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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와 용의 게임
코드웨이너 스미스

『갤럭시 사이언스 픽션』 1955년 10월
이형진 옮김

테이블

 핀라이팅pinlighting은 형편없는 밥벌이 수단이었다. 언더힐은 분노하며 등 뒤로 문을 닫았다.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일이라면 제복을 입고 군인 같은 차림을 하는 의미가 없었다.

 언더힐은 의자에 앉아 머리 받침대에 머리를 기대고 이마 위로 헬멧을 내려 썼다.

 핀-세트pin-set가 예열되기를 기다리며 언더힐은 바깥 복도에 있는 소녀를 떠올렸다. 소녀는 핀-세트를 본 뒤 언더힐을 멸시하듯 쳐다보았다.

 “야옹.” 소녀가 한 말은 이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 말은 칼처럼 언더힐을 상처 냈다.

 언더힐을 뭐로 보는 것일까? 멍청이? 백수건달? 제복 입은 하찮은 놈? 언더힐이 핀라이팅을 30분 할 때마다 병원에서 최소한 두 달 동안 회복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나?

 장치가 예열되었다. 언더힐은 주위로 펼쳐진 정사각형 공간을 느꼈고, 엄청난 격자망에, 공허로 가득한 정육면체 격자망에 있는 자신을 감지했다. 그 공허 속에서 언더힐은 공간 자체의 헛되고 아린 공포를 감지할 수 있었고, 그의 정신이 불활성 먼지의 약하디약한 흔적을 만날 때마다 조우하는 끔찍한 불안을 느낄 수 있었다.

 언더힐이 긴장을 풀자 태양이 주는 안락한 견고함이, 익숙한 행성들과 달로 된 태엽장치가 그를 반겼다. 우리 태양계는 익숙한 똑딱거림과 편안한 소음으로 가득한 오래된 뻐꾸기시계처럼 멋지고 단순했다. 화성의 특이하고 작은 달들이 흥분한 쥐처럼 행성 주위를 돌았지만, 그 규칙성은 그 자체로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보장이었다. 황도면 저 위쪽으로, 반 톤 정도 되는 먼지가 인간의 여행길 바깥에서 표류하는 것이 느껴졌다.

 여기에는 싸울 적이, 정신에 도전하는 적이, 그 근원에서 피처럼 실체적인 악취를 뚝뚝 흘리며 육체에서 살아 있는 영혼을 뜯어내는 적이 없었다.

 태양계에서는 아무 것도 움직이지 않았다. 핀-세트를 쓴 언더힐은 그저 한 정신감응 천문학자로, 그의 살아 있는 정신에 욱신거리고 화끈거리는 태양의 뜨겁고 따뜻한 보호를 느끼는 한 인간으로만 영원히 존재할 수 있었다.

#

 우들리가 들어왔다.

 언더힐이 말했다. “여전히 변함없이 똑딱거리는 세상이야. 보고할 건 없어. 플레이노포밍planoforming이 출현하기 전에는 핀-세트가 개발 안 된 것도 무리가 아니지. 여기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는 기분 좋고 조용하게 느껴지거든. 죄다 근사하고 선명하고 촘촘하고. 집에 편안히 앉아 있는 거 같아.”

 우들리가 끙 하는 소리를 냈다. 그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취미가 거의 없었다.

 언더힐은 단념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고대 인류로 살기란 꽤 좋았을 거야. 왜 그들이 전쟁으로 세계를 태워 버렸는지 모르겠어. 그들은 플레이노포밍할 필요가 없었잖아. 먹고 살려고 별들 사이로 나갈 필요가 없었지. ‘쥐’를 피하거나 ‘게임’을 할 필요 없었어. 필요하지 않았으니까 핀라이팅을 발명할 수 없었겠지, 우들리?”

 우들리가 툴툴거렸다. “어어.” 우들리는 스물여섯 살이었고 1년 후 은퇴할 예정이었다. 그는 이미 농장을 하나 골라 놓았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10년 동안 핀라이팅을 해 왔다. 자기 직업을 별로 생각하지 않는 것을 제정신을 잃지 않는 비결로 삼아, 과업의 중압감은 꼭 피할 수 없을 때만 느꼈고 다음 비상사태가 발생할 때까지는 자기 의무를 그다지 생각하지 않았다.

 우들리는 ‘파트너’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 생각이 전혀 없었다. 어떤 ‘파트너’도 그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몇몇은 그를 괘씸하게 여기기까지 했다. 우들리는 가끔 ‘파트너’에게 불쾌한 생각을 전한다는 의심을 받았지만, ‘파트너’는 아무도 분명하게 불만을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핀라이터pinlighter들과 봉사기구the Instrumentality 수장들은 우들리를 내버려 두었다.

 언더힐은 여전히 그들의 직업에 경탄하고 있었다. 언더힐은 유쾌하게 잡담을 늘어놓았다. “플레이노포밍을 할 때 우리한테 무슨 일이 일어날까? 죽음이랑 비슷할 것 같아? 영혼이 빠진 사람 본 적 있어?”

 우들리가 대답했다. “영혼이 빠진다는 건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야.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도 우리한테 영혼이 있는지 없는지 아무도 몰라.”

