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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 꿈 속의 여인

2014.02.01 10:4602.01



속의 여인



1.

나는 그녀와 헤어지기로 결심 했다.


어떻게 말을 생각하며 그녀를 보았다. 그녀는 전화기 화면을 쳐다 보며, 바쁘게 화면 이곳저곳을 손가락 끝으로 누르고 있었다. 손가락이 닿을 마다, 종이 울리는 같은 소리나, 거품이 터지는 같은 소리가 났다. 게임이었다.


전에 얼핏 적이 있는데, 조그마한 벌레 같은 것이 - 잠깐 보는 사이 눈에는 그렇게 보였지만, 벌레 같은 것은 다른 동물일 수도 있고, 사람이거나, 로봇이나, 요정이거나, 신들일 수도 있었다 - 화면에 있는 길과 건물 사이를 바쁘게 돌아 가고 있는 것이었다.


그녀가 하고 있는 게임의 내용에 대해서 나는 모른다. 그렇지만 마음 속으로 이름은 붙여 두었다. “벌레 왕국. 자본주의 국가에서 경제 성장에 인플레이션이 뒤따르고 인플레이션을 막으려고 하면 불경기가 오는 것이 역설이 된다면, 벌레 왕국의 보건복지부에서 방역 사업을 펼치면서 모기약을 뿌리면, 장관인 모기와 차관인 파리부터 죽는 것이 골치 거리.


사실 그녀가 하는 게임의 목적이 뭔지는 전혀 모른다. 화면은 얼굴을 가리고 그녀의 시선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나는 내용을 없다. 어떤 때에 나오는 소리인 없는 거품 터지는 소리와 종소리만 계속 들릴 뿐이다.


내가 말을 어떻게 시작할 고민하며 가만히 있으니, 그녀가 말했다.


“먹고 싶은 시켜.”


그녀는 눈을 그대로 전화 화면에 고정하고 있는 채로 말했다. 그녀가 좋은 곳이라고 말했던 , 나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던 음식점인 이곳은 먹을 만한 음식이 여덟 가지 정도 되었다. 그녀는 내가 다만 먹을 고민하느라 없이 가만히 있다고만 생각하는 같았다.


“저, 있잖아.”


나는 그녀의 관심을 환기하려고 의미 없는 단어 개를 발음했다. 그녀가 단어를 들었는지, 듣지 않았는지 없다. 그녀는 계속해서 전화기 화면에 집중하며 손가락으로 이곳저곳을 누르고 있다. 종소리가 들렸다.


바깥을 보았다. 오랜만에 밝고 맑은 날씨였다. 며칠 동안이나 흐린 , 안개 날이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래 보였다. 하늘을 보면 구름이 많은 편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구름들이 태양빛을 가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빛을 받아 희고 깨끗하게 빛나는 것처럼만 보였다.


마침내 내가 헤어지자는 말을 했을 , 그녀는 슬퍼한다거나 화를 낸다기 보다는 짜증을 냈다. 왜냐하면, 그녀 스스로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아, 짜증나.”


그녀가 가장 강하게 짜증을 표출한 대목은 내가 이렇게 말했을 때였다. 말은 사실 그녀가 가장 공감한 대목이기도 했다.


“전에 네가 이럴거면 만나? 이런 식이면 네가 만나는 이유를 모르겠어하고 있잖아. 내가미안하다, 나도 모르겠다, 내가 잘못했어그렇게 말했는데. 사실 내가 만나는 , 나는 이유를 알거든.


내가 만나는 거는, 만약에 내가 아무도 만나서 다른 사람들한테나는 여자 친구 없어이렇게 말하면 무시하는 사람들 있을까봐. 그러니까 그냥 다른 사람들한테나도 여자친구 있어라고 말하려고 너를 만나는 같다.”


그녀는 나에게,


“너 진짜 매너 더럽다.”


라고 말을 했고, 외에 다른 비판과 비난을 늘어 놓기도 했다. 그렇지만 도리어 상쾌하게 받아들일 있었다.


그녀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내가 그렇게 너한테 아무 의미도 없다고, 굳이 그렇게 나쁘게 이야기 하고 싶어? 네가 이딴 식으로 두고 버르장머리라도 고쳐 주겠다는 거야 뭐야?”


