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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위안의 비눗방울(圓圓的肥皂泡)

류츠신(劉慈欣)

태어날 때부터 이유 없이 묘하게 끌리는 것이 있다. 그(그녀)가 태어나면서 그것과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바로 그렇게 위안위안도 비눗방울에 매료되었다.
위안위안은 태어날 때부터 줄곧 활기가 없었다. 이 세계가 그녀를 실망시키기라도 한 듯이, 우는 것조차 숙제를 하듯 했다.
비눗방울을 만나기 전까지 계속 그랬다.

위안위안이 비눗방울을 처음 본 것은 5개월 때로 엄마 품에 안겨 좋아서 어쩔 줄 몰라했다. 이제야 처음으로 이 세계를 봤다는 듯이, 작은 눈에서 해와 별도 빛을 잃을 만한 광채를 뿜어냈다.
서북지역의 평범한 정오였다. 수개월 동안 비가 내리지 않았고, 창밖은, 작렬하는 태양 아래 온 도시가 모래먼지에 뒤덮여 있었다. 건조한 세계에서 공중에 이리저리 떠다니는 아름다운 물의 정령은 확실히 아름다웠다. 비눗방울을 불어주던 아빠도 딸이 이런 아름다움을 알아챈 것을 보고 기뻐했고, 그녀를 안고 있던 엄마도 기뻐했다. 위안위안의 엄마는 한 달이나 더 남은 출산휴가를 포기하고 내일부터 연구실로 출근을 해야 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위안위안은 유치원생이 되었다. 그녀는 여전히 비눗방울을 좋아했다.
일요일에 아빠와 놀러가면서 그녀는 비눗방울액이 담긴 작은 병을 주머니에 챙겨넣었다. 아빠가 엄마의 비행기에서 비눗방울을 불어도 된다고 허락해주었기 때문이다. 허풍이 아니라 그들은 정말 교외에 있는 허름한 비행장으로 갔다. 엄마의 연구용 비행기가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엄마는 사막에 숲을 조성하기 위한 공중파종을 연구하고 있었다. 비행기를 본 위안위안은 실망했다. 이미 사라진 소비에트 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날개가 위 아래로 두 장이 있는 낡은 농업용 복엽기였기 때문이다. 위안위안은 비행기가 동화 속 사냥꾼이 숲에서 지내는 부서진 오두막처럼 오래된 나무판자로 만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 장난감이 난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엄마는 이 구식 비행기에 위안위안을 태워주지 않았다.

“오늘이 딸 생일인데 퇴근은커녕 특근이라니. 선물로 위안위안 비행기 한번 태워줘!”

아빠가 말했다.

“선물은 무슨 선물, 얘가 몸무게가 얼만데. 얘 태우려면 종자를 얼마나 빼야 하는 줄 알아?”

엄마는 대답을 하면서 커다란 비닐 포대를 하나 들어 힘겹게 날랐다.
내 무게가 얼마나 나간다고, 위안위안은 서운해 엉엉 울기 시작했다. 엄마는 딸을 달래려고 바닥에 쌓아둔 커다란 비닐 포대에서 이상하게 생긴 물건을 하나 꺼내주었다. 당근처럼 생겼는데 앞쪽은 유선형으로 뾰족하고 뒤의 꽁지 아래에는 판지로 만든 꼬리날개가 있었다. 작은 폭탄처럼 생겼지만 투명해서 갖고 놀기 좋아 보였다. 작은 손을 뻗어 잡으려던 위안위안은 금세 그것을 놓아버렸다. 이 장난감은 얼음으로 만든 것이었다. 엄마는 작은 폭탄 속에 있는 검은 알갱이를 가리키며 나무 종자라고 말해주었다.

“비행기를 타고 높은 곳에 올라가 이 얼음 폭탄을 떨어뜨리면 이것들이 땅에 떨어져 모래흙 속으로 파고들어 간단다. 봄이 오면 모래흙 속에 있던 얼음 폭탄이 조금씩 녹아 물이 되어 씨앗에서 싹이 트게 하지. 이런 얼음 폭탄을 많이 떨어뜨리면 사막이 숲으로 변해서 우리 위안위안의 작은 얼굴에 모래가 날아오지 않을 거야…. 이게 엄마가 하는 연구란다. 건조한 서북지역의 공중파종 활착률을 두 배로 올려주었지….”
“애한테 무슨 활착률 타령이야. 참나, 위안위안, 가자!”

아빠가 위안위안을 안고 툴툴거리며 뒤돌아서자 엄마는 아빠를 잡지 않고 그저 두 손으로 딸의 얼굴을 받쳐 들고 한 번 더 보았다.
위안위안은 엄마 손이 아빠보다 훨씬 거칠다고 생각했다.

위안위안은 아빠의 어깨에 엎드려 기댄 채 ‘사냥꾼의 오두막’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날아오르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비행기에 대고 비눗방울을 후 불었고 모래 먼지가 가득한 하늘에서 비눗방울이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아빠는 위안위안을 안고 비행장에서 나왔다. 버스 정류장에서 시내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던 위안위안은 아빠가 갑자기 몸을 떠는 것을 느꼈다.

“아빠, 추워?”
“아니…. 위안위안, 무슨 소리 못 들었니?”
“응…, 못 들었어.”

하지만 그는 들었다. 무거운 폭발음이 비행기가 날아간 곳에서 희미하게 전해졌다. 그는 육감으로 그 소리를 들었다. 그는 소리가 난 방향을 향해 고개를 획 돌렸다. 그와 딸 앞에 광활하고 건조한 서북의 대지가 차갑게 창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위안위안은 초등학생이 되었다. 그녀는 여전히 비눗방울을 좋아했다.
청명절, 아빠와 함께 엄마 묘에 갈 때도 그녀는 비눗방울액이 담긴 작은 병을 가지고 갔다. 아빠가 소박한 묘비 앞에 꽃을 놓을 때 위안위안은 비눗방울을 불었다. 아빠는 화를 내려고 했지만 딸의 한 마디에 화가 누그러지고 두 눈이 촉촉해졌다.

“엄마가 볼 거예요!”

위안위안은 묘비 주위를 날아다니는 비눗방울을 가리키며 말했다.

“얘야, 넌 엄마 같은 사람이 돼야 한다. 엄마처럼 책임감과 사명감이 강한 사람, 엄마처럼 원대한 인생 목표가 있는 사람 말이다!”

아빠가 위안위안을 안으며 말했다.

