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게시물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jxk160 북극성

2004.04.30 22:5104.30

  탁자에 손이 닿는다- 이곳은 학교 휴게실이고, 잠시 휴게실의 이름을 잊어버리자. 쓸모 없으므로? 혹은 본질적이지 않으므로. 맙소사, 나는 말을 잊었나? 그렇다면 눈을 감으면 된다.
  탁자에 손이 닿는다- 탁자로부터 나는 한 순간. 저 탁자로부터 나는 십초만큼 떨어져 있고. 저 탁자에 저 의자에 돌아앉은 사람. 저 사람의 등과도 나는 십초만큼 떨어져 있다. 나는 소리를 듣는다. 소리가 CD에서 나온다고 가정하자. CD의 금을 읽어 소리가 이 방의 스피커까지 전자파의 속도 그리고 다시 음속. 음속은 나는 모른다. 게다가 어차피 공기 밀도에 따라 성분에 따라 다르다. 내가 숨을 한번 쉴 때마다 달라지는 걸 어쩌겠는가? 숨을 멈추고 죽어버릴까?
  나는 신경 전달의 속도를 안다. 청각은 기억나지 않는다. 탁자를 건드리고 촉각을 생각해보자. 30~ 70m/s 이것도 경우에 따라 속도 차이가 많이 난다. 어쨌거나 그럼 살갗으로부터 나는 약 몇 분의 일 밀리세컨드? 계산기가 없다.
  화학적 신호로서 전해지고 전해지다가 마침내 전기가 되는 지점이 있다. 전자파의 속도는 여전히 빛의 속도는 아니다. 그리고 빛의 속도라고 해도 문제가 될까? 척수에 도달하고 빛이 뇌에 도달하면 또 계속 계속 무한한 시간 속을 나아가는데 현재는 어디에 있을까? 어디로부터도 30m/s 70m/s 아무것도 없을까? 매끄럽게 떨어져나온 꽃병을 바라보면서.


  “그 여름은 아름다웠어.” 그건 누구의 말이었을까?



*




  나는 남자를 만난다. 남자는 의자에 앉는다. 나는 남자가 찾아온 이유는 알고 있다. 그래서 남자를 살펴보긴 하지만 남자는 세 친구와는 전혀 닮지 않았다. 내 세 친구는 서로 닮아있었다긴 뭐해도, 어떤 종류의 특징은 공유하고 있었고 아 그렇고 그런 류의 인간들이다 싶을 구석이 있었는데 이 남자는 눈앞에서 죽어 고꾸라진대도 신문에서 부고란의 존재를 확인한 정도의 느낌밖에 들지 않을 것 같다. - 이목구비로 같은 인간인 걸 알아볼 수 있을 뿐 아무 감각이 없다. 외국인인가? 머리와 눈은 검다.
  남자는 세 친구에 대해 내게 이리저리 물었다. 내가 그들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정도까지 말하고 나자 남자는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남자는 처음에는 셋의 다른 친구들을 찾아갔다고 한다.
  예컨대, 한 친구는 약혼자가 있었다. “하지만 약혼자는 아무 말도 듣지 못했다고 해요.” 남자는 말했다.
  “한 친구는 약혼자가 있었고, 다른 한 명은 여자친구가 있었지요. 그 둘도 아무 말도 듣지 못했어요. 마지막 한 명은 아무 지인도 없는 줄 알았는데 당신이 있었다는군요. 그래서 당신에 대해 좀 알아봤더니, 먼저 둘의 임종 때도 당신이 곁에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당신을 찾아왔지요, 하고 남자는 손을 들어 보였다. 나는 혀를 내밀어주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광대 끼가 몸에 피부 밑에 들끓고 있는 탓이다. 나는 자제하려고 기침을 두어 번 한다.
  “제가 곁에 있었던 건 맞습니다만, 저도 별다른 말은 듣지 못했는데요.”
  “어떤 말이라도 좋습니다.”
  남자는 사무적으로 말한다. 나는 기침을 두어 번 더 한다. 남자는 이 사람 목이 안 좋은가, 하는 식으로 쳐다본다. 나는 어찌되든 내 책임 아니라는 식으로 어깨를 으쓱한다.
  “유언같은 거라면 따로 없었지만, 아무 말이라도 좋다면 얘기를 하지요. 임종 때들은 말이나 상황이면 됩니까?”
  “그래 주십시오.”
  “순서는 어떻게 할까요?”
  “숨진 순서대로 합시다.” 남자가 다리를 한번 추슬러 앉았다.