 “하지만 난 한 번 본 적 있어. 도그우드가 깨졌을 때 어땠는지 봤다고. 좀 괴상했어. 축축하고 좀 끈적이는 듯 보여서 마치 영혼이 피를 흘리면서 그를 빠져나오는 것 같았지……. 그래서 도그우드가 어떻게 됐는지 알지? 우린 절대 가지 않을 병원 위쪽으로…… ‘위와 밖Up-and-Out’의 ‘쥐’한테 잡히고도 살아남은 사람들이 가는 꼭대기로 끌려갔잖아.”

 우들리는 자리에 앉아 오래된 파이프에 불을 붙였다. 우들리는 그 속에 담배라고 하는 물질을 불태웠다. 불결한 습관이었지만 그 때문에 우들리는 굉장히 늠름하고 대담하게 보였다.

 “이봐, 애송아. 그런 걱정할 필요 없어. 핀라이팅은 항상 더 좋아져. ‘파트너’들도 더 좋아지고. 그 녀석들이 7400만 킬로미터 떨어진 ‘쥐’ 두 마리를 1.5밀리초만에 핀라이팅하는 모습을 본 적 있지. 인간이 직접 핀-세트를 작동해야만 한다면, 인간의 정신이 핀라이트를 설정하는 데 적어도 400밀리초는 걸리기 마련이고 플레이노포밍 우주선을 보호할 만큼 빨리 ‘쥐’들에게 빛을 비출 수 없었을 거야. ‘파트너’들 덕분에 확 바뀌었지. 일단 나가면 ‘쥐’들보다 빨라. 앞으로도 항상 그럴 거고. 쉬운 일은 아니지. ‘파트너’가 우리 정신을 공유하게 두는—”

 “그들한테도 쉬운 일은 아냐.”

 “걔들 걱정은 하지 마. 걔들은 인간이 아냐. 자기 일은 알아서 하게 두라고. ‘쥐’한테 잡힌 핀라이터보다 ‘파트너’와 장난치다 미친 녀석들을 더 많이 봤어. ‘쥐’한테 붙들린 사람을 실제로 얼마나 알아?”

#

 언더힐은 조정된 핀-세트에서 나온 선명한 빛에 녹색과 보라색으로 빛나는 손가락을 내려다보며, 우주선을 셌다. 엄지로는 승무원과 승객을 잃은 안드로메다호를, 집게손가락과 가운뎃손가락으로는 핀-세트가 타 버린 채 모든 남성, 여성, 어린아이가 죽거나 미친 방출선 43호와 56호를. 넷째 손가락, 새끼손가락, 다른 손의 엄지손가락으로는 ‘쥐’들에게 잃은 첫 전함 세 척…… 공간 아래 그 자체에 뭔가가, 살아 있고 변덕스럽고 악의 있는 뭔가가 존재한다고 깨닫게 된 계기를.

 플레이노포밍은 다소 괴상했다. 그것은 마치, 마치…….

 마치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다.

 마치 가벼운 전기 충격의 찌릿함 같았다.

 마치 처음 아픈 이를 깨물었을 때 느끼는 통증 같았다.

 마치 눈에 살짝 괴로운 불빛 같았다.

 하지만 그러면서, 지구 위에 떠 있던 4만 톤급 우주선이 이러구러 2차원으로 사라졌다가 0.5광년 혹은 50광년 거리에 나타났다.

 어느 순간, 언더힐은 전투실에 앉아서 핀-세트를 준비한 채 익숙한 태양계가 머릿속에서 째깍거리는 것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1초 혹은 1년 뒤(주관적으로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기이하고 작은 섬광이 몸을 훑고 지나고 나면 언더힐은 ‘위와 밖’, 별들 사이에 존재하는 끔찍한 개방 공간에, 별들 자체가 그의 정신감응 마음에 난 뾰루지처럼 느껴지며 행성들을 감지하거나 읽기에는 너무 외딴 공간에 풀려났다.

 이 외우주 어딘가에 섬뜩한 죽음이, 인류가 항성 간 공간 자체에 닿기 전에는 조우한 적 없었던 죽음과 공포가 기다리고 있었다. 분명 항성들의 빛이 ‘용’들을 쫓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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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 사람들은 그렇게 불렀다.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플레이노포밍의 전율과 함께 강타하는 갑작스러운 죽음 혹은 정신에 내려앉는 흉악한 경련성 광기뿐이었다.

 하지만 정신감응자들에게 그것들은 ‘용’이었다.

 정신감응자들이 우주의 검고 텅 빈 공허 속에 웅크린 어떤 적대적 존재를 의식하고 나서, 흉포하고 황폐한 심령적 강타가 우주선에 탑승한 모든 생물에 충격을 가한 몇 분의 1초 동안에 정신감응자들은 고대 인류의 설화에 나오는 ‘용’과 같은 실체를, 어떤 야수보다 똑똑한 야수, 어떤 악마보다 실체적인 악마, 별들 사이에 있는 옅고 빈약한 물질에서 미지의 방법으로 합성된 생기와 증오의 굶주린 소용돌이를 감지했다.

 이 소식은 생존한 우주선이 가져왔다. 순전히 우연하게도 한 정신감응자가 조명 빔을 켜 무해한 먼지에 비추고 있었는데, 그의 정신 전경 속에서 ‘용’이 무로 녹아 버렸으며 정신감응자가 아닌 다른 승객들은 눈앞에 닥친 죽음을 피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하던 일을 계속했던 것이다.

