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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청 단편 사라진 아내

2008.08.29 21:5108.29

잔뜩 구름이 낀 우중충한 하늘은 금세라도 굵은 비를 쏟아 낼 것 같다.  비가 오는 날은 손님이 없다. 평소보다 일찍 가게 문을 닫고 집으로 들어갈 채비를 했다. 오늘은 은주 생일이다. 열대과일로 장식한 생크림 케익을 상자 안에 정성껏 담았다. 우산을 챙겨 겨드랑이 사이에 끼우고 셔터 문을 내렸다. 가게 문을 닫자마자 우르릉하고 천둥치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날씨가 급작스럽게 사나와졌다.
빗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대학시절의 그는 비가 오는 날을 좋아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로큰롤음악의 맞춰 일기를 쓰기도 하고 노랫말을 짓기도 했다. 제대로 조율되지 않은 통기타를 이리저리 퉁기며 김빠진 맥주를 병째 들이켜도 좋을 때가 있었다. 장대같은 비가 하숙집 낡은 쓰레트 지붕 위를 후둑후둑 때리는 소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경쾌했으며 또 태식의 고독을 이해하는 유일한 벗이었다.
지금은 변했다. 비가 오는 날이면 마저 팔지 못한 남은 빵들을 집으로 들고 가야하고 대문을 들어서자마자 태식의 손에 든 빵 봉지를 보며 그의 아내는 혀를 찼다. 지금, 태식의 손엔 아내의 생일케익과 우산뿐이다. 오늘만큼은 아내의 일그러진 얼굴을 태식은 보고 싶지 않았다.
바람에 우산이 심하게 요동쳤다. 여느 때처럼 육중한 몸뚱이를 소파에 뉘이고 드라마삼매경에 빠져 있을 아내를 생각하며 태식은 케익상자가 비에 젖기 않도록 가슴께까지 끌었다.

태식이 살고 있는 작고 볼품없는 연립주택 한 채가 장대비에 쓰러질 듯이 위태롭게 서 있다. 그는 건물의 안팎을 드나들 때마다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이곳을 빠른 시일 내에 벗어나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거의 매일 해 왔다. 20년을 잘 버틴 아파트가 지금에 와서야 무너질 리 없지만 그는 늘 그런 불안감과 긴장감을 달고 살았다.
우산을 접었다. 반으로 접힌 우산을 탈탈 털어 물기를 제거했다. 아내는 물이 뚝뚝 떨어지는 우산을 지독시리 싫어했다.
<꼭 핏물 떨어지는 칼을 들고 서 있는 거 같잖아! 재수 없어! 물기 다 털고 들어와!>
아내는 싫어하는 것도 많았고 또 싫어할만한 이유도 가지각색이었다.
태식은 갑자기 현기증을 느꼈다. 누군가 그의 머리통을 물 깊숙이 쳐 박고 있는 것처럼 답답했다. 크게 심호흡을 하고 힘겹게 계단을 올랐다. 있으나 마나한 불빛과 섬뜩하리만큼 고요한 복도는 익숙하면서도 생소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는 허리춤에 찬 작은 가방에서 열쇠뭉치를 꺼냈다. 문을 열었다. 너무 조용했다. 평소처럼 귀가따가울 정도로 크게 들려와야할 TV소리가 나지 않는다. 처음 보는 세상 속을 들여다보듯 천천히 얼굴을 집 안으로 밀어 넣었다. 불은 꺼져 있다.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웠다. 태식은 아내를 불렀다.
"여보..."
대답이 없다. 집안 전체가 서먹하고 어색하게 느껴졌다. 살금살금 거실로 가서 전등스위치를 찾아 불을 켰다.

