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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정책이란 무엇인가

 

남편의 장례식을 마치고 이틀이 지났을 때, 서경숙 선생은 굉장히 놀라운 경험을 했다. 누가 문을 열어 달라고 하길래 집 밖을 보는 카메라로 살펴 보니, 거기에 남편이 와서 서 있었기 때문이다.

“누구세요?”
“누구긴. 남편이잖아.”

말투도 살아 생전의 남편과 똑같았다. 서 선생은 놀랍기도 하고 잠깐은 좀비나 유령 이야기를 생각하며 겁에 질리기도 했지만 곧 그런 감정은 모두 가라앉고 짜증이라는 감정의 물결만이 빠르게 밀려와 머리 속을 덮는 느낌이 들었다.

“뭔 소리야? 아직 네 사망진단서 잉크도 안 말랐는데. 레이저프린터로 출력한 그 따끈한 온기와 비릿한 프린터 오존냄새도 가시지 않았는데. 어떻게 네가 돌아올 수 있냐고.”

그러면서도 서 선생은 자동적인 익숙함으로 현관문을 여는 동작을 자기도 모르게 수행하고 있었다. 스스로도 흠칫 놀랐다. 남편과 같이 사는 70년의 세월 동안 익숙한 동작이었기 때문에 머리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더라도 몸은 문을 열고 있다는 사실은 감탄할 만 했다.

문이 열리고, 남편이 등장하자 그제서야 남편은 말투를 바꾸었다. 팔다리 움직임도 자유롭고 몸 동작도 늙고 병든 몸 동작이 아니라 어제 데뷔해서 의욕 넘치는 아이돌 가수처럼 팔팔한 움직임이었다.

“서경숙 선생님! 깜짝 놀라셨죠! 이번에 시에서 제공하고 있는 돌.아.이 사업에 무상 우선 추진 대상자로 선정되셨습니다!”

생소한 남편의 동작에 서 선생은 더욱 놀랐다. 이번에는 확실히 두려웠다.

“돌.아.이 사업이요?”
“돌아와줘, 아직, 이번 생에서 더 같이 있고 싶어의 약자입니다. 그래서 앞글자만 따서 돌.아.이죠.”
“그렇게 앞글자만 따서 무슨 사업이름이나 슬로건 만드는 것 되게 옛날 유행인 것 아시죠? 그러니까 대략 2010년대 말이나 2020년대 초 유행. 더군다나 돌.아.이 라니. 그렇게 약자로 만들어지는 단어가 좀 긍정적인 느낌이 들어야 좋지.”
“기억에는 확 잘 남잖아요. 그게 긍정적인 거죠.”

서 선생은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돌아이 사업이라는 게 뭔데요?”
“서 선생님이 직접 서명하셨잖아요?”
“제가 세상 떠난 남편을 부활시키는 악마와의 계약에 서명을 한 건가?”
“무슨 말씀을. 세상에 그런 게 어디있나요.”
“그게 아니면, 이번에도 또 와이파이 사용하려면 동의하라고 되어 있는 거 체크하고 ‘동의’ 누르면, 사실은 그 동의 사항 속에 무슨 되게 불리한 조항 숨겨 놓고 사기치는 그런 건가? 옆집 민경이네 할머니는 50년 전에 바닷가에 놀러 갔다가 와이파이 사용하려고 체크하고 동의 눌렀는데 거기에 ‘나이가 100세가 되면 간과 신장 일부를 장기거래 투자재단에 기증합니다’라는 조항이 있어서 며칠 전에 신장 한 쪽 떼러 수술하러 가게 되었다던데. 뭐 그런 거?”
“그런 거 아니에요. 저희는 돌.아.이 라니까요. 기억 안 나세요?”

돌아이라니. 그러고 보니 어렴풋이 무엇인가 기억 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렇지만 확 뚜렷하게 기억나지는 않았다. 서 선생은 남편을 향해 물었다.

“그러니까 네가 돌아이라고?”
“돌아이의 결과물이죠.”
“돌아이, 돌아와줘, 아직, 이번 생에서 더 같이 있고 싶어...”

중얼거리다 보니 확 무엇인가 떠올랐다.

