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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이립 화초가

2015.12.31 19:2312.31

입학식 가는 길은 가까운데 험해 보였다. 이서라는 소년은 17살이었지만 되고 싶은 게 없었다. 그렇다고 바보는 아니었다. 시국의 흐름과 주변 권유를 따라 UN 항공 우주국 직속 군사학교 진학을 결정했다. 
하지만 이서는 ‘자신이 오늘 입학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 학교 교문 앞에는 시위대와 신인류 진화 공동체 추종자들이 대치하고 있었다. 시위대가 ‘요술을 부리는 마귀들은 지옥으로!’라는 피켓을 높이 들었다. 
“우리는 요술을 부려 세상을 혼탁하게 만드는 알리제 추종자들의 항공 우주국 입대를 반대한다!” 
시위대가 구호를 따라 외쳤다. 마주 잡은 손이 그려진 배지를 어깨에 달고 있는 신인류 진화 공동체 추종자들은 대응 없이 침묵했다. 
“알리제도 인간이다! 인간을 신격화하지 말라! 신격화는 우민 통치의 시작!” 
시위대에서 계속되는 구호가 쏟아졌다. 시위대는 신인류 진화 공동체의 기분 나쁜 침묵에 들끓는 격분을 이기지 못하고 음료수 캔, 이나 유리병, 돌을 집어 던졌다. 시위대 앞줄의 사람들이 흥분을 못 이기고 한걸음 떼었다. 시위대 전체가 앞으로 우르르 몰려, 공동체 추종자들을 향해 전진했다. 속삭이는 말과 눈빛으로 신인류 진화 공동체 추종자들이 누군가를 찾았다. 
추종자들 사이에서 염소 턱수염을 가진 노인이 앞으로 나왔다. 신인류 진화 공동체 추종자들은 노인 뒤로 몰려들었다. 
”눈속임을 초능력으로 속이는 사기꾼! 말도 안 되는 사상으로 세상을 현혹시키는 위선자!“ 
구호를 외치며 전진하는 시위대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앞줄이 뒷줄에 밀려 속보로 변했다. 속도는 점점 빨라져 예정된 충돌로 향했다. 진화 공동체의 노인은 가소롭다는 듯 웃고, 선창했다. 
"온 세상의 만물의 개혁자! 알리제 만세! 상업화된 종교와 타락한 법을 찬양하는 우민들은 물러가라! 알리제 만세!”
선창이 끝나자마자 신인류 진화 공동체 추종자들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알리제 만세!" 를 연호했다. 집단이 하나로 뭉쳐 내는 만세 소리는 폭발음과 같이 호전적이었다. 달리던 시위대는 "알리제 만세!" 라는 함성의 힘에 걸려 멈춰 섰다. 
갑작스런 멈춤에 시위대 사람들은 균형을 잡지 못하고 넘어졌다. 앞줄이 넘어지자 뒷줄이 걸려 넘어졌고, 넘어진 사람들은 서로에게 깔려 일어날 수 없었다. 노인이 선창했다. 
"신인류 진화 공동체 만세! 신인류들 만세! 대통령 각하 만세!" 
이서는 이렇게 폭력적인 시위에 전경들이 출동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했다. 그 전부터 떠돌던 대통령이 알리제 추종자란 소문이 있었다. 노인이 외쳤다. 
“하나! 결심!” 
노인의 선창에 진화 공동체 추종자들이 대답을 허공에 외쳤다. 
“우리는 구 인류의 어리석음을 지켜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추종자들이 서로의 손을 잡고 옆으로 퍼졌다. 3차 세계대전 발발을 막았다던 평화의 인간 띠였다. 평화의 인간 띠는 지구에 UN에 가입된 모든 국가들에게 핍박 받던 알리제 추종자들이 득세하게 된 계기로 유명했다. 시위대는 부상과 고통으로 혼란에 빠졌다. 사람들은 어떻게든 서로를 도와 일어서거나 부상자를 살피려 했다. 이서는 노인이 폐나 기관지가 아파서 탁한 목소리를 가졌을 거라 짐작했다. 하지만 목소리가 아무리 일그러지고 신경질적으로 변해도 노인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 
“둘! 준비!” 
노인의 탁하고 갈라지는 목소리가 끝나자마자 추종자들이 말을 이었다. 
“우리는 신인류의 힘으로 구 인류를 계몽할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누구를 위해서든!” 
추종자들이 단체로 외치는 소리가 노인처럼 쇳소리처럼 났다. 평화의 인간 띠가 서서히 앞으로 움직였다. 노인이 고양이과 짐승처럼, 그르렁대며 자신의 얼굴을 할퀴었다. 
“셋! 행동!” 
노인의 격한 행동이 추종자들을 전염시켰다. 
“우리는 계속 달려 나갈 것이다! 온 지구가 알리제 만세를 외치는 순간까지!” 
평화의 띠가 점점 걷는 속도를 높였다. 아직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한 시위대는 평화의 띠에 대항할 수 없었다.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은 서둘러 뛰어 시위대를 이탈했다. 평화의 띠가 뛰기 시작했다. 속도가 높아졌어도 서로 맞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평화의 띠는 힘껏 달려 시위대를 밟았다. 
교문 앞 대치 상황이 한쪽으로 몰리자 이서는 교문을 향해 뛰었다. 이서와 같은 입학생들이 교문을 향해 뛰었다. 이서는 알리제가 너무 싫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을 비롯한 대다수 국가원수가 알리제 추종자였다. 그래서 세상은 알리제 추종자와 증오자 둘로 나누어졌다.
  
이서는 군사학교 연병장에서 군복을 입은 덩치들이 확성기로 윽박지르는 소리를 들었다. 앞으로 의무복무 기간 20년 동안 이렇게 살아야 한다니 자신이 바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했다. 이서는 오와 열이 반듯하게 맞춰진 대열을 이탈해 주위를 둘러봤다. 자신만큼 바보 같은 놈들이었다. 연병장 중앙에서 종교행사로 무당이 생도들을 위한 기원 굿을 올리고 있었다. 무당은 이 자리에 모인 생도들이 민족과 인류를 위해 열심히 싸울 군인이라고 떠들었다. 
입학생들은 대한민국의 안녕과 UN 항공 우주국의 건승을 위해 무당의 축복을 받아들였지만 이서는 그러지 않았다. 알리제 추종자가 대통령으로 있는 현재에 이서는 체제의 불만분자였다. 이서는 비웃는 표정을 지으며 무당의 굿을 봤지만 바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서가 집중하지 못하고 꼼지락거리다 뒤돌아 본 순간, 그녀를 보게 됐다. 생도 복이 아닌 사복을 입은 입학생 중에서 그녀의 분홍색 옷차림이 한 눈에 들어왔다. 가느다랗고 하얀 얼굴, 살짝 고개를 숙인 수줍은 모습. 이서는 자신이 어떠한 상황에 마주 쳤는지 똑똑히 알았다. 첫눈에 반했다. 
이서의 시선은 입학식 내내 그녀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동안 그녀의 목소리는 어떨까? 성격은 어떨까? 하는 상상에 빠졌다. 이서는 입학식 동안 홍보 프린트를 나눠주거나 무엇을 설명하든 귀 기울여 듣지 않았다. 오로지 입학생 이름이 호명될 시기만 기다렸다. 이서는 입학생들이 호명되는 동안 그녀의 입만을 바라봤다. 기다리는 순간이 오지 않고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짜증스럽게 대답해 입학생들의 시선을 모으기도 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마침내 그녀의 이름이 불렸다. 
“김혜정” 
이서는 그녀의 이름을 불러봤다. 
“김혜정.” 
이서는 그녀가 자신의 것이 되리라 확신했다. 되고 싶은 게 생겼다. 
  
입학생들이 접수처를 향해 줄을 맞춰 걸어갔다. 이서는 김혜정이 자신 뒤에 서 있다가 옆에 줄로 이동하는 것을 보고 접수처를 쳐다봤다. 접수처에는 나이와 교육 수준 별로 따로 줄이 지정돼 있었다. 김혜정의 줄이 이서의 줄보다 빠르게 줄어들었다. 김혜정이 접수처에서 신상명세와 지원병과를 작성할 때 이서가 자신의 접수처에 도달했다. 이서는 지원서를 받았지만 작성하지 않고 김혜정을 힐끗 쳐다봤다. 이름 김혜정, 나이 20, 지원병과/사관 정훈장교. 김혜정이 자리를 떠났다. 이서는 자신도 병과를 정훈장교로 썼지만 접수처 기간병이 이서는 아직 만20세가 아니고 의무고등 교육을 받지 않아 장교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서는 기술병과와 보병 부사관을 봤지만 둘 다 부사관으로 여자 장교에게 어필할 만하다고 여기지 못했다. 신기전 파일럿이라는 항목이 보였다. 
인류가 만들어낸 행성 간 전투기 중 하나로 대한민국이 독자적으로 만든 기체였다. 계급은 준사관에 해당됐다. 이서는 파일럿에 체크했다. 재빨리 줄을 이탈해 김혜정을 찾았다. 멀어져 가는 김혜정의 뒷모습이 보였다. 이서는 김혜정에게 속보로 다가가다가 걸음을 늦추었다. 김혜정이 멀어질수록 이서는 걸음을 더 늦추었다. 김혜정이 점으로 보이자 이서는 걸음을 멈췄다. 이서는 김혜정 어깨에서 알리제 추모배지를 봤다.
  