<딸칵>
불이 켜지고 실내는 환해졌다. 불이 켜진 후에도 태식은 멍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부동산 김씨가 개업 선물로 준 벽시계가 현관과 마주보는 거실 벽면에 걸려 있다. 그가 사는 곳이 맞긴 하지만 집안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501호.
대문 밖으로 나가 홋수까지 재차 확인했다. 아내가 없는 것도 그를 초조하게 만들었고 숨 막힐 정도로 말끔하게 정돈이 된 집 내부도 그를 섬뜩하게 했다. 아내가 외출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동네 사람들과 어울려 다니지도 않고 특별히 친하게 지내는 친구도 없다. 가까운 곳에 친인척이 사는 것도 아니고 물건을 사러 밖을 나갈 일도 없다. 남편에게 전화 한통만 넣으면 아내는 밖을 나갈 일이 없었으니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렇게 폭우가 쏟아지는 이 늦은 시간까지 집을 비울만한 일은 없었다.
그는 거실바닥에 쪼그리고 앉았다. 유리 탁자 위로 태식의 근심어린 얼굴이 반사되었다. 새로 산 것처럼 반질반질 윤기 흐르는 거실탁자를 보며 혼자 중얼거렸다.
“어제 내가 닦았을 땐 저렇게 깨끗해지지 않았는데.”
태식은 생일 케익을 탁자위에 올려놓고 상자를 열었다. 케익을 꺼내 초를 꽂았다.
<쿠우우웅--쿵->
비는 더 거세지고 천둥번개의 울림은 태식의 초조한 가슴을 세차게 후벼 팠다. 태식은 그렇게 한참동안 거실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아내를 기다렸다.

‘이게 무슨 냄새야! 옆집 홀아비가 또 음식물 쓰레기를 대문 앞에 두고 치우지도 않았나 보네. 저 망할 홀아비 때문에 아주 미쳐버리겠어! 여보! 내일 옆집 가서 한소리 하라고! 못살겠단 말야!’
태식의 아내는 비가 오는 날이면 쥐새끼 같은 이빨을 드러내며 발작적으로 신경질을 부렸다. 매캐한 악취는 아내가 누워있는 소파에서 불과 3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부엌 개수대, 수챗구멍에서 풍겨 나오는 것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태식은 그런 아내의 불평을 잠재우기위해 첩첩이 쌓인 그릇들을 말끔히 닦아 놓아야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뿐만이 아니었다.
화장실 바닥이 똥물로 가득하다는 아내의 전화를 받고 집으로 달려가보니 수건으로 코를 막고 선 아내가 호들갑을 떨며 태식을 화장실 안으로 밀어 넣었다.
“당장 고쳐! 이사가든지 무슨 수를 써야지, 이런 아파트에서 더 이상 못살겠어!”
아침까지도 시원하게 잘 뚫리던 변기가 왜 이지경이 되었는지 태식은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었다. 옷걸이를 펴 변기 속에 집어넣고 푹푹 쑤시다보면 진숙이 버린 휴지나 생리대가 걸려 나오곤 했는데 휴지통이 변기 바로 옆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볼일을 보고 오물이 가득 찬 변기 속에 휴지나 생리대 따위를 버리곤 했다. 입이 닳도록 주위를 줬지만 20년 동안 변하지 않는 그 고질적인 습관이 태식을 침묵하도록 만든 수많은 원인 중에 하나였다. 부동산 김씨에게 가게를 맡기고 집으로, 빵집으로 오르락내리락 하기를 하루에 수십 번을 반복하고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때에는 태식의 아내는 또 혀를 찬다.

‘쯔쯔, 대학 나온 사람이 그거하나 제대로 못해?’
그녀는 늘 그랬다. 대학 나온, 양반이, 그것도, 못해.
‘대학 나온 거랑 무슨 상관이야.’
처음엔 그도 뚱하게 되받아쳤다. 하지만 이십년 가까이 들은 아내의 똑같은 레파토리는 그 자신조차도 정당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졸지에 ‘변기하나 못 뚫는 일류대학 출신의 무능한 인간’이란 걸 그가 인정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먼지가 뽀얗게 앉은 CD플레이어의 전원을 켰다. TV받침대에서 블루벨벳의 CD를 찾아 꺼냈다. 양초도 꺼냈다. 서랍에서 주섬주섬 라이터를 찾아 양초심지에 불을 붙였다. 거실 스위치를 내리니 세 개의 영롱한 불꽃이 태식의 주위를 밝혔다.
잠시 후 -Long I can see the light-가 흘러나왔다.
‘우중충한 구닥다리’
아내는 이 노래를 그렇게 표현했다.

