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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용 죽겠지, 김용. 너 학교 뒤에 있는 우물에서 줏어왔대매?"
"됐어, 꺼지시지."
"니 동생은 거북이라매?"
아, 또 시작입니다. 학교에 가기만 하면 단골로 나를 놀려대는 애들입니다. 정말 웃기지도 않습니다. 내가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의 반쯤은 저 애들과 실랑이를 하는 데 보내는 것 같습니다. 정말 지겹습니다. 쟤네들은 대체 언제쯤 철이 들까요.
사실 내 이름이 조금 특이하기는 합니다. 김용이라고 합니다. 외자에요. 여기까지는 아무 것도 이상할 점이 없습니다. 내가 다니는 학교 이름이 김용초등학교라는 것만 빼고요. 그리고 내가 여자애라는 것도 빼고 말입니다.
내가 일곱살 때 우리 집에 '취학통지서'가 날아왔습니다. 위 어린이는 무슨무슨법 몇몇조에 의하여 김용초등학교에 배정되었사오니 이 날짜까지 학교에 보내주시가 바랍니다. 그렇게 써 있었습니다. 동장님 도장이 꽝 찍힌 그 종이조각을 받고 나는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대체 왜 학교 이름이 내 이름하고 똑같은 건가요. 나는 김용초등학교에 가지 않으려고 온갖 노력을 다 기울였습니다. 엄마한테 이사가게 해달라고 떼를 써보고, 학교에 안 가고 집에서 공부하겠다고 고집을 부려보고, 이름을 바꿔달라고도 졸라보았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우리 집 전세계약이 아직 일년 반이나 남았으므로 이사는 안 될 일이고, 엄마아빠가 직장에 나가야 하기 때문에 집에서 공부하는 것도 역시 안 될 일이며, 이름을 바꾸는 것은 절차가 오래 걸리니 일단 학교에 가고 나서 생각해보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습니다. 이름을 바꾼다고 하면 아빠가 절대 안 된다고 할 거라는 걸요. 어렸을 때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내 친구들 이름은 다 진희, 은영이, 연정이같은 이름인데, 왜 난 용이냐고요. 그러자 아빠는 내 이름은 아주 귀한 이름이며, 왕이 될 사람에게만 지어주는 이름이기 때문에, 부끄러워 할 필요가 없다고 했습니다. 우리 아빠 이름은 김 구병인데, 그건 아빠가 아홉째라 그렇다면서 아빠 형이랑 누나들은 전부 일병 이병 삼병 사병 오병 육병 칠병 팔병이라고 했습니다.
그 말을 옆에서 듣던 엄마가 픽 웃었습니다.
"야, 용이 니가 내 뱃속에 있을 때 니네 아빠가 너 아들이 틀림 없을거라면서 이름도 미리 지어놨어. 맨날 배 만지면서 우리 아들 빨리 나와라 용이야 용이야 그러더니 막상 너 태어나니까 병원 바닥에 주저앉았던 거 알아? 딸이라고. 기다리기 지루하다고 다방에 가서 맥주 마시면서 축구 보다가 한참 뒤에 올라왔으면서."
'병원 바닥'이라는 말이 나올 때부터 아빠는 팔을 휘휘 저으면서 아니라고, 내가 용이 너 태어났을 때 딸이란 말 듣고 얼마나 좋았는지 만세를 불렀다고 그러는데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보배 이모가 왔을 때 물어봤습니다. 보배 이모는 엄마의 동생인데, 나랑은 열한 살 밖에 차이가 안 납니다. 내가 태어났을 때 보배 이모는 나랑 똑같이 열한 살이었는데, 열한 살은 완전히 어른은 아니지만 아주 애도 아닙니다. 그래도 믿을 만한 나이라고는 할 수 있습니다.
보배 이모가 기억하기로는 내가 태어날 때 엄마는 얼굴의 핏줄이 다 터질 때까지 밤 새도록 힘을 줬다고 합니다. 그래서 보배 이모는 너무 졸려가지고 병원 복도 의자에 누워 잠들어버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모가 잠에서 깼을 때는 내가 벌써 내가 태어난지 몇 시간이나 지나버렸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보배 이모는 우리 아빠가 병원 바닥에 주저앉았는지 만세를 불렀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대신 이모는 할머니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할머니는 우리 엄마의 엄마인데, 내가 태어났을 때는 너무 좋아서 엉엉 울었다고 합니다. 얼마나 좋으셨던지 보배 이모가 그만 어딨는지도 까먹고 병원에 두고 가버렸대요. 그래서 보배 이모는 너무 슬퍼서 병원 화장실에서 엉엉 울었다고 했습니다.
"아마 손톱 때문에 그랬을 거야."
이모가 샐쭉한 눈을 하고 내 엄지손가락을 살짝 꼬집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애들이 날 놀리는 이유는 이름 말고도 또 있습니다. 내 엄지손가락은 아주 납작하고 뚱뚱합니다. 그리고 손톱은 자라다 만 것 처럼, 짧고 옆으로 깁니다. 애들이 '여기여기 붙어라'하고 모일 때나 제로를 할 때 내 엄지는 발가락 같다고 치우라고 밀어버립니다. 그리고 과학 시간에 우리 몸에 대해서 공부할 때 박태경이라는 남자애가 '김용은요, 손가락이 이상해요. 기형인가봐요.'라고 해서 내가 한 대 때려준 적도 있습니다.

