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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30 23:0404.30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후, 진짜 우리 아빠 대단해. 초인종을 이렇게 눌렀는데도 안 일어나. 누가 보면 죽은 줄 알겠어. 진짜 죽기라도 한 거 아니야! 자다가 죽었나! 아니지, 이런 말 함부로 하면 안 되지. 아, 못 살아. 아무튼 진짜 대단해.”
지온은 들고 있던 신문을 옆구리에 끼고 주머니에서 집 열쇠를 꺼냈다. 그때 이웃집 현관문이 열리더니 아주머니가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어이구, 신문 배달 이제 끝난 거야? 우리 지온이 고생이 많구나. 아직 날도 쌀쌀한데. 새벽에는 꽤 춥지?”
“처음에만 좀 추워요. 뛰어다니다 보면 금세 몸 따뜻해져요. 오히려 여름보다 지금이 배달하기는 더 편해요. 그런데 저 때문에 깨셨나 봐요?”
“으음, 아니 뭐, 꼭 그런 건 아니고. 초인종을 꽤 여러 번 누른 거 같아서. 혹시 집에 아버지 안 계시는 거 아닐까?”
“앗, 죄송해요. 그냥 반 장난삼아서 막 누른 거였는데, 다음부턴 주의하겠습니다. 후, 그래도 아빠가 좀 심하긴 해서요. 요즘 부쩍 잠도 많아지셨고요, 제가 깨우면 통 일어나지도 않으세요. 외출도 잘 안 하시려고 하고.”
“그래, 그러고 보니 그런 것 같구나. 나도 요즘 통 뵙지를 못했네. 그런데 지온이 너 요 며칠 동안 계속 이 시간에 초인종 그렇게 막 누르지 않았었니? 그때 마다 문 안 열어주셨던 거 같은데. 기척을 못 느꼈거든. 지온아,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말고 들어줬으면 좋겠구나. 지온이 너 괜찮니? 아니, 뭐, 그냥 별 뜻 없이 하는 말이야. 집에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지?”
“히히, 네. 아무 일도 없어요. 아무튼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 그럼 다행이구나. 그런데 지온아, 매번 초인종을 그렇게 여러 번 누르는데도 아버지가 안 깨어나신다니, 아주머니는 자꾸 집에 아버지가 안 계신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구나.”
툭.
지온의 손에서 열쇠가 떨어졌다.
툭.
지온의 옆구리에서 신문이 떨어졌다.
툭.
지온의 손에서 편의점 봉투가 떨어졌다.
“아, 신문 떨어졌네. 아빠가 매일 읽으시거든요. 그래서 배달 다 하고 나서 꼭 한 부씩 들고 와요. 어제도 읽으셨어요. 그제도 읽으셨고. 오늘도 잊지 말고 신문 한 부 꼭 가져오라고 하셨거든요. 그리고 이건 편의점에서 사온 햄버건데요, 전에 한번 아빠랑 같이 편의점 가서 햄버거 먹은 적 있었거든요. 그때 아빠가 편의점 햄버거가 아주 맛있다고 하셨어요. 그 뒤로는 꼭 이렇게 하루에 한 번은 햄버거를 드세요. 원래 저희 아빠가 뭐 하나에 꽂히면 좀 오래 가요, 히히. 그래서 이렇게 제가 매일 햄버거도 두 개 사오는 걸요. 아빠 거 하나, 제 거 하나. 아, 가끔은 편의점에서 일하는 알바 형이 햄버거 공짜로 줄 때도 있어요. 제가 매일 가니까요, 이게 유통기한 지난 지 몇 시간 안 된 거라서 먹어도 되는데, 대신 팔지는 못한대요. 팔고 싶어도 바코드가 안 찍힌대요. 그러면서 괜찮으면 저보고 그냥 가져가라고 해요. 그러면 제가 ‘고마워, 형!’ 하면서 받아와요. 어떤 날에는 샌드위치도 그냥 주고, 우유도 그냥 주고. 아, 오늘 건 돈 주고 샀어요. 유통기한 지난 햄버거가 없었거든요. 뭐, 가끔은 돈 주고 살 때도 있어야지요. 매번 공짜로 받아오면 미안하잖아요. 아빠가 그랬거든요. 남한테 절대로 신세지면 안 된다고, 히히. 아, 아주머니 저 그만 들어가 봐야겠어요. 밥 먹고 씻고 얼른 학교 가야 해서요.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지온은 옆집 아주머니에게 꾸벅 인사를 한 뒤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른 문을 닫았다. 그리고 얼른 문을 잠갔다.
툭.
지온의 손에서 열쇠가 떨어졌다.
툭.
지온의 옆구리에서 신문이 떨어졌다.
툭.
지온의 손에서 편의점 봉투가 떨어졌다.