어느 새 노래가 끝나고 짧은 침묵이 흘렀다. 곧이어 흥겨운 가락의 -The Midnight Special-이 나오자 태식은 고개를 까딱까딱 거린다. 아득히 멀기만 한 기억의 한 부분이 그의 머릿속으로 스며들었다. 보일 듯 말 듯 가물가물하기만 한 이십 년 전 아내, 진숙의 모습이 그려졌다. 떨어지는 빗물이라도 쪽쪽 빨아버릴 것 같은 커다란 땀구멍이 유달리 눈에 띄는 여학생이었고 스무 살을 넘긴 성인임에도 그녀는 고등학생이었다. 천성(天成)그런지 하나를 가르쳐 주면 두개를 잊어버리는 있으나마나한 머리통을 달고 다닌다고 태식은 늘 생각했다. 진숙은 머리도 컸고, 맨손으로 황소 한 마리는 때려잡을 만큼 손도 컸으며, 앞섶 단추가 두둑하고 터질 듯 가슴도 컸다. 툭 튀어나온 아랫입술을 실룩거리며 팔자걸음으로 걷는 진숙과 태식은 동네에서 종종 마주쳤다. 걷는 것도, 말하는 것도, 생긴 것도 우둔해 보이는 진숙을 볼 때마다 태식은 답답했다.

태식은 학기가 끝나면 방학을 맞아 매번 아산에서 오리농장을 하던 고향집을 찾았다. 그는 대학을 갈 형편이 못되는 가난한 집안의 맏아들이었다. 형제 중에서도 유별나게 명석하고 예의 발랐던 태식이 대학진학을 꿈꾸게 된 것은 고등학교 교장의 집요한 설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어렵지 않게 명문대학에 합격을 했고 가난한 가족들을 위해 무언가 해야 할 일이 생겼다는 것에 감사했다. 그러나 그 희망의 빛줄기는 대학을 입학하고 2년도 되지않아 서서히 꺼져갔다.

진숙의 아버지가 신문지에 싼 쇠고기 다섯 근을 들고 태식의 집으로 찾아왔다. 마을에서도 꽤 규모가 큰 정육점을 하던 진숙의 아버지인 왕씨는 마을 지주는 아니더라도 알부자로 소문이 자자했다. 마을 사람들 거의 모두가 그에게 돈을 꿔다 썼고 태식이 대학에 합격하던 날도 손수 마을잔치를 열어준 사람이었다. 호탕하고 여유가 있기는 하나 그도 진숙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머리가 큰 것도, 뱁새만한 눈을 한 것도, 툭 튀어나온 입으로 어눌하게 말하는 것까지 진숙과 똑 같았다.
“우리 진숙이가 몸은 저래도 약골이여. 핵교 2년 쉬고 나니 아덜 공부를 따라갈 수 있어야 말이제. 에이고...나도 농사일 않고 공부만 했으면 서울대갔제. 가난이 죈겨”
그럴 때마다 태식은 아버지는 껄껄 웃고 말았다.
“태식아, 방학동안 우리 진숙이 공부를 가르쳐 줘라. 내가 용돈 두둑히 줄텐게. 느네 애비가 용돈도 제대로 못 줄텐디”
껄껄 웃고 있던 아버지는 왕씨가 그런 말을 할 때마다 인상이 굳어졌다.

태식은 진숙의 얼굴을 마주대하는 것조차 싫었지만 ‘두둑한 용돈’이란 말에 귀가 솔깃해진 것은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선뜻 그 제안을 받아들일 순 없었다. 하지만 그 다음날 아침, 알도 없는 까만 뿔테 안경을 쓴 진숙은 꼬질꼬질한 가방을 들고 태식의 집 마당에 서서 비실비실 웃고 있었다.
“태식이 오빠. 태식이 오빠.”
목소리를 낮추고 배배꼬며 태식을 찾는 진숙의 목소리에 그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오빠 저 방에 있는데”

그때 태식의 막내 동생인 선애가 태식이 머물고 있는 방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진숙은 선애에게 무언가를 건넸다. 곧이어 진숙의 퉁당거리는 발자국소리는 태식의 방 가까이로 점점 다가왔다. 태식은 그 짧은 시간동안 어떤 방법으로 진숙을 다시 돌려보내야 좋을지 생각하느라 마음이 급해졌다. 시간은 너무 짧았고 태식의 머릿속은 공부할 때만큼이나 빨리 돌아가지 않았다.

방문은 활짝 열렸고 진숙의 육중한 몸은 환한 아침의 햇살을 막고 서 있었다.
“아부지가 오늘부터 오빠랑 같이 공부하래.”
진숙은 책가방에서 주섬주섬 책을 꺼내 밥상위에 올려놓았다. 그는 어정쩡하게 앉은 자세로 진숙의 행동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방안에 여자랑 단 둘이 있으니까 떨리는 가보네?”

