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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단편 사납고 멋진 세상

2010.08.28 03:2308.28

ana7435@gmail.com
안드레이 플라토노프 지음
정보라 옮김



1
   알렉싼드르 바씰리예비치 말쩨프는 똘루베예프 역에서 가장 솜씨 좋은 기관사로 인정받고 있었다.
   그는 서른 살 정도밖에 안 되었지만 이미 일급 기관사 자격을 가지고 있었고 특급 열차를 운전한 지도 꽤 되었다. 그러므로 우리 역에 처음으로 고성능 JS 시리즈 여객용 기관차가 들어왔을 때 말쩨프가 투입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부기관사는 표도르 뻬뜨로비치 드라바노프라는 나이든 정비공이었는데, 그는 곧 기관사 시험에 합격하여 다른 기관차를 몰게 되었으므로 내가 대신 말쩨프의 부기관사가 되었다. 나도 부기관사 노릇을 해 본 적은 있었지만, 구식 저속 기관차를 몰아 보았을 뿐이었다.
   나는 새 일을 맡게 되어 기뻤다. 그 시절에 우리 구역에 단 하나밖에 없던 JS 기관차를 보는 것만으로도 흥분으로 가득 찼다. 어렸을 때 뿌쉬낀의 시를 처음 읽으면서 느꼈던 것과 같은, 특별하고도 통쾌한 기쁨이 마음속에서 샘솟아 오르는 것을 느끼며, 나는 그것을 몇 시간이고 들여다볼 수 있었다. 게다가 일급 기관사 밑에서 일하면서 대형 특급 열차를 운전하는 기술을 배우고 싶었던 것이다.
   알렉싼드르 바씰리예비치는 내가 자신의 부기관사로 임명되었다는 소식을 조용히, 무관심하게 받아들였다. 분명히, 누가 부기관사가 되느냐 하는 사실에 그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다.
   첫 번째 운행을 하기 전에 나는 언제나 그렇듯 엔진을 철저하게 점검하고, 이 여행을 떠나기에 알맞은 상태라는 사실을 만족스럽게 확인할 때까지 주요 기관과 부품을 모두 시험해 보았다. 알렉싼드르 바씰리예비치는 내가 일하는 것을 보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 지켜보았지만, 마치 나를 믿지 못하는 것처럼 그 후에 자기 손으로 다시 한 번 엔진을 점검했다.
   매번 같은 일이 벌어졌고, 속으로 비밀스럽게 슬퍼하기는 했지만, 나는 그가 끊임없이 내 직무에 끼어드는 것에 익숙해졌다. 그러나 대개 출발하자마자 이런 슬픔 따위는 잊어버렸다. 나는 엔진 상태를 나타내 주는 계기판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좌측 기관에서 시선을 돌려 말쩨프를 보기 위해 앞쪽을 주시했다. 그는 위대한 장인다운 대담한 자신감과 영감을 얻은 예술가의 집중력으로 차를 몰며 바깥 세상 전체를 내면의 감정 안으로 흡수하여 지배하였다. 그의 눈은, 텅 비고 멍하게 방심한 채로 앞을 바라보았지만, 나는 그 눈이 앞에 놓인 철로 전체와 우리를 향해 돌진하는 자연을 모두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 공간 속으로 돌진하는 열차가 일으킨 바람 때문에 강둑에서 날려 올라간 참새 한 마리마저도 말쩨프의 시선을 붙잡았고, 그는 우리가 지나간 뒤에 그 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으며 어디로 날아갔는지 보기 위해 한 순간 고개를 돌리곤 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뭔가 실수를 저질러 기차가 연착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반대로, 종종 너무 빨리 달리는 바람에 본래 들를 예정이 아니었던 역들에 멈추어 서서 예정표대로 시간을 맞추어야 했다.
   우리는 대개 침묵 속에 일했지만 가끔 알렉싼드르 바씰리예비치는 엔진 조작이 잘못되었다거나 가동에 뭔가 갑작스런 변화가 있다는 것을 내게 알리고 싶을 때면 내 쪽으로 몸을 돌리지 않고 보일러를 스패너로 때리곤 했다. 나는 언제나 선배 동지가 가르쳐 주는 것을 이해했고 열성적으로 일했지만 기관사는 여전히 나와 화부(火夫)에게 이전의 냉담한 태도를 유지했으며, 멈추어 설 때마다 항상 윤활 장치와, 굴대의 나사못, 주요 축함(軸函) 등등을 점검했다. 내가 어떤 부품을 조금 전에 점검하고 기름을 쳤더라도, 마치 내가 한 일은 소용이 없다는 듯 그는 다시 점검하고 기름을 치곤 했다.