으휴, 추워. 지온이 얘도 보면 참 독해. 날이 이렇게 쌀쌀한데도, 하루도 안 거르고 신문 배달을 하니, 참. 그런데 난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단 말이야. 요 며칠 통 기척이 없어요, 기척이. 초인종을 저렇게 눌러도 기척이 없고, 애가 학교에 갈 때도 기척이 없고. 아니, 이제 아홉 살이잖아. 그런 애가 학교 간다고 하면, 1층 현관까지는 그렇다 쳐도 엘리베이터 앞까지는 같이 가줘야 하는 거 아닌가! 거 참 이상하단 말이지. 이상해. 그리고 애 학교 간 뒤에도 집안에서 아무 소리도 안 들리고. 거 참,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옆집 아주머니는 벽에 귀를 바짝 갖다댄 채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러더니 이제는 온몸을 아예 벽에 밀착시켰다.
으이그, 당신은 모르면 좀 가만 있어요. 이 옆집 진짜 이상하다니까! 꼭 지온이 혼자 있는 집 같아서 그래. 너무 조용하잖아. 요 며칠 통 애 아빠 모습도 안 보였고. 상관하지 말라니, 그런 무책임한 말이 어딨어! 이웃인데. 이웃사촌. 이따 오후에 김치라도 들고 한번 가볼까? 맛대가리가 없다니, 무슨 말을 그렇게 심하게 해! 내가 담근 김치가 왜 맛없어! 난 맛만 좋던데. 내가 다른 건 못 해도 김치 하나는 잘 담근다고. 예전엔 당신도 내가 담근 김치가 제일 맛있다고 했잖아! 그런데 이젠 맛이 없나 보지! 김치 맛은 예전하고 달라진 게 없는데, 왜 예전엔 맛있었고 이젠 맛이 없을까! 흥, 누굴 뭐 눈 뜬 장님으로 알아! 어디 뭐 김치만 맛이 없겠어! 내가 해주는 건 다 맛이 없겠지.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맛이 없겠지. 아랫집 사는 그년이 그렇게 맛있는 걸 많이 해먹이는데, 내가 만든 게 어디 입에 맞기나 하겠어! 그나저나 지금 뭐하시나, 이제 조금 있으면 아침 드셔야 할 텐데, 얼른 아랫집 그년한테 안 가시고. 내가 옆집 참견하건 말건 신경 쓰지 마시고, 당신은 아랫집 그년한테나 신경 쓰세요!
막상 말은 그렇게 했지만 흥미를 잃었는지, 이웃집 아주머니는 더 이상 벽에 귀를 갖다대지 않았다. 성큼성큼 거실을 가로질러 방으로 들어가더니,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일부러 코를 드르렁 골았다. 하지만 일부러 코 드르렁 고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금세 목이 까끌까끌해져서 숨넘어갈 듯 기침을 해댔다.
역시 춥긴 추운가 봐. 손발이 얼었어. 물건이 자꾸 떨어지네.
지온은 떨어진 것들을 주운 뒤 신발을 벗고 집안으로 들어섰다.
살금살금 살금살금, 초인종을 56번이나 과격하게 눌러놓고는 이제 와서 살금살금 방으로 들어간다. 지온도 그런 자신의 행동이 우스웠는지 피식 혼자 웃는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살금살금 걸어가서 조용히 방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본다.
“와, 죽었어, 죽었어. 내가 볼 땐 죽은 게 맞아. 그렇지 않고서는 이럴 수가 없지. 살아 있다면 이럴 수가 없어. 초인종을 56번이나 눌렀는데 아직 자고 있어. 아니, 자고 있는 게 아니야. 죽은 거야. 신고해야 돼. 대신 학교부터 갖다와서. 학교는 빠지면 안 되니까. 지각해도 안 되고. 아빠가 늘 그랬잖아. ‘무슨 일이 있어도 학교는 꼭 가야 되는 곳이야. 결석하면 안 돼. 지각은 더 안 되고. 지온이 네가 정말 몸이 아파서 못 일어날 정도라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학교는 절대 빠지면 안 돼.’ 음, 난 지금 몸이 안 아프니까 학교에 가는 게 맞지. 아빠도 그러길 바라실 거고. 그런데 왜 난 혼자 중얼거리는 거야, 미친 사람처럼. 아, 이런, 오랜만에 유통기한 안 지난 햄버거를 가져왔더니만, 이건 돈 주고 사온 건데, 안타깝지만 내가 두 개 다 먹어야겠네. 나 학교 갔다오면 유통기한 지나버리잖아. 기껏 돈 주고 산 건데, 유통기한 지나버리면 안 되지. 그럼 공짜로 얻어온 거랑 뭐가 달라! 다를 게 하나도 없지. 똑같지. 하, 그나저나 이거 두 개를 다 어떻게 먹지. 하, 진짜, 하필 아빠는 이럴 때 참. 에잇, 부욱! 오호, 신선해서 그런가, 포장 뜯는 소리부터 다르네. 치즈 냄새도 더 고소하고. 아 참, 이제 이거 신문 필요 없잖아. 어른들은 이 재미없는 걸 왜 그렇게 매일 보는지 모르겠어. 아무튼 내일부터는 신문 안 들고 와도 되겠다. 이거 의외로 신경 쓰였는데 잘 됐다. 햄버거도 이제는 하나씩만 사오면 되고. 아빠한테는 미안하지만, 생각해 보면 편한 게 상당히 많아지는구나.”
