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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말하는 쥐 이야기


이렇게 저 같은 사람에게 내부 공식 발언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기서 말을 끊고) 부장: 잠깐만. 정확히 얘기하라고. “저 같은 사람”이 아니고, “저 같은 말하는 쥐”라고 해야지. 이거 다 녹취록에 남는 건데, 중요한 용어를 틀리게 말하면 안되지. 똑바로 하라고.

예, 죄송 합니다. 제가 말을 배운 게 사람한테 배운 것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사람 말투 그대로 따라하느라 자꾸 실수하게 됩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렇게 트인 공간에서 여러분들 보시는 가운데에서 말씀드리게 되어서 감사하다는 겁니다.

(질문) 과장: 일단 중요한 거 부터 먼저 이야기하죠. 본인 때문에 원로배우 홍춘선 선생님께서 아주 큰 피해를 입으셨는데. 죄를 반성하고 있어요?

반성이요? 그런데 반성은 제가 잘못한 일에 대해서 반성을 하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이번 일은 아주 분명히, 그냥 사고 입니다. 제가 저지른 일이 아니고요. 물론 피해 입으신 홍춘선 배우님께는 정말 미안하고, 안되셨다는 생각은 들고 하는데. 제가 어떻게 무슨 죄를 지은 것은 아닙니다. 사고거든요. 제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고요.

지금 살펴 보면 이렇습니다. 홍춘선 배우님께서 예전에, 그러니까 배우로 전성기에 활동하실 때에 분장실에서 손톱을 깎으신 적이 있는 거 같습니다. 보통 홍춘선 배우님께서 손발톱 깎고 그런 거는 집에서 하지 집밖에서는 절대 안한다고 하시는데, 그때는 하필 분장실에서 급하게 손톱 깎으셔야 했습니다.

촬영장에 대통령 경호실인가, 비서실인가에서 사람이 구경하러 나왔는데 그 시절에는 그런 사람들 엄청 무서워 했다고 하더라고요. 잘못 보이면 큰일 나는 줄 알고요. 그런데 그때 그  구경하러 나오신 분이 손톱 긴 여자를 왜인지 싫어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홍춘선 선생님께서 어쩔 수 없이 황급하게 분장실에서 손톱을 깎으셨다고 합니다.

그 손톱도 아무데나 버리거나 하신 것은 아니라고 하고요. 쓰레기통에 잘 버리셨다고 하시는데, 오히려 쓰레기통에 잘 버리신 게 문제가 된 것 같습니다. 그때까지만해도 서울에서 쓰레기 버리면 차에 실어다가 난지도에 버렸거든요. 그래서 홍춘선 배우님 손톱도 그때 난지도에 버려졌고요.

제가 마침 난지도 근처에서 살았는데요. 제가 사는 데가 이렇게 생겼었습니다. (난지도 억새밭을 지나는 들쥐가 찍힌 사진을 들어서 보여 준다) 어쩌다 보니까 멋모르고 그걸 먹어서 이렇게 홍춘선 배우님하고 똑같은 모습으로 변하게 되었습니다.

(질문) 과장: 그런데, 홍춘선 전성기면 벌써 몇 십년 전인데, 그때 버린 손톱이 아직까지 남아 있어서 먹었어요? 다 썩어 없어져야 되는 거 아니에요?

맞는 말씀이시고요. 제가 먹은 것도 딱 손톱 모양 그대로 남아 있는 거는 아니었습니다. 제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서 정말 사람 손톱 모양으로 생겼으면 저도 주의하고 안 먹으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전에도 한번 고생한 적이 있어서 사람 손톱 모양이면 거의 반사적으로 거부하고 안 먹습니다. 그런데, 손톱 모양이 거의 안남아 있고 썩어서 형체를 거의 알 수 없는 가루처럼 되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가루가 묻은 걸 먹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이렇게 사람 모습으로 변신한 뒤에 보니까, 그 자리에 안주거리로 사람들이 자주 먹던 쥐포가 버려져 있었습니다. 그게 불량식품으로 방부제를 너무 많이 넣어서 제조하던 거였습니다. 예전에 그 쥐포 만드는 회사 사람이 대통령 경호실쪽에 뇌물을 잘 보내서 단속에 안 걸리고 있었는데, 그러다가 다른 조직으로 뇌물 보내고 경호실쪽에 뇌물 끊게 되니까, 보복으로 단속했던 겁니다. 그 바람에 쥐포 회사가 망해서 쥐포란 쥐포를 쥐포를 다 쓰레기로 버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그 쥐포에 있던 방부제 때문에 하필 그 밑에 깔려 있던 손톱도 안 썩고 남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질문) 부장: 그러니까, 홍춘선이랑 그 대통령 밑에 있는 사람이랑 안주로 쥐포를 먹고 그래서 그 손톱을 먹고 싶었다는 건가?
(끼어들며) 대리: 부장님, 아니오. 그런 이야기는 아니고요. 두 가지는 서로 다른 이야기 입니다.
(말을 막으며) 부장: 아니, 내 말 뜻은 그게 아니잖아. 왜 태도가 그래, 사람이. 한 가지만 생각하지 말고, 둘, 셋, 넷, 전체적인 그 큰 그림을 생각해야지.

뭐, 제 생각에, (눈치를 본 뒤) 그 방부제 섞인 쥐포를 안주로 놓고, 홍춘선 선생님과 그때 나왔던 고위 공무원 분이 같이 그날 저녁에 술을 드셨을 수도 있을 것 같기는 합니다. 그리고, 하필 그 쥐포와 홍춘선 선생님 손톱이 버려진 뒤에 난지도에서 우연히 같은 자리에 던져져서 만났을 가능성도 있기는 있을 겁니다.

(기뻐하며) 부장: 봐, 내 말이 맞잖아.

그래서 우연으로 생긴 사고라는 겁니다. 저는 그냥 썩은 쥐포 냄새 같은 게 나길래 그걸 먹었을 뿐인데요, 거기에 우연히 썩지 않은 홍춘선 배우님 손톱 가루가 미세하게 묻어 있었던 겁니다. 그걸 같이 먹다가 보니까, 그만 제 몸이 홍춘선 배우님처럼 변신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무슨 큰 죄를 지었다기 보다는 사고, 어쩔 수 없는 사고 같이 느껴지기만 합니다. 예를 들어서 이런 겁니다. 차를 타고 가다가 갑자기 길바닥이 푹 꺼지는 바람에 차가 엎어져서 옆에 서 있던 사람을 다치게 했다면, 그게 제가 죄를 지었다고 볼 수는 없는 일이지 않습니까?

(질문) 대리: 그건 법적으로 잘 따져서 판단할 일인 거 같은데요. 길바닥이 푹 꺼져도 충분히 조심해서 운전을 하고 과속을 안하고 그랬다면 피해가 적었겠죠. 사람에게 안 부딛히게 잘 피했을 수도 있고. 사람 손톱을 먹으면 사람 모습으로 변신하게 된다는 거 그 전에 아셨었다면서요. 그러면 각별히 안 먹게 조심했어야죠. 그럴만한 가능성이 있는 것은 철저히 안 먹도로 피해 간다든가.

