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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가면 여우 이야기

곽재식

최근 몇 번 과천에 있는 과학관에 다녀올 일이 있었다. 서울에서 과천으로 가다 보면 흔히 남태령이라는 고개를 넘어서 가게 되는데, 이 고갯길을 지날 때 마다 나는 매번 잠깐씩 머리에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었다. 어떤 때에는 한번 떠오른 이야기가 계속 머리에 남아서 도착할 때까지 내내 차 안에서 그 생각만 하게 된 적도 있었다.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그것을 정리해 본 것으로, 나 역시 그저 들은 이야기를 조금 더 꾸며서 정리한 것일 뿐이므로, 내용 전체가 모두 사실일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이야기는 홍진표라는 사람이 재산을 다 날리고 막대한 빚을 얻은 것에서 출발한다.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종종 저지르는 실수는 가끔 자신을 너무 믿을 때가 있다는 것이다. 보통 영리한 사람들은 의심이 많고 조심스럽기 마련이지만, 그 의심과 조심을 넘어설 정도로 믿음직한 일이면 너무나 굳게 믿게 된다. 막대한 돈을 벌 수 있는 신종 투자 상품은 모두 사기라고 생각하고 의심하던 홍진표가 폭스 블록체인 머니라는 제품에 대해서는 굳은 신념을 가졌던 것도 같은 이유였다.

홍진표는 사귀고 있던 김희정과 결혼할 날을 대비해서 오랜 시간 따로 모아 왔던 돈을 모두 폭스 블록체인 머니에 털어 넣었고, 그 외에도 끌어다 댈 수 있는 모든 돈을 다 같은 곳에 털어 넣었다. 폭스 블록체인 머니에 투자해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는 2주일 정도 밖에 없어 보였는데, 그 2주일 안에 투자하기만 하면 그것은 2천9백배의 수익으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렇다 보니, 홍진표는 급하게 빚도 무더기로 구해서 다 집어 넣었다.

2주일이 지나자, 홍진표는 백만장자가 아니라 빚쟁이가 되어 있었다.

그는 19년만에 처음으로 소리를 내어 엉엉 울어 보게 되었고, 하루 종일 멍한 기분으로 앉아 그저 자기 심장이 벌렁벌렁하는 것만 느끼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였다. 홍진표는 스스로 폐인 같이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때 폐인이라는 말이 나타내는 바는 몇 주일 전에 웃으면서 “연속으로 연속극만 몇 시간씩 보면서 폐인같이 지냈어”라고 김희정에게 말할 때 썼던 “폐인”이라는 단어와는 많이 다른 의미였다.

얼마 후 밥을 사 먹을 돈이 없어서 굶게 된 홍진표는 이런저런 실업자나 빈자 구제 사업에 신청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홍진표는 남태령에 있는 어느 공원의 미화 사업에서 하루 일당을 받아 일하는 자리를 겨우 얻게 되었다. 홍진표가 하는 일은 공원의 쓰레기를 줍거나, 잡초를 캐고, 가끔 꽃을 심으라고 하면 꽃을 심는 일이었다. 다행히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대체로 친절한 편이라, 마음 속에 뭔가 울컥 다 엎어 버리고 싶은 심정과 후회만 가득한 사람인 경우에도 그럭저럭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었다.

마침 그 공원에는 남태령에 내려 오는 전설을 나타내기 위해 만들어 놓은 여우 조각상이 있었다. 홍진표도 그전부터 그 전설 내용의 줄거리는 어렴풋이 들어서 알고 있었다.

남태령에는 옛날에 이상한 여우가 나타난다고 해서 사람들이 여우고개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리고 바로 그 여우고개에 대한 전설이라면서 “어우야담”이라는 책에 500년 쯤 전, 조선시대에 채록된 이야기가 있다. 그 전설에 따르면, 어떤 게으른 사람이 이상한 인물을 만나는데, 그 인물이 그 게으른 사람에게 소 모양으로 된 가면을 쓰고 소 가죽을 등에 걸쳐 보라고 권했다고 한다. 시킨대로 하자, 그 게으른 사람은 요술처럼 갑자기 정말 소로 변하게 된다. 소가 된 게으른 사람은 사람들에게 붙잡혀 죽어라 일을 하게 되고, 그러면서 그 사람은 고통을 받으며 삶을 후회하게 된다. 그러다 어느날 소로 변한 그가 파를 뜯어 먹게 되는데, 그러자, 다시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것이 결말이다.