누에머리손톱
: 너비에 비해 길이가 퍽 짧은 손톱


하지만 우리 할머니는 내 손톱을 세상에서 제일 귀한 손톱이라면서 아주아주 이뻐합니다. 할머니 엄지손톱도 나처럼 납작하고 뚱뚱하거든요. 엄마랑 이모랑은 전부 보통 손톱을 갖고 있는데 나만 이렇습니다. 할머니는 우리 집에 오실 때마다 '우리 강아지 누에머리는 잘 있나'하면서 따뜻한 물을 떠오셔서는 제 손을 물에 불린 뒤에 직접 손톱을 깎아주십니다. 엄마는 할머니가 그러시는 걸 볼 때마다 '엄마는 왜 맨날 그걸 갖고 유난이시우.'라면서 삐쭉한 입을 합니다. 할머니는 엄마가 그러거나 말거나 제 손톱을 보면서 웃기만 하십니다.
우리 할머니는 아주 멋진 분입니다. 시골에 있는 나무집에서 사시는데, 할머니 집 주변에는 할머니 친구들이 많이 삽니다. 할머니는 거기를 '공동체'라고 부릅니다.
"할머니는 왜 우리하고 안 살고 '공동체'에서 살아요?"
"할머니 마음 속에 뜻이 있어서 그래. 뜻이 통하는 사람들하고 함께 살고 싶어서 그러지."
"뜻이 뭔데요?"
"세상을 도우려고 하는 사람들 마음 속에 있는 게 뜻이야."
"어떻게 하면 세상을 도울 수 있는데요?"
"그건, 사람마다 다 달라. 용이도 한번 찾아봐."
나는 진짜 열심히 고민해서 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저금했던 돈을 시베리아 호랑이 보호를 위한 단체에 보냈습니다. 얼마 전에 밀렵꾼들이랑 가축 치는 사람들이 호랑이를 맘대로 쏴죽여서 호랑이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다큐멘터리를 봤기 때문입니다. 엄마는 내 얘기를 듣더니 '엄마 생일날에는 종이장미꽃만 접어주더니 호랑이한테는 돈을 보내니?'하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엄마는 멸종 위기에 처하지 않았기 때문에 괜찮지 않냐'고 했더니 엄마는 이상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치만 할머니는 그 얘기를 들으시더니 제 말이 맞다고 하셨습니다. '인간들은 너무 쓸데없이 많다'고요.

1. 누에머리인의 특징
: 손재주가 좋다.