사실 그런 식으로 생각 했던 적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만나면 이야기를 하고 서로 사정과 기분을 들어야지, 그냥 같이 앉아 있다가, 그렇게 같이 있는 지루하다는 것처럼 게임만 하고 있어야 겠냐고, 따진 적이 있었다. 그녀는 말이 있으면 말을 하라고, 자기는 얼마든지멀티태스킹 있어서, 벌레왕국에 살충제를 뿌리는 게임을 하면서도, 내가 요즘 감기가 걸려서 걱정이라고 징징거리는 말을 하는 정도는 들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할 말이 있어? 딱히 말도 없잖아? 제발 만날 때는 나도 쉬자. 내가 만날 때도, 무슨 시어머니 모시고 나들이할 처럼 긴장해서 말하는 마디 마디 마음에 새기면서 들어야겠냐? , 요즘 정말 스트레스 많이 받으면서 지내거든. 만나는 것도 스트레스 되면, 좋겠어? 그게 좋아?”


나는 말을 길게 하지 않더라도 서로 얼굴 표정을 살피고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서로 알리고, 알아 들으면 좋겠다고 말을 했고, 그녀는요즘 친구들끼리 만나도 이래. 그러다가 서로 재밌는 이야기 되면 하고 그러는 거지.” 라더니, 내가 너무 답답하고 꽉막힌 구식 남자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렇지만, 오늘은 그런 협의를 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다. 오늘은 정말 처음 그녀를 만날 때부터 애초에 최초부터가 잘못이었다는 깨달음을 전해 주고 싶었던 뿐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눈과 뼈가 깊게 드러나는 어깨와 목이 엄청나게 매력적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걸 정말 사랑하는 남자도 많을 것이다. 그녀의 자신감이라든가, 그녀가 키가 여자만 보면, “, 등빨이라고 작게 중얼거리며 욕하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그녀가 정도로 확신을 가질 만큼 그녀의여성스러워 보이는모습을 좋아하는 남자를 만난 경험도 많았을 것이라고 추측해 본다.


그렇다면, 그녀도 내가 아닌 그런 남자를 만나서, 서로 자연스럽게 어울려 벌레왕국의 종소리와 거품소리를 연주하는 것이 그녀에게도 행복한 일일 것이다. 나도 비린내나는 허영심으로1 사귄 여자 친구 있어요.”라고 마디를 하기 위해 이러고 사느니, 그냥아직도 만나는 사람이 없으면 결혼은 언제 하고.”하는 쉰소리를 들으며, 그런게 농담거리가 된다고 생각하는 회사 사람들에게 깔보임 당하며 사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나는 그녀와 헤어졌다. 마지막 고민거리란, 음식을 주문하고 먹고 나서 헤어지자고 , 음식을 시키기 전에 헤어지자고 , 중에 결정하는 뿐이었다.


음식을 먹고 헤어질 경우, 음식을 먹는 동안 한쪽 편에서는 밥을 먹고 나면 헤어지자고 해야지라고 생각하며 계속 상대방을 지켜 보아야 한다. 그것은 싫었다. 그러나 음식을 먹기 전에 헤어질 경우에는, 이미 헤어지기로 결심을 하고 같이 무슨 대화를 나눠야 없는 상황에서 같이 밥을 먹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사람이 음식을 주문하기 전에 먼저 일어 나서 걸어 나가야 한다. 그런데 헤어지자고 말을 꺼낸 내가 먼저 나간다면 화가 상대방이 혼자 식사를 하도록 가게에 남겨 두는 것이 된다. 그렇다고이제 너랑 헤어졌으니까, 먼저 나가, 혼자 밥을 먹을 테니까라고 하는 것도 사람을 내쫓는 모양이 된다는 생각을 했다.


