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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서와요.
 니스나스의 울타리 안에 들어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자, 그렇게 여기저기 둘러보지 말고 자리에 앉도록 하세요. 편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지요? 물푸레나무로 만든 흔들의자여요. 이곳에 오는 손님들은 저 자리를 좋아한답니다. 아아, 투알란이 있군요! 쉿, 저리 가! 버르장머리 없는 고양이 같으니라고.
 자자, 어서 앉으세요. 고양이 털 투성이라 기분나빠하는 손님들도 있으시지만 삼색 고양이의 털은 행운을 가져다주는 부적이랍니다. 뭐, 믿지 않으셔도 상관없고요.
 투알란?
 그래요, 전설 속의 유명한 마녀에게서 이름을 따왔지요.
 알고 계시지요? 저 현명한 왕 아나르틴이 곁에 두고 모든 것을 의논했다던 달의 마녀지요. 그녀는 위대한 마법사 서클의 우두머리였고 밤과 혼인한 어둠의 여왕이었답니다. 아무에게나 말할 수는 없는 이야기지만, 나 역시 투알란의 혈통을 이어받았어요.
 그렇게 놀라시다니. 내가 그녀의 후손이냐고요?
 아니, 저런. 손님은 역시 마법사들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시는군요!
 마법사들의 혈통은 혼인과 핏줄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랍니다. 우리들은 계승과 마력으로 묶여진 존재여요. 그러니 저 대단한 노마법사 우리브엘이 투알란의 새파랗게 어린 딸 티란트라의 아들이 되었지요.
 으음, 여기서 복잡한 가문 자랑을 하자면 끝이 없을테니 수다는 그만 두자고요.
 하여간, 티란트라는 13세에 대마녀 투알란의 수양딸이 되어서 그녀의 마력을 모두 전수 받았답니다. 투알란이 비밀리에 지켜오던 달의 의식과 레서피(recipe)는 물론이고요. 그리고 역시 아무에게나 말할 수는 없는 이야기지만, 혼(魂)의 일부라 할 수 있는 플루세스도 받은 거여요.
 플루세스가 뭐냐고요? 아하, 그것까지는 말씀드릴 수 없어요. 가업기밀이니까요.
 흠, 이야기가 길어졌다만, 대마녀 투알란의 혈통은 티란트라에게 이어졌고, 티란트라는 북풍의 노마법사 우리브엘과 은둔자 세알라하, 이 두 아들을 두었지요.
 그리고 세알라하에게서 몇 대를 거쳐서 니스나스에게 이어지고요.
 예. 내가 바로 니스나스의 이름을 받은 자예요.
 그렇게 놀란 눈으로 보실 것 없어요. 보아하니 손님은 마력을 지닌 존재들에 대해서는 많이 듣지 못한 모양이로군요.
 뭐, 이상할 것도 없지. 성왕(聖王) 베르사가 즉위한 이후로 우리들은 이 땅에 발붙이기 어려워졌으니까요. 마법사나 위대한 마녀들은 전설의 저 너머로 사라져 버렸지요.
 솔직히 말하건데, 결혼도 하지 않고 마음대로 살다가 마력으로 이어진 혈통 관계를 만든다는게 성직자들에게는 망측하게 보일 수밖에 없지요. 흥, 하지만 자기들도 티란트라와 우리브엘이 마력으로 은신(隱身)의 숲을 지켜준 덕택에 살아났던 주제에.
 사실이잖아요. 타브롤의 이교도들이 쳐들어왔을 때 성직자들과 왕이 은신의 숲으로 몸을 숨기지 않았다면 이미 이 나라는 오래 전에 무너졌을걸요. 우리 모두 붉은 수염의 신을 섬기게 되었을지 누가 아나요.
 아아, 내 정신 좀 봐.
 하여간, 손님은 운이 좋으신 거여요.
 마녀나 마법사, 우리들 마력을 지닌 자들은 결계를 치고 숲 속 깊숙이 숨어버렸으니까요. 이제 여간해서는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찾아낼 수 없게 되었지요.
 우리들은 언제나 마을, 도시, 성 주변에 살고 있어요. 우리도 식료품을 먹고는 살아야 하거든요. 인간이 사는 곳을 떠나지는 않아요. 하지만 우리 쪽에서 먼저 문을 여는 일은 없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이상한 일이죠?
 위대한 어머니 투알란의 인도는 예상치 못한 만남을 인도하고는 하지요.
 손님처럼 말이어요. 간절한 소망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 가끔 결계 안으로 들어오는 일이 있거든요.
 숲을 걷다가, 호숫가를 지나다가, 문득 걸음을 멈출 때.
 누군가 귀기울여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 자신도 모르게 소리내어 소원을 빌고 싶을 때 우리들은 그곳에 있어요.
 그러니 손님이 품고 있는 간절한 소망이 손님을 이곳으로 데려온 것이지요.
 자, 이제 아셨나요?
 투알란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언제나 환영이어요. 자리에서 편하게 쉬세요. 곧 차를 내오도록 할게요.
 그동안 구경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마음대로 보도록 하세요. 하지만 맛을 보거나 냄새를 맡지는 마세요! 뚜껑을 열어도 안돼요.
 독초들이나 금지된 주문이 담긴 항아리가 섞여 있거든요.
 무서운가 보군요. 후후후. 하지만 제 말만 어기지 않으면 괜찮아요. 성직자 노인네들이 거품 물고 역설하는 것처럼 마법이란 다른 사람을 해치기 위한 것이 아니거든요.
 마법은, 도와주는 힘이지요. 의지가 있는 사람을 말이어요.
 아아, 그렇다고 함부로 만지면 안 돼요!