2050년도에 프랑스에 알리제라는 사상가가 나타났다. 그는 세상이 위정자들의 한 순간의 욕심에 따라 불균형하게 발전했다고 설교했다. 자신의 만국개화, 신인류 사상을 세상에 퍼뜨리기 시작했다. 세상에 균형을 주기 위해서라 주장했다. 경제적으로는 사유재산을 인정하지만 일정 금액이 넘으면 지역 공동체에 기부해 공동체가 같이 사용하고, 자영업자들은 공동체가 지정한 수익 이상을 얻으면 무료로 물건을 나누어 줘야 했다. 당시 정치권력이 택했기 때문에 성장한 기독교와 다른 메이저 종교를 적으로 선포했다. 오로지 인류가 태초에 가진 순수한 믿음, 민간신앙과 신화, 토속 종교의 믿음만을 인정했다. 사회적으로는 정부를 해체하고 거주 지역에 따라 소규모 공동체를 만들어 공동체가 작은 정부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행동해야 인류가 진정한 성숙을 이뤄내 신인류로 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알리제가 말하는 신인류란 인간이 지녀야 할 한 모든 선의 미덕을 체험, 실행할 수 있는 존재이며, 필멸의 삶을 살지만 궁극의 진리를 깨달아 신과 대등했다. 인류가 이 정도로 진화한다면 나와 타인이 서로 내면을 이해하여 어떤 오해도 생기지 않아 전쟁, 기아, 범죄가 사라진다고 했다. 인류가 자신의 가르침대로 산다면 비록 시간은 오래 걸리겠지만 반드시 도달 할 것이라 말했다. 알리제는 본인이 신인류의 우월한 힘인 초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이미 신인류로 진화한 특별한 존재라 자신했다.   
당연히 알리제는 살아있을 당시에 바보 취급 당하고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알리제가 죽은 후에 알리제 추종자들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전 세계적으로 알리제의 가르침을 따라 정부의 정책과 불협화음을 일으키자 UN에서 조사에 나섰다. UN조사 결과에 따르면 알리제는 진짜 초능력자였고, 자신의 능력을 제자들에게 나누어줬다. 제자들은 알리제가 초인적인 힘을 가지고 있기에 알리제가 성인이라 믿었다. 추종자들은 급진적인 전파는 법에 의해 제재를 받았다. 2070년경에 세상이 3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까지 가지 않았다면 알리제 사상은 퍼지지 못했을 것이다. 
알리제를 따르는 사람들은 3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해 강대국 국경 앞에서 인간으로 이루어진 평화의 띠를 만들었다.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UN은 알리제 추종자들이 비공식적으로 초능력을 사용전쟁을 억지했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역사에 군인들이 부당한 명령에 항명을, 국가원수들이 정치생명을 걸고 양보를, 국민들이 전쟁 반대집회를 열어 여론을 하나로 모았다고 기록했다. 알리제 추종자들은 자신들이 세상을 구했다고 주장했고, 신인류 진화 공동체를 만들었다. 전 세계에서 알리제 추종자들이 후원하는 당은 강력한 여론을 만들었고, 대표자들은 대통령에 당선됐다. 대통령들은 UN을 압박하여 알리제를 성인으로 만들려 했다. 
UN은 뒤늦게 알리제의 초능력이 마인드 콘트롤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때는 너무 늦었다. 이미 신인류 진화 공동체는 초국가적인 단체로 성장했다. 전 세계의 알리제 추종자들은 자신들의 민족 신화와 민간신앙에 조물주가 알리제 탄생 예언을 했다고 조작했다. 또 기독교의 메시아사상을 흉내 내서 언젠가 알리제가 부활해서 돌아오는 날, 온 인류가 신인류로 진화할거라 설교했다. 이러한 믿음을 마주 잡은 손을 넣은 배지로 만들어 추종자들의 신념으로 삼았다. 김혜정은 걷다가 기척을 느끼고 뒤돌아봤다. 멀리서 누군가가 우뚝 서있는 모습이 보였다. 습관처럼 어깨에 달린 배지를 쓰다듬고 계속 걸었다.
  
“좋다. 그렇게 하면 된다.” 
교관의 말을 들으며 이서는 신기전 조종간을 옆으로 회전시켰다. 시뮬레이션 모니터 상에 적기가 나타나자 조준 레버를 눌렀다. 우주에서 사용하는 삼각 조준선 세 개가 떴다. 속도, 위치, 파일럿의 시야를 의미했다. 속도, 위치 조준선 두 개가 일치하자 이서는 파일럿의 시야 조준선을 갖다 댔지만 위치선이 이탈했다. 적기의 위치는 이미 상승해 있었다. 다시 조준하자 이번에는 속도선이 이탈했다. 적기는 속도를 높이며 시야에서 사라졌다. 교관이 박수를 쳐 생도들을 집중시켰다. 
“우리는 우주에서 싸운다. 적기는 우주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우주에서 그 어떤 것도 고정적이지 않는다. 지구처럼 고도, 지형 같은 제한도 없다. 컴퓨터가 속도와 위치를 잡아 줄 수는 있지만 마지막 시야 선을 일치시키는 건 제군들의 몫이다. 이 세 개가 영점오초이상 일치할 확률은 천분의 일밖에 되지 않는다. 혹시라도 그런 일이 일어나면 행운의 쓰리잭팟이라 부른다. 백퍼센트 확률로 공격을 명중시키기 때문이다. 대개 속도와 시야선이 일치하면 유도 미사일을 쏘고, 위치와 일치하면 산탄 미사일을 발사한다. 적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고 교활하다. 매번 제군들의 판단력을 믿어야 한다. 다들 우리의 적이 누군지 알고 있지?” 
신기전 시뮬레이션 교육실에 깊은 침묵이 깔렸다. 이서는 고개를 돌려 교육장을 둘러봤다. 모두들 적이 누구인지 알지만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교육 일과 시간이 모두 끝난 후, 밤이 어두워지자 모든 생도들은 대강당으로 모였다. 교관들이 소리치며 조용히 하라 지시했지만, 생도들은 흥분 때문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입학한지 한 달 만에 드디어 의지동무를 뽑는 시간이었다. 의지동무는 생도들의 공식적인 이성교제 제도였다. 추첨을 통해 뽑히는 남녀 생도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평소에 친하게 지내다가 상대가 전투력을 발휘할 수 없을 경우 교제로 알게 된 상대의 전문분야나 직책을 대신 수행했다. 원래 군사학교에서는 이성의 만남을 엄격히 금지했다. 신인류 진화 공동체의 하부 기관, 국경 없는 인권&자유 협력체가 군대가 생도의 인권을 제한한다며 국방부를 압박했다. 대통령은 국경 없는 인권&자유 협력체의 요청을 받아들여 군사학교에 이성교제 제도를 도입했다. 단 여기서 이성교제란 연인관계가 아닌 말 그대로 이성과의 우정을 의미했다. 
국방부는 신인류 진화 공동체가 전 세계적으로 군대나 군과 관련된 법에 어떻게든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동향을 알고 있었다. 국방부와 UN 항공우주국 사령부는 합심하여 연인이 아닌 단순한 이성교제로 선을 그었다. 대통령도 군사학교의 특수성과 여론을 알기에 더 이상 밀고 나오지 못했다. 제도가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국방부와 UN 항공 우주국 사령부도 이성끼리 위로하고 응원할 때 더욱 사기가 높아지는 결과를 알고 있었다. 교제가 임관 후 결혼으로 연결될 경우 장기 복무가 늘어나기에 적극적으로 제도를 운영했다. 이서는 입학식에서 헤어진 후, 한 달 만에 김혜정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사관과 파일럿은 생활관과 교육관이 달라 서로 마주치기 힘들었다. 김혜정을 찾으려 했지만 사관생도들 사이에서 보이지 않았다. 이서는 사관생도 대열로 과감히 뛰어들어 김혜정을 찾았다. 남자 생도들이 인상을 찌푸리고 위협을 가해도 이서는 굴하지 않고 대열을 흔들었다. 
교관의 거친 팔이 이서를 잡았다. 
“이봐. 이서 생도. 자네가 다음 번호표를 뽑을 차례야. 말썽 피우지 말고 빨리 가게.” 
이서는 김혜정을 못 찾았기에 인상을 찌푸리며 추첨상자로 가서 번호표를 뽑았다. 생도의 신상명세와 성향에 맞춰진 번호가 나왔다. 이서는 자신의 번호표를 들여다봤다. 다음은 자신과 같은 번호표를 가진 생도를 찾을 순서였다. 대강당 중심의 대형 스크린과 연결된 컴퓨터 스캐너로 다가가 자신의 번호표를 스캔하려 했다. 스크린이 깜박이더니 UN 항공우주국 달 표면 방어기지가 떠올랐다. 속보 자막이 붉은 글자로 떠올랐다. 범족 에이스 파일럿 히페리온이 지구 방어위성 아르테미스를 공격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붉은 자막이 늘어났다. 12개의 방어위성 중 8개가 파괴됐고, 오늘 히페리온의 공격으로 9개로 늘어났다는 속보였다. 
인류가 알리제의 혁명으로 인해 신인류 유토피아를 향해 전진하자 그 동안 인류를 눈여겨보고 있던 범(BUM)족이 인류를 향해 선전포고했다. 범족의 방만한 자유주의와 약육강식 본능에 따르면 신인류 공동체 경제 조항은 범족의 가치관을 뒤흔드는 위험한 사상이었다. 범족과 인류는 8년간 싸웠고, 인류는 메탄 에너지 추출 기지가 있는 목성 전선에서 현재 달과 화성 전선까지 후퇴했다. 뉴스는 아르테미스가 모두 파괴될 경우 범족이 지구에 상륙공격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전문가의 분석이 이어졌다. 화면이 범족의 육체로 가득 찼다. 온 몸을 뒤덮은 하얀 털, 야수 같은 거친 팔과 다리, 걸어 다닐 때는 네발로 다니지만 대화하거나 전투할 때는 두발로 일어섰다. 눈에서 퍼런 인광이 뿜어져 나와 상대에게 마인드컨트롤을 걸었다. 모든 생도들은 겁에 질려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서는 웃었다. 알리제로 인해 갈라진 두 개의 지구는 나약해서 절대 범족을 이길 수 없었다. 범족과 싸우기 전에 알리제 진영을 소탕해서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믿었다. 
미국과 캐나다, 영국 등 이 포함된 반 알리제 진영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지만 지구 대다수의 알리제 진영은 그들을 몰락해 가는 제국주의 잔재라 선포했다. 반 알리제 진영은 기독교 문화가 기반이어서 특별한 일을 제외하고는 알리제 지지 국가와 교류하지 않았다. 양쪽 진영 모두 UN 항공 우주국 연합군 소속이어서 필요한 교류를 했지만 최근 달기지에 대한 의견차이로 핫라인을 끊었다.        
이서는 굳어진 생도들 사이를 걸었다. 흐트러진 사관 생도들 사이에서 김혜정이 보였다. 이서는 김혜정의 하얀 얼굴과 분홍색 머리핀을 보자마자 김혜정을 향해 힘 있게 걸어갔다. 이서는 자신이 바보라 생각됐다. 
“이름이 뭐예요?” 
김혜정은 자신 앞으로 온 이서를 보며 고양이 같은 눈을 깜박이며 당황했다. 이서는 자신도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린다고 생각하며 김혜정의 번호표를 낚아챘다. 211012. 이서와 같은 번호였다.
  