   “그 크로스헤드(주: 피스톤의 꼭대기)는 제가 이미 점검했는데요, 알렉싼드르 바씰리예비치.” 어느 날 그가 다시 한 번 그것을 점검하기 시작했을 때 내가 말했다.
   “하지만 내가 직접 하고 싶어서.” 말쩨프는 미소지으며 대답했는데, 그 미소가 너무나 슬펐기 때문에 나는 흠칫 놀랐다.
   후에 나는 그 슬픔의 의미와 그가 우리에게 줄곧 무관심한 태도를 보인 이유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는 자신이 우리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는데, 왜냐하면 그는 우리보다 엔진을 더 잘 이해하고 있었으며, 그 재능의 비밀, 선로와 기차의 무게와 엔진의 작용력을 의식하며 길가의 참새와 앞쪽의 신호등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능력의 비밀을 나나 혹은 다른 누군가가 배워서 익힐 수 있을 것이라고는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말쩨프는 물론, 우리가 부지런함이나 열성에 있어서는 그를 앞지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우리가 엔진을 그보다 더 사랑하거나 기차를 더 잘 몰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 아무도 그렇게 할 수는 없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 때문에 그는 슬펐던 것이다. 그의 재능은 외로움처럼 그를 무겁게 내리누르고 있었으며 우리가 이해할 수 있도록 이것을 설명할 방법을 그는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우리는 그의 능력을 이해할 수 없었다. 어느 날 나는 그에게 나 혼자 기차를 운전해도 되겠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는 약 40킬로미터를 나 혼자 운행하는 데 동의했고 옆으로 물러나 조수석에 앉았다. 20킬로미터가 지나자 벌써 4분이나 늦어졌고 긴 경사로의 끝에서 30킬로미터 이상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자 말쩨프가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그는 경사로를 50킬로미터로 올랐고, 엔진은 옆으로 흔들리지 않았으며, 그는 곧 나 때문에 늦어진 시간만큼을 따라잡았다.

2
   나는 말쩨프의 부기관사로 8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거의 일 년간 일했으며, 7월 5일에 말쩨프는 특급 열차 기관사로서 마지막 운행을 했다.
   우리는 네 시간이나 연착해 달리고 있던 객차 10량 짜리 열차를 맡게 되었다. 역장이 나와서 특별히 알렉싼드르 바씰리예비치에게 연착된 시간을 가능한 한 줄여 달라고, 최소한 세 시간 정도로 줄여 주지 않으면 이웃한 선로로 빈 화물 열차가 지나가기 어렵게 된다고 부탁했다. 말쩨프는 시간을 맞추겠다고 약속했고 우리는 출발했다.
   때는 저녁 여덟 시였지만, 여름의 한낮은 아직도 늘어져 있었고 해는 환호하는 아침의 햇살을 강렬하게 내뿜고 있었다. 알렉싼드르 바씰리예비치는 내게 보일러의 압력을 최대 눈금에서 반 기압정도 아래로 항상 유지해 달라고 말했다.
   30분이 지나자 우리는 열린 스텝(주: 시베리아의 대초원) 지역의 부드럽고 곧게 뻗은 선로 위를 달리게 되었다. 말쩨프는 속도를 90으로 높이고 결코 떨어뜨리지 않았다. 고르고 약간 경사진 내리막에서는 100까지 속도를 내기도 했다. 나는 증기 기압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화부(火夫)에게 손으로 연료를 쌓아 올려 헐떡이는 엔진을 지탱하게 하면서 화실(火室)의 온도를 최대한도까지 높였다.
   말쩨프는 단속기를 활짝 열고 역추진 축을 감아놓은 채 기차를 몰았다. 우리는 이제 지평선에 나타난 거대한 먹구름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우리 쪽은 햇빛을 받고 있었지만, 그 안에서는 악의에 찬 성난 번개가 번쩍이며 우리를 향해 주먹질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말없는 먼 대지를 향해 그 쌍날의 칼이 곧게 뻗어 내려오는 것을 보았고 마치 그 먼 대지를 보호해 주기라도 하려는 듯 미친 듯이 그쪽으로 달려갔다. 알렉싼드르 바씰리예비치는 분명히 이 장관에 매혹되어 있었다. 그는 기관실에서 목을 길게 빼고, 연기와 불꽃과 먼 거리에 익숙한 눈을 이제 흥분으로 빛내며 앞쪽을 주시했다. 그는 우리 엔진의 힘과 추진력이 폭풍의 위력과 비견할 만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아마 그런 생각을 자랑스러워하고 있는 것 같았다.
