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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훈 플레인 요구르트

2006.11.24 23:5811.24

  내 앞에 펼쳐진 삶의 여정이 너무나도 험난하고 매일매일 닥쳐오는 생활의 짐이 너무나도 지긋지긋하게만 느껴질 무렵이었다. 나는 하루하루 무너져내려가고 있었다. 내 어깨는 이미 충분히 무거웠다. 조그만 짐 하나만 더 얹어도 나는 곧 쓰러지고 말 것만 같았다. 그런 내 어깨 위에 철썩 하고 뻔뻔스럽게 얹어진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예비군 훈련 통지서였다.
  물론 조금도 좋을 것이 없었다. 새벽부터 비가 내려서 혹시나 귀찮은 훈련은 다 안 하게 될까 하는 기대에 부풀었으나 아침이 되자 곧 비는 그치고 꽤 따가운 햇살이 쨍쨍하게 내리쬐었다. 철모를 머리에 눌러 쓰고 한 떼의 예비군 무리에 섞여 어슬렁어슬렁 사격장으로 걸어가는 동안, 나는 자연스럽게 내 병약한 육체에 씌워진 근대국가의 굴레를 느꼈다. 그것은 너무나도 생생한 감각이어서 느끼는 순간 거의 즉시 거부감으로 몸이 움츠러들게 만드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늘이 드리워진 허름한 야외 교육장에 앉아 먼 산을 바라보면서, 나는 아무래도 총만큼은 쏘고 싶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어젯밤에 꿈이 너무 뒤숭숭했거나 오늘 자신의 몸 상태가 너무 안 좋다 하는 사람은 열외를 하시기 바랍니다.”
  하고 사람 좋아 보이는 교관이 한마디 하자 한 무리가 집총을 거부했다. 나도 슬그머니 그 무리에 들어갔다.
  바로 그때 옆에서 누군가가 이렇게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나는 안 쏠란다. 나라가 나한테 해 준 게 뭐 있다고.”
  나는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가 다시 한 번 그 말을 곱씹어 보고는 아무에게도 안 보일만큼 미세하게 고개를 저었다. 물론 그렇다. 나라가 나한테 해 준 게 뭐라고. 하지만, 하지만 군대가 나한테 해 준 게 뭐냐고 스스로 묻다 보면 나는 일단 한 발 물러나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공군이 나에게 해 준 게 뭐냐고 자문하기라도 한다면, 나는 도저히 그 생각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어지는 것이었다.
  훈련이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에 그녀를 만났다. 그녀는 군복을 입고 있는 내 모습이 어쩌면 그렇게 안 어울릴 수가 있냐며 한참을 웃었다. 나는 군복이 어울리는 사람도 있냐고 반문했다. 그녀가 깔깔거리고 웃는 동안 나는 어쩐지 그녀가 숟가락으로 떠먹고 있던 것에 눈이 갔다. 요구르트였다. 평소에는 그다지 먹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던 것이지만, 그날따라 나는 그녀의 손에 들려 있던 숟가락을 빼앗아서라도 한 번 맛을 보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그녀는 웃음을 멈추고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나는 어쩐지 입맛이 싱거워진 기분으로 요구르트 겉에 적혀 있는 글자를 빤하게 내려다 보았다.
  플레인 요구르트.
  “플레인 맛이 하나도 안 나잖아.”
  내 말에 그녀가 대꾸했다.
  “플레인 향만 좀 넣었겠지.”
  나는 입맛을 다셨다. 플레인 맛. 플레인 맛.

  그날은 내가 소위로 임관한지 약 1주일쯤 된 날이었다. 나는 아침부터 인사처에 앉아서 신상명세서 같은 것들을 몇 부 작성한 뒤에 인사 관리 규정 같은 것들을 뒤적거리다 꾸벅꾸벅 졸음에 빠져 들고 있었다.
  전날은 새로 배정받은 숙소를 청소하느라 힘들었다. 전에 쓰던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 수 없지만, 구석구석에 슬어 있는 곰팡이며 지저분하기 그지없는 화장실에, 숙소 뒤에 있는 산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습기까지, 그 습기를 가득 머금은 침대 위에 앉았다가 깜짝 놀랐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했다. 나는 신선한 물의 느낌을 좋아하지만, 그렇게나 생생한 물 분자의 감촉을 하필 무심코 걸터앉은 침대에서 느껴야 한다는 것은 기분 나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니 그 방을 간신히 사람이 살만한 곳으로 만들어 놓는 데만 해도 꼬박 하루가 다 지나갔다. 그래도 청소를 하다 보면 어쩐지 남의 집인 것만 같던 공간도 서서히 내 것이 되어가는 것이다. 나는 그 눅눅한 방이 마음에 들었다. 곧 가을이 오면 습기는 스르르 사라져 줄 테니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가을날의 습기처럼 스르르 잠이 들어가고 있었다. 나에게는 아직 아무런 임무도 주어지지 않았다. 그저 신상명세서 몇 장을 더 제작해 내는 것이 그날 내가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가장 생산적인 일이었다. 그러니 잠이 들어도 괜찮았다.
  바로 그때 그가 나타났다. 공군은 우선 나에게 그를 보냈다. 짧은 머리, 짙은 풀색의 조종복, 어깨에 새겨져 있는 중령 계급장. 그는 나를 보더니 다짜고짜 따라오라고만 했다. 그리고 아무도 그를 막지 않았다. 나는 흩어 놓은 정신을 서둘러 수습하고 모자를 챙겨 들고 그를 따라 나섰다. 그는 군용 프라이드에 나를 태우고는 곧 낯선 곳으로 차를 몰았다.
  물론 납치는 아니었다. 납치라고 생각한 사람은 인사처장과 나, 단 두 사람뿐인 것 같았다. 인사처장은 사관학교 선배인 그가 대뜸 신임 소위 하나를 데려가겠다고 하는 바람에 적절한 행정 절차를 전혀 못 거친 상태에서 장교 하나를 억지로 배속시켜버려야 하는 상황에 처했음에도 불구하고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한 것이 분했던 모양이었다. 나는 그런 것까지는 관심이 없었고, 다만 나를 데리고 가겠다는 이 인물이 과연 누구이며 또 그가 나를 어디로 데려갈 것인가가 궁금할 따름이었다.