“나도 원대한 목표가 있어요!”

위안위안이 외쳤다.

“그게 뭔데? 아빠에게 말해줄래?”
“커— 다— 란—” 위안위안이 멀리 날아간 비눗방울을 가리키며 말했다. “비— 눗— 방— 울— 을 만들 거예요!”

아빠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딸을 데리고 갔다. 그곳은 몇 년 전 비행기가 추락한 지점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그때 하늘에서 떨어진 얼음 폭탄이 심은 씨앗은 모두 활착에 성공해 묘목으로 자랐다. 그러나 최후의 승자는 결국 끝이 없는 가뭄이었다. 공중파종으로 심은 씨앗은 건조하고 비가 적었던 다음 해에 모두 죽었고, 사막화는 거침없이 계속되었다. 아빠는 고개를 돌려 석양에 점점 길어지는 묘비의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위안위안이 분 비눗방울은 무덤 속 사람의 이상처럼, 서부대개발이라는 아름다운 꿈처럼, 사라진 지 이미 오래였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위안위안은 중학생이 되었다. 그녀는 여전히 비눗방울을 좋아했다.
어느 날, 위안위안의 담임선생님이 가정방문을 왔다. 젊은 여선생이 아빠에게 신기하고 예쁘게 생긴 장난감 권총을 주면서 위안위안이 수업시간에 가지고 놀다가 물리선생님께 압수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난감 권총은 몸통이 컸고 총신 윗부분에 안테나같이 생긴 둥근 고리가 고정돼 있었다. 아빠는 이리저리 살펴봤지만 어떻게 갖고 노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이건 버블건이에요.” 담임선생이 말하면서 방아쇠를 당기자 웅웅 소리와 함께 총구에서 작은 동그라미가 날아오르며 비눗방울이 길게 이어졌다.

담임선생은 아빠에게 위안위안은 학업 성적도 좋지만 가장 큰 장점은 창의력이라고 하면서 생각이 이렇게 유연하고 활발한 학생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이런 면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선생님은 이 아이가….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조금 가볍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아빠가 버블건을 받아들며 말했다.

“요즘 아이들은, 다 그래요…. 사실 요즘 같은 새로운 시대에 조금 가볍고 시원시원한 성격과 생각이 꼭 결점은 아닙니다.”

아빠는 한숨을 쉬고 버블건을 흔들며 대화를 끝냈다. 그는 담임선생과는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도 아직 애가 아닌가.
담임선생을 배웅하고 돌아오자 집에는 그들 부녀 두 사람만 남았다. 아빠는 위안위안과 버블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지만 그를 불쾌하게 만든 다른 일이 생겼다.

“또 바꿨어? 올해 벌써 한 번 바꿨잖아!”

그가 위안위안이 가슴 앞에 걸고 있는 휴대전화를 가리키며 물었다.

“아니에요, 아빠. 케이스만 바꾼 거라고요! 보세요, 이렇게 하면 느낌이 새롭잖아요.”

위안위안이 납작한 상자를 꺼내며 말했다. 상자를 열어보니 화려한 색깔들이 펼쳐져 있었다. 처음에는 물감 같은 것인 줄 알았지만 자세히 보니 색이 다른 휴대전화 케이스 12개였다. 아빠는 고개를 흔들며 상자를 한쪽에 두고는, “너와 이런…. 음, 생각의 경향에 대해 이야기하려던 참이었다.”고 말했다.
위안위안은 아빠 손에 들린 버블건을 낚아채면서 “아빠, 앞으로는 학교에 버블건 절대 안 가져갈게요!”라고 말하고는 아빠를 향해 버블건을 쐈다.

“내가 말하려는 건 그게 아니다. 그것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다. 위안위안,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비눗방울을 좋아하니….”
“그러면 안 되나요?”
“아, 그게 아니라. 그건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다. 내 말은, 네가 비눗방울을 좋아하는 것이 너의 그 일종의, 음, 방금 말한 것처럼, 생각의 경향을 반영한다는 거다.”

위안위안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아버지를 쳐다봤다.

“그건 네가 아름다움, 신기함, 비현실적인 것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고, 현실과 동떨어진 환상에 사로잡히기 쉽다는 것을 말한다. 네 두 다리가 땅에서 떠서 네 인생을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게 할 수도 있어.”

집안 가득 둥둥 떠다니는 비눗방울을 바라보는 위안위안의 표정은 더 매료된 것처럼 보였다. 비눗방울은 마치 투명한 금붕어처럼 공기 중을 유유히 헤엄쳐 다녔다.

“아빠, 우리 더 재미있는 이야기해요.”

아빠의 어깨에 기대며 말하는 위안위안의 말투가 신비로워졌다.

“아빠, 우리 담임 예쁘지요?”
“글쎄…. 위안위안, 방금 아빠가 한 말은….”
“담임 정말 예쁜데!”
“그럴지도…. 내가 방금 하려고 했던 말은….”
“아빠, 아빠랑 이야기할 때 선생님 눈빛 못 봤어요? 선생님이 아빠한테 반한 거 같아요!”
“도대체 너는, 그런 시시한 일은 그만 생각할 수 없니?!”

화가 난 아빠가 어깨에서 딸의 손을 밀어냈다.
위안위안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휴, 아빠. 아빠는 이제 어떤 것에도 흥미를 느끼지 않는 사람이 됐군요. 신선함도, 신기함도, 흥분도 없는 생활이 재미있어요? 그러면서 무슨 다른 사람의 인생을 가르치려고 들어요.”

비눗방울 하나가 아빠의 얼굴 앞에서 터졌다. 그는 작고 연약하기 짝이 없는 촉촉한 물기를 느꼈고,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 안개비에 잠시 매료되었다. 갑자기 멀고 먼 남쪽에 있는 고향이 생각났다. 그는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게 작은 소리로 탄식했다.

“젊었을 때 나도 아득한 꿈을 좇아 네 엄마와 함께 상하이에서 이곳으로 왔다. 순진하게도 이 광활한 서북지역을 우리의 인생 가치를 실현시킬 곳이라고 생각했지. 우리 건설자들은 짧은 시간 동안 황량한 사막에 새로운 도시를 만들어냈다. 우리는 이것을 평생의 자랑으로 여겼다. 이 도시가 바로 우리가 세상에 태어나 헛된 삶을 살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증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도시는 그저 우리 세대가 청춘과 인생을 다 바쳐 불어낸 비눗방울이라는 것을 누가 알았을까.”
위안위안은 깜짝 놀랐다.