 향기가 좋지요?
 그믐날 달빛을 받은 이슬만으로 키운 허브로 끓인 차랍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명상을 하는데 도움이 되는 차예요. 나도 혼자 있을 때 자주 마시고는 한답니다. 그러면 주문을 외우는데 좋거든요.
 쉿, 투알란! 저리 비켜! 이 자리는 손님 의자라고 말했잖아.
 휴우, 말 안 듣는 동물들을 다루는 것도 힘든 일이어요. 하지만 고양이들은 민감해서 마력이라는 것을 곧잘 이해하고는 한답니다. 어떨 때는 사람보다도 말이지요.
 내가 고양이처럼 발소리도 없이 걷는다고요?
 이것도 모두 훈련에 의한 것이랍니다. 훈련은 성직자들만 받는 것이 아니지요. 아아, 용서하시길. 모든 것을 성직자와 비교하는 나쁜 버릇은 어쩔 수가 없거든요. 고약한 마녀의 피해망상이라고 여겨 주세요.
 그래요. 아직 하늘에 달이 있을 때 깨어나서 찬물로 몸을 씻지요. 그리고 성직자들이 새벽 기도와 찬양가로 태양을 맞을 때, 우리들은 별자리를 공부하고 달의 흐름을 읽는답니다. 그리고 막 해가 뜨는 순간 어둠과 빛을 고루 먹은 약초를 따지요.
 나처럼 중급 이상의 마법사가 되려면 꽤 오랜 동안 수업을 해야 해요. 그건 꽤 외로운 일이어요. 누구와도 함께 하지 않고 자신이 전수 받은 마력과 지식만을 갈고 닦는 시간이니까요.
 그래서 더욱 소원을 지닌 사람에게 집착하는 지도 모르겠어요.
 계약을 통해서 누군가와 연결될 수 있도록.

  
 자, 너무 수다가 길었군요.
 그럼 용건을 들어볼까요?
 손님은 무언가 바라는 것이 있어서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이겠지요? 마녀의 마법 서클은 꽤나 강력해서 우연이란 존재할 수 없거든요. 그러니 손님이 이곳에 오게 된 것도 일종의 필연이랄까요? 뭐, 누군가는 낭만적으로 운명이라고 표현한다만.
 망설이시는군요. 이해해요. 자, 시간은 충분해요.
 그동안 난 담배라도 피우면서 기다리지요.
 청동 장식이 달린 이 긴 담뱃대는 내가 아끼는 것 중 하나지요. 내 선대 마녀, 즉 마력의 어머니라 할 수 있는 데스티아의 것이었거든요.
 그녀는 지금 어디에 있느냐?. 음, 어려운 질문이로군요.
 마법사나 마녀는 함께 모여 있지 않아요. 자신의 뒤를 이을 후손이 생기면 전수할 것만 전하고 즉시 떠나지요. 목적지도 밝히지 않고. 어미새가 둥지를 떠나듯 그렇게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버리는 것이랍니다.
 그것이 언제인지부터 모르게 계율처럼 되어 버렸어요. 왜 그런지는 나도 잘 몰라요. 글쎄, 단지 비슷한 힘을 지닌 이들이 함께 있으면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게 될까봐 그런 것이 아닐까 해요. 마력이란 것이 결국 인간의 것이 아닌 힘을 빌리는 것이니까요.
 이제 결정을 하셨나요?
 뭘 바라고 있었는지 생각이 났나요?
 그렇다면 이제 계약을 하도록 하지요.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그것이 마녀들이 아직 인간의 곁에 존재하는 이유여요.