  그는 영락없는 조종사였다. 공군에 갔으니 조종사를 만난 것이 예상 밖의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곳이 어디였던가. 공군사관학교가 아니었던가. 되도록 비행기 소리 안 듣고 또 가능하면 도서관이 있는 사관학교에서 조용히 3년 보내다가 지적으로 성숙한 청년이 되어 사회로 돌아가는 것이 소망이었던 나는, 느닷없이 나타난 조종사가 나를 납치해 가는 상황이 꿈같이 느껴졌다. 조종사는 공군에서 제대로 싸움을 하는 유일한 종류의 인간이고, 조종사가 있는 곳으로 간다는 것은 진짜 군인들이 있는 곳으로 간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사관학교에 배속되기 위해서 나는 얼마나 열심히 훈련을 받았던가. 하지만 그 모든 노력이 이제 물거품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그가 난폭하게 운전하는 낡은 프라이드를 타고 앞으로 3년 동안 일할 곳으로 실려 갔다. 나는 그 전날 열심히 청소해 둔 나의 새 방을 떠올렸다. 습기 가득한 방. 곰팡이가 피어있는 방. 아쉬움에 뒤를 돌아 봤지만, 이미 공군사관학교는 정문조차 보이지 않았다. 차는 불안할 만큼 요란한 엔진 소리를 내면서 비닐하우스들이 세워져 있던 흔적이 남아 있는 어느 시골길로 꺾어 들어갔다. 그때 그가, 그러니까 대대장이 말했다.
  “저기 우리 비행기 내려온다.”
  나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그러자 비행기 한 대가 우리 머리 위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물론 전투기는 아니었다. 프로펠러가 달린 경비행기였다. 비행기는 마치 거대한 날짐승이 먹이를 낚아채려는 듯 위협적으로 다가오더니 취약한 복부를 그대로 드러내며 우리 머리 바로 위를 지나갔다. 움찔했다. 나는 그때서야 그 시골길 한쪽에 있는 언덕 위가 사실은 활주로 한쪽 끝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비행기는 착륙을 하기 위해 그렇게 낮게 날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왜 아무도 나에게 그곳에 비행교육대대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지 않았을까. 나의 우아한 3년간의 군 생활은 어떻게 될 것이란 말인가. 그 순간 나는 그저 원망스럽기만 했다. 무엇이 진짜로 원망스러운지조차 알지도 못했지만 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무엇인가를 한없이 탓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분명히 발을 잘못 디디고 만 것이다. 어차피 들어온 군대였지만 조금이라도 덜 딱딱한 곳을 찾아보겠다고 간 곳이 사관학교라는 곳이었는데, 겨우 차로 10분 거리에 버젓이 활주로가 있고 엔진 소리가 요란한 진짜 군부대가 있을 줄을 누가 알았을까. 생도들 운전 연습장이 영내에 있는 것과 똑같이 비행 연습장이 길 건너에 있을 줄이야.
  그렇다. 예상했던 것과 같이 그 뒤로 나의 생활은 순탄치가 않았다. 누군들 자기 군 생활이 남들보다 안 힘들었다는 사람이 있을까마는, 적어도 한 가지 면에서만큼은 내 군 생활도 순탄치가 못했다. 일이 손에 익게 될 때까지 몇 달간, 나는 도서관이라고는 근처에도 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물론 장교들 생활이라는 게 사병들과는 달라서 다섯 시에 퇴근하면 어디서 무슨 짓을 하든 다음날 여덟 시에 군복을 입고 출근만 해 있으면 되는 것이었지만 그 무렵의 나는 퇴근하면 들어가서 껌껌한 방구석에 숨어서 겨울잠처럼 기나긴 잠을 자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꿈에서도 내내 일을 하다가 하루 일이 다 끝났다 싶을 무렵에 그 모든 것이 다 꿈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날도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나는 그렇게 하루하루가 괴로웠다. 내가 처해 있는 상황이 다른 곳보다 훨씬 더 괴로웠던 것이 아니라고 해도 상관없었다. 내가 좀 더 나약하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아무튼 나는 괴로웠으니까.
  그게 다였다면 공군은 정말이지 나에게 예비군 훈련장에서 총알 몇 발을 더 쏘아 줄 마음조차 들지 않을 정도로 아무것도 해준 게 없는 것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일이 꼭 그렇게 간단하게 풀리지만은 않았다.
  그 일은 처음에는 비극으로 시작되었다. 임관한지 1년이 지난 어느날 나는 진규가 다급하게 어디론가 달려가는 것을 보고는 별 일이 다 있구나 싶어 그를 불러 세웠다. 진규는 관제탑에서 일했는데 키가 관제탑처럼 컸다. 그가 말했다.
  “아직 못 들었어? 당신도 이렇게 한가하게 있을 때가 아닌데. 빨리 사무실 들어가 봐.”
  “왜?”
  “비행사고 났대. 너 쫌 있으면 감찰실이고 뭐고 본부에서도 사람들 들이닥칠 텐데 행정계도 뭐 걸릴만한 거 없는지 빨리 찾아봐. 대대 지금 난리 났어. 대대장님이 너 찾으실 텐데.”
  사고는 착륙을 시도하던 학생이 긴장한 나머지 자기도 모르게 페달을 밟아 버려서 항공기가 활주로를 벗어나는 바람에 일어났다. 하지만 그 사실이 밝혀지고 공군 본부에서 그렇게 확정을 지어줄 때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그 사이에, 언제나 사고가 나면 그렇듯이 책임 문제가 떠올랐다. 조종사 과실이냐 정비 불량이냐 하는 문제가 가장 중요한 쟁점이었지만, 혹시 관제사 실수가 있지나 않은지 활주로 관리에는 문제가 없었는지 워낙 여러 가지가 걸릴 수 있는 부분이라서 진규 역시 사건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관제탑 밖에 얼굴을 내밀지 못하는 눈치였다.
  거대한 크레인이 활주로에 들어가서 반파된 상태로 뒤집어진 기체를 바로 세워 놓는 동안 나는 아무도 찾지 않고 아무도 전화조차 하지 않는 조용한 사무실에 앉아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았다. 크레인이 활주로에 들어가서 비행기를 뒤집다니. 정말이지 상상도 못했던 사태였다. 게다가 참모총장이 심기가 불편했다니, 대대장은 진급이 어려워질지도 모른다. 대대장 책임은 아니지만, 결국은 다 대대장 책임이다. 장래가 불투명해진 데 낙담한 조종사의 앞날이 눈앞에 그려졌다. 그는 이제 하늘이 아니라 대대 근처를 어슬렁거리며 대대가 왜 이렇게 지저분해졌냐고 투덜거리기 시작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면 나의 삶은 또 얼마나 귀찮아질 것인가.
  평소 유목민들의 삶을 동경해 왔으나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었던 나의 삶에도 유목민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면 그것은 여름이면 대대 주변에 무성하게 자라나곤 하는 풀 때문이었다. 나는 여기저기에서 차출한 병사들을 데리고 주변 잔디밭을 돌며 무성하게 자라난 풀들을 자르게 해야 했다. 아니, 가끔은 자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뜯어먹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기도 했다. 한쪽에서 풀을 다 뜯어먹고 나면 다른 곳에 또 무성하게 풀이 자라고, 그러면 나는 양떼를 이끌고 목초지를 옮겨 가야 했기 때문이다. 다섯 시가 가까워 오면 나는 양들을 불러 모아 집으로 돌려보냈는데, 양들은 언제나 내 말을 잘 들었다. 겨울에는 눈도 뜯어 먹는 착한 양들. 내가 직접 예초기를 휘둘러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유목은 골치 아픈 일이었다.