조심했었습니다. 그런데 아시지 않습니까? 제가 쥐였을 때는 그야말로 쥐였을 뿐입니다. 뇌가 아주 작단 말입니다. 말 하는 쥐라고는 하지만 세심한 판단을 하는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요즘에 난지도를 공원으로 바꿔서 억새밭을 만들고 자연을 가꾸고 보호하는 곳으로 꾸미고 한다고 하니까, 저 같은 작은 동물들이 살기가 좋은 곳이 되어 있습니다. 고라니나 산토끼 같은 동물도 있습니다. 그래서 살기 좋은 곳으로 가다 보니까, 난지도에 생긴 공원으로 가게 되었던 겁니다. 거기가 예전에 온갖 것이 다 버려져 있는 쓰레기장이었고, 혹시라도 잘못하면 사람 손톱을 먹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제 두뇌로 상상할 수 있었다면 절대 거기로는 안 갔을 겁니다.

(질문) 대리: 애초에, 쥐면 쥐로 그대로 살지 왜 사람으로 변하려는 그런 능력을 애초에 왜 가진 거에요? 그런 능력을 가진 자체가 너무 위험한 기술을 함부로 갖춘 거 아니에요? 위험물 관리법이나, 무기 관리법 같은 거 위반 아닌가요? 

능력이 아닙니다. 그냥 그런 상태가 된 겁니다. 능력이라기보다는 저는 오히려 그런 아주 특이한 병이 든 상태인 것 같습니다.

(질문) 과장: 언제 처음으로 사람으로 변하게 되었는지 그것부터 말씀해 보십시오.

맨 처음에 그냥 보통 쥐였을 때는 그냥 쥐였기 때문에 기억이 잘 안 납니다. 쥐의 뇌가 원래 갖고 있는 기억력이라는 게 워낙 약합니다. 사람으로 처음 변신한 후 부터만 기억이 납니다. 처음에 제가 사람으로 변한 것은 신라 홍제 10년 때입니다. 그러니까 요즘 쓰는 서기로 하면 581년입니다.

(질문) 과장: 그러니까 지금 연령이 1천년 이상이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겁니까?
부장: 왜 백년묵은 쥐가 말을 하고 변신하고 그런다고 그러잖아. 뭐 그런 건 가보지.

사람으로 변한 다음에 대충 영문을 따져 보니까, 이랬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제 추측에는 이런 일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 하늘에서 뭐 이상한 별똥별 같은 게 상주 근처로 떨어진 적이 있었습니다. 그 별똥별에서 이상한 사람이 나왔던 것 같기도 하고, 그 별똥별에서 나온 무슨 이상한 성분 때문에 근처에 있던 사람이 이상해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20세기식으로 말하면, 외계인이나 외계에서 온 바이러스 같은 게 떨어졌고, 그것 때문에 외계인들이나, 외계에서 온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때 근처에 있는 뭔가 죽어서 썩는 냄새 맡고 온 들쥐였습니다. 그러다가 저도 그 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아니면 외계인들에 잡혀서 이상한 실험을 당하거나 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해서 나타난 이상한 분들은 누구든 원하는 사람과 똑같은 모습으로 자신을 바꿀 수 있는 재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왜 20세기 영화 중에도 주위 사람과 같은 모습으로 변신하는 외계인 이야기가 많지 않습니까.

(질문) 과장: “신체 강탈자의 침입”이나, “괴물” 같은 영화를 말하는 겁니까?

예, 맞습니다. 아마 이런 이야기가 알게 모르게 전해지고 퍼졌기 때문에 20세기가 되도록 이런 이야기가 그렇게 인기를 얻은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때 그렇게 변신할 수 있는 외계인분들 중에 하나가 그런 생각을 하셨습니다. 이 나라에서 편하게 지내려면 이 나라에서 제일 힘이 세고 높은 사람으로 변신하면 좋지 않을까? 그래서 그 외계인이 당시 신라의 임금이었던 김사륜이라는 사람으로 변신했습니다. 진지왕이라고 하는 사람 말입니다.

그런데, 운이 없었던 것이, 그 김사륜이 그만 그때 쯤 죽어 버렸습니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죽기 마련인데, 그 이상한 분들은 그런 사실을 모르셔서 그런 기본적인 사항을 확인해 보시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김사륜과 똑같은 모습으로 그 이상한 분이 나타났을 때, 김사륜의 부인이었던 도화태후는 깜짝 놀랐습니다. 죽은 사람이 저승에서 돌아온 귀신이 나타났다고 착각했던 것 같습니다.

도화태후께서는 끝까지 자신은 귀신과 어울렸다고 생각했을 뿐, 외계인이나 외계 바이러스에 대해서 잘 이해하시지는 못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만, 그 후에 도화태후가 낳은 그 아들인 비형랑께서는 이 모든 사실을 다 이해하셨다고 합니다. 비령랑께서는 사람과 외계인 사이에서 태어난 사람이어서 더 쉽게 그런 생각을 해내셨던 것 같기도 합니다. 비형랑께서는 외계인 내지는 외계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거기에 대해 연구하는 학자가 되셨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때 신라 사람들 사이에서는  비형랑이 귀신이나 도깨비와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소문이 났습니다.

(질문) 과장: 그러니까, 지금 “삼국유사”에 도깨비와 귀신들을 부리는 괴상한 사람이라고 나오는 비형랑과 당신이 알고 지냈다는 이야기인가요?

그렇습니다.

그렇게 하면서 비형랑께서는 외계인들에게 사람들의 생활과 문화를 소개했습니다. 외계인들 중에 길달이라는 분이 계셨는데, 그 분은 사람들의 생활에 굉장히 호기심과 호감을 보이셨다고 합니다. 길달께서는 사람을 관찰하기 위해서 사람들 사이에 섞여 살고, 사람들과 문화 교류를 하고 싶어 하시기도 하셨습니다. 그래서 비형랑께서는 새 임금님에게 길달을 소개해서 길달께서는 신라에서 벼슬살이를 하기도 하셨습니다.

길달께서는 모든 지구의 동물들을 다 존중하고 좋아하시는 분이셨습니다. 그래서 길달께서 만든 천문대 겸 통신기에 제가 먹을 게 없을까 숨어 들었을 때에도, 저를 보살펴 주셨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다 저를 지저분한 동물이라며 죽이려고 했는데, 길달께서는 저를 안아서 좁쌀을 먹여 주시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멍청한 쥐라서 그것도 모르고 처음에는 그 분의 손을 물어 뜯으려고나 했습니다.

그때 저는 처음으로 그 손톱을 먹었습니다.

그리나서, 시간이 지나자 저는 제 몸이 그 모양으로, 그러니까 길달과 꼭같은 모습으로 변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겉모습 사람처럼 변했을 뿐만 아니라, 내장과 골격 또한 사람처럼 변했습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사람이 유지될 수가 없으니까요.

저는 갑자기 인간의 뇌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문득 머리가 좋아져서 세상 모든 지식과 감정을 갖게 된 것에 놀랐습니다. 그때의 그 모든 것을 알게 된 것 같은 무서운 놀란 마음은 아직도 그대로 기억 납니다. 저는 곧 길달과 제가 똑같은 모습이라는 사실에도 놀랐습니다. 저는 길달께 폐가 될까 싶어 얼굴을 가면으로 가리고 몸도 옷으로 꽁꽁 감싼 채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길달께서 지구를 떠나려고 하자, 비형랑께서 그것을 막은 적이 있었습니다.