“넌 편한 것만 생각하냐? 성격 참 좋다. 당장 이 아빠가 없으면 불편한 것도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안 하냐? 예를 들어서, ……그러니까 분명히 있기는 있을 거야.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그렇지, 혼자서 밥을 먹어야 되겠네. 쓸쓸하지 않겠니? 뭐? 괜찮다고? 학교에서도 늘 혼자 밥 먹는다고? 지온이 네가 아빠를 닮아서 사교적이지가 못하구나. 하지만 뭐 혼자 밥 먹는 것도 습관 되면 괜찮지. 오히려 그게 더 편해. 뭐? 성격 탓이 아니라, 냄새 때문이라고? 친구들이 네 몸에서 비릿한 냄새 나서 피한다고? 그것 참 희한하구나. 아빠는 잘 모르겠는데. 지온이 네 몸에서 비릿한 냄새 같은 거 하나도 안 나는데. 아무튼 그건 그렇다 치자. 혼자 밥 먹는 건 넘어가고, 또 뭔가가 있을 거야. 예를 들어서 말이다, 학교에서 상장을 받았다고 치자. 집에 아빠라도 있어야 그 상장을 자랑할 수 있을 거 아니냐? 뭐? 자랑은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편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 보니 그게 또 그렇구나. 그런 건 불편한 것하고는 좀 다른 문제구나. 게다가 지온이 네가 학교에서 상장을 받아올 일도 없을 테고. 상장 얘기는 여러 모로 적절치가 못했다. 아, 그렇지, 지온이 너는 바퀴벌레를 못 잡잖아. 그래서 집에 바퀴벌레 돌아다니면 아빠가 잡아줬잖아. 지금이야 날이 추워서 바퀴벌레가 안 보인다만, 날이 따뜻해지면 다시 나타날 거다. 그런데 지온이 너는 바퀴벌레를 못 잡네. 이건 여러 모로 불편하겠다. 그런 생각 안 드냐? 뭣이? 약을 뿌리겠다고? 그럼 그 시체는 어떻게 처리할래? 시체 처리도 만만치 않을 텐데?”
“시체 따윈 겁 안 나. 아빠도 시체잖아.”
“얘는, 장난 좀 친 거 가지고 그렇게 사람을 시체 취급하면 되겠니? 그것도 아빠를? 햄버거는 하나만 먹어라. 아빠는 좀 더 누워 있다가 이따 먹을 테니까.”
“으휴, 아빠 요즘 진짜 너무 누워 있기만 하잖아. 그러다 진짜 병 걸려. 예전처럼 산책이라도 하고 그래야 다리에 힘도 생기고 그러지. 하다못해 내가 초인종 누르면 현관문까지 와서 열어주기라도 해. 일부러 그렇게 막 초인종 누르는데도 안 일어나고, 그러다 나중에는 진짜 기운 없어서 일어나고 싶어도 못 일어난다!”
“지온이 네가 빨리 커서 이 아빠 업고 다니면 되지.”
“그러려면 아직 멀었어. 난 이제 아홉 살이라고. 아무튼 오늘은 제발 낮에 산책이라도 좀 해.”
“알았어. 산책이 뭐 별건가. 우선 신문이나 좀 줘. 그리고 햄버거는 아빠 것도 같이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응, 그럴게. 참, 그리고 시체 놀이 재미없었어.”