  가끔 작전계장이나 중대장이 규정집을 찾아 달라며 사무실에 찾아왔다. 그들의 굳어버린 표정을 보면 그쪽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었다. 감찰실에서 표준화 평가실까지, 일이 터지면 찾아와서 규정집을 꺼내 드는 사람들이 종류별로 다 와 있었다. 나는 나에게 불똥이 튀지 않은 것만 해도 얼마나 다행인지를 생각하면서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었다. 밤이 깊어갔지만 퇴근은 할 수 없었다. 내가 회계감사를 받던 날에는 다섯 시가 되자 모두가 다 퇴근하고 없었다. 나는 쓸쓸히 사무실에 앉아 심장이 두근거리는 스릴을 온몸으로 만끽하며 그 밤을 맞았다. 그 다음날에도 사람들은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비행기와 관련 없는 일은 모조리 나에게 던져 놓고, 조종사들은 하늘에 관한 일에만 열을 올렸다. 아니꼽고 치사한 일이었지만, 그 덕에 나에게 불똥이 튀지 않은 것만은 다행이었다. 현실에서와 마찬가지로 업무상의 나또한, 털면 먼지 나고 찌르면 피가 나는 인간이었던 것이다.
  진규는 뭔가 걸린 모양이었다. 사유서 양식을 가르쳐 달라고 전화를 해 왔다.
  “사유서도 안 써 봤냐?”
  “내가 너 같은 줄 알어?”
  그렇게 얄밉게 대답하는 녀석에게 나는 이십여 건의 사유서가 들어있는 폴더를 몽땅 보내 주었다. ‘상기(上記) 본인은 2001년 2월……’로 시작하는 일종의 산문 형식의 반성문이었다. 산문인데 쓰다 보면 산문시처럼 되곤 하는 반성문. 나는 왜 그렇게 반성문을 많이 써야 했을까. 나는 뭐가 그렇게 죄송스럽고 뭐가 그렇게 부주의했던 것일까. 이제는 잘하면 읽는 사람의 눈시울까지도 적실 수 있을 만큼 나는 사유서를 잘 썼다. 처음 사유서를 들고 감찰실을 찾아갔을 때는 그래도 부끄러웠다. 비록 명문장을 뽑아내지는 못했지만 그 어설픈 문장 사이사이에 진정으로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하는 내 청춘의 비애가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지금이라면, 아마 진규 본인보다 내가 더 빨리 사유서를 써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잘하면 읽는 이의 심금을 울릴 수도 있을 것이다.
  별 일 아니다. 대대원들이 힘을 모아 사유서 서른 장쯤 하루 저녁에 생산해 낸다 해도. 별 일 아니다. 하지만 일은 더 크게 벌어져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렇게 벌어져 있는 일의 틈새로 사유서를 덕지덕지 도배하는 것 정도로는 막을 수 없는 서늘한 바람이 불어 들어왔다. 저녁이 되고, 야단치는 사람도 야단맞는 사람도 모두가 한 풀 꺾여버릴 무렵이 되자 사람들은 그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한 순간에 오른팔을 잃은 나이 어린 초보 조종사. 얼굴은 직접 보지 못했지만, 극도의 공포로 거의 정신을 잃고 있더라고 사람들이 말했다.
  나는 사무실로 돌아와 내 책상 앞에 가서 앉았다. 퇴근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나는 남아서 벌 서는 일만큼은 하고 싶지 않았다. 내 잘못도 아니고, 내가 남아서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얼마 있다가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팔을 잃은 아이의 진술서를 받으러 가는 사람을 모셔다 주고 다시 데리고 오라는 심부름이었다. 나는 대대장의 프라이드를 타고 딸기밭 비닐하우스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밤을 뚫고 병원을 향해 달렸다. 뒷좌석에 앉아서, 진술서 받으러 가는 사람이 이따금씩 말을 건넸다.
  아이고 잘못했습니다. 아이고 잘못했습니다. 나는 거의 그렇게 대답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놈의 촌구석은 밤이면 빛도 아꼈다. 나는 가로등이 별로 서 있지 않은 갑갑한 어둠 속을 둥그런 핸들로 더듬어 갔다. 그러다 나무에만 부딪쳐도 무서울 텐데, 옆문을 열고 뛰어내릴 바닥도 없는 하늘 위에서 눈앞에 언덕이 떡 하고 나타나는 것을 보면 얼마나 무서울까. 그는 간신히 공포를 벗어나 사람의 말을 말하고 들을 수 있게 된 모양이었다. 그는 뭐라고 진술할까. 아이고 잘못했습니다. 아이고 잘못했습니다. 나는 그러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술을 듣고 돌아오는 길에, 뒤에 앉은 양반이 또 말을 걸었다. 죽다 살아난 놈 치고는 멀쩡했다고 한다. 아직 실감을 못해서 그렇지 않을까 하고 대꾸했더니, 혼자서 고개만 끄덕이고 있는지 대답이 없었다.
  “자네도 고생이네. 이제 거의 다 끝나 가.”
  그가 말했다. 나는 고개도 끄덕이지 않았고 다른 대답도 하지 않았다.
  주머니 속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누구 전화일까. 누구 전화인데 이렇게 애타게도 나를 찾는 것일까. 없는 사이에 대대에 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나는 전화를 받고 싶지가 않았다. 어차피 저런 사람을 모시고 운전 중이니 운전 중에 통화를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무엇보다도 나는 전화를 받을 기분이 아니었다. 소리는 대대장이 험하게 길들여 놓은 프라이드 엔진 소리에 묻혀 주머니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았지만, 끝도 없이 울려 대는 그 집요한 떨림은 내 마음을 한층 불편하게 만들었다. 이 밤, 갑자기 나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싶어서 전화를 건 여인일지라도 되도록이면 다른 밤을 이용해 주었으면 싶었다. 빛이 드문 시골길. 별이 반짝이는 밤. 나는 야근이 싫었다. 어서 퇴근해서 침대 한구석에 쪼그리고 잠이 들고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때, 뒷좌석에 반쯤 누운 그가 말했다.
  “이제 전반전은 거의 다 끝났고, 본게임 들어가야지.”
  나는 핸들을 놓아버리거나, 아니면 한쪽 팔을 잃은 그 아이처럼 페달을 확 밟아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참았다. 그냥 잘못했다고 하고 꾹 참고 있으면 될 일 아닌가 싶었다. 아이고 잘못했습니다. 아이고 잘못했습니다.
  대대장의 프라이드를 주차시켜 놓고 한참을 밖에서 서성거렸다. 정말로 본게임이 시작될 모양이었다. 벌써 꽤 늦은 시간이었는데, 규정집을 내 놓으라고 할 사람이 공군 안에 또 어디에 남아 있었는지 차가 여섯 대나 더 들어오고 있었다. 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의 계급 합계를 보고 나는 그대로 숙소로 달아나고 싶었다. 별이 반짝이는 밤. 별들이 차를 타고 대대로 들어오는 밤.