방학이 되면 할머니네로 놀러갑니다. 할머니 집은 나무로 된 집인데 할머니가 직접 지은 겁니다. 우리 집 거실에 있는 장판처럼 무늬만 나무인 게 아니라 진짜 나무로 된 집입니다. 가구들도 전부 할머니가 직접 만든 것들입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할머니 침대입니다. 그 침대는 리모콘으로 누르면 천장으로 올라갑니다! 하지만 침대가 내려올 때 그 밑에 있으면 좀 위험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할머니네 집에 TV도 없고 동네에 놀이터도 없다는 말을 듣고 심심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가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공동체'의 밭에는 수박하고 토마토가 잔뜩 있어서 그걸 따오는 게 내 임무입니다. 너무너무나 많고 빨리 따지 않으면 썩거나 곯아버리기 때문에 먹어주는 게 도와주는 거라고 합니다. 그래서 여름만 되면 나는 수박을 물 대신 먹습니다. 해가 뜨거울 때는 저수지에서 물놀이도 합니다. 털이 북실북실한 삽살개를 데리고 산책을 가는 것도 내가 할 일입니다. 엄마는 동물을 싫어해서 절대로 개나 고양이를 집에서 못 기르게 하기 때문에 나는 할머니네 가야만 개들과 놀 수 있습니다. 그리고요, '공동체'에 가면 내가 좋아하는 야영도 실컷 할 수 있습니다. '공동체'에 사는 아이들하고 해뜨미에 올라가서 며칠밤씩 자면서 우리끼리 밥도 만들어먹고 그럽니다.
해뜨미는 마을에서 해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언덕인데, 옛날에 살던 사람들이 버리고 간 폐가밖에 없는 곳입니다. 그런데 야영을 할 때 비가 오면 물이 들이쳐서 감기에 걸리고 그랬습니다. 그래서 작년에는 애들끼리만 폐가에 있던 쓰레기를 모두 치우고 벽에 황토진흙을 새로 발라서 우리 아지트로 만들었습니다. 어른들은 못 들어오게 문을 아주 작게 만들었습니다. 안에는 할머니가 만들어 준 나무침대를 들여 놓았는데, 문이 너무 작아서 못 들어갈 뻔 했지만 할머니가 전부 분해한 뒤에 우리에게 조립하는 법을 알려 주었습니다. 할머니가 만든 가구들은 전부 못을 쓰지 않고 끼워맞추는 거기 때문에 할 수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자기 집도 레고처럼 만들었다면서, 나중에 이사갈 때는 하나씩 빼서 옮겨다가 다시 맞추면 된다고 했습니다. 내가 학교에 가서 이 이야기를 하자 아무도 믿지 않았습니다. 집을 가지고 이사를 간다니 말도 안된다는 겁니다. 그치만 할머니네 집을 잘 보면 끼워맞춘 데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진짜입니다.
할머니네 집에서는 밤이 되면 집의 불을 다 끄고 마당에 의자를 갖다놓습니다. 그리고 가만히 있으면 깜빡, 깜빡하고 반딧불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마치 하늘에 있는 별들이 조용히 땅으로 내려온 것만 같습니다. 반딧불은 수컷만 빛을 냅니다. 반딧불이 빛을 내는 이유는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서 입니다. 하지만 도시에 있는 반딧불 암컷은 같은 반딧불보다는 가로등을 더 좋아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새끼를 낳지 못해서 금방 없어져버린다는 겁니다. 우리 학교에서 반딧불을 진짜로 본 사람은 나밖에 없습니다. 할머니네 집 마당에서는 반딧불 수십마리가 나타나는데, 제일 많이 봤을 때는 뒷산 전체에서 수천마리가 동시에 깜빡였을 때였습니다. 나는 너무 놀라서 마당을 펄쩍펄쩍 뛰어다녔습니다. 내가 '크리스마스 트리 같다'고 하자 할머니는 트리가 반딧불을 흉내낸 거라고 했습니다. 내가 학교에 가서 뒷산 크기만한 반딧불 트리를 봤다고 하자 아무도 안 믿었습니다. 하지만 이건 진짜 내가 본 사실입니다.
이번 여름방학 때는 엄마아빠가 휴가를 같이 낼 수가 없었기 때문에 보배 이모가 날 데리고 할머니네로 갔습니다. 보배 이모가 우리 집에 놀러온 적은 많았지만 이모랑 단 둘이서 어디를 가보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이모는 나랑 나이가 별로 멀지 않아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차를 탈 때 내가 좋아하는 치즈 샌드위치랑 커피우유를 사 주었습니다. 엄마는 맨날 김밥하고 흰우유만 사줍니다. 그리고 이모는 기차에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나보고 절대 무릎에 앉으라거나 일어나 있으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여기는 좌석표를 끊어서 오는 데니까 자리를 양보할 필요가 없다고요.
할머니네는 기차를 타고 아주아주 오래 가야 했기 때문에 보배 이모랑 나는 얘기를 아주아주 많이 했습니다. 이모는 이모네 대학 얘기, 이모 남자친구 이야기, 이모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나도 우리 학교 얘기랑 맨날 같이 밥 먹는 친구 얘기랑 내 장래희망 얘기를 했습니다. 우리 얘기가 다 떨어지자 이모랑 나는 엄마랑 아빠랑 할머니랑 얘기를 했습니다. 내가 엄마 멸종 위기 얘기를 했더니 이모는 기차에서 데굴데굴 구르면서 웃었습니다.
"너네 엄마 되게 섭섭했을 거야."
"그래도 난 호랑이보다 엄마가 좋아."
"그거 말고, 니가 할머니 말만 듣는 거 말야."
"할머니 좋아하는 게 뭐가 나빠?"
"너네 엄마는 할머니한테 섭섭한 게 많단말야. 어렸을 땐 고아인 줄 알았대. 할머니가 일본에 가 있어서."
"할머니가 일본에 갔었어?"
갑자기 보배 이모는 날 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잠깐 고개를 돌렸다가, 내 눈을 뚫어지게 보는 것입니다.
"응? 이모 왜 그래. 할머니가 일본에 왜 갔어?"
이모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습니다. 보배 이모가 저러는 건 화가 났거나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럴 때 캐물으면 안 됩니다. 예전에 이모가 나랑 같이 살 때 집을 나가려고 몰래 짐 싸는 걸 보고 캐물었다가 우리 엄마한테 들켜서 이모는 한 달동안 나랑 말도 안했습니다. 지금은 기차에 있으니까 이번엔 날 두고 내려버릴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나는 할머니댁 전화번호를 떠올리고 있었습니다. 보배 이모가 가 버리면 전화해서 날 데리러 오시라고 하려구요.
"너, 이 얘기는 아무한테도 하면 안 된다?"
나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너네 엄마 아버지랑, 우리 아버지는 다른 사람이야. 그리구 일본에 용이 삼촌이 하나 있어. 삼촌 아버지도 다른 사람인데, 일본인이야."
나는 너무 놀라버렸습니다. 그 얘기는 나한테 할아버지가 세 분이나 있다는 거잖아요. 그리고 가족 중에 외국인이 있었다니! 삼촌이 있다는 얘기는 한 번도 못 들어보았습니다. 할머니가 일본어를 잘 하시긴 하지만 일제시대때 살았던 사람들은 다 일본어를 할 줄 안다고 했기 때문에 그런 줄만 알았습니다.
보배 이모는 그것만 얘기하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기차가 썰렁하게 느껴졌습니다. 기찻간에 매점 아저씨가 과자와 음료수를 가득 싣고 지나갔습니다. 나는 빼빼로랑 주스를 먹고 싶었지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2. 누에머리인의 특징
: 바람기가 많다.