비형랑께서는 사람들에게 더 뛰어난 문화를 전해 주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길달께서는 이제 충분한 관찰과 연구가 끝났으니 사람들은 사람들끼리 자연스럽게 살라고 두고 그냥 떠나자고 하셨습니다.

결국 두 분은 다투셨고, 비형랑께서는 길달을 죽이려고까지 하셨습니다. 저는 길달께 은혜를 갚기 위해, 길달로 변장하고 비형랑을 혼란스럽게 했습니다. 덕택에 길달과 그 다른 동료들께서는 지구를 떠날 기회를 얻으실 수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만, 그 후에도 길달께서는 바로 지구를 떠나지 않으셨습니다. 길달께서는 대신 다른 동료들이 모두 다 안전하게 지구를 떠날 때까지 비형랑을 막으려고 하시다가 결국 목숨을 잃으시고 말았습니다. 비형랑은 비형랑 대로 남아 있는 외계인 동료들이 아무도 남지 않은 형편이 되자, 다시 신라 시대의 기술로 밖에 살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슬퍼하셨습니다.

길달께서는 돌아가시기 전에 저를 다시 쥐의 모습으로 되돌려 주셨습니다. 길달의 모습으로 그대로 있으면 비형랑에게 해코지를 당할 수 있으니,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편이 목숨을 부지하기에는 낫다는 것입니다. 원래는 특수한 약을 먹어야만 쥐의 모습으로 되돌아갈 수 있었는데, 길달께서는 급한대로 지구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물질로 대체해 보자고 하셨습니다. 고양이 발톱에 있는 물질을 혈관에 주사하자, 저는 원래 쥐의 모습으로 되돌아 갔습니다.

그 후로 저는 한동안 계속 쥐로 살았습니다. 그 외계인 분들의 영향인지, 저는 더 이상 나이가 들어도 죽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50년 묵은 쥐, 100년 묵은 쥐가 되도록 계속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역시 쥐로 지내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쥐만 보면 죽이려 들었고, 산으로 숨어도 험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때만 해도, 이 나라에 표범이니 호랑이니 하는 맹수가 많은 때였습니다. 호랑이가 쫓아 오는데 도망가는 무서움이 어떤 것인지는, 어떤 사람이 만든 공포 영화로도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하는 수 없이 저는 쓰레기통을 뒤져 적당한 보통 사람의 손톱을 찾아 먹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으로 변신했습니다. 너무 그 사람과 똑같으면 의심을 살 수가 있으니, 머리 모양과 얼굴 행색을 바꾸고 옷차림도 전혀 다르게 한 뒤, 가능한 한 먼 곳으로 가서 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사람으로 살기도 힘들기는 매한가지 였습니다. 그때는 골품제가 있던 시대라, 신분이 낮으면 심하게 학대를 당하기가 너무 쉬웠습니다. 저는 고양이 한 마리를 사서 제 팔에 상처를 내게 해서 다시 쥐 상태로 돌아 왔습니다. 그리고, 좀 더 높은 신분의 사람의 손톱을 구해서 먹고 다시 그 사람으로 변신했습니다. 저는 그 사람과 닮은 친척으로 육두품 명문가문의 자손인 척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러자니 또 높은 신분의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혈족과 가문을 복잡하게 따지고 있어서, 신분증명을 하는 것이 곤란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저는 외국인 행세를 해야 했습니다. 그때 신라 사람들은 인근의 강대국인 당나라 사람들을 괜히 동경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당나라 사람인 척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는 언젠가는 당나라에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을 하고 다니게 되었고, 일이 꼬이다 보니, 그 말이 아직 성공하시기 전의 장보고 대사에게 들어 갔습니다.

장보고 대사는 그 무렵 어떻게든 당나라와 신라 사이에서 인맥을 넓히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장보고 대사는 저를 만나려고 했고, 저는 얼떨결에 당나라에 있는 제 고향 친구를 소개해 준다는 거짓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저는 장보고 대사의 배를 타고 당나라로 가게 되었습니다.

(질문) 부장: 장보고면 바다의 왕자, 장보고 말이야?
(질문) 대리: 장보고하고도 알고 지냈다고요?

맞습니다. 그런데 저는 항상 이상했던 것이, 그 분을 요즘에 흔히 바다의 왕자라고 하는데, 그 분은 왕의 아들 정도 되는 위치에 오르는 것에는 관심이 없으셨던 분이셨습니다. 그분의 따님이 임금님과 결혼할 뻔 한 적이 있으니, 왕자가 아니라 왕의 장인인 셈입니다. 저는 “바다의 장인어른 장보고”가 더 적합한 별명이라고 생각 합니다.

막상 당나라에 가 보니, 더 상황은 막막했습니다. 일단 말도 안 통하고 문화는 더 적응하기 어려웠습니다. 장보고 대사님께 거짓말한 것이 들통나기 전에 도망가기로 저는 결심했습니다. 저는 뱃사람들이 아껴 키우던 고양이에게 일부러 팔을 물려 다시 쥐로 변신해서 도망쳤습니다.

도망치면서 궁리해 보니 역시 당나라에서도 외국인 행세를 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항구에 와 있던 한 이슬람 상인의 손톱을 깨물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중앙 아시아에서 온 장사꾼으로 변신해서 저는 한 동안 살았습니다. 저는 상인들을 따라 지내다가 실크로드를 따라 긴 여행을 떠났고, 중동 지역까지 가서 결국 바그다드까지 갔습니다.

실크로드를 지나다니는 상인들은 이런저런 민족과 종교를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그저 돈을 벌겠다는 목적만으로 서로 뒤엉켜 다니는 무리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돈만 벌 수 있다면 많은 것을 쉽게 용납해 주는 무리들이 있었습니다. 쥐일 때의 습성이 묘하게 남아 있는 저 조차도 그럭저럭 그 무리에 섞여 들어서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저는 다른 상인들에 비해 아무래도 다른 쥐들을 더 잘 관찰하는 버릇이 있었는데, 이것이 도움이 될 때가 몇 차례 있었습니다. 인도에서 건너온 신선한 최상등품이라는 향신료에 쥐가 파먹은 자국이 있다는 사실을 먼저 지적한다거나, 쥐가 오는 것을 진절머리 나게 싫어하는 사막의 부자에게 정말로 쥐가 싫어하는 열매를 늘어 놓아 쥐를 쫓는 방법을 알려 주기도 했습니다. 하다못해 어느 쥐가 꼬리가 더 긴 지를 두고 값싼 내기를 하는 상인들의 시간 때우기 도박판에서도 돈을 따기 좋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상인들의 삶에 익숙해졌고 저는 바그다드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한동안 저는 바그다드에서 사람처럼 살았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고 가족과 함께 지내며 부유하게 살며 선행을 베풀기도 했습니다.

(질문) 과장: 그러다가 언제 다시 한반도로 돌아 온 건가요?

바로 한반도로 다시 온 것은 아닙니다. 바그다드를 떠나서는 유럽으로 갔습니다.

(질문) 대리: 왜 바그다드를 떠났죠? 바그다드에서 행복하게 살았던 것 같은데요.