   곧 우리는 스텝 너머로 먼지 회오리바람이 우리를 향해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 폭풍은 우리를 향해 정면으로 먹구름을 몰아오고 있는 셈이었다. 주위의 빛이 어두워졌다. 메마른 대지와 스텝의 모래가 휘몰아쳐 증기 엔진의 강철 몸체를 갈아댔고, 눈앞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발전기를 가동시키고 엔진 앞에 달린 전조등을 켰다. 기관실 안으로 휘몰아쳐 들어오는 뜨거운 먼지바람 때문에 이제는 숨쉬기도 힘들어졌고, 그 위력은 기차의 추진력과, 우리를 둘러싼 연소 가스와 때 이른 황혼 때문에 역으로 배가(倍加)되었다. 엔진은 비명을 지르며 짙고 숨 막히는 어둠 속으로 돌진하여 전조등이 만든 한 가닥 빛줄기 속으로 달려갔다. 속도는 60으로 떨어졌다. 우리는 마치 무아지경에 빠진 것처럼 일하며 앞쪽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갑자기 커다란 방울이 앞 유리창을 때리고는 뜨거운 바람에 휘말려 즉시 말라 버렸다. 그리고는 순간적인 푸른 섬광이 눈꺼풀 곁에서 번쩍이더니 곧장 나의 떨리는 심장을 관통해 들어왔다. 나는 연료 분사기의 타륜을 붙잡았지만, 심장의 고통은 이미 사라졌으므로 즉시 말쩨프 쪽을 바라보았다 - 그는 표정에 아무 변화 없이 앞을 보며 운전하고 있었다.
   “그게 뭐였지?” 내가 화부에게 물어보았다.
   “번개.” 그가 대답했다. “우릴 태워 죽이려고 했지만 빗나갔지.”
   말쩨프가 우리가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무슨 번개?” 그가 큰 소리로 물었다.
   “방금 친 번개요.” 화부(火夫)가 말했다.
   “난 못 봤는데.” 기관실 밖을 보기 위해 얼굴을 돌리며 말쩨프가 말했다.
   “못 봤다구요?” 기관사가 놀라서 말했다. “섬광이 너무 강해서 보일러가 날아가는 줄 알았는데 못 봤다니.”
   나도 그것이 정말 번개였는지 의심하고 있었다.
   “그럼 천둥소리는 어떻게 된 거야?” 내가 물었다.
   “천둥은 지나 왔어.” 화부가 설명했다. “천둥은 항상 뒤에 와. 천둥소리가 떨어져서 공기가 온통 흔들리고 그렇게 될 때쯤이면 우린 이미 지나온 거야. 승객들은 저 뒤쪽에서 소리를 들었을 지도 모르지.”
   계속해서 우리는 굉장한 폭우 속을 달려갔지만, 곧 그것을 뒤로하고, 고요한 먹구름이 제 할 일을 다 하고 미동도 없이 걸려 있는 조용하고 어두운 스텝 지역으로 나왔다.
   어둠이 깔렸고 그와 함께 조용한 밤이 찾아왔다.  우리는 축축한 대지와, 향기로운 풀과 비와 폭풍으로 갈증을 달랜 곡물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고, 연착된 시간을 벌충하기 위해 계속 달렸다.
   나는 말쩨프가 운전을 그렇게 잘하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 굽어진 곳을 돌 때면 기차가 기울고 흔들렸으며 속도는 100까지 올라갔다가는 40으로 떨어졌다. 기관사가 이렇게 운전하는데 화실과 보일러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지만, 나는 그가 아마 대단히 피곤한 모양이라 생각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쨌든 30분 뒷면 우리는 물을 채우기 위해 멈출 예정이었고 알렉싼드르 바씰리예비치는 요기를 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것이었다. 우리는 이미 40분이나 앞당겨 달려왔고 운행이 끝날 때쯤 최소한 1시간 정도는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나는 말쩨프의 피로가 걱정되어 선로와 앞쪽의 신호등을 주의 깊게 지켜보기 시작했다. 좌측 엔진 위에 매달린 내 쪽 좌석에는 굴대의 기계 장치를 비추는 전등불이 있었다. 나는 좌측 엔진의 긴장되고 자신만만한 작동을 볼 수 있었지만, 곧 불빛이 깜박이기 시작하더니 양초 한 개 정도로 흐릿해졌다. 나는 기관실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 안의 전등도 모두 4분의 1의 밝기로 줄어들어 기계 장치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일이 이렇게 되었을 때 알렉싼드르 바씰리예비치가 스패너를 두들겨 내게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일깨워주지 않았다는 것이 이상했다. 발전기가 제대로 회전하지 않아 전압이 떨어진 것이 분명했다. 나는 증기 파이프를 통해 발전기를 조정하기 시작하여 얼마간 애를 썼지만, 전압은 오르지 않았다.