  나는 제일 처음 죽은 사람을 기억한다. 그게 몇 달 전이던가? 모르겠다. 기억은 가늠할 수 없이 딱딱하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내 친구였고 내 다른 친구의 친구이기도 했다. 결국 우리 셋은 친구였다. 잘 어울려 다녔다. 죽은 자는 아마도 내 다른 친구를 많이 좋아했다. 내 다른 친구도 그를 좋아했다. 나는 기억 밖에서 잠시 쉬며 생각한다: 남자가 말한 ‘여자친구’가 있던 친구가 이 친구일 거라고.
어느 날 우리 셋은 걷고 있었다. 여자애가 집이 제일 가까웠다. 그곳에서부터 집에 가려면 우리 중에 그 여자애는 집에 교차로를 건너야 했고, 우리는 건너지 말고 길을 쭉 더 따라가야 했다. 우리는 손이나 말로 작별 인사를 했다. 여자애가 교차로를 안전하게 건넜다.
  우리는 길을 쭉 따라가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왔다. 집 앞 큰길에 이르러서 정류장에서 내리자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있었다, 여자애가 교차로를 건너갔던 것이 내 램 메모리에서는 사라졌을 정도는. 내 친구는 갑자기 교차로를 건너기 시작했다. 그건 이상하지 않았다. 우리도 집에 가려면 그 길의 교차로는 건너야 했다. 그러나 빨간불이였다. 내가 그걸 알기 전에 트럭 한대가 내 친구를 먼저 치어 날린 다음 밟아버렸다. 그래도 내 친구는 아직 살아있었다.
  내가 구급차를 부르려고 했지만 다른 사람이 핸드폰을 꺼내서 먼저 불렀다. 나는 그저 친구 곁에 가까이 갔다. 친구는 내 귀에 대고 말했다. “기억해 둬. 나는 살아있었던 적 없어.”
  친구는 나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나는 그가 살아있었던 적이 없다는 것을 내가 책임져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고개를 흔들고 보니 그는 이미 죽어있었다.




  남자가 그게 다냐는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이번에는 무언가 더 내뱉어야 할 것 같은 불안을 느낀다. 나는 머릿속을 반짝 스치는 순간 반사적으로 말한다. “한쪽 팔이요.”
  “네?”
  “그 친구는 왼쪽 팔이 없었어요. 다는 아니고, 팔꿈치부터.”
  “원래부터요?”
  “아니오, 사고였어요.”
  “어떤...?”
  나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남자가 됐다는 듯이 손을 내젓는다.
  “됐어요. 다음 사람은요?”
  나는 좀 민망한 기분이 든다. “다음 사람도 비슷해요.”
  “그래도요.” 남자는 겉치레처럼 말하지만 진지한 자세로 앉아있다. 나는 이리저리 손 제스처로 무마해보려고 한다. 그러자 남자가 불쑥 묻는다.
  “우리 나이 때는 뭘 사랑한대도 나르시즘일 수밖에 없죠?”
  “그런가요?” 나는 그냥 되묻기로 한다.
  “그게 두렵나요?”
  나는 어깨를 으쓱한다. “별로요. 애초에 알 게 뭐겠어요?”
  남자도 어깨를 으쓱한다. 나는 더 무안해진다. 그래서 얼른 다음 얘기를 시작하기로 한다.
  “백문백답 아세요?”
  “어떤 백문백답이요?”
  “그냥 그렇게 질문 시리즈가 도는 거 있잖습니까. 백 개들이 질문세트가 있고, 동아리같으면 회원들이 각자 자기들 대답을 써서 게시판에 올리곤 하는 거예요. 그냥 재미로요.”
  “무슨 얘긴지는, 또 왜 그런 게 재미있으련지는 알 것 같습니다. 그런 게 유행인가 보네요. 그런데요?”
  “그 중에 왜, 누가 만든 질문 세트건 꼭 비슷비슷하게 들어있는 질문인데, 내가 죽은 다음 제일 슬퍼할 사람은 누굴까 뭐 그런 류의 질문 있잖습니까?”
  “그렇지요.” 나는 갑자기 다음 말이 생각나지 않아서 손을 비빈다.