 그 후로는 쉬운 일이었다. —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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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레이노포밍 우주선은 항상 정신감응자들을 데리고 다녔다. 정신감응자들은 핀-세트, 즉 포유동물의 정신에 맞게 조정한 정신감응 증폭기로 감도를 어마어마한 범위까지 확대했다. 그리고 이 핀-세트는 조종 가능한 소형 조명탄에 전기적으로 맞춰져 있었다. 빛이 중요했던 것이다.

 빛은 ‘용’을 분해하여 우주선이 별에서 별로 이동할 때 3차원적으로 재형성할 수 있게, 도약할 수 있게 해주었다.

 승률은 인류가 불리했던 100 대 1에서 인류에게 유리한 60 대 40으로 높아졌다.

 이것으로는 부족했다. 정신감응자들은 극도로 민감해지도록, 1밀리초 미만으로 ‘용’들을 의식하도록 훈련받았다.

 하지만 ‘용’들은 1밀리초만에 80만 킬로미터를 이동할 수 있으며 그 시간은 인간의 정신이 조명 빔을 활성화하기에 부족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우주선을 항상 빛으로 둘러싸려는 시도도 있었다.

 이 방어책은 곧 쓰지 못하게 되었다.

 인류가 ‘용’이 어떤지 배우는 과정에서 분명 ‘용’도 인류가 어떤지 배운 듯했다. ‘용’은 어찌저찌 큰 덩치를 납작하게 만들어 극도로 평평한 궤도로 굉장히 빠르게 다가왔다.

 강렬한 조명이, 태양처럼 센 조명이 필요했다. 이것은 오직 조명탄으로만 가능했다. 핀라이팅이 태어났다.

 핀라이팅은 극도로 강렬한 초소형 광핵光核 폭탄을 폭발시켜 마그네슘 동위 원소 몇 그램을 순수한 가시 영역 광채로 변환했다.

 승률은 인류에게 유리하게 계속 높아졌지만, 그래도 잃게 되는 우주선이 있었다.

 구조자들이 보게 될 광경을 알기 때문에 우주선을 찾고 싶지 않을 지경까지 상황이 나빠졌다. 매장해야 할 시체 300구와, 고칠 수 없을 만큼 망가져서 깨우고 먹이고 씻기고 재우고 삶이 끝날 때까지 또 깨우고 먹여야 하는 미치광이 200명을 지구로 데려오기란 슬펐다.

 정신감응자들은 ‘용’에게 손상된 정신 이상자들의 정신에 접근하려 노력했지만, 그곳에는 원초적 무의식 그 자체에서, 생명이라는 화산의 근원에서 터져 나오는 생생하고 강렬한 공포의 기둥들만이 남아 있었다.

 그때 ‘파트너’가 등장했다.

 ‘인간’과 ‘파트너’가 함께라면 ‘인간’이 혼자서 할 수 없던 일을 할 수 있었다. ‘인간’에게는 지능이 있었다. ‘파트너’에게는 ‘속도’가 있었다.

 ‘파트너’는 우주선 외부에서 작은 미식축구공만 한 전투정을 탔다. 이 전투정도 우주선과 함께 플레이노포밍했다. ‘파트너’는 공격 준비가 된 2.7킬로그램짜리 전투정을 타고 우주선과 나란히 항해했다.

 ‘파트너’가 탑승하는 이 작은 우주선은 날렵했다. 전투정마다 골무만 한 폭탄인 핀라이트 열두 기를 탑재했다.

 핀라이터는 정신-사격 중계를 통해 ‘파트너’를 ‘용’에게로 — 말 그대로 거의 — 직접 내던졌다.

 인간의 정신에 ‘용’으로 보이는 존재는 ‘파트너’의 정신에 거대한 ‘쥐’로 보이는 듯했다.

 우주의 냉혹한 공허 속에서 ‘파트너’의 정신은 생명만큼이나 오래된 본능에 따랐다. ‘파트너’는 ‘인간’보다 빠른 속도로 ‘쥐’나 자기 자신이 파괴될 때까지 공격하고 공격했다. 거의 늘, 승자는 ‘파트너’였다.

 우주선들이 안전하게 항성 간 도약을 할 수 있게 되자 무역이 엄청나게 증가하고, 모든 이주지 인구가 늘고, 훈련된 ‘파트너’ 수요가 커졌다.

 언더힐과 우드힐은 3세대 핀라이터였지만, 그들에게는 그 기술이 늘 존재했던 것만 같았다.

 핀-세트를 통해 우주를 정신에 연동시키고, ‘파트너’를 정신에 덧붙이고, 모든 것이 걸려 있는 팽팽한 전투에 맞추어 정신을 긴장시키는 일……. 이것은 인간의 시냅스가 오랫동안 견디기 어려운 일이었다. 언더힐은 전투를 30분 마친 뒤에 두 달간 쉬어야 했다. 우들리는 10년이라는 근무 기간이 끝나면 은퇴해야 했다. 두 사람은 젊었다. 실력이 좋았다. 하지만 한계가 있었다.