 음, 손님같이 젊은 남자분이 길을 잃고 마녀의 울타리 안까지 흘러들어올 정도로 만들 소원이라. 그것이라면 단 하나밖에 없지요! 안 그런가요? 내가 한번 맞춰보지요.
 딩동댕. 바로 사랑에 빠졌군요!
 아아, 이해해요. 이해한다고요. 이미 인간의 일상사에서 벗어난 마법사들이라 해도 인간들의 열정이나 낭만을 모를 리가 있나요. 절대 비웃는 것이 아니랍니다!
 손님의 마음을 사로잡은 상대는 그녀.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푸른 눈의 처녀로군요. 말해봐요, 연인이여.
 그녀의 목소리는 봄을 가져오는 남풍보다 더 따뜻한가요? 그녀의 눈동자는 빙하 녹은 호수보다 더 맑고 푸른가요? 그녀의 손길은? 아아, 그녀의 작은 손이 닿을 때마다 어쩔 줄 몰라하는 심장의 비명소리가 들리네요.

사랑보다 강한 마법은 없다네.
사랑의 맹세보다 더한 기적은 없다네.
그것은 맹렬한 고통, 그것은 굶주린 불길.
그것이 하얀 뼈를 삭혀도
붉은 심장만이 남아 노래하리라.

 연인들을 위한 시여요. 위대한 시인이기도 했던 은둔자 세알라하의 노래랍니다.
 아니, 아니, 그렇게 얼굴이 빨개져서 고개를 젓다니!
 괜찮아요. 나는 보기보다 나이가 많답니다. 내게도 내로라하는 마법사들이 앞다투어 구혼하던 시절이 있었지요. 지금도 그렇긴 하다만.
 자, 그럼 손님에게 필요한 것은 단 하나로군요!
 ‘사랑의 묘약’.
 들어본 일이 있겠지요? 연인들을 밤새 설레게 해 잠 못 이루게 한다는 소문난 명약이랍니다. 일루사치아 여왕도 이 묘약의 도움을 받아 북 에테올의 제왕 티타노스의 마음을 훔쳤지요. 손님이라고 왜 못하겠어요!
 내 실력을 믿으세요. 말씀드렸듯 난 투알란의 계보를 이었어요.
 바다 건너의 마술사들이 침을 줄줄 흘리며 매달려도 줄 수 없는 귀중한 영약들. 그 레시피를 지니고 있다고요. 사실 마법 수련은 혹독하지만 그것을 이겨낸 자들에게는 보상이 주어지지요.
 엇, 믿을 수 없다는 눈이네요.
 믿든 믿지 않든 상관없어요. 마녀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요.
 사랑의 묘약.
 단 한 방울로 심장을 뜨겁게 달구고 사랑의 밀어(密語)로 가슴을 채운답니다.
 제비꽃처럼 달콤한 그 아가씨께 한번 시험해 보신다면?
  