아, 깜박 잠들었나 보네. 진짜 코골고 잔 거 아닌가 몰라! 아우, 허리야. 너무 잤어. 히야, 그런데 집안 참 조용하네. 갔구나. 이 양반은 가란다고 진짜 갔어. 눈치가 없는 건지, 아니면 내가 진짜로 싫은 건지, 참 사람 헷갈리게 해. 그년이 그렇게 좋으면 그냥 같이 살면 될 텐데, 나랑 갈라서고 그냥 쭉 아랫집에서 살면 될 텐데, 왜 자꾸 때 되면 기어들어 오는지 모르겠어. 단 한 번도 외박을 안 해. 갈라서자 소리도 안 해. 왜 안 해, 도대체! 왜 매일 아랫집에 내려가면서, 하루도 안 거르고 내려가면서 갈라서자 소리를 안 하는 거야! 왜 잠은 꼬박꼬박 집에 와서 자는 거야! 아, 궁금해. 아랫집도 궁금하고 옆집도 궁금하고. 아랫집에 한번 내려가 볼까. 자존심이 좀 상하기는 하지만, 확 쳐들어가서 담판을 지을까. 하지만 또 그게 참, 딱히 이 양반하고 하루 종일 같이 있어 봐야 할 것도 없단 말이지. 오히려 더 불편해요. 그냥 낮에는 혼자 있는 게 편하지. 그리고 잘 때만 같이 자면 되고. 가만 생각하면 또 이게 낫단 말이지. 이 양반도 나랑 하루 종일 있기가 불편하니까 그년한테 가 있는 걸 수도 있고. 역시 쉬운 문제가 아니야. 어려워. 세상엔 쉬운 게 없어. 옆집도 저렇게 조용하잖아. 지온이는 지금 학교에 있을 테고. 학교에 있을 테니까, 지금 옆집에는 지온이 아빠가 있어야 하잖아. 물론 혼자 있겠지. 그래도 너무 조용하잖아. 텔레비전 소리도 안 들리고, 화장실이나 뭐 어디 들락날락하는 소리도 안 들리고. 여기 아파트가 이게 무지하게 오래된 아파트거든. 한 50년은 됐지, 아마. 정신 집중하면 옆집 사람 숨소리까지 들을 수 있어요. 그러니까 비밀이란 있을 수 없는 곳이야, 여기가. 그러니까 옆집에는 아무도 없어. 지온이 아빠는 집에 없어. 며칠째 안 들어 왔어. 지온이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야. 아빠가 집에 있다고 말이지. 며칠째 안 들어왔는데 집에 있다고 거짓말을 했어. 왜 그랬을까. 추리를 해보자. 딱히 할 일도 없잖아. 왜 그랬을까. 지온이 아빠가 지온이를 버린 건가. 이미 지온이 엄마는 오래 전에 지온이 아빠와 지온이를 버렸잖아. 내가 속으로 지온이 엄마를 무지 욕했지. 어떻게 애를 버리고 가느냐고 말이지. 남편이야 버릴 수 있다 쳐. 어떻게 지 뱃속에서 나온 자식을 버릴 수가 있어. 진짜 속으로 저주를 퍼부었잖아. 무턱대고 지온이 엄마만 욕했잖아. 하지만 그게 아닐 수도 있거든. 오죽했으면 지 새끼를 버렸을까, 실은 이렇게도 생각을 해볼 문제거든. 오죽했으면. 오죽했으면. 그런데 그 오죽했으면이 뭘까. 아빠도 지온이를 버렸다. 엄마도 지온이를 버렸다. 오죽했으면. 그렇다면 이건 지온이한테 문제가 있다는 얘기일 수도 있는 건데. 보면 참 예의가 바르지. 눈만 마주쳐도 꾸벅꾸벅 인사 잘 하고. 늘 밝게 웃고. 집안 어려우니까 저렇게 새벽에 신문 배달도 하고. 게다가 인물도 좋아요. 이웃인 내가 보기엔 흠잡을 데 없는 아이인데 말이야, 실상은 그게 아닐 수도 있지. 인사 잘 하고, 늘 밝게 웃고……. 실상은 그 반대일 수도 있지. 자기보다 힘없어 보이는 어린아이를 만나면 돌로 머리를 찍는다거나, 새벽에 신문 배달하다가 술 취한 사람을 만나면 쇠몽둥이로 뒤통수를 후려갈긴다거나, 차에 치여 절뚝거리는 고양이를 만나면 발로 밟아 머리를 으깬다거나, 아니지, 아까 그 햄버거, 그거 편의점에서 매번 훔쳐오는 걸 수도 있지. 이제 보니까 지온이 얘 무지하게 못 된 애네. 이런 애들이 또 이상한 쪽으로 호기심이 많아. 음란하지. 지 엄마 팬티 갈아입는 거 훔쳐보고 그러거든. 세탁기에 넣어둔 거 꺼내서 냄새 맡아보고. 얼굴에 문지르고. 지 고추에 대고 문지르고. 잘 때 일부러 막 애기처럼 젖 주물럭거리고. 지 엄마 잠든 거 같으면 입으로 젖꼭지 막 빨고. 그러다 손이 스윽 팬티 속으로 들어가지. 꼼지락꼼지락거리고. 한쪽 손은 지 고추 잡고 꼼지락꼼지락. 그러다 조용히 일어나서 지 엄마 팬티를 살살 벗겨요. 살살, 살살, 살살. 살살 벗겨요. 살살, 살살, 살살, 벗겨요. 으윽, 으으윽, 으으으으으으으으으윽,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아악, 아아악. 그만해, 그만해 지온아. 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아, 뭐니 이거. 