 굉장히 많은 것이 ‘파트너’ 선택에, 누가 누구를 뽑는지 하는 운수소관에 달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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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플(카드 섞기)

 문트리 사부와, 웨스트라는 작은 소녀가 방으로 들어왔다. 두 사람도 핀라이터였다. 전투실의 정원이 이제 모두 모였다.

 얼굴이 붉은 45세 남자인 문트리 사부는 농부로 평화롭게 살다가 40세를 맞았다. 그제야 뒤늦게 당국은 그가 정신감응자라는 사실을 발견했고 늦은 나이에 핀라이터 생활에 뛰어들어도 좋다고 승낙했다. 문트리 사부는 이 일을 잘 해냈지만, 이 업계에서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늙은 축이었다.

 문트리 사부는 침울한 우들리와 생각에 잠긴 언더힐을 바라보았다. “젊은이들 오늘 기분은 어떤가? 멋진 전투를 할 준비 됐나?”

 “사부님은 만날 전투만 좋아해.” 웨스트라는 작은 소녀가 키득거렸다. 웨스트는 굉장히 작고 어린 소녀였다. 웃음소리가 높고 어린애 같았다. 거칠고 날카로운 핀라이팅 결투 세계와는 전혀 동떨어진 듯한 외모였다.

 언더힐은 언젠가 ‘파트너’ 중에서 가장 활기가 없는 녀석이 웨스트와 정신 접촉하고 나서 행복하게 나오는 모습을 보고 즐거워한 적이 있었다.

 대개 ‘파트너’는 항해에서 짝을 맺은 인간의 정신에 무관심했다. ‘파트너’들은 왠지 인간의 정신은 복잡하며 믿을 수 없을 만큼 엉망이라는 태도를 취하는 것 같았다. 인간의 정신이 우월하다는 사실에 의문을 품는 ‘파트너’는 없었지만, 그 우월함에 감명을 받는 ‘파트너’도 거의 없었다.

 ‘파트너’는 사람을 좋아했다. 그들은 기꺼이 사람들과 함께 싸웠다.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목숨까지 바쳤다. 하지만 와우 선장이나 메이 부인이 언더힐을 좋아하는 것처럼 어떤 ‘파트너’가 어떤 개인을 좋아한다면, 그것은 지능과 아무 관계도 없었다. 기질과 느낌이 중요했다.

 언더힐은 와우 선장이 그의, 언더힐의 뇌를 바보로 여긴다는 사실을 완벽하게 잘 알고 있었다. 와우 선장이 좋아하는 것은 언더힐의 친근한 정서 구조와, 언더힐의 무의식적 사고 패턴을 통해 방사되는 쾌활함과 짓궂은 장난기와, 언더힐이 위험을 맞닥뜨릴 때 보이는 유쾌함이었다. 말, 역사책, 개념, 과학……. 머릿속에서 언더힐은 와우 선장의 정신에 반사된 그 모든 것들이 굉장히 형편없다는 점을 감지할 수 있었다.

 웨스트가 언더힐을 쳐다보았다. “주사위에다가 접착제 발라 뒀지.”

 “아니야!”

 언더힐은 당혹감으로 빨개지는 귀가 느껴졌다. 수련 기간 중에 제비뽑기에서 속임수를 쓰려고 한 적이 있었는데, 특정 ‘파트너’, 머르라는 사랑스러운 젊은 어미를 특히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머르와 함께 작전을 벌이기는 굉장히 수월했고, 머르가 언더힐에게 다정하기도 해서 언더힐은 핀라이팅이 힘들다는 사실도, ‘파트너’와 즐겁게 지내도록 교육받지 않은 사실도 잊어 버렸다. 그들은 둘 다 치명적인 전투에 함께 참여하도록 계획되고 준비되었는데 말이다.

 속임수는 한 번으로 족했다. 속임수가 들킨 언더힐은 몇 년 동안이나 놀림 받았다.

 문트리 사부가 인조 가죽 컵을 집어 들고 이번 여행에 짝을 지을 ‘파트너’를 정하기 위해 돌 주사위를 흔들었다. 연장자로서 문트리가 먼저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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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트리는 얼굴을 찡그렸다. 성격이 욕심스럽고 교활한, 머릿속이 침이 줄줄 흐르는 음식 생각으로 가득하여 정말 반쯤 상한 생선으로 꽉 찬 바다 같은 거칠고 늙은 수컷을 뽑았던 것이다. 예전에 문트리 사부는 그 식충이를 뽑고 생선의 정신감응 심상을 너무나 강력하게 전해 받은 덕분에 몇 주일이 지나서까지 대구 간유 트림을 했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그 식충이는 생선만큼이나 위험에도 식충이였다. ‘용’을 예순세 마리 죽인 그 녀석은 활동하는 ‘파트너’ 중에서 최고였고, 말 그대로 곧 몸무게와 같은 금만큼 가치 있었다.

 웨스트가 다음 차례였다. 그녀는 와우 선장을 뽑았다. 누구를 뽑았는지 확인하고서는 미소 지었다.

 “난 와우 선장이 좋아. 함께 싸우면 재미있거든. 머릿속에서 느낌이 좋아서 꼭 껴안아 주고 싶어.”

 우들리가 말했다. “꼭 껴안아 주고 싶다니, 참 나. 나도 그 녀석 정신에 들어가 봤어. 이 배에서 제일 심술궂은 정신이야.”