음식점에서 먹자고 만나서 헤어지자고 말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는 교훈을 얻고 나서, 그곳을 나서는데, 거리의 사람들이 모두 몰려 나와,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하늘에는 구름이 우연히도 아름다운 여자의 생생한 얼굴과 같은 모양을 이루고 있었다.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던 사람이 잠시 가위질을 멈추고 길가로 나가 하늘을 올려다 보았고, 자리에 앉아 식사를 하던 사람들도 먹던 밥이 처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자리에서 먹는 것인지, 역설처럼 누군가와 헤어지기 위해 마지막으로 만나는 자리에서 밥을 먹는 것인지에 관계 없이, 하늘에 떠오른 16 킬로미터짜리 얼굴 모양의 구름을 올려다 보았다. 나와 헤어진 그녀도, 나도 다른 곳에서 분명히 얼굴을 쳐다 보고 있을 것이 뻔했다.


얼굴은 낯선 여자의 얼굴 같기도 했고, 언제인가 오래 전에 만나본 적이 있는 사람의 얼굴인 같기도 했고, 오늘 헤어진 그녀를 조금 닮은 같기도 했다.



2.

그날 하늘에 나타난 거대한 얼굴, 얼굴 모양의 구름은 동안 화제거리가 되었다.


여러 뉴스에 나왔고, 얼굴을 찍은 사진이나 조각이 여러가지 형태로 팔려 나가기도 했다. 처음 얼굴 모양의 구름을 발견한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얼굴이 자기 인생에 중요한 경고를 하기 위해 나타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여러 사람들은 그를 두고, 가족에게 멸시 받고 있는 실직자 명에게 도대체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같이 보는 광경을 하늘에 펼쳐 보이느냐고 비웃기도 하였다. 그런 모양의 구름이 생겨날 확률이 억년에 번이라는 계산을 하는 얼뜨기도 있었고, 그런 모양의 구름이 생겨나는 과정을 여러가지 자료를 모아서 추정해 보여 주는 방송도 있었다.


얼굴이 어떤 영화 배우나 가수의 얼굴을 닮았다는 주장도 많이 이야기 거리가 되었고, 특히 싱가포르의 어느 방송 아나운서와 닮았다는 이야기는 사람의 사진 하나와 구름을 찍은 사진 하나와 아주 비슷해 보이는 것이 있어서 거의 사실처럼 이야기 되기도 했다. 스스로 얼굴과 닮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도 했는가 하면, 얼굴이 주술적이거나 신비주의적인 어떤 의미가 있다는 주장이야 구름이 사람들 앞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순간부터 끝없이 나오고 있었다. 얼굴을 가장 중요한가르침으로 내세우는 괴상한 단체들이 도대체 가지가 생겨났는지 모를 일이었다.


경우에는 다음날 회사를 그만 두게 되었다.


이유는 다소 불분명하다. 얼굴 때문이었는지, 그녀와 이별했기 때문이었는지, 갑자기 그날 따라 얼토당토 않은 이유로 직원들에게이게 뭐하는 짓거리냐 방방 날뛰며 뭐하는 짓거리인지 없는 짓거리를 하던 부서장 때문이었는지, 중의 하나라고 해야 , 때문이라고 해야할 정확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평판으로 괜찮은 연봉의 직장을 10 가까이 다니는 동안 가지 확실히 알게 것이 있는데, 대체로 세상의 많은 일들을 망치는 것들은똑똑한 사람이 지나치게 신중하게 결정을 하는 또는 멍청한 사람이 너무 빠른 결정을 하는 때문이라는 점이었다. 나는 어느새 차곡차곡 쌓여 가고 있던 연봉 금액이 아쉬워서 억지로 직장을 버텨 나가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나는 진작에 그만 두었어야 하는 직장을 퇴직하는 일을 두고 너무 신중하게 시간을 보냈던 것인지, 혹은 괜히 욱하는 마음에 갑자기 회사를 그만 두겠다고 너무 빠르게 결정을 했던 것인지 명료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날, 부서장이라는 사람이야 말로, 멍청한 사람으로 너무 빠르게 결정을 하는 사람이면서도 스스로는 자신이 똑똑해서 너무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문제라고 믿고 있는, 최악의 유형이라는 것은 아주 명료하게 알게 되었다. 그러므로, 다달이 들어 오는 월급 정도를 바라고 부서장이라는 사람과 같이 지내면서 성격이 망가지고 정신이 피폐해 지며 서서히 망가져 가기만 하는 것은 당장 멈춰야 한다고 결심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리하여, 나는 연인과 이별을 했고, 직장을 때려 치우게 되었다.