홍진표는 그 이야기의 배경이 남태령이라는 것도 어디선가 한 번 들어 본 것 같았다. 그렇지만, 그런 전설에 대해 무엇인가 장식을 해 놓은 공원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그리고 그 공원에서 잡초 뽑는 일을 자신이 하게 될 거라고도 생각하지 않고 살아 왔다. 홍진표는 어린이들에게 교훈을 주기 위해 귀엽게 만들어 놓은 여우 모양을 보면서 갖가지 생각을 했다. 그 조선시대 게으른 사람이 지금 살았다면 혹시 폭스 블록체인 머니에 투자를 했을까? 얼마나 했을까?

며칠 후, 홍진표가 꽃나무 심는 일을 하던 날이었다. 홍진표는 그날 따라 조금 더 깊이 흙 바닥을 파게 되었다. 흙을 조금 파헤쳤을 때 누가 옛날에 버려 놓은 휴지가 나왔다. 그것을 보고 홍진표는 옛날에 주식투자 하다가 돈 날린 사람은 “다 날리고 주식이 휴지 조각이 되었다”고 말했는데, 인터넷으로 투자를 한 자신은 휴지 조각조차도 없다는 생각을 했다. 괜히 그러다 보니 뭔가 치미는 마음이 다시 생겨서 그는 성난 것처럼 땅을 팠던 것이다.

깊게 땅을 파다 보니, 흙 속에서 숟가락이나 젓가락 같은 쇠가 나타나는 것 같았다. 호기심이 생겨 더 파보니, 그것은 금속으로 된 무슨 뼈대 같아 보였다. 누가 무슨 우산이나 옛날 양철 도시락 같은 것을 버린 것인가 싶기도 했다. 그런데 살펴 보니 그런 것이 아니라 모양이 이상했다. 그러고 보니 조선시대 전설이 있는 곳이라면 조선시대의 유물 같은 것이 묻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홍진표는 혹시 돈이 될만한 것일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했다. 홍진표는 더 흙을 파헤쳐 결국 그것을 파 보았다.

그것은 얼굴 모양 비슷하게 되어 있는 금속 뼈대였다. 무척 오래된 것처럼 보였다. 금속 뼈대 겉면에는 너덜너덜하게 다 삭아빠진 천 조각이나 종이 조각 같은 것이 붙어 있었다. 만약 그 종이조각이나 천 조각이 원래대로인 모양이었다면 요즘 피부 미용을 위해 얼굴에 덮어 쓰는 전자기기 비슷한 모양이었을 것 같다 싶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홍진표는 한 눈에 바로 알아 볼 수 있는 보물은 아니었던지라 실망했다. 그래도 일단 뭔가 특이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챙겨 집에 갖고 오기로 했다. 참고로, 김희정으로부터 나온 이야기라면서 확인되는 대목은 여기까지다. 이 다음부터의 이야기는 더욱 믿기 어렵다.

집으로 온 홍진표는 그 가면 비슷한 뼈대 모양을 살펴 보았다. 그것은 금속 재질이었는데 무슨 기계처럼 작은 장치도 있어 보였고, 불빛이 들어 오는 곳이 있지 않은가 싶기도 했다. 거기에 붙어 있는 종이 조각 같은 것에는 어떤 그림이 그려져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무슨 짐승 그림 같기도 했다.

그리고 홍진표는 무심고 그것을 얼굴에 써 보았다.

문제는 마침 그때 홍진표가 소가죽으로 만든 가죽 자켓을 입고 있었다는 데 있었다. 홍진표는 잠시 후, 소로 변신하게 되었다. 홍진표는 네 다리로 바닥에 선 이상한 자세와 자기 몸의 무거운 느낌에 당황했고, 거울을 보고 더욱 놀랐다. 처음 홍진표는 자신이 빚쟁이가 된 후에 너무 신경이 쇠약하게 되어 드디어 환각을 보게 된 것은 아닌가 싶어 절망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좁은 방 안을 이리저리 거닐면서 발굽소리를 확인하고 꼬리를 움직이는 느낌을 느껴 본 결과, 자신이 소로 변한 것이 맞다고 믿게 되었다.

홍진표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남태령의 여우고개 전설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 전설은 사실이었고, 알 수 없는 복잡한 구조로 사람을 소 모양으로 바꾸어 주는 기계 장치가 실제로 있었던 거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는 전설의 마지막 부분을 생각해 내고, 사람으로 되돌아가려면 파를 먹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는 소 앞발로 모습이 변해 불편해진 앞발을 뻗어 겨우 냉장고 문을 열었다. 하지만 그의 집에 파는 없었다.