  나는 달아나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고 나에게 애타게 전화를 건 사람이 누구였는지 확인했다. 어머니! 꼭 이런 결정적인 대목에 나타나서 사람의 마음을 지탱하고 있던 기둥 하나를 쓱 치워버리는 어머니!
  방금 도착한 사람들 중 일부가 격납고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정비대도 사정은 비슷한 모양이었다. 나는 집에 전화를 걸어 보려다가 말고 비행대 건물로 향했다. 그럴수록 어른스럽게 정신을 가다듬을 때다 싶었다. 다들 그렇게 힘들어하고 있는데 혼자 끈을 놓아 버리면 멸시의 대상밖에 더 될까 싶었다.
  그런데, 그런데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내가 발견한 것은, 놀랍게도 대대장의 웃는 얼굴이었다. 나는 자리에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군대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 한쪽 팔을 잃지도 않았는데 저렇게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단 말인가. 그는 분명히 나를 향해 웃고 있었다. 나는 당황한 나머지 주변을 살필 여유도 없었다. 그는 마치 나를 안아주기라도 하려는 듯 두 팔을 벌리고 내 쪽으로 다가오면서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이 중위야. 니 비행기 고기 먹어 봤나?”
  나는 아직 비행기는 먹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너무나 갑작스러운 환대에 나는 그만 불경스럽게도 대대장 말에 대꾸 한마디조차 달지 못했다. 그래도 그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그저 실실 웃기만 했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때서야 나는 다른 사람들도 모두 다 긴장을 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깨에 별을 주렁주렁 단 사람들은 한쪽에 따로 모여 앉아 서로 농담을 주고받고 있었다. 아니, 그래도 젊은 애가 팔이 하나 없어졌다는데.
  그때 격납고 쪽에서 비행대장이 다가오더니 역시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자, 지금 격납고에 준비 다 돼 있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우르르 일어나서 격납고 쪽으로 걸어 나갔다. 공군본부 어딘가에서 온 대령 두 사람이 내 옆을 지나가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내가 부산에 출장 가 있다가 부관 연락 받고 바로 왔잖아.”
  “왜? 훈련기는 고기가 얼마 안 나오나?”
  “아니야. 사람이 아무리 많이 와도 그래도 앉은 자리에서 뚝딱 하기는 힘든데, 이게 살이 오래 안 가. 놔두면 금방 맛이 가.”
  “아, 그런 거야?”
  “훈련기 살 못 먹어 봤어? 좋아하는 사람은 훈련기 살만 보면 아주 미치는데. 저 날개 죽지 살이 그렇게 고소하거든.”
  “그렇다더라. 그래.”
  격납고 안에는 대대 사람들이 거의 다 모여 있었다. 평소와는 달리 격납고 안에는 항공기가 한 대도 들어있지 않았다. 아니, 딱 한 대가 있었지만 그것은 이미 비행기의 형태를 갖추지 않은 상태였다. 어린 병사들 몇몇이 당혹스러운 눈빛으로 테이블에 놓여 있는 고기를 내려다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나 역시 그 아이들과 비슷한 심정이었다. 나는 그런 혐오식품은 먹어 본 적이 별로 없었다. 최근에는 중국산 미그기 종류가 저렴하게 들어오기 시작해서 비행기도 꽤 대중적인 것이 되어가고 있었지만 그래도 아직 어린 아이들이 즐기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리고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는 그렇게 높지도 않고 그렇게 낮지도 않은 내 계급을 생각해서, 어느 테이블쯤 서 있어야 예의에 어긋나지도 않고 너무 위신이 떨어지지도 않을 것인지를 살폈다. 그런 상황은 결코 드문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비교적 쉽게 답을 찾아내곤 했는데, 그것은 나라는 사람이 지닌 형편없는 사회적 감각에 비하면 대단히 놀라운 일이었다. 그러나 사실 나는 진규를 찾아내서 그 옆에 가서 서는 손쉬운 방법을 택할 뿐이었다. 그런 면에서 진규는 탁월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관제탑처럼 키가 커서 알아보기가 좋았다.
  내가 다가가자 진규는 마치 자리를 맡아 두고 있기라도 했다는 듯 자기 옆자리를 내 주었다. 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가 울상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사유서 썼냐?”
  “야, 니가 준 거 완전히 사유서 대백과드만. 베껴서 냈지. 고마워.”
  그는 아주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는 분명히 들떠 있었다. 그는 늘, 제대하기 전까지 한 번 맛볼 수 있을지 없을지도 알 수 없을 그 비행기 맛을 보기 위해 공군에 왔다고 말했다. 그만큼 그는 공군에 대해 확실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하기는 해군에 가 봐야 몇 대 되지도 않는 잠수함이 고기가 되어 나올 리가 만무했고, 질긴 탱크 고기 한 번 먹어 보자고 육군에 가서 고생하는 것 역시 본전도 못 찾을 일이었다. 그가 말했다.
  “전에 나 사천에 있을 때 수송기 먹어 보고 처음이다. 나 그때 처음 먹어 봤잖아. 국산은.”
  “맛이 달라?”
  “그럼. 중국산하고는 수준이 다르지.”
  나는 테이블 위에 올라가 있는 고기를 가리키며 물었다.
  “이건 원산지가 미국 아니야?”
  “미국이지. 세스나니까. 그래도 이거 들여온 지가 몇 년인데, 거의 국산으로 봐야지.”
  진규는 눈에서 광채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별을 세 개나 달고 있는 사람이 연설을 하더니, 모두가 잠깐 동안 묵념을 한 후에 본 행사가 시작됐다. 그러자 진규가 말했다.
  “이 중위야. 저 헤드 테이블에 갈 수 없을까? 날개 죽지랑 수직 꼬리날개랑 다 저 테이블에 가 있을 텐데.”
  그는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고기를 한 점 집어서 입에다 넣더니 곧 눈을 크게 뜨고는 환희에 찬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 모든 것들이 도대체 무슨 미친 짓인가 싶었다. 나는 그 거창한 밤참이 영 내키지 않았다. 마침 대대장이나 비행대장이 부르는 통에 나는 이런저런 심부름을 하느라 왔다갔다 분주해지고 말았다. 그러다 우연히 섞이게 된 테이블에서 나는 또 장군들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훈련기도 맛이 괜찮습니다.”
  “괜찮네. 근데 나는 전투기만 못한 것 같으다.”
  “하하하. 전투기보다야 하겠습니까.”
  “나는 옛날 박통 시절에 팬텀기 들여왔을 때가 우리 공군이 제일 잘 나갔을 때가 아닌가 싶어. 그 당시에 그게 최신 기종이었잖아. 최고급 요리사들도 같이 데려오고. 그때 사람들이 팬텀보다 더 육질 좋고 맛있는 전투기는 기술적으로 절대 못 나온다고 난리였는데, 그것도 그 시절 이야기지 작년에 먹어 보니까 완전히 고등어 맛이더구만.”
  “하하하하하. 좀 비리죠.”
  “그래. 그거 좀 비려.”