 좋아요.
 손님을 위해 사랑의 묘약을 만들어 드리지요. 이제 계약을 하도록 해요.
 저런, 겁먹은 눈이네요. 아마도 성직자들이 마법사들과의 계약이 이러쿵저러쿵, 영혼을 마귀에게 팔아버리네, 돼지머리로 변하게 되네, 마녀의 노예가 되네 그렇게 온갖 겁을 다 주고 협박을 했겠죠?
 아하하, 우스워라! 고지식한 멍청이들 같으니라고. 아, 실례.
 계약이란 것은 두 사람 간의 약속이어요. 손님도 하루에도 몇 번씩 약속을 하지 않나요? 예를 들어 여동생을 위해 여우털을 구해다 주겠다든지, 술내기에서 지면 외상값을 모두 물겠다든지. 안 그래요?
 그런데 그 약속을 얼마나 지키나요? 여동생은 눈빠지게 기다리다 지쳐 빗자루로 손님의 엉덩이를 후려치고 술집 주인은 손님의 얼굴만 봐도 험악한 눈매가 되겠지요?
 다 그런 것이어요. 마법의 계약도 그런 사소한 약속들과 마찬가지랍니다.
 단, 계약은 반드시 지켜져야만 하는 약속이어요. 그걸 위해서 담보를 걸 뿐이어요.
 마법사는 소원을 이루어주고, 그 대신 담보로 내건 것을 가져가는 겁니다.
 뭐라고요? 담보로 무엇을 걸어야 하냐고요?
 그야 손님이 원하든 대로 하셔야죠. 아, 참고로 생피라든가 살아있는 아기 같은 것은 이쪽에서 사양하고 싶군요. 생피나 아기 따위를 가져다가 대체 어디에 쓴단 말이어요?


 그래요. 눈을 감고 소원을 비세요.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이걸 걸어도 좋아, 라고 생각하는 것을 대가로 주세요. 대가가 크면 클수록 소원이 이루어지는 힘도 커져요. 그만큼 손님의 마음이 간절하다는 뜻이거든요.
 음, 아무래도 모르겠다는 얼굴이네요.
 그럼 이렇게 하도록 해요.
 난 손님을 위해 사랑의 묘약을 만들도록 하지요. 대신, 손님은 손님의 시간을 조금 내게 주세요.
 여름 바람과 상쾌한 아침의 햇살, 그 행복한 시간을 조금만 마녀에게 전해주세요.
 뭐, 많이는 필요 없고 손톱이 조금 길 시간, 머리카락이 자랄 만큼의 시간이면 되어요. 그 증표로 손님의 손톱과 머리카락을 좀 가져가도록 하지요.
 계약 성립. 좋아요, 이제부터 묘약을 만들기로 해요!

린디린 린디린 디리린
디리딘 디리딘 리리딘
숲 속의 마녀는 착한 마녀.
굴뚝의 재를 털어주고 구두 속에 풀을 채워주지.
그래도 아무도 그녀가 한 일을
몰라준다네.
불쌍하고 우스꽝스럽기도 해라.
숲 속에 사는 마녀는 외로운 마녀.

 자, 끓는 약초물에 소원을 담아 재료를 섞어요.
 향긋한 달의 향초, 고고한 절벽에 홀로 피어난 세스프리 꽃, 말린 에가이 이파리와 뿌리. 아, 이건 비밀인데 에가이 뿌리를 조금 달여 마시면 최음제가 된답니다. 하지만 욕심을 내서 그 이상의 것을 바란다면 큰일이 나요!
 잘 저어서 걸죽하게 끓기 시작하면 이제 본격적으로 약을 만들게 되지요.
 사랑하고 소망하는 마음을 담은 주문과 함께. 이 주문은 재료들에 담긴 정령들을 불러내 조화시켜 새로운 물질을 만들게 해 주는 역할을 해요. 그러니 부글부글 끓는 가마솥 안을 휘휘 내저으며 뭔가 중얼중얼거리는 여인들을 보면 친절하게 해줘요. 실성한 게 아니라 마법의 주문을 외우는 거라고요.
 투명한 렌드리 호수의 눈물, 시간의 모래, 성장하는 나무들.
 좋은 향이 되거라. 착한 약이 되거라.
 자아, 이리온, 투알란. 네 털이 필요하단다.
 이런 버릇없는 고양이 같으니라고. 네 삼색 털을 넣어야만 약이 된단 말이야.
 모두 넣고 휘저어요. 눈이 빙글빙글 돌 때까지.
 꼭 모닥불 주위에서 춤추는 원무 같지 않나요? 돌고 돌고 돌고 돌고…….
 자, 충분히 저었으면 다음에는 노루 사향과 고래 지느러미, 백년간 햇빛을 보지 않은 돌덩어리. 조심하세요! 불꽃이 튈 거여요!
 이걸 걸러내어 위에 뜬 맑은 물만 건져내도록 해요. 그리고 이슬먹인 아돌란 꽃잎을 하나 띄우면 완성! 자, 보세요.
 얼마나 황홀한 붉은빛인지. 꼭 심장에 흐르는 가장 열정적인 피 같지요?
 손님이 원하시는 사랑의 묘약이 드디어 완성되었어요. 크리스탈 병에 넣어 드릴테니 기회를 보아 아가씨의 포도주 잔에 타도록 하세요. 맛? 걱정마세요. 포도주를 더욱 향긋하게 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맛도 향도 없을 테니까요.
 포도주의 마지막 한 방울을 비우자마자, 아가씨의 차가운 마음은 서서히 녹기 시작할 거여요.
 아가씨는 손님 쪽을 바라보고, 눈을 두어 번 깜박거리고, 이 사람이 이렇게나 매력적이었나 하고 놀랄 거여요.
 친절하게 말을 걸며 다가가면 아가씨는 부끄러운 듯 눈을 내리깔며 작은 목소리로 ‘네’라고 대답하겠지요. 아가씨의 심장 고동은 빨라지고 손님이 어깨에 손을 얹을 때 부드럽게 몸을 떨 겁니다.
 아무것도 아니던 세상은 전부가 되고, 의미 없던 햇살 하나조차도 노래하는 것처럼 보이죠. 아가씨의 시선은 손님에게서 떠날 줄 모르겠지요. 그건 손님도 마찬가지예요.
 사랑이란 마법은 두 사람 모두에게 걸리는 것이니까요.
 자, 어서 이것을 품고 가세요.
 마법의 효과가 사라지기 전에 서둘러 아가씨에게 먹이세요. 그러면 두 사람은 영원히 사랑을 맹세하고 행복해 질 거예요.
 행운을 빕니다.