고민하던 홍진표는 결국 파를 찾아 바깥으로 나가기로 했다. 시내 다세대주택 한 가운데에 문득 소가 나타나자 보고 흠칫 놀라는 사람도 있었고, 동네 어린이들 중에는 “소다!”라고 말하고 왜인지 돌을 던지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홍진표는 최대한 빠르게 그들로부터 도망쳤다. 네 발로 달리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소의 근육과 덩치는 그대로 있었던지라, 좀 넘어지고 미끄러지면서도 동네 어린이를 따돌릴 정도로 빠른 속도는 낼 수 있었다.

처음 홍진표는 근처의 대형 마트 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가면서 생각해 보니, 대형 마트의 출입구, 많은 사람들, 무빙워크 등등을 모두 통과해서 채소 파는 곳까지 가기란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았다. “즐거운 쇼핑되십시오.”하고 인사하는 그 검은 옷 입은 사람이 “고객님, 소 상태로는 매장내에 들어 가실 수가 없고요”라고 하면 바로 제지할 것 같았다. 대형 마트에서 고용하고 있는 경비나 보안 담당 직원에게 들키면 이기기 어려울 것 같기도 했다. 동네 어린이를 따돌리는 것보다는 훨씬 어려울 것이다.

홍진표는 방향을 바꾸기로 했다. 골목길의 작은 식료품 점에서 재빨리 파를 뜯어 먹기로 했다. 그는 차가 지나가는 좁은 길을 따라 달렸다. 사람일 때에는 길가로 바짝 붙으면 차를 피하는데 어려움이 없었지만, 훨씬 덩치가 커진 소일 때는 위험한 때가 많았다. 사람들의 주목을 오래 끌면 안 되었기에, 그렇다고 조심스럽게 천천히 갈 수도 없었다.

그러다가 겨우 식료품점을 한 군데 찾았다. 하지만 파는 가게 깊숙한 곳에 진열되어 있었다.

좁은 가게 안을 보니 한바탕 좌우를 짓밟고 달려 들어가기 전에는 파를 먹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에 비해, 가게에는 직원을 포함해서 손님 여럿이 있었다. 만약 자신을 제지하고 방해하려고 한다면 당해낼 수 있을까 싶었다. 물론 소로 변한 지금의 힘을 생각하면 보통 사람 몇 쯤을 쓰러뜨리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 같기는 했다. 그러나 만약, 혹시라도 파를 먹기 전에 사람들에게 진다면 낭패였다. 그 전에 사람들이 자신을 쓰러뜨린다면 그 다음에는 운이 좋아야 저세상으로 보내주는 주사약을 맞게 될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도살장에 갔다가 갈비탕과 불고기로 변하게 된다. 그렇게 생각하니 파를 먹기 위해 사람들 사이를 뚫기가 너무 무서웠다.

홍진표는 결국 진열장 바깥 쪽을 슬쩍 훑어 보고, 그곳에서 싸게 떨이로 내어 놓은 인스턴트 라면 봉지를 발견했다. 라면 봉지 중 하나의 겉면에는 “송송 썰어 놓은 파에서 우러나오는 시원한 국물 맛”이라는 광고문구가 적혀 있었다. 라면 양념에 파를 많이 넣었다는 이야기였다. 홍진표는 저거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입으로 라면 봉지를 물고는 냅다 뛰었다.

골목길 언덕배기를 거슬러 올라와 사람이 별로 없는 으슥한 산등성이 쪽까지 올라 갈 때까지, 홍진표는 쉬지 않았다. 도시 변두리 주택가 골목을 뛰어다니고 있는 소는 자기가 생각해도 너무 발견되기 쉬울 것 같았다. 빨리, 최대한 빨리 피해야 했다.

겨우 사람들로부터 들키지 않을 수 있겠다고 생각한 곳에 도착하자, 홍진표는 잠시 숨을 고르며 쉬었다. 그러고 있으니, 되새김질이 시작되어 먹었던 음식이 입으로 다시 올라 왔다. 진짜 소들에게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었겠지만, 홍진표에게는 너무 이상한 느낌이었다. 역겹기도 했다. 잠깐 지나자, “의외로 묘한 맛이 있고 감촉은 부드러운데”라는 생각도 잠깐 스쳐지나가기는 했다.

홍진표는 이빨로 라면 봉지를 찢고 그 안에 있는 양념을 끌러 냈다. 홍진표는 말린 파로 보이는 것만 빠르게 핥았다. 그러자, 얼마 후, 홍진표는 다시 원래의 모습, 그러니까 젊지만 이미 인생 망한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사는 빚쟁이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 올 수 있었다.