  “라팔은 어떻습니까? F-15만합니까?”1)
  “라팔 좋지. 육질도 좋고 프랑스 애들이 그래도 요리 하나는 아직 이거거든.”
  그는 힘차게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이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도 F-15가 조리하기는 좋은 것 같어. F-15K는 완전히 소스가 한국식으로 해도 잘 맞아서 아마 무시 못 할 거야. 그 입맛에 한 번 길들고 나면 그게 또 깊은 맛을 내거든. 고기도 얼마나 좋아, 그 정도면. 그건 놔둬도 잘 상하지도 않아. 까다롭지가 않거든. 몰라. 위에서 어떻게 정할지 모르겠지만, 새 고기를 먹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 여기서 내가 할 이야기는 아니고. 아, 나는 그 에어쇼에 못 갔어. MIG-35나왔다면서?”
  “아, 에어쇼 못 가셨습니까? 요 근래에 가 본 것 중에서는 최고로 아마 좋았던 것 같습니다.”
  “MIG-35가 그렇게 좋아?”
  “소련이 붕괴가 안 됐으면은 아마 중국이나 이런 쪽으로는 완전히 잡았겠던데요.”
  “아, 내 그게 아쉬워. 간 수술한다고 그때. 아니, 내가 죽을 때 죽더라도 그거는 한 번 먹고 죽어야 되겠다고 버티고 있는데, 마누라가 그러면 자기도 같이 죽자고 그러는데 재간이 있어야지.”
  그때 누군가가 다른 테이블에서 이쪽으로 건너와서 그들의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또 무슨 허풍을 늘어놓고 있는 거야? 아주 신났네.”
  “아이고, 부장님. 좀 드셨습니까?”
  “많이 먹었어. 이 친구 말 너무 믿지 마. 반은 실화지만 나머지는 보장 못해.”
  “아니, 제가 어디 허풍 축에나 듭니까? 박장군 앞에서는 명함도 못 내미는데요.”
  “하하, 그 새끼. 맞어. 아니 그 새끼가 또 뻥인지 진짠지 이야기를 하는데, 옛날에 걔가 미국에 교육 갔을 때 디스카버린가 챌린전가 우주왕복선 사고 났잖아. 그때 자기 아는 사람이 백악관에 어디 있었대요. 그래서 자기가 그걸 좀 얻어먹었다는데, 내가 가만히 듣고 있자니까 괘씸하잖아. 야. 좋다. 어디까지 뻥을 치나 한 번 해 봐라 하고 내가 속으로 그러고 듣고 있는데. 그 새끼 뻥 하나는 진짜 맛깔스럽게 잘 치드라. 아주 침이 꼴깍꼴깍 넘어가더라.”
  “그 이야기 다는 아니라도 좀 먹어 보기는 했을 겁니다. 진짜 무슨 줄이 있어 가지고 인공위성 같은 거 쏘아올리고 하면 그 본체를 바다에서 인양하기 때문에 고기가 좀 나오는데요, 그건 좀 먹어 본 것 같더라고요.”
  “그래?”
  그들은 어쩐지 시무룩한 분위기가 되었지만 이내 술이 한 잔씩 돌고 나자 다시 모두가 들뜬 기분이 되었다. 그 순간에 나는 어떤 역겨운 기분이 속에서부터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대화의 내용도 대화의 소재도, 나는 쉽게 소화해 넘길 수가 없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그들은 내가 그 테이블에 끼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황송하게도 나에게로 화제를 돌리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왜 안 먹어? 체면 차리지 말고 먹어. 오늘 종일 힘들었을 거 아니야. 우리가 자네들 어디가 잘못 돼서 사고가 났는지 보려고 온 건 맞지만 풀 때는 또 풀어야지. 에이고. 걔가 그렇게 팔이 나가버려서 안 됐지만, 또 남아 있는 사람은 툭툭 털고 또 해야지.”
  이제는 도저히 피할 수가 없었다. 나는 눈앞에 놓여 있는 접시들을 응시했다. 비행기를 먹다니, 식인만큼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팔을 잃은 아이의 그 팔을 내가 주워서 뜯어먹어야만 하는 시험에 놓인 것 같았다. 그렇다고 그런 별들 앞에서, 나는 비행기가 싫어요, 하고 외치면서 장렬히 전사할 수는 없었다. 공군에 와서 비행기가 싫다니. 그래도 그렇지 기르던 비행기를 어떻게 잡아먹는단 말인가. 그렇다면 멀쩡하게 밥 주고 기름칠하고 하늘을 산책시키고 할 때도 이걸 언제 잡아먹을 수 있을까 군침을 흘리면서 비행기를 바라본다는 말인가. 그런 모든 생각들이 짧은 시간동안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아무튼 그 순간을 피할 수는 없었다.
  멀리서 진규가 부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젓가락으로 비행기 날개 죽지라고 하는 부위 살을 한 점 집었다. 그리고는 아무 냄새도 느껴지지 않도록 호흡을 멈추었다. 서서히, 그러나 망설임이 느껴지지는 않도록, 나는 고기를 입에 넣었다. 그리고 씹었다. 기계적으로. 사람의 턱이 아닌 것처럼.
  아!
  순간 입안에 은은한 향이 퍼져 나갔다. 옆에서 사람들이 내 표정을 지켜보고는 껄껄 웃으면서 자기들끼리의 잡담을 이어갔다.
  “그래도 초음속으로 단련된 고기하고 초음속을 못 넘어 본 고기하고는 차이가 많이 나. 소닉 붐2)에서 결정적으로 숙성이 되나, 그게? 우주선은 어떨까? 속도도 속도지만 무중력에서 삭히면 질이 완전히 틀려진다면서?”
  “예. 그렇답니다. 중력을 안 받으면 지방이 골고루 퍼진답니다. 더 오래 놔두면 또 좀 맛이 떨어지고요…….”
  하지만 내 귀에는 그 소리가 사람의 말로 들리지 않았다. 그저 소음으로만 들렸다. 나는 격납고 안을 둘러보았다. 그 안에는 그 순간 내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를 알 수 있게 만드는 얼굴들도 몇이 있었다. 아마 그들도 이 천상의 양식을 처음 먹어 본 사람들일 것이다. 몇 번 씹을 것도 없이 저절로 살살 녹아 없어지는 것 같은 육질이었다. 나는 젓가락을 뻗어 한 점을 더 집었다. 그리고 떨리는 마음으로 비행기 고기를 다시 한 번 입속에 집어넣었다.
  아!
  가벼웠다. 하늘처럼 가벼운 고기. 입안을 선회 비행하는 듯한 그 은은한 향. 독특한 질감이지만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육질이었다. 그것은 분명히, 바람을 머금고 있었다!
  진규가 아직도 내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와 눈이 마주쳤다. 그가 미소를 지었다. 나는 그 미소의 뜻을 알 것 같았다. KAL기 폭파 사건 때 소련과 미국이 그 여객기 잔해를 서로 가져가려고 왜 그렇게 안달이었는지, FX 사업은 왜 그렇게 중대한 사업인지, 항공모함으로 신선한 고기를 전장에 공급하는 것이 현대전에서 왜 그렇게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지를 나는 알 것 같았다. 비로소 나는 이 사람들의 말을 이해할 수가 있게 된 것이었다. 비로소 나는 공군이 된 것이다.  
