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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 이노배이션을 위한 뉴 스페이스

 


최초의 태양계외 우주 사업에 성공한 업체로는 신비혼령사라는 회사가 자주 언급된다. 신비혼령사는 그런 목적의 특수 우주 사업에 특화된 기업이었다. 

신비혼령사의 창업자는 옛날, 2020년 한국 정부에서 과학 탐사 목적으로 발사한 천리안2 인공위성이 성공했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의 사업에 대한 구상을 얻었다고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언급했던 적이 있었다. 창업자가 천리안2 인공위성의 기능이나 목적에서 감동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그가 주목한 것은 오직 천리안2 인공위성의 크기와 무게였다. 

천리안2 인공위성은 높이가 3미터에 가까운 크기였고, 무게는 3톤을 넘었다. 창업자는 그 정도의 덩어리로 우주로 보내는 기술을 국내에서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라면, 과학 연구 외에도 충분히 큰 돈이 되는 일을 뭐든 찾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때부터 갖가지 방법으로 우주에서 사업을 할 궁리를 끊임 없이 이어갔다고 한다.

처음 신비혼령사에서는 도합 3톤 이내의 무게에 해당하는 단단한 캡슐, 편안한 의자, 자세 제어 장치, 보조 로켓, 산소통을 잘 조합하여, 사람을 태워서 우주에 보낸다는 구상을 했다. 실제로 1960년대 초 소련과 미국에서 처음 사람을 우주에 보낼 때 사용한 우주선도 그 정도 크기였다. 그러니, 신비혼령사의 생각은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이유 한 가지와 덜 중요한 이유 한 가지 때문에 신비혼령사는 한참 동안 연구하던 유인 우주선 사업을 포기했다. 

덜 중요한 이유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점이었다. 이런 우주선을 한 번 보내려면 천억원에 가까운 비용이 들었다. 그만한 돈을 내고 우주에 다녀 오려는 관광객을 모집하기는 어려웠다. 이미 그보다 더 적은 돈을 받고 우주에 가게 해 준다는 이름난 회사들이 많은 상황이었다. 신비혼령사는 보통의 우주 관광보다는 훨씬 더 먼 곳까지 우주선을 보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는 했다. 하지만, 대신 다른 회사만큼 값을 내릴 수가 없었다. 더 중요한 이유는 안전한 우주선을 만들기 어렵다는 문제였다. 신비혼령사의 기술로는 우주선 발사의 성공 확률을 20번에 19번까지는 성공하도록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발사가 성공한 우주선을 지구로 안전히 돌아올 수 있게 하는 것도 10번에 9번은 성공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해서는 200명의 한 명 꼴로 우주에서 사고를 당한다. 0.5%. 천억원을 낼 부자를 설득하기 힘든 확률이었다. 물론 보험료도 너무 비싸졌다.

그 때문에 신비혼령사는 기술을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개발하는데 성공했는데도, 한때 시장 개척에 실패해서 사업을 포기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신비혼령사의 기술 담당 이사는 개발한 기술이 너무 아까워서 어떻게든 사업을 살려 보려고 애쓰면서 사장과 주주들을 설득했다. 

그 무렵 신비혼령사는 지구, 달 보다 더 멀리 떨어진 장거리 우주 비행에 뛰어난 무인 우주선을 값싸게 만드는데 독보적인 기술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기술 담당 이사는 한동안 세계 각국의 화성 탐사, 목성 탐사, 토성 탐사 우주선들을 개발하는 사업을 따 보려고 했다. 그런데, 막상 기술 심사를 받아 보니 신비혼령사의 우주 기술은 과학 탐사를 하기에는 정밀도가 너무 떨어졌다. 목성으로 우주선을 보낸다고 하면, 대충 목성 근처까지 싼 값에 날아 가는 것은 잘 할 수 있었지만, 정밀한 과학 측정을 잘 해낼 수 있을만큼 필요한 위치에 정확히 우주선을 보낼 수가 없었다. 그렇게 보면 그냥 대충 적당한 방향으로 우주선을 싼 값에 멀리 보낼 수 있는 것이 신비혼령사 기술의 전부였다.

