에 축축한 것이 닿았다. 그는 깜짝 놀랐다. 고개를 돌리려 했다. 여자가 그의 턱을 살짝 잡고 입술을 조금 벌렸다. 입 안으로 차갑고 편편한 것이 들어왔다. 달고 시원하고 물기가 많았다.
 음식이다. 음식일까? 먹어도 안전할까?
 그는 뱉어내려 했다. 그러나 여자가 여전히 턱을 잡고 있었다. 입을 다물 수도 고개를 돌릴 수도 없었다. 부드럽고 편편하고 달콤한 조각이 입안을 채웠다. 혀에 닿는 맛과 코끝에 전해지는 향 때문에 본의 아니게 군침이 돌았다.
 잠시 망설이다가 그는 먹기 시작했다.
 그가 삼키고 나자 여자가 다시 그의 입 안으로 같은 것을 집어넣었다. 그는 고분고분 받아 먹었다.
 입 안으로 들어오는 조각들은 제각각 조금 더 달기도 하고 조금 더 시기도 했지만 무척 맛있었다. 그는 게걸스럽게 씹어 삼켰다. 그러면 여자는 부지런히 그의 입에 조각들을 넣어 주었다.
 그리고 여자가 갑자기 멈추었다. 음식이 더 들어올 것을 예상하고 입을 벌리고 있다가 그는 실망했다. 쩝, 하고 입맛을 다시자 여자가 그의 얼굴을 쓰다듬어 주었다. 그는 조금 민망해졌다. 그리고 여자는 나갔다.
 
 그는 기분 좋은 포만감을 느끼며 한동안 누워 있었다.
 음식을 먹게 해 주고 잠을 자게 해 주는 걸 보니 이곳이 감옥은 아닌 것 같다고 그는 생각했다. 자신의 나라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 감옥은 감옥인데 다른 나라의 감옥일 수도 있다. 회유하려는 수단일지도 모른다. 혹은 이렇게 돌봐주는 듯하다가 저들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갑자기 고문하기 시작할지도 모른다.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이런 상황에서 얼마나 불리할지 혹은 유리할지 그는 궁리했다. 아니면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된 것도 저들의 무슨 실험이나 처치 때문인 걸까?
 어찌 됐든 이제까지의 경험은 그의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감옥이라고 가정했을 때의 예상이다. 감옥이 아니라면 그에게는 예상 따위 없었다. 여기가 어디고 자신이 어떤 입장인지 전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손목과 발목을 조금 움직여보았다. 여전히 묶여 있었다.
 먹여주고 재워주더라도 묶여 있다면 포로 아니면 노예가 분명하다고 그는 씁쓸하게 생각했다. 목숨을 걸고 탈출한 결과가 고작 이것이던가.
 
 다시 틈새가 열렸다. 여자가 들어왔다. 그는 긴장했다.
 여자는 그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 손목을 풀어주기 시작했다. 그가 목소리를 내 보려고 노력하는 사이에 여자는 그의 양 손목을 한데 모아 묶은 끈을 풀고 그를 일으켜 앉혀주었다.
 몸을 일으키자 머리가 띵했다. 눈앞에 반짝이는 것이 보이며 머릿속의 핏기가 일시에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기절할지도 모르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가 도로 쓰러지지 않고 앉은 자세를 유지하려 애쓰는 사이 여자는 이어서 그의 발목도 풀어주었다. 그는 일어서려 했으나 무릎이 휘청거려 넘어지다시피 도로 다시 앉았다. 여자가 쓰러지려는 그를 부축해서 똑바로 앉혔다. 그의 입에 무언가 넣어주었다.
 그는 지난번의 달콤한 것을 생각하고 무심코 씹었다. 그런데 무시무시하게 썼다. 반사적으로 도로 뱉으려 했다. 여자가 재빨리 손으로 그의 입을 막았다. 입을 막은 채로 그의 고개를 뒤로 젖혔기 때문에 그는 강제로 씹던 것을 삼켜야 했다.
 화를 내려 했는데, 다음 순간 그는 일어서 있었다. 여전히 머리가 좀 띵하고 아직 몸에 기운이 없었으나 조금 전의 기절할 것 같은 느낌은 사라졌다.
 여자가 그의 등을 받치고 있던 손을 떼었다. 허리에 뭔가 둘러주는 것을 느꼈다. 그는 실험적으로 한 걸음 걸어 보았다. 다시 한 걸음.
 손에 뭔가 닿았다. 여자가 그의 손을 잡고 이끌고 있었다. 그는 여자가 이끄는 대로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걸어갔다.
 여자가 장막을 걷었다. 쏟아져들어오는 빛에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 여자가 빛 속으로 그를 인도했다.