  두 번째로 죽은 사람, 역시 내 친구. 그는 내 곁에 있는 친구이기도 했지만 넷상의 광장에 물끄러미 점처럼 박혀있는 아이디이기도 했다. 그 아무도 없는 아이디를 바라보고 있자면 묘한 생각이 들곤 했다. 나는 그와 한번도 넷상에서 만난 적은 없다. 그가 접속해있을 때조차 왠지 사람같지 않아서 말 걸기가 거부감이 들었다. 아무튼 그 동아리에서 그는 그런 백문백답이 올라오면 즐겁게 읽기만 하고 자기 것을 올리지는 않는 타입이었다.
  역시 두 번째로 죽은 친구는 내 다른 친구와도 친했다. 내 다른 친구란, 실은 원래부터 나와 친하지는 않았지만, 이 두 번째 친구의 약혼자였기 때문에 나중에 나와도 친하게 된 경우다. 그 여자는 이름이 미영이였다. 미영이, 미영이! 하고 다니면 이상했다. 그 이름은 우리들에게는 양산을 쓴 화사한 여자를 연상시켰다. 이 두 번째 친구도 제가 불러놓고 제가 멍하니 짜증을 내곤 했다.
  미영이도 이 두 번째 친구를 따라 동아리에 들었고, 어느날 이 친구 옆에 앉아서 조잘대다가 섞어 물었다. 우리 동아리 백문백답에서 본 건데, 네가 죽으면 제일 슬퍼할 사람은 누굴 거 같애?
  그만하면 그냥 미영이 너. 해줄 것이지, 이놈은 폼을 잡으면서 슬픔이란 걸 가르쳐 준 사람이 없어놔서... 따위로 얼버무려서 여자애의 속을 두배로 상하게 만들어놓았다. 여자애는 이 친구의 성질머리를 알고 있기는 한 지라 칫칫거리고 말았지만 맘은 안 좋았던 거다. 그 뒤로 잠시 서먹했다고 한다.
  그걸로 또 서먹할 것 까지는 없었는데, 이 놈 성격이 성격인 만큼 여자애는 더 서운했을 거다. 이놈은 식당에서 밥을 잘만 같이 퍼먹다가 난데없이 나한테 말한 적이 있다.
  “나, 사람을 좋아해 본 적이 있어.”
  누가 뭐랬나? 나는 입안에 먹던 것 일단 마저 퍼 넣고 나서 대답했다. “지금도 좋아하고 있잖아. 미영이.” 그러자 이놈은 얼굴을 못 먹을 것 보듯 팍 찌푸렸다.
  “난 그 녀석이 싫어.”
  나는 입을 떡 벌렸다. “뭐야?” 그때 이미 둘은 약혼한 상태였다.
  “마음에 안 들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 그 녀석의 행동거지도, 내 눈에 빤히 보이는 사고방식도, 인생관도, 심지어 그 녀석이 나한테 주는 선물도 하나 마음에 들었던 적이 없어. 불쾌했으면 불쾌했지. 전혀 내 타입의 인간이 아냐. 그런데도 분명히 좋아하고 있어.”
지랄, 권태긴가 보구만, 하려다가 나는 입을 다물었다. 어차피 이놈이 또 열변을 토할 것 같기는 하다. “나는 사람을 좋아한 적이 있어.” 그래, 시작해서... “나는 사람을 좋아한 적이 있어. 압도당했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좋은 녀석이 어디 있냐고, 미영이가 한번 물었는데... 미영이 그 자식은 바보야? 아무튼, 그런 녀석이었어. 당연히 사람을 좋아한다면 그런 식으로 정복당하는 거라고 생각했어. 압도당하고, 저주스러울 만큼 완벽한 괴물과 맞서고, 죽느냐 사느냐도 아니고 죽지 않기를 그저 온 힘을 다해서 바라기만 하는 거지. 싸우고 싶지만... 싸우는 중에도 싸우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어서...” 그는 왼손가락을 쓰다듬었다.
“미영이는 그렇지가 않아. 걔 자신부터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좋은 녀석이 세상에 어디 있냐고 혀를 차잖아? 전의 그 녀석은 무서워서 내가 이름을 부를 수가 없었어. 내 입으로 부를 수 있는 이름 따위는 훨씬 초월해서 있었거든. 그런데 미영이! 아무렇지도 않잖아. 양산이나 쓴 옛날 브루주아같이, 그냥 미영이! 농담거리!” 그는 다시 왼손가락을 쓰다듬었다.
  “왜 상관없는 줄 알아? 이름을 불러주면 걔가 자길 부르는 줄 알고 좋아하거든. 나도 걔를 좋아하고 걔도 나를 좋아하니까. 내가 걔를 불러주면 좋아하는 거야. 걔가 기뻐한다면 나는 걔 이름을 부르는 건 얼마든지 상관없어. 나는 누군가를 배려하는 데에서 전혀 의미를 찾지 못하지만 걔가 의미를 찾고 있다면 걔한테 맡겨버리지 뭐. 나는 내가 걔를 좋아하는 것과 걔가 나를 좋아하는 것 이 두개가 어떻게 상관이 있는지 서로라는 게 뭔지 전혀 모르겠지만 걔가 어떤 착각을 하고 있다면 그 착각에 맞겨버리지 뭐. 이게 뭐야? 이건 완전히 달라. 나는 미영이를 좋아하는 나 같은 건 아무래도 좋은 거야. 필요한 나는 여기서 잘 살고 있고, 내가 걔를 좋아하는 마음은 진짜고 절실하지만 그 절실함은 내 범주를 벗어나 있는 거야. 이건 싸워나갈 필요가 없어. 나는 걔를 얼마든지 좋아해도 돼. 이런 걸 뭐라고 하더라? 덜 이기적? 미영이가, 내가 이렇게 말했더니, 덜 이기적인 인간이 되었다고 말했어... 누군가를 사랑할 때 타인을 더 생각하게 되었다나? 그래? 그런 게 무슨 소용이야?”