손가락 다 젖었잖아. 왜 생각이 그런 쪽으로, 지온이 생각하면서 내가 뭐 하는 거야, 지금. 지온이 아빠를 생각해, 지온이 아빠를. 지온이 아빠를. 지온이 아빠를. 지온이 아빠를. 아악, 아아아아악. 으으으으으으으으윽. 아아악, 으으윽, 으으으으흑흑흑흑흑흑헉헉헉헉헉헉헉. 지온이 아빠, 지온이 아빠, 지온이 아빠. 아음, 소리가 안 들리니까 영 예전 같지가 않네. 확실히 약한데. 요즘은 통 파르르 하고 몸이 안 떨려. 마지막에 파르르 하고 몸이 좀 떨어줘야 되는데. 그게 절정인데 말이지. 아, 도대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있으면 사람이 좀 기척이라도 내야 할 거 아니야. 그래야 내가 절정까지 다다를 수가 있잖아. 그러니까 지온이 얘가 지 엄마한테 자꾸 못 된 장난을 하고, 그게 도가 지나치다 보니까 결국 위험 수위를 넘어선 거지. 그러니까 지 고추를 엄마 거기에다 집어넣기까지 한 거지. 요즘 애들이 어디 뭐 애들인가. 그 망할 놈의 인터넷이 애들을 다 망쳐놨잖아. 고추에 솜털도 안 난 것들이 인터넷으로 해괴망측한 것들을 다 보니까, 그게 뭔지도 모르면서 해보고 싶어지는 거지. 근데 또 그게 해보면 기분이 묘하거든. 왜 고추가 커지지, 왜 몸이 화끈거리지, 왜 들키면 혼날 것 같지. 그러면서 빠져드는 거거든. 그래서 결국 엄마 거기에 집어넣기까지 한 거거든. 지 아빠가 옆에서 자고 있는데도 말이지. 지 남편이 옆에서 자고 있는데도 다리를 슬며시 벌려준 거지. 아들이 쉽게 집어넣을 수 있게. 그런데 집어넣기만 하면 뭐해. 들어오기만 하면 뭐하냐고. 제대로 이게 찰떡찰떡 하고 붙었다 떨어졌다 해야 하거든. 그래야 맛이 나지. 그런데 지온이가 그게 되나. 아무리 요즘 애들이 알 건 다 안다고 해도, 실전은 또 다르거든. 다리는 벌려줬지, 고추는 들어왔지, 그런데 가만히 있어. 숨만 헐떡거리고 있어. 하, 이것처럼 사람 미치게 만드는 게 또 없어요. 이미 일은 저질러버렸는데 위에서 지온이가 가만히 있어 봐, 순식간에 죄책감이 밀려오거든. 지 아들 고추를 받아줬으니 말이야. 그것도 남편이 바로 옆에서 자고 있는데. 못 이기지. 그 무게를 못 버텨. 어떻게 할래? 자는 척 하는 걸 포기할 수밖에 없어. ‘지온아, 움직여야지. 가만히 있으면 안 돼!’ 그렇게 말하는 수밖에 없어. 죄의 무게가 감당이 안 되면, 완전히 짓눌리는 수밖에 없어. ‘지온아, 움직여.’ ‘어떻게?’ ‘엉덩이를 위로 아래로.’ ‘잘 안 돼.’ ‘그럼 가만히 있어. 엄마가 해줄 테니까.’ 죄의 무게를 더 무겁게 만들어서, 아예 빠져나갈 수 없게 만드는 수밖에 없어. ‘지온아, 엄마랑 자야지.’ ‘지온아 이리 와. 엄마랑 같이 목욕하자.’ ‘지온이 옷 갈아입는 거야? 이리 와, 엄마가 갈아입혀 줄게.’ ‘지온이 뭐해? 숙제해? ……하지 마. 당장 의자에서 일어서. 그리고 이리 와. 뭐 해! 빨리 엄마 팬티 벗겨!’ ‘엄마, 나 숨막혀.’ ‘시, 시끄러! 말하지 마! 아무 말도 하지 마! 그냥 넌 가만히 있어! 엄마가 뭘 하든 그냥 가만히 있어! 숨소리도 내지 말고 그냥 죽은 듯이 가만히 있어! 가만히 있으라고! 가만히 있어! 가만히 있어! 가만히. 가만히. 가만히. 가만히. 가만히. 가만히. 가만히 있어. 흐흐흑. 흑흑. 가만히 있어. 가만히 있으라고. 가만히. 가만히. 흐흑. 흐흐흐흑. 가만히 있어. 가만히. 아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가만히 있어. 넌 가만히 있어. 숨도 쉬지 말고 가만히 있어.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툭. 아마 들렸을 거야. 지온이 엄마는 들었을 거야. 자기 머릿속에서 뭔가가 끊어지는 소리를 들었을 거야. 툭. 툭. 툭. 계속 들렸을 거야. 음, 그럼 뭐야. 지온이 엄마는 지온이를 버린 게 아니구나. 지온이를 버린 게 아니었어. 자기를 버린 거지. 얘기가 그렇게 되네. 재미없다. 이런 결말은 재미없어. 그럼, 지온이 아빠는 어떻게 된 거지. 지온이 아빠도 지온이를 버린 게 아니라, 스스로를 버린 건가. 지온이 엄마처럼 자기 자신을 버렸나. 아니면, 아니면 지온이가 죽인 건가. 버림당하기 싫어서 차라리 죽인 건가. 혼자 있기 싫어서, 아빠하고 만이라도 계속 같이 있고 싶어서, 그래서 죽인 건가. 