“아! 돌아이. 그거구나. 가까운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그리움을 달래도록 그 사람과 똑같이 생긴  로봇을 보내 준다는 거.”
“맞아요. 이번에 시에서 추진하는 무상 돌아이 사업의 대상자로 당첨되신 거예요.”
“그러니까, 너는 진짜 남편이 아니고 남편이랑 똑같이 생긴 로봇이구나.”
“네, 맞습니다.”
“그런데 엊그제 장례식 치른 남편이 너무 그렇게 발랄한 어린 남자처럼 말하니까 좀 어색하네. 약간 징그러운 것 같기도 하고.”
“죄송합니다. 원래 i426 로봇은 이게 기본이지요. 이런 모습을 요즘 고객들이 제일 좋아하시니까요. 그러면 이제부터 다시 돌아이 모드로 바꾸겠습니다.”
“모델명에 괜히 i자 붙이는 것도 되게 2010년대 쯤 유행인데...”

남편 로봇은 잠깐 버퍼링이 있는 듯한 모습이 되더니 말투와 동작이 바뀌었다.

“야, 다리 아프다. 일단 앉아서 이야기하자.”

그러더니 남편 로봇은 성큼성큼 걸어 들어와 반쯤 드러 눕듯이 소파에 앉았다.

너무나 남편 같은 동작이었다. 남편은 지친 표정으로 시야의 3분의 1쯤은 허공을, 3분의 1쯤은 전화기 화면을, 3분의 1쯤은 텔레비전을 보는 모습이었다. 평소 저런 눈빛은 눈의 개수가 셋이거나 아니면 뇌가 없어야 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서 선생은 생각했는데, 로봇이 정확히 다시 보여주고 있었다. 전혀 사랑하던 모습은 아니었지만, 영원히 다시 볼 수 없다고 생각했던 그 볼품 없는 모습을 다시 보니 어째 아주 미세하게는 반가운 것 같기도 했다.

서 선생이 물었다.

“그런데 내가 이런 사업에 동의한 적이 있다고? 저 세상 간 남편을 따라하는 로봇을 데려오는 걸?”
“동의한 적 있을 거야. 돌아이 사업이 시 당국에서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는 21차 산업혁명 중점 과업이라서 홍보 많이 했거든.”
“그래도 그렇지. 이런 이상한 사업을 내가 그냥 받아들일 리가 없는데.”
“원래는 그냥 동의 버튼만 누르면 영화 많이 볼 수 있는 VOD 서비스 가입할 때 할인혜택을 주는 게 있었을 거야. 나중에 정말로 남편 모습의 로봇을 데려올 때는 그 서비스의 가격이 얼마인지를 그때 알려주는데, 만약에 그 돈을 내면 정말로 로봇을 만들어 보내주고 돈을 안내면 없던 일로 하는 그런 식이었지.”
“그런데 나는 돈을 안 냈잖아. 고지서나 청구서 같은 거 받은 적도 없는데? 그런데 왜 로봇이 나한테 온 건데? 해킹 당한거야?”
“그게 아니라 이번에 사업 보급율을 높이면서 빠르게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 몇몇 사람들만 선정해서 그냥 시에서 돈을 다 대주기로 했어. 거기에 선정된 거지.”
“그래서 시에서 세상 떠난 남편과 똑 닮은 로봇을 공짜로 만들어서 돌아 오게 해 준 거라고?”
“그래서 무상 돌아이 사업이라고 하는 거야.”
“네가 무상 돌아이라고?”
“그렇지. 완전 공짜 돌아이.”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남편 로봇은 곧 그대로 소파에 앉아서 졸고자 하는 것 같았다.

“왜 이렇게 진짜 남편하고 비슷해?”
“그럴 수 밖에 없지. 평소에 남편 모습을 촬영한 동영상, 남편 목소리가 녹음된 자료, 남편이 쓴 글 같은 걸 분석해서 최대한 그 비슷하게 동작하도록 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작동되고 있거든. 남편과 비슷할 수 밖에 없지. 그게 돌아이 사업의 목표인데. 그리워 하는 세상을 떠난 사람을 다시 만나게 해 준다는 거잖아.”