출퇴근 시간에 한참 떨어져 있는 오후에 길을 나섰다. 홀가분하지만 약간 쓸쓸한 기분이기도 했다. 이제 내가 갑자기 사라져서 며칠 동안 엉뚱한 곳을 헤매게 된다거나 세상에서 갑자기 없어진다고 해도, 한참 동안은 누구도 모르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걷는 동안 오후 햇빛을 받았다. 따지고 보면 내가 나서서 저지른 일이면서도, 나는 지금이 절망이라는 단어를 쓰기에 적합한 기분이라는 생각도 했다. 나는 이것이 내가 어떤 점을 잘못하면서 살았기에 주어진 결과인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를 탓하고 무찔러 없애야 하는 상황인지도 고민해 보았다. 하늘을 보았다. 햇빛의 색감이 유난히 황색이 강하게 느껴졌다. 하늘은 비어 있었다.


나는 그날 하늘에 나타났던 얼굴이 누구와 가장 닮았다는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내가 그날 하늘에서 보았던 얼굴의 기억은 달랐다. 나는 입체적인 물체인 구름은 어느 위치, 어떤 위도, 경도, 높이에서 구름을 보았느냐에 따라 누구에게라도 조금씩 다르게 보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바람에 휩쓸려 나타났다가 바람에 서서히 흩어져 사라졌던 것이 구름이었으니, 얼굴이 생겨난 얼마나 되었을 구름을 보았는지, 햇빛이 얼마나 기울었을 구름을 보았는 지에 따라서도 얼굴이 다르게 보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장 거리로 들어갈 있는 앞으로 왔을 , 나는 시장 입구에 세워 놓은 장승을 보았다.


이백몇십년 부터 시장 상인들이 출입할 때마다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는 나무가 있는 장소였는데, 얼마전에 도로를 넓히면서 나무를 옮겨 심고민속의 관광 자원화어쩌고를 내세우던 구청장이 미끈한 장승 둘을 세워 놓은 곳이었다.


시장 입구에서 만나는 10 애들이 칼로 후벼 파서 낙서나 해놓음직한 위치의 장승이었건만, 왠걸. 시장 입구에서 머지 않은1 10 나온 이라고 절규하는 같은 글자체로 크게 붙여 놓은 복권 가게에서 소문이 어떻게 났는지, 간절한 행운을 바라는 복권쟁이들이 장승 앞에 동전이나 돌을 쌓아 놓으며 기도를 하는 것이 이곳 거리의 풍습이 되어 있었다. 내가 앞을 지날 때에도, 웃어 주기도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표정으로 장승 앞에 기도를 올리는 중년 여자 둘과 남자 하나가 있었다. 때의 구청장은 재선에 실패하고 빚더미에 올라 앉아 있지만 어떤 관광을 사람들이 풍경을 사진으로 찍고 있기도 했다.


나는 장승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숙였다. 눈을 감고, 어떻게 해야 고민해 보았다. 누구인가에게 묻기도 하고 싶었다. 아직 길거리에 나앉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생일대의 사랑을 잃었다거나 건강을 크게 위협 당했다거나 것도 아닌데, 이렇게 답답하게 쫄딱 망한 느낌이 드는 것인지 알고 싶었다. 나는 마음 속으로 끊임 없이 중얼거렸다. 천원 짜리 복권 장을 사고 결과로 백억원을 얻어 도시의 지배자가 되기를 원하는 복권쟁이 만큼은 진지하고도 간절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다시 고개를 들고 눈을 떴을 , 나는 나를 촬영하던 여행객인 여자를 보았다. 그리고 나는 그녀의 얼굴이 바로 그날 하늘에서 보았던 구름이 이루고 있던 얼굴과 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3.

그리고 다음에 나에게 일어난 모든 정신이 아닌 일들은, 아직 나도 결말을 어떻게 지을 없는 만큼 가능한한 요약해서 이야기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기야, 연인과 이별을 하고 생각하지도 못한 일을 저질러 버리는 인간들이 세상에 한둘은 아닐 것이고, 직장을 갑자기 그만두고 미친 짓을 하는 놈들도 많을 것이다. 하물며, 세상에 그날 하늘에 나타난 얼굴을 보고, 그것이 인생을 모두 버릴만큼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엉뚱한 짓을 하는 정신병자들은 얼마나 많았나.