아, 그때를 생각하니 말씀을 참, 저, 잘 드리지 못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 그게 그러니까 이런 이야기 입니다.

그 무렵, 저는 다른 사람 보다 유심히 쥐들을 관찰하다가 신라 쪽에서 온 상인들의 물건 속에 숨어 들어 중동으로 들어 오는 쥐들의 상태가 이상해졌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저는 그 신라에서 온 쥐들이 전염병을 옮길 수 있다 것을 알아 챘습니다.

신라에서 당나라를 거쳐 온 그 쥐들이 만약에 자기네들의 고향인 신라나 그 근처인 당나라에서 전염병을 옮겼다면, 그곳 사람들도 어느 정도는 그 전염병에 면역력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피해는 보통 가끔 발생하는 전염병 정도였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만, 그곳 중동 지역이나 거기서 더 멀리 떨어진 지역에는 그런 쥐들이 옮기는 전염병은 너무 새롭고 낯선 것이겠지요. 면역력이 없는 그곳 사람들의 피해는 막심할 것이었습니다.

저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러한 쥐들이 옮기는 전염병을 조심하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제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실제로 전염병이 퍼지자, 제 행복과 부유함을 질투한 다른 상인들은 제가 마법으로 전염병을 퍼뜨렸다고 모함했습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붙잡혀 죽게 될 처지가 되었습니다.

저는 막내딸에게 그동안 절대 제 눈에는 뜨이지 않는 곳에서 기르라고 했던 페르시아 고양이 한 마리가 있는 곳으로 저를 안내 해 달라고 했습니다.

저를 붙잡으려고 술탄의 병사들이 쳐들어 오고 있던 밤이었습니다. 저는 고양이가 있는 방으로 가서 문을 닫았습니다. 저는 고양이에게 일부러 물려서 다시 쥐의 모습으로 되돌아 갔습니다. 그리고 저는 좁은 창문 틈으로 도망쳤습니다. 그 뒤로는 술탄의 병사들도, 막내딸도, 누구도 저를 다시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다시 쥐로 변한 저는 인간 가족이 되어 행복한 생활을 했던 것이 기억 나 매우 슬펐습니다.

그때 저는 다시는 인간으로 변신하지 않겠다고까지 결심했습니다. 그때의 저는 사람이 되었을 때의 기억과 뇌 조직이 어느 정도 남아 있었기 때문에 보통 쥐보다는 훨씬 더 영리했고 사람이 쥐를 대하는 습성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많았습니다. 저는 사람들을 교통수단으로 활용하고 사람들의 음식을 제 마음대로 훔쳐 먹으면서도 들키지 않았습니다. 죄책감은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제가 가족과 헤어지게 만들었으니, 복수라고도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저는 더 살기 좋은 곳을 찾아 이곳저곳을 돌아 다녔습니다.

그때 저는 스위스산 치즈를 맛보기도 했습니다. 쥐로서 그 맛은 세상 어느 것 보다 훌륭하다고 느꼈습니다. 인간으로서도 저는 여러가지 진귀한 음식들을 지난 천오백년 동안 먹어 보았지만, 쥐일 때 먹은 스위스 치즈의 백분의 일만큼 맛있는 인간의 음식은 없습니다.

저는 스위스로 가기 위해 유럽으로 향했습니다. 쥐가 되어 다른 대륙으로 가는 긴 여행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당시 쥐였던 제 정신으로는 스위스 치즈는 그 모든 도전의 가치가 있는 일 같았습니다. 저는 아주 오랜 세월에 거쳐 조금씩 유럽 방향으로 기어 갔습니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에 제가 예상했던 것처럼, 흑사병이 온 유럽에 창궐한 것을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질문) 대리: 그리고 나서는 계속 쥐로 지냈어요?

그러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는 일이 있었습니다.

저는 스위스로 가는 도중에 쥐의 천국 같은 곳을 발견했습니다. 독일의 하멜룬이라는 곳이었습니다. 지금 돌아 보면 도대체 무엇이 그렇게 좋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때는 정말 그곳이 살기 좋은 곳 같았습니다. 날씨가 쥐가 살기에 적당하고, 쥐가 맛있게 여기는 음식이 많았고, 사람들이 적당히 있어서 놀래키고 도망치는 장난을 치기에 좋으면서도 그곳 사람들은 쥐 잡는 재주가 부족해서 별 위협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심지어 가끔씩 스위스 치즈를 싣고 부유한 이탈리아나 비잔티움으로 향하는 상인들이 지나가기도 했습니다. 사람이 보기에는 그냥 보통 중소도시 같았겠지만 쥐의 눈으로 보면 언제까지나 머물러 살고 싶은 낙원이었습니다.

저는 하멜룬에서 영영 계속 눌러 살기로 결심했습니다. 저와 비슷하게 그 마을에 이끌려 하멜룬으로 모여든 쥐들은 무척 많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는 어떤 이상한 피리 소리가 들었습니다.  피리 소리가 들리는 곳을 따라 가고 싶은 충동이 너무 강하게 치밀었습니다. 저는 피리 소리를 따라 갔습니다. 그런데 저는 사람이었던 시절의 영향으로 그 위험성을 판단할 수 있었습니다. 피리 소리를 따라 가면서, 이대로 저 소리를 따라 가다가는 무슨 사고를 당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전형적인 사람의 속임수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피리 부는 사나이는 피리 소리로 쥐들을 유인해서 물에 빠져 죽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저는 따라 가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실천할 의지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 피리 소리는 쥐의 귀로 듣기에는 따라 가고 싶어 미칠 것 같이 듣기 아름다운 음악이었습니다. 저는 물에 빠지기 직전에 그 유혹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쥐의 몸을 벗어나 사람이 되는 길 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흑사병으로 죽어서 버려져 있던 한 아이의 시체에서 그 손톱을 물어 뜯었습니다. 다행히 손톱은 아직 충분히 썩지 않아서, 저는 그 아이의 모습으로 변신했고, 무시무시한 피리 소리의 유혹도 떨쳐 버릴 수 있었습니다.

그 뒤 무슨 일이 생겼는지는 나중에야 알았지만, 이후 하멜룬에서는 아이들이 모두 사라져 버렸습니다. 아이들이 귀한 도시에서 제가 나타나자 저는 그곳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저는 독일어를 잘 하지 못했고 벙어리 취급을 받았습니다. 죽은 아이의 부모는 제가 흑사병으로 죽었던 아이와 꼭 닮아서 저를 너무나 반가워 했습니다. 그러한 까닭에 저는 그 부모의 양아들이 되어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점차 독일어를 알게 되고, 주변 사람과 교류를 하고 지내게 되자, 저는 또 애초에 제가 어디서 무엇을 하다가 온 아이냐는 질문을 듣게 되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저는 또 멀리서 온 외국인 행세를 해야 했습니다. 당시 중동 지역과 유럽 지역의 관계는 좋지 않은 편이었기 때문에, 저는 바그다드에서 왔다고는 말할 수는 없었습니다. 저는 그곳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할 만큼 먼 곳에서 왔다고 말하기 위해, 당나라에서 왔다고 하거나, 신라에서 왔다고 말하고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독일 지역을 떠돌며 저는 별 소란을 일으키지 않고 한 동안 지냈습니다. 다만 세월이 너무 많이 지나 몸이 늙으면 쇠약해 지는 것은 고민거리였습니다. 저는 20년이 지날 때 마다, 고양이 발톱과 새로운 젊은 사람의 손톱을 구했습니다. 고양이 발톱으로 몸을 찔러 쥐의 모습으로 돌아간 뒤에, 다시 젊은 사람의 손톱을 먹어서, 젊은 사람으로 변신했습니다. 그런 방법으로 저는 젊어졌습니다.