신기전 시뮬레이션 자율 교육 시간에 이서는 조종간을 쥐고 삼각 조준선 세 개를 노려봤다. 옆에서 여자 동기 이지영이 시끄럽게 떠들어댔다. 이지영은 동기들에게 집적이며 이 얘기 저 얘기를 물어왔고 때로는 부풀려 퍼뜨렸다. 이서는 이지영이 재미있기에 자신의 얘기만 조심하면 된다고 생각하며 이야기를 즐겼다. 100번이 넘는 시도를 했지만 속도, 위치 조준선이 이탈해서 적기를 잡지 못했다. 이지영의 목소리가 신경에 거슬려 이서가 한 마디 하려 했다. 이지영이 시뮬레이션 교육실 문을 보고 있었다. 이서가 문에 서 있는 사람을 보고 놀라 조종간을 쥔 손에 힘을 뺐다. 김혜정이 교육실 문밖에서 이서를 찾고 있었다. 이서의 헤드폰으로 낮고 흥겨운 시그널이 울렸다. 이서는 시선을 다시 모니터 안으로 돌렸다. 다시 밖으로 돌리니 여전히 김혜정이 서있었다. 꿈이 아니었다. 이서는 재촉하는 시그널을 잠재우려 조종간 방아쇠를 당겼다. 김혜정과 만난 게 운명이고 이리 될 줄 알았다는 확신이 생겼다. 자리에서 일어나 김혜정에게 다가갔다. 뒤에서 지영이 야단법석을 피웠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단정한 장교복을 입은 김혜정이 이서를 보고 등 뒤에 들고 있던 분홍색 도시락을 내밀었다. 
“이성 친구인 그대에게 주는 거예요. 알리제 농업 협동농장에서 생산한 쌀로 만들어진 과자와 복숭아예요. 건강한 육체만이 건강한 정신을 가질 수 있어요.” 
이서는 김혜정의 말투가 웃기고 말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김혜정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었다. “김혜정 생도 고마워요. 언젠가 저와 김혜정 생도의 신념이 만나 서로 변화를 줄 수 있을 거예요.” 김혜정은 기묘한 표정을 지었다. 이서는 그녀의 표정을 즐기며 과자를 꺼내 먹었다. 이지영이 뒤에서 눈을 가느다랗게 하고 이서와 김혜정을 관찰했다. 김혜정이 가고 이서가 제자리로 돌아왔다. 자신이 달성한 업적을 재확인하고, 자율 교육 책임조교에게 다가갔다. 지영은 아까 이서 뒤에서 야단법석을 피운 사실을 떠올리고 다시 입을 열어 동기들에게 알렸다. 이서는 조교에게 자신이 쓰리잭팟을 달성했음을 보고했다. 잠시 후 교관이 오더니 이서에게 세 개의 삼각형이 큰 삼각형을 이루며 겹쳐진 쓰리잭팟 상징물을 하사했다. 그리고 이서가 2주 뒤 연병장에서 있을 신기전 편대전술 시범 대표로 선발 한다고 말했다. 그녀가 행운을 가지고 왔다. 이서의 귀에는 아직도 독특한 김혜정의 말투가 살랑거렸다. 이서는 결국 하나가 될 길의 시작이자 징표라 여겼다. 쓰리잭팟.
  
자율 교육이 끝난 후 이지영의 닦달에 못 이겨 이서는 김혜정에 대한 마음을 실토했다. 이지영이 말했다. 
“그럼 고백해봐. 거절당해도 본전이야. 여자는 자신을 좋아하는 남자를 싫어할 수 없어. 항상 신경 쓰일 걸? 그러다가 점점 마음이 기우는 거야. 선물도 생겼잖아!” 
이지영은 쓰리잭팟 상징물을 가리켰다. 이서는 쓰리잭팟 상징물을 보자 웃음이 피어나는 얼굴을 숨길 수 없었다.
  
이서는 정훈 담당 교관에게 호출 당했다. 달마다 몇 명을 랜덤으로 선출하여 일대일로 군대에 대해 심화토론을 했다. 이서는 교실 문을 열자마자 먼저 온 다른 생도가 알리제를 찬양하는 말을 했다. 이서는 자신의 차례가 되자 교관 앞에 서서 말했다. 
“군대는 국민의 안녕을 지키는 곳이지 국민의 권리를 주장하는 곳이 아닙니다.” 
교관은 이서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말했다. 
“자네 앞의 생도는 현재 대통령, 군 통수권자의 통치 의도에 맞는 적절한 권리를 주장했네. 우리 생도 중 하나라도 흡연을 하고 싶다면 허락하고, 두발 자유화를 원한다면 받아줘야 하네. 생도도 인류이고 자율권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네. 아무리 군대라 하더라도. 자유와 인권보다 소중한 게 무엇이라 생각하나?” 
이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면접관은 이서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서류에 뭔가를 적었다. 
“교관님. 군대에서 인내심 배양과 자기 통제, 권위에 복종하지 않는다면 어디서 합니까?” 
교관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내가 무슨 힘이 있나? 뒤바뀐 세상에 맞춰야지. 자네 군인 전투 거부 및 교전 지역 이탈 권리에 대해 아나?” 
이서는 대답하지 않고 교관이 설명해 주기를 기다렸으나 교관은 말한 걸 후회하는 표정으로 이서에게 나가라 손짓했다. 

"교관님. 신인류 진화 공동체는 자신들이 침범하고 싶은 분야에 매번 자유와 인권 등 예민한 문제를 가지고 싸움을 겁니다. 놈들에게 싸움이 걸린 곳은 어쩔 수 없이.."
"그만! 무슨 말인지 알고 있네. 어쩔 수 없잖아? 우리는 국군 통수권자의 지시를 따라야 하네" 

이서는 인상을 찌푸렸다. 교관은 이서의 표정을 읽고는 자신도 같은 생각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손으로는 빠르게 뭔가를 적었다.
  