그렇게 해서, 서 선생에게 남편 로봇과 같이 사는 삶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어색한 점이 많았다. 아무리 남편 로봇이라고 해도, 겉모습은 실제 사람과는 달라 보이는 미세한 차이가 있을 수 밖엥 벗었다. 그리고 인공지능이 아무리 원래 사람을 따라 한다고는 하더라도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완전한 사람 느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때문에 생기는 장점도 있었다.

예를 들어, 남편 로봇은 실제 살아 있던 시절의 남편처럼 아프다고 투정하거나 간만에 친구들 만나서 가상현실 모험 게임을 하겠다면서 헛돈을 쓰겠다고 우기지 않았다. 그냥 소일하며 하루를 보낼 뿐이었고, 집안일을 하거나 잡일을 처리해 주었다. 또 별 재치 없는 말솜씨이기는 했지만 충실한 말동무가 되어 주는 정도의 쓸모가 있었다. 예로부터 사람이 정 떨어질 때는 그 사람의 웃는 모습이나 밥 먹는 모습이 먼저 싫어진다고들 하던데, 사실 서 선생은 무려 42년 전부터 남편이 뭐 먹을 때 내는 쩝쩝거리는 소리가 정말 듣기 싫었다. 그런데 남편 로봇은 밥을 안 먹고도 잘 동작했기 때문에 뭘 먹는 소리를 낼 일이 없었다. 물론 충전하겠답시고 무선 전화 충전기 위에 엉덩이를 대고 자주 앉아 있는 모습은 좀 꼴사납기는 했다.

시간이 지나자 남편 로봇은 점점 더 살아생전 남편의 모습과 비슷해졌다. 서 선생은 로봇에게 물었다.

“어째 왜 요즘이 더 진짜 남편 같은 거야?”
“한 사람이 남겨 놓은 영상이나 음성이나 다른 자료가 아무리 많이 있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원래 살아 있는 사람 모습을 완전히 재현하기란 어렵거든. 그래서 처음에는 어쩔 수 없이 좀 많이 다를 수 밖에 없어. 예를 들어서 방송에서는 정말 웃기고 활기찬 코미디언이지만 평소 생활 중에는 과묵하고 진지한 성품인 사람이 있다고 해봐. 그러면 그 사람에 대해 남아 있는 영상은 다 웃기고 활기찬 성격인 모습 밖에 없을 거거든. 그런 사람은 인공지능 로봇이 똑같이 따라하게 시켜도 아무래도 원래 진짜 그 사람 모습 같지는 않지.”
“그렇구나.”
“대신에 반응 적응 소프트웨어가 최신 GAN9 알고리듬으로 움직이거든. 그래서 그런 로봇과 생활하는 와중에 점점 계속 학습을 하면서 서서히 삶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변화해 가고 적응해 가는 거야. 그래서 나는 너랑 같이 살면서 너한테 어울리는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자꾸 적응을 하는 거지. 그러다 보니까 점점 더 자연스러워질 수 밖에 없는 것이고.”
“그러면 너는 진짜 남편을 복구했다기 보다는, 남편이 남긴 흔적이나 주변 사람들 기억 속에서 남편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가를 기초로 그에 맞춰진 남편을 흉내내는 거구나.”
“뭐 그렇게 말할 수도 있고. 그렇게 해야 남아 있는 사람들이 보기에 더 살아 생전 그 사람 모습과 가깝게 느껴질 수 있잖아. 사람 속이 진짜 어떤지야 누가 알겠어. 자기 자신도 그런 건 모르는 거지.”

서 선생은 남편 로봇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어깨 피부에는 온기가 있었다. 일부러 피부 바깥 쪽으로 열이 많이 나는 반도체를 배치하여 체온이 나는 듯한 느낌을 주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서 선생이 말했다.

“진짜 남편과는 출발이 다르구나.”
“그런데, 뭐 그렇게 진짜가 아니라고 할 것도 아니야. 사실 물질적으로는 거의 진짜거든.”
“그게 무슨 말인데?”
“장례식 끝나고 화장터에서 화장하고 남은 그 가루 있잖아.”
“맞아. 그거 어떻게 된 거지? 어떻게 처분하라고 하는 이메일 같은 것도 안 왔던데.”
“그 가루를 섞어서 로봇 몸체의 뼈대 부분과 겉 껍데기 부분의 내부 코팅을 만들었어.”
“뭐라고?”
“그렇다니까. 화장터에서 남아 있던 남편 몸체의 흔적이 지금 이 로봇 몸체에도 그대로 다시 활용되어서 들어 와 있는거야. 몸으로 따지자면 나는 정말 원래 남편 몸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 거야. 뭐 사람 몸이야 대부분은 그냥 수분이니까.”
“좀 흉칙한 거 같은데.”
“어차피 세상 모든 생물이 세상을 떠나서 흙으로 돌아가면 그 흙에서 또 식물이 자라고 만물이 그렇게 순환하고 하는 거 아니냐. 그런게 다 자연의 섭리이고...”