그러다가 하루는 저는 우연히 일본에서 끌려온 사람이 처형 당할 위기에 놓인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미 대항해시대가 시작 되어, 유럽 사람들은 세계 곳곳을 탐험하며 여행하고 있었습니다. 일본에 까지 간 어느 스페인 선원이 노예라면서 붙잡아 온 일본인 남자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는 무슨 죄를 뒤집어 쓰고 죽게 된 것입니다.

저는 그 사람을 구해줘야겠다고 생각 했습니다. 일본어는 알지 못했지만, 신라와 당나라에서 지낼 때 한자를 익혀 알고 있었습니다. 저는 한자를 써서 그 일본인과 말을 나누었습니다.

일본인은 목숨을 구하기 위해 자신이 일본의 대단히 유력한 영주의 아들이고, 자신을 일본에 다시 돌아 가게만 해 주면 막대한 황금을 주겠다고 거짓말 했습니다. 저는 그 말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눈치챘지만,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이 그 사람이 살아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도 눈치챘습니다.

저는 그 사람의 거짓말을 통역했고, 그 사람은 배를 타고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모든 일을 흥미있게 구경했던 한 공작 부인의 명령으로 그 일본인의 통역이 되어 일본으로 같이 가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일본까지 가는 길은 멀고 힘들었습니다만, 저는 그 긴 여행만 끝나면 다시 유럽으로 되돌아 와 살던 곳으로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일본에 도착해 보니 그것은 오판이었습니다.

(질문) 부장: 일본에서 독일이면 직항편이 있지 않아? 그렇게 힘들지는 않을텐데.
(질문) 과장: 일본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지요?

그 일본인은 실제로는 한미한 장사꾼의 졸개였습니다. 당연히 귀한 가문도 아니고, 황금도 없었다고 짐작했습니다. 그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일본에 가 보니 그 사이에 온 일본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또다른 한미한 장사꾼이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라는 사람이 일본을 통일하고 일본 전체를 통치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 일본인의 형이 하나 있었는데, 그 사람이 장사꾼 시절에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친구였던 까닭에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그 일본인의 가문을 정말로 굉장한 명문으로 만들어 준 상태였습니다.

갑자기 사무라이 흉내를 내라는 이야기를 들은 일본인은 당황했습니다. 게다가, 그 스페인 뱃사람들이 가져온 총을 빼앗기 위해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반대파들이 습격을 하고, 도요토미 히데요시파는 거기에 맞서 싸우는 싸움도 벌어졌습니다. 그 덕택에 사무라이들이 칼부림을 하는 난장판이 벌어졌습니다.

저는 칼싸움을 피하기 위해 비상시를 위해 준비해 두었던 고양이 발톱을 써서 쥐로 변했습니다.

그리고 배 구석에 숨어 있다가, 싸움이 끝났을 때 죽은 사무라이의 손톱을 먹고 사무라이의 시체는 바다에 버렸습니다. 저는 그 사무라이인 척 변신하게 되었습니다. 일본어가 매우 서툴러서 저는 입을 다친 척 해야 했습니다.

그 사무라이로 변신한 직후만 해도, 저는 기회를 봐서 다른 사람으로 변신한 뒤 다시 유럽으로 돌아 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기회가 쉽게 찾아 오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다시 쥐로 변하기 위해서는 고양이가 필요했는데, 그 무렵 높은 사무라이들이 싸움터에서 행운을 가져온다며 고양이를 사들이는 풍습이 있어서 제가 고양이를 쉽게 구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어영부영하는 사이에,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또 전쟁을 벌였고, 적어도 겉모습은 사무라이였던 저는 그 전쟁에 끌려 가게 되었습니다.

(질문) 과장: 당신이 참가한 전투는 무엇이었습니까?

제가 참가한 전투는 임진왜란이었습니다. 저는 일본군의 한 사람이 되어 조선으로 쳐들어 오게 되었습니다.

(질문) 부장: 이거 안 되겠구만. 너 조선 사람 몇 명이나 죽였어?

한 명도 죽이지 못했습니다. 저는 동래성 싸움에서 처음으로 전투를 하게 되었는데, 일본군이 압도적으로 강하기는 했지만, 동래성은 항복하지 않고 저항했습니다. 화살을 쏘는 것은 꽤 매서워서 저는 두려웠습니다. 저는 어떻게든 쥐로 변해서 도망치기 위해, 고양이, 고양이가 있는 곳만 찾아 다녔습니다.

마침내 저는 전투로 혼란할 때에 일본군의 높은 사람 하나가 키우고 있는 애완용 고양이에 몰래 접근해서, 겨우 할큄을 당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간신히 저는 다시 쥐로 변해서 그 전쟁터에서 도망쳐 나왔습니다.

오래간 만에 다시 쥐가 되어 보니, 이만저만 살기 힘든 것이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조선 땅이 온통 전쟁터가 되었기 때문에 사람으로 다시 변신한다고 해도 살기 쉬울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저는 막연히 제가 기억하는 제 고향인 상주로 가 보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상주로 가는 길을 찾기 위해 저는 우선 경주로 향했습니다. 천년 전 화려한 도시였던 경주는 이제 완전히 쇠락해서 별볼일 없는 시골이 되어 있었습니다. 저를 도와주셨던 길달이나, 저희를 처음 이해하신 사람인 비형랑은 그 무덤조차 흔적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비록 쥐의 몸이었지만, 저는 모든 것이 허무하여 한참 울었습니다.

이 마당에 고향에 가 보았자 뭐가 있겠나 싶었습니다만, 그래도 일단은 마음은 먹었으니 상주까지는 가기로 했습니다.

그러다 낙동강을 건너기 위해 몰래 나룻배에 숨어 들었을 때, 그만 그 배가 일본군의 공격으로 침몰할 뻔한 일이 있었습니다. 저는 물에 빠져 죽을 뻔 했습니다. 그러나 그때 김씨 부인이라는 분의 옷고름을 물고 늘어져 저는 겨우 물 바깥으로 나왔습니다. 옷고름에 쥐가 매달려 있는 것을 보고, 그 분의 친구는 기겁을 하며 저를 죽이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물에 빠져서 죽게 되자 어떻게든 살아 보려고 아등바등하는 것이 불쌍하지 않냐며 김씨 부인께서는 저를 죽이지 말고 놓아 주자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그 덕분에 저는 살아났습니다.

다들 목숨 건사하기 바쁜 전쟁 통, 난리 통에 보기 드문 훌륭한 분이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분의 남편이 의병장 곽재우였습니다.