“쓰루(絲路)시가 왜 비눗방울이에요? 쓰루시는 눈앞에 있잖아요. 펑 하고 사라지지도 않고요.”
“곧 사라질 거다. 중앙정부가 쓰루시의 수도 관련 계획과 노력을 중단하는 성(省)정부 보고서를 인가했다.”
“그러면 우리더러 목말라 죽으라고요? 지금도 물이 이틀에 한 번 밖에 안 나오고, 한 번에 한 시간 반 만 나오잖아요!”
“지금 10년 이주 계획을 세우고 있다. 도시 전체를 분산해서 이주시키면 쓰루시는 세계 최초로 단수 때문에 사라지는 도시가 될 거야. 현대판 누란 이 되는 것이지…. 젊었던 우리가 사명감에 불타 진행했던 서부대개발이 이제는 악몽 같은 서부 대채굴이 됐다. 이게 더 큰 비눗방울일지 누가 알겠니?”
“와, 정말 잘 됐어요!”

위안위안이 환호성을 질렀다.

“하루라도 빨리 이 도시를 떠나요!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이 도시가 전 정말 싫어요! 이주! 새로운 곳으로 이사가서 새로운 생활을 한다, 얼마나 신나는 일이에요, 아빠!”

아빠는 말 없이 딸을 쳐다보더니 일어나 창가로 다가가 황사에 휩싸인 도시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축쳐진 어깨가 순간 많이 늙어버린 것 같았다.

“아빠—.”

위안위안이 가볍게 불렀지만 아빠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틀 뒤, 위안위안의 아빠는 곧 사라질 이 도시의 마지막 시장이 되었다.


대학입학시험이 끝났다. 위안위안은 성 전체의 이과 2등이라는 성적을 거뒀다. 아빠는 모처럼 매우 기뻐했다. 감격에 겨운 아빠는 딸에게 조금 과한 것도 괜찮으니 갖고 싶은 것을 말하라고 했다. 위안위안은 말이 끝나자 마자 손바닥을 펼쳤다.

“다섯… 다섯 개, 뭐?”
“댜오(雕)표 세탁비누 다섯 개요.”

그리고 다른 손을 쫙 펴더니 “타이드표 가루세제 10포요.”라고 했고, 다시 두 손을 활짝 펴고 “바이마오(白貓)표 세정액 20병이요.” 하고 말했다. 그리고는 종이를 꺼내더니 “이 화학약품들이 제일 중요해요. 리스트에 적인 무게대로 사주셔야 해요.”라고 말했다.
아버지는 화학약품들을 구입하는데 조금 애를 먹었다. 그는 베이징으로 출장 가는 부주임에게 부탁했고 부주임은 하루를 꼬박 걸려서야 다 살 수 있었다.

원하는 물건을 받아든 위안위안은 화장실에 3일 동안 틀어박혀 욕조 가득 용액을 배합했다. 집안 곳곳이 이상한 냄새로 가득 찼다. 4일째 되는 날, 남자 둘이 그녀가 주문한 직경 1미터 정도의 링을 가져왔다. 링은 작은 구멍이 뚫린 금속관을 구부려 만든 것이었다.

5일째 되는 날, 아침 일찍 집으로 사람들이 찾아왔다. 그중에는 방송국 촬영기사와 여성 MC도 있었다. 시장은 방송국 오락프로그램의 여성 MC를 알아봤다. 화려한 옷을 입은 청년 두 명은 기네스북 중국 지역 담당자로 어제 상하이에서 날아왔다고 했다. 그중 한 명이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시장님, 시장님 따님이…, 콜록콜록…, 여기 공기가 정말 건조하네요…. 시장님 따님이 기네스북 기록을 세웠어요!”

시장은 사람들을 따라 넓은 옥상으로 올라갔다. 딸과 딸의 친구들은 이미 올라와 있었다. 위안위안은 커다란 링을 메고 있었다. 그들 앞에 놓인 커다란 욕조에 그녀가 배합해놓은 용액이 담겨있었다. 기네스북 관계자들이 길이 눈금이 있는 측량기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나중에야 이것이 비눗방울 직경을 재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준비가 모두 끝나자 위안위안이 욕조에 링을 넣었다가 뺐다. 그러자 링에 액체막이 형성됐다. 그녀는 액체막이 형성된 링을 조심스럽게 막대 끝에 고정하고 옥상 가장자리로 걸어갔다. 막대를 흔들자 링이 공중에서 큰 원을 그렸고 커다란 비눗방울이 만들어졌다. 커다란 비눗방울들이 공중에서 흔들거리며 형태가 변하는 모습이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거대한 비눗방울은 직경이 4.6m에 달해 벨기에 사람이 보유하고 있던 3.9m 기록을 깼다고 한다.

“액체 배합이 중요하지만 비결은 이 링에 있어요.”

MC의 질문에 위안위안은 “벨기에 사람은 일반적인 링을 사용했지만 저는 링에 구멍을 뚫어 링 속에 발포 액체를 가득 채웠어요. 큰 거품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링 안에 있던 액체가 작은 구멍들로 계속 나와 큰 비눗방울에 필요한 액체를 공급하는 거예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더 큰 비눗방울이 만들어져요.”라고 말했다.

“그러면 이것보다 더 큰 비눗방울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이에요?”

MC가 물었다.