기차에서 내리자 이모는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다시 쾌활해졌습니다. 나는 안심이 되어서 할머니네 전화번호 외우는 걸 그만 하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한 시간 넘게 시골로 들어갔습니다. 점점 집들이 없어지고 나무가 많아지면서 벌레소리가 커지면 거의 다 왔다는 뜻입니다. 버스 가득 탔던 할머니들이랑 할아버지들이 다 내리고 이모랑 나만 한참을 더 가야 합니다. 정류장에 도착하니 할머니가 우릴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흙먼지가 이는 꼬불꼬불한 길을 한참 걸어들어가면 설매당이 나옵니다. 설매당은 할머니네 집 이름입니다. 내가 학교에서 '우리 할머니 집에는 이름이 있다'고 했더니 애들이 막 웃었습니다. 나는 엄마한테 우리도 집에도 이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삼성아파트 이백삼동 오백육호 말고요. 그치만 엄마는 내 말을 듣고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보배 이모랑 나는 수박도 따고, 깻잎도 따고, 툇마루에서 밥도 먹고 반딧불이랑 은하수도 봤습니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했던 거지만 매번 느낌이 다릅니다. 할머니는 그 사이에 내가 훌쩍 자라서 그런 거라고 했습니다. 나는 작년보다 5센티가 더 컸습니다. 할머니는 그러면 하늘에 5센티 더 가까워진 거라고 하셨습니다.
보배 이모는 이틀 동안 더 있다가 서울로 올라갔습니다. 이모는 더 있고 싶어했지만 아르바이트가 있어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보배 이모는 자기가 돈을 벌어서 집세도 내고, 등록금도 내고, 책도 사요. 엄마도 그렇게 했다고 합니다. 할머니도 그렇게 했다고 합니다.
"난 열여섯 살 때부터 돈을 벌었거든."
"우와! 진짜요?"
"그러니까 용이도 그렇게 해. 그래야 엄마아빠 잔소리 안 듣고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 수 있어."
"근데 할머니는 어떻게 돈을 버셨어요?"
그러자 할머니는 날 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는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셨습니다. 보배 이모랑 똑같이 커다랗고 새까만 눈입니다. 할머니는 항상 내 눈을 똑바로 보고 말해주십니다. 커다랗게 쌍꺼풀이 지고 부드럽게 주름진 할머니의 눈을 보고 있으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할머니는 한참을 그렇게 지그시 날 쳐다보시더니 이윽고 입을 여셨습니다.
"기생집에서 일을 했지."
그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하늘을 쳐다보셨습니다. 하늘에는 보름달이 환하게 떠 있었습니다. 가로등이 없어도 주변이 다 보일 정도로 밝은 달이었습니다. 할머니는 그 달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한참을 그렇게 서 계셨습니다. 나도 옆에서 달을 바라보았습니다. 달은 아주 예뻤지만 나는 금새 다리가 저리고 추워졌습니다.
"용이야, 씻고 옷 갈아입은 다음에 다락방으로 올라와라."
다락방! 다락방이라니! 거기에 올라갈 수 있다니요! 다락방은 할머니의 비밀 장소입니다. 숨겨져 있어서 비밀이 아니라, 할머니 말고는 아무도 올라갈 수 없기 때문에 비밀입니다. 엄마도, 보배 이모도, 나도 거기엔 갈 수가 없습니다. 몰래 들어가려고 해도 할머니가 거기다가 열쇠를 잠궈 놓았기 때문에 갈 수가 없습니다. 예전에 친척들이 모두 모였을 때 아랫층이 버글버글해서 우리 엄마가 할머니한테 다락방에서도 좀 자자고 했는데 할머니는 절대로 안 된다고 했습니다. 엄마는 삐져서 다음날 아침에 집으로 가 버렸습니다. 그런 다락방에 할머니가 날 오라고 한 것입니다.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다락방에는 뭐가 있을까요? 왜 할머니가 날 올라오라고 하신 걸까요? 다른 사람들은 안 되는데? 너무 궁금해서 기다릴 수가 없었습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호랑이그림 잠옷을 입고 다락방으로 올라갔습니다. 문은 살짝 열려 있었습니다. 그리로 들어가니, 방 안에 달빛이 온통 가득했습니다. 천장은 유리로 되어 있어서 새까만 밤하늘이 한눈에 들어왔고, 바닥에는 부드러운 양탄자가 깔려 있었습니다. 가구 같은 것은 아무 것도 없었고, 구석에 커튼이 하나 쳐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 할머니가 조용히 앉아 계셨습니다.