곽재우, 그 양반은 사실 20세기에 나온 위인전에 나오는 것과는 꽤 많이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나라를 구하기 위해 목숨 걸고 싸우겠다는 의욕은 어마어마하게 앞서는 사람이긴 했는데, 생각 외로 그다지 칼싸움을 잘 하거나 활을 잘 쏜다거나 하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군사 작전에 뛰어나셨던 분도 아니었고, 꾀가 많거나 약삭빠르고 영리한 스타일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맨날 앞장서 뛰어나가 싸우다 보니, 걸핏하면 일본군에 포위 되어 죽을 형편이 되었습니다.

저를 구해주신 김씨 부인께서 워낙 그 양반 걱정을 하시기에 저는 곽재우를 구해주기 위해 그 분의 손톱을 구해다 달라고 부인께 말씀드렸습니다. 부인께서는 쥐가 갑자기 말을 하자 매우 놀라셨습니다만, 곧 제 부탁을 들어 주셨습니다. 저는 곽재우의 손톱을 먹고 곽재우와 똑같이 변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곽재우와 똑같은 모습으로 나타나, 일본군을 혼란시켰습니다.

(질문) 대리: 그러니까, 홍의장군 곽재우가 빨간 옷 입힌 사람을 여러 명 이용해서, 곽재우가 여러 명 동시에 나타나는 마법을 부리는 것처럼 꾸미고, 일본군을 속인 게, 사실은 진짜 곽재우랑 똑같이 생긴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그때는 조선을 배신하고 일본군 편을 들려는 사람들이 워낙 많이 퍼져 있던 때였습니다. 배신자들 때문에 조선의 정보는 언제나 쉽게 일본군에 넘어 갔습니다. 정말로 곽재우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없었다면, 아무리 빨간 옷 입은 사람 여럿을 활용했다고 해도 속이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저는 그렇게 곽재우와 함께 짝이 되어, 일본군들을 속이고 전쟁터에서 싸웠습니다. 그저 무조건 나라를 위해 뛰쳐 나가 싸우겠다고만 하는 곽재우를 저는 말렸고, 진정시켰습니다. 한편으로는 다시 쥐로 변해서 일본군 사이에 숨어 들어가 일본군의 정보를 빼돌려 곽재우에게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곽재우는 처음 자기 생각 과는 다르게 교묘한 속임수와 게릴라전으로 많은 공을 세웠습니다. 곽재우는 저와 같이 싸우며 정이 들었는지, 저를 형제처럼 대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자, 공을 많이 세우고도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반대로 별 하는 일은 없었는데도 대단한 공을 세웠다고 속이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세상이 그렇지 않습니까? 죽을 고생한 사람 따로 있고, 상 받는 사람 따로 있는 것은 몇 천년간 매 한 가지였습니다.

그러나 곽재우는 그것을 견디지 못했습니다. 저는 말렸지만, 곽재우는 그것은 참지 못했습니다. 곽재우는 여기저기 비판하는 말을 하고 다니다가 오히려 자기 인생만 골치 아프게 되었습니다. 모함을 받기도 했고 죄를 뒤집어 쓰고 벌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실망한 곽재우는 세상 일을 잊고 제가 전해 준 외계인들에 대한 연구와 조사에 대한 호기심에 푹 빠져 그런 연구를 하면서 여생을 마쳤습니다. 곽재우가 말년에 신선술에 관심을 가졌다거나, 죽지 않고 신선이 되었다는 소문이 난 것은 아마 그 때문일 것입니다. 

실제로, 저는 곽재우를 괄시한 사람들을 놀리기 위해, 곽재우가 죽은 지 한 참 뒤에 보관해 놓은 곽재우의 손톱으로 곽재우와 똑같은 모습으로 나타나는 일을 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곽재우는 죽기 전에, 그래도 자기는 나라가 걱정 된다 어쩐다 하면서, 저에게 제 재주로 이 나라사람들을 위해 힘을 다해 달라고 간곡히 당부 했습니다.

저는 신라나 조선에서 살았던 세월 보다, 다른 나라에서 살았던 세월이 훨씬 길었습니다. 게다가 신라에서 태어났다고 해도 그곳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모든 신라 사람들이 그저 보이기만 하면 죽이려고 하는 쥐일 뿐이었습니다. 그러니 조선이 내 나라라는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곽재우 그 양반은 순진하게 저에게 그런 당부를 했습니다. 곽재우는 그래도, 사람으로 살려면 어떤 사회에 소속 되어야 하고, 그때 제가 정 붙일 사회라고는 당시 조선 뿐 아니겠냐고 말했습니다.

설득력 없는 이야기였습니다만, 그는 내가 그의 말을 따라 줄 것이라고 너무 순진하게 믿고 있었습니다. 김씨 부인 역시 죽어 가는 남편을 너무나 불쌍히 여겨 남편 곽재우의 간절한 소원을 제가 들어 주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저는 곽재우가 죽기 직전에 제가 이 나라를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일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질문) 과장: 그래서 그 후로 정말 좋은 일을 했습니까?

저는 제 변신 기술을 이용해서 의적 내지는 슈퍼 히어로 행세를 했습니다. 저는 악당들을 때려 잡고, 사악한 음모를 막아 내고,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 주었습니다.

(질문) 과장: 구체적으로 어떻게 했습니까?

저는 여러 사람의 손톱을 모아서 작은 주머니에 각각 구분해 담아 놓았습니다. 그것을 이용해서 저는 막대한 재산을 가진 사악한 부자로 변신해 그 재물을 들고 나오기도 했고, 높은 벼슬을 사는 관리로 변신해 궁궐에 들어 가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도 몸을 피하고 숨겨야 할 때만, 들고 있는 어린 아이의 손톱이나 눈 먼 노인의 손톱을 먹어서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하기도 했습니다.

가끔 실수로 붙잡혀 감옥에 갇힐 때도 있었는데, 그럴 때에는 다른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고양이 발톱으로 제 몸을 찔러서 다시 쥐로 변신했습니다. 쥐가 되면 좁은 구멍 하나만 있더라도 도망칠 수 있었고, 설령 도망치지 못한다 하더라도 어디서 쥐가 기어 들어 왔다고 생각할 뿐이었습니다. 원래 붙잡혀 있던 사람이 쥐로 변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또 저는 여러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서 그 사람 각자의 특징을 활용해서 일을 꾸미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몹시 복잡한 계획을 꾸며야 할 때에는 저는 매우 머리가 좋은 사람의 손톱을 먹고 그 사람으로 변했습니다. 그 사람의 모든 지식과 지혜를 그대로 이어 받을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의 효율적인 뇌 자체는 그대로 가질 수 있었습니다. 소프트웨어까지 완전히 복사할 수는 없었지만 하드웨어는 복제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면 그 좋은 두뇌를 사용해서 저는 더 면밀하게 일을 꾸밀 수 있었습니다.

그런식으로, 제가 어떤 남자를 유혹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쓰레기통에서 구한 최고의 미녀의 손톱을 먹고 그 모습으로 변했고, 재빨리 도망쳐야 하는 일이 있을 때는 달리기 선수의 쓰레기통에서 구한 그 사람의 손톱을 먹었습니다. 센 힘이 필요한 일을 해야 할 때는 힘이 센 사람의 손톱을 구해서 먹었고, 시력이 좋아야만 해낼 수 있는 일을 위해서는 눈이 좋은 것으로 소문이 난 사람의 손톱을 구해 먹었습니다.