   이 때 안개구름 같은 붉은 불빛이 기계 장치의 기판과 기관실 천장으로 지나갔다. 나는 밖을 바라보았다.
   앞쪽의 어둠 속에 - 얼마나 멀리 있는지 알아보기는 불가능했다 - 선로 위에서 한 줄기 붉은 빛이 앞뒤로 흔들리고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는 못했지만 나는 뭔가 해야만 한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알렉싼드르 바씰리예비치!” 나는 세 번 호각을 불어 정지 신호를 보내며 외쳤다.
   바퀴 아래서 레일의 이음매 판이 마찰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말쩨프에게 달려갔다. 그는 내 쪽으로 얼굴을 돌리고 조용하고 공허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속도계는 시속 60킬로미터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음매 판을 망가뜨리고 있습니다, 말쩨프.” 나는 소리치고 운전대를 넘겨받기 위해 손을 뻗었다.
   “저리 가!” 그는 소리 질렀고 그의 눈은 속도계에 비친 전등의 희미한 빛을 반사하며 빛나기 시작했다.
   그는 즉시 비상정지 브레이크를 걸고 모래통을 열었다.
   나는 보일러 쪽으로 세게 내던져졌고 바퀴가 레일을 찢으며 끼긱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실린더 코크를 열어야 합니다, 말쩨프, 아니면 엔진이 망가집니다.”
   “그럴 필요 없어. 안 망가져.” 그가 대답했다.
   기차는 멈추었다. 나는 주수기(注水機)로 보일러에 물을 퍼 넣고 기관실 밖을 바라보았다. 10미터 정도 전방의 같은 선로에 증기 기관차 하나가 급수차를 우리 쪽으로 향하고 서 있었다. 한 남자가 특급 열차를 세우려고 흔들었던 빨갛게 달아오른 긴 쇠막대를 들고 급수차 위에 서 있었다. 그 증기 기관차는 역과 역 사이에서 멈추어 버린 화물 열차를 피해 가게 하기 위해 세워 놓은 것이었다.
   그것은 내가 발전기를 고치면서 선로에서 눈을 떼고 있는 동안 우리는 노란 신호등과, 빨간 신호등과, 아마 철도원이 보낸 다른 경고 신호등도 몇 개 지나쳐 버렸을 것이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왜 말쩨프는 그것을 알아보지 못했을까?
   “꼬스쨔.” 그가 나를 불렀다.
   나는 그에게 갔다.
   “우리 앞에 있는 저게 뭐지, 꼬스쨔?”
   나는 설명했다.
   “꼬스쨔…. 지금부터 자네가 운전하게. 난 눈이 안 보여.”
   다음날 나는 기차를 우리 역에 다시 가져다 놓았고 타이어가 두 군데 벗겨졌기 때문에 기관차를 차고로 가져갔다. 역장에게 사건을 보고한 후 나는 말쩨프의 팔을 잡고 그가 사는 곳까지 데리고 갔다. 그는 대단히 낙담하여 역장을 만나러 가지도 않았던 것이다.
   풀이 무성한 거리에 있는 말쩨프의 집에 도착하기 전에 그는 내게 그만 가라고 말했다.
   “그럴 수는 없어요.” 내가 대답했다. “기관사님은 눈이 안 보이잖아요.”
   그는 생각에 잠긴 맑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젠 볼 수 있어, 그러니 가도록 해. 전부 다 보여. 저기 내 아내가 마중 나왔잖아.”
   과연 그의 집 대문 곁에 정말로 한 여자, 알렉싼드르 바씰리예비치의 아내가, 아무 것도 쓰지 않은 머리카락을 햇볕에 빛내며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사모님이 머리에 뭘 쓰고 계신가요?” 내가 물어보았다.
   “아니.” 말쩨프가 대답했다. “누가 눈이 안 보이는 거야, 자네야 나야?”
   “그럼, 보인다고 하시니, 가보겠습니다.” 나는 결정하고 걸어나왔다.

3
   말쩨프는 기소되었고 수사가 시작되었다. 수사관은 나를 소환하여 특급 열차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나는 내 생각을 말했다 - 말쩨프는 무죄라고.
   “바로 곁에서 번개로 인해 방전된 전류에 감전되어 눈이 보이지 않게 된 겁니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그 때문에 충격을 받아 눈의 신경을 다쳤을 겁니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군요.”