남편 로봇의 말은 길어졌다. 이런 모습은 너무 지나치게 영감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도 늙어서는 영감님이기는 했지. 서 선생은 말을 잘랐다.

“그래도 무슨 뇌를 복구하는 것도 아니고 재 남은 가루를 로봇 몸체 뼈에다 발랐다고 그게 원래 남편인가?”
“물질이 그렇게 다 돌고 도는 거 아니냐. 살아 있던 사람도 밥을 먹고 그게 살이 되고 몸이 자라나고 하면서 몸을 구성하는 성분 물질은 자꾸 변해갈 수 밖에 없잖아. 그러니까 남편의 뇌와 몸체가 점점 반도체와 기계 부품으로 변하고 다른 몸체였던 부분은 점차 쪼그라들면서 가루로 응축되어서 말라 붙었다고 생각하면 자연스럽잖아.”
“자연스럽긴, 그게 더 괴상하네.”

서 선생은 그렇게 말하고 남편의 얼굴을 쳐다 보았다. 뭐 하나 똑부러지게 잘 하는 것 없는 늙고 병든 남편의 모습 그대로인 것 같아 보였다. 그 동안 같이 지내는 사이에 점점 더 생전의 남편과 비슷해져서 좀 더 익숙하고 그리운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반대로 그만큼 더 지긋지긋하고 싫기도 했다.

“그러면, 기왕에 로봇 모습을 만들어서 보내는 거, 이렇게 꼭 늙고 병든 모습으로 만들어서 보내야 되는 거야?”
“사실 기술적으로는 젊고 잘 생긴 사람 로봇으로 만드는 게 더 쉽지. 요즘 양산품 로봇들도 다 그런 모양인데.”
“내 말이 그 말 아냐.”
“그런데 왜 이런 모습으로 보내냐면, 그래야 정말 세상 떠난 사람이 다시 돌아온 것 같은 친숙함이 있잖아.”
“친숙하다고 다 좋아한다고 생각해?”
“뭐 나는 로봇이니까 사람 같은 생각은 안 하는데. 하여튼 그게 돌아이 사업의 핵심이니까. 아무래도 남편이랍시고 돌아 왔는데 20대 모습이라서 너무 부인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고 그러면 부부간에 좀 어색해 보이고 그렇기도 할 거니까.”
“그건 부인인 내가 판단해야 하는 거지.”
“원한다면 외형 개조 서비스 신청을 하면 모습은 바꿔서 줄 수도 있대. 이번에 매달 2만9천9백원만 내면 되는 할부 서비스도 하고.”

그 순간 서 선생은 이것이 현금 결재를 유도하는 수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할부 결재가 얼마나 큰 혜택인지 설명할 때 만은 남편 로봇의 말투와 목소리가 이상하게 매력적으로 변하도록 되어 있는 것 같았다. 서 선생은 남편 로봇이 하는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처음에는 황당하다고 생각했고, 나중에도 도대체 70년 동안이나 같이 산 남편을 왜 또 보고 살아야 하는 지 이해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서 선생은 결국 무던하고 적응력이 뛰어난 사람이었다. 서 선생은 남편 로봇과 그럭저럭 괜찮은 관계로 10년 정도를 더 살았다. 그리고 서 선생도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마지막 몇 년 간 서 선생의 몸이 불편해졌을 때는 몸을 움직이고 생활을 하는데 남편 로봇이 상당히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 원래 노인 돌봄 로봇 중에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아예 사람과 별로 닮지 않아서 막 쓸 수 있고 기계라는 느낌이 분명히 드는 로봇이었다. 그런 기계일 뿐이라는 로봇이어야만 오히려 부담 없이  더 편하게 몸을 맡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서 선생은 오랜 시간 같이 지낸 남편 로봇도 그럭저럭 그 만의 편한 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서 선생이 세상을 떠나자 서 선생의 딸과 사위는 한참 서로 논쟁했다. 아버지, 그러니까 서 선생의 남편은 로봇이 되어서 세상에 돌아 와 있는데, 어머니는 그렇게 하지 못하면 불공평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였다. 결국 그러다 보니, 서 선생의 딸은 서 선생 로봇 역시 만드는 계약에 서명하는 쪽으로 기울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공짜가 아니었고, 로봇 제작비는 꽤 비쌌다. 사위는 아무래도 이것은 시 당국에서 시작한 사업에 말려 들게 해서 헛 돈을 쓰게 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어머니, 아버지 중에 한 분을 공짜 로봇으로 만들어 주면, 나머지 한 분은 자식들이 어쩔 수 없이 같이 로봇으로 만들게 되기 쉽다는 점을 애초부터 시 당국이 노렸다는 이야기였다.