 
 그는 포로도 노예도 아니었다. 일어나서 걸을 수 있게 된 뒤에 그는 곧바로 이 사실을 깨달았다. 그가 자기 힘으로 걸을 수 있게 되자 여자는 더 이상 그를 묶어두지 않았다. 그는 어디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그곳은 빽빽이 우거진 밀림 속에 자리잡은 촌락이었다. 사람보다, 다른 어떤 동물보다 나무가 훨씬, 훨씬 더 많았다. 수풀 사이로 다른 사람들, 어른들이나 아이들이 아주 가끔씩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마을 전체에 인구가 몇이나 되고 밀림의 바깥에는 무엇이 있으며 밀림의 바깥이 어디쯤 가야 있을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물어볼 수도 없었다. 그는 당연히 이 사람들의 언어를 알지 못했다. 그리고 얼마 안 되는 시간 동안 나타났다 사라졌던 얼마 안 되는 사람들을 관찰한 결과 그는 이 사람들이 그가 아는 형태의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 같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는 어디로 가야 할지 알지 못했으므로 그대로 여자와 함께 머물렀다. 가끔씩 여자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마치 새가 지저귀는 듯한 소리를 냈다. 휘파람을 불기도 했다. 하늘까지 가리도록 우거진 나무와 잎사귀를 뚫고 높고 날카로운 새소리 같은 것이 끊임없이 들려왔다. 그러면 여자도 때때로 거기에 답하여 비슷한 소리를 내며 휘파람을 불었다. 그것이 그들의 언어였다. 저런 방식이라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배워야 할지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휘파람 소리는 사방에서 언제나 들려왔지만 실제로 사람이 찾아오는 일은 드물었다. 대부분 그는 혼자였다. 여자가 그를 위해 지어준 것이 분명한, 가느다랗고 탄력 있는 나뭇가지와 어린 줄기를 촘촘히 엮고 그 위에 천을 덮은 오두막에서 자거나 아니면 밖에 나와서 여자를 기다렸다. 여자는 해가 뜨면 밀림 속으로 사라졌다가 어스름이 내릴 때쯤 먹을 것을 들고 나타났다. 그에게도 먹을 것을 나눠주고 해가 완전히 질 때까지 모아온 식재료를 손질하거나 나무를 깎거나 다른 여러 가지 그가 이해하지 못하는 자질구레한 노동에 열중했다. 그리고 어두워지면 여자는 자신의 오두막으로 사라졌다. 다시 해가 뜨고 하루가 시작되고 여자가 밀림 속으로 사라져 혼자 남으면 그는 주변을 탐험해보려 시도했으나 곧 포기했다. 밀림 속, 여자가 사라진 방향으로 두 걸음 걸어들어가자마자 그는 방향을 분간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친숙한 공포가 목구멍으로 치받쳐 올라왔다. 그는 겁에 질렸고, 그래서 더더욱 방향을 분간할 수 없게 되었다. 그로서는 영원과도 같은 시간 동안 나무와 나무 사이로 같은 장소를 빙빙 돌다가 마침내 그와 여자의 오두막이 나란히 보이는 빈터로 나왔을 때 그는 하마터면 울 뻔했다. 그래서 그는 다시는 혼자서 밀림으로 들어가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그는 걱정하고 있었다. 비행정을 찾아야 했다. 이곳이 어디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언제까지나 이곳에 있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곳에 머무르지 않는다면 달리 어디로 가야 할지 그는 알지 못했다.
 그래서 어느 아침에 그는 빽빽이 우거진 나무 사이로 여자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여자는 힘들이지 않고 나뭇가지를 헤치면서 앞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그는 여자를 도무지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여자는 중간중간에 멈추어 서서 나뭇가지 같은 걸 꺾어서 어깨에 걸치고 있던 바구니에 넣기도 하고 열매를 따서 그에게 주기도 하고 혹은 다른 뭔가를 따거나 뽑아서 바구니에 넣기도 했다. 그렇게 멈춰 서서 가볍게 손을 놀리는가 싶으면 또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시시때때로 대기를 뚫고 들려오는, 새들의 비명 소리 같은 휘파람 소리에 답했다. 답하면서 방향을 바꾸기도 했고 가끔 되돌아가기도 했다.
 그는 무작정 따라갔다. 여자가 멈춰서면 같이 멈추어 쉬었다. 여자가 뭔가 건네주면 먹었다. 대부분 달고 부드럽고 시원했지만 어떤 것은 시고 어떤 것은 쓰거나 떫기도 했다. 그래도 그는 여자가 주는 대로 다 먹었다. 그리고 여자가 걷기 시작하면 또 충실하게 따라갔다.
 가끔 여자는 나무를 탔다. 바구니를 어깨에 멘 채로 마치 나무 껍질을 타고 위를 향해 흐르는 것처럼 날렵하고 능숙하게 올라갔다. 그는 감탄하며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 곳, 나뭇잎과 가지에 가려진 높은 곳까지 올라가서 여자는 열매와 잎사귀를 따서 바구니를 채우고 하늘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 그리고 올라갈 때처럼 흐르듯이 가볍게 내려와서 그에게 달콤한 열매를 내밀고 미소 지었다.
 매일같이 여자를 따라 다니면서 그는 여자의 몸이 그가 알던 어떤 방식과도 다르게, 독특하게 움직인다는 것을 눈치 채었다.
 앞을 막는 나뭇가지를 헤치고 나갈 때면 여자는 밀어 젖히되 꺾지 않았다. 나무 뿌리나 쓰러진 큰 덩어리를 넘어가야 할 때면 여자는 마치 큰 걸음으로 한 번 걷듯이 사뿐하게 넘어갔다. 여자의 움직임은 간결했고, 효율적이었고, 그래서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그러다가 아주 가끔 마음에 드는 동물을 발견했을 때 여자의 공격하는 움직임은 그 쉽고 부드러웠던 몸짓과는 달리 집약된 에너지를 폭발적으로 전달했다. 그것은 근본적으로 생존을 위해서 오랜 기간 훈련되고 숙달된 몸짓이었겠지만 그 모습에는 생존을 위해서라는 절박함이 전혀 없었다.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듯, 혹은 빗물이 잎사귀를 타고 흐르듯, 여자의 움직임은 언제나 가볍고 자연스러웠다.