  그는 힘이 빠진 듯이 손을 탁자 밑으로 내렸다. 그때에야 나는 그가 왼손에 반지를 끼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약혼 반지일 것이다: 그건 보석 하나가 박힌 순은이었다. 미영이가 골랐을 게 뻔한 어른스러워보이고 싶어하는 학생 식의 디자인이다. 나는 그가 가치 없어, 라고 중얼거리는 것을 들었다.
  나는 지금 한 사람에 관한 두 다른 시점의 기억을 모두 가진 자의 자격으로 두 기억을 매치해본다. 백문백답에서 기대했던 문제 하나를 뽑아 이 녀석에게 질문했던 미영이. 이런 소리를 하는 이 녀석. 미영이는 그동안 이 녀석의 이런 점 때문에 얼마나 짜증이 나고 서운했을까. 이 녀석은 미영이를, 여자애를 바보로 아는 걸까? 자기 혼자 고민하고 짜증내고 가치 없다고 중얼거리면 끝인 줄 알았던 걸까? 미영이는 이 녀석이 미영이 자신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물론 다 알고 있었다. 느낌으로.
  하기사, 여자애 느낌이 아니더라도, 그 백문백답식의 반응으로. 일일이 전해져오는 그 쓸데없이 진지하고 신경질적인 반응들로 말미암아 모를 사람이 있다면 천치거나 아예 이 녀석을 조금도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일 것이다.
  우와, 누가 이 녀석에게, 넌 그냥 존나 히스테리야 이 개새끼야, 라고 말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나도 어쨌거나 이 녀석에게 조금은 애정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해서 서먹해지고 싶지 않았다. 그가 탁자 밑에서 오른손을 조금 움직였다. 나는 그가 왼손의 반지를 또 매만지고 있다는 걸 안다. 그 참으로 딱딱하게 존재하는 사물을, 탄식하듯이.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 꼬락서니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나는 문득 내가 눈웃음치는 여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남자가 뭔 바보같은 짓을 해도 한판 헤벌레하게 풀어주면 그만이지 라는 식으로 바라보는 홍능라옷 여자.
  그러자 미영이가 그 녀석을 이해하는 관대한 방식을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다음에 셋이 함께 커피숍에서 만나기로 했을 때, 그 녀석을 케익 골라오라고 주문대로 보내놓고서 물어보았다. 미영이는 눈매를 휘우듬이 하고 서는 웃었다. “맞아, 그는 그냥 남자야.”
  그녀는 고운 손으로 커피잔에 손을 댔다. 새하얀 커피잔, 도자기같은 손, 나는 문득 여자라는 것은 정말로 내가 내 육신의 어느 구석으로도 한번 건드려 볼 수 없는 먼 곳에 있는 다른 동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녀가 숲속의 처녀였는지 유니콘이었는지. 미영은 커피잔을 들어올렸다. “그는 그냥 우직한 남자야. 지도를 찾는 데에 남에게 묻지 않고, 화술이 뛰어난 사람을 부정직하다고 믿는 거야. 남 앞에 서면 아무래도 조금씩은 남을 배려해서 말을 하게 되잖아? 그걸 그는 부정직하고 치사스러운 거라고 생각해. 사람은 왜 솔직해질 수 없는가 하고. 그는 청자와 화자를 믿지 않아. 말만을 믿지. 그래서 가장 노골적으로 되는 것이 가장 솔직하고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어떻게 보면, 자기 존재를 제외하고는 어떤 것의 존재도 믿지 않는 거야.”
  미영이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나는 아마 미소짓고 있었던 것 같다. 미영이 내 얼굴을 보고서 “왜 웃어?” 물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얼마나 신비스럽고 지극히 여성스런 여성이었던가와 상관없이 미영은 어린애같고 칠칠치 못한 인간이었다. 미영은 육교 아래 도로에서 택시를 잡는답시고 길 거의 한가운데 나서서 난리를 치다가 차에 치일 뻔했다. 내 친구가 미영을 밀어내고 대신 죽었다. 내 친구는 심하게 치이진 않은 것 같고 몸 밖으로는 피도 별로 비치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피를 많이 뱉어냈고, 구급차를 마중하라고 미영을 큰길가로 보내놓고 나자마자 눈을 부릅뜨고 내게 속삭였다. “내가 죽었을 때 슬퍼할 사람이 있다면 그 자식 죽여버려. 내가 죽기 전에 어서.”
  구급차가 왔다. 그는 첫 번째 친구와는 달리 구급차 속에서 죽었다. 그는 유언처럼 남겼다. “책임지고 지워버려. 알았어? 나는 살아있지 않았어.”