결국 신비혼령사는 폐업 직전의 상황을 맞이했다. 신비혼령사는 “망했습니다! 땡처리 세일. 무조건 100억원”이라고 광고를 걸었다. 그리고 어디로 가게될지 그다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하여튼 아무것이나 대충 우주에 날려 주는 것은 할 수 있으니 누구든 연락하라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그때 연락한 한 고객 덕택에 신비혼령사는 부도 직전에서 되살아날 수 있었다.

신비혼령사에게 연락을 준 곳은 알타리각성교라는 단체였다. 알타리각성교는 계룡산 어느 곳에 있는 아주 동그랗게 생긴 바위를 신성하게 여기는 사람들의 모임이었다. 알타리각성교 교인들은 그 동그란 바위 속에 우주의 모든 지혜가 숨겨져 있으며, 그 동그란 바위가 우주의 모든 것을 다 이끌어 조종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고 믿었다. 알타리각성교는 사회 지도층 사이에서 괴상하게도 인기를 얻어서 제법 퍼져 나가서, 상당한 힘을 갖고 있었다. 다만 그에 비해 세상에 자신들이 너무 안 알려져 있다는 것이 교인들의 불만이었다. 그래서, 알타리각성교는 신비혼령사에 우주 사업을 통해 자신을 홍보할 기회를 만들 수 없겠냐고 문의해 왔다.

돌아 보면, 신비혼령사의 가치는 정확히 보낼 필요도 없고, 사람도 탈 필요도 없고, 지구에 되돌아 올 필요도 없는 것을 하여튼 멀리 보낼 수 있는 기술을 보유했다는 데에 있었다. 그러므로 바로 그런 기술을 이용하고 싶은 고객을 찾아내는 것이 사업의 열쇠였다. 마침 신비혼령사의 영업 담당 대리 한 사람이 어릴 때 자기 아버지가 알타리각성교 비슷한 이상한 단체에 한번 가입해서 집안에서 분란을 일으킨 기억을 갖고 있었다. 영업 담당 대리는 그런 부류의 사람들의 습성과 욕망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영업 담당 대리는 알타리각성교 사람들에게 아주 작은 기도소를 우주 캡슐 속에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그러니까, 알타리각성교의 집회에 사용하는 기도소를 작은 방 하나만한 크기로 꾸며서 우주선 속에 만들고, 그 우주선을 머나먼 지구 바깥으로 보내 주겠다고 제안했다는 이야기다. 옛날 신화에는 천상의 궁전이나 하늘을 날아다니는 신전 같은 것이 나오지 않는가? 그런데 지금 알타리각성교는 알타리각성교의 표시, 상징 모양, 조각상, 경전을 정갈히 배치해 놓은 진짜 기도소를 만들어서 우주 공간으로 띄우는 계획을 실행에 옮길 수 있다. 사람은 타고 있지 않고, 크기도 작지만, 모양 상으로는 충분히 근사한 기도소 모양이다. 얼마나 대단한가? 역사상 최초의 우주 알타리각성교 기도소. 세계 최초의 알타리각성교 지구 바깥 포교.

신비혼령사는 알타리각성교의 우주 기도소를 우주로 발사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신비혼령사의 사업은 큰 관심을 끌어 모았다. 사람의 영역이 땅, 바다, 하늘, 지구라는 세계를 벗어난다는 데 대해서 불필요하게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런저런 단체들이 무척 많았다. 옛 신화에는 “온 세상의 모든 땅을 지배한다” “달이 내려다 보는 곳에는 모두 신성한 힘이 깃든다” “태양이 뜨는 한 영원하다” 같은 말들이 많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런데 신비혼령사의 우주선을 이용하면, 별 어려움 없이, 지구 바깥으로 나가고, 달 보다 멀리 가고, 태양계 바깥으로 떠날 수 있게 해 준다. 그래서 그런 행위가 옛 신화의 한계를 초월한다는 점을 이런저런 단체들이 무척 복잡한 의미로 받아 들였다.