 그는 사람의 몸이 그런 식으로 움직이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는 글 쓰는 사람이었다. 그의 일상은 컴퓨터 앞에 앉아서 손가락을 놀리는 것이었다. 그가 살았던 세계에서는 인간의 몸이 여자와 같은 방식으로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 사실 그가 살았던 세계에서는 인간의 몸이 움직일 필요 자체가 별로 없었다. 그래서 그는 여자가 그 길고 가늘고 단단한 팔다리를 춤추듯이 뻗을 때마다 정신없이 매료되어 쳐다보곤 했다. 그러면 여자가 그의 시선을 느끼고 돌아보았고, 눈이 마주치면 그는 당황해서 시선을 돌렸다. 여자는 웃었고, 그리고 무심하고 가볍게 하던 일을 계속했다. 그럴 때면 그는 어쩔 수 없이 여자가 자신의 벌거벗은 몸을 나뭇가지로 두드렸을 때를 떠올렸다. 잎이 무성하게 달린 여러 나뭇가지들이 맨살갗을 툭툭 치고 부드럽게 쓸면서 위에서 아래로 훑어 내려가던 느낌과 벌거벗은 중앙부에서 일어나던 단단함에 생각이 미치면 그는 얼굴을 붉혔다. 여자는 아름다웠고, 그래서 그는 부끄러웠다.
 
 그렇게 매일같이 여자를 따라다니면서 그는 밀림의 촌락에서 여자가 일종의 의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끔씩 여자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모두 어딘가 아팠다. 여자는 그들에게 나무 열매나 잎사귀 혹은 말린 풀을 주거나, 조그마한 도구로 몸의 안 좋은 곳을 째고 피와 고름을 짜내거나, 혹은 그에게 했던 대로 잎사귀 달린 나뭇가지를 엮어서 몸의 아픈 곳을 두드려 주기도 했다. 여자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특히 그 나뭇가지 치료법을 좋아하는 것 같았고, 그래서 여자는 여러 다른 종류의 나뭇가지를 여러 다른 방식으로 엮어서 각 환자의 상태에 맞게 성심껏 두드려 주었다.
 그리고 어린 아기를 안은 젊은 엄마가 찾아왔다. 아기는 입술이 푸르스름하고 기운이 없었다. 여자는 아기에게 여러 가지 풀잎을 으깨어 짜낸 즙을 먹이고 나뭇가지로 두드려 주었다. 입술에 조금 혈색이 돌아온 것 같았지만 아기는 여전히 기운이 없었다. 젊은 엄마는 여자의 품에 안겨 한참 울다가 돌아갔다.
 아기와 엄마가 돌아간 뒤에 여자는 다시 바구니를 메고 숲으로 향했다. 그러나 여자의 움직임은 이전과 달랐다. 젊은 엄마과 기운 없는 아기에게 신경쓰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여자는 평소보다 천천히 움직였고, 가끔 멈추어 서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땅을 가만히 내려다보거나 눈앞의 나뭇잎을 들여다보았다. 그러다가 잎을 따서 바구니에 넣기도 했다. 열매보다도 여자는 나뭇잎과 풀잎과 잎사귀 달린 나뭇가지를 따서 모았다. 그는 뒤를 따라가며 이미 가득 차서 무거워진 여자의 바구니에 더 이상 들어가지 않는 나뭇가지를 여자가 꺾어서 건네주면 받아서 들고 걸었다.
 그러다 그는 여자가 언제나 따 주는 나무 열매를 발견했다. 단맛보다는 신맛이 강했지만 시원하고 물이 많았다. 그는 열매를 땄다. 달려가서 앞서 걸어가는 여자의 어깨를 건드렸다. 여자가 돌아보았다. 그는 열매를 내밀었다.
 여자는 처음에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다. 그러나 곧 열매와 그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다가 조금 웃었다. 그 웃음에는 기쁨과 고마움, 그리고 일종의 대견함이 섞여 있었다.
 여자는 열매를 맛있게 먹었다. 그는 기뻤다. 조금 자랑스러웠다. 조금은 부끄러웠다.
 그는 열심히 나무 열매를 찾아서 따기 시작했다.
 
 다음날 여자는 숲으로 가지 않았다. 아침 일찍부터 나뭇가지를 이리저리 엮는 데만 열중했다. 그가 옆에 다가가도 돌아보지 않았고 전날 따다 둔 열매를 권해 보아도 입에 대려 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알아듣지 못하는 휘파람 대화를 통해 아기를 안은 젊은 엄마가 다시 찾아오기로 한 것이리라 짐작했다. 여자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조금은 아쉽게 느껴졌다.
 여자가 몹시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방해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여자를 남겨두고 그는 용기를 내어 혼자 밀림으로 들어갔다.