 어서오세요.
 니스나스의 울타리 안에 들어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손님은 운이 좋군요, 마법의 결계를 뚫고 이곳까지 오다니.
 아니, 그러고 보니 손님은 낯이 익군요. 어쩐 일이죠? 그렇게 화가 나서 씩씩거리는 표정이라니. 가만가만, 잠깐만 기다려 봐요.
 이제 생각났다! 손님은 그때 사랑의 묘약을 만들어 가신 분이로군요!
 그래요, 묘약은 효과가 있던가요? 아가씨와 사랑이 이루어졌나요?
 저런, 물어도 소용이 없겠군요. 그 화가 잔뜩 난 표정이라니. 그러지 말고 차근히 이야기를 해보세요. 대체 뭐가 문제였지요? 약의 효과는 확실해요.
 물론, 잊고 말하지 못한 부작용이 있긴 하지만. 예를 들어 아가씨가 약을 마시고 손님이 아닌 다른 남자를 본다던가, 아, 재수없게도 어떤 아가씨는 이 약이 맞지 않아서 죽을 때까지 깔깔거리고 웃기만 했던 적도 있지요.
 설마 이번에도 그런 일이?
 아니라고요? 그럼 대체 무엇 때문에? 네?
 아가씨가 고양이 알레르기였다고요?!
 잠깐만요, 진정해 보세요. 사정이 그렇게 되었군요. 아가씨가 고양이털에 알레르기가 있는지라, 포도주 잔을 가까이 가져가자마자 미친 듯이 재채기를 하기 시작했단 말이네요. 절대 멈추지 않고, 좀 진정되어 포도주를 마시려 잔을 가져가면 또다시 무섭게 재채기를 하고―――.
 결국 파티는 엉망이 되어 아가씨가 화가 나 버렸군요. 이런.
 오, 이런.
 너무 낙담하지 말아요. 약 자체는 완벽해요. 예, 예, 한두 가지 부작용만 빼면요. 그런데 역시 마시지도 못하니 아무 소용이 없네요. 그럼 저도 어쩔 수 없답니다. 약에는 고양이털이 꼭 들어가야 하거든요.
 아가씨가 알레르기를 고치든지 아니면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는 ‘오, 놀라워라’ 고양이를 찾기 전에는 손쓸 도리가 없겠네요.
 기운내요. 환불해 드리도록 할테니.
 뭐, 산다는 게 다 그런 게 아니겠어요? 사랑이란 게 사람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쉽다면 세상의 모든 연인들은 다 이루어지게요?

 다 그런 법이지요.



김유정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 심리학과를 졸업했다. 장편소설 [영혼의 물고기]로 2000년 제1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결코 끝나지 않는다는 도시괴담이 전해지는 장편소설 [하이어리데스]와 [마비노기온]을 쓰다가 휴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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