“물론이죠! 그러려면 비눗방울을 형성하는 몇 가지 요소를 연구해야 해요. 액체의 점도, 가단성, 증발률, 표면장력 같은 거요. 하지만 초대형 비눗방울을 만드는데 제일 중요한 것은 뒤의 두 가지에요. 반드시 증발률을 낮춰야 해요. 증발은 거품벽이 파괴되는 주요 원인 중 하나거든요. 표면장력은…, 순수한 물로는 왜 거품을 만들 수 없는 줄 알아요?”
“당연히 표면장력이 너무 작아서 그렇겠지요.”
“아니에요, 정반대에요. 물은 표면장력이 너무 커서 거품이 만들어지지 않아요. 다시 물어볼게요. 비눗방울이 형성된 이후 표면장력과 직경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그건…, 당신 말대로라면 장력이 작을수록 거품이 커지겠네요.”
“아니오, 아니에요! 일단 비눗방울이 만들어지면 직경의 크기에 따라 표면장력도 커져야 비눗방울 벽의 강도를 유지할 수 있어요. 여기에서 문제가 생기죠. 액체의 표면장력은 일정한데 초대형 비눗방울을 만들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MC는 멍하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녀는 아름다운 외모에 말솜씨가 좋고 뇌가 단순한 부류였다. 이 점을 알아챈 위안위안은 “됐어요, 우리가 여러분에게 대형 비눗방울을 더 만들어 보일게요!” 하고 말했다.
그래서, 직경 4-5미터 짜리 대형 비눗방울 몇 개가 바람을 따라 도시 상공을 날아다녔다. 모래먼지로 가득한 건조한 세계에서 비눗방울들은 다른 세계에서 온 환영처럼 비현실적이었다.
일주일 뒤, 위안위안은 나고 자란 서북 도시를 떠나 중국에서 제일 좋은 이공대학교로 가 나노 분야를 공부했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위안위안은 더 이상 비눗방울을 불지 않았다.
위안위안은 학사와 석사, 박사를 마치고 아버지가 어지러워할 속도로 창업을 했다. 그녀는 박사 프로젝트 때 만든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태양전지를 개발했다. 원가는 기존의 단결정 실리콘 전지의 몇십분의 일에 불과하고 모자이크 타일처럼 건물 표면에 붙일 수도 있었다. 3, 4년 만에 그녀의 회사는 자산 규모가 몇억 위안대의 기업으로 성장해 나노기술 붐을 타고 급속하게 성장한 기적의 기업 중 하나가 되었다.

위안위안의 아버지는 딸의 성공에 당혹스러웠다. 사업적인 성공만을 말하자면 이제 딸이 아버지를 가르칠 자격이 있었다. 예전에 위안위안의 예쁜 담임선생의 말처럼 가볍고 시원시원한 생각과 성격이 꼭 단점만은 아닌 듯했다. 아버지 세대에게 이 시대는 이해하기 어려운 시대였다. 요즘 성공의 필수조건은 유연한 사고와 참신한 아이디어였다. 경험과 굳센 의지, 사명감 같은 것은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고, 진지함과 무게감은 바보같이 보였다.

“이런 기분 참 오래간만이다. 내가 들어본 것 중에 가장 좋은 노래였다. 이 사람들이 그전 세대의 3대 테너보다 훨씬 잘하는구나.”

국가대극원의 넓은 출구에서 시장이 딸에게 말했다. 위안위안은 아버지가 성악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다. 성악 감상은 아버지의 몇 안 되는 취미 중 하나였다. 위안위안은 회의 참석차 베이징에 온 아버지를 모시고 새로운 세계 3대 테너의 올림픽 기념 콘서트를 보러 갔다.

“진작 알았으면 제일 좋은 좌석을 구해놨을 텐데. 아빠는 내가 돈 쓰는 거 싫어하시니 보통 수준으로 샀어요.”
“그래서 얼만데?”

아버지가 물었다.

“훨씬 싸요. 한 장에 2만 8000위안일 거예요.”
“응…. 뭐?!”

깜짝 놀라는 아버지를 보자 위안위안은 웃음이 나왔다.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던 기분을 다시 느낄 수 있다면 28만 위안이라도 가치가 있지요. 이 대극장을 좀 보세요. 몇십 억 위안을 투자해서 이런 걸 만든 이유는 예술을 통해 사람들이 어떤 감정을 느끼거나 찾도록 하기 위해서가 아니겠어요?”
“네 말도 일리가 있다. 그래도 나는 네가 좀 더 의미 있는 곳에 돈을 썼으면 좋겠다. 위안위안, 너와 쓰루시에 관한 일을 의논하고 싶은데, 혹시 쓰루시 사업에 투자할 수 있을까?”
“어떤 사업인데요?”
“대규모 수처리 사업이다. 건설되면 도시의 용수 순환 이용률이 크게 높아지고 태양열로 염호의 물을 담수화할 수 있어. 이 시스템이 만들어지면 쓰루시는 규모를 줄여 계속 존립해 완전히 사라지는 운명은 피할 수 있을 거다.”
“얼마나 필요한데요?”
“기본 계획이라 대략 16억 위안이 필요하다. 대부분 마련이 됐는데 지급까지 시간이 걸려서 제때 시행되지 못할까 걱정이 돼서 그런다. 네가 착수금으로 1억 위안 정도 투자해주었으면 좋겠다.”
“아빠, 미안해요, 안 되겠어요. 제가 지금 운용할 수 있는 자금도 그 정도인데 다른 연구 프로젝트에 써야 해요….”
아버지는 손을 들어 딸의 말을 가로막았다.

“됐다. 위안위안, 네 사업에 폐를 끼치고 싶지는 않다. 애초 너에게 이런 부탁을 할 생각도 없었어. 투자해도 원금은 회수할 수 있어도 수익은 거의 미미해서 말이야.”
“하, 그런 건 괜찮아요. 아빠, 제가 하려는 프로젝트는 더 심해요. 수익은 커녕 투자금도 다 날려버릴 게 뻔하거든요.”
“기초분야를 연구할 생각이니?”
“아니오, 그렇다고 응용분야도 아니에요. 그냥 재미있는 연구에요.”
“…….”
“초강력 계면활성제를 만들 생각이에요. 이름도 이미 생각해뒀어요. 날으는 액체라는 뜻의 페이예(飛液)에요. 페이예는 점성과 가단성이 기존의 어떤 액체보다 수십, 수백 배 크지만 증발 속도는 글리세린의 천 분의 일에 불과해요. 이 계면활성제 용액에는 마법 같은 특성이 있어요. 바로 표면장력이 액체층의 두께와 액체 표면의 곡률을 자동으로 조절한다는 거예요. 조절 범위는 물의 장력의 100분의 1에서 1만 배 정도까지고요.”
“그것으로 뭘 하게?”

아버지가 놀라서 물었다. 그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지만 믿을 수가 없었다.
젊은 억만장자가 아버지의 어깨를 껴안으며 큰 소리로 말했다.

“커— 다— 란— 비눗방울을 만들 거예요!”
“설마, 농담이지?”

위안위안은 창안(長安)가의 등불이 꺼지는 것을 보면서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누가 알아요? 어쩌면 제 삶 전부가 다 농담일지. 하지만, 아빠, 전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사람이 평생을 들여 농담 하나를 완성하는 것도 일종의 사명 아닐까요.”
“1억 위안을 들여 비눗방울을 만들겠다고? 무슨 쓸모가 있다고?”