신비혼령사의 우주선에 설치된 알타리각성교의 우주 기도소는 생명체가 살 가능성이 있다는 목성의 유로파 위성을 향해 날아 갔다. 아무도 타지 않고 알타리각성교의 동그란 돌 모양 조각품 외에는 별다른 관측 장비도 달려 있지 않은 우주선이었다. 그렇지만, 만약 그곳에 외계인이 있다면, 그 근처에 알타리각성교의 신당이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뭔가 신비한 힘이 퍼져 나가면서 포교와 비슷한 일이 벌어질 거라고 믿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비슷한 경쟁 단체 사람들에게조차, 그 말은 그럴듯하게 보였던 것 같다. 그래서, 그 덕택에 자기들도 비슷한 기도소, 신당, 수련당, 도원 등등을 우주로 보내달라는 단체들의 연락이 이어졌다.

주문이 연속으로 들어 오는 바람에 돈을 벌어 기술을 발전시킨 신비혼령사는 기술 개발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신비혼령사는 제3호기 부터 도킹 장치와 해치를 우주선에 달았다. 만약 우주선이 날아가다가 혹시 누가 다가오면 그 우주선에 결합해서 그 안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해 놓은 장치였다. 처음 신비혼령사의 사장은 왜 우주선에 도킹 장치를 다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지구로 돌아 오는 것도 아니고 사람이 타고 있지도 않고 정확한 목적지도 없는 우주선인데, 바깥에서 누가 들어올 수 있는 장치는 쓸모가 없지 않냐고 물었다. 그러자, 신비혼령사의 기술 담당 이사는 혹시 태양계 바깥 먼 우주로 계속해서 날아갈 신당에 만약 외계인이 찾아 온다면, 그 외계인이 신당에 들어와서 기도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는 사실이 고객들에게는 중요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만약, 알타리각성교가 그렇게 신통한 단체라면, 대충 날린 우주선도 신비의 힘으로 외계인 문명의 방향으로 인도되어 외계인이 찾아 올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기술 담당 이사의 생각은 적중했다. 그리고, 세계에는 알타리각성교 같은 단체들이 얼마든지 널려 있었다. 그런 단체들은 이런 상징적인 작업에 쓸 돈도 무척 많이 갖고 있었다.

그러니, 외국의 단체들로부터 오는 주문의 숫자도 많아졌다. 가끔 기술 미숙으로 우주선이 발사에 실패해서 폭파될 때도 있었지만, 그런 일이 일어날 때마다 그것은 하늘의 뜻으로 뭔가 부족한 것이 있어서 막은 것 같다는 식으로 말하고 넘어갈 수 있어서 사고를 수습하기도 좋았다. 처음으로 지구 바깥에 자신들의 뜻을 제대로 알리고, 우주의 다른 곳과 외계인에게 까지 통하는 진정한 진리를 갖고 있는 단체가 누구될지  경쟁하기 위해, 서로 다른 문양과 조각상으로 장식한 시설을 우주로 날려 달라는 주문은 계속되었다. 탁월한 수출실적으로 4년 만에 신비혼령사는 금탑산업훈장을 받는데에도 성공했다.

한편, 가장 많은 고객을 유치하여 큰 수익을 올린 업체로는 보통 스타포에버를 예로 든다. 스타포에버는 외국 고객보다는 대체로 한국인 대상으로 사업을 하는 회사였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스타포에버는 굳이 회사 이름을 영어 단어 둘을 결합해 만들어 붙였다. 이것이 사업의 중요한 성공 요인이 아니었나 지목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신비혼령사의 창업자는 스타포에버를 분석해서, 오히려 한국인 대상 사업이기 때문에 그렇게 영어 단어로 회사 이름을 붙여야했던 것이라고 지적한 적이 있었다.

스타포에버의 창업자는 원래 장례지도사였다. 어느날 한심하고 멍청하게 생긴 무슨 공학박사인가 과학자인가 하는 사람이 어디서 한 인터뷰를 보고 그는 사업을 결심했다고 한다. 그 과학자인지 뭔지 하는 사람은 “음양오행의 기를 따지는 것을 과학의 대상은 아닙니다. 그런데, 요즘 우주 시대인데 그런 생각에 너무 지나치게 빠질 이유가 있을까요?” 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뭔가 얼빠진 놈 같이 괜히 실없이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 공학박사란 놈은 쓸데 없이 잘난 척만 할 뿐, 세상과 인생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반면, 스타포에버 창업자는 바로 그 말에서 역으로 기회를 찾았다. 