  “마지막 두 말은 똑같은 것 같은데요.”
  “그런가요?” 나는 눈길을 딴 데로 돌리며 대답한다. 그거야 그렇거나 말거나 나는 그 말들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 않다. 이 남자가 집요하게 물으러 오지만 않았어도 기억 속 어느 페이지에 접혀있겠거니 하고 계속 살아갔을 것이다. 처음 죽은 친구의 눈과 두 번째 죽은 친구의 속삭임, 독이 든 뱀처럼 쉿쉿거리고. 기억하고 싶지 않다고 해도 누군들 할 말이 많을 수는 없을 것 같은데.
  “결코 사랑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나요?”
  이 남자는 왜 이렇게 불쑥불쑥 묻는지 모르겠다.
  “아니오. 사랑 받으면 받는 거지 뭘 못해요?”
  “그러니까, 그런 건 두렵지 않아요?”
  “두려울 지도 모르죠, 내가 사랑하고 있다면 그 사람한테서 사랑 받고 싶을 테니까요!”
  “아니, 핀트가 틀려요...” 남자는 그냥 입을 다물고 손을 젓는다. “다음 사람 얘기나 해 봐요.” 제멋대로군, 나는 생각한다.
  나는 마지막 친구를 생각하고 잠시 기억을 가다듬는다. 마지막 친구와는 내가 많이 친했고, 기억도 여러 가지가 있다. 남자의 요구에 맞춰주려면 정리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 마지막 친구의 여러 이미지들이 먼저 떠오르면서, 나는 정말로 내 세 친구와 이 남자는 닮은 점이 하나 없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자 남자에 대해 처음으로 혐오 비슷한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마지막에 죽은 내 세 번째 친구는, 나와 정말 많이 친한 친구였다. 나는 이 사람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존중했다. 이 사람은 강한 사람이었고 어떤 의미에서 완벽하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이 친구는 일단 집 안이 대단히 깨끗했다. 먼지가 없었다는 뜻이 아니다. 그는 돈이 많은 편은 아니었고 집이 작은 것은 용서했지만 깨끗한 느낌을 주지 않는 타일, 벽지, 가구를 용서하지 못했다. 색이 얼룩덜룩한 타일은 최악이었고 화장실 느낌을 주는 미끄러운 벽지도 용납되지 않았다. 그의 집에 발디디면 고급 호텔에 와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워낙 아담한 호텔에 난쟁이 집처럼 작아서, 한시간에 한번씩 메이드가 왔다갔다 요란을 떨어도 딱히 월급을 더 줄 필요는 없을만한 호텔. 그렇게 한시간에 한번씩 닦여진 모양을 하고 있다. 그것도 어떤 방법에서인지 표면을 침식하지 않고 먼지만 깨끗하게 쓸려간 모양. 공기는 적당히 뽀드득하고 사물은 제 윤곽만을 지키기 위해 살듯. 모든 무의미한 것들이 나름의 무의미한 생을 가진 곳.
  그의 집에는 그 혼자 산다. 그 혼자 눕고 그 혼자 앉기에 적당한 크기의 집은 아니다. 그것보다는 사실 좀 많이 크다. 그 집은 완연히 한 가족의 집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라는 거인 때문에 미어질 듯이 꽉 차있는 난쟁이 가족의 집이다.
  그의 형은 좋은 사람이었다. 부모가 맞벌이를 했기 때문에 그의 어린 시절 그는 거의 형 손에서 컸다. 형은 그가 열 살이 되었을 때에야 처음 빗자루를 들려주면서 자기 방 청소는 이제 자기가 하라고 했다. 그는 그때 무언가를 생각했는데, 그가 열세 살이 되었을 때 형은 수면제를 먹은 후 가위로 손목을 잘라 죽었다. 형은 대입고사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모두들 이해했다.
  그는 형과 같이 쓰던 방을 이제 혼자 썼다. 그의 어머니는 곧 충격으로 자살했다. 그의 아버지는 잘 버티면서 살았고, 그가 대학을 졸업하고 직업을 얻을 때 도움도 주었으나, 갑자기 길가에서 누가 나눠준 사탕을 먹고 죽어버렸다.
  아버지는 외동아들이었고 어머니는 친척이 없었다. 세 번째 친구는 직장도 얻고 몸도 다 큰 상태였다. 그는 아버지도 되고 어머니도 되고 형도 되고 자기 자신도 되어 뼈다귀같은 근육이 뒤룩뒤룩 찐 채 아담한 집에서 잘 살았다.
  그러다가 그는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는 물론 그 사실을 눈치챈 즉시 그 누군가의 집을 찾아갔다. 사탕을 들고 갔는지 수면제를 들고 갔는지 나는 모른다. 아무튼 그는 되돌아왔다. 그는 그때 이목구비보다도 훨씬 인상적인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그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나는 지금, 세 번째 친구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다가, 문득 기억해낸다. 첫 번째로 죽은 친구의 왼팔이 잘려나간 이유.
  내 첫 번째 친구는 어느 날 자취를 할까말까 망설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날 저녁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맛있는 식사를 했다. 어머니와 그 친구는 같이 식사를 준비했다. 아버지는 과일을 먹고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어머니는 설거지를 시작했다. 친구는 그 날 당번이 아니라서, 역시 자기 방으로 들어가서 공부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어머니가 설거지하는 소리를 멍하니 듣고 있었다.
  물소리가 그치고 부엌에 불이 꺼지자 내 첫 번째 친구는 방을 빠져나와 싱크대 앞에서 식칼을 들었다. 왼팔을 애를 써서 잘라내고 불에 달군 국자로 지지고, 너절한 파편까지 모아서 버리려고 했지만 정신이 없어서 못 하겠더라고 한다. 그 왼팔을 아기처럼 싸서 거실 탁자에 조심스럽게, 사랑스럽게, 처참하게 올려놓았다. 하긴 딱 갓난애 크기정도였다. “이거, 가져요” 중얼거리고서 그 친구는 집을 나왔다.
  나는 어쨌거나 그 친구는 그만큼의 책임의식이 있었던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세 번째 친구는 순진한 폭군이었다. 그리하여, 이 친구는 어느 시점부터는 보답 받아야 했던 것이다.
  그는 어느 정도 나이 - 그는 나이를 매우 느리게 먹는 거인족이었으나 어쨌거나 어느 정도의 나이 - 가 들고 나자 어쨌거나 아버지와 어머니가 아니었으면 자신은 태어나지도 못했을 거라는 점을 깨닫고서 혼란에 빠졌다. 그는 곧 아무거나 저주하기 시작했는데, 저주 대상은 결국 바보같이 애를 십여년이나 키우게 만드는 인류의 육아 방식과 나아가서 생명 그 자체로 좁혀졌다. 그는 살의에 불타올라 미친 사자처럼 날뛰었다. 그런데 그는 이후 사랑에 빠졌으며, 살의조차 느낄 수 없었다. 타인에 대한 공포가 외로움으로 바뀌어버렸다. 그는 자란 것이다.
그 폭군 거인은 혼자 집에 들어앉아서 고통스러워하다가 한계에 부딪치면 가끔 내게 전화를 했다. 아주 연약하고 으르렁거리는 목소리로. 그는 그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고 했다. 그는 또 며칠이 지나 내게 전화를 했다. 그는 그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 싶다고 했다. 그 후부터는 전화가 오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그가 그 누군가가 쓴 글을 보고 싶어했을 것이며, 그 누군가의 모습을 보고싶어 했을 것이며, 그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했을 것 등을 믿는다. 나는 마지막으로 그의 모습을 보았을 때, 그런 것들을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그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었다. 그래서 자기 손가락들을 잘라버렸다. 그는 그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 싶었다. 그래서 자신의 혀를 잘라버렸다. 그는 그 누군가가 쓴 글들을 읽고 싶었다. 그래서 자기 눈을 뽑아버렸다. 그는 그 누군가를 그런 모습으로라도 만나러 가고 싶었다. 그래서 자기 발을 잘라버렸다. 그는 이미 손가락도 없었기 때문에 입에 칼을 물고 두시 간쯤은 노동했을 듯 하다.
  나는 그의 성향을 어느 정도는 꿰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웬만큼 오랫동안 내게 전화를 하지 않자 그의 집으로 찾아갔다. 관리인에게 부탁해서 문을 따고 들어가자 먼지가 내려앉은 집이 있었다. 닫힌 방안에는 냄새가 풍길락 말락하는, 그러나 냄새와는 비교할 수 없이 기분 더러운 모습의 시체가 있었다. 방 구석에 그런 것이 있었고 방 벽에 그가 발목을 긁어 낡은 피로 써 두었다. <기억해, 나는 살아있었던 적 없어>
나는 한숨을 쉬고, 그의 시체를 화장터에 데려가지 않고 내 손으로 태웠다. 거기까지가 내 몫의 일이다.