 “오빤 못 됐어.” 소녀가 말했다. 비난하는 기색 없이 단언하는 목소리였다.

 언더힐은 웨스트를 보며 가볍게 떨었다.

 언더힐은 어째서 웨스트가 와우 선장을 그렇게 태연하게 받아들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와우 선장의 정신은 정말로 음흉했다. 핀-세트를 거쳐 의식이 하나로 연결된 언더힐과 와우 선장이 인간과 페르시아 고양이의 환상적인 복합체가 되었을 때, 와우 선장이 전투 중에 흥분하면 ‘용’, 치명적인 ‘쥐’, 쾌적한 침대, 생선 냄새, 충격적인 우주가 모두 한데 뒤죽박죽되어 혼란스러운 심상으로 전해졌다.

 그것이 고양이와 일할 때 곤란한 문제라고 언더힐은 생각했다. 세상 그 무엇도 달리 ‘파트너’로 일할 수 없어 애석했다. 고양이는 정신감응으로 접촉하기만 한다면 상당히 괜찮았다. 고양이는 전투의 필요성에 응할 만큼 똑똑했지만, 그 동기와 욕망이 인간과 상당히 달랐다.

 인간이 실체적인 심상을 투사하는 한 고양이는 충분히 사교성이 좋지만, 셰익스피어나 콜그로브를 암송해 주거나 우주가 무엇인지 설명하려 든다면 고양이의 정신은 문을 닫고 잠에 빠졌다.

 여기 우주에서 굉장히 엄숙하고 원숙한 ‘파트너’가, 지구에서 수천 년 동안 애완동물로 삼았던 그 귀엽고 작은 동물과 같다고 생각해 보면 살짝 우스웠다. 언더힐은 지구에서 완벽하게 평범한 비정신감응 고양이들에게 경례를 하고서는 당황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 고양이들이 ‘파트너’가 아니라는 사실을 잠깐 잊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언더힐은 컵을 들고 주사위를 흔들었다.

 운이 좋았다. 메이 부인을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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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 부인은 언더힐이 만나 본 ‘파트너’ 가운데 가장 사려 깊었다. 메이 부인의 내면에서는 훌륭하게 교배된 페르시아 고양이의 정신이 최고 계발 단계에 도달해 있었다. 메이 부인은 어떤 인간 여성보다도 복잡했지만, 그것은 감정, 기억, 희망, 특출한 경험(언어라는 혜택을 받지 않고도 잘 정돈된 경험)이 혼합된 복잡성이었다.

 언더힐은 처음 메이 부인의 정신과 접촉했을 때, 그 명료성에 깜짝 놀랐다. 언더힐은 메이 부인과 함께 새끼 고양이 시절을 떠올렸다. 메이 부인이 겪은 모든 짝짓기 경험을 떠올렸다. 메이 부인이 전투에서 짝을 맺은 다른 모든 핀라이터들이 반쯤 알아볼 수 있도록 전시된 진열실을 보았다. 그리고 환하고 쾌활하고 호감 가는 모습인 자기 자신을 보았다.

 언더힐은 날카로운 갈망마저 보았다고 생각했다…….

 호감과 간절함이 듬뿍 담긴 생각이었다. ‘그가 고양이가 아니라니 애석하네.’

 우들리가 마지막으로 주사위를 집어 들었다. 우들리에게 맞는, 시무룩하고 겁먹은 늙은 수고양이로 와우 선장 같은 활기가 없는 ‘파트너’였다. 우들리의 ‘파트너’는 우주선에서 가장 수준 낮고 짐승 같은 유형으로 정신이 둔한 고양이였다. 정신감응 능력도 그 녀석의 성격을 개선시키지 못했다. 녀석의 두 귀는 첫 싸움에서 반쯤 씹혀 떨어져 나갔다.

 녀석은 그저 쓸 만한 전투원에 불과했다.

 우들리가 끙 하는 소리를 냈다.

 언더힐은 우들리를 이상하다는 듯 흘겨보았다. 우들리는 앓는 소리밖에 내지 못하는 것일까?

 문트리 사부가 다른 세 명을 바라보았다. “이제 각자 ‘파트너’를 찾으러 가. 난 ‘스캐너’에게 ‘위와 밖’에 들어갈 준비가 됐다고 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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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분배)

 언더힐은 메이 부인의 우리에 달린 번호 자물쇠를 돌렸다. 메이 부인을 부드럽게 깨워 팔에 안았다. 메이 부인은 등을 관능적으로 구부리고 발톱을 뻗고 가르랑거리기 시작하다가 생각을 고쳐 언더힐의 손목을 핥았다. 언더힐이 핀-세트를 쓰고 있지 않아 둘은 서로에게 정신이 닫혀 있었지만, 언더힐은 메이 부인의 수염 각도와 귀 움직임을 보고, 언더힐이 ‘파트너’로 정해진 데 만족감을 느끼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핀-세트를 쓰지 않으면 말은 고양이에게 아무 의미도 없었지만 언더힐은 메이 부인에게 인간의 말로 이야기했다.

 “우리 모두를 합한 것보다 더 크고 무시무시한 ‘쥐’를 사냥한답시고 너처럼 귀엽고 여린 고양이를 차갑고 아무 것도 없는 곳에 내던진다니 정말 부끄러운 일이야. 너도 이런 싸움 원하지 않지?”