그는 집으로 돌아 가서 다시 실험을 해 보았다. 돌아 가는 길에는 미리 파를 사 가서 준비해 두기로 했다. 소가죽으로 만든 자켓을 입고 여우고개 공원에서 파낸 가면을 쓰자, 과연 다시 한번 장치는 작동해서 홍진표를 소로 변신시켰다. 그리고 가져다 놓은 파를 뜯어 먹었더니, 사람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전설 그대로였다.

그리고 나서는 실험을 조금 더 해 보기로 했다. 홍진표는 집에 있는 가죽 자켓 중에 돼지 가죽으로 된 것을 찾았다. 그리고 돼지 가면을 구하기 위해 그는 동네 문구점과 장난감 가게를 뒤져서 만화에 나오는 돼지 형님으로 변장하고 놀 수 있는 어린이 장난감을 찾았다. 홍진표는 그 장난감 가면을 여우고개 공원에서 파낸 가면 장치 위에 붙였다. 돼지 가죽으로 만든 가죽 자켓을 입고, 그 가면을 다시 쓰자, 이번에 그는 예상대로 커다란 돼지로 변신했다. 이번에도 파를 먹었더니 원래 모습으로 돌아 올 수 있었다.

그는 이 모든 것이 대단히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너무 신기한 나머지 감격하고, 감격해서 울 정도였다. 당시 홍진표의 정서 상태는 상당히 불안했으므로, 그는 자신이 엉뚱한 데 투자했다가 전재산을 날린 것도 바로 이런 더 큰 기회를 주기 위한 운명의 절묘한 섭리가 아닐까 생각할 정도였다. 만약 자신이 빚쟁이가 되어 망하지 않았다면, 일자리 찾기 사업에도 지원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렇게 안 되었다면 남태령에 가서 땅을 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이 신비로운 장치를 손에 넣게 하기 위해서, 우주가 어떤 숙명적인 힘으로 자신을 이렇게 이끈 것 아닌가 생각하며 그는 흥분에 떨었다.

홍진표는 기계 장치의 구조나 원리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고민해 보았다. 기계 장치에 가면을 붙이고 얼굴에 쓴다는 것은, 그 가면이 나타내는 생물에 대해서 가면을 쓰는 사람이 갖고 있는 정신적인 관념을 입력해 주기 위한 작업인 듯 싶었다. 만화에 나오는 모습의 돼지 가면을 사용했지만, 정말로 만화 등장 인물 같은 모양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었다. 대신에 내가 그것을 보고 상상하고 있는 현실의 돼지 모습으로 변했다. 한편 그 동물의 가죽을 몸에 두르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그 동물의 실제 모습이나 유전자 구조를 기계 장치가 읽어 들이기 위해 필요한 것 아닌가 싶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어떻게 그렇게 빨리 변신하고자 하는 동물의 모습을 인식하고 만들어낼 수 있는지, 동물의 모습에 해당하는 많은 물질과 그 물질로 만들어진 방대한 양의 세포들을 어떻게 잠깐 사이에 모두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인지는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분명히 21세기초 사람들이 갖고 있는 기술보다는 훨씬 더 월등한 기술로 만들어져 있는 장치였다. 5백년 가까이 묵혀 두었을 텐데 그 동안 고장이 없었다는 것도, 그 동안 배터리가 다 닳는다거나 하는 일 없이 동력을 그대로 갖고 있다는 것도 신기한 일이었다.

그러나 홍진표는 그러한 원리를 자신이 스스로 밝혀낼 수는 없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이런 신기한 장치를 발견했다고 세상에 알린다면, 잠깐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현해서 화제는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명성을 얻고 위대한 과학자로 칭송을 받게 될 사람은 자신이 아니다. 이 신기한 장치의 구조와 원리를 실제로 밝혀낼 학자들이 유명해지고 돈도 벌 것이다. 그렇게 해서는 홍진표의 그 많은 빚이 저절로 없어지지도 않고, 홍진표가 엉뚱한데 투자하다가 망해서 걸인이 되었다고 비웃는 것 같던 그 많은 세상 사람들에게 보란 듯이 멋지게 자랑할 수도 없다.