요즘 부쩍 잠이 많아졌다는 아빠, 초인종을 56번이나 눌렀는데도 안 나오는 아빠, 그럼 저 집엔 지금 지온이 아빠가 있는 게 아니라 지온이 아빠의 시체가 있는 건가. 지온이가 죽인 지온이 아빠의 시체. 으악, 그럼 이 허름한 벽을 사이에 두고, 저쪽에 지금 시체가 누워 있는 건가. 시체 옆에는 지온이가 매일 가져오는 햄버거가 쌓여 있을 테고. ‘아빠, 아빠 좋아하는 햄버거야. 먹어.’ 이러면서 옆에 놔뒀을 햄버거. 신문도 쌓여 있겠네. 읽지 않은 신문이 쌓여 있겠어. ‘아빠, 신문 매일 갖다달라고 했으면서 왜 안 읽어?’ 이러면서 오늘도 시체 옆에 신문을 놔뒀을 거 아냐. 이거, 경찰에 신고해야 하나. 아니면 일단 지온이 오기 전에 내가 가서 확인을 해볼까. 아니지, 확인할 방법이 없지. 문이 잠겨 있을 텐데, 그러면 내가 들어갈 방법이 없잖아. 일단 혹시 모르니까 초인종이라도 막 눌러봐!
옆집 여잔 미쳤다. 56, 57, 58, ……. 지온이보다 초인종을 더 많이 누르고 있다. ‘지온이 아버님! 지온이 아버님!’ 하고 나를 부르면서. 왜 나를 부르지! 초인종 몇 번 누르다 기척이 없으면 가는 게 정상인데, 안 가고 계속 저러고 있다. 날 불러내서 어쩌려는 거지. 김치라도 주겠다는 건가. 그 맛없는 김치를. 아니면 지난번처럼 ‘어, 안 죽으셨네요?’ 이런 말을 하려고! 저 여잔 진짜 미쳤다. 가끔 저렇게 초인종을 마구 눌러댄다. 이유는 딱 두 가지다. 인간이라면 도저히 먹을 수 없는 김치를 줄 때, 그리고 내가 죽은 줄 알았다며 확인해 보고 싶었다고 할 때. ‘전 또 지온이가 아버님을 죽인 줄 알고.’ 이게 어디 정신 멀쩡한 사람이 할 소린가. 그 전에, 왜 매번 그런 생각을 하는지, 정말이지 저 여자의 머릿속이 궁금해 미칠 지경이다. 이제 아홉 살인 지온이가 왜 날 죽였다고 생각할까. 어떻게 아들이 자기 아버지를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할까. ……아니지, 죽일 수 있다. 저 집 남편은 죽었다. 지 아들한테. 그러고 보니까 벌써 1년이 넘었다. 걔 이름도 지온이었다. 나이는 우리 지온이보다 일곱 살 많았던가 그랬고. 아,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걔가 그때 고등학생이었는데, 2학년. 참 착하고 성실했다. 공부도 잘했고. 반에서 1등 놓친 날에는 애가 그냥 풀이 완전히 죽어가지고, ‘지온아!’ 하고 불러도 고개만 겨우 까딱할 뿐이었다. 평소엔 안 그랬다. 멀리서 나를 발견하기만 하면 뛰어와서 인사하고는 했다. ‘지온아 왜 이렇게 기운이 없어?’ 그러면 ‘오늘 성적표 받았는데 1등 놓쳤어요.’ 그럴 땐 그냥 어깨만 툭 쳐주고 말았지만, 솔직히 지온이 걔가 1등 못 한 거, 2등한 거, 그것도 정말 대단한 거다. 남들 다 다니는 학원 한 번 다닌 적도 없고, 게다가 새벽에는 신문 배달까지 하고. 그래서 그때는 지온이 덕분에 신문도 공짜로 봤다. 수고스럽게 내 것까지 갖고 올 필요 없다고 해도, 꼬박꼬박 문틈에 끼워놨다. 지온이의 진면목은 역시 햄버거에서 발휘된다. 지금은 아니지만, 그 사건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지온이 엄마는 식당에서 허드렛일을 했다. 점심시간 조금 안 돼서 출근해서 밤 11시가 넘어야 들어왔다. 지온이 아빠는 건설 현장 잡역부였다. 아침 일찍 출근하는 일이 많았다. 부모님 출근하는 시간이 그렇게 다르니, 지온이가 나름 머리를 쓴 게 햄버거였다. 편의점에서 파는 햄버거. 밤 11시가 넘어야 들어오는 엄마, 그러고도 엄마는 바로 잠들지 못하고 집안일을 해야 했다. 그러고 나면 매번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에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그런 엄마를 아침 일찍 깨우게 할 수는 없었다. 지온이가 아침밥을 먹으려고 주방에서 달그락거리면 엄마는 항상 잠에서 깼다. 그러고는 지온이의 아침밥을 차려주었다. 혼자 차려먹을 수 있다고 해도 소용없었다. 엄마는 눈을 비비면서, 기특한 지온이를 보며 몇 번이나 미소지으면서 아침밥을 차려주었다. 게다가 아빠가 아침 일찍 출근하는 날이면, 지온이 엄마는 졸음을 뿌리치며 양치에 세수까지 하고 나서 두 사람의 아침밥 준비를 했다. 