남희는 진숙과 함께 있었다. 그녀는 진숙의 고등학교 동창이자 이종사촌 지간이었고 나이는 진숙보다 2살이 더 어렸다. 남희는 아기 살결 같은 뽀얀 피부에 반달눈썹을 가진 예쁘고 똑똑한 아이였는데 눈을 씻고 찾아봐도 사촌인 진숙과 전혀 닮은 구석이 없었다.
학창시절 남희는 태식에게 종종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나 ‘데미안’ 같은 책을 빌려갔고 책을 되돌려 받았을 땐 마른 은행잎이나 예쁜 메모지에 쓴 편지가 책갈피 속에 꽂혀 있곤 했다. 태식의 마음을 잠시나마 혼란스럽게 했던 첫사랑이 바로 남희였다. 태식은 개울가나 시내 빵집에서 연애를 할 만큼 적극적인 성격이 못되었지만 태식은 그때의 때 묻지 않는 순수한 교감을 즐겼다.
“태식이 오빠. 군대 간다며? 내가 자주 면회갈게.”
뚱한 표정으로 서 있는 진숙 옆에 남희가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태식은 벌그스름하고 도톰한 남희의 입술만 쳐다보고 있었고 진숙은 그런 태식의 밝은 표정을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그래, 남희야. 내가 편지 보낼게.”
훈련이 끝나고 자대배치를 받은 한 달 후에 남희에게 편지가 왔다. 모든 것이 그리운 이 시점에 남희의 편지는 태식에게 커다란 힘과 위안이 되었다. 그는 부지런히 남희에게 답장을 했고 자신의 품고 있는 감정을 조금씩 드러냈다. 태식은 일 년이 넘게 남희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힘든 군 생활을 버텼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남희의 편지가 뚝 끊겼다. 태식은 수차례 편지를 띄웠지만 답장은 없었다. 며칠 뒤 남희로부터 편지가 왔다. 태식은 부리나케 편지겉봉을 거칠게 찢었다. 삐뚤배뚤한 글씨체만 봐도 이건 남희의 편지가 아니었다. 진숙이었다. 태식은 순식간에 힘이 쭉 빠졌다. 편지엔 키우는 황소가 암송아지를 낳아 누렁이 세 마리를 잡아 마을잔치를 했다는 이야기서부터 최근엔 ‘로미오와 줄리엣’을 읽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날 사랑하나요? 그렇다면 당신의 말을 믿겠어요.>
남희에 대한 이야기는 단 한 줄도 없었다.
태식은 답답한 마음에 명희의 안부를 묻는 편지를 진숙에게 띄웠다. 진숙은 부모님의 농장일이 바빠 편지를 쓸 여유가 없다는 소식만 전해왔다. 진숙은 태식에게 거의 매일 편지를 썼지만 남희에 대한 안부는 한두 줄에 그칠 뿐이었다. 그래도 진숙의 편지를 통해서 남희의 안부를 들을 수 있어 태식은 조금 안심이 됐다.
어느 무더운 여름 날, ‘강 남희’란 이름으로 면회신청이 들어왔다. 태식은 점심밥을 먹는 둥 마는 둥 던져놓고 터질 듯 부푼 가슴을 안고 한걸음에 달려 나갔다. 그런데 휴게실 귀퉁이에 앉아 옥수수를 뜯어먹고 있던 진숙이 태식을 반겼다.

허연 분칠을 한 너부데데한 얼굴을 하고 몸에 맞지도 않는 붉은 색 원피스를 입은 진숙이 찢어지는 듯한 목소리로 태식을 불렀다.
“오빠!”
휴게실에 있던 장병들은 모두 태식과 진숙을 번갈아 쳐다보며 웃었다. 태식은 습관처럼 남희의 안부를 물었고 진숙은 ‘잘 있다’라고만 대답했다. 가까운 국밥집으로 자리를 옮겨 다시 물었다.
“남희에게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지?”
진숙은 태식의 빈 잔에 소주를 따르며 이야기를 얼렁뚱땅 넘기려했다. 태식은 다시 진지하게 물었다.
“진숙아, 남희 요즘 어떻게 지내니?”
“남희? 걔야 잘 지내지. 곧 시집간다던데.”
지독한 화학약품에 뼈가 녹아내리는 것 같은 따가운 통증이 태식을 억눌렀다.