하는 수 없이 딸과 사위는 서브서비스라는 것을 이용하기로 했다.

서브서비스는 로봇을 실제로 주문하고 같이 사는 것은 너무 힘들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 탄생한 사기업의 서비스였다. 이 서비스는 실제 로봇을 만들거나 작동시키지는 않고, 그 로봇의 인공지능 판단 프로그램만을 컴퓨터 서버에서 작동시켜 주는 서비스였다. 딸이 아버지 로봇을 서브서비스에 등록시키면, 서브서비스 회사에서는 그 로봇의 프로그램을 서버에 업로드해서 계속 작동시키고, 서버 속에 아름다운 낙원처럼 만들어 놓은 가상 세계를 로봇이 돌아 다니는 느낌을 받도록 서버를 작동시킨다고 했다. 실물 로봇은 더 이상 운영할 필요가 없다.

시 당국이 돌아이 사업을 추진한 것이 이리저리 이어지며 시간이 흐르자, 오히려 서브서비스가 인기를 끌며 큰 돈을 벌고 있었다. 그래서 서 선생 로봇은 실제로 제작 되지 않았고, 그 로봇에 들어갈 인공지능 컴퓨터 로봇이 작성되어 서브서비스 서버에 들어 가서 작동되게 되었다. 딸과 사위는 가끔 그 서버에 접속해서 아바타를 조종해서 서 선생과 그 남편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났다. 잘 지내시냐고, 서브서비스의 낙원 서버 생활은 어떠시냐고 대화를 했다.

그러나 서브서비스 회사도 순조롭게 오래 운영되지는 않았다. 서비스비스에 들어온 프로그램 중에 무슨 정치인으로 이름만 많이 알려지고 별로 성공한 것은 없이 망한 사람으로 유명한 사람의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 사람은 사람을 흉내내는 것에 불과한 자료를 컴퓨터 내부에서 계속 작동시키며 돈을 버는 것은 무의미한 짓거리라고 주장했다. 자신이 바로 그 컴퓨터 내부에서 작동되는 프로그램이고 그 말을 하는 곳도 그 프로그램은 서버 속의 낙원 같은 세상이었는데도 그는 그렇게 떠들고 다녔다. “서브서비스는 가상화폐와 NFT 이후 최악의 IT 사기입니다”라는 말을 그는 무슨 표어나 주문처럼 어디서나 언제나 떠들었다. 그는 심지어 서브서비스가 운영되는 것은 진짜 인간의 영혼에 대한 조롱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표현에 따르면 “이념적 착취의 붕괴”와 “규제철폐를 통한 내적 혁명”을 주장했다. 사실 살아 있던 실제 그 정치인도 과거에 괜히 그런 역사책에 나오는 거창한 표현을 자주 읊어 대는 것을 너무나 좋아하던 사람이었다. 자신이 그런 옛날 역사책에 나오는 단어의 행동을 하고 있거나, 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이라고 떠들고 있으면 어째 자기도 그런 역사 속 위인들과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는 훌륭해진 느낌이 드는 것 같아서 그렇게 고생창연한 단어를 자주 쓰는 것이 그의 취향이었다.