  “이 사람 말도 똑같잖아요?”
  “아주 똑같지는 않잖아요.”
  “그래요? 어떤 점에서 다르죠?”
  “됐어요.” 나는 손을 젓는다. 죽은 자의 눈에 뱀 소리에 이제 피범벅이면, 정말로 기억을 부추기지 않아도 좋은 것 아닌가? 남자가 묻는다.
  “존재는 어떤 것이지요?”
  내 두 번째 친구는 최소한 혼자 북치고 장구쳤다. 이런 식으로 자기는 영 아무 생각도 없는 얼굴을 하고 있는 주제에 질문만 툭툭 찔러놓지는 않았다. 나는 이 남자에 대한 혐오가 점점 짙어지는 것을 느끼고는 양손을 괜스레 한번 들어올렸다 내렸다. “글쎄요...”
  “존재는 본질이라고 했어요. 가능성을 가능하게 하는 거예요. 하여간 절대적으로 순수한 것. 그러면 존재란 뭐가 될 수 있죠?”
  “그럼 결여밖에 없네요 뭐.” 나는 귀찮아서 고개를 흔든다. 남자가 또 묻는다.
  “나 기억해요?”
  “네.”
  나는 심드렁하게 대답한다.
  가슴이 철렁한다.
  “나 기억해요?”
  나는 귀를 막고 대답한다. 너를 어떻게 잊겠니.
  “나 기억해요?”
  내가 - 말을 잊었나? 나는 눈을 감는다.