그래서 홍진표는 일단 마술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는 소, 돼지 같은 동물로 재빨리 변신할 수 있었고, 다른 마술사들이 결코 상상할 수 없는 놀라운 방식으로 그런 마술에 성공할 수 있었다. 검은 천으로 잠깐 모습을 가린다거나, 무슨 상자 속에 들어 간다거나 하는 것 없이, 아예 모든 관객들이 뻔히 지켜 보는 앞에서 대놓고 몸이 점점 소처럼 변해 가는 모습을 보여 줄 수도 있었다. 사람들은 컴퓨터 그래픽 특수효과를 보는 것 같다고 놀라워했다. 게다가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는 전설인, 소로 변신했다가 파를 먹고 다시 되돌아 오는 것을 그대로 보여 줄 수 있다는 점도 인기몰이에는 좋았다.

홍진표는 마카오의 호텔들을 거쳐, 라스베가스와 몬테카를로의 마술 대회에서도 공연을 하며 돈을 벌었다. 홍진표는 김희정과 함께 화려한 도시들을 돌아 다녔고, 조금씩 돈을 모으면서 다시 김희정과 결혼하고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 수 있다는 꿈도 또 꾸게 되었다. 어쩌면 매일매일 멋지고 신나게 그저 끝없이 행복하게 다들 부러워할만한 모습으로 살 수도 있다는 기대도 품게 되었다.

그렇지만, 막상 그렇게 얼마간 지내 보니 기대 만큼 막대한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홍진표는 관객들의 눈을 끌거나 재미있게 쇼를 연출하는 재주가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여러 사람 앞에서는 조금 수줍어 했고, 화려한 춤을 추며 등장하는 마술사 보조원들과 서로 호흡을 맞춰 어울리는 솜씨는 무척 모자랐다. 기술은 신기했지만 마술사로서 신비하고 유쾌한 성격을 보여 줄 수 있는 매력이 단련된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보니, 인기가 올라 갔다가 시들해지는 것도 잠깐이었다.

돈이 넉넉한 인기 마술사의 소속사에서 홍진표에게 접근해서 마술 비법을 판매하라고 한 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홍진표의 여우가면 변신 마술은 마술 비법을 알려 주면서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비법이라면 여우고개에서 파낸 진짜 가면을 쓰는 것이 비법이었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던 갑부 마술사, 솔로몬 골드마인 쪽에서 접근해 왔을 때에, 홍진표는 한번 모든 것을 다 그냥 털어 놓을까,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골드마인이 제시한 정도의 금액이면 빚도 거의 갚을 수 있을만했다. “이 가면을 제가 드리겠습니다. 이 가면만 있으면 제가 하는 마술을 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는 한국에서 파를 좀 사서 준비해 놓으시기만 하면 됩니다.” 그렇게 말하고, 가면을 넘길까 고민했다.

그렇지만 홍진표는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면 그것으로 그냥 끝이다. 수백년 만에 자기 손에 들어 온 가면을 그냥 날려 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가면을 갖게 된 것은 자기 삶에 주어진 아주 커다랗고 중요한 높은 뜻 비슷한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래서 홍진표는 그런저런 나이트클럽을 돌며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마술을 하는 인기 없는 초보 마술사들과 어울리게 되었을 때에도, 자신의 비밀을 팔지 않고 간직했다.

그러나 결국 빚을 갚지 못한다고 독촉을 받게 되며 시달리게 되자, 홍진표는 다시 궁지에 몰렸다. 화려한 무대를 돌아 다니며 박수를 받고 마술 대회에서 입상도 하느라, 자신도 유명 연예인이라도 된 것처럼 착각을 해서 쓸데 없는 데 돈을 쓰며 낭비하고 산 것도 빚을 쉽게 못 갚은 이유였다. 이런 엄청난 장치를 얻었는데, 그깟 빚 몇 푼 금방 못 갚겠냐고 안이하게 생각한 것 역시 그의 실수라고 볼 수 있었다. 그렇다 보니, 홍진표는 수완이 아주 좋은 빚 독촉 전문가들의 방문을 연달아 몇 차례 받았다. 그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하는 일이란 웃는 얼굴로 재정상담을 해 주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래서 홍진표는 자신을 몰아 세운 사금융 업체 대표를 제거하기로 결심했다.