 대답으로 메이 부인은 언더힐의 손을 핥고, 가르랑거리며, 길고 복슬복슬한 꼬리로 그의 뺨을 간질이고, 금빛 두 눈을 빛내며 얼굴을 돌려 그를 마주 보았다.

 잠시 둘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인간은 쪼그려 앉고 고양이는 뒷다리로 곧게 서서 앞발톱을 그의 무릎에 찌른 채였다. 어떠한 말로도 채울 수 없지만 애정은 대번에 가로지를 수 있는 거리 사이에서 인간의 두 눈과 고양이의 두 눈이 얽혔다.

 “탑승할 시간이야.” 언더힐이 말했다.

 메이 부인이 온순하게 회전타원체 수송기로 걸어가 올라탔다. 언더힐은 소형 핀-세트가 흔들리지 않고 편안하게 메이 부인의 머리에 고정되도록 확실히 조정했다. 전투 중에 흥분해서 다치지 않도록 메이 부인의 발톱에 보호대를 댔다.

 언더힐이 부드럽게 말했다. “준비 됐니?”

 메이 부인은 대답하듯 안전 멜빵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혀로 등을 다듬고, 자신을 가둔 틀 안에서 조용히 목을 울렸다.

 언더힐은 뚜껑을 탁 닫고 밀폐제가 접합선을 따라 스며 나오는 모습을 보았다. 일이 다 끝나 기술자가 아크 절단기로 꺼내줄 때까지 몇 시간 동안 메이 부인은 그 발사체와 결합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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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더힐은 발사체를 집어 들어 방출관에 집어넣었다. 방출관 문을 닫고 잠금장치를 돌리고 의자에 앉아 핀-세트를 썼다.

 다시 한 번 스위치를 넣었다.

 언더힐은 작은 방에 앉아 있었다. 작고, 작고, 따뜻하고, 따뜻한 방에서, 다른 세 사람의 육신이 주위에서 움직이고, 천장에서 나온 실체가 있는 빛이 그의 감긴 눈꺼풀에 눈부시고 무겁게 내리 앉았다.

 핀-세트가 예열되자 방이 서서히 사라졌다. 다른 사람들은 더 이상 사람들로 존재하지 않았고, 작게 빛나는 불꽃, 잉걸불, 검붉은 불빛 무리가 되어 시골 벽난로 속 회적색 석탄처럼 생명 의식을 불태웠다.

 핀-세트가 좀 더 예열되자, 바로 아래에 있는 지구가 느껴졌고, 미끄러져 나가는 우주선이 느껴졌고, 지구 반대편으로 공전하며 자전하는 달이 느껴졌고, 인류의 고향에서 ‘용’을 멀리 쫓아내는 태양의 뜨겁고 뚜렷한 선량함과 여러 행성이 느껴졌다.

 마침내 언더힐은 완전한 의식에 도달했다.

 언더힐은 정신감응을 통해 수백 만 킬로미터에 이르는 범위까지 의식했다. 아까 황도면 저 높이에서 알아챘던 먼지가 느껴졌다. 따뜻함과 상냥함이 주는 전율 속에서 메이 부인의 의식이 자신의 의식 속으로 흘러들어 오는 것이 느껴졌다. 메이 부인의 의식은 부드럽고 맑았지만 언더힐의 정신 감각에는 날카로워서 마치 기름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편안하고 든든한 기분이었다. 언더힐은 메이 부인이 자신을 반기는 감정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것은 거의 생각이라고 볼 수 없는, 그저 원초적인 환영 인사였다.

 드디어 둘은 다시 하나가 되었다.

 언더힐은 정신 속 작고 먼 구석에서, 어릴 적 본 가장 작은 장난감만큼이나 조그마한 구석에서 여전히 전투실과 우주선을, 문트리 사부가 전화를 들어 우주선을 책임지는 ‘스캐너’ 선장과 이야기하는 모습을 의식하고 있었다.

 언더힐의 정신감응 의식은 귀가 단어를 잡아내기도 전에 그 생각을 알아챘다. 먼 바다에서 번개가 친 뒤 해안에 천둥이 뒤따르는 식으로 생각 뒤에 실제 음성이 따라왔다.

 “전투실 준비 완료. 플레이노포밍해도 좋습니다, 선장님.”

#

플레이(게임 개시)

 언더힐은 늘 자기보다 메이 부인이 뭔가를 먼저 경험하는 방식에 짜증이 좀 났다.

 플레이노포밍에 따르는 짧고 불쾌한 전율에 대비하고 있었건마는, 언더힐의 신경이 그것을 인식하기도 전에 메이 부인이 미리 알려왔다.

 지구가 저 멀리 사라져서 언더힐은 몇 밀리초 동안 더듬어 간 끝에 정신감응 의식 속의 상부 후미 오른쪽 구석에서 태양을 발견했다.

 좋은 비약이라고 언더힐은 생각했다. 이런 식이면 네다섯 번 도약하면 도착하겠어.