*




  부끄러운 음악이 흘러나왔다.
  감상적인 데에 반해서도 수준 이하의 노래였다. 그런 것이 아무렇지도 않게 거리에 울리고 있었다. 그 부끄러움 자체의 당당함으로 인해 음악은 지워지고 소리만 남았다. 어떤 것이 순수해지는 순간을 내 몸은 기억한다.
  너는 세계의 일부였다. 그 해 여름은 아름다웠다.
  “한번 더 해줘.” 너는 순진하게 말했다. 나는 네 입술에 한번 더 입맞췄다. 나는 달의 세계를 보았다. 나는 물이 비친 달이 커 보이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건 굴절 때문이었다. 그러나 물 속의 달은 여전히 컸다. 그것은 우리의 전생 때문이었다. 우리의 전생은 우리의 몸이 되어 언제나 다시 태어난다.
  “나도 네가 정말 좋아.” 네 얼굴이 보이지 않는 것은 네가 내 팔 안에 있기 때문이다. 몸은 따스하다. 네 손은 차다. 파릇파릇하게 차다. 우리는 산을 오르고 있다. 네가 배낭을 매고 나보다 먼저 올라간다. 네가 고 파릇파릇한 맥박질치는 손을 내밀어 내 손을 잡는다.
  나는 순간 네가 죽지 않았나 생각한다. 버너에 가스 불을 켜면서 내가 죽지 않았나 생각하듯이. 내가 너를 죽이지 않았던가?
  나는 되돌아온다.