태식은 눈을 뜨자마자 심장이 벌렁 거렸다.  싸구려 여인숙의 작은 골방에서 태식과 진숙은 벌거벗은 채로 엉겨있었고 진숙의 커다란 머리통이 태식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었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고 생각조차 하기 싫은 일이 현실로 일어났다. 등허리에서 식은땀이 이불을 축축하게 적시고 있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한 순간이었다. 게다가 시큼한 소주 냄새와 진숙의 땀내가 태식의 오장육부를 뒤틀어 놓았다. 태식은 진숙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밀어내고 부랴부랴 군복을 챙겨 입었다.
한 달 후, 남희는 담낭암에 걸린 상태에서 7개월 전에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진숙은 늘 그런 식이었다. 뻔히 들통 날 걸 알면서도 밥 먹듯 거짓말을 했다. 숨겨야 할 것은 내 뱉고 알려야 할 것은 능구렁이처럼 모른 체 숨기곤 했다.
태식은 진숙을 불러 놓고 성난 목소리로 다그쳤다.
“너, 왜 말 안했니?”
“그게 아니라...그게...오빠...그게...”
어물쩡대는 진숙에게 더 큰소리로 꾸짖었다.
“남희가 시집간다고? 어떻게 그런 망발을 할 수가 있어!”
커다란 머리통에 볼썽사나운 붉은 꽃핀을 꽂은 진숙이 삐쭉 고개를 들이밀며 말했다.
“그런데 오빠, 망발이... 뭔데?”
태식이 제대를 앞둔 지 석 달 전, 진숙은 태식의 부대근처에 방을 잡고 주말마다 제 집 드나들 듯 줄기차게 부대 안을 들락거렸고 사병들에게 자신을 태식의 약혼자라 소개했다. 고참들은 진숙을 두고 생긴 건 쑤다가 만 메주일지언정 태식에 대한 지극정성은 가히 하늘을 찌른다며 비아냥거렸다.
“집으로 돌아가. 너 이러는 거 아버지께 아시니?.”
“태식오빠 제대할 때까진 있을 거야.”
“그럼 나 제대하고 나면 오빠 쫓아다니지 않는 거다.”
“엉!”
태식은 부대 동기들이 오래간만에 외출을 했다. 제대하기 전까지는 진숙이 원하는 데로 해주기로 했고 그날도 진숙이 묵고 있는 여인숙에서 2킬로 정도 약수터로 향했다.
제대로 앉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자세로 두툼한 등짝을 보이며 뭔가와 실랑이를 벌리고 있었는데 그건 다름 아닌 진숙의 손에 모가지를 잡힌 채 버둥대는 오리였다.

“진숙아...뭐.”
노란 주둥이로 꿱꿱대는 오리의 목을 진숙은 능숙하게 360도로 비틀었다. 오리는 왜소한 날개를 쫙 뻗으며 발악했지만 진숙의 손아귀를 벗어날 순 없었다. 주룩주룩 흘러내리는 오리 똥이 진숙의 바지자락에 뚝뚝 떨어졌다.
오리농장을 하는 태식도 처음 보는 일이었다. 오리도축은 언제나 마을에서 떨어진 오리도축장에서 이루어졌고 아버지는 절대 그 근처에도 얼씬거리지 못하게 했다.
진숙은 태식이 바로 등 뒤에 있는 것도 눈치 채지 못할 만큼 그 일에 빠져있었다. 진숙의 손등으로 오리대가리가 축 늘어져 대롱거렸고 오리의 물갈퀴는 그때까지도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곧이어 진숙은 무자비하게 오리의 털을 잡아 뜯으며 몸의 균형을 잡느라 거대한 몸을 좌우로 움직였다. 진숙이 뜯어내는 오리의 하얀 깃털은 새하얀 서릿발처럼 태식의 머리위로 흩날렸다. 태식은 차츰 다가오는 군 동기들에게 진숙의 이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저 멀리 도망치고 싶었다.