 우주선 몇백 킬로미터 밖에서 메이 부인이 언더힐에게 생각을 되비쳤다. “오 따뜻하고, 오 너그럽고, 오 거대한 인간이여! 오 용감하고, 오 상냥하고, 오 다정하고 커다란 ‘파트너’여! 오 그대와 함께 있으니 멋지고, 그대와 함께 있으니 너무나 좋고, 좋고, 좋고, 따뜻하고, 따뜻하고, 이제 싸우고, 이제 가고, 그대와 함께 있으니 좋고…….”

 언더힐은 메이 부인이 단어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신이 고양이 지성에서 나오는 그 또렷하고 정감 있는 횡설수설을 받아들여 그의 사고가 기록하고 이해할 수 있는 심상으로 번역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둘은 모두 서로를 반기는 놀이에 빠져 있지는 않았다. 언더힐은 우주선 근처에 뭔가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메이 부인의 인지 범위를 아득히 넘는 곳에 도달했다.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다니 기묘했다. 언더힐은 핀-세트를 통한 정신으로 우주를 훑어보면서도 동시에 메이 부인의 종잡을 수 없는 생각을, 금빛 얼굴과 놀랍도록 보송보송한 흰 털로 덮인 가슴을 자랑하는 아들을 향한 사랑스럽고 애정 어린 생각을 느낄 수 있었다.

 아직 수색 중인 언더힐에게 메이 부인이 경고를 보내왔다.

 ‘다시 뛴다!’

 그리고 비약했다. 우주선은 두 번째 플레이노폼으로 이동했다. 별들이 달랐다. 태양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먼 뒤에 있었다. 가장 가까운 별들도 거의 닿지 않았다. 이곳은, 이 툭 트이고 끔찍하고 텅 빈 우주는 훌륭한 ‘용’의 고장이었다. 언더힐은 위험을 느끼고 찾으며 더 멀리 더 빨리 도달하여, 위험을 발견한 곳으로 메이 부인을 내던질 준비를 했다.

 너무나 날카롭고, 너무나 투명하여 육체적 쓰라림으로 다가오는 공포가 언더힐의 정신에 확 타올랐다.

 작은 소녀 웨스트가 뭔가를 발견했다. 어마어마하고 길고 검고 날카롭고 탐욕스럽고 무시무시한 뭔가를. 웨스트는 와우 선장을 날렸다.

 언더힐은 정신을 맑게 유지하려 애썼다. “조심해!” 언더힐은 다른 사람들에게 정신감응으로 외치며, 메이 부인을 이동시키려고 했다.

 전장 한 구석에서 와우 선장이 내뿜는 욕심스러운 분노가 느껴지는 동시에, 커다란 페르시아 수고양이가 우주선과 거기 탄 사람들을 위협하는 먼지 줄기에 접근하며 조명탄들을 폭발시켰다.

 조명탄들은 아슬아슬하게 비껴갔다.

 먼지는 스스로 납작해져 가오리 모양에서 창 모양으로 바뀌었다.

 아직 3밀리초도 지나지 않았다.

 문트리 사부가 인간의 언어로 이야기하며, 무거운 병에서 흘러나오는 차가운 당밀 같은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서-어-언-자-아-앙.” 언더힐은 그 문장이 “선장, 빨리 움직여!”라는 말임을 알았다.

 이 전투는 문트리 사부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시작되었다 끝날 터였다.

 몇 밀리초가 지난 지금, 메이 부인이 진로에 끼어들었다.

 이때가 ‘파트너’의 기술과 속도가 빛나는 순간이었다. 메이 부인은 언더힐보다 빨리 반응할 수 있었다. 메이 부인은 그 위협을, 그녀에게 곧장 달려드는 엄청난 ‘쥐’로 볼 수 있었다.

 메이 부인은 언더힐이 빗맞힐 만한 식별력으로 조명탄을 발사할 수 있었다.

 언더힐은 메이 부인과 연결되어 있었지만, 그것을 따라갈 수 없었다.

 언더힐의 의식은 외계의 적이 가한, 잡아 찢는 듯한 부상을 흡수했다. 그것은 지구에서 생기는 어떤 상처와도 달랐다. 배꼽에 입은 화상처럼 시작되는 생생하고 기괴한 고통이었다. 언더힐은 의자에서 온몸을 비틀기 시작했다.

 사실, 언더힐이 아직 근육 하나도 움직이지 못했을 무렵 메이 부인은 이미 적에게 반격을 가했다.

 나란한 간격으로 퍼진 광핵 폭탄 다섯 기가 16만 킬로미터에 걸쳐 폭발했다.

 언더힐의 정신과 육체에 느껴지던 고통이 사라졌다.

 언더힐은 적을 죽이고 난 메이 부인의 정신에 사납고, 소름끼치고, 음산한 고양감이 잠시 흐르는 것을 느꼈다. 고양이들은 거대 우주 ‘쥐’로 느껴지는 적들이 파괴 직후에 사라진다는 사실을 알고 늘 실망했다.

 그 뒤 메이 부인의 아픔, 눈 깜짝할 사이보다 짧았던 전투가 시작되었다가 끝나는 동안 둘을 압도했던 그 고통과 공포가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플레이노포밍에 따르는 날카롭고 언짢은 동통이 찾아왔다.

 우주선이 한 번 더 도약했다.

 우들리가 언더힐에게 생각을 전했다. “너무 애쓰지 마. 이 못된 놈이랑 내가 한동안 대신할게.”