  정신을 차려보니, 네가 이미 말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아는 대로만 말할게. 네가 말한 첫 번째 남자는, 고압선 사고로 왼팔이 잘려나갔대. 두 번째 남자는 약혼자와 함께 있다가 차 사고를 당했을 뿐이야. 세 번째 남자는 고아였고 아버지가 죽었을 때는 열두 살짜리였어.”
  네가 계속 말한다.
  “첫 번째 남자와 두 번째 남자의 부모와 약혼자는 그 사람들 시체라도 찾을 수 있길 바라고 있대. 둘 다 이미 실종된 지가 몇 달은 넘었으니까. 세 번째 남자는 주위에 사람도 없어. 그게 더 안됐어.”
  “내가 그들을 죽인 건.” 내가 입을 연다.
  “그들을 빼앗은 거지.” 네가 말한다.
  “아니야.”
  “아니라니. 너는 몇 번이나 살아보기 위해서 몇 번이나 죽였어. 셋을 죽이고 셋의 육신과 소식만 빼앗아 네 전생으로 만들었어.”
  “아니야. 너도 말했지. 존재는 결여라고. 내가 누군가들을 죽였다면 그건 내 전생을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야. 비우기 위해서야.”
  네가 웃기 시작한다. 나는 슬픔을 배운 적은 없지만, 너는 슬퍼 보인다. “살인을 저질러놓고 그런 게 중요해?”
  침묵이 흐른다. 너와 나는 많은 것을 생각한다. 아마 서로 이해하려 했을지도 모른다.
  침묵이 흐른다. 많은 것이 잊혀진다.
  나는 문득 묻는다. “경찰에 신고는 했어?”
  네가 고개를 젓는다. 너는 이미 울고 있다. 나는 나즉나즉 묻는다. “왜?”
  “너를 아직 좋아해.” 네가 숨가쁘게 말한다.
  “나 혼자서 먼저 너를 만나보고 싶었어. 이런 너를. 누구보다 가장 먼저.”
  네가 울고 있다.
  나는 네가 방금 말한 것으로 말미암아, 네가 아무에게도 행선지를 말하지 않고 왔으리라는 것을 안다. 나는 네게 다가간다.



*




  잠시 졸았나보다.
  꿈에서 깨고 나면 아름다움은 사라진다. 그것은 지극히 정교한 인과관계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뉴런간의 신호는, 화학적 방식으로 전해지고 전해지다가 마침내 중심 신경계까지 오면 전자적 방식으로 전해지게 된다. 이 전자파의 속도는 여전히 빛의 속도는 아니다. 빛의 속도와 같다 친대도 그게 문제가 될까?
  저 탁자로부터 나는 십초만큼 떨어져 있다. 저 탁자에 저 의자에 돌아앉은 사람. 저 사람의 등과도 나는 십초만큼 떨어져 있다. 나는 소리를 듣는다. 소리가 CD에서 나온다고 가정하자. CD의 금을 읽어 소리가 이 방의 스피커까지 전자파의 속도 그리고 다시 음속. 음속은 나는 모른다. 게다가 어차피 공기 밀도에 따라 성분에 따라 다르다. 내가 숨을 한번 쉴 때마다 달라지는 걸 어쩌겠어? 숨을 멈추고 죽을 수는 없는 법이다.
  학교 휴게실이다. 나는 여전히 이곳에 있다. 책 한권을 공부하지도 않으면서 펼쳐둔 채. 이 휴게실의 이름은, 뭐더라. 아무튼 별것 아닌 이름이다.
  탁자에, 손이, 닿는다.
mirror
댓글 0
분류 제목 날짜
배명훈 16 2006.06.03
곽재식 월척8 2006.06.03
pena 적백화면 2006.04.29
정소연 마산앞바다 - 본문 삭제 -4 2006.04.28
곽재식 박시은 특급24 2006.04.03
김수륜 명예롭지 못한 소녀 - 본문 삭제 -4 2006.03.31
배명훈 청혼14 2006.03.31
미로냥 소원2 2006.03.31
jxk160 바지니에게 1/2 2006.02.24
jxk160 바지니에게 2/2 2006.02.24
배명훈 이웃집 신화9 2006.02.24
배명훈 냉동인간과의 인터뷰8 2006.02.24
김이환 커피 잔을 들고 재채기3 2006.01.27
배명훈 Military! Fantastic! - 군대에서 눈 치운 이야기 -18 2006.01.27
배명훈 그녀에게 안경을 선물하기10 2006.01.27
곽재식 판소리 수궁가 중에서, 토끼의 아리아 "맥주의 마음" (본문 삭제)13 2006.01.27
赤魚 다른 방식의 진화 - 본문 삭제 -2 2005.12.30
은림 엄마 꽃6 2005.12.30
배명훈 연애편지10 2005.12.30
미로냥 이방인 (인간의 틈새)9 2005.12.30
Prev 1 ... 35 36 37 38 39 40 41 42 43 44 ... 47 Next

게시물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