서너 명의 군 동기들이 그에게로 다가왔을 땐 진숙은 죽은 오리의 배를 반으로 가르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본 태식의 동기들은 순간 당황했고 모두들 진숙의 등 뒤에서 숨이 죽이고 있었다. 진숙은 혼잣말을 하며 손을 바삐 움직였다.
“서방님이 곧 올 텐데...“
진숙은 빠른 속도로 오리 배안에서 똥을 끄집어내고 약수 물이 담긴 양동이에 오리를 넣었다. 허리춤에서 실과 청주[淸酒]를 꺼내 대충 씻어낸 오리의 배 안에 청주를 붓고 실로 몸통을 돌돌 말아 묶었다.
진숙은 약수터 한쪽 귀퉁이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는 솥이 있는 곳으로 뒤뚱뒤뚱 걸어갔다. 솥뚜껑을 연 진숙은 무표정한 얼굴로 오리를 퉁 빠뜨리고 뒤돌아섰다. 푸른 군복을 입은 서너 명의 장정들과 눈이 마주치자 서늘한 미소가 진숙의 입가로 번졌다.

제대를 하는 날, 진숙은 산더미 같은 짐을 짊어지고 버스 터미널로 왔다.
“진숙아, 이제 고향가면 오빠 집에 찾아오지 마. 알았지?”
“걱정 마.”
고향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진숙은 쇳덩이처럼 무거운 머리를 태식의 어깨에 얹은 채 방정맞게 코를 골았다.
제대하고 집으로 돌아온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또 다시 진숙은 태식의 집으로 찾아왔다.
“오빠, 나도 서울에 있는 대학 갈래. 같이 공부하자.”
“진숙아, 오빠 찾아오지 말라고 했지?”
진숙은 아무렇지도 않게 뚜벅뚜벅 태식의 방안으로 들어왔다.

태식의 알량한 약속 따위에 진숙은 개의치 않았고 예전보다도 더 집요하게 태식의 주위를 맴돌았다. 태식이 복학하기 전까지는 무려 석 달이나 남았는데 도저히 진숙의 무모한 행동을 그저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왕씨 아저씨, 더 이상 진숙이랑 공부할 수 없습니다. 곧 서울에 가야하거든요.“
태식은 진숙의 아버지인 왕씨가 기분 나쁘지 않도록 적당히 둘러말했다.
“내가 안 그래도 너를 찾아가려고 했다!”
왕씨는 두 눈을 가늘게 뜨고 담배를 입에 물고 뻐끔거렸다.
“태식이 아 눔아. 너 진숙이 임신한 거 아냐?”
태식은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다시 물었다.
"네?"
“서울에서 대학 물 좀 먹었다고 함부로 애를 가지고 장난 쳐!”
“진숙이가, 임신을, 했다고요?”
“이 눔 보게나. 네가 진숙이 건들려놓고 몰라? 산달이 내일모레여! 알아서 해!”
태식은 억울한 마음에 왕씨 앞에서 배를 가르고 속을 다 보여주고 싶을 정도였다.

진숙은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임신 사실을 알렸고 동네 어른들은 태식을 볼 때마다 안타까움에 혀를 찼다.

“진숙아, 너 사실이니? 말해 봐!”
“뭐? 아...우리 아기?”
“우리 아기?”
“오빠, 내가 처음 면회 간 날 생각 안나?”
“아냐. 난 너랑 잔 적 없어! 내가 어떻게 너랑!”
그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자 진숙은 있는 대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씩씩거렸다. 진숙의 팽창된 콧구멍과 커다란 땀구멍에서 끈적끈적한 촉수가 빠져나와 태식의 몸을 송두리째 집어삼킬 것 같았다.  진숙은 무엇에 홀린 사람처럼 퀭한 눈을 하고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확... 죽여 버리는 수가 있어.”
은주가 태어나자마자 태식은 진숙을 데리고 서울에서 신접살림을 차렸다. 순전히 왕씨의 강압에 의해서였다. 은주를 보자 진숙에 대한 혐오감도 조금은 누그러졌지만 태식은 더 이상 성실하고 똑똑한 장학생도 아니었고 부모님께 효도하는 맏아들도 아니었으며 행복을 꿈꾸는 한 가정의 가장도 아니었다. 태식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이 기저귀를 채우고 우유병을 소독하며 번번이 말썽만 일으키는 아내의 뒤치다꺼리를 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래도 그에게 한줄기 빛과 같은 희망은 있었다. 태식을 버티게 해주는 유일한 것은 바로 남희를 쏙 빼닮은 은주를 보는 것이었다.