나는 사진을 찍은 그녀에게 갔다. 그리고 그녀에게 사진에는 모습이 담겨 있으니, 지워 주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을 걸었다. 그렇게 말을 것이 마디 농담이 되었고, 이야기가 자연스러웠던 만큼이나 마침내 그녀를 발견한 마음이 간절하기도 했기 때문에, 나는 그녀와 이야기를 했고, 그녀와 식사를 하고 여러 그녀를 만나게 되기도 했다.


나는 그녀가 바로 하늘에 나타났던 얼굴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어디에서 태어나서, 어떻게 자라난 사람인지 물어 보았다. 다른 사람에게 그날 하늘에 나타난 얼굴과 그녀가 닮지는 않았는지 묻기도 했고, 그날 구름을 찍은 사진을 견주어 보며 그녀와 닮았는 이야기 보기도 했다. 그렇지만, 어느 것이건 명쾌한 대답은 없었고, 그녀는 그런 행동들을 기분 나쁘게 생각하는 같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다른 이상한 일들을 겪기도 했다. 텔레비전에서 자신의 가족들이 얼마나 멍청한 사람들인지 신나게 떠들며 웃겨 보려고 하던 모델이 갑자기 화면 속에서 나를 보고 나에게 말을 걸기도 했고, 늦잠을 자고 뒤늦게 일어 나서 바깥을 내다 보는데 까치가 우는 소리 사이에 갑자기 사람의 말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비가 오는 , 앞에 생긴 구정물 웅덩이에 빗방울이 튀며 생기는 파문이 글자 모양을 만들기도 했고, 지하철 전광판에서 다음 열차가 오고 있다는 말이 나오던 사이에 갑자기 글자가 바뀌더니 나에게 누군가가 보내는 메시지가 나타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날 수록, 나는 내가 만나고 있는 그녀가 바로 문제의 그날 얼굴과 닮은 점도 있지만, 계속해서 다른 점이 보이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도 했고, 그러면 그럴 수록 그녀의 어느 특징만은 분명히 부인할 없이 다른 누구보다도 내가 얼굴과 생생하게도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하였다.


마침내 어느 , 그녀가 이상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너무 힘들다 나에게 헤어지자고 했을 , 나는 다시 싸구려 장승을 새워 놓은 시장통 서낭당 나무 앞에서 기도를 했고, 드디어 온통 세상이 깜깜해지며, 하늘의 별빛들이 모양을 이루며 뭉쳐 다시 그녀의 얼굴로 변하는 것을 보았던 것이다.


“해제 규약에 따라 진행하겠습니다.”


그녀는 단조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숫자를 세는 소리, 여러 가지 규칙과 약물들에 대해 알려 주는 소리, 병원의 간호사나 의사가 말하는 소리와 같은 말을 계속 나갔다.


그러는 사이에 나는 점차 나에게 벌어진 일을 자연스럽게 기억해 있었다. 과정은 부드럽지만 선명했기 때문에 생각보다는 놀랍지도 않았고, 우주에 대한 숨겨진 비밀을 깨달은 처럼 갑자기 당황하는 일도 없었다. 그저 뚜껑을 열어 보니 먹고 설거지 해야 알았던 냄비에 어제 먹던 찌개가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을 깨닫는 같은 정도였다.


나는 염라대왕 주식회사의 기계 속에서 깨어 났다.


“너무 걱정 마시고요, 자발 고객으로 일찍 들어오신 분들께서는 요즘 흔히 있는 일이거든요.”