   “무슨 말인지 알겠소.” 수사관이 말했다. “충분히 잘 설명하고 있소. 다 가능한 일이지만, 이 사건에는 맞지 않소. 결국, 말쩨프 자신이 번개를 보지 못했다고 증언했으니까.”
   “하지만 저도 봤고 화부도 봤단 말입니다.”
   “그럼 말쩨프보다는 당신 가까운 쪽에 번개가 쳤다는 말이겠군.” 수사관이 추론했다. “그렇다면, 기관사 말쩨프가 시신경을 다쳐 눈이 멀었는데 왜 당신과 화부는 충격을 받고 눈이 멀지 않았는지 그걸 말해 보시오!”
   여기서 나는 말이 막혔지만, 곧 생각이 떠올랐다.
   “말쩨프는 번개를 볼 수가 없었던 겁니다.” 내가 말했다.
   수사관은 놀란 표정으로 귀를 기울였다.
   “볼 수가 없었지요. 번개가 치기 직전에 일어난 전자기장 때문에 순간적으로 눈이 멀었으니까요. 섬광은 전류가 방전된 결과이지, 그것 때문에 번개가 친 건 아니란 말입니다. 말쩨프는 번개가 쳤을 때 이미 눈이 멀어 있었어요. 눈먼 사람은 번개를 못 보지요.”
   “매우 흥미롭군.” 수사관이 미소를 지었다. “말쩨프가 아직도 눈이 멀어 있다면 사건을 종결하겠지만, 당신도 알다시피 그 사람 지금은 당신이나 나처럼 잘 볼 수 있지 않소.”
   “예, 그렇지요.” 내가 동의했다.
   “그렇게 속도를 높여서 화물 열차 뒤에 특급 열차를 거의 충돌시킬 뻔했을 당시 말쩨프는 앞을 보지 못하는 상태였소?” 수사관은 심문을 계속했다.
   “예, 그렇습니다.” 내가 증언했다.
   수사관은 나를 뚫어져라 들여다 보았다.
   “그렇다면 왜 운전대를 당신에게 넘기거나 최소한 기차를 멈추라고 명령하지도 않았소?”
   “모르겠습니다.” 내가 말했다.
   “자아, 또 말이 막히지 않소. 책임감 있는 성인 남자가 특급 열차를 맡아 거의 1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하마터면 죽일 뻔하고 아슬아슬한 우연으로 대참사를 피해 놓고는 눈이 멀었다는 말로 변명하려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시오?”
   “하지만 말쩨프도 함께 죽을 수도 있었습니다.” 내가 말했다.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난 한 남자의 목숨보다는 100명의 생명 쪽에 더 관심이 있소. 어쩌면 자살할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고.”
   “아뇨, 그럴 리 없습니다.” 내가 말했다.
   수사관은 흥미를 잃었다. 그는 내가 지루해졌고 나를 바보라고 생각했다.
   “당신은 가장 중요한 것만 빼놓고 다 알고 있군.” 그는 생각에 잠겨 천천히 말했다. “이젠 가도 좋소.”
   나는 나오자마자 곧장 말쩨프의 집으로 갔다.
   “알렉싼드르 바씰리예비치, 눈이 안 보이게 됐을 때 왜 저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으셨습니까?”
   “하지만 난 눈이 보였단 말이네.” 그가 대답했다. “왜 자네의 도움이 필요했겠나?”
   “무엇을 보셨는데요?”
   “전부 다 - 선로, 신호등, 스텝 초원의 밀밭, 우측 엔진이 작동하는 것 - 전부 다.”
   나는 혼란스러워졌다.
   “그럼, 어떻게 된 일입니까? 어째서 신호를 전부 무시하고 다른 기차 꽁무니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가신 겁니까?”
   이전의 일급 기관사는 잠시 슬프게 생각에 잠겨 있다가 마치 혼잣말을 하듯이 조용히 대답했다.
   “난 신호등을 보는 데 익숙해져 있었고 여전히 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본 건 내 머릿속에만 있는, 상상이었던 거야. 난 정말로 눈이 멀어 있었지만, 그걸 몰랐단 말이네…. 레일의 이음매 판이 찢어지는 소리도, 듣기는 했지만 믿지를 않았던 거야 - 내가 실수한 거라고 생각했지. 그리고 자네가 정지하라고 호각을 불고 소리를 질렀을 때 난 전방에 녹색 신호를 보고 있었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곧장 알아채지 못했지.”
   이제 나는 말쩨프를 이해할 수 있었지만, 눈이 보이지 않게 되고도 한동안 상상 속에서 세상을 보며 자신이 본 것이 진짜라고 믿었다는 사실을 어째서 수사관에게 말하지 않았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그에게 이유를 물었다.