아버지는 꿈을 꾸고 있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별 쓸모 없어요, 재미있잖아요. 하지만, 아버지 세대가 몇백 억 위안을 들여 만든 곧 철거될 도시에 비하면 제 사치는 새 발의 피죠.”
“하지만 너는 지금 그 도시를 구할 수 있다. 그곳은 네 도시이기도 하잖니. 너는 그곳에서 나고 자랐다. 그런데 너는 돈을 비눗방울 만드는 데 쓰겠다니! 넌…, 너무 이기적이구나!”
“저는 제 삶을 살 뿐이에요. 사심 없는 헌신이 반드시 역사를 발전시키진 않아요. 아버지의 도시가 바로 그 증거잖아요!”

위안위안의 차가 창안가에 진입할 때까지 부녀는 말이 없었다.

“죄송해요, 아빠.”

위안위안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요즘 나는 네 작은 손을 잡고 다녔던 때를 자주 떠올린다. 좋은 시절이었다.”

불빛에, 아버지의 두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눈가가 촉촉해진 것 같았다.

“아버지를 실망시켜드렸다는 거 알아요. 아버지는 늘 저에게 엄마 같은 사람이 되라고 하셨죠. 저에게 두 번의 인생이 있다면 그때는 아버지 말대로 책임과 사명에 헌신할게요. 하지만 아빠, 제 인생은 단 한 번뿐이에요.”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침묵의 여정이 끝나갈 때쯤 위안위안이 아버지에게 큰 서류봉투를 건넸다.

“뭐냐, 이게?”

아버지가 물었다.

“부동산 증명서와 열쇠에요. 아빠, 제가 별장을 하나 마련했어요. 타이호(太湖) 옆이에요. 퇴직 후에 남쪽 지방으로 돌아가시라고요.”

아버지는 서류봉투를 가볍게 밀어냈다.

“아니다, 얘야. 나는 쓰루의 폐허에서 여생을 보낼 거다. 나와 네 엄마의 청춘과 이상이 모두 거기에 묻혀있는데, 떠날 수 없지.”

베이징의 여름밤이 한껏 반짝거렸다. 아름다운 빛의 바다를 보면서 위안위안과 아버지는 동시에 비눗방울을 떠올렸다. 이 끝없는 찬란함이 마치 그들에게 있는 힘을 다해 무엇인가를 보여주려는 것 같았다. 삶의 무거움, 아니면 삶의 가벼움?

 


2년 뒤 어느 날, 시장이 사무실에서 딸의 전화를 받았다.
“아빠, 생신 축하해요!”
“허허, 위안위안이니? 지금 어디냐?”
“아빠가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이요. 제가 생일선물을 가져왔어요!”
“아이고, 생일 잊고 산 지 오래다. 그러면 점심때 집으로 와라. 나도 한 달 넘게 집에 못 가봤다. 가정부가 집에 있을 게다.”
“아니요, 선물 지금 드릴게요!”
“지금 일하는 중이야. 곧 주간회의 가야 해.”
“괜찮아요. 아빠 창문 열고 하늘을 보세요!”

오늘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깨끗했다. 이곳에서 이런 날씨는 매우 드물었다. 하늘에서 요란한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시장은 도시 상공을 천천히 선회하는 비행기를 봤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매우 잘 어울렸다.

“아빠, 저 비행기에 있어요!”

위안위안이 전화 저쪽에서 소리쳤다.
하늘을 나는 구식 복엽기가 마치 느긋하게 나는 큰 새처럼 보였다. 순간 시간이 과거로 돌아가 번개처럼 번쩍 하면서 익숙한 느낌이 들어 온몸이 떨렸다. 20여 년 전에도 이랬다. 그때 딸이 그에게 춥냐고 물었었다.

“위안위안, 너… 뭐하니?!”
“선물 배달하고 있지요, 아빠. 비행기 뒤를 잘 보세요!”

시장은 그제야 비행기 동체 아래 큰 링이 달려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링은 비행기보다 더 커 이륙한 뒤에 펼친 것 같았다. 멀리서 보니 비행기와 큰 링이 하늘을 나는 반지같이 보였다. 나중에야 그 큰 링은 위안위안이 기네스북 기록을 깰 때 사용했던 것처럼 가벼운 금속관으로 만들어졌고 관 속에 페이예라는 마법의 액체가 가득 담겼다는 것을 알았다. 링에 페이예로 만든 액체막을 씌우고 관에 작은 구멍을 많이 뚫어 가는 관에서 페이예가 계속 흘러나오도록 했다.

이어서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커다란 링 뒤로 대형 비눗방울이 만들어졌다! 햇빛에 반사된 비눗방울은 형태가 보였다 안 보였다 했다. 비눗방울이 급속하게 팽창해 비행기가 투명한 수박에 붙은 씨처럼 보였다.
그 아래 도시 광장에서는 사람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고개를 젖혀 하늘을 쳐다봤고, 시정부 건물에서도 사람들이 뛰어나오기 시작했다.

초대형 비눗방울을 매단 비행기가 도시 상공을 천천히 선회했다. 비눗방울은 팽창 속도가 크게 줄었지만 계속 커지고 있었다. 비눗방울은 결국 비행기 아래의 링에서 떨어져 혼자 하늘을 둥둥 떠다녔다. 초대형 비눗방울은 공기가 들어가는 입구가 사라졌어도 팽창을 멈추지 않았다. 태양열이 비눗방울 안에 있는 공기를 팽창시켰기 때문이다. 천천히, 비눗방울이 하늘의 반을 덮었다!

“아빠, 이게 제 선물이에요!”

위안위안이 전화 저쪽에서 흥분해서 소리쳤다.
하늘에서 섬광이 흔들거리는 것이 마치 하늘이 매끈한 셀로판지고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이 햇빛 아래서 그것을 흔드는 것 같았다. 자세히 보니 섬광들이 거대한 구체 형상을 그려냈고, 그 투명한 구체가 하늘 대부분을 차지해 땅에 있는 사람들은 머리를 180도 돌려야 비눗방울 전체를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마치 하늘의 거울에 비쳐 반짝이는 지구의 환영 같았다.