  그날 나는 테이블을 옮겨 가며 배탈이 나도록 먹고 또 먹었다. 또 먹고 또 먹고 또 먹었다.

  그 뒤로는 좀처럼 비행기를 먹을 일이 없었다. 제대가 가까워질 때까지, 나는 단지 이따금씩 하늘을 올려다보며 우리 공역 위를 날아다니는 비행기들을 바라만 보고 있었을 뿐이었다. 어쩔 수가 없었다. 제대가 가까워질수록, 나는 한 두 달이라도 더 공군에 남아 있을 수 없을까 하는 아쉬움이 더 강렬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새 기종에 대한 기대 때문이기도 했다.
  노태우 정부 때 북방 외교를 하면서 우리나라가 소련에 빌려 준 차관이 있었는데, 그 돈을 돌려받을 길이 요원해지면서 그 빚을 현물로 받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들어오기로 한 현물 중에 오래된 우리 훈련기를 대체할 미그 사(社) 훈련기가 있었는데 그 새 비행기들이 들어오는 시점이 묘하게 내 전역 날짜와 비슷했다. 그리고 그게 도입될 때 한 대는 식용으로 같이 들여오기로 했다는 것이 사람들의 말이었다. 일종의 이자인 셈이었다.
  나는 대대장실 바깥에 걸려 있는 새 기종 사진을 보면서 어떤 맛일까 상상하곤 했다. 새 기종 도입 교육을 받기 위해 미그 사에 파견 갔다 온 조종사들 말로는 미국 원산지인 기체들과는 완전히 다른 맛이라고 했다. 같은 러시아 원산지인 수호이(Su) 계통보다 미그(Mig) 계통이 낫다는 말도 있었다. 발트 해 바닷물로 키워 낸 기종이라 그 지방의 독특한 향취도 배어 있다고 했다. 러시아가 아직도 비행기는 참 잘 만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러시아 사람들은 일 처리가 빠르지 않았다. 그래서 선적 일정 역시 한참이나 미뤄지고 있었다. 원래 일정대로라면 제대 전에 충분히 새 기종을 맛보고도 남을 일정이었지만 달이 갈수록 그 완벽한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전역 회식을 비행기로 하거나 아니면 아예 맛보지 못하거나 둘 중 하나가 될 때까지 선적이 밀려버리자 나는 안 그래도 말년이라 마음이 심란하던 차에 도저히 일이 손에 잡히지 않게 되고 말았다.
  나는 자리에 앉아서 하루 종일 인터넷 자료들만 살폈다. 소련산 수호이 계통과 미그 계통 전투기의 육질과 숙성에 대해서, 그리고 미국산 F 계통 전투기들과 B 계열 폭격기, 특히 항암 효과 등 탁월한 치료 효과까지 보인다는 스텔스 숙성법에 관한 이야기들, 프랑스 요리 전문지에서 늘 격찬하는 유럽형 전투기들의 담백한 향취까지. 일본만 해도 1930년대에 이미 항공기 대량 유통을 위해 항공모함 내 냉동 냉장 시설 제조 기술이 미국에 맞먹었다는 이야기 같은 것들을 읽으면서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나는 왜 그 모든 것들에 무관심하다가 다 늦게 와서야 그 세계를 알게 되었던 것일까. 차라리 처음부터 몰랐다면 마음은 편했을 것을.
  나는 장 중위를 닦달했다. 그는 러시아어에 능통하다는 이유로 얼마 전에 대대로 온 후배 장교였다. 그는 자기도 열심히 전화는 해 대고 있지만 그쪽 일이 워낙 그런 식이라는 것이었다. 예전에 러시아에 있는 회사에서 일할 때를 생각하면 재촉해 봐야 별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말년 휴가를 나와 있는 동안에도 나는 하루에 두 번씩 부대로 전화를 했다. 도입 일정은 당겨지기는커녕 점점 더 늘어지고 있었다.
  신기종 도입을 한 달 앞둔 어느 여름날, 나는 오랜만에 공군 정복을 입고 전역 신고를 했다. 다들 밖에 나가서 건강하게 잘 살라는 따뜻한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으나, 그 뒤에 생략되어 있는 말의 뉘앙스를 나는 놓치지 않았다. 그렇게 눈이 빠지게 기다렸는데 이제 어디 군용기 고기 구경할 일이나 있겠어, 하는 그들의 눈빛.
  차에3) 짐을 잔뜩 싣고 부대 정문을 나섰다. 초병들이 마지막 경례랍시고 장군들한테 경례하듯 우렁찬 소리로 경례를 붙였다. 나는 뒤를 한 번 돌아보았다. 그러나 이제는 어쩔 수가 없었다. 항공기 엔진 소리가 머리 위에서 퍼져 나갔다. 나는 아직 공군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아직도 배워야 할 게 많았다. 아직 맛도 못 본 무수히 많은 비행기들이 전 세계를 날아다니는데 이대로 경력을 끝내야만 한다는 것이 아쉽기 그지없었다.
  <탑건>에서 그 유명한 함재기(艦載機) 톰캣(F-14)을 한 입 베어 물던 탐 크루즈의 야성적인 모습에 열광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가장 최근에 나를 열광하게 했던 또 다른 장면, 소말리아 모가디슈에서 격추된 블랙호크 헬기의 아직 신선한 고기를 지켜내기 위한 미군 델타포스의 비장한 각오, 그리고 제임스 장군의 한마디는 또 어떤가.
  “단 한 명의 생존자도, 단 한 점의 살점도 남기지 말라.”
  어렸을 때 우리는 누구나 다 하늘을 그리고 우주를 간절히 꿈꾸어 오지 않았던가. 나는 그 열정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하고 그저 국방부 시계가 어서 빨리 돌아가 주기만을 바라며 허송세월한 3년이 아쉬웠다. 그리고 약이 올랐다. 러시아 놈들! 러시아 놈들!
  그리고 3개월 후에, 나는 발틱해를 면하고 있는 상뜨 뻬쩨르부르끄 근처의 어느 항구에 서 손짓 발짓 다 해 가며 미그사 직원들을 찾고 있었다.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매서운 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나는 미그사 직원들이라고는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몰랐다. 그저 나의 집요함에 진절머리가 난 장 중위가 가르쳐준 대로 약속한 날짜에 거기까지 도착하느라 퇴직금으로 받은 돈의 반을 썼다. 장 중위는 전화로 그렇게 물었었다.
  “그런 게 그렇게 먹고 싶어요? 한국에 들어오면 내가 좀 싸 줄까?”