 
 처음 혼자 숲에 발을 디뎠을 때만큼 무섭지는 않았다. 이미 여자와 함께 몇 번 다녀봤고, 특별히 큰 나무나 모양이 특이한 돌은 표지 삼아 눈여겨 보아두기도 했다.
 그러나 밀림은 쉬지 않고 자라났다. 조금 전에 지나온 곳도 돌아서면 모양새가 바뀌어 있었다. 나뭇가지는 마치 동물처럼 제멋대로 형태와 위치를 바꾸는 것 같았고, 거기에 잎사귀가 우거지면 그 밑의 땅은 전혀 알아볼 수 없게 되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얼마 못 가서 그는 길을 잃었다. 그리고 길을 잃었기 때문에 추락한 비행정을 발견했다.
 여자의 오두막에서 이토록 가까운 곳에 비행정이 있었다는 것을 그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여자가 혼자서 의식이 없는 그를 끌고 밀림을 헤치고 집으로 돌아오려면 비교적 가까운 거리여야만 가능했을 것도 같았다. 단지 이 방향으로는 와본 기억이 없었고, 이렇게 가까웠다면 여자가 일부러 이쪽 방향을 피해서 오지 않았던 것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여자는 그를 붙잡아두려 했던 것일까?
 그렇다면 여자는 굳이 비행정을 숨길 필요까지도 없었다. 비행정은 완전히 파손되어 있었다. 언뜻 보기에도 그다지 희망이 없었다. 그래도 어쨌든 발견했으므로 그는 가까이 가 보았다. 이래서는 포기하는 수밖에 없겠다고 그는 한숨을 쉬었다. 그는 정비 기술 쪽에는 전혀 소질이 없었다. 그가 아는 “수리”는 전원을 껐다 켜는 정도뿐이었다. 그리고 설령 비행정을 고쳐낼 기술이 있었다 하더라도 지금 상황으로서는 수리할 도구도 부품도 없었다.
 비행정 입구에 그의 옷가지가 널브러져 있었다. 그러니까 그는 여기서 발견된 것이다. 여자가 옷을 벗겼을 것이라 생각하니 창피하고 당황스러우면서도 어쩐지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그는 아무렇게나 내팽개쳐진 옷을 집어들었다. 찢어지고 피가 묻어 있었다. 피가 많이 묻어 있었다.
 그는 새삼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아물어가는 흉터들을 보며 감탄했다. 이 정도 부상을 입었는데 여자가 나뭇가지와 잎사귀로만 두드려서 살려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한동안 선 채로 옷가지를 들여다보다가 그는 비행정 안으로 들어갔다.
 사실 제대로 안에 들어갈 수는 없었다. 입구는 추락의 여파로 인해 찌그러져 있었다. 그는 찌그러진 공간에 맞추어 상체를 비튼 것 같은 이상한 자세로 숙여서 고개만 집어넣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비행정을 운전해볼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안에 물도 먹을 것도 없다는 사실도 이미 알고 있었다.그는 다른 물건을 찾고 있었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가방이 눈에 띄었다. 그는 가방을 집어들었다. 팔을 한껏 뻗어 손가락 끝으로 끌어당겨야 했지만 어쨌든 잡는 데 성공했다. 비행정 밖으로 나와서 그는 가방을 열었다. 타블렛은 화면에 커다랗게 금이 가 있었지만 전원을 넣자 어쨌든 작동했다.
 아주 잠깐동안 그는 이런저런 프로그램들을 구동시켜 보았다. 손가락이 화면을 스치는 느낌이 낯설었다. 물론 화면에 전에 없던 금이 가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도 밀림의 한가운데에서 허리춤에 수건 비슷한 천조각만 두른 채 이 컴퓨터의 화면을 다시 만지게 되리라고는 일평생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거기까지 생각하고 그는 혼자 피식 웃었다.
 그는 자료를 불러냈다. 깨진 화면에 그가 썼던 기사와 관련자료, 사진과 메모들이 주르륵 펼쳐졌다. 정부 고위층의 비리에 대한 폭로 기사였다.
 고국의 지도자는 본래 군 정보부 출신의 무명 인사였다. 바로 그 무명이라는 사실 때문에 선임 지도자의 신뢰를 얻어 측근이 되었고 마침내 체제를 전복하거나 선임 지도자를 감옥에 보내지 않는 조건으로 평화롭게 정권을 넘겨받았다. 일단 권력을 쥔 후에 지도자는 자신과 동향 출신인 지인 중에서 강력한 재력과 인맥을 갖춘 사람들을 선발하여 소규모의 배타적인 파벌을 형성하고 이런 측근들에게 정부 최고위직과 국영 대기업의 이권을 나누어 주었다.
 그 이후로는 일사천리였다. 정치와 군사, 금융까지 국가의 핵심 권력은 지도자를 중심으로 그의 최측근들이 모두 장악했고, 법에 정해진 임기가 끝나면 서로 자리만 바꿔 앉았다. 선거가 필요하면 부정을 저지르고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면 동의하지 않는 의원들을 매수하거나 협박하거나 매수하고 협박했다. 그는 지난 십 년간 이 최고위층, 특히 지도자가 저지른 부정과 비리에 대한 결정적인 자료들을 모으고 있었다.