도시가 술렁이면서 거리에 교통 정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거대한 비눗방울이 천천히 내려앉았다. 비눗방울이 충분히 내려앉자 땅에 있던 사람들은 비눗방울 벽에 비친 도시의 고층건물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비눗방울 벽이 바람에 흔들리자 고층건물들도 따라 휘고 일그러져 바닷속 식물 숲 같았다. 거대한 비눗방울 벽이 기세등등하게 압도하면서 내려오자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손으로 자기 머리를 감쌌다. 거대한 비눗방울이 지면에 내려앉으면서 사람들의 몸을 통과하자 사람들은 순간 얼굴이 간지러웠다.

초대형 비눗방울은 터지지 않고 직경 10킬로미터에 달하는 반구형 형태로 대지를 덮었다. 도시가, 도시 끝에 있는 화력발전소와 화학공장과 함께 거대한 비눗방울 안에 갇혀버렸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정말 고의가 아니었다고요!”

위안위안이 카메라멘에게 말했다.

“원래는,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비눗방울은 바람을 타고 날아갔을 거예요. 그런데 오늘 바람이 이렇게 약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이곳은 바람이 늘 거센 곳인데! 그래서 비눗방울이 떨어져 나가 도시를 덮어버린 거예요!”

시장은 시 방송국이 정상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내보내는 긴급 뉴스를 봤다. 그는 딸이 항공 가죽점퍼 속에 입은 파란색 작업복을 봤다. 그녀의 뒤로 낡은 구식 복엽기가 있었다…. 시간이 다시 과거로 점프했다. 닮았다, 너무 닮았다…. 시장의 마음이 녹아내리면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두 시간 뒤, 시장은 방금 구성된 긴급 팀과 함께 초대형 비눗방울 벽이 있는 도시의 끝으로 향했다. 위안위안과 그녀의 연구팀은 벌써 그곳에 도착해 있었다.

“아빠, 제가 만든 비눗방울 정말 대단하지요?!”

위안위안은 방금 전 당황한 것은 다 잊었는지 상황에 맞지 않게 흥분된 표정으로 말했다.
시장은 딸을 무시하고 고개를 들어 비눗방울 벽을 가늠해 보았다. 햇빛 아래 다채롭게 반짝이는 큰 막이었다. 표면에 생긴 정교하고 섬세한 구조의 에돌이 무늬가 불규칙하게 변하면서 우주에 있을 법한 모든 색채가 담긴 아름다운 색의 바다를 그려내고 있었다. 거대한 막은 투명해서 이것을 통해 보는 외부 세계도 무지개가 씌워진 것 같았다. 일정한 높이에서 보면 무지개는 사라지고 막의 존재는 보이지 않았다.

시장이 손을 뻗어 조심스럽게 비눗방울 벽을 만져보았다. 손등이 미세하게 간지럽더니 손이 막의 바깥쪽으로 쑥 빠져나갔다. 막은 분자 몇 개 정도의 두께 밖에 안 돼 보였다. 그가 손을 거두자 막은 금세 원래 모양으로 회복됐고 그곳에 있던 무지개 무늬도 완전한 형태로 돌아와 끊어진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지금 이 순간, 그가 비현실의 상징이라고 여겼던 비눗방울은 이렇게 확실하고 거대한 현실이 되었고, 그것을 통해 본 현실 세계가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다른 사람들도 막을 만져보기 시작했고 막을 터뜨리려 손을 휘젓다가 막을 주먹으로 치고 발로 차기도 했다. 시장의 운전기사는 차에서 쇠몽둥이를 가지고 와 휙휙 소리가 날 정도로 휘두르며 막을 공격했지만…, 막은 끄떡없었다. 모든 공격은 아무런 막힘없이 막을 통과했고 막은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 시장은 손을 흔들어 사람들을 멈추게 했다. 그리고 먼 곳에 있는 고속도로를 가리켰다. 사람들은 도로 위의 차들이 빠른 속도로 막을 통과하는 것을 보았다.

“이건 비눗방울과 성질이 같아요. 고체는 통과할 수 있지만 공기는 통하지 않아요.”

위안위안이 말했다.

“바로 그 때문에 지금 도시의 공기 질이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다.”

시장이 딸을 쏘아보며 말했다.
사람들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도시 상공에 거대한 반구 형태의 흰색 덮개가 나타났다. 도시와 공장에서 만들어낸 스모그가 비눗방울 안에 갇혀 초대형 비눗방울의 형태가 드러난 것이었다. 이때 멀리서 이 도시를 봤다면 하늘을 떠받치며 우뚝 솟아있는 우윳빛 반구만 보였을 것이다.

“발전소와 공장의 가동을 중단해 공기 오염 속도를 낮춰야 합니다.”

긴급팀 팀장이 말했다.

“제일 심각한 문제는 비눗방울 내 온도 상승입니다. 지금 도시는 잘 밀봉된 온실이라고 보면 됩니다. 외부 세계와 공기가 통하지 않고 태양열이 빠르게 집중되고 있습니다. 마침 한여름이어서 비눗방울 내 온도가 곧 섭씨 60도에 달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비눗방울을 터뜨리기 위해 어떤 시도를 했습니까?”

시장이 물었다.

“한 시간 전에 육군항공병이 헬리콥터로 비눗방울 꼭대기를 계속 뚫어보았습니다. 프로펠러로 터뜨려보려고요. 하지만 소용없었습니다. 비눗방울 벽과 지면이 만나는 곳에 폭약을 설치에 터뜨려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폭약이 터지면 막은 잠시 요동치기만 할 뿐 터지지는 않았습니다. 게다가 폭발로 인해 생긴 구덩이까지 막이 뻗어 나와 한 치의 틈도 없이 막아버렸습니다!”

군 지휘관이 대답했다.
시장이 위안위안에게 물었다.

“비눗방울이 자연적으로 터지려면 얼마나 걸리지?”
“비눗방울은 비눗방울 벽 액체가 증발해서 터져요. 이런 물질의 증발 속도는 매우 느려서 햇빛이 좋아도 5, 6일은 지나야 해요.”

위안위안이 대답했다. 아버지는 딸의 만족스러운 듯한 말투에 화가 났다.

“그러면 시민들을 긴급 대피시키는 수밖에 없네요.”

긴급팀 팀장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시장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정말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면 그 방법은 안 돼.”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환경 전문가가 나섰다. “긴 통을 만드는 겁니다. 지름이 클수록 좋아요. 통들을 비눗방울 밖으로 빼고 통 아래에 성능이 좋은 환기팬을 설치해서 외부와 공기를 통하게 하는 겁니다.”
“하하하….”