이서의 시야에 연병장에 모인 모든 교관과 생도들이 보였다. 편대 전술 진형 시범은 끝났고 다음은 연병장 중앙을 편대 대형으로 질주하는 마무리 단계였다. 지상은 시범 식 교육에 대한 설명이 한참이었다. 
“아시다시피 우리 대한민국이 독자적으로 만들어 낸 행성 간 전투기 신기전의 장갑은 대기권 돌파능력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또 우월한 무기체계는 아군의 전투기를 감싸 잡아먹는 범족의 전투기 콘수가 접근하기 전에 선제 공격할 수 있습니다.” 
이서는 조종간을 밀었다. 기체가 연병장을 향해 내려갔다. 확성기를 통해 소리 지르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이서의 기체를 봤는지 점점 연설이 흐트러지다가 끝내 가늘어졌다. 생도들이 단체로 뒤돌아 무슨 일인지 쳐다보는 순간, 이서는 조종간을 당겨 배치 상승하여 우아한 아치를 만들어냈다. 훌륭한 루프기동이었다. 생도들은 환호를 지르며 이서의 전투기에 손을 흔들었다. 이서는 지상에 있을 김혜정을 생각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서는 김혜정의 휴대폰에 연락을 넣어 격납고 이륙 준비 운동 터로 오게 했다. 김혜정이 기다리는 이서를 보고는 딱 정확히 친구에게 보내는 미소를 보이고는 다시 새침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이서는 그녀의 절제된 태도와 단정한 복장이 좋았다. 김혜정은 도착하자마자 이성교제 친구에게 의무적으로 알려줘야 하는 태도로 말했다. 
"최근에 사찰과 민간신앙 기원에 대한 책을 읽었어요. 좋은 고전 노래 가락을 배웠어요. 화초가라고..." 
이서는 웃으며 김혜정이 꺼낸 화제를 무시했다. 쓰리잭팟 상징물을 내밀었다. 
“우리의 신념이 같아지는 날보다 먼저 이런 말을 하게 될 줄 몰랐어요. 진짜 연인처럼 저와 교제할 수 있을까요?” 
김혜정은 공격적으로 내밀어진 상징물을 입술을 꾹 다물고 내려다봤다. 
“그대와 저는 학교의 동의로 서로의 미래를 위해 맺어졌습니다. 잠시 스쳐갈 연인보다 영원히 의지할 의지 동무가 낫지 않은가요?” 
이서는 멍해 있다가 김혜정을 처음 본 순간 느꼈던 감정과 자신이 파일럿이 되기 위해 내린 결정, 그 이후로 보고 싶어서 장교 기숙사에 몰래 간 일 등, 사소한 일들을 시시콜콜 설명하다가 오늘 루프기동에 대해 말했다. 
“다 김혜정 생도를 위한 일이었어! 내가 생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요?” 
김혜정이 곰곰이 듣다가 물었다. 
“어떻게 생각하는데요?” 
이서는 김혜정의 무감동한 태도와 낮은 말투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동시에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좋아해서 말문이 막힌 지금 상황이 자랑스러웠다. 김혜정은 이서의 얼굴을 유심히 살피다가 하얗고 깔끔한 얼굴을 갑자기 일그러뜨렸다. 
“넌 날 좋아해서 뭔가가 되려는 것 같아! 난 아니야! 난 될 뭔가가 있어...그대의 욕구에 속할 수 없어서 유감이네요.” 
김혜정의 화난 모습에도 이서는 자신만이 모범생 김혜정의 다른 면을 봤기에 이상하게 웃음이 나왔다.
  
하루, 이틀 시간이 흐르자 이서의 이상한 웃음은 줄어들었다. 남은 건 고통과 후회뿐이었다. 자신이 무슨 잘못된 말과 행동을 했는가? 하는 후회는 공격적으로 변해 원망의 대상에게 쏟아졌다. 이지영은 이서의 괴롭힘이 심해지자 며칠째 피해 다녔다. 의무적으로 만나야 할 사이인 김혜정도 이서를 피해 다녔다. 김혜정은 우연히 마주칠 때마다 긴장한 고양이처럼 날카로운 분위기를 풍겼다. 이서는 김혜정의 외면 때문에 가슴이 쓰라려 생활관 구석에서 얼굴을 감싸 쥐고 있었다. 
개인 pc의 메신저가 알람을 울렸다. 이서가 살펴보니 달 표면 기지에 탈영 파일럿이 늘어 정훈장교를 급히 차출한다는 공지였다. 대상자는 김혜정 외 3인이었다. 이서는 벌떡 일어나 생활관을 왔다 갔다 하며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했다. 정리가 끝나자 생활 지도 교관에게 달려갔다. 지도실을 열자마자 말했다. “정훈 장교 한 명과 유능한 전투 파일럿 한 명 중 누구를 달로 보내시겠습니까?” 
한 시간 후 김혜정은 이서의 생활관에 노크도 없이 찾아왔다. 
“누가 그대에게 제 미래에 대해 간섭하라 했습니까?” 
이서는 말없이 쓰리잭팟 상징물을 건넸다. 
“그대가 나에 대해 잘못 알고 있음에 대해 예전...고백 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전선에 나가기는 싫지만 그래도 희망적인 의견을 시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김혜정은 이서에게 알리제 청년 추종자들이 만든 모임 사이에 신인류 진화 공동체 최고 위원회 뜻과 달리 알리제 사상의 장점을 범족에게 알려 공감 시킬 수 있다면 휴전할 수 있다는 의견이 퍼지고 있다고 알려줬다. 이서는 김혜정이 안절부절 하면서 자신에게 파병 철회시키기 위해 화내고, 달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사랑의 밀어는 없었지만 자신이 김혜정에게 영향을 끼쳐 감정적으로 행동시킨다는 정복 감을 느꼈다. 이서는 쓰리잭팟 상징물을 다시 한 번 내밀었다. 
“가기 싫잖아요. 속으로 나한테 조금이라도 고마워한다면...나를 위한 어떤 행동이라도 하고 싶다면 받아주세요.”
  