아내는 종종 이유도 없이 금속판처럼 차가운 시선으로 남편을 쳐다보곤 했다. 딸아이 은주를 잃고 나서부터다. 여섯 살배기 은주를 데리고 모란 시장에 간 진숙은 그날 저녁 홀로 집으로 돌아왔다. 늦은 밤 퇴근하고 돌아온 태식은 딸아이 은주가 없는 걸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알았다.
진숙은 인근 파출소에 미아신고를 내지도 않았고 찾아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태식이 더 기가 막힌 건 아내 진숙은 딸아이와 함께 시장을 간 것조차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 친정에 맡겼다고 억지를 부리는 아내의 말을 무시하고 태식은 부리나케 모란시장인근 파출소와 경찰서에 미아신고를 냈다. 전화통을 잡고 울먹이는 남편을 바라보며 아내가 콧방귀를 끼며 말했다.
“이 양반이 왜이래? 엄마한테 맡겼다니까. 그나저나 실한 고기가 참 많데.”
-찰싹-
그날 태식은 처음으로 아내에게 손찌검을 했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태식은 아내의 널찍한 등짝한번 때리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하나밖에 없는 딸아이를 잃었다. 태식은 냉동고로 가서 사납게 문을 열어젖혔다. 벌겋게 핏발 선 태식의 두 눈은 이미 이성을 잃었고 심장을 난도질하는 분노의 고통이 그를 숨 막히게 했다. 냉동실 가득 쌓인 역겨운 고깃덩이들을 와르르 쏟아냈다. 그제야 진숙이 태식을 향해 달려들었다. 두툼하고 억센 손이 태식의 목덜미를 잡고 늘어졌다. 진숙의 까칠한 손톱이 태식의 모가지 속으로 서서히 파고들었다. 태식은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숨이 멎을 것이다. 성난 얼굴을 한 아내의 면상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끝내 태식은 딸아이를 찾지 못했다.

아내는 어디로 간 걸까. 태식은 주위를 꼼꼼히 둘러보았다. 아내의 웃음소리가 났다. 키득키득. 여보. 나 여기있어! 어둠 저편에서 아내가 커다란 얼굴을 드러내며 태식의 팔을 잡고 덥석 껴안을 거 같았다. 태식은 웃음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노란 빛을 발하는 촛불 너머로 우두커니 서서 태식을 바라보며 웃고 있는 아내의 모습이 보였다. 태식은 아내의 이름을 작게 불렀다. 진숙아... 태식의 목소리는 흔들리는 촛불마냥 위태로웠다. 태식을 향해 웃고 있던 진숙이 갑자기 웃음을 멈췄다. 화가 난 모양이다. 태식은 아내의 표정을 살피며 아랫입술을 질겅질겅 깨물었다. 뜨뜻한 피가 태식의 입가에 번졌다. 아내가 화를 내기 전에 태식은 얕은 빛을 발하는 촛불을 훅 불어서 껐다. 불이 꺼지고 아내의 모습도 사라졌다.
두통이 찾아왔다. 아내는 없었다. 휴...
태식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통약을 가지러 화장실로 갔다.
-딸깍-
불이 켜지지 않는다. 태식은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미간을 찌푸리며 자신의 이마를 소리 나게 쳤다.
어제 밤, 그가 라면을 끓이고 있을 때 아내가 말했다.
<변소 불이 맛이 갔어. 빨리 고쳐.>
태식은 그때 라면에 넣을 파를 쏭쏭 썰며 은주에게 줄 생일선물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비싸지 않고도 장롱서랍에 처박히지 않을 것들이 뭐가 있을까.
<듣고 있는 거야? 변소 불 나갔다니까!>
아로마 천연 방향제가 좋겠군.
<이 인간이 노망이 들었나!>
울툭불툭한 아내의 손이 태식의 뒤통수를 냅다 후려쳤다. 화들짝 놀란 태식이 뒤를 돌아보았을 때 툭 튀어나온 아랫입술을 실룩거리는 진숙의 건조무미한 얼굴과 마주쳤다.