회사의 직원이 나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다행이었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프로그램 속에서 지낼 때에, 바깥의 직원과 교신하고 싶을 때에 사용하는 방법으로 설정해 놓은 것이 기도를 하는 것이었다. 프로그램 속에서 기도를 하면서 간절히 마음 속으로 외치면, 그것을 기계가 잡아 내서, 중요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관리 직원에게 알려 주는 것이다. 그러면 직원이 상황을 살피고 필요한 조치를 준다든가, 경우처럼 아예 기계에서 깨어 나게 뒤에 직접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나는 연봉이 높은 회사에서 다니며 눈이 인기가 많은 여자와 사귀면서 살아 가는 삶을 체험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처음으로 택하는 간단하면서도 인기 있는 내용이기도 했다. 정도가 적당하다고 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은하계를 지배하며 다른 은하계와 겨루는 영웅의 삶을 견뎌내지도 못하거니와, 나중에 진짜인 알았던 삶이 염라대왕 주식회사의 프로그램이 지어낸 게임 같은 것이었다는 것을 알았을 허탈해 하는 충격이 너무 커서 괴로움이 심한 경우도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그렇게 젊은 사람이 그냥 직장 생활하고 사람 사귀면서 살아 가는 것이 회사에서 제일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이었다.


“아시겠지만, 저희가 원래 노인 고객 유치하면서, 시작했던 전통이 있어서요.”


염라대왕 주식회사의 프로그램은 애초에 늙고 병든 사람들이 사망하기 직전에 사용하는 것이 시작이었다. 사망을 하여 이제 이상의 인생을 모두 잃어버리기 직전에, 영양과 전류 자극만 조절해 주면 얼마든지 보존해서 오래 살려 있는 뇌를 몸에서 분리해 낸다. 그리고 뇌를 염라대왕 주식회사의 기계 속에 집어 넣고, 뇌에 적당한 신호를 보내서 뇌가 염라대왕 주식회사에서 보내 주는 프로그램을 보고, 듣고, 느끼게 만들어 준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경치가 좋은 시골 외곽 지역 같은 것을 꾸며 놓고, 회사 프로그램에 가입했다가 사망하기 직전에 구출된 노인들이 영원히 양로원 생활을 하는 것을 체험하게 주는 정도였다.


그렇지만, 그런 것은 지루하기도 했거니와, 고작 정도를 위해서 값비싼 염라대왕 주식회사와 계약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지 않기도 했다. 다른 문제도 있었는데, 아무리 컴퓨터로 그럴듯한 영상과 소리와 냄새와 촉감을 꾸며서 뇌에 보내 준다고 해도, 진짜와 똑같은 느낌은 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였다. 21세기초에 유행하던 최신형 HD 게임 정도의 화질을 뇌에 보여 주는 정도가 한계였다. 촉감이나 냄새의 재현은 그보다 훨씬 어려웠다.


처음에는 뇌의 민감한 정도를 전기충격으로 조금 망가뜨려서, 그런 사소한 차이를 줄이면 정말 진짜인지 프로그램 속의 일인지 구분할 없게 된다는 점을 이용해 보려고 했다. 그렇지만, 사고, 질병, 노쇠로 몸의 나머지 부분을 모두 잃어버린 사람들은 뇌를 조금이라도 망가뜨린다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때문에 초창기에는 선명한 영상, 진짜 같은 촉감을 있는 컴퓨터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 여러 회사들이 서로 엄청난 연구개발비를 들여 가며 경쟁하던 때도 있었다.


경쟁에서 이긴 회사는 처음 사업을 시작한 염라대왕 주식회사였다. 염라대왕 주식회사는 전혀 다른 길을 찾아 냈다. 염라대왕 주식회사는 컴퓨터로 모든 영상과 음향을 만들어 내서 뇌에게 넣어 주는 방법 대신에, 뇌가 직접 자기가 영상과 음향을 만들어 내도록 하는 기술을 찾아낸 것이다.


그러니까, 종전의 방식은 사람의 눈이 보게될 실제와 구분이 되지 않을 만큼 선명한 영상을 시신경을 통해서 뇌로 주입하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염라대왕 주식회사는 그것이 아니라, 대뇌의 중심부에 신호를 보내서 환상을 보게 만든다. 그러면 시신경으로는 아무 영상도 들어 오고 있지 않지만, 환상을 경험하기 때문에 진짜인지 프로그램에서 보내는 것인지 없는 영상을 본다는 기억만 남는 것이었다.