이서가 배치된 편대의 편대장이 이서를 끌어당겨 어깨동무하고 격납고를 걸었다. 편대장은 달기지 격납고 여기저기를 다니며 설명해줬다.
“뭐 여자 때문에 여길 왔다고? 여기 바보가 왔네. 응? 걱정 마. 나도 군사학교 칠 개월 다니다가 차출됐어. 끝까지 다 채워 졸업하는 동기는 드물었지. 애송아 넌 속은 거야. 탈영이 아니라 클론병사들 교육을 위해 정훈장교를 뽑은 거야. 정훈장교 대신 귀한 파일럿이 걸렸네. 불법 아니냐고? 위대한 알리제님의 뜻을 실행하는 UN 대표의원 강인재씨에게 그럼 말하면 영창 간다. 그 양반 주도로 달기지에서 비밀리에 클론들이 생산되어 불쌍한 총알받이로 임명됐지. 가,나,다라도 제대로 못 떼고 죽는 클론들이 불쌍하다면 어떻게든 지구로 돌아가. 수송선 창고에 숨든지 대한민국의 위대한 과학력으로 만들어졌지만 항공우주국 연합 중 가장 형편없는 기체, 신기전으로 지구 대기권을 뚫어봐라. 행동하기 전에 미리 설명하면 달기지 신기전들은 장갑이 없어. 대기권을 돌파해서 탈영하지 못하게 떼어버렸어. 그래서 늘 범족들에게 한방에 두 기씩 격추당하지. 왜 지구로 가냐고? 군인 전투 거부 및 교전 지역 이탈 권리에 대해 들어봤어? 신인류 진화 공동체가 UN 항공 우주국을 압박해 만든 제도 중 하나야. 우주로 간 군인은 전투가 무서워 어떻게든 지구로 돌아올 시 신인류 진화 공동체 하부 기관 중 하나인 국경 없는 인권&자유 협력체의 도움을 받아 군법처리를 받지 않을 수 있어. 민간인으로 전역하는 거야. 그리고 그 민간인은 평생 알리제와 신인류 진화 공동체를 고마워하겠지. 추종자들을 늘리려고 군사조항에까지 손을 뻗고 있어. 우리는 신인류 공동체, 알리제 추종자들. 강인재 다 싫어해. 우리는 반역자 편대야." 
편대장의 말투는 낮고 진지했다. 긴 말을 진지한 말투로 들으니 단순한 수다가 아니라 중요한 말처럼 들렸다. 편대장은 격납고 중심으로 걸어갔다. 편대장을 보고 편대원들이 신기전 정비를 하다 하나, 둘 모여들었다. 편대장은 모여든 편대원들에게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눈으로 편대원들 안색을 살피며 편대원들 어깨너머로 정비 상태를 가늠했다. 편대장이 박수를 치자 편대원들은 자신의 위치로 해산했다. 대화는 없었지만 편대원들은 편대장 표정에서 중요한 지시를 들은 것처럼 행동했다. 
편대장이 다시 이서에게 돌아왔다. 
"난 강천준이라 해. 평소에는 형이라 불러." 
이서는 강천준과 악수하며 방금 보여준 광경이 자신에게 보여주기 위해 연출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편대원들과 미리 짠 흔적은 전혀 없어 보였다. 그래서 이서는 강천준을 대단하다고 인정했다. 강천준은 이서의 얼굴에서 속마음을 읽은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이서는 김혜정에게 날마다 메일을 보냈다. 한 일주일쯤 보내다가 군인 메일이 비밀리에 검열될 가능성이 높을 걸 알고 손으로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헌병대 따위는 무섭지 않지만 누군가 김혜정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아는 게 불쾌했다. 사이버 검열은 대상자가 모르지만 편지봉투는 누가 뜯어보면 금방 티가 났다. 이서는 검열을 반대하는 국경 없는 인권&자유 협력체에 대한 감사를 담아 편지봉투를 꼼꼼하게 이중으로 포장해 군사학교로 보냈다. 답장은 단 한 번도 오지 않았다. 이서는 그리움에 날마다 시들어갔다. 편대의 하루의 시작은 우주의 국경인 달 행성 권리선, 순찰이었다. 이서는 평소처럼 순찰을 마치고 복귀하니 먼저 도착한 강천준이 보이지 않았다. 
"난 그게 생각 안 하네. 상사. 나와 우리는 자아를 가지고, 인류...인간 형상을 가진 것들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어." 
강천준의 목소리를 듣고 모든 편대원들이 격납고 구석에 있는 강천준에게 향했다. 강천준 앞에 있는 정비관은 손에 스턴건을 들고 있었다. 다가오는 편대원들을 보고 강천준에게 쓸 의사가 없는 걸 보이기 위해 허리춤에 찼다. 스턴건이 사용된 곳은 클론 정비병이었다. 클론 정비병은 강천준 다리 옆에 웅크려 있었다. 
"보시다시피 우리 편대원들은 나와 생각이 같아. 우리는 보고만 있지 않을 걸세." 
편대원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정비관은 허리에 손을 올리고 웃었다. "준위님. 저는 여기 근무한 지 팔 년이 넘었고, 신인류 진화 공동체와 친합니다. 클론은 탄생 때부터 위험한 업무를 맡았습니다. 당연한 일이고, 원래 클론들이 해야 할 일입니다. 강인제 의원님께서도 말씀하셨습니다. 클론은 인간이라 보기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인간 형상을 가진 도구라고." 
이서는 강천준이 화났음을 알았다. 강천준 표정이 미묘하게 바뀌자 이서의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상사. 내가. 우리가. 여기 모두가. 그렇다고 생각 안 해. 저들도 우리와 같은 인간이고 여기서 동등한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어." 
강천준의 말이 북처럼 이서의 심장을 두드렸다. 격납고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강천준 주위로 몰려들었다. 이서가 어디서 본 적 있는 광경이었다.
 "너는 모를 거야. 상사. 상사는 자신이 완벽한 인간이라 생각하지. 하지만 실은 완벽하지 않아. 그럼 상사도 클론처럼 막 대우해도 되는 걸까?" 
상사는 강천준의 말에 이의를 제기하려다가 강천준 뒤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걸 알았다. 상사의 입은 열리지 않았다. 이서는 대립으로 인해 팽팽한 긴장감이 돌고 있는 게 당연하다 여겼지만 긴장감이 상승하는 것이 너무 급박했다. 
"상사는 말이야. 강인재 의원의 말을 너무 믿고 있어. 알리제 그 양반 말도. 정말 뭔가 부족하면 막 대해도 되는 걸까? 그게 신인류 진화를 위한 길일까? 클론들이 뭐가 부족한지 내가 더 잘 알고 있어. 그것은 부족한 게 아니야..우리랑 다른 거지..." 
강천준의 말이 마지막에 가늘어졌다. 모여든 사람들은 강천준의 말이 잘 안 들리자 애가 타 들어갔다. 긴장감이 급격히 높아져 사람들의 어깨가 들썩이고, 주먹이 꽉 쥐어졌다. 
"...그러니까 상사가 한번 더 이런 모습을 보이면 나와 모두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알았나?" 
상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을 알아듣고 하는 수긍이 아닌 적대적인 분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이서는 모두가 증오하는 상사를 보며, 입학식을 떠올렸다. 노인이 추종자들을 감염시킨 뒤, 시위대를 공격했던 광경을. 상사가 떠난 뒤, 편대원들이 원래 위치로 돌아갔다. 강천준이 편대원을 시켜 클론 정비병을 의무대로 보냈다. 이서는 처음 보는 클론을 호기심에 쳐다보다가 정비병이 호전적인 분위기에 휩싸이지 않았다는 것을 떠올렸다. 방금 전의 감염에서 정비병은 스턴건에 찔린 상처에만 집중했다. 
이서는 멀리서 누군가가 자신을 보고 있는 시선을 의식했다. 그게 강천준일까 두려워 이서는 고개를 돌릴 수 없었다. 
  
이서는 하루 일과가 끝난 뒤 손으로 편지를 쓰다가, 맞춤법을 검색하기 위해 인터넷을 켰다. 편지 쓰던 집중력이 해이해져 인터넷이 길어졌다. 3년간 법정투쟁 끝에 언론 자유를 위해 국내의 반 알리제 진영의 소식과 의견을 담는 신문사 컬쳐를 알게 됐다. 알리제 추종자가 대통령이 된 뒤, 여기저기서 직,간접적인 탄압을 하여 마이너 신문사 중에 거의 최하위였다. 이서는 자신 옆에서 클론의 존재와 대량생산 부작용과 무리한 기압 밀폐 작업으로 죽어가는 클론들에 대한 칼럼을 써서 컬쳐에 투고했다. 매일 편지를 쓰다 보니 글 솜씨가 늘었고, 달 표면기지에는 오락거리가 매우 적어 뭔가 흥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필명은 존트로 결정했다. 
투고한 지 일주일 뒤 범족의 에이스 파일럿 히페리온이 아르테미스의 10번째 방어위성을 파괴했다. 이서는 이 일에 전혀 관심 두지 않았다. 갑자기 도착한 김혜정이 보낸 답장이 최우선이었다. 
- 언젠가 그대와 다시 만난다면, 그대가 성장하여 우리가 동등하게 마주보는 날에 만나기를 기대할게요. 그때라면 좋은 감정으로 늘 함께 할 수 있겠죠. 지구로 무사히 돌아오기를 제강께 빌며. 
이서는 편대장에게 편지를 보이며 김혜정이 자신에게 지구로 돌아오면 결혼해주기로 약속했다고 좋아했다. 
”제강은 고대 동양 신화에 나오는 창조주 중 하나야. 신인류 진화 공동체 추종자들의 신화, 민간 신앙 숭배로 갑작스레 인지도가 늘어났지. 동양 신화에 뜬금없이 알리제 탄생 예언이 등장하는 거 알아? 이 아가씨 정말 신앙심 깊은 골수파 빨갱이네. 근데 여기 어디에 결혼이란 단어가 있는 거야? 너 너무 흥분하며 앞서가는 것 같아.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아.“ 
이서는 한 귀로 듣고 흘렸다. 다음날 강천준의 말을 깊게 생각할 여유가 없게, 좋은 소식이 더 왔다. 이서의 칼럼이 채택되어 발표된 뒤 커다란 여론이 형성됐다. 불법 클론 제작 규탄 시위와 집회가 열려 정부에서 시위대 해산에 실탄발사를 지시했다는 소식과 원고비 50만원이었다. 이서는 서둘러 다음 칼럼을 써서 보냈다. 
이메일 전송이 끝나자마자 헌병대가 생활관을 문을 박차고 들어와 이서를 연행했다. 취조실에서 조사관이 이서에게 두 가지를 알렸다. 첫 번째는 의지동무 김혜정 생도가 탈영하여 소도라는 민간신앙 기도원으로 도주했다고 알렸다. 국경 없는 인권&자유 협력체는 범법자들의 권리와 교화를 위해 사법, 군법이 적용될 수 없는 지역을 요구했는데 그곳이 소도였다. 두 번째는 의지동무 탈영 때문에, 교관과 토론 때 보인 이서의 문제적 언행을 넘길 수 없게 되서 면밀히 감시 한다 통보했다. 격리 감시를 위해 지구 근처이자 아르테미스의 12번째 방어 위성, 경비 정거장으로 이서의 편대를 파견했다. 반역자 편대원들은 경비 정거장에 도착하자 편한 후방으로 파견가게 한 원인에게 경례 했다. 이서는 무표정하게 경례를 받았다. 강천준은 이서의 얼굴을 쳐다보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경비 정거장에서 이서는 편대원들과 어울리지 않고 생활관에서 홀로 틀어박혀 지냈다. 의지동무 중 하나가 사고를 치면 다른 하나는 당연히 피해를 입는다. 자신에게 헌신적으로 모든 걸 바친 남자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는 지 김혜정이 증오스러웠다. 동시에 영원히 자신의 마음이 닿지 않을 것 같아 서러움에 눈물지었다. 홀로 어둠 속에서 울다가 자신의 내면에서 불길한 소리를 들었다. 이서는 누가 듣기라도 한 것처럼 얼른 지워버리고 다시는 떠올리지 않기로 다짐했다. 노크소리가 들렸다. 
강천준이 방에 들어와서 이서에게 태블릿 PC를 보여줬다. 이서의 두 번째 칼럼이 첫 번째 보다 더욱 크게 여론을 모아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다는 기사였다. 대통령의 결정으로 시위대를 강경 진압했고, 신인류 진화 공동체는 표면적인 게 분명하지만, 인권 수호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철회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네가 한 방 먹였어. 넌 정말 훌륭한 반역자야.” 
이서는 자신의 칼럼이 일으킨 사건들을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어떻게 강천준이 알았는지 묻기 두려웠다. 자신의 컴퓨터를 몰래 해킹했을지도 모르지만, 강천준이 그럴 사람이 아닌 것은 분명했다. 
강천준의 권유로 우주를 볼 수 있는 전망대 실로 산책 나갔다. 이서는 12번째 방어위성과 무선 링크된 조그만 언론 위성 천리마를 보며 김혜정이 이런 자신을 봤다면 지금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하는 생각에 우울해졌다. 
“...당신을 잃고 나는 어디로 가야하는지.” 
강천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 여자가 너한테 도대체 뭔데? 너한테 글 쓰라고 했어?“
“그건 아니지만 이 모든 걸 할 이유입니다.”
“그 여자는 너한테 글 쓰라고, 편지 보내달라고 여기 대신 가달라고 하지 않았어. 네가 선택하는 일과 너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갖다 붙이는 것 같아. 그 여자는 너 없이도 잘 먹고 잘 살 거야.”
이서는 분대장의 말을 흘려 들으려 했지만 이서 없이도 잘 지낼 거라는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강천준은 전망대실 밖의 우주를 바라봤다. 
"....사실 범족들이 인류를 공격하는 건, 알리제의 사상 때문이 아니야. 범족이 할 수 있는 마인드 콘트롤을 인류가 할 수 있기 때문이지. 범족은 우주의 여러 종족을 굴복시킨 정복자 종족이야. 같은 능력을 지닌 존재에게 위기감을 가지고 있어. UN에도 신인류 진화 공동체 추종자들이 많아 UN총장은 사실을 발표할 엄두를 못 내고 있어." 
이서는 강천준이 얼굴을 보이지 않으려 우주를 보고 있는 걸 느꼈다.
 "....강인재 같은 알리제 광신도들은 클론에게 초능력이 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클론을 인간 취급하지 않아. 뭔가 하자가 있다 생각하거든.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클론이 정상적 이길 기대하는 건 어리석지. 그걸 이해 못하고 총알받이 취급하는 건 범족보다 못한 행동을 하는 거야. 난 평생 광신도들과 싸우기로 결심했어." 
이서는 강천준이 이서가 뭔가를 알고 있을 거라는 전제를 두고 말한다는 걸 깨달았다. 이서는 그 전제를 입 밖에 내놓은 용기가 없었다.
 "사람들이 흔히 그러지 운명과 맞서라고 극복하라고. 인간이 자유의지로 맞서고 극복할 정도면 운명이라 부를 수 없어. 운명은 손에 닿을 수도, 제대로 크기를 볼 수 없을 정도로 광대해. 운명과 싸울 생각 마. 운명과 같이 흘러가는 거야. 흘러가다 보면 운명은 인간의 자유의지를 제한해서 상처 입히기도 하지만 보호하기도 하지. 흐름을 거스르려 하지 마. 너와 나는 항상 이 말을 명심하고 있어야 돼." 
생활관으로 돌아온 이서는 컬쳐사가 보낸 고정적인 독점 칼럼 제의 메일을 받았다. 이서는 잠시 김혜정을 잊어버리고 행복한 상상에 빠졌다. 이서의 눈에 생활관의 하얀 벽면이 문서 프로그램의 공백으로 보였다. 
  