   “하지만 수사관에게는 얘기했어.” 말쩨프가 대답했다.
   “뭐라고 하던가요?”
   “‘모두 당신의 상상이었단 말이지.’ 그렇게 말하더군. ‘내 생각에는 지금도 뭔가 상상해 내고 있는 것 같군. 하지만 난 당신의 상상이나 공상이 아니라 명백한 사실을 알아내기 위해 여기 온 거요. 당신이 상상을 했는지 안 했는지는 내가 확인할 수가 없소. 그건 단지 당신의 머릿속에서 일어났을 뿐이고, 당신이 하는 말일뿐이오. 하지만 사고가 일어날 뻔했던 건 진짜 사실이란 말이오.’ 그렇게 말했어.”
   “그 말이 옳아요.” 내가 말했다.
   “나도 알아.” 기관사가 동의했다. “하지만 나도 옳아, 그리고 난 죄가 없어. 이제 앞으로 어떻게 될까?”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알 수 없었다.

4
   말쩨프는 감옥에 갔다. 나는 계속 부기관사로 일했지만, 이제는 다른 기관사 밑에서 일했는데, 그는 조심성 많은 늙은이로, 노란 불만 보아도 1킬로미터 전부터 속도를 줄이기 시작하여 정지할 때쯤에는 신호가 녹색으로 바뀌어 버렸고, 그러면 늙은이는 다시 기차를 앞으로 끌고 나가곤 했다. 일을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법이었고 나는 말쩨프가 그리웠다.
   그 해 겨울 나는 지방의 큰 도시를 방문하여 기숙사에 사는 대학생인 남동생을 만나러 갔다. 이야기를 하다가 동생은 우연히 대학의 물리학 실험실에 인공적인 번개를 일으킬 수 있는 테슬라 코일이 있다는 말을 했다. 여기서 나는 아직 막연한 것이기는 했지만 일종의 착상을 떠올렸다.
   집에 오자마자 나는 그 착상을 다시 생각해 보고 내가 옳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는 말쩨프 사건을 맡았던 수사관에게 편지를 써서 죄수 말쩨프의 전류 방전에 대한 민감성을 검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가까운 곳에서 갑작스럽게 전류가 방전되는 작용에 말쩨프의 심리나 혹은 시각 기관이 특별히 민감하다면 그의 사건은 재고의 여지가 있었다. 나는 수사관에게 테슬라 코일을 구할 수 있는 곳과 사람에게 그 실험을 어떻게 행해야 할지를 말해 주었다.
   수사관은 오랫동안 답변을 해 주지 않았지만, 뒤에 지방 검사가 대학의 물리학 실험실에서 내가 제안한 검사를 해 보기로 동의했다고 알려주었다.
   며칠 후에 나는 수사관에게서 소환장을 받았다. 나는 흥분하여 말쩨프 사건이 잘 해결될 것이라고 미리 확신한 채 그곳에 도착했다.
   수사관은 인사를 하고 슬픈 눈으로 서류 한 장을 읽으며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가슴이 철렁했다.
   “친구에게 몹쓸 짓을 했더군.” 그가 마침내 말했다.
   “무슨 말입니까? 무죄 석방되지 않았습니까?”
   “아니, 석방했소. 벌써 명령이 내려왔소. 아마 지금쯤 집에 가 있을 지도 모르지.”
   “감사합니다.” 나는 수사관 앞에 일어섰다.
   “우린 당신에게 감사하지 않을 거요. 당신의 충고는 아주 좋지 않았소. 말쩨프는 다시 눈이 멀었소….”
   나는 갑자기 힘이 빠져 주저앉았다. 모든 흥분이 가셔 버렸고 나는 목이 말랐다.
   “전문가들이 어둠 속에서 테슬라 코일 아래 말쩨프를 앉혀 놓고 아무런 사전 경고도 하지 않은 거요.” 수사관이 말해 주었다. “스위치를 넣고 전류가 흐르고, 번개가 치고 순간적으로 대량의 전류가 방출되었소. 말쩨프는 계속 조용히 앉아 있었지만, 이젠 볼 수가 없소 - 이건 공식적인 의학적 검사를 통해 객관적으로 입증된 거요.”
   수사관은 물을 몇 모금 마시고 덧붙였다.
   “그러니까 이제 다시 상상을 통해서만 세상을 볼 수 있게 된 거요. 당신은 그의 동무니까 - 도와주시오.”
   “어쩌면 시각이 돌아올 지도 모릅니다.” 내가 희망에 차서 말했다. “열차 사건 때도 그랬으니까요….”