금융 업체 대표라고 하지만, 그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조직폭력배 두목이었던 사람이었다. 지금은 손을 씻고 합법적인 사채업자로 살고 있다고는 해도, 홍진표가 보기에 그는 지금 사회에서 사라져도 그의 죄값에 넘친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게다가 그가 사라지는 것은 자신에게도 통쾌한 일이었다. 그의 금고에서 돈다발을 들고 나오면 삶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계획을 위해서, 그는 우선 호랑이 가면을 구했고, 호랑이 가죽 깔개를 찾아 다녔다. 없는 돈을 털어 두 번이나 호랑이 가죽을 구해서 샀는데, 둘 다 가짜여서 변신 실험에는 실패했다. 세번째로 황학동 시장에서 길바닥에 판 깔아 놓고 거북이 박제에서 순록 뿔까지 온갖 괴상한 것을 파는 노인에게 구한 호랑이 가죽 조각이 마침 진짜였다. 그렇게 해서 겨우 그는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홍진표는 작은 플라스틱 통 속에 파를 집어 넣고 그것을 목걸이에 매달아 목에 걸었다. 황학동에서 산 호랑이 가죽은 입고 있는 옷 등쪽에 순간접착제로 붙여 두었다. 그리고 깊은 밤에 사금융 업체의 대표를 찾아 가서 몇 마디 시비를 걸며 그를 좀 약올렸다. 통쾌하고 후련한 기분이었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런 순수한 즐거움을 느껴본 것이 얼마 만인가 싶어, 그는 어린시절 놀이동산에 처음 가 봤던 날까지 되돌아 볼 지경이었다. 잠시 후, 그에 대한 반응으로 사금융 업체 대표가 욕설을 하며 덤벼들자, 홍진표는 품 속에서 가면을 꺼내어 뒤집어 썼다.

호랑이로 변한 홍진표가 사금융 업체 대표를 무생물 처지로 만들어 버리는 작업은 신속하고도 간단하게 진행되었다. 일을 마친 홍진표는 열려 있는 금고 속에서 돈뭉치를 꺼내어 피 묻은 입으로 가방에 쓸어 담았고, 곧 그것을 물고 바깥으로 달아났다. 호랑이의 몸이 되어, 인적이 없는 깊은 심야의 빌딩 사이를 달리는 기분은 매우 상쾌했다. 누군가에게 모습이 들킬 것 같을 때, 재규어 같은 짐승을 새겨 놓은 자동차를 딛고 뛰어 올라 길을 건너고, 가로수 덤불을 헤치다가 길게 포효할 때는 몇 년 동안 쌓였던 울분을 밤하늘에 한 번에 뿜어내는 것 같기도 했다.

육식동물인 호랑이 입맛이라서 그런지 다시 사람으로 되돌아오기 위해 파를 먹을 때 조금 역겨웠다는 점을 제외하면 계획은 끝까지 성공적이었다. 법의학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도 피해자가 사망한 원인은 육식동물에게 물렸기 때문인 것으로 보였다. 법의학을 잘 아는 사람들이 감식한 결과로 보자면 그 주변에는 호랑이털이 가득했다. 범행을 저지른 것은 분명히 호랑이었다. 그렇지만 깊은 밤 갑자기 도심 한 가운데에 호랑이가 왜 나타났는지 알아낼 수 있는 명탐정은 아무도 없었다.

다음날 새벽, 홍진표는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손에 여우가면이 들어 온 이유가 무엇인지 이제야 정말로 알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전까지 그는, 연구소에 자신의 발견품을 기증하고 신문 기사에 몇 줄로 소개되는 것이나, 마술쇼에서 여흥을 돋우고 박수를 받는 것처럼, 사회의 틀 안에서 사회가 베풀어 주는 얼마간의 호의를 받는 것만을 떠올렸다. 그런데 이제 그런 것은 어디까지나 사회가 자신과 같은 패배자에게 적선처럼 그냥 베풀어 주는 것을 굽신거리며 받아 먹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홍진표는 여우가면이 있으면, 자신은 사회의 규정을 깨고, 제도의 바깥으로도 얼마든지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회를 초월해서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여우가면의 진짜 가치라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이라고 여겼다.

홍진표는 이후 나무를 잘 타는 곰으로 변신해서 높은 빌딩을 기어 오르고, 그 유리창을 깨고 들어 가 한 부패한 공공기관이 오래동안 숨겨 두었던 서류를 빼내어 신문사에 공개하기도 했고, 코끼리로 변신해서 어느 독점 업체의 공장을 박살내기도 했다. 그러다가 범죄자로 체포될 순간에 소로 변해서 몰래 목장의 소떼들 사이에 숨어든 적도 있었고, 하마로 변해서 강물을 건너 도망친 뒤에 말로 변해서 하룻밤 사이에 몇 십 킬로를 도망치는 방법으로 수사망을 빠져나간 적도 있었다.