그럴 때면 지온이의 다짐은 더 확고해졌다. 피곤한 엄마를 깨우게 하면 안 된다. 지온이의 다짐을 듣고 아빠도 그게 좋겠다며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의 호응에 힘입어 지온이는 편의점 햄버거 얘기를 꺼냈다. 햄버거 살 때 편의점에서 미리 전자레인지에 데워 오면, 조용히 햄버거를 먹을 수 있다. 엄마가 잠에서 깰 일도 없다. 아빠는 이번에도 좋은 생각이라며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부터 지온이는 신문 배달을 마치고 집에 올 때면 꼭 편의점에 들러서 햄버거를 샀다. 한 개 혹은 두 개. 물론 그 뒤로 아침 일찍 엄마가 잠에서 깨지도 않았다. 지온이가 아침에 밥 대신 햄버거를 먹는다는 걸 알았지만, 굳이 일어나서 햄버거 대신 밥을 먹으라며 차려주지는 않았다. 지온이의 마음 씀씀이가 기특해 눈감아 주기로 했다. 아빠는 가끔 아내가 일어나주기를 바라기도 했지만, 번번이 지온이가 눈치를 줘서 깨우지는 못했다. 아무튼 그런 지온이의 기특한 마음, 어쩌면 그게 화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날도 지온이는 신문 배달을 마치고 햄버거를 두 개 사들고 왔다. 집에 들어갔던 지온이가 다시 햄버거를 한 개 들고 나왔다. 그때 철야 작업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가려던 나와 마주쳤다.
툭.
들고 있던 햄버거를 떨어뜨렸다. ‘어, 아빠 줄 햄버거.’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바닥에 떨어진 햄버거를 주웠다. 그러고는 내 옆을 지나쳐 비상계단이 있는 곳으로 바삐 걸어갔다. 나한테 인사를 하지 않은 것이다. 어쩌면 나를 못 봤을지도 모른다. 아파트 복도에서 나와 딱 마주친 지온이가 나를 못 봤을지도 모른다. 그때 지온이의 눈은 평소처럼 초롱초롱하지 않았다. 술에 취한 사람의 흐리멍덩한 눈 같았다. ‘지온아 벌써 학교 가니?’ 내가 그렇게 물었지만 지온이는 대답도 하지 않았다. 물론 지온이는 가방을 메고 있지 않았다. 평소와는 다른 지온이에게 무슨 말이라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그렇게 물었지만 대답도 없었다. 듣지 못한 것이다. 안 보이고 안 들리는 상태.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달려가서 지온이를 붙잡았어야 했다. 그랬다면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당연히 지온이 엄마도 안 미쳤을 테고. 하지만 나는 지온이를 안 붙잡았다. 그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으니까. 나는 찜찜한 기분으로 현관문을 열었다. 지온이 이 녀석, 오늘은 신문도 안 넣어줬다. 현관문을 닫고 곧장 화장실로 가 샤워부터 한 뒤 잠을 자려고 했다. 갑자기 옆집이 소란스러웠다. 한 아주머니가 뭐라고 새된 소리를 냈고, 지온이 엄마가 비명을 내지르며 뛰쳐나갔다. 곧이어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나는 아파트 복도로 뛰어나갔다. 머릿속에서는 이상하게 지온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툭, 하고 햄버거를 떨어뜨리던 모습. 술에 취한 듯 흐리멍덩한 눈. 복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경찰차랑 구급차가 아파트 입구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바로 아래층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바로 아래층, 그러니까 지온이네 바로 아랫집에. 나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모여 있는 사람들 속에서 지온이 엄마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여보! 지온아! 여보! 지온아! 여보! 지온아! 여보! 지온아!’ 