   수사관은 잠시 생각했다.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소. 그건 첫 번째 부상이었고, 이제 같은 곳을 또 한 번 다쳤으니까.”
   더 이상 자신을 자제할 수가 없어 수사관은 일어나서 어쩔 줄 모르고 방안을 걸어 다니기 시작했다.
   “내 실수야…. 왜 내가 당신 말에 귀를 기울여서 바보 같은 실험을 하자고 주장했을까! 난 사람을 상대로 도박을 했고 그는 그걸 견뎌내지 못했던 거요.”
   “수사관 동지의 잘못이 아닙니다. 도박을 하신 게 아니에요.” 내가 그를 확신시켰다. “어느 쪽이 낫겠습니까 - 눈이 멀었지만 자유로운 쪽입니까 아니면 눈이 보이는 채로 무고하게 감옥에 있는 쪽입니까?”
   “한 사람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그런 불행을 안겨줄 필요가 있었는지 모르겠소.” 수사관이 말했다. “너무 비싼 대가를 치렀소.”
   “동지는 수사관입니다.” 나는 그에게 설명했다. “사람에 대해서는, 그 사람 자신도 모르는 일까지도 전부 알고 계셔야 하지 않습니까.”
   “무슨 말인지 알겠소. 당신 말이 맞아요.” 수사관이 조용히 인정했다.
   “그 일로 상심하지 마십시오, 수사관 동지. 어떤 사람의 내부에서 뭔가 일어났고 동지는 그것을 밖에서 밝혀내려고 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동지는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고 말쩨프에 대해 명예롭게 행동했습니다. 동지를 존경합니다.”
   “그리고 나도 당신을 존경하오.” 수사관이 말했다. “당신이라면 훌륭한 보조 수사관이 됐을 거요.”
   “감사한 말씀이지만 전 이미 직업이 있습니다. 전 특급 열차의 부기관사입니다.”
   나는 떠났다. 나는 말쩨프의 친구도 아니었고 그는 내게 한 번도 관심이나 온정을 보여준 적이 없었지만, 가혹한 운명으로부터 그를 보호해 주고 싶었다. 나는 한 인간을 그렇게 임의로 무심하게 파괴해 버리는 운명의 힘에 쓰디쓴 증오를 느꼈다. 그리고 이 힘이, 예를 들자면 내가 아니라 말쩨프를 파괴했다는 사실의 이면에 숨겨진 치밀한 의도를 감지했다. 우리의 인간적이고 계산적인 감각으로 본다면 자연에 그러한 의도가 존재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인간의 삶에 파멸을 가져오는 적대적인 환경의 존재를 증명하는 사건들이 일어난다는 것과, 이 파괴적인 힘은 선택된 고귀한 사람들을 겨냥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항복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왜냐하면 내 안에 자연이나 운명의 외적인 힘으로는 찾아낼 수 없는 무언가를 - 나의 인간으로서의 본질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화가 났고 저항하리라 결심했지만, 아직 어떻게 해야 할지는 알지 못했다.

5
   이듬해 여름 나는 기관사 시험에 합격했고 SU의 기관사가 되어 지방의 여객 열차를 운전하기 시작했다. 거의 매번, 기관차를 객차에 연결하기 위해 역의 플랫폼으로 몰고 들어올 때마다, 나는 페인트칠한 긴 의자에 앉아 있는 말쩨프를 보았다. 무릎 사이에 놓인 지팡이에 의지하여, 그는 열정적이고 민감한 얼굴과 보이지 않는 공허한 눈을 기관차 쪽으로 돌리고 탐욕스럽게 타오르는 윤활유의 냄새를 맡고 엔진 펌프의 규칙적인 작동 소리에 주의 깊게 귀를 기울였다. 나는 그를 위로할 방법을 생각해 낼 수 없었으므로 앉아 있는 곳에 내버려둔 채 출발해 버리곤 했다.
   여름이 지나갔다. 나는 계속 기관사로 일했고 종종 알렉싼드르 바씰리예비치가 플랫폼뿐만 아니라 거리에 있는 것도 보았는데, 지팡이로 땅을 더듬으며 천천히 걷고 있었다. 그는 나이 들었고 수척해졌다. 그는 금전적으로는 상당히 부유했다 - 연금을 받았고, 아내도 일을 했으며 자식도 없었다. 그러나 열망과 생기 없는 운명이 그를 잠식해 들어가고 있었으며, 끊임없는 비탄 때문에 그의 몸은 여위었다. 나는 가끔 그에게 말을 걸었지만, 나의 예의 바른 말과, 눈먼 사람도 자기 몸을 완전하게 제어할 수 있으며 다른 사람보다 결코 못하지 않은 인간이라는 생각으로 그를 위로하려는 나의 노력 때문에 고통스러워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가 보게.” 내가 선의로 하는 말들을 흘려들은 후 그는 말하곤 했다.