그렇게해서, 저는 탐관오리를 처벌했고, 도망치는 범죄자를 붙잡았습니다. 전쟁의 위험한 순간에 사람들을 구해 내기도 했고, 억울한 누명 쓴 사람을 구한 일도 많았습니다. 학교를 세우고, 빈민을 구제했고, 자선 사업을 하고 나중에는 독립운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질문) 대리: 그렇게 온갖 능력을 이용해서 이 나라를 위해 애를 썼는데, 왜 조선이 망했고 이 나라가 아직도 이 모양 입니까?

아니오. 아니오. 그런 것이 아닙니다. 전혀 그렇게 생각하실 일이 아닙니다.

그나마, 이 나라는 제가 그렇게 별의별 짓을 다했기 때문에 그나마 이 정도라도 버티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 그런 것조차 없었다면, 역사 책에 나오는 그런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모여서 그런 짓을 하면 살아 온 이 나라가 최소한 유지라도 될 수 있었다고 생각 하십니까?

(질문) 부장: 이거 좀 말하는 태도부터가 영 마음에 안드는데. 너, 이거....
(끼어들며) 과장: 그렇게 지내는 동안 한번도 정체를 들키지 않았습니까?

조선시대 말엽에 딱 한 번 어느 옹색한 부자를 골려 주려고 하다가, 잘못해서 정체가 들킨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정말 다 탄로났다고 생각했는데, 그 집안이 워낙 조선시대다운 구식 양반 집안이라 그 부자 체면 때문에 망신거리라고 해서 그냥 쉬쉬하는 바람에 대강 사건이 묻혀 버렸습니다.

그래서 손톱을 먹고 사람과 똑같은 모습으로 변신하는 나이 든 쥐가 있다는 이야기는 그냥 뜬소문과 전설로만 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 정확한 정체는 계속 숨겨져 있었습니다. 1970년대 유신 통치 시대 때 중앙정보부에서 모습을 바꿀 수 있는 이상한 학생운동가가 있다는 정보가 입수된 적이 있었을 텐데, 그때 그 사람들 조차도 정확한 사실은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여러분들 데이터베이스에 저에 대한 간접 정보라도 잡힌 것은 아마 그때 기록 때문일 것입니다.

(질문) 과장: 최근까지 계속 영웅 행세를 하고 다녔습니까?

아닙니다. 언젠가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왠만큼 다했다는 날이 오면 저는 그런 일을 모두 그만 두려고 했습니다. 특히, 1980년대 초에 어떤 대학생들의 논쟁을 보고 저는 그 마음을 굳혔습니다.

한 대학생은 1948년에 한국이 독립 정부를 수립한 것은 일제통치 36년간 끊임 없이 한국인이 독립운동을 하며 여러가지로 애쓰고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 대학생과 논쟁하는 다른 대학생은 독립운동의 노력이란 현실적으로는 무의미한 것이었고, 독립정부 수립에 성공한 것은 당시 2차대전의 승전국이된 강대국들이 냉전으로 경쟁하며 한국을 그럴듯하게 꾸며주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반론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두 대학생의 의견 모두 사실과는 아주 멀리 떨어진 일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사실 한국이 독립된 것은, 역사의 중요한 순간 마다 외계인 바이러스에 감염된 말하는 쥐가 농간을 부렸기 때문입니다.

그것이야 말로 사실입니다.

그러고 보니, 저는 이런 식으로 한국을 움직여 주는 것이 과연, 곽재우가 말하고 김씨 부인이 당부하신 “이 나라 사람을 위하는” 것인지 의심스러워졌습니다. 현재 한국과 한국인에 조금이라도 장점이 있다면, 그것은 한국인의 기질이나 노력 때문이 아니라, 그냥 그 나라에 있는 변신하는 쥐 한마리 때문이라는 것은 불쌍한 이야기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마지막으로 한 가지 일을 하고, 더 이상 사람으로 변신하며 사회를 돕는 일은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저는 1987년 6월 29일 당시 노태우 총재가 뭔가 우유부단하게 망설이고 있는 동안, 노태우로 변신하고 전두환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시민들의 민주화 운동에 대해 패배를 선언하고 후퇴해야 한다고 나서서 말했습니다.

그게 제가 마지막으로 한 일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이 민주화가 되는 것을 보고, 저는 다시 쥐로 돌아갔습니다. 저는 청와대에서 북악산을 거쳐 북한산으로 들어 갔고, 북한산 국립공원 깊숙한 곳에 숨어서 그냥 들쥐 한 마리가 되어 지냈습니다.

그 후로는 아주 급할 때 이외에는 다시 사람으로 변신하지 않았습니다. 만약을 대비해서 사람 손톱을 모아 놓은 작은 쥐구멍 하나를 갖고 있기는 했습니다.

그러다 북한산의 등산객이 많아지고, 한편으로 북한산 생태계가 다시 회복되면서 멧돼지가 늘어나면서 저는 더이상 북한산도 쥐로 지내기에는 위험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사람으로 변해서 조용히 쥐로 살아갈 수 있는 곳으로 잠깐 옮겨 가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저는 난지도까지 옮겨 온 것이고, 거기서 다시 쥐로 돌아가 지냈습니다. 이번에 우연히 다시 홍춘선 배우님의 손톱을 먹게 되기 전까지는 거기서 계속 쥐로 살기만 했습니다. 이번에도 사람 손톱을 먹었다는 것조차도 모르고 우연히 먹은 것이었기 때문에, 자는 도중에 홍춘선 배우님의 모습으로 변해 버린 것입니다.

난지도 공원 한 가운데에서 전신성형을 해서 젊은 모습으로 변한채 널브러져 누워 있던 홍춘선 배우가 발견 되었다는 해괴한 소문이 돌았고, 파출소에서 찾아온 경관들이 저를 조사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정보부의 여러분들께서 저의 신변을 요구하셨고, 그 때문에 제가 여기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질문) 부장: 다 끝났지? 뭐, 별 건 없네. 여기까지 하고 위로 넘기라고. 요즘에 우리 부서 바쁜 일 좀 많아. 이런 이상한 놈 처리하는 데 붙잡혀 있지 말고, 이 일은 여기서 끊자고.
과장: (말 없이 서류와 자료를 보며 정리한다)
대리: 흔한 보통 건수는 아닌 것 같은데요. 
부장: 이 일 하다가 희한한 것 보는 게 어디 한 두 번이야.
(질문) 과장: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없으십니까?

이번에 홍춘선 배우님의 몸으로 변신하게 된 뒤에 제가 한 가지 깨닫게 된 것이 있습니다.

홍춘선 배우께서는 최근 출연하고 계시는 텔레비전의 건강 프로그램 때문에 노화, 생명, 의학, 생물학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게 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때문에 그런 분야에 대해 이것저것을 찾아 보고 나름대로 조사해본 결과 그런 분야에 대해 꽤 식견을 갖추게 되기도 하셨습니다.