 물론 자료들은 모으기 쉽지 않았다. 그런 자료들을 찾으려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온갖 협박에 시달리기도 했다. 동료 한 명은 자기 아파트에서 죽음을 당했다. 배달시킨 음식이 왔다고 해서 문을 열어주러 나갔다가 현관에서 총에 맞아 죽었다. 그 일을 계기로 다른 동료들은 일을 그만두고 숨거나 외국으로 도피했다.
 그는 숨지도 도망치지도 일을 그만두지도 않았다. 부모님은 이미 오래 전에 외국으로 이민갔고, 형은 기사 쓰는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설득해서 부모님이 계신 나라로 떠나 보냈다. 자기 한 몸에 대해서라면 두려울 게 없었다. 두려울 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밤중에 현관문이 부서졌을 때 그는 두려웠다. 몹시 두려웠다. 자료를 백업해둔 타블렛과 비행정은 최후의 수단이었다. 그 최후의 수단을 정말로 이용하는 날이 오게 될 줄은 몰랐다. 비행정을 타고 탈출하면 그 자료를 들고 어디로 가야 할지 정해 놓지도 않았다. 그저 추상적인 의미에서 최후의 수단이었다. 그런데 현관문은 현실적으로 부서졌고, 총알도 현실적으로 날아왔다. 생명의 위협이라는 게 어떤 것인지 실제로 겪어보기 전에 그는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세상의 모든 일이 다 그렇듯이.
 그리고 지금은 하늘을 가로질러 어딘지 모를 땅에 내던져졌지만 그는 여전히 살아 있는 것이다. 휘파람으로 대화하고 나뭇잎으로 치료하는 사람들의 세계에서.
 그는 타블렛을 껐다.
 화면이 까맣게 죽으면서 동시에 먼 고국의 독재자가 그에게 가졌던 무게와 의미도 같이 사라졌다. 목숨을 걸었던 일인데, 인생을 걸었던 일인데,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걸 깨달아버린 자신이 견딜 수 없이 비겁했다. 그러나 그에게는 지금 이곳이 현실이었다. 혹은 그가 추락했을 때 이미 죽었고 지금 이 모든 것이 죽은 뒤에 꾸는 꿈일 지도 몰랐다. 그에게는 아무래도 마찬가지였다. 고국의 독재자는 이제 그의 현실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 같은 의미에서 그의 자료들도, 그의 기사도 먼 땅의 독재자에게는 이제 아무런 중요성도 갖지 못했다. 그는 말하고 싶은 대로 다 말하고 타블렛의 전지가 지탱하는 한 쓰고 싶은 대로 전부 쓸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원하지 않았던 기묘한 방식으로 완벽하게, 허무하게 자유로웠다.
 그는 깨진 타블렛을 다시 가방에 넣었다. 피 묻은 옷가지와 함께 비행정 안에 집어넣었다. 어깨의 바구니를 고쳐 메고 현실의 허기를 달랠 만한 먹을 것을 찾으러 갔다.
 
 그는 바구니를 가득 채웠다. 도저히 더 이상 들어가지 않아서 남은 열매는 손에 몇 개 들고 걷다가 좀 먹었다. 달콤한 과육을 입에 하나 가득 넣고 우물우물 씹으면서 돌아왔다.
 여자는 울고 있었다.
 움직이지 않게 된 아기를 앞에 놓고 엎드려서 여자는 흐느꼈다. 그 맞은편에서 젊은 엄마와 아이의 아버지로 보이는 젊은 남자가 땅을 치고 자신의 머리를 때리며 통곡했다.
 상황을 이해하기까지 몇 초 정도 시간이 걸렸다. 그는 뭐라고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손에 열매를 쥐고 바보처럼 멍하니 선 채 자식을 잃은 부모와 환자를 구하지 못한 치료사가 오열하는 광경을 바라보았다.
 엎드려 울부짖던 아기 아빠가 일어섰다. 아기 엄마가 따라서 일어섰다. 아기 아빠가 뭔가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여자가 천천히 일어섰다.
 죽은 아기의 아빠가 여자를 향해 달려들 듯이 돌발적인 몸짓을 했다. 사나운 표정에는 격렬한 분노가 서려 있었다. 그는 들고 있던 먹을 것을 내던지고 반사적으로 여자 쪽으로 다가갔다.
 여자는 움직이지 않았다. 아기를 잃은 아빠를 조용히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아기 아빠가 여자를 향해 위협적으로 한 걸음 다가섰다.
 아기 엄마가 남편의 손을 잡았다. 아기 아빠가 움찔, 걸음을 멈추었다. 아기 엄마가 다른 한 손을 남편의 어깨에 얹었다.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아기 아빠가 고개를 숙였다. 몸에 서려 있던 위협적이고 공격적인 분노가 일시에 무너졌다. 아기를 잃은 아빠는 돌아서서 아내의 품에 안겨 어깨를 들먹이며 다시 울기 시작했다.
 아기 엄마가 남편을 감싸 안았다. 자식을 잃은 부부는 한참이나 얼싸안고 서서 통곡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여전히 흐느껴 울면서 손을 잡고 함께 밀림 속으로 사라졌다.
 여자는 눈을 감고 한숨을 쉬었다. 다시 죽은 아기의 시체 앞으로 돌아와서 털썩 앉았다. 몸을 한껏 웅크리고 죽은 아기를 말없이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는 여자에게 다가갔다. 뭐라고 위로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여자의 언어를 알지 못했다. 그리고 여전히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의 언어로도 위로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여자 옆에 다가 앉았다.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면 속삭여서라도 위로하고 싶었다.