   그러나 나도 성질이 급했으므로, 어느 날 그가 평소처럼 내게 가라고 했을 때 나는 말했다.
   “내일 10시 30분에 차 몰고 나갈 겁니다. 조용히 앉아 있겠다고 약속하신다면 기관실에 태워 드리지요.”
   말쩨프는 동의했다.
   “좋아, 조용히 있겠네. 뭐든 잡고 있게 해줘 - 후진 장치라도 - 돌리지는 않을 테니까.”
   “돌리지 않겠다구요! 그걸 돌렸다가는 손은 석탄 투성이가 될 테고 다시는 저하고 운행하지 못할 줄 아십시오.”
   눈먼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다시 한 번 기관실의 발판 위에 설 수 있기를 너무나 열망하고 있었으므로 나에게조차 겸손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다음날 나는 페인트칠한 긴 의자에 앉아 있는 그를 불러 기관실에 올라가는 것을 도와주기 위해 내려섰다.
   역에서 출발한 뒤 나는 알렉싼드르 바씰리예비치를 기관사석에 앉히고, 그의 손을 한 쪽은 후진 장치 위에, 다른 쪽은 자동 브레이크 위에 놓은 뒤, 내 손으로 그의 양손을 잡았다. 나는 내 손으로 필요한 일을 하면서 운전을 했고, 그의 손도 마찬가지로 잘 하고 있었다. 말쩨프는 조용히 앉아 내게 복종하며 엔진의 움직임과 얼굴에 스치는 바람과 그 일을 만끽하고 있었다. 자신의 고통을 잊고 그는 열심히 집중했으며, 엔진의 움직임을 느끼는 것을 지상의 행복으로 아는 이 남자의 수척한 얼굴 위에 조용한 기쁨의 빛이 퍼져 나갔다.
   말쩨프는 기관사석에 앉아 있고 나는 그의 위로 몸을 기울이고 서서 손을 잡은 채 우리는 같은 길로 운행해서 돌아왔다. 그 때쯤 그는 이렇게 일하는 데 매우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그저 손을 가볍게 누르기만 하면 내가 원하는 방향을 감지하게 할 수 있었다. 일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정당화하기 위해 그의 내면에 있는 노련한 기관사는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극복하고 다른 방법으로 세상을 파악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곧고 평탄한 구간에서 나는 완전히 물러서서 앞에 뻗은 선로를 조수석에서 바라보았다.
   우리는 이미 똘루베예프에 가까이 와 있었다. 여행은 거의 끝났고 시간 맞춰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 구간에 노란 불이 켜져 있었다. 너무 일찍 속도를 줄이고 싶지 않았으므로 나는 증기를 계속 내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말쩨프는 왼손을 후진 장치에 놓은 채 조용히 앉아 있었다. 나는 은근한 기대를 가지고 나의 스승을 바라보았다.
   “증기를 꺼.” 그가 말했다.
   나는 침묵을 지켰지만, 가슴은 두근거리고 있었다.
   그러자 말쩨프는 일어섰고, 단속기에 손을 뻗어 증기를 껐다.
   “노란 불이 보여.” 그는 브레이크를 당기며 말했다.
   “또 상상하고 계시는 건지도 모르죠.” 내가 말했다.  
   그는 내게로 얼굴을 돌리고는 울음을 터뜨렸다. 여기에 대한 대답으로 나는 일어나서 그에게 입을 맞추었다.
   “기차를 몰고 집으로 가십시오, 알렉싼드르 바씰리예비치. 이젠 온 세상을 다 보실 수 있으니까요.”
   그는 내 도움 없이 똘루베예프로 열차를 운전해 갔다. 일이 끝나고 우리는 함께 그의 집으로 갔고 저녁 내내, 그리고 밤새도록 함께 앉아 있었다.
   나는 그를 홀로 남겨두고 떠나기가 두려웠다 - 마치 그가, 이 사납고도 멋진 세상이 휘두르는 갑작스럽고 적의에 찬 힘에 대해 무방비한 내 아들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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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 No Profile
    candy 11.09.27 19:57 댓글 수정 삭제
    참재밌게읽었어요 끝부분에선 가슴이 두근두근
  • No Profile
    그리메 15.01.11 23:37 댓글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No Profile
    유래유거 16.10.02 21:55 댓글

    잘 읽었습니다.

    운명에 맞서려는 남성과 조력하는 친구의 우정이 눈물겹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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