  물론 그래도 좋았다. 하지만 나는 언제 들어올지도 모를 비행기를 이제 더는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수가 없었다. 도대체 그게 어떤 고기였기에 프랑스 요리 전문지가 그렇게도 열정적인 찬사를 보냈단 말인가. 나는 얼마 전에 난 기사에서 본 그 비행기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수중에 있는 돈을 다 털어서 거기까지 날아가고 말았던 것이다.
  낭만도 관광도 없는 여행의 마지막에 마침내 미그사 직원들을 만났을 때, 나는 우리말로 욕부터 퍼부었다. 그는 반가운 얼굴로 뭐라고 자기네 말로 떠들어 댔지만 어차피 서로 알아들을 수 없는 대화였다. 나는 장 중위를 통해 미리 이야기를 해 둔 대로, 가지고 있던 돈을 몽땅 내밀었다. 그는 대단히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나를 차에 태워 어디론가 데려갔다. 그 순간에 내가 그날을 떠올린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을까. 대대장이 자고 있던 나를 깨워 대대로 데려가던 그날.
  차에서 내리자 그는 아직도 선적이 되지 않은 비행기들을 보여 주었다. 컨테이너에 싣기 위해서 분해된 상태로 정리되어 있는 모습이 어쩐지 숭고하게 보이기까지 했다. 내 몫을 내 놓으라고 우리말로 말하는 것을 보더니 그는 조금만 참고 기다리라는 듯한 손짓을 했다. 그는 뭔가를 더 설명하더니 다시 차에 타라는 몸짓을 하는 것이었다. 나는 절대 그럴 수 없다고 버텼지만, 그가 한사코 일단 차에 타라는 시늉을 하는 통에 반신반의하면서 차에 올라탈 수밖에 없었다.
  납치가 아닌가 싶을 만큼 긴 시간동안 차는 아무것도 없는 벌판 위를 달렸다. 몇 시간이나 달렸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돈을 괜히 먼저 건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납치가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두려움이 엄습하는 것을 느꼈다. 그는 뭐라고 뭐라고 중얼거렸다.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협박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내가 곧 맞이하게 될 운명에 대해서 아주 아무렇지도 않게 수다 떨 듯 이야기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섬뜩한 기운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장 중위의 말을 믿은 것이 성급하고 어리석은 짓이었을까. 그는 자기가 주선해 주면 비행기를 아주 원 없이 먹을 수 있게 해 줄 수 있으니, 돈이나 충분히 챙겨 갔다 와서 제발 다시는 전화하지 말고, 취직이나 잘 알아보라고 말했다. 나는 그가 러시아에서 안면을 트고 지내던 마피아에게 나를 넘긴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설마. 설마. 장 중위가. 그러면서도 나는 잠이 들었던 것이다. 아니 잠이 들어버릴 만큼 끝도 없는 길을 그는 운전해 갔던 것이다.
  얼마를 더 잤는지 얼마를 더 갔는지 알 수도 없을 만큼 더 달린 뒤에야 나는 흠칫 놀라며 눈을 떴다. 나는 우리 자동차 전면을 향해 날아오고 있는 거대한 물체를 보고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옆에서 미그사 직원이라던 러시아인이 털털하게 웃는 소리가 들려 왔다. 비행기가 머리 위를 낮게 날아 지나갔다. 무안함에 잠이 순식간에 달아났다.
  이내 차가 멈춰 섰다. 미그사 직원은 또 뭐라고 알 수 없는 말들을 지껄였다. 내리라는 의미 같았다. 차 문을 열기도 전부터 나는 하늘을 가득 메운 시끄러운 엔진 소리를 들었다. 비행기 엔진 소리였다. 그것도 한 대가 아니라 여러 대가 동시에 내는 소리였다. 나는 차에서 내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은 비행기로 가득 차 있었다.
  러시아 사람 몇 명이 내 쪽으로 다가오더니 험상궂은 얼굴을 하고는 뭐라고 떠들어댔다. 나는 다시 한번 위압감으로 몸이 움츠러드는 것을 느꼈다. 그 중 두 명이 한쪽 팔과 어깨를 떠밀어서 나를 어디론가 데리고 갔다. 나는 완강히 저항하지 못하고 힘없이 끌려만 갔다. 그러면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스무 대쯤 되는 비행기가 하늘을 어지럽게 날고 있었다. 사실은 각자 할당된 공역에서 움직이고 있었겠지만, 그 모습은 가을 들판에 드러누워 잠자리 떼가 노니는 하늘을 바라보는 것보다도 훨씬 더 어지러워 보였다. 게다가 말이 전혀 전해지지 않을 정도로 시끄러웠다.
  그들의 손에 이끌려 잠시 걸어가자 200명쯤 되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잘 분간할 수는 없지만, 옷차림으로 봐서는 유럽의 더 잘 사는 지역에서 온 것 같은 사람들이 다수 섞여 있었다. 나는 그 무리들 중 어떤 사람 앞에 인도되었다. 나를 끌고 온 사람들은 그 사람 앞에 다다르자 인심 좋은 웃음을 지으며 나를 놓아 주었다.
  한쪽 팔이 없는 동양인이었다. 러시아 사람들이 보기에, 같은 동양인이니까 말이 통할 거라는 생각이 든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는 알 수 없었다.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으니까. 다만 한쪽 팔이 없다는 사실이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나는 비행기 사고로 팔을 잃었던 그 아이의 얼굴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반갑게 웃고 있는 그에게 그저 어색한 웃음을 지어 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런 일로 고민할 시간은 길지 않았다. 바로 그 순간에 사람들이 일제히 하늘을 향해 팔을 뻗어 손가락으로 비행기들을 가리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저마다 다른 비행기를 향해서 손을 뻗었으나 이내 거의 모든 사람들의 손이 단 한기의 비행기를 가리키게 되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눈빛을 교환했다. 일종의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작업인 모양이었다. 그것을 보고 러시아 남자 하나가 무전기에 대고 뭐라고 이야기하는 모습이 보였다. 잠시 후에는 모두가 가리켰던 그 비행기에서 조종사가 낙하산을 펴고 탈출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때까지도 이 모든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아채지 못했다. 조종사와 남은 연료를 모두 잃은 비행기는 서서히 저 먼 쪽으로 비틀거리듯 날아갔다. 그때 누군가가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어로 뭐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 전부가 어디론가 달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뿔뿔이 흩어져서 주위에 세워 둔 차를 향해 달려갔다. 저 먼 쪽에서 비행기가 추락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때서야 나는 눈치를 챘다. 사람들은 그쪽으로 달려가고 있는 것이었다.
  마흔 대쯤 되는 차들이 사람들을 싣자마자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 나갔다. 나는 아무 차에나 올라탔다. 다른 사람들도 다 그랬다. 내가 탄 차에 있던 나머지 세 사람이 괴성을 질렀다. 나도 따라서 괴성을 질렀다. 나는 그들의 표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내 표정을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신할 수 있었다. 모두가 그 순간을 위해 나처럼 세 끼쯤 굶은 상태임에 틀림이 없었다.
  우워우워우워.
  우워우워우워.
  방금 갓 잡은 신선한 훈련깃살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러시아의 하늘은 우리 괴성으로 불타고 있었다.