 그 때, 그의 눈앞에서 죽은 아기가 일어섰다.
 그는 반쯤 공황상태에 빠지고 반쯤은 매료된 채로 일어선 죽은 아기를 바라보았다. 사실 그것은 죽은 아기가 아니었다. 죽은 아기는 여자 앞에 얌전히 누워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죽은 아기는 벌떡 일어서서 그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를 향해 한 걸음 다가왔다. 입을 열었다. 그리고 하늘과 땅이 찢어질 듯한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를 냈다.
 그는 엉겁결에 물러났다. 물러나려 했다. 여자 옆에 웅크리고 앉아 있다가 아기가 다가오자 앉은 것도 아니고 일어선 것도 아닌 이상한 자세로 서둘러 뒤쪽으로 움직이려다가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얼굴이 땅에 처박혔다.
 땅의 흙에서 이상한 냄새가 났다. 역겨워서 그는 얼른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일어서려다가 다시 주저앉았다. 세상이 눈앞에서 무지개빛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죽은 아기가 둘, 다섯, 열, 스물, 백명으로 늘어나서 보이는 모든 곳을 가득 채우고 고막이 찢어질 듯한 휘파람 소리를 내며 무지개빛 세상과 함께 빙글빙글 돌았다. 그와 함께 썩은 풀냄새 같은 텁텁하고 고약한 냄새가 주위를 감쌌다. 그는 몸을 돌리고 웅크리고 앉아서 토하기 시작했다.
 뭔가 따뜻하고 가느다란 것이 가볍게 그의 어깨를 건드렸다. 그는 손등으로 입가를 닦아내고 돌아보았다. 여자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옆에 다가앉아 바라보고 있었다.
 다음 순간 그는 자신의 몸에서 분리되었다. 자신의 몸이 여자에게 덤벼들어 쓰러뜨리는 광경을 그는 마치 오래된 영화의 한 장면을 구경하듯이 그렇게 옆에서 지켜보았다.
 눈으로 보면서도, 묘하게 객관적인 방식이지만 어쨌든 감각으로 느끼면서도, 그는 자신이 여자를 공격하고 있다는 걸 믿을 수 없었다. 그는 그런 일을 원해본 적이 없었다. 그는 강압과 폭력에 극렬히 반대했고 그 때문에 핍박받았던 사람이었다. 다른 인간에게 강압과 폭력을 행사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특히나 여자에게 그런 짓을 하는 것은 더더욱 원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지금 여기서 그는 여자를 깔아 뭉개고 위에 올라타려 하고 있었다. 자기 몸이 하는 행동을 마치 남의 일처럼 한 발 물러서서 구경하면서 그는 아까 먹은 열매 중에 뭔가 이상한 것이 섞여 있었던 것 같다고 희미하게 깨달았다.
 여자는 목을 조르려는 그의 양 손목을 재빨리 붙잡았다. 특유의 가볍고 능숙한 움직임으로 그를 쓰러뜨리고 위에 올라탔다. 양 다리로 그의 갈비뼈를 조이면서 붙잡은 손목을 그의 머리 위로 올리고 몸무게를 실어서 움직일 수 없게 했다. 그는 몸부림쳐서 여자를 떨어뜨리려 했다. 여자가 한 손으로 그의 손목을 잡아 누른 채 다른 손을 번개같이 움직여 그의 목울대를 쳤다. 그는 순간적으로 숨을 쉴 수 없게 되었다. 눈앞이 하얗게 변했다. 다시 호흡과 시력이 정상으로 되돌아왔을 때는 여자의 오두막에서 처음 정신을 차렸을 때처럼 손목과 발목이 단단히 묶여 있었다.
 묶인 채로 그는 몸부림쳤다. 죽은 아기가, 죽은 아기들이 둥글게 원을 그리며 그의 주위를 맴돌았다. 죽은 아기들이 내지르는 쇳소리가 하늘과 땅을 갈랐다. 그리고 그 갈라진 틈에서 텁텁하고 고약한 썩은 냄새가 피어올랐다. 그는 입을 한껏 벌리고 몸 속에서부터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목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죽은 아기가 그의 목 위에 올라앉았기 때문이었다.
 휘익, 짝, 소리와 함께 그는 살이 찢어지는 듯한 날카로운 통증을 느꼈다. 그와 함께 목 위에 앉아 있던 죽은 아기가 사라졌다.
 그는 누운 채로 위를 쳐다보았다. 여자가 손에 나뭇가지를 들고 있었다. 잎사귀가 달리지 않은 가느다란 나뭇가지 하나였다. 그 나뭇가지로 여자가 다시 그의 몸을 내리쳤다. 짝, 소리와 함께 그는 다시 타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 그러나 동시에 죽은 아기들이 지르던 쇳소리가 갑자기 작아졌다. 
 여자는 쉬지 않고 계속해서 인정사정 없이 그의 몸을 내리쳤다. 나뭇가지가 지나간 자리는 새빨갛게 부어오르면서 불이 붙은 듯이 화끈거렸다. 그러나 피부에 느껴지는 고통이 심할수록 그는 머릿속이 점점 맑아지는 것을 느꼈다. 죽은 아기들의 환영이 점점 옅어졌고, 아기들이 지르는 쇳소리도 점점 작아졌고, 땅에서 피어오르던 텁텁하고 고약한 썩은 냄새도 점차 사라졌다.