그런 식으로 세월이 흐르자, 홍진표는 고액의 대가를 받고 세계 곳곳의 주요 인물을 암살해 주는 비밀 거래망에 닿을 수 있게 되기도 했다. 홍진표는 거래망에 암살 의뢰가 들어 오는 인물 중에 자신의 판단하기에 세상에 더 이상 살아 있는 것이 해가 되는 인물이라면, 없앨 방법을 궁리하게 되었다.

한번은 울산의 장생포 고래고기 식당을 통해서 고래 가죽을 구한 뒤에 고래로 변신한 적도 있었다. 그렇게 해서 그는 몇날 며칠을 넓디 넓은 바다를 헤엄쳐 건너 가서, 미국 샌디에고 앞바다에서 요트 놀이를 즐기고 있는 어느 마약밀매범의 배를 들이받아 뒤엎어 버렸다. 바다에서 방향을 알아 보고 태평양을 건너가고, 긴 시간 동안 생선만 잡아 먹으며 버텨야 하고, 자꾸 몸에 달겨 드는 기생충 같은 이상한 작은 물고기들에게 계속 시달리는 것은 지긋지긋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런 준비만큼 아무도 추적할 수 없는 범죄였다. 기관단총을 든 부하 몇 명을 거느리고 있으면서 그거면 세상 무서운 게 없다고 생각하는 마약 조직 두목을 한 입에 씹어 주는 것은 참고 기다림의 값어치 만큼 흥겨운 일이기도 했다.

마침내 홍진표는 이제는 혁명을 일으킬 때가 왔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는 파를 넣어 둔 목걸이와 함께 여러 가지 동물들의 가죽과 가면을 가방에 항상 넣고 다니면서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재주를 갖추고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네 발로 걷는 소의 움직임이 어색할 정도였지만, 지금은 순록으로 변신하고 나면, 높은 산도 단숨에 뛰어 오를 정도로 동물 별로 익숙해져 있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갖고 있는 평화롭고 좋은 세상에 대한 생각을 자기 손으로 실현하겠다고 결심했고, 자신에게는 그만한 재주가 있다고 믿게 되었다.

한 번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하니, 세상 모든 일이 자신이 계획한 혁명으로만 해결될 수 있는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세상 모든 문제에 대한 유일하게 확실한 대책은 자신과 같이 남들이 전혀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에 의한 극적인 변화 뿐이라고 굳게 믿게 되었다. 홍진표는 차근차근 혁명 계획을 세웠고, 가장 먼저 공격해야 하고, 공격 받아야 마땅할 대상들도 정했다.

홍진표는 일을 벌이기 전에, 먼저 햄스터 한 마리를 구하기로 했다. 앞뒤의 많은 확인되지 않은 사연 가운데, 이것은 다시 김희정이 해주었다는 이야기에서도 확인되는 대목이다.

홍진표는 사건 전에 햄스터를 구하려고 했고, 김희정과 뜬금 없이 근사한 곳에서 저녁을 먹으며, 이상하게 진지하고 비장한 태도를 취했다고 한다. 여기서 세세한 내용을 밝힐 수는 없지만, 홍진표가 김희정에게 그날 해 준 이야기 중에, 그의 다음 행동과 결정적으로 완전히 맞아 떨어지는 것은 없다. 그렇지만, 한마디 한마디 따져 보자면, 또 보기에 따라서는 이제부터 세상을 홀라당 바꿔 버리겠다고 결심한 어떤 엉뚱한 사람의 말에 어울릴 만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홍진표가 공격한 사람은 어느 영화배우로, 최근 들어 정치적인 활동으로도 크게 주목 받고 있는 사람이었다. 홍진표는 그의 정치적인 활동이 사회를 크게 망가뜨리고 있으며, 역사를 거꾸로 되돌리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홍진표는 산 속에서 광개토왕이 나오는 사극을 촬영하고 있던 그 영화배우가 자신의 차에 돌아가서 쉬고 있는 틈을 기다렸다. 홍진표는 거대한 표범으로 변신해 나무 위에 올라 가서 나뭇잎 속에 숨어 있었다. 한참 숨은 채로 영화배우를 기다리고 있던 그는, 기회가 찾아 오자, 차 뒷유리창을 부수가 들어 갔다.

영화배우의 숨이 끊어진 후, 홍진표는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 왔다. 그리고 홍진표는 준비해 두었던 칼을 꺼냈다. 홍진표는 영화배우의 옷을 찢었고, 그 등가죽에 칼날을 댔다. 홍진표는 영화배우의 얼굴 사진을 실제 크기로 컬러프린터로 출력해서 마분지에 붙이고 거기에 눈 자리에 구멍을 뚫어서 조잡한 가면 모양으로 만들어 둔 것을 갖고 있었다. 이제 영화배우의 등가죽만 구해서 자기 등에 얹고 있으면, 홍진표는 그것을 이용해서 이 영화배우과 꼭 같은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면, 홍진표는 이 영향력 있는 영화배우이자 정치인 행세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세상에 변화를 일으키고, 혁명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고 한 것이다.