검찰청은 컬쳐에 대한 불법 사이버 내사를 실시하다가 누가 클론에 대한 칼럼을 실었는지 알게 됐다. 검사들은 헌병대에 정보를 넘겼다. 헌병대는 이서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불법적인 증거수집이어서 영장이 쉽게 나올 수 없었다. 헌병대 조사관이 따지자 군 판사는 천장을 쳐다봤다. 
“급하면 긴급체포 하시 던가.”
  
이서는 칼럼에 무엇을 실을까 생각하며 멍하니 tv를 보고 있었다. 정거장 전체에 비상경보가 울렸다. tv채널이 바뀌더니 히페리온이 11번째 방어위성을 파괴하고 곧바로 12번째로 온다는 현 상황이 전파됐다. 반역자 편대가 서둘러 모였다. 강천준은 방어위성을 지키기 위해 편대에 출격명령을 내렸다. 이서가 떠난 tv는 다시 원래 채널로 돌아왔다. 자막이 떴다. 클론 반대시위를 주도적으로 벌인 단체와 조직, 모임을 열거하며 수뇌부 중 하나인 김혜정에 대한 현상수배와 그녀가 현재 소도에 있고 자수할 때까지 소도를 포위할거라 알렸다.
  
반역자 편대는 삼각대형으로 방어위성에 접근했다. 헌병대 신기전이 편대 아래에서 튀어 올라왔다. 통신이 연결되더니 헌병대위가 나타났다. 이서의 죄목을 말하며 신병을 넘기라 통보했다. 강천준은 상황을 알렸지만 헌병대위는 방해죄로 편대원 전부를 체포하겠다며 협박했다. 강천준은 통신을 끊고 히페리온의 콘수가 나타났다고 알렸다. 편대는 사방으로 퍼져 전투태세를 취했다. 헌병대위는 즉시 편대와 거리를 벌렸다. 콘수는 불가사리 같은 오각형 날개 전투기였다. 날개가 쫙 펴지더니 조준선 방해 전파를 퍼뜨렸다. 콘수는 즉각 방어위성으로 돌격했다. 신기전 3대가 따라 붙었다. 콘수는 부드럽게 우회하더니 유도 미사일 두기를 발사했다. 발사 후 곧바로 근접한 신기전에 달려들어 불가사리처럼 감싸서 우그러뜨렸다. 나머지 신기전들은 유도 미사일의 근접신관이 터지자 기체가 크게 파손됐다. 
강천준이 파손된 신기전에 이탈 명령을 내렸으나 듣지 않았다. 
"우린 끝까지 편대장님을 따를 겁니다." 
편대 전체를 이끌고 콘수를 포위하며, 헌병대위에게 지원요청을 했다. 
"본 헌병 위관은 국경 없는 인권&자유 단체의 군인 전투 거부 및 교전 지역 이탈 권리를 참고하여 전투에 참가하지 않겠다." 
대위의 신기전이 도주하려 속도를 높였다. 콘수는 지원 요청하려는 줄 알고 날개를 오므리더니 부스터를 작동시켜 대위에게로 향했다. 편대도 속도를 높였으나 따라잡지 못했다. 콘수는 헌병대위의 신기전을 다섯 개의 날개로 꽉 물더니 반파시키고 편대를 향해 던졌다. 이서가 조준했으나 위치, 속도, 시야 어떤 조준선도 콘수에 닿지 않았다. 강천준이 지시했다. 
"이서! 너는 당장 이탈해서 장거리 통신 콘솔을 작동시켜 근처 순찰 중인 미군들에게 연락해. 인류 공공재를 지키기 위해 그들은 요청을 받을 거야!" 
강천준은 남은 전 편대를 이끌고 콘수를 포위하려 나섰다. 히페리온도 방해전파 충전시간이 다가오자 빨리 승부를 보기 위해 속도를 높였다. 이서는 비행을 멈추고 통신 콘솔을 조작했다. 
"어이 알리제의 알카에다 친구들 무슨 일인가? 나는 화성기지로 교대하러 가는 존.." 
"존 카터 대위. UN 항공 우주국 연합군, 대한민국 반역자편대 파일럿 이서이다. 항공우주국 협약에 의해 인류 공공재 아르테미스를 방어하기 위해 지원 부탁한다! 히페리온이 나타났다!" 
"왜 화성 간다니까 다들 날 카터라 부르지? 난 UN 항공 우주국 연합군, 캐나다, 미국 연합의 존 페리 소령이다. 너희 알리제의 군대가 맡은 위성들은 평균 오 분도 못 버텼다. 지금 최고 속도로 갈 테니 육 분 버텨 달라!" 
이서는 통신을 끊고 편대를 찾았으나 우주에는 편대원들의 파편만이 떠다녔다. 모두 없었다. 강천준마저. 이서는 강천준이 클론 정비병을 지키기 위해 싸웠던 때와 전망대 실에서의 대화를 떠올렸다. 
"...아직 세상에 할 일이 많은 사람인데." 
콘수가 방어위성에 근접했다. 이서는 쫓아가며 조준 했으나 위치, 속도선이 모니터 화면에서 불규칙하게 오르락내리락했다. 경고 알람이 콘수의 조준선 방해 전파가 해지 되지 않았음을 알렸다. 히페리온은 이서가 온다는 걸 알고 있었으나 방해전파 충전 량이 남아 안심했다. 아르테미스를 향해 콘수가 미사일을 조준했다. 낮고 흥겨운 시그널이 갑자기 울렸다. 이서는 조종간을 쥔 손을 떼고, 헬멧을 닦고 조준선을 다시 살폈다. 히페리온은 방아쇠를 당겨 발사하기 전 자신이 조준됐다는 경고음을 들었다. 이서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분명 쓰리잭팟이었다. 콘수는 장갑이 있으니 공격을 어느 정도 견뎌낸다. 그러나 신기전은 콘수의 한 번의 공격도 견딜 수 없었다.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였다. 이서는 미사일 대신 쓰리잭팟을 향해 부스터를 작동시켰다.
 "편대장님. 금방 따라가겠습니다." 
히페리온은 기체를 돌려 신기전을 감싸기 위해 날개를 펼쳤다. 상대가 부스터를 작동시켰다는 것을 알고 회피기동 했으나 이미 늦었다. 이서는 콘수를 들이박고 날개 플랩을 꺾어 각도를 지구로 향했다. 히페리온은 신기전을 떨쳐내려 했지만 경고음과 함께 모니터에 지구 대기권이 보였다. 히페리온은 기체 내구력을 높이기 위해 날개를 오므렸다. 신기전이 콘수의 날개에 꽉 물렸다. 이서는 시야가 차단돼 밖을 볼 수 없었다. 기체가 뜨거워지는 게 대기권을 돌파 중이었다. 하지만 신기전은 장갑이 없으니 중간에 폭발할 것이 분명했다. 신기전 내부가 경고 알람으로 가득 찼다. 이서는 눈을 감고 김혜정을 떠올렸다. 김혜정의 눈빛이 항상 이서 자신에게 닿고 있었다고 느꼈다. 언젠가 적극적으로 말을 걸어줄 날을 기다렸지만 이제 그런 꿈도 꿀 수 없었다. 동시에 김혜정을 생각하며 울다가 들은 자신의 내면의 소리가 떠올랐다. 히페리온은 신기전이 폭발직전에 이르자 콘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의 선택을 했다. 콘수의 부스터를 작동시켰다. 대기권 열이 기체로 들어와 조종석 시트를 태웠다. 이서는 자신이 걸어온 사랑의 길이 좋은 선택인지 궁금했다. 김혜정이 아끼는 신인류 진화 공동체를 지키는 희생이었다. 한편으로는 김혜정이 목숨을 걸만한 여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되돌릴 수 없었다. 김혜정이 믿는 알리제에게 후회하지 않도록 잡아달라고 빌었다. 히페리온은 살고자 하는 욕심에 미친 듯이 폭주하는 엔진을 초인적인 집중력으로 제어해 대기권을 가로질렀다. 
이서는 아무리 기다려도 폭발하지 않자 눈을 떴다. 눈앞에 지구의 파란 하늘이 들어왔다.
 "인간. 용감하더군. 너에게 표하는 경의로 이번에는 얌전히 물러가겠다." 
콘수는 텔레파시로 이서의 머릿속에 직접 말을 걸었다. 신기전을 놔주더니 어디론가 향했다. 이서는 살아있다는 기쁨에 고함을 질렀다. 신기전이 날개 이상을 알리더니 추락했다.
  