3. 누에머리인의 (알려지지 않은) 특징
: 보름달이 뜨면 어디론가 사라진다.


할머니는 나를 가까이로 부르시더니, 가만히 커튼을 걷으셨습니다. 커튼 뒤에는 한복 치마가 한 벌 걸려 있었습니다. 하얀 색으로 아무 무늬도 없었는데, 퍽 오래된 옷인 것 같았습니다.
"우리 어머니가 물려주신 비단옷이란다."
그리고 할머니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한 번 쳐다보시더니,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똑바로 세워서 가슴에 갖다대셨습니다.
"어머니 손톱도 이런 모양이었지."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달빛이 할머니의 손톱으로 빨려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더니 치마에 무슨 그림 같은 것이 비쳤습니다. 거기엔 나만한 여자애가 울면서 소가 끄는 수레를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습니다.
"내가 열세 살 때, 집안이 파산해서 기생학교에 들어갔어."
그것은 할머니의 옛날 모습이었습니다. 그 소리없는 영화 속에서 나만한 할머니는 수업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림을 그리거나 가야금을 연주하고 있었습니다. 무용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밤이 되면 이불을 뒤집어쓰고 혼자 울었습니다.
"할머니, 기생이 뭐에요?"
"남자들한테 웃음을 파는 사람이야."
"웃음을 왜 돈주고 사요?"
"어떤 사람들은 자기한테 마음으로 웃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그래서 돈을 주고 자기한테 웃어달라고 하는 거야."
"이상해요."
"이상하지."
할머니는 어느새 쑥 자라서 아주 예쁜 언니가 되어 있었습니다.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머리도 올렸습니다. 이제 울지는 않았지만 어쩐지 웃는 모습이 조금 슬픈 것 같았습니다.
"열여섯 살 때 머리를 올렸어. 정식 기생이 된 거지."
"정식 기생이 되면 뭘 하는데요?"
"빚을 갚을 수 있어. 그전까지는 집안의 빚을 갚을 수가 없었단다. 가족들도 제대로 먹고 살 수가 없었고. 하지만 기생이 된 다음에는 빚도 조금씩 줄어갔어. 몸을 팔았다면 더 빨리 갚을 수 있었겠지만, 그런 건 진짜 기생이 아냐."
"몸도 팔 수 있어요?"
"여자는 자기 몸으로 아기를 낳을 수 있지. 그치만 남자들은 그게 안 되거든. 그래서 여자들한테 부탁을 해야 돼. 그런데 못난 남자들한테는 아무도 아기를 안 낳아주니까, 돈주고 몸을 사는 거야."
"정말... 이상해요."
"이상하지."
영화 속의 할머니 주변에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할머니는 춤을 추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가끔은 뒷뜰에서 달을 보면서 혼자 서 있었습니다.
"칠 년이 지나서 빚을 다 갚았어. 그리고는 고민을 했지. 계속 기생을 할까. 그러면 기생집을 하나 차려서 살 수 있었겠지. 그건 싫었어. 하지만 뭘 해야 할 지 알 수가 없었거든. 그래서 어머니의 치마를 펼쳐놓고 멍하니 있었는데, 달빛이 손톱으로 빨려들어온 거야."
그러더니 할머니는 왼손을 들어서 가슴에 가져다 댔습니다. 이번엔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꽃들이 가득하고, 모두 울고 있었습니다.
"내 장례식이구나."
"할머니! 죽어요?"
"걱정하지 마. 지금은 아냐. 왼손은 미래를 보여줘. 저길 봐봐. 다들 슬퍼하고 있잖니. 난 항상 저렇게 죽길 바랬어."
"죽지 말아요, 할머니."
"죽는 건 무서운 게 아냐. 정말 무서운 건 마음속에서 진짜로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는 거야. 그리고 기생이었을 때 난, 그렇게 살지 못했어. 그때 왼손이 나한테 뭘 보여줬는지 아니?"
"뭔데요?"
"퇴기였어.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늙은 기생. 내 주변엔 아무도 없었어. 나는 머리가 하얗게 되어서 외로움으로 얼굴에 고통이 가득했지."
"그게 미래였어요?"
"응. 그대로 살았다면 그렇게 됐을 거야. 그걸 본 순간, 기생을 그만둬야겠다고 결심했어. 그리고 나서 다음 보름이 되어서 보니까, 내가 학교에 간 모습이 보이는 거야. 어려운 책을 잔뜩 읽고, 외국인이랑 대화를 하고 있었어. 그래서 학교를 다시 다녀야겠다고 마음먹었지."