그러나 그 계획은 거기서 멈추었다.

조태희 형사라는 사람은 정확히 무슨 관계가 있다는 것인지는 여전히 알지 못했지만, 어떻게든 홍진표와 계속해서 벌어진 이상한 사건들이 무슨 관계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계속해서 추적해 오던 사람이었다. 조태희가 그때 홍진표를 찾아낸 것이다. 조태희의 생각이란, 홍진표가 온갖 동물들을 헬리콥터로 공중 투하할 수 있고 그 동물들을 완벽히 훈련시킬 수 있는 재주가 있다면, 모든 범행이 가능하다는 식의 상상을 하는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어쨌거나 그 긴 시간 동안 홍진표를 끈질기게 따라 붙고 있었다.

조태희에게 붙잡힌 홍진표는 곧 구치소에 갇히게 되었다. 그러나 홍진표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은 없었다. 홍진표는 조태희 형사에게 공손하게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붙잡힌 범죄자들이 흔히 보이는 체념의 기색이 없었다. 그렇다고 그 반대로 격분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소문으로 도는 이야기가 모두 맞다면, 나는 그 다음에 이런 일이 있었다고 정리해 본다.

그날 저녁에 홍진표는 경찰로부터 탈출하기 위해서, 작디 작은 쥐로 변신하기로 했다. 그는 여우 가면을 빼앗기기 전에 틈을 봐서, 햄스터 가면과 햄스터 가죽을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등에 햄스터 가죽을 붙인 홍진표는 그렇게 해서 쥐로 변신하는데 성공했을 수 있다. 그러면 경찰 사람들은 갑자기 홍진표가 보이지 않아 어리둥절해 했을 것이고, 그 사이에 그는 철창 사이를 빠져 나와, 작은 틈새를 파고 들고 벽을 기어올라, 마침내 경찰서 바깥 길가로 나왔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쥐의 뇌 크기는 너무 작았다. 원래 여우고개 전설이 사람이 소로 변하는 내용이었던 것은,  소가 일을 많이 하는 동물이라는 것도 있지만, 소의 머리가 크다는 이유도 있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사람이었던 홍진표의 머릿 속에 들어 있던 그 많은 생각과 지식과 기억과 판단과 사상과 성격이 그대로 다 저장되어 남아 있기에는 쥐의 얼마 안되는 뇌의 크기와 공간은 턱 없이 부족했다.

아마도 홍진표의 원래 머리에서 반드시 가장 있어야된다고 할만한 일부만이 간신히 쥐의 뇌 속에 남아 보존되었을 뿐, 나머지는 변신하는 사이에 그냥 흩어져 버렸던 것 같다.

홍진표였다고 볼 수 있는 그 쥐는 배가 고파졌을 때, 목에 걸려 있던 파를 갉아 먹었다. 그리고 그 쥐는 다시 홍진표의 모습으로 돌아 왔다. 뒤늦게 경찰서 근처의 길가에서 홍진표가 발견 되었을 때, 그는 말도 할 수 없고 생각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있었다. 이제 쥐 한 마리 수준 밖에 되지 않는 생각을 갖게 된 그가 마지막까지 머릿 속에 품고 있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가끔 그는 그저 앞 뒤도 없이 “희정아, 희정아”하고 중얼거리고 있었다고 한다.

— 2018년, 역삼동에서

댓글 3
  • 너울 18.10.02 17:33 댓글

    짝퉁 호랑이 가죽들이 뭐 다른 고양잇과 동물들이나 개가죽 같은 거였으면 더 일찍 이야기가 끝났겠네요.

  • 너울님께
    No Profile
    글쓴이 곽재식 18.10.02 21:40 댓글

    앗 가짜 호랑이 가죽 때는 호랑이 가면 얼굴과 싱크로나이재이션이 안되어서 그냥 변신 중단 정도에 그친것 아니었을까요?

  • 곽재식님께
    너울 18.10.02 22:05 댓글

    어!!! 제가 가면이 가죽의 종의 얼굴 모양과 비슷해야 한다는 걸 완전히 간과하고 읽었네요. 제가 너무 둥둥 읽고 싶은 부분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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