신인류 진화 공동체 최고 위원회는 내부 회의에서 대통령을 파문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김혜정이 속한 모임과 연대하는 조직들을 철없는 젊은이들의 치기로 여기며 무익한 행동을 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표면적으로는 불법 클론 제작이 비인간적이기 때문에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김혜정은 신인류 진화 공동체가 더 이상 진화를 위한 혁명을 멈추고 현재 권력에 안주했다고 느꼈다. 불필요한 하부 조직을 만들어 여기저기 영향력을 넓힐 때, 세상과 인류를 돕기 위한 도구를 얻기 위한 행동인 줄 알았지만 사실 영향력을 얻는 것이 목적이었다. 
진보를 목적으로 한 이들이 권력의 단맛에 보수화됐다. 신인류 진화 공동체의 보호를 받을 수 없자 김혜정은 소도로 피신했다. 소도의 컴퓨터로 자신처럼 항공 우주국을 도구로 얻기 위해 입학한 군사학교 선배들을 찾았다. 그들 대부분은 최고 위원회의 지시를 받아 기밀을 빼내기 위해 우주로 파병 나갔다. 김혜정이 신인류 진화 공동체의 변질을 알리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다. 김혜정은 컴퓨터 속에서 오래된 메시지를 발견했다. 
- 인간의 편견과 달리 운명은 우주만큼 거대하고 깊다. 인간의 자유의지로 꺾거나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이것은 운명 순응적인 나약한 생각이 아니다. 인간은 자유의지로 운명 속에서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다. 인류가 각자 다른 생김새로 태어난 것은 각자의 운명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의 흐름을 따라가겠다. 최고 위원회가 운명의 흐름을 결정할 수 없다. 그것은 거스를 수 없지만 동시에 아무도 강요할 수 없다. ? 
이 메시지를 끝으로 선배들과 신인류 진화 공동체의 교류가 끊겼다. 투쟁 이론이 왜 변했을까? 김혜정은 우주로 떠난 선배들이 무엇을 봤는지 알고 싶었다. 발신지를 추적해보니 메시지를 보낸 선배가 달기지 파일럿 휴게실에서 작성했다는 걸 알아냈다. 김혜정은 주머니에서 파우치를 꺼내 스크랩한 신문 기사를 꺼냈다. 이미 여러 번 본 기사이지만 고개를 숙여 다시 처음부터 읽었다. 
  
김혜정은 소도 기도원에서 마당으로 나왔다. 마당 한 구석 제단 위에 알리제와 단군 동상이 손을 맞잡고 있었다. 아랫단에는 윗 단보다는 작은 크기의 동상으로 가릉빈가, 제강, 삼신할머니, 세발 까마귀 삼족오가 세워져 있었다. 김혜정은 동상 앞에 마련된 제단으로 가서 향을 피웠다. 파우치에서 조그만 물건을 꺼내 손에 꼭 쥐고 기도를 시작했다. 매일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모습으로 기도해서인지 물건은 손때로 반들반들했다. 시위 도중 죽어간 동료들의 극락왕생과 잡혀간 동료들의 안전을 빌었다. 
“그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중년의 여자 만신이 다가와 김혜정에게 말을 걸었다. 만신은 민간신앙에서 무당의 제자나 신의 심부름꾼이나 수도자를 의미했다. 
"김혜정 양. 큰 어르신께 여쭈어보니 최근 우주에서 귀환한 군인은 아무도 없었대요." 
신인류 진화단체가 군인 전투 거부권과 지역 이탈권리를 만든 이유는 항공우주국으로 침투한 추종자들이 만약에 사태에 빠져나올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다. 소도는 탈영한 추종자들을 보호할 곳이었다. 
"김혜정 양. 혼자라고 외로워하지 말아요. 여기 우리들이 있으니까." 
김혜정은 따뜻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파우치에서 스크랩한 신문 기사를 꺼내 보여줬다. 존트라는 필명을 쓰는 자가 투고한 불법 클론 제작에 대한 칼럼이었다. 글로 추측되는 존트의 배경으로는 달기지에 거주. 남자. 클론들과 자주 마주친다. 격납고에서 근무. 글의 문체는 알리제 추종자들에 대한 증오와 강인재 의원에 대한 폭로, 신인류 진화 공동체에 대한 비판이 격렬했다. 
김혜정은 문체를 쓴 심정을 이해했다. 자신이 믿는 것에 부패했다고 느꼈을 때 자신도 그랬으니까. 선배가 무엇을 봤는지 이해했다. 
"아니요. 저는 혼자가 아니예요." 
  
추락하는 신기전에서 이서는 조종석 옆에 달린 손도끼로 캐노피 유리를 부셔버리고 수동으로 조종석 사출 스위치를 당겨 빠져 나왔다. 격렬한 바람 속에서 낙하산이 휘날릴 때 이서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다. 김혜정이 너무 그리웠다. 이서는 알리제 진영 동유럽 국가로 떨어졌다. 착륙할 때 부상을 입어 이서는 현지 구급요원들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대사관에 신병이 넘어가기 전 병원을 탈출해 지구 어디에나 있는 신인류 진화 공동체 지부의 도움으로 군인 전투 거부 및 교전 지역 이탈 권리를 선언하고 전역신청을 했다. 
공동체 직원들이 받아주지 않으려 하자 이서는 강천준의 이름을 댔다. 직원들은 이서를 잠시 기다리게 하고는 어디론가 갔다가 환한 얼굴로 돌아와 이서에게 열렬히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서는 편대장에 대해 추측했던 것이 사실이어서 조용히 쓴웃음을 지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서류절차에 시간이 걸린다며 이서를 잡아두려 했다. 신인류 진화 공동체 하부기관 국경 없는 인권&자유 협력체는 대사관을 무시하고 단독으로 이서를 극진히 대한민국 인천공항으로 이송시켰다. 이서는 협력체 직원들이 한눈을 파는 사이 몰래 도망쳤다. 이서는 야밤에 고속도로를 걷다가 뒤에서 다가오는 화물 트럭의 전조등에 감싸였다. 이서는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이서는 무사히 소도에 도착했다. 소도 입구 근처에 철제 바리케이트와 검문소가 운용되고 있었다. 의경들이 진압봉을 들고 일정한 시간을 두고 순찰하고 있었다. 이서는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경찰들을 향해 걸어갔다. 의경들이 이서가 점점 가까워지자 저지하려 다가갔다. 이서는 양손을 들어 저항할 의사가 없음을 표시했다. 경계가 풀린 의경들의 걸음걸이가 느려졌다. 이서는 갑자기 속도를 높여 달리다가 도약했다. 의경들의 어깨를 징검다리처럼 밟으며 소도 담벼락을 향해 몸을 날렸다. 
  