스타포에버의 사업은 철저히 음양오행에 바탕을 두고 시작되었다. 세상에는 항상 음과 양이 있다. 그 중에서도 양기가 가장 강한 것, 양기가 잔뜩 모여 있는 순수한 양기의 덩어리는 무엇일까? 바로 태양이다. 너무나 거대한 양의 기운이기 때문에 그 이름조차 태양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세상에서 가장 음기가 강한 것, 음기가 잔뜩 모여 있는 음기의 덩어리는 무엇일까? 옛 사람이 태양의 정반대라고 생각했던 달이 바로 음기의 극치다. 그래서, 달의 변화를 알려 주는 달력을 음력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사실 태양과 달은 둘 다 우주 공간에 떠 있는 천체다. 그렇다면, 지금 현재, 바로 이 순간에도, 태양과 달 사이의 정확히 가운데 위치가 어디인지 우리는 계산해 낼 수 있다. 그렇다면, 바로 태양과 달 사이의 중간 지점은 음양의 기운이 정확히 조화를 이루는 지점이다. 그리고 지금은 우주 기술이 개발되어 있기 때문에, 실제로 그 완벽한 지점에 가볼 수도 있고, 무엇인가를 보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 지점은 지구로부터 약 7천만 킬로미터 떨어진 지점이다. 이렇게 먼 위치에서 사람이 살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 두거나, 사람이 다녀 오거나, 무엇인가 항상 작동하는 장치를 보내는 것은 무척 힘들다. 그런데도, 스타포에버의 창업자는 바로 그 위치, 음양 교차점, 태양과 달의 정확히 중간 지점에 보내면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품목을 떠올렸다. 여기에 스타포에버 창업자의 천재성이 있었다. 스타포에버는 바로 그 지점으로, 사람 시체를 우주선에 실어서 보내면 엄청나게 좋을 거라는 탁월한 발상을 떠올렸던 것이다.

태양과 달의 중간 지점이 누구나 동의할 수 밖에 없는 완벽하게 양의 기운과 음의 기운이 조화를 이루는 지점이다. 그러므로 바로 이곳을 묘자리로 삼아서 조상의 무덤을 만들면 그 이상의 명당자리는 없다고 스타포에버는 선전했다. 스타포에버는 우주선을 무덤으로 꾸미고 그 속에 관을 실어서 음양 교차점으로 날려 보낸다는 사업을 시작했고 계속 규모를 늘여갔다. 양은 태양, 음은 달이므로, 음양이 정확히 조화를 이루는 지점은 우주 전체에서도 바로 그 곳밖에는 없다. 우주에 하나 뿐인 장소. 놓치지 않을 거예요! 그에 더하여, 스타포에버에서는 그곳은 텅 빈 우주 공간일 뿐이므로 거기에 조상의 무덤을 만든다면, 혹시라도 무덤 속에 물이 들어온다거나, 나무 뿌리가 관 속으로 파고 들어온다거나 하는 묘자리를 잘 못 써서 생기는 고질적인 문제도 전혀 생기지 않을 거라고 광고했다.

게다가 스타포에버는 그저 선전에만 뛰어난 회사는 아니었다. 태양과 달의 위치는 계속해서 변화하므로 정확히 태양과 달의 중간 위치도 우주에서 끊임 없이 바뀐다. 스타포에버는 최소의 비용으로 관과 시체를 싣고 있는 우주선이 정확히 그 위치를 따라 다니며 움직이게 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었다. 심지어 스타포에버에서는 우주선 속에서 자라날 수 있는 특수한 식물성 생물을 내부에서 기르고 명절마다 우주선에 장치된 자동 로봇이 그 식물성 생물을 일정한 길이로 잘라 내는 기능까지 상품에 포함시켰다. 그렇게 해서 스타포에버는 7천5백만 km 떨어진 우주 공간에서도 벌초를 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러자 스타포에버를 이용해서 자신의 조상 묘를 이장하겠다는 사람들이 속속 나타났다.