 치료 – 처벌이 끝났을 때 그의 몸은 온통 벌겋게 부어오른 회초리 자국으로 뒤덮였다. 그러나 죽은 아기는 모두 사라졌다. 쇳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냄새도 없어졌다. 그는 더 이상 구토증세도 이유 없는 공격 충동도 가슴을 옥죄던 공포도 느끼지 않았다. 그저 맞은 자리가 아플 뿐이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팔을 움직여 보았다. 상처난 피부가 욱신거렸다. 그러나 손목은 더 이상 묶여 있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일어나 앉았다. 발목도 자유로웠다. 그는 조금 겁내며 주의 깊게 움직여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오두막 바깥으로 나왔을 때는 동이 트고 있었다. 여자는 그를 향해 등을 돌린 채 뭔가 하고 있었다. 여자에게 다가가려다가 그는 여자가 죽은 아기의 시체를 천으로 감싸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그는 방해하지 않기 위해 물러섰다.
 여자는 그를 돌아보지 않고 천천히 정성스럽게 아기의 시신을 다루었다. 천으로 다리를 감싸고, 양 손을 모아 가슴 위에 놓은 뒤에 몸통을 감싸고, 마지막으로 얼굴을 감싼 뒤에 다시 한 번 온몸을 단단하게 감쌌다. 작업이 끝난 뒤에 여자는 아기의 시신을 품에 안았다. 그리고 하늘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
 새의 비명소리와도 같은 휘파람 소리가 곧 여자의 외침에 대답했다. 그리고 또 한 번. 다시 한 번. 여자가 하늘을 쳐다보며 길고 슬프게 한숨 같은 곡조를 불었다. 이에 답하는 비탄에 찬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가 대기를 뒤덮었다.
 마을은 애도하고 있었다.
 그는 주위를 뒤덮은 휘파람 소리에 잠긴 채 어쩔 줄 모르고 서 있었다. 여자는 숨이 닿는 한 휘파람을 불었다가 잠시 멈추고는 다시 깊이 숨을 들이쉰 후에 또 하늘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면 마을 전체가 이에 답했다. 모두 함께 소리쳤고, 모두 함께 탄식했고, 모두 함께 슬퍼했다.
 그리고 그가 뭔가 소리를 내거나 주의를 끌기 전에 여자는 아기의 시신을 소중히 품에 안고 천천히 숲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는 여자를 부르려다가 그만두었다.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고, 그는 여자와 그녀의 사람들이 하는 방식대로 휘파람 불 줄 몰랐다. 그들은 슬퍼하고 있었고, 그는 이방인이었다. 공동의 애도가 하나의 커다란 울음이 되어 하늘을 뒤덮는 비탄의 순간에 그들을 방해할 자격이 그에게는 없었다.
 여자는 그를 돌아보지 않았다. 아기를 품에 안은 채 여자는 나무 사이로 사라졌다.
 
 오두막 앞에 혼자 남아서 그는 그대로 한동안 서 있었다.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기다리면 여자는 물론 언젠가 돌아올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여자를 똑바로 볼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이전처럼 대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뭔가를 잘못 먹었다고는 해도 그는 어쨌든 여자를 공격했다. 부상당한 자신을 살려주고, 돌봐주고, 먹여주고 재워주었는데, 아기의 죽음과 부모의 비탄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감내해야 했을 때 그는 하필 그런 순간을 골라 여자에게 덤벼들었다. 자신이 오두막에서 나와 등 뒤에 서 있는 것을 알면서도 여자가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다는 것이 그에게는 일종의 신호로 여겨졌다. 그는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수 없었다. 애초에 이곳에 속하지 않았고, 더는 이곳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여자의 오두막을 떠나 비행정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물론 비행정으로 간다고 해서 해답이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비행정은 완전히 망가졌다. 그걸 타고 어딘가 다른 곳으로 간다는 건 불가능했다. 그러나 타고 떠나지는 못하더라도 망가진 문짝을 떼내고 안으로 들어갈 수만 있다면 여자의 오두막 대신 비행정에서 얼마간 지낼 수는 있을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비행정에 도착했다. 막상 도착해서 보니 문짝은 기억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심하게 우그러져 있었다. 몇 번 힘주어 흔들어 봤지만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공구가 없이 완력만으로 떼어낼 수는 없을 것 같았다. 할 수 없이 그는 찌그러진 문 사이로 다시 몸을 반쯤 들이밀어 보았다. 온몸의 살갗이 얻어맞아 벌겋게 부어 있어서 문에 쓸리자 무척 아팠다. 그리고 문틈이 벌어지질 않아서 아무리 안간힘을 써도 상반신이 반밖에 들어가지 않았다. 이런 상태라면 비행정 안에서 지내는 것도 불가능하겠다고 그는 절망적으로 생각했다.