위안위안의 웃음소리에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그녀는 사람들의 성난 눈길을 받으면서도 허리까지 숙여가며 깔깔 거리고 웃었다.

“아이디어가 정말…, 정말 너무 웃겨요! 하하….”
“이게 다 네가 한 짓이란 말이다!”

시장이 호통을 쳤다.

“넌 이 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거다. 이 도시에 끼친 손실을 모두 배상해라!”

위안위안은 하늘을 보면서 웃음을 멈췄다.

“그건, 우리가 배상할게요. 그런데 방금 비눗방울을 터뜨릴 간단한 방법이 생각났어요. 태우는 거예요. 비눗방울 벽과 지면이 만나는 곳 안쪽에 100에서 200m 길이의 고랑을 파고 거기에 연료를 넣고 불을 붙이면 불길이 비눗방울 벽을 빠르게 증발시켜 3시간 안에 터질 거예요.”

시장은 구조대에게 위안위안의 말에 따라 하도록 지시했다. 도시 경계에 100여미터 길이의 불 벽이 나타났고 하늘을 찌를 듯한 불길이 비눗방울 벽을 핥으며 각양각색의 괴상한 색채와 도안을 그려냈다. 도안의 무늬를 통해 거대한 막의 다른 부분에 있던 페이예가 불길에 증발된 부분을 보충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페이예가 보충되면서 거대한 막에 커다란 소용돌이가 형성됐고, 화려하고 요염한 색채들이 홍수처럼 몰려왔다가 불길 속에 사라졌다. 불꽃의 검은 연기가 비눗방울 벽을 타고 위로 올라가 하늘에 거대한 검은색 손바닥을 만들었고 거대한 비눗방울 속에 있던 백만 시민들은 공포에 떨었다.

3시간 뒤 거대한 비눗방울은 터졌고 시민들은 하늘과 땅 사이에서 가볍게 터지는 소리를 들었다. 맑고 조화롭고 아득한 것이 마치 우주의 현이 가볍게 퉁겨진 것 같았다.

“아빠, 조금 이상해요. 아빠가 훨씬 더 크게 화를 낼 줄 알았어요.”

위안위안이 아버지에게 말했다. 그들은 시정부 청사 옥상에서 거대한 비눗방울이 터지는 것을 보고 있었다.

“어떤 것을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위안위안, 내 질문에 진지하게 대답해주길 바란다.”

“초대형 비눗방울에 대한 것인가요?”
“그래, 맞아. 비눗방울 벽으로 공기가 통하지 않는다면 그 안에 습한 공기를 담을 수도 있을까?”
“물론이죠. 페이예 연구와 제조가 끝나갈 때쯤에 다른 용도가 떠올랐어요. 초대형 비눗방울로 대형 온실을 만들면 겨울철에 작은 기후지역이 만들어져 드넓은 대지에 작물이 자랄 수 있는 습도와 온도를 제공할 수 있어요. 그러려면 비눗방울이 더 오래 유지되어야겠지만요.”
“두 번째 문제, 거대한 비눗방울을 바람에 실어 먼 곳까지 옮길 수 있니? 예를 들면 몇 천 킬로미터까지?”
“그건 문제없어요. 태양열로 방울 안 공기가 팽창하면 열기구와 비슷한 부력이 만들어지거든요. 오늘처럼 땅으로 떨어진 건 생성 위치가 너무 낮았고 바람도 너무 약해서 그런 거예요.”
“세 번째 문제, 초대형 비눗방울을 예정된 시간에 터뜨릴 수 있니?”
“그것도 어렵지 않아요. 페이예의 성분을 조절해서 용액의 증발 속도를 바꾸면 되요.”
“마지막 문제다. 자금이 충분하면 수천만 개 또는 수억 개의 비눗방울을 만들 수 있니?”

위안위안이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수억 개라고요? 맙소사, 뭐 하시려고요!?”
“내가 생각한 그림은 이렇다. 먼바다 상공에서 초대형 비눗방울을 만들어 성층권의 강풍을 빌어 서북지역 상공으로 이동시켜 전부 터뜨리는 거야. 바다에서 생성된 습한 공기를 비눗방울에 담아 건조한 이곳 하늘에 뿌리면…. 그래, 비눗방울을 이용해 바다에서 이곳까지 습한 공기를 운반해오는 거란다, 빗물을 운반해오는 거라고!”

놀라움과 흥분 때문에 위안위안은 잠시 아무 말도 못 하고 그저 멍하니 아버지를 쳐다봤다.

“위안위안, 네가 나에게 위대한 생일선물을 주었구나. 어쩌면 오늘이 이 서북지역의 생일이 될지도 모르겠다!”

순간 외부에서 청량한 바람이 불어와 하늘에 있는 스모그 때문에 형성된 거대한 흰색 반구가 찌그러지면서 천천히 모습을 바꾸었다. 동쪽 하늘에 이상한 색깔의 무지개가 생겼다. 그것은 초대형 비눗방울이 터지자 비눗방울을 형성했던 페이예가 공중으로 흩어지면서 생긴 것이었다.


중국 서부 하늘로 물을 보내는 장대한 프로젝트가 10년 동안 진행됐다.
10년 동안 중국 남해와 벵골만에 초대형 하늘 그물이 설치됐다. 하늘 그물은 표면에 작은 구멍이 가득한 가는 관으로 구성됐고, 그물코는 직경이 수백 미터에서 천 미터에 달하는 것도 있었다. 이것은 10년 전 초대형 비눗방울을 만든 대형 링에 해당됐다. 하늘 그물은 지상용과 공중용 두 종류가 있었다. 지상용 그물은 해안선을 따라 설치됐고 공중용 그물은 계류기구에 장착돼 수천 미터 상공에 매달려 있었다. 남해와 벵골만의 해안선과 상공에 2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하늘 그물이 이어져 ‘비눗방울 만리장성’이라고 불렸다.

공중 물 보내기 시스템이 처음 가동되던 날, 하늘 그물을 구성하는 가는 관에 페이예가 가득 채워졌고 모든 그물코에 액체막이 형성됐다. 습하고 강한 바닷바람이 불자 하늘 그물에서 수없이 많은 초대형 비눗방울이 생겼다. 직경이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비눗방울들이 하나둘 하늘 그물에서 떨어져나와 성층권까지 올라가 바람을 타고 이동했고, 동시에 공중에 매달린 하늘 그물에서 더 많은 비눗방울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초대형 비눗방울 군단이 위풍당당하게 대륙 깊숙한 곳을 향해 날아갔다. 바다의 습기를 품은 비눗방울들이 히말라야산맥을 넘고 드넓은 서남부지역을 지나 광활한 서북 상공으로 날아갔다. 남해와 벵골만, 광활한 서북지역 사이의 하늘에 수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비눗방울 강 두 줄기가 형성되었다!