여전히 노래는 흐르고 있다.
-Have you ever  seen the rain-
태식은 다시 거실로 와 바닥에 쪼그리고 앉았다. 날이 밝는 대로 백열등을 사서 화장실 전등을 갈아 끼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소파에 누웠다. 진숙이 항상 누워있던 자리다. 소파를 산지 8년이 되었건만 그는 단 한번도 소파에 편한 자세로 누워본 적이 없다. 소파는 늘 아내 진숙의 차지였고 때로는 집에 소파가 있는지 조차 잊고 살 때가 많았다. 두통도, 허리통증도, 어깨 결림도 모두 달아나는 것처럼 편안했다. 눈을 감았다.
갑자기 성큼성큼 계단을 오르는 진숙의 육중한 발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태식의 심장이 급격하게 뛰기 시작했다. 땀이 흘렀다.
퉁.
퉁.
퉁.
걷잡을 수없이 심장이 벌렁거렸다. 발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졌다. 그리고 뚝 멈췄다. 태식은 눈을 질끈 감았다. 폐기된 고물처럼 찌그러져 비질비질 땀만 흘리고 있었다. 열쇠가 꽂혔다. 곧이어 비를 흠뻑 맞은 채 대문을 들어서며 우락부락한 얼굴로 태식의 이름을 외쳐댈 것이다.
여보! 뭐하는 거야! 수건 가져와!
푹신한 소파에 누운 태식의 몸뚱이는 더 이상 편하지 않았다. 열쇠를 손잡이 구멍에 거칠게 쑤셔 넣는 소리가 났고 곧이어 문이 열렸다. 태식은 반사적으로 상체를 쏘아 올려 소파에 앉았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고 다시 닫혔다. 2년 전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은 옆집 남자였다.
눈을 떴을 때 태식은 여전히 소파에 누워있었다. 케익도 그대로이고  불 꺼진 짤막한 초도 그대로, 그 자리에 있었다. 비는 더 이상 내리지 않지만 날은 흐렸다. 아내는 결국 돌아오지 않았다. 눈물이 핑 돌았다. 태식은 한동안 소파에 누워 일어날 줄 몰랐다. 두 손으로 머리를 잡은 태식이 실실 웃는다.

모호한 해방감. 불안한 자유.
어쨌든 좋았다.
오늘도 아내가 돌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가볍게 외투를 걸쳤다. 대문을 나서며 현관에 쌓아둔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봉투를 들었다. 역겨운 악취가 코를 찌른다. 뜬금없이 대청소를 한 아내의 얼굴이 번쩍 떠올랐다.
“그래서 집안이 이렇게 깨끗했구먼”
쓰레기봉투를 들고 계단을 내려가는 태식의 발걸음은 가볍고 경쾌했다. 아파트를 나와 고개를 쳐들고 하늘을 봤다. 비도 그쳤고 곧 햇빛이 비칠 것이다. 누런 비스킷처럼 금세 부서질 것 같던 연립주택도 당당히 하늘을 응시하며 따뜻한 볕을 기다리고 있었다.
“20년이나 잘 버틴 아파트가 무너질 리 없지.”
태식은 쓰레기봉투를 주택 가장자리에 휙 던졌다. 빵집에 도착하는 대로 그는 이 세상에서 가장 달콤하고 부드러운 케익을 만들 것이다.
유쾌한 바람이 분다. 색 바랜 파란 잠퍼를 입은 태식의 모습이 점점 멀어진다. 검은 쓰레기봉투 윗동에 삐죽 튀어나온 진숙의 손가락이 태식을 즐겁게 배웅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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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명희 님은?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1편에 잔혹하면서도 공포의 진수를 보여줬다는 평을 들은 [들개]를, 3편인 [나의 식인 룸메이트]에서는 아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유년의 공포를 그린 [담쟁이집]을 수록한 여성작가입니다.

매드 클럽은?
매드클럽은 공포문학작가들의 모임으로 2005년 4월 이종호, 김종일, 장은호 등이 함께 뜻을 모아 만들었습니다.
이후 공포문학의 뜻을 둔 작가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현재는 20명의 회원이 함께 하고 있으며 지난 2006년 한국공포문학단편선 1편을 시작으로 매년 공동작품집인 공포문학단편선을 출간, 올해 3편에 해당하는 '나의 식인 룸메이트'가 출간되었습니다.
또한 장편소설로는 이종호의 [분신사바], [이프], 김종일의 [몸], [손톱], 노현진의 [데스노블] 등이 있습니다.

그 외 매드클럽 작가들은 장르잡지인 [파우스트]와 [판타스틱]에 여러 편의 단편을 수록하였고 올해 출간된 [한국스릴러문학단편선]과 [추리스릴러문학단편선]에도 여러 명의 매드클럽 작가가 참여하였습니다.
이처럼 매드클럽은 공포문학 뿐만 아니라 다양한 여러 장르를 포괄하는 장르작가집단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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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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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ospeh 14.05.26 13:24 댓글

    해석좀 해주시겠어요? 아내는 어딜간거죠 그리고 애는 아내가죽인거같은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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