 두 번째 동통과 도약이 이어졌다.

 언더힐은 아래쪽에서 빛나는 칼레도니아 우주청의 불빛들을 보고서야 어디인지 깨달았다.

 언더힐은 거의 사고의 한계를 넘어선 탈진을 느끼며 정신을 다시 핀-세트와 일치시켜, 메이 부인이 탄 발사체를 조심스럽고 깔끔하게 발사관에 고정시켰다.

 메이 부인은 피로로 반쯤 죽어 있었지만, 언더힐은 그녀의 심장 맥박을 느끼고 헐떡임을 들을 수 있었으며, 자신에게 전해지는 격렬한 고마움을 파악했다.

#

스코어(계산)

 언더힐은 칼레도니아에 있는 병원에 입원했다.

 의사는 친절했지만 완고했다. “환자분께서는 실제로 ‘용’에게 닿았습니다. 제가 본 사례 중 가장 아슬아슬한 상황이었죠. 굉장히 짧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과학적으로 알아내려면 오래 걸리겠지만, 접촉이 10분의 몇 밀리초만 길었어도 당신은 정신 병원에 갔을 겁니다. 데리고 가셨던 고양이는 어떤 종류였나요?”

 언더힐은 의사가 하는 말이 느리게 느껴졌다. 사고의 속도와 기쁨, 빠르고 날카롭고 명료한 정신 대 정신 소통에 비하면 말은 어찌나 성가신지! 하지만 이 의사처럼 평범한 사람들과 닿으려면 말밖에 없었다.

 언더힐은 입을 느릿느릿 움직이며 생각을 표현했다. “우리 ‘파트너’들을 고양이라고 부르지 마세요. 그들을 제대로 부르려면 ‘파트너’라고 부르세요. ‘파트너’들은 우리와 함께 한 팀으로 싸운다고요. 제 ‘파트너’는 어때요?”

 의사가 미안하다는 듯이 말했다. “모르겠습니다. 저희가 알아봐 드리죠. 그동안은 좀 쉬세요. 나아지려면 쉬는 길밖에 없으니까요. 그냥 주무실 수 있겠습니까, 아니면 진정제를 좀 드릴까요?”

 “잘 수 있어요. 메이 부인이 어떤지 알고 싶을 뿐이에요.”

 간호사가 끼어들었다. 간호사는 적의를 약간 보였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알고 싶지 않으세요?”

 “동료들은 괜찮아요. 여기 오기 전에 이미 알고 있었어요.”

 언더힐은 두 팔을 쭉 뻗고 한숨을 쉬며 그들에게 씩 웃어 보였다. 두 사람이 안심하며 자신을 환자가 아닌 사람으로 대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전 괜찮습니다. 언제 ‘파트너’를 보러 갈 수 있는지나 알려 주세요.”

 새로운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언더힐은 의사를 사납게 노려보았다. “우주선이랑 함께 떠나보낸 건 아니죠?”

 “바로 알아볼게요.” 의사가 말했다. 의사는 언더힐을 안심시키려 어깨를 꽉 쥐고 병실을 나섰다.

 간호사가 차가운 과일 주스가 든 잔에서 냅킨을 떼어냈다.

#

 언더힐은 간호사에게 미소를 지으려고 애썼다. 그 여자는 뭔가 잘못되어 보였다. 언더힐은 간호사가 사라졌으면 하고 바랐다. 처음에 간호사는 친절하게 굴더니 이제 다시 거리를 두었다. 언더힐은 정신감응 능력이 있어 귀찮다고 생각했다. 접촉을 하고 있지 않을 때도 닿으려고 계속 노력하는 것이다.

 간호사가 갑자기 홱 돌아섰다.

 “당신네 핀라이터들! 그리고 그 망할 고양이들!”

 간호사가 발을 구르며 막 나가기 전에, 언더힐은 그녀의 정신에 뛰어들었다. 언더힐 자신이 매끈한 스웨이드 제복을 걸치고, 고대의 호화로운 장신구처럼 반짝이는 핀-세트 왕관을 머리에 쓴 눈부신 영웅으로 보였다. 얼굴은 멋지고 남자다웠으며, 그녀의 정신 속에서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아주 멀리 떨어진, 그녀가 미워하는 언더힐의 모습이었다.

 간호사는 마음속에서 은밀히 언더힐을 미워했다. 언더힐을 미워하는 이유는 언더힐이 — 간호사 생각에 — 위풍당당하고 색다르고 부유하고 그녀 같은 사람들보다 더 낫고 더 아름답기 때문이었다.

 언더힐은 간호사의 의식 풍경을 끊고, 베개에 얼굴을 묻으며 메이 부인의 모습을 떠올렸다.

 언더힐은 생각했다. “그녀는 정말 고양이야. 그뿐이라고……. 그저 고양이야!”

 하지만 언더힐의 정신은 그렇게 보지 않았다. 메이 부인은 무엇보다 재빠르고, 영민하고, 똑똑하고, 놀랍도록 우아하고, 아름답고, 말이 없고, 요구가 없었다.

 세상 어디에서 메이 부인과 비교가 되는 여성을 찾을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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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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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이립 16.01.17 23:18 댓글

    번역에 감사합니다. 우월한 능력이 매우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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