 반쯤만 비행정에 탔다기보다는 낀 채로 그는 한껏 팔을 뻗어 손 닿는 곳에 있는 계기반을 이것저것 만지작거렸다. 당연히 아무 반응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반중력 장치의 전원을 넣은 순간 우웅, 소리가 나면서 불이 들어왔다. 그리고 비행정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대로 시동이 켜진 것은 아니었다. 비행정은 떠올랐다기보다는 펄쩍 뛰어서 반바퀴 돌면서 옆으로 한 걸음 정도 물러났다. 그가 얼른 제동을 걸지 않았다면 바깥에 나와 있는 다리 한 쪽이 비행정에 깔릴 뻔했다. 그러나 어쨌든 반중력 장치는 제동을 걸었는데도 꺼지지 않았다. 비행정이 땅에서 두 뼘 정도 뜬 채로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는 걸 보면 이것이 한계인지도 몰랐다. 그러나 꼭 하늘을 날지 않더라도 어딘가 갈 수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 하지만 어디로?
 상반신의 절반은 비행정에 끼다시피 하고 한쪽 다리는 밖에 내놓은 이상한 모습으로 운전석에 앉아서 그는 허공에 낮게 뜬 채로 멍하니 계기반을 들여다보았다.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무래도 찾을 수 없었다.
 
 한참만에 그는 비행정을 다시 착륙시켰다. 반중력 장치의 전원을 껐다. 다른 장치들도 모두 껐다. 비행정은 다시 부서지고 죽어버린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그는 들어갈 때보다 몇 배의 노력을 들여서 간신히 운전석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그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비행정에 등을 기댔다. 쫓겨났다는 사실이 새삼 절절하게 마음에다가왔다. 고국에서 도망쳐나와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리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에도 이 정도로 슬프지는 않았던 것 같다고 그는 생각했다.
 어쩔 수 없었다. 이제는 스스로 알아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일단 나무열매를 모으면 하루이틀 정도는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리고 저 문짝은 돌 같은 걸로 쳐서라도 어떻게든 떼 버리는 편이 낫겠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지만, 갈 수 있다면, 갈 수 있을 때 어디로든 가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몸을 일으켰다. 비행정을 어디까지 쓸 수 있을지 좀더 점검해보기 위해서 운전석에 다시 한 번 상반신을 끼워 넣으려 했다.
 그 때 그는 숲을 가로지르는 휘파람 소리를 들었다.
 
 어떻게 그 소리를 알아들었는지는 그 자신도 알지 못했다. 그 때까지 휘파람 소리를 끊임없이 듣기는 했지만 그는 대부분 새소리와 구분하지 못했다. 그것이 다른 사람들이 내는 휘파람 소리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여자가 휘파람을 불어 대답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휘파람 소리를 알아들었다.
 여자가 그를 부르고 있었다. 그것은 가지 말라는 애원도, 돌아오라는 명령도, 잘 가라는 인사도 아니었다. 그저 부르는 소리였다.
 그는 화답할 방법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부르는 소리를 따라서 여자를 향해 갔다.
 
 여자는 그를 향해 오고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가볍고 부드럽게 몸을 놀려 숲을 헤치고 그에게 다가왔다. 여자를 보고 그는 멈추어 섰다.
 그가 멈추어 섰기 때문에 여자도 멈추어 섰다. 그는 기다렸다. 그러나 여자는 그를 가만히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여자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양손을 모아 여자를 향해 내밀었다.
 여자가 확인하듯 그를 쳐다보았다. 그는 눈짓으로 대답했다.
 여자는 입은 옷을 묶고 있던 여러 개의 끈 중에서 하나를 풀었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내민 그의 양 손목을 묶었다. 손목이 단단히 묶일 때까지 그는 움직이지 않고 기다렸다.
 여자가 그를 눕혔다. 그는 여자가 이끄는 대로 축축하고 기름진 대지의 신선한 풀과 나뭇잎 위에 누웠다. 여자가 그의 묶인 손목을 머리 위로 밀어 올렸다. 그리고 그에게 입맞추었다. 그의 몸 구석구석에 입맞추었다.
 그래서 그는 이제 아무 데도 가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갈 곳이 없었고 더 이상 갈 필요도 없었다.
 그는 여자에게 묶여 있었다.
 그는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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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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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비 12.04.03 01:43 댓글 수정 삭제
    잘 읽었습니다. 휘파람 마을에 대한 묘사가 너무 맘에 들어요! 앞으로 이 둘은 어떻게 될지 궁금해지는데요
  • No Profile
    앤윈 12.04.03 09:34 댓글 수정 삭제
    정도경님 소설에 나타나는 이런 이야기들이 좋아요. 그래서 그 둘은 서로 외에 아무 것도 없는 거 같은 존재로 영원히 남을 수밖에 없는. 제 삶이 그렇지 않다는 게 새로이 환기되기도 하지만 :)
  • No Profile
    정도경 12.04.03 21:50 댓글 수정 삭제
    이비님/ 감사합니다. 아마 잘 되겠죠 ^^;
    아마존 밀림에 실제로 이런 부족이 아직도 존재한다고 합니다. 휘파람으로만 대화하는 건 아니지만 멀리 떨어져 있을 때는 그런 방식으로도 대화할 수 있다고 하네요. 저도 좀 배웠으면 좋겠어요.

    앤윈님/ 가족도 있고 친구도 있고 동료도 있어야 보통 사람이니까 실제로 둘밖에 세상에 아무것도 없으면 그것도 나름대로 힘들겠죠;; 그래도 저도 가끔은 부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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