그리고 조상 묘자리를 바꾸면 운수가 좋아져서 자기가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믿는 한 정치인이 증조부와 조부 묘소를 스타포에버의 서비스를 이용해 우주선에 실어서 날려 보냈다. 그 일을 결정적인 계기로 스타포에버의 인기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스타포에버는 묘자리를 봐주는 사람을 고용해서, 우주 공간이 무덤 우주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말하는 영상을 찍어 보내기도 했다. 이 이론에 의하면, 음양교차점에 띄워 놓은 우주선에 대해 태양 주위를 도는 화성과 금성이 각각 좌청룡과 우백호 역할을 하게 되므로, 이 이상으로 훌륭한 묘자리는 우주 전체에 아무 곳도 없다고 했다.

스타포에버의 열 아홉번째 우주선 발사가 성공적으로 끝났을 때, 스타포에버 창업자에게 영감을 주었던 그 공학박사라는 사람은 마침 또다른 무슨 인터뷰에서 나와서 “스타포에버의 우주선은 스스로 빛을 낼 수 있는 항성이 아니니까 스타라고 하기는 약간 무리죠. 그나마 플래닛포에버, 애스터로이드포에버라고 하면 모르겠습니다만.” 따위의 아무 재미도 없는 이야기를 떠들고 있었다.

신비혼령사나 스타포에버 같은 회사의 사업이 전적으로 사리사욕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두 회사의 사업 때문에 우주 사업이 전체적으로 빠르게 발전한 후에, 두 회사는 공익을 위한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정신초월운동 사건이 그 좋은 사례다.

시간이 흐른 후 우주 사업에 뛰어든 민간 기업의 다양한 우주선들이 무척 많아져서 일일히 따져 볼 수도 없을 정도가 되었을 무렵, 세상에는 정신초월운동이라는 것을 하는 사람들이 생겨 났다. 이 사람들이 당국에 발견되어 그 실체가 조사된 것은 나중에 정신초월운동 사건이 종료된 후의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신초월운동이 어떻게 시작 되었는지, 누가 그 주동자인지, 주동자가 있기는 있는지 등등은 모두 분명치 않다. 아직도 조사 중인 내용이 많고, 자세한 내용은 향후에 차차 더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확실한 것은 정신초월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은 사람의 정신 활동이 갖고 있는 힘은 무한하며, 그러한 무한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는 욕망, 권력, 정열, 시기심 따위에서부터 각성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점이다. 그들은 바로 그런 상태에서 사람 마음의 심연을 들여다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신초월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은 특히 그 심연이라는 단어를 좋아했다. 그들은 심연이라는 단어를 매우 자주 사용했다. 사람을 바른 곳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재 세상이 갖고 있는 문제의 심연을 간파하고, 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정신의 심연을 이끌어 내야 하며, 진정으로 세상을 바꾸기 위한 변화를 심연으로부터 일으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그냥 단순하게 좀 열심히 산다는 정도로는 부족하며, 뼈를 깎는 각오로 진심으로 심연부터 변화하기 위해 고통을 견뎌내는 방법 밖에 없다고 했다.

이러한 그들의 이론은 너무나 모호한 이야기처럼 들릴 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제로 그들의 행동은 선명하고 아주 눈에 잘 뜨이는 특별한 것이었다.

정신초월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사는 지구는 이미 사람들의 탐욕에 의해 아파하고 있으며 사람의 경제 활동과 사람의 기술 발전에 의해 지구의 정신은 이미 사악함에 잠식되어 지구가 죽어가고 있다고 보았다. 그게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정신초월운동을 하는 자들은 지구의 몸이 망가졌고, 지구의 혼이 더럽혀졌으므로 이제 지구는 이미 가망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로 순수하게 사람의 정신을 개조하고 사람을 변화시키려면 그들은 지구에서 멀어져야 한다고 믿었다. 그들의 생각 속에서, 하늘 위의 세상, 하늘 바깥의 세상은 전혀 다른 곳이었다. 즉 그들은 하늘 바깥으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니까 우주로.