홍춘선 배우님의 몸으로 변신한 저는 몇 가지 경로로, 배우님의 그러한 생각의 일부나마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저는 아주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부장님, 과장님, 대리님. 이대로 저를 기관 내부에서 보고해서 넘기신다고 하면, 제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사회를 불안하게 할 수 있는 안보 불안 요소로 관찰 대상이 되어 그냥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감금 되어 아무도 모르게 잊혀지는 것이 전부일 것입니다. 그 상태에서 저를 활용할 방법이라고 해 봐야, 이 기관에서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적국의 높은 사람과 똑같은 모습으로 변신시킨 뒤에 첩보 활동을 위해 간첩으로 사용하는 정도가 전부일 것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국내 공작을 위해서 반대파 정치인이나 기업인을 괴롭히기 위해 첩자로 쓴다든가.

(끼어들며) 부장: 이 거 큰일 날 소리 하네. (소리친다) 우리가 국내 공작하고 무슨 상관이야.

그렇게까지 활용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별 좋은 활용처를 찾아내지 못할 것은 매한가지 일 것입니다.

저는 이 조직이 어떤 조직인지 압니다. 어쨌건 저를 잡아 간다고 해 봐야 기껏해야 묻어 두거나, 간첩으로 쓰거나 둘 중 하나 입니다. 이 조직은 그 이상의 상상력이 있는 조직이 아닙니다.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예전에 이 나라의 첩보, 정보, 잠입, 공작 업무를 하는 조직이 처음 창설 될 때, 다름 아닌 바로 제 자신이 깊이 개입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때도 그 후로도 저보다 뛰어난 첩보원은 없었을 겁니다.

그렇습니다만, 생각해 보니, 제가 가진 가치는 그 정도가 아닙니다.

제가 다른 사람으로 변신할 때 저는 그냥 그 사람과 겉모양만 비슷하게 변신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말 그 사람의 몸 그 자체로 내부까지 변하는 것입니다. 저는 그 사람과 유전자까지 동일하게 변신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장기이식을 받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환자로 저는 변신할 수 있습니다. 변신한 제 몸은 그 환자와 유전자까지 정확하게 동일한 몸이 됩니다. 변신한 제 몸에서 장기를 떼어 내어 환자에게 이식하면 어떠한 면역 상의 부작용도 없는 완벽한 장기 이식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저는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습니다.

그 뿐 아닙니다. 어떻게 해서 제가 그렇게 유전자까지 동일하게 변신할 수 있는 지, 좀 더 세밀하게 그 작용을 연구해 본다면, 어떤 사람의 몸에 필요한 신체기관이나 장기를 인공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헌혈이나 골수 기증 같은 것 필요 없이, 그냥 제 신체를 연구한 결과를 활용해 만든 공장 같은 곳에서 계속해서 필요한 피와 골수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사고로 팔다리를 잃은 사람이나, 병으로 몸을 심각하게 다친 사람이 원래의 모습으로 회복할 수 있게 만드는 세포나 몸의 일부분을 찾아 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게다가 저는 사람으로 변신한 뒤에도 쥐일 때의 마음을 그대로 갖고 있습니다. 그 말은 사람 뇌의 어느 한 부분에 쥐의 내도 그대로 연결되어 같이 활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혀 다른 두 종류의 생물이 이렇게 하나의 몸에서 살 수 있다는 점을 연구하게 되면, 세포의 증식, 성장, 분열과 면역, 순환, 호흡에 관한 수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애초에 저는 어떤 나이의 사람으로도 변신할 수 있고 늙고 병들어 죽지도 않는 몸이지 않습니까? 이러한 연구를 계속하게 되면, 영원한 젊음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나, 죽음을 피하는 길을 찾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상부에 더 이상 보고 하지 마시고, 저를 풀어 주시면 어떻겠습니까? 저는 필요한 지식을 갖춘 연구기관에 찾아 가 저의 이런 상황을 알리겠습니다. 그래서 학자들이 사람들의 건강과 미래를 위해 저를 실험 대상으로 썼으면 좋겠습니다. 결과는 그 어떤 생물학, 의학상의 발견 보다도 놀라울 것입니다. 천오백년 동안 수많은 사람으로 변해서 살아온 인생, 저는 별별 일을 다 겪어 보았습니다. 저는 이제 제 몸에 대한 이러한 호기심을 푸는 것 이외에는 더 바랄 것도 없는 삶입니다.

그렇게 연구를 하다 보면, 애초에 제가 이렇게 변하게 된 원인이었던 외계인과 외계 바이러스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알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외계인의 정체와 외계 행성에 대해서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러한 지식으로 다른 외계인의 흔적을 찾아 가다 보면, 언젠가 다른 행성으로 나아가는 능력까지 배울 수 있을 지, 또 누가 알겠습니까?

인류 전체를 위해 저를 풀어 주시기를 부탁 드립니다.

믿지 못하시겠다면, 저를 풀어 주신 뒤에 계속 따라다니며 감시하셔도 상관 없습니다. 이대로 이 기관에서 원래 처리하는 대로 저를 처리하신다면, 제 처분을 결정할 사람 중에 제 진짜 가치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아무리 그런 내용을 열심히 보고서에 길게 써 두신다고 해도 한 글자 읽으려고 드는 사람조차 없을 겁니다.

(고개를 숙이며) 과장: (말이 없다)
(과장과 부장을 쳐다 보며) 대리: 어떻게 하죠?

(조명이 꺼지고 무대 장치가 바뀐다. 잠시 후 다시 조명이 켜지면, 과장이 자기 책상 위에 앉아 있다. 대리가 등장하며 과장에게 말을 건다.)

대리: 과장님, 오늘자 보도 보셨어요?
과장: 뭐 말이에요?
(스마트폰을 보며 내용을 읽는다) 대리: 요즘 북한의 선전 방송을 보면 괴상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바로 남한에서 성형수술로 김정은과 똑같이 얼굴을 바꾼 간첩을 휴전선 넘어로 침투시키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 간첩은 북한군에게 발각 되어 휴전선을 넘던 중에 총살 당했다고 한다. 어떤 소문에는 들쥐 한 마리가 부스럭대며 도망가던 것을 착각해서 총을 쏘았는데, 함부로 사격한 것을 둘러대려고 간첩 같은 사람 형체가 보여서 총을 쏘았다고 보고 했다는 말도 있다.
과장: (알 수 없는 표정이 되어 멍하니 앞을 본다)

- 2016년, 울산에서
댓글 4
  • No Profile
    미로냥 16.04.06 11:20 댓글

    와. 정말이지 첫 부분부터 확 잡아 끄네요. 너무 좋아요.

  • 미로냥님께
    No Profile
    곽재식 16.04.07 00:46 댓글

    감사합니다. 이것저것 내용은 많은데 생각나는대로 밀고 나가다 보니, 구성이 좀 더 꽉꽉 들어차고 확확 당기게 재구성하는 게 낫지 않았나 아쉬움도 있습니다.

  • No Profile
    Megabrand 16.04.20 21:43 댓글

    신라에서 당으로 바그다드로 독일로 일본으로 참 험난한 인생이네요 ㅎㅎ 근데 저렇게 훌쩍 떠나버리는게 부럽기도 하네요 ㅋㅋ

  • Megabrand님께
    No Profile
    곽재식 16.04.22 08:43 댓글

    초능력 영웅이 활약하는 이야기로 좀 빠져보고 싶기도한 이야기였는데 그런데서는 소원 성취 판타지 식으로 가는 일도 많으니까 아무래도 말씀하긴 부러워할만한 느낌도 났을 것입니다. 매번 덧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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