4. 누에머리인의 (확인되지 않은) 특징
: 삶의 변곡점이 많다.


할머니는 다시 오른손을 비춰주셨습니다. 거기서 할머니는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주변에 어린 아이들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점점 나이가 많아져서 나중에는 할머니랑 비슷한 나이의 언니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할머니 주변에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외국인도 있었습니다.
"처음엔 기생 출신이라고 천대도 받았지만, 곧 친해졌어. 난 정말 열심히 공부했거든. 졸업해서 유학도 갈 생각이었지. 근데, 끝까지 다니지는 못했어."
"왜요?"
"네 엄마를 가졌거든."
커다랗게 배가 부른 할머니는 처음으로 활짝 웃고 있었습니다. 할머니 옆에는 우리 할아버지가 있었습니다. 두 분은 서로를 몹시 사랑하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어떤 아줌마가 나타났습니다. 그러더니 할머니의 뺨을 때리는 것이었습니다.
"저 아줌마는 누구에요? 왜 할머닐 때려요?"
"네 할아버지의 첫 번째 부인이야. 그때는 다들 사랑하지 않는데도 부모가 정해준 사람이랑 그냥 결혼했어. 그래도 할아버지는 내가 첫사랑이라고 했지. 저 아줌마는 그게 슬펐던 거야."
아기였던 엄마가 보였습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활짝 웃고 있었습니다. 엄마가 걸음마를 하다가 넘어졌습니다. 갑자기 하늘에서 불덩이가 떨어졌습니다.
"네 엄마가 세 살 때 전쟁이 나서 할아버지네 집이 폭격을 맞았어. 내로라하는 포목점이었는데 전부 불타버렸지. 할아버지도 거기 계셨다가 크게 다쳤어. 온몸에 화상을 입어서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고 눈만 간신히 깜빡일 수 있었지. 나는 정말 막막했단다. 죽고싶었어. 그때 다시 왼손을 비단옷에 비춰봤어."
"그랬더니요?"
"내가 일본에 가 있더구나. 기모노를 입고 결혼을 하고 있었어."
"할아버지랑요?"
"아니. 다른 사람이랑."
"왜요?"
"그때는 왜 그런지 몰랐지. 할아버지 약이랑 먹을 걸 구하러 돌아다니다가 정말 강물에 뛰어들까 생각할 때, 혼담이 들어왔어. 내가 기생일 때부터 알던 일본 사람이었지. 우리집 사정을 다 알고, 할아버지랑 다른 식구들을 다 돌봐줄테니 신부로 오라고 한 거야."
"그래서 일본으로 가셨어요?"
"나는 할아버지를 살리고 싶었어. 안 그랬으면 모두 다 꼼짝없이 굶어 죽었을 거야."
"엄마는 같이 못 간 거에요?"
"응. 그게 조건이었지. 홀몸으로 오라고. 그래서 할아버지 부인에게 맡겨두고 일본으로 갔어. 네 엄마는 고생을 많이 했을 거야."
"엄마는 할머니를 싫어하는 것 같아요."
"그게 아니야. 마음이 슬픈 것 뿐이지."
할머니는 일본 옷을 입고 아기를 낳았습니다. 여전히 예뻤지만 더 슬퍼 보였습니다. 아기는 걸음마를 하다가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났습니다. 할머니는 아주 조금밖에 웃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결혼한 사람도 이 년만에 죽었어. 워낙에 나이가 많았으니까."
"그럼 우리 나라로 돌아오셨겠네요."
"아니."
"왜요?"
"네 삼촌을 데리고 갈 수가 없었거든. 아직 아기였는데. 그 집에서 못 데리고 가게 했어. 그래서 일본에 계속 있을 수밖에 없었지."
"엄마는요?"
"계속 계모랑 살았어. 내가 가끔 편지를 했는데 한 번도 답장은 못 받았어. 알고보니까 계모가 다 태워버렸다더구나."
"나빴어요."
"그게 아냐. 그분은 만날 수도 없는 엄마한테 소식만 오는 건 안 좋다고 생각한 거야. 위한다고 그런 거지."
"그래도 나빴어요."
"그래. 네 엄마가 스무살이 되어서야 겨우 만날 수 있었어."
"그동안 일본에선 뭘 하셨어요?"
"사진을 찍었단다."
"사진요?"
영화 속의 할머니는 인디아나 존스 같은 옷을 입고 산을 오르고 있었습니다. 등에는 커다란 배낭을 메고, 목에는 이따만한 카메라를 두 개나 걸고 있었습니다.
"네 두 번째 할아버지가 남긴 유품 중에 카메라가 아주 많았는데, 그걸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어. 나중에는 사진기자로 일도 했지. 난 일본인과 결혼해서 일본사람이 됐기 때문에 북한에도 갈 수 있었어. 북한에 있는 동물과 식물들 사진을 많이 찍었지. 그래서 더 한국에는 못 돌아오게 됐어."
"왜요?"
"간첩이라고 하거든. 북한에 갔다온 사람은."
"간첩이 뭐에요?"
"정보를 팔아넘기는 사람이야. 나라를 해코지하려고."
"어떻게 나라를 해코지해요?"
"전쟁이 났을 때는 아주 작은 정보 하나가 나라를 망하게 할 수도 있지."
"그치만 그땐 전쟁이 아니었잖아요."
"그러게 말이다."
깊고 푸른빛이 비단옷에 감돌았습니다. 커다란 호수가 있었고, 호랑이 한 마리가 할머니 옆에 서 있었습니다.