정신초월운동의 참가자는 한 사람이 겨우 눕거나 앉을 수 있게 설게된 작은 캡슐에 자리를 만들고 그것을 우주로 발사하도록 했다. 그들은 그 캡슐 속에 한 명 씩 들어가 우주에서 가장 아무것도 없는 텅빈 공간을 향해 우주 속으로 떠나가고자 했다. 

그들은 그렇게 영영 지구에서 멀어지면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주위에 아무것도 없는 망망한 공간을 끝없이 떠 가는 가운데 자신들은 진정한 정신의 변화를 맞이할 수 있다고 보았다. 좁은 공간에 갇혀 산소조차도 부족한 공간에서 괴로움을 견디며 우주를 떠 가는 것은, 고통을 참아 내며 자신을 단련하는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한 고통을 견디며, 아무 것도 없는 우주 공간의 한 가운데에서, 눈을 감은 채로 오직 정신을 바꾸는데 철저히 집중할 때에, 그때에만 드디어 새로운 단계의 변화로 나아가는 일이 가능하다고 믿었다. 그것이 진정한 정신의 혁명이고, 죽어가는 지구의 사악한 틀을 완전히 깰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정신초월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진 채, 우주선을 타고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을 짓기도 하고, 몇몇은 무엇인가 괜히 평화로움을 느낀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표정을 짓기도 하면서, 우주 공간의 아무것도 없는 곳을 향해 계속 떠 갔다. 그들은 그렇게 아무것도 없는 절대적인 무의 공간을 떠다니면서, 그 무의 극치에서 진정한 참됨을 발견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그들이 말하는 절대적인 무의 공간이라고 해 봐야, 주위에 행성이나 소행성이 없어서 그냥 눈으로 보기에 볼 게 없는 까만 우주 공간인 것이지, 사실 감지기로 조사해 보면 텅빈 공간처럼 보이는 곳에도 수없이 많은 우주선 고에너지 입자와 대단히 많은 중성미자, 얼마나 많은 지 헤아리기도 어려운 암흑물질들이 우주의 여느 텅빈 곳처럼 우글거리며 흘러다니기 마련이었다. 절대적인 무를 찾기 위해 우주로 나왔다는 그들의 무의미한 행동은 곧 우주 정찰 위성들에 의해 발견 되었다. 곧 이 사람들을 다시 지구로 데려오는 구출작전은 긴급하고도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이때, 활약을 한 곳이 신비혼령사와 스타포에버가 50:50으로 출자해서 합작으로 만든 회사인 주식회사 치우기라는 곳이었다. 주식회사 치우기는 우주 쓰레기를 전문으로 처리하는 회사여서, 부서진 인공위성 잔해나, 길을 잃고 엉뚱한 곳에 버려진 우주선의 떨어진 부품 같은 것을 집어 오는 기술에서 앞서 나가던 회사였다. 과연 주식회사 치우기의 기술은 훌륭해서, 새로 투입된 우주 쓰레기 수거 로봇은 지구에서 13만 킬로미터 거리에 흩어져서 멀어지고 있던 정신초월운동 참가자들의 캡슐들을 하나도 남김 없이 모두 안전하게 모아 오는데 성공했다.

 

- 2021, 논현동에서
 

댓글 2
  • No Profile
    윤새턴 21.07.31 01:03 댓글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소고(2002, 테드 창)가 떠오르는 단편이네요. 충분히 좋은 설정은 그것을 나열하는 것 만으로도 매력적인 소설이 되지만, 저는 늘 이런 멋진 설정에 스토리가 엮인다면 어떨지 상상하게 됩니다. 미영과 양식의 원래 사업 목표가 이 글과 관련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요 ㅎㅎ

    그와 별개로 innovation을 이노베이션이 아니라 이노배이션이라고 쓰신 이유가 있을까요? 잘 읽었습니다.

  • 윤새턴님께
    No Profile
    글쓴이 곽재식 21.07.31 15:59 댓글

    Innovation 표기는 별 이유 없이 그냥 내키는대로 쓴 것입니다. 이번에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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