  예비군 훈련을 마치고 돌아 온 날, 그녀는 군복을 입고 있는 내 모습이 어쩌면 그렇게 안 어울릴 수가 있냐며 한참을 웃었다. 나는 군복이 어울리는 사람도 있냐고 반문했다. 그녀가 숟가락으로 떠먹고 있는 요구르트를 한 입 입에 넣었다가, 나는 어쩐지 입맛이 싱거워진 기분으로 요구르트 겉에 적혀 있는 글자를 빤하게 내려다 보았다. 이렇게 써 있었다.
  플레인 요구르트.
  “비행기 맛이 하나도 안 나잖아.”
  나는 그렇게 투덜거리면서 입맛을 다셨다.
  플레인 요구르트.
  플레인 요구르트.
  러시아에서 딱 한 번 먹어본 적이 있는, 미디움으로 익힌 비행깃살에 요구르트 소스를 얹은, 밤처럼 차갑고 하늘처럼 가벼운, 플레인 요구르트 스페셜 1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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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

1) 차세대 항공기 도입을 놓고 두 기종이 경쟁했다.
2)  기체가 소리의 속도보다 빨라지는 순간. 조종사는 소리보다 빨리 앞으로 나가고 있으므로 듣지 못하지만, 뒤에서는 대기를 찢는 폭음이 남는다.

3) 은색 6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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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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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재식 06.11.25 20:13 댓글 수정 삭제
    기막힙니다. 자칫 실없을 수 없는 헛농담일 수도 있건만, 꽤 많은 감상이 차있어서 재미있었습니다. 저는 유목민 풀뜯기기 부분 묘사가 무척 흥미진진한 부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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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명훈 06.11.26 14:25 댓글 수정 삭제
    한국 남성은 판타지를 쓰기가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유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소정의 교육"을 마치고 나면 누구나 손쉽게 판타지의 플롯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그걸 의무교육으로..
    유목 생활 부분은, 다른 어떤 분도 쉽게 공감이 간다고 그러시더군요. 휴. 그럴 수 밖에 없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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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6.11.26 16:25 댓글 수정 삭제
    하하하... 플레인 요구르트의 의미를 깨닫는 순간 바닥을 굴렀습니다. 미치겠습니다, 정말... 나오는 고기들이 너무 맛있어보이는군요. 꼴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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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명훈 06.11.26 20:21 댓글 수정 삭제
    흐흐흐. 맛있죠. 맛있었어요. 청정 수역에서 난 김과 함께라면 더욱.
    바닥을 굴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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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연 07.01.24 14:49 댓글 수정 삭제
    우리 속담에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맛"이라는 게 있잖아요. 물론 이 글에서 팔이 없는 두 인물이 같은 인물이라는 확신은 주지 않았지만... 그 정도로 맛있는 걸까요;; (... 플레인 요구르트 별로 안 좋아하는데 간만에 한 번 먹어볼까 하는 생각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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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명훈 07.07.31 13:46 댓글 수정 삭제
    드디어 욕망을 가진 캐릭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사명감이나 운명 같은 거창한 것들은 좀 나몰라라 하고 먹고 싶은 걸 먹고 싶어서 안달인 인간. 지금 보니까 그래도 전반부는 사명감 혹은 조직 속에 부속품처럼 살아가는 인간의 우울함 같은 것으로 시작했네요. 중간 쯤에 식욕의 불이 당겨지고 나서는, 세상이 다르게 서술되는 방식으로 써 있네요. 결말 부분은 원래 이것보다 좀 더 약했습니다. 욕망을 가진 인간 캐릭터에 대한 무의식 수준의 반발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 많이 가지 않도록 자꾸 끌어내렸으니까요. 그러나 어느 순간, 지금의 결말이 치고 올라왔습니다.
    주인공이 욕망을 가지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아주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좀 더 사회적인 주인공이었을 때하고는 또 좀 다른 희한한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거든요. 욕망을 가진 인간 대용으로 직업을 가진 인간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특별한 행동 양식, 습관, 이런 걸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직업을 가진 인간도 어느 정도 역할을 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정말 보편적인 캐릭터란 오히려 개인적이고 인간적인 욕망을 가진 인간일지도 모릅니다. 미스터 빈처럼 이기적인 캐릭터가 오히려 보편적인 캐릭터일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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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을 거의 잊고 정신없이 읽고 있다가 마지막에 가서 이마를 딱 쳤습니다. 하하하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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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명훈 07.09.14 13:17 댓글 수정 삭제
    앗, 언제 또 읽으시고 리플을.
    그래서 제목을 뒤에 한 번 더 등장시켰어요.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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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티 08.03.14 15:09 댓글 수정 삭제
    처음엔 비유라고 생각했습니다.
    '플레인' 요구르트의 실체가 밝혀지는 순간 입을 떡 벌렸습니다.
    제가 상상한 고기맛이 아직까지 감도네요. 침이 고여요.

    철거인 6628호의 재등장도 반가웠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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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eReal 08.04.02 16:00 댓글 수정 삭제
    아... 너무너무 웃겨요. 웃겨서 죽는 줄 알았어요. 다른 소설도 몇 개 더 읽어보았는데, 하나같이 현실에서 비현실로 쑤욱 넘어가는 느낌이 아주 짜릿하고 신비로웠어요.

    이런 곳에서 명훈 오빠를 보게 될 줄은 몰랐어요. 제가 누구인지 아시려나요? 눈이 큰 00 후배라고 힌트를 드린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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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명훈 08.04.02 16:26 댓글 수정 삭제
    눈이 크다면 우리 종족이 아닌 건 확실한데,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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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eReal 08.04.02 17:06 댓글 수정 삭제
    종족뿐 아니라 아예 종이 다른것 같은데...^^ 기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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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명훈 08.04.02 17:25 댓글 수정 삭제
    오! 기린이구나. 반가워라.
    그나저나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
    종종 놀러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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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eReal 08.04.02 19:17 댓글 수정 삭제
    친구가 <판타스틱> 과월호를 한뭉치 넘겨주었답니다. 낯익은 이름을 보고 설마 했는데 진짜로 오빠였을줄이야. 그리고 그 소설들이 이토록 재미있었을줄이야. 저도 짧지만 가끔 블로그(seereal.org)에 소설을 씁니다. 오빠 이야기들을 보면서 많이 분발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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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명훈 08.04.02 20:05 댓글 수정 삭제
    필명 안 쓰니까 좋은 점도 있구나.
    근데 아는 사람이라고 너무 띄워주는 거 아냐? ㅎㅎ
    나도 그쪽으로 놀러가 봐야지. 소설 쓴다니. 반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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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6.07 21:54 댓글 수정 삭제
    아하! 플레인 요구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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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08호 10.07.02 16:29 댓글 수정 삭제
    이렇게 재미있을 수가! 기립 박수를 보냅니다. 작가님 나머지 글도 -본문삭제- 되기 전에 얼른 다 읽어버리겠습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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