5. 누에머리인의 (이유를 알 수 없는) 특징
: 동물들과 매우 친밀하다.


"할머니! 호랑이에요!"
"그래. 호랑이야."
"호랑이하고 어떻게 만났어요? 안 잡아먹혔어요?"
"그럴 수도 있었겠지. 그런데 그 때가 마침 보름이었어. 그래서 난 내 손톱을 달빛에 비춰보고 있었거든. 비단옷을 나무에 걸어놓고. 그랬더니 호랑이가 옆에 와서 같이 그걸 보더구나. 그리고 우리는 친구가 됐지."
"우와! 진짜요?"
"그래. 현관 앞에 있는 사진 있잖니. 그게 저 호랑이야."
그건 정말 멋진 사진입니다. 백두산 꼭대기에서 호랑이가 호수를 지그시 내려다보고 있는 거에요. 그걸 볼 때마다 나는 괜히 울고 싶어집니다.
"백두산에 있던 마지막 호랑이였어. 떠나기 전에 내가 사진을 찍게 허락을 해 줬지."
카메라를 든 할머니가 어디론가 뛰어가고 있었습니다. 깊은 밤에 강을 건너고 있었습니다. 멀리서 불빛이 날카롭게 비추었습니다.
"그 즈음에, 보배 아버지를 만났어."
멋있는 아저씨가 군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할머니와 함께 배를 타고 노를 젓고 있었습니다.
"인민군 장교였지."
아저씨와 할머니는 간신히 강을 건넜습니다. 여기저기 찢기고 상처투성이가 되어서 도망가고 있었습니다.
"그건 정말 위험한 일이었단다."
"그러면 할아버지는 북한 사람이었어요?"
"그래. 나랑 결혼하려고 자기 나라를 배신했기 때문에 암살당했어."
할머니는 조용히 오른손을 가슴에서 내리셨습니다. 어쩐지 할머니의 얼굴이 몹시 피곤해보였습니다. 할머니의 눈은 여전히 크고 맑았지만, 왜인지 나는 가슴이 아파졌습니다.
"할머니, 가지 마세요."
"안 간단다."
"가실 거잖아요."
"지금은 아니야."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저는 어떻게 해요."
"손톱을 보면 되지."
그러더니 내 왼손을 잡아서 가슴에 올려놓게 하셨습니다. 달빛이 조용히 모여들었습니다. 내 것은 할머니보다 좀 작았습니다. 하지만 더 선명해보였습니다.
"자, 봐. 저기 용이가 있네."
거기에는 지금보다 키가 훨씬 큰 내가 있었습니다. 외국에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인디아나 존스 같은 옷을 입고, 초원에 이젤을 세워놓고 그림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멀리서 말들이 지나갔습니다. 내가 짚차를 운전하고 있었습니다.
"용이는 외국에 갈 건가보다. 그림도 그리구."
그건 정말 멋진 모습이었습니다. 초원의 공기는 너무나 새파랬고, 멀리 보이는 지평선은 아늑했습니다. 키가 아주 큰 나는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 풍경은 아주 아름다웠습니다. 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습니다. 거기엔 엄마가 없었습니다. 아빠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할머니는, 정말로 없었습니다.
"저기엔 할머니가 없어요."
"그래도 용이는 잘 할 거야. 어떤 상황이 돼도 절대로 포기하지 마. 마음을 외면하지도 말구."
"할머니가 보고 싶으면 어떻게 해요?"
"얘는, 오른손 안에 다 있잖아."
할머니와 나는 내 미래를 더 보았습니다. 하지만 곧 흐려져서 뿌옇게 변해버렸기 때문에 볼 수가 없었습니다. 아직 너무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그럴 거라고 할머니는 말씀하셨습니다.
어느새 달이 서쪽으로 지면서 동이 터오기 시작했습니다. 밤을 샌 것입니다. 하나도 자지 않고 밤을 보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갑자기 졸음이 몰려왔습니다. 할머니가 벽장에서 이불을 꺼내 덮어 주셨습니다.
"오늘 하루는 여기서 푹 자려무나."
할머니의 눈이 부드럽게 웃었습니다. 나는 눈을 감자마자 이불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꿈속에서 나는 또 손톱을 달빛에 비춰 보았습니다. 거기서는 할머니가 지은 집을 다 풀어헤쳐서 내가 한 팔에 끼고 초원으로 가지고 가서 다시 조립했습니다. 내가 그린 엄청나게 큰 그림이 도시 전체를 뒤덮었습니다. 돛이 아주 커다란 요트를 타고 세계일주를 하고 있었습니다. 비행기 조종간을 잡고 하늘 높이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로켓을 타고 우주로 날아가 내 누에머리 비춰서 지구에 있는 사람들의 밤하늘에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 영화에서는 우주복도 없이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아... 미래의 꿈을 꾸면 돼요. 그러면 세상을 도와요."
아마도 나는 잠꼬대를 한 것 같았습니다.




