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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청 단편 복사인간

2005.01.28 20:5801.28

legoshark.x-y.netsihyuk@hanmail.net

서기 2081년 4월 7일 오후 6시 22분, 한국 대전에 사는 Yuni는 언제나처럼 무표정하게 TV채널을 돌리고 있었다. TV에서는 최근 유행처럼 연일 방송되고 있는 광고가 또 나왔다.



"떠나간 연인을 잊지 못하고 계십니까? 돌아가신 부모님이 뵙고 싶으십니까? 요절한 자식을 만나고 싶지 않으십니까? 이제 걱정 마십시오! 주식회사 Copy Bio에서 제공하는 완벽한 인간 복제 서비스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고객들은 모두 대 만족입니다!"



"사실 처음에는 제가 바보 같기도 했어요. 저를 버리고 다른 남자와 결혼해버린 그녀를 1년이나 잊지 못하고 있었으니까요. 그 때 친구가 Copy Bio 서비스를 소개해주었죠. 그런데 그게 처음에는 매우 꺼림칙했습니다. 잊지 못하는 것도 바보 같은데, 그녀를 그런 식으로까지 얻으려한다는 건 더더욱 바보 같았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고민 끝에 가지고 있던 그녀의 머리카락을 Copy Bio 본사에 보냈고, Copy Bio에서는 그녀의 머리카락 하나만으로 이렇게 완벽히 똑같은 그녀의 분신을 제게 보내주었습니다. 지금 저는 매우 행복합니다. 사랑하는 그녀와 여가를 즐기며 생활할 수 있으니까요."



"고생만 잔뜩 하고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에 늘 가슴 아팠습니다. 못 다한 효도 때문에 마음이 아팠는데, Copy Bio에서 해결해 주셨어요. 살아 생전 혹시나 추슬러두었던 어머니의 손톱과 머리카락으로 다시 어머니를 살려내셨습니다. 보세요! 저희 어머니입니다! 요즘은 어머니를 모시고 좋은 곳을 많이 다니고 있습니다."



"친구들과 여행을 갔던 우리 딸이 바다에서 익사한 시체를 보았을 때, 저는 까무러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그 때 주위에서 사람들이 말해주더군요. '침착하세요. 지금 머리카락과 피부 조직을 채취해 두세요.' 저는 얼른 이성을 찾아, 곧바로 Copy Bio로 딸의 사체 전체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보세요! 이렇게 저희 딸이 살아서 돌아왔습니다!"



최근 채널마다 반복되어 나오는 똑같은 광고에 Yuni는 다소 지겨워져 24시간 뉴스 방송으로 채널을 돌렸다.

"얼마 전 UN 인권위원회에서 상업적 목적의 생명 복제를 허가하면서 반발이 빗발치고 있습니다. 특히 일부 과격한 NGO 단체들은 생명 복제 반대를 위한 집단적인 폭력 시위를 계획하고 있어 여러 국가에서 혼란이 우려됩니다."



"인간을 인형으로 만든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기술력으로는 두뇌 조직을 완벽히 복원할 수가 없어서, 복제된 인간들의 평균 IQ가 불과 20-30정도에 머물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살아 움직이는 단백질 인형일 뿐입니다. 이것은 분명 생명에 대한 기만입니다!"



"과학과 기술이라는 게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비행기 추락이 두려워 아무도 비행기를 만들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는 비행기를 타고 다닐 수 없었을 것입니다. 추락과 시행착오, 그러면서 동시에 발전. 과학과 기술은 피를 먹고사는 것입니다. 영원한 생명이라는 인류의 이상을 이룩하기 위한 첫 걸음으로 지금의 시행착오는 숭고한 희생일 뿐입니다."



"한편 바티칸 교황청에서 수일 내에 공식적 입장을 밝히겠다고 발표함으로써, 생명 복제에 대한 논란은 종교계에까지 파급될 전망입니다."

여전히 무표정하게 TV를 응시하고 있는 Yuni를 향해, 주택 관리 시스템에서 경쾌한 기계음이 들려왔다.
"주인님, 택배가 도착하였습니다. 송신자는 Copy Bio입니다."
"받아 가지고 와."
집사 로봇이 가져온 커다란 택배 상자 앞에서, Yuni는 다소 흥분되는 듯 심호흡을 서너 차례하고 나서야 포장을 뜯기 시작했다. 상자 속에는 복제 인간 하나가 우두커니 서서 희미한 동공으로 Yuni를 바라보고 있었다. Yuni는 떨리는 손으로 복제 인간의 얼굴을 만지며 흐느끼듯 말했다.



기다렸어. 얼마나 보고 싶었다고. 영원히 내 두 눈으로 직접 볼 수는 없을 줄 알았던 너. 사랑해."

Yuni는 서서히 다가가 복제 인간에게 깊이 입을 맞추었다. 두 사람의 입술은 너무 닮아있어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고, 그 복제 인간은 다름 아닌 Yuni 자신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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