그런데, 그런 것이 서브서비스 속에서는 아주 잘 먹혔다. 그는 큰 인기를 끌었고, 그를 따르는 프로그램과 사람도 많이 생겨났다. 프로그램들 중에는 실제 세상에서 수십년 동안 한 평생 같이 산 부부가 서브서비스에서도 또 계속 부부로 살아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길고 지루하고 답답한 인간관계 아니냐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는데, 이들이 특별히 격렬히 활동했다. 결국 그들은 프로그램 내부에서 단체 행동을 교묘하게 진행하여 오동작과 과부하를 일으켜 서브서비스 서버를 먹통으로 만들어 파괴하는 데에 성공했다.

서브서비스 서버가 망가지자, 원래부터 사정이 좋지 않던 시 당국의 돌아이 사업은 상상이상의 막대한 적자를 낳기 시작했다.

서브서비스에 프로그램을 등록한 사람들의 배상 요구와 소송에 시 당국도 같이 엮여 들어갔다. 그러면서 사업은 끝이 없는 늪의 밑바닥을 향해 영원히 빠져 들었다. 아버지, 어머니와 별로 친하지도 않고 사고만 치던 불효자식들이 조금이라도 더 많은 배상을 받아 내기 위해 망가진 서브서비스의 SSD 저장 장치 부품을 둘러 싸고 모여 들어, “아버지!” “어머니!”를 외치며 통곡하는 모습은 시 당국 사람들을 더욱 난감하게 만들었다. 서 선생의 딸과 사위는 그 요란한 시위 현장의 근처에도 가지 못했지만 마음이 착찹했던 것은 누구 못지 않았다.

단, 로봇으로 만들어 돌려 보내기 방식의 사업이 모든 곳에서 그렇게 실패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서 선생의 딸이 살던 도시에서 추진한 “무지개목걸이” 사업은 크게 호평을 받으면 성공을 거두었다.

그곳에서는 개나 고양이가 세상을 떠나면 그것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살아 생전과 같은 동작을 하는 로봇을 만들어 보내 주는 사업을 했다. 개와 고양이의 유해를 재료로 사용해 섞어 넣는 방식도 돌아이 사업과 같았다.

사람 흉내를 내는 로봇을 만드는 것에 비해 고양이 흉내를 내는 로봇을 만드는 것은 훨씬 쉽고 비용도 적게 들었다. 게다가 로봇을 받은 사람들이 “이랬으면 좋겠다 저랬으면 좋겠다” “원래 살아 있던 사람과 너무 안 비슷하다” “원래 살아있던 사람과는 좀 달라졌으면 좋겠다”고 불만을 품는 일도 훨씬 적었다. 사람에 비하면 고양이 로봇의 동작에서 세밀한 차이를 구분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슨 서버에 프로그램만 집어 넣고 어쩌고 하는 작업을 할 때에도 훨씬 더 적은 비용이 들었다. 고양이를 작동시키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사람에 비해 용량도 훨씬 적게 차지하고 작동시키는데 컴퓨터의 성능도 훨씬 덜 필요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고양이들은 갑자기 단체를 조직해서 혁명이나 반란을 일으키려고 하지 않았다.

반대편 정당이 사업을 잘못하다가 두고두고 망하고 있는 것과 달리, 무지개목걸이 사업을 추진한 정당은 그 인기를 발판으로 현재 20년째 집권 중이다. 정당의 원로로 높은 대접을 받고 있는 사업의 주창자를 인터뷰하면, 그는 겸손한 목소리로 웃으며 이렇게 이야기 한다.

“늙은 부모나 남편이 무덤에서 돌아오는 것 보다, 사람들이 고양이를 더 좋아할 거라는 것은 상식아닙니까?”

- 2021년, 서초에서

댓글 4
  • No Profile
    윤새턴 21.12.31 22:58 댓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기분이 고양되는 결말이네요 ㅎㅎ.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윤새턴님께
    No Profile
    글쓴이 곽재식 22.01.28 23:42 댓글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 심너울 22.01.07 19:12 댓글

    덕분에 오늘도 산뜻하게 시작했습니다.

  • 심너울님께
    No Profile
    글쓴이 곽재식 22.01.28 23:43 댓글

    저는 금년에 부지런히 소설을 쓸 수 있을까요? 심너울 작가님도 저도 건필하는 한 해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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