약력: 1999년에 세상이 멸망한다기에 대학도 못가보고 죽는구나 하고 우울한 십대를 보내다가 21세기가 무사히 찾아오자 왠지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논술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한 나머지 모조리 죽어버렸던 감성을 이십대의 막바지에 이르러서 다시 살려냈다. 이런저런 웹진과 블로그에서 남의 창작물을 가지고 이리저리 재단하던 과거를 부끄럽게 여기고 있어 앞으로는 인류의 미래와 우주의 앞날을 밝혀주는 재미있는 글들을 많이 쓰려고 한다. 지금은 강원도의 한 대안학교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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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 No Profile
    연심 09.02.28 00:46 댓글 수정 삭제
    아... 조금은 아쉬운.. 그러나 잘 읽었습니다. 분위기가 무척 좋아요. 어려운 글인데, 정말 그래요. :D
  • No Profile
    SeeReal 09.03.02 00:51 댓글 수정 삭제
    연심 // 저는 가차없는 죽비소리도 매우 환영합니다. 물론 한번 제대로 얻어맞으면 삼십분쯤은 벽장에 들어가고 싶어지지만! 그래도 지금의 제 수준에서는 그런 게 고프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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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da 09.06.04 21:30 댓글 수정 삭제
    이제야 보았습니다. 전에 우주인류학개론만 읽었었네요. 잘 읽었어요.
    죽비소리...도 좋다는 말에 살짝...

    제가 개인적으로 글에 몰입하기 어려운 점은, 제가 그런 손톱을 갖고 있다는 점이네요. 전체적으로 가로가 세로보다 길어요. 엄지손가락은 발가락과 똑같고요. 하지만 전 이 글에 나온 그런 특징들이 없어요. ^^ 하나도.

    환상문학은 현실적이지 않은만큼 논리적이어야 하는데, 현실세계의 누에머리손톱 사람들을 설득할 수 없다면 이 소설이 충분한 힘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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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eReal 09.06.06 13:10 댓글 수정 삭제
    ida // (벽장에 잠깐 들어갔다 나와서 마음을 가다듬고...)

    일단 소설과는 상관없지만 제가 이다님과 같은 손톱을 가졌다는 것에 매우 기뻐하면서...

    아니 근데 손재주가 좋지도 않고 바람기도 없으신가요? 저는 어릴 적부터 그런 말 많이 듣고 자랐는데 ㅜㅜ 친척들을 보아하니 그런 것 같고. (납작파와 안납작파가 있거든요) 세번째부터는 그냥 지어낸 거지만요.

    환상문학이 현실적이지 않은만큼 논리적이어야한다는 말씀은 정말 동감합니다. 그 논리를 통해 이야기가 독자의 마음 속에 연착륙할 수 있는 거니까요. 그런 부분에서 저 개인의 경험을 다소 무리하게 일반화시켰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다음에는 과학적으로 확실하게 규명된 둘째손가락과 넷째손가락 길이의 차이를 소재로 삼아서 써볼까봐요 ^^;

    죽비 감사합니다. 이다님의 죽비는 아프면서도 짜릿....아니 이게 아니고 애정을 담뿍 담아주셔서 따끔하면서도 따스하게 다가와요. 앞으로도 아낌없이 쳐주셔요.
  • No Profile
    ida 09.06.08 18:08 댓글 수정 삭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웠어요. 늘 잘 읽고 있답니다.
  • No Profile
    강동하 15.08.25 21:15 댓글

    글을 잘 쓰시네요! 개인적으로 우주인류학개론 엄청 재미나게 읽었는데 글 많이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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