남의 집에서 왜 저렇게 자기 남편과 아들을 목이 찢어져라 불러댈까. 물론 혹시나 하는 생각은 들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들어맞았다. 흰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집안에서 들것 두 개를 들고 나왔다. 들것에는 사람이 누워 있었고, 흰 천으로 온몸이 덮여 있었다. 그리고 그 흰 천이 피로 물들어 있었다. 마치 그 들것들을 뺏기지 않으려는 듯 지온이 엄마가 흰 가운 입은 사람들을 붙잡으며 울부짖었다. 그런 지온이 엄마를 경찰 두 명이 붙잡으며 진정시키려고 애를 썼다. 저 집, 그러니까 지온이네 바로 아랫집에는 지온이 엄마 또래 되는 여자 혼자 산다. 그리고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사건이 있기 몇 주 전부터 지온이 아빠가 그 집을 드나들었다고 한다. 그것도 아침 일찍부터. 그래서 부부 싸움도 잦았지만, 그렇다고 지온이의 생활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여전히 신문 배달을 했고, 집에 올 때는 내게 줄 신문 한 부와 햄버거 한 개 혹은 두 개를 사들고 왔다. 햄버거 두 개를 산 날은, 하나는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면 곧장 엄마가 방에서 나와 그 햄버거를 화장실 변기에 집어던졌다. 그 모습을 보면서 지온이는 묵묵히 햄버거를 먹었다. 그리고 사건이 있던 그날 역시 지온이 엄마는 햄버거를 화장실 변기에 집어던지려고 했다. 그 순간 지온이가 식탁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엄마 팔을 잡았다. 그러고는 햄버거를 빼앗았다. ‘지온이 너 뭐하는 거야! 이리 내!’ ‘아빠 거야. 버리지 마.’ ‘너 때문이잖아! 지온이 너 때문에! 네가 이 쓰레기 같은 햄버거를 매일 사들고 오는 바람에 이렇게 된 거잖아! 그래서 아빠가 아랫집에 가서 밥을 먹는 거잖아! 너 때문이잖아!’ ‘아빠 거야. 버리지 마. 내가 갖다주고 올 거야.’ 그러면서 지온이는 아파트 복도에서 나와 마주쳤던 것이다. 술에 취한 듯 흐리멍덩한 눈의 지온. 아빠의 햄버거를 툭! 하고 떨어뜨렸다가 다시 주운 지온. 지온은 내게 인사도 하지 않고 곧장 아랫집으로 갔다. ‘아들이 자기 아빠를 칼로 찌르고, 스스로 자기 목숨도 끊었다고 하더라고.’ 그날 사람들은 들것에 실려 나가는 두 사람을 보면서 그렇게 수군거렸다. 아 참, 그래서 저 이웃집 여자가 그 뒤로 미쳤는데, 자기 남편이 아직도 살아 있다고 생각하는데, 자기 남편이 아직도 아침이면 아랫집에 내려간다고 생각하는데, 저 여자가 아무리 미쳤다고 하더라도 혹여나 우리집에 들어오면 큰일난다. 우리집에 들어와 지온이 방을 보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아무리 미친 여자라도 그건 안 될 일이다.
툭.
지온의 손에서 또 열쇠가 떨어졌다.
툭.
지온의 옆구리에서 또 신문이 떨어졌다.
툭.
지온의 손에서 또 편의점 봉투가 떨어졌다. 지온은 이번에도 시체 놀이 같은 거 재미없다고 아빠에게 핀잔을 준 뒤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어, 엄마 벌써 깬 거야? 엄마도 아빠처럼 시체 놀이나 하고 있지 뭘 벌써 깨고 그래. 아하, 그렇구나. 또 그게 하고 싶어서 깼구나. 엄마도 참, 으이그, 내 게 그렇게 좋아? 요즘엔 아빠도 가끔 들어와서 하는 거 같던데. 음, 그래도 내 게 더 좋지? 알았어, 내가 금방 넣어줄게.”
지온이는 발가벗고 누워 있는 ‘그것’의 다리를 벌렸다. 그리고 그 안에 자신의 고추를 집어넣었다. 집어넣고 위아래로 움직였다. 이젠 제법 나이답지 않게 능숙해졌다.
“좋지? 좋지? 좋지? 좋지? 좋지? 좋지? 엄마 이런 거 좋아하잖아. 내가 실컷 해줄게. 그러니까 다시는 나 버리지 마. 내가 매일 매일 해줄 테니까, 나 버리지 마.”
지온아, 너 왜 자꾸 인형한테 엄마라고 그러냐?
“뭔 소리야! 아빠야말로 왜 자꾸 엄마를 인형이라고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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