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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 천장의 공포

2023.04.30 19:1504.30

 

천장의 공포

 


한규동은 오늘도 공식 서류를 살펴 보면 “차세대 인터넷 정보 융합 미디어 플랫폼 스타트업”이라고 되어 있는 회사로 출근했다. 회사 이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얼토당토 않은 일을 많이 하는 회사였다. 그래서 가끔은 일이 너무 많고 힘들었고, 종종 일이 너무 없어서 심심하고 지루했다.

그날 한규동은 도저히 지루함을 견딜 수 없어서 사장인 이인선에게 이렇게 물어 보았다.

“대표님. 대표님, 이상한 일 많이 겪으셨죠? 대표님이 맡아서 한 일 중에 가장 이상한 일이 뭐에요?”

이인선은 할 일도 없어서 지루한 김에 책상 위에 방석을 깔아 놓고 그 위에 올라 가서 누워 자려고 하고 있었다. 한규동에게 그 모습을 들키자 약간 당황한 듯 했지만, 곧 천연덕스럽게 책상 위에 앉았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다.

“가장 이상한 일은 모르겠고. 오늘 같은 날씨가 되니까 생각 나는 일이 하나 있기는 한데. 무서운 이야기라도 괜찮아?”

한규동이 잠깐 고민해 보고 괜찮다고 하자, 이인선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한 초등학생이 사는 집이 있었다. 초등학생은 착하고 부지런한 아이였다. 학생의 부모는 자식이 자랑스러웠다. 이렇게 좋은 아이가 있을까, 우리 아이는 단연 최고겠지, 언제나 뿌듯하게 여겼다.

그런데, 어느날 부터 그 초등학생의 안색이 눈에 뜨이게 안 좋아졌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아침마다 초등학생의 표정은 두려움에 질린 것 같았다. 단순히 질린 것이 아니라 기가 빠졌다고 할까, 멍해졌다고 할까, 이상한 얼굴이 되었다.

“귀신을 본 것 같아요.”
“무슨 소리야?”

부모는 초등학생이 악몽이라도 꾸었다고 생각하고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고 했다. 그러나 갈 수록 아이의 상태는 좋지 않아졌다. 부모는 다시 다그쳐 물었다.

“너 정말 왜 그래?”
“밤에 귀신이 자꾸 나타나요. 천장에 나타나서 나를 내려다 봐요.”

무서워하는 표정은 연기가 아닌 것 같았다.

부모는 초등학생에게 귀신 같은 것은 실제로 없다고 달래 보기도 하고, 무서운 꿈을 꾼 것 같으면 이제부터 공포를 다루는 책이나 만화는 그만 보라고 다그쳐 보기도 했다. 초등학생은 그때마다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아이가 원래대로 되돌아 온 것 같지는 않았다. 상태는 갈 수록 점점 나빠지는 것 같았다.

“무슨 일이 정말로 있기는 있는 걸까? 애가 정신적으로 무슨 질환을 겪고 있는 건가?”

고민 끝에 부모는 아이가 자고 있는 방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하고자 했다. 방안 구석구석을 볼 수 있는 특수촬영 카메라를 설치해 주고 장시간 녹화, 감시도 해 준다고 하는 잡다한 촬영, 영상 일을 하는 회사에 연락하니 밤에도 촬영할 수 있는 장치를 설치해 주었다.

“카메라에 아무것도 찍히지 않았고, 이상한 일도 없다는 점을 영상으로 밝혀 주면, 아이도 더 이상은 귀신이 나타나 천장에서 자기를 내려다 본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겠지.”

그리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아이가 방으로 자러 들어 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런데, 다음날 업체 사람과 함께 영상을 확인한 부모는 너무 놀라 주저 앉았다. 그리고 바로 경찰에 연락했다.

영상을 보니, 사실 위층에서 바닥을 뚫어 아이의 방으로 통하는 구멍을 만들었고 그 구멍으로 위층에 사는 여자가, 자기 얼굴을 마귀 같은 모양으로 꾸민 채 얼굴을 들이 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으로 자고 있는 아이를 계속 아무 말도 없이 쳐다 보고 있었다.


이야기를 하고는 이인선이 말했다.

“여기까지가 일단 이야기 끝이야. 다음 이야기는 알아서 생각하라고.”

한규동이 따졌다.

“뭐에요? 그 다음에 어떻게 되는데요?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인데요. 이게 뭐에요?”
“그게 이 이야기의 원래 바탕이라니까. 다음 이야기는 직접 생각하는 거야.”
“너무 하잖아요. 무서운 이야기라면서요?”
“무섭잖아.”
“끝이 있어야죠. 이건 끝이 없잖아요.”
“이게 끝이라니까.”
“이게 어떻게 끝이에요. 이야기를 하다만 것 같잖아요.”
“이게 진짜 끝이야. 여기서 뭔가 이야기를 더 해도 그건 가짜 끝이라니까.”
“진짜 있었던 일 아니죠? 그냥 대표님이 방금 대충 지어내신 거죠?”

한참 말을 주고 받다가, 이인선은 결국 다음 이야기를 들려 주기로 했다.

이인선은 다음에 이어지는 이야기는 원래 진짜 이야기의 끝은 아니라는 말을 강조했다. 그리고 나서 이 모든 이야기의 기본이 되는 내용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지만, 누구인지 알아 낼 수 없도록 하기 위해 일부 사실은 실제로 있었던 일과는 다르게 일부러 내용을 바꾸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들려 준 이야기의 마지막은 이러했다.


위층 사람은 곧 경찰에 체포 되어 붙들려 갔다.

경찰에서 나중에 해 주는 이야기를 들어 보니, 위층에는 항상 반에서 2등을 하는 아이가 살고 있다고 했다. 이 집 아이가 언제나 1등을 하기 때문에 온힘을 다해서 죽기살기로 노력을 해 보았지만, 결코 1등을 해 보지 못하고 2등만 했다는 것이다. 그것 때문에 그 집 부모는 너무나 괴로웠고 결국 이 집 아이의 생활을 어떻게든 괴롭게 만들어서 끌어 내리기 위해 그런 짓을 했다는 사연이었다.

이후 아이는 다시 회복 되었다. 아이는 쾌활해졌고, 다시 부모는 아이를 대단히 자랑스러워하게 되었다. 그런데 얼마 후, 아이가 반에서 2등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쾌활해진 아이는 그런 사실을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엄마가 물었다.

“왜, 어쩌다가 그랬어?”
“새로 전학 온 애가 있는데. 걔는 정말 똑똑하더라고. 애가 힘도 넘치고 쾌활한 애야. 뭐든 다 나보다 잘해.”
“그래, 걔는 어디, 몇 동 몇 호에 사는 앤데?”


여기서 이야기를 잠깐 멈추고 이인선이 한규동에게 말했다.

“그런데 진짜 섬뜩한 게 뭔지 알아?”
“뭐...뭔데요?”

이인선은 이렇게 말하며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엄마가 표정이 좀 이상한데, 이렇게 덧붙이더라는 거야.”

 

꼭대기 층에 사는 아이는 아니겠지?


- 2023년, 대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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