Ⅸ.
공중 물 보내기 시스템이 공식 가동되고 이틀 뒤, 위안위안은 벵골만에서 서북지역의 성도로 날아왔다. 비행기에서 내리면서 그녀는 밤하늘에 고요하게 떠 있는 보름달을 보았다. 바다 위에서 떠나보낸 비눗방울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도시에서는 달빛 아래 사람들이 운집해 있었다. 위안위안도 도심 광장에서 차를 세우고 사람들 틈에 끼어 그들과 함께 간절하게 기다렸다. 자정이 다 될 때까지도 밤하늘은 변함이 없었고 사람들은 지난 이틀과 마찬가지로 하나둘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위안위안은 떠나지 않았다. 그녀는 비눗방울들이 오늘 밤에 반드시 도착할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녀가 벤치에 앉아 비몽사몽하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맙소사, 달이 이렇게 많다니!!”

위안위안은 눈을 떴다. 정말 밤하늘에 달로 이뤄진 강이 보였다! 수많은 달은 초대형 비눗방울에 비친 것으로 진짜 달과 달리 구부러져 상현달도 있고 하현달도 있었다. 비눗방울에 비친 달은 매우 맑고 투명해서 진짜 달이 오히려 평범하게 느껴졌고, 정지된 상태를 확인해야 위풍당당하게 흐르는 달의 강에서 진짜 달을 구별해낼 수 있었다.

이때부터 광활한 서북지역의 하늘은 꿈의 하늘이 되었다.
한낮, 상공에 떠 있는 비눗방울은 잘 보이지 않았고 하늘 곳곳에서 비눗방울 벽에서 반사된 빛만 나타났다. 온 하늘이 태양 아래 출렁이는 호수면 같았고, 대지에는 느릿느릿 움직이는 비눗방울의 거대하고 선명한 그림자만 보였다. 가장 장관일 때는 새벽과 해 질 무렵으로 지평선에 해가 뜨거나 지면 하늘에 금빛 찬란한 비눗방울 강이 연출되었다.
하지만 이런 아름다운 광경은 오래가지 않았다. 하늘에 있던 비눗방울이 하나둘 터지기 시작했다. 더 많은 비눗방울이 세차게 밀려왔지만 하늘에 구름이 많아져 비눗방울이 보이지 않았다.
이어서, 예년에는 가장 건조했던 시기에 하늘에서 가랑비가 내렸다.

위안위안은 빗속에서 자기가 태어난 이 도시에 도착했다. 10년 동안 이주가 진행돼 쓰루시는 이미 고요한 텅 빈 도시가 되었다. 텅 빈 고층건물들이 가랑비 속에 조용히 서 있었다. 위안위안은 건물들이 정말 버려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했다. 건물들은 모두 보호가 잘 되어 있었고, 창문의 유리도 손상된 것이 하나도 없었다. 마치 도시 전체가 깊은 잠에 빠진 채 반드시 올 부활의 날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가랑비가 먼지를 가라앉혀 공기가 쾌적하고 산뜻했으며, 비가 얼굴 위로 흩어지면서 주는 서늘함이 편안했다. 위안위안은 익숙한 길을 천천히 걸었다. 이 길은 아빠가 그녀의 작은 손을 잡고 수없이 걸었던 길이고, 그녀가 수없이 불었던 비눗방울이 흩어진 곳이었다. 위안위안의 마음속에 어릴 때 불렀던 노래가 울려 퍼졌다.
문득 그녀는 이 노래가 정말 울려 퍼지는 소리를 들었다. 날은 이미 어두워졌고 밤의 어둠에 잠긴 텅 빈 거리에 딱 하나의 창문에만 불이 켜져 있었다. 불이 켜진 곳은 일반 주택 2층으로 그녀의 집이었다. 노랫소리도 그곳에서 흘러나왔다.

위안위안은 건물 앞으로 다가갔다. 주위가 매우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작은 텃밭에는 채소가 잘 자라고 있었다. 텃밭 한쪽에 큰 물통이 올려진 수레가 있는 것이 먼 곳에서 물을 운반해 밭에 물을 주는 듯했다. 어둠 때문에 흐릿했지만 이곳에서도 삶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다. 이곳은 쥐 죽은 듯이 고요한 텅 빈 도시에서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위안위안을 끌어당겼다.

위안위안은 깨끗하게 청소된 계단을 올라 집 현관문을 가볍게 열고 들어갔다. 불빛 아래 머리칼이 희끗희끗해진 아버지가 있었다. 아버지는 침대식 의자에 기대 어린 시절 불렀던 옛 노래에 흠뻑 취해 흥얼거리면서 위안위안이 어릴 때 비눗방울 액을 넣어 다니던 작은 병을 들고 비눗방울을 만드는 작은 플라스틱 고리를 불어 오색찬란한 비눗방울을 만들고 있었다.

<과환세계(科幻世界)> 2004년 3월호 수록

*번역 : 이현아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중번역학과를 졸업하였다. 잡지사와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다가 현재는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류츠신의 장편 SF 삼체 시리즈의 1부를 번역한 바 있다. 그외에도 『텐센트, 인터넷 기업들의 미래』, 『이것이 마윈의 알리바바다!』, 『오직 결과로 말하라』 등 다수의 중국서적을 한국어로 번역하였다.
*작가소개 : 류츠신(劉慈欣)
많은 작품을 쏟아내며 오늘날 중국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류츠신은 중국의 은하상과 성운상을 여러 차례 수상한 바 있다. 그의 장편 삼부작 『삼체』는 이미 15개국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2015년 8월, 그는 『삼체』로 아시아인으로서는 최초로 휴고상 장편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위안위안의 물방울」은 영어로 번역되어 클락스월드(Clarkesworld)에 게재된 바 있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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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쁘로프박사 18.05.08 20:12 댓글

    아하, 삼체의 류츠신 작가 글이었군요. 요새 침대 옆에 두고 읽고 있는 작품이 삼체인데.

    +비눗방울은 어른이 돼도 재밌어요. 얼마전에 친구들이랑 취해서는 비눗방울 총 사서 가지고 놀았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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