김혜정은 누군가가 기도하는 자신 옆으로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눈을 뜨며 학교에서 배운 격투자세를 취하니 이서였다. 이서는 김혜정의 기도원 새하얀 유니폼이 너무 예뻐 살짝 눈물지었다. 김혜정은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아 고양이 같은 눈이 크게 벌어져 있었다. 
“가요. 왜 탈영했는지 무엇이 불만이었는지 나를 사랑했는지 안 했는지 묻지 않을게요.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서 우리 둘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아요. 저번에 보낸 편지처럼 드디어 다시 만났으니 우리...함께해요.” 
김혜정은 다 알고 있기에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서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대가 오해할 줄 알았어요. 내가 그대 나이 때 인연의 끈을 잘 못 봤던 것처럼, 그대가 내 나이만큼 되어 인연에 대해 잘 알게 되었을 때, 성숙한 관계를 다시 시작하자는 얘기였지…사랑을 의미한 건 아니었어요.” 
“난 당신을 사랑해요. 같이 떠나자는 말은 응석이 아니 예요. 내가 히페리온과 싸울 때 당신 생각을..”
“듣고 싶지 않아요. 왜냐하면 그대는 그럴 가치가 없어요. 내 신념, 믿음, 헌신하는 이상을 버리고 떠날 만큼 소중하지 않아요. 아직도 나만 바라봐요?! 난 그대에게 뭔가 열심히 할 이유였어요. 단지 풍경에 지나지 않았어요. 풍경을 보며 혼자 감상과 열정에 빠진 거야. 아직도 올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어요. 자신의 내면에 대고 물어봐요. 나를 좋아해서 뭔가 되고 싶었던 건지, 아니면 뭔가 되고 싶어서 나를 좋아했다 믿는 건지.”
이서는 자신이 숨기려한 내면의 소리를 김혜정에게 들었다. 김혜정을 사랑해서 선택한 게 아니라 가슴속을 꽉 채우고 활활 태울 목표로써 선택했다. 김혜정을 사랑하기 전까지 이서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김혜정이 파우치에서 신문 기사를 꺼내 보여줬다. 
"나는 내 신념, 소신이라 부르는 게 영원할 줄 알았어요. 이 세상에 절대적인 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어리석었죠. 거대한 흐름 속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요? 난 변화를 선택했어요. 내 공동체가 부패하고 타락했다는 것을 방관할 수 없어요. 떠날 수도 없죠. 난 신인류 진화를 믿어요. 우리는 서로를 더욱 이해하고 사랑하는 신인류로 거듭날 수 있어요. 난 여기서 죽을 때까지 내 선배의 방식대로 잘못된 것을 바로 잡으려 거예요." 
이서가 신문기사를 보니 자신이 쓴 칼럼이었다. 자신이 쓴 글이 김혜정에게 의지를 주었다. 가슴이 폭발할 것 같이 팽창했다. 기쁨도 슬픔도 아니었다. 단어를 달아 분류할 수 없는 육체적 반응에 이서의 다리가 미약하게 떨었다. 
김혜정이 표정을 지었다. 눈 한쪽은 반쯤 감기고 한쪽은 커졌다. 입술은 한쪽 끝이 삐죽 올라갔다. 양 볼은 굳어졌다. 초능력을 사용할 때 동반되는 부작용, 흥분 때문이었다. 턱을 내려 공격적으로 이서를 노려봤다. 
“그대는 스스로 아무것도 될 수 없나요?” 
이서의 가슴 속이 반발심으로 가득 찼다. 주먹을 꽉 쥔 순간, 김혜정에게 감염됐다. 이서는 김혜정이 무엇을 말하는 지, 왜 그러는지, 어떻게 될 것인지 이해했다. 김혜정을 따라 체온이 올라가고 몸이 뻣뻣하게 긴장됐다. 언론 위성 천리마가 떠올랐다. 기도원 유니폼이 문서프로그램의 공백으로 보였다. 칼럼을 쓰는 자신의 모습이 삼인칭으로 머릿속에 떠올랐다. 
'운명은 자유의지에 제한을 둔다. 상처 입히기도, 보호하기도..흐름에 거스르려 하지 마라.' 
강천준의 말이 떠올랐다. 지금이 그 시기였다. 김혜정이 칼럼을 자신의 식대로 해석하고 다른 길로 걸어가려 하면 이서가 할 행동은 보내주는 것이었다. 떠날 순간이었다. 이서는 말을 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어떠한 단어를 사용한다 해도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자신이 없었다. 이서는 김혜정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여 작별 인사했다. 뒤돌아 소도 입구를 향해 걸었다. 김혜정도 싸늘한 표정으로 몸을 돌렸다. 김혜정은 다시 제단 앞에 무릎 꿇고 기도했다. 이서는 걷다가 뒤돌아 기도하는 김혜정을 봤다. 이런 이별은 기대하지 않았지만 다른 이별은 떠오르지 않았다. 몇 발자국 걷다가 김혜정이 기도할 때 손에 쥔 물건이 쓰리잭팟 상징물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이지영의 말이 떠올랐다. 
‘그럼 고백해봐. 거절당해도 본전이야. 여자는 자신을 좋아하는 남자를 싫어할 수 없어. 항상 신경 쓰일 걸? 그러다가 점점 마음이 기우는 거야.’ 
히페리온과 교전할 때 나온 쓰리잭팟이 누구의 기도 때문인지 알게 됐다. 이서는 소중한 눈물을 누구에게도 보이기 싫어서, 양손으로 가리며 소도를 떠났다. 김혜정은 고개를 돌려, 이서의 뒷모습을 사라질 때까지 지켜봤다. 자수할 수 없으니 소도에서 평생 만신으로 살아야 하는 김혜정에게는 마지막이었다. 신념을 함께하다 죽은 동지들을 배신할 수 없었다. 클론 생산을 저지하고 범족과의 평화를 위해 동료들의 유지를 잇기로 결심했다. 그것이 부패한 신인류 진화 공동체에 대한 저항이자, 바로 잡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믿었다. 
그래도 이서의 열정과 순수함이 아쉬웠다. 안 보는 척하고 있었지만 늘 보고 있었고, 언젠가 먼저 말을 걸고 싶었다. 김혜정은 이서를 감염시키자 강천준이 그랬던 것처럼 이서를 꿰뚫어 볼 수 있었다. 선배가 아니라 이서가 칼럼을 썼다는 것과 아무 말없이 떠나 준 것이 고마웠다. 
“해당화야. 해당화야. 명사십리 해당화야. 네 꽃 진다. 설어마라. 명년 삼월 다시 오면 너는 다시 피련만. 우리 인생 한번 가면 어찌 그리 꽃과 같이, 다시 돋아날 줄 아느냐?“ 
화초가라 불리는 이 기도 혹은 노래는 무당들이 굿할 꽃을 만들며 무당이 된 스스로의 신세를 한탄하거나, 죽은 후 평범한 삶으로의 환생을 빌 때 불렀다. 이서가 처음 고백하려 불러내던 날, 김혜정이 이서에게 가르쳐 주고 싶었던 노래 가락이었다. 
“세월이 많이 흘러도 그대가 변함없이 날 아쉬워하면 좋겠어요.” 
  
THE END

댓글 5
  • No Profile
    정도경 16.01.02 15:28 댓글

    익숙한(익숙해 보이는) 소재들이 예상치 못하게 조합되고 전개되어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결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 정도경님께
    No Profile
    유이립 16.01.02 19:20 댓글

    감사합니다! 인상적인이고 잘 읽었다는 말씀보다는 순수 리플 자체에 감사해요ㅠ_ㅠ.

  • 유이립님께
    No Profile
    정도경 16.01.03 12:58 댓글

    저도 그 마음 압니다만 그렇게 솔직하게 말씀하시니까 너무 슬프지 않습니까 ㅠㅠㅠ 리플 많이 받으시는 2016년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ㅠㅠㅠㅠ

  • 유이립님께
    No Profile
    민경일 16.01.03 13:56 댓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 민경일님께
    No Profile
    유이립 16.01.03 22:34 댓글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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