방식을 이용하면 정확하게 어떤 것을 보고 듣게 되는 세밀하게 조정할 수는 없다. 영상과 음향 자체는 결국 자기 자신이 떠올려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사람이 떠올릴 있는 한계 내에서만 모든 일을 겪게 된다. 그러나 모든 것은 실제와 구분할 없을 정도로 진짜처럼 느껴진다. 실제라는 생각 속에서 모든 것을 보고 듣기 때문이었다. 예전 방식이 실감 나는 신나고 재미있는 영화를 보여 주는 방식이었다면, 방식은 신나고 재미있는 꿈을 꾸게 주는 것에 가까웠다.


그러다가 외부와 다시 연락을 하고 싶다거나, 이제는 다른 세상, 다른 인생을 즐기고 싶을 경우에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직원의 안내를 받을 수도 있었다. 그렇게 외부와 연락을 하기 위한 장치로 염라대왕 주식회사에서 자주 이용하는 방법은 기도나 명상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프로그램 속에서 기도나 명상을 하면서 간절한 마음이나 평소와는 다른 뇌의 상태를 만들어내게 되면, 그것을 신호로 알아채는 것이다. 신호를 받으면 서서히 고객을 차분하게 일깨운다. 각성 약물을 집어 넣고, 전기 충격을 소뇌 방향으로 바꾸어 집어 넣는다.


모든 것이 실제 인생인 알고 지내던 사람에게, 이것은 다만 염라대왕 주식회사의 창업자들이 사고로 뇌만 구출할 있었던 사람들을 위해서 처음 개발했던 장치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점을 다시 알게 준다.


그렇게해서, 기계 속의 고객들은 년이고, 년이고 원하는 여러 삶을 살아 있다. 같은 삶을 끝없이 보낼 수도 있고, 시간이 흘러 가지 않는 긴긴 순간을 누려 수도 있다. 초기의 고객들 중에는 현실 속에서는 누릴 없는 어마어마한 쾌락만을 누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끝없이 시간 동안 영원히 프로그램 속에서 펼쳐지는 삶을 살아야 하는 사람들은 그것보다는 현실의 삶과 비슷한 굴곡과 한계를 누리면서 적당한 행복을 느끼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


염라대왕 주식회사에서 보여 주는 행복한 체험들은 수록 정교해 지고 훌륭해졌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프로그램 속에서 서로 만나고 교류하는 기능들도 자연스러워졌고, 그러면서도 사람이 다른 사람을 괴롭히거나 실망시킬 수는 없도록 제한하는 기능들도 깔끔해졌다.


어린 시절의 친구를 만나서 한담을 나눌 수는 있지만 형태는 사람의 서로 다른 세상 속에서 서로 다른 형태로 연결되어 펼쳐질 있었다. 사람이 하늘을 나는 비밀능력을 가진 대학생으로 살아 가다가 만난 비행기 조종사로 친구를 만나는 동안, 친구는 정글을 탐험하는 탐험가가 되어 살아 가다가 정글 속에서 발견한 2천년 동안 보존된 미라가 되살아 것을 원래의 친구라고 생각하게 되는 식이었다.


안정성이 높아 지고, 기능이 좋아지면서 염라대왕 주식회사의 고객층은 더욱 두터워졌다. 처음에는 사망 직전의 사람들이 일종의 보존 업체처럼 염라대왕 주식회사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곧이어 보통의 양로원에 질린 노인들이 염라대왕 주식회사를 이용하게 되었다. 행복하고 즐거운 , 젊고 즐거운 체험을 공허한 죽음 대신에 영원히 즐길 있다는 선전이 밝고 편안한 광고로 여기저기에 실렸다. 많은 사람들에게 인생을 살면서 염라대왕 주식회사를 이용할만큼의 돈을 모으는 것을 부러워 하게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은 사람들에게 염라대왕 주식회사를 이용하는 것이 평생에 걸친 목적과 소원이 되기도 했다.


염라대왕 주식회사 상품권을 주는 복권이 유행하기도 했고, 염라대왕 주식회사 이용을 할부 형태로 돈을 내고, 미리 돈을 내는 대신에 혹시 할부금을 내기 전에 사고나 질병으로 사망하게 되면 바로 뇌를 분리해서 염라대왕 주식회사의 프로그램에 넣어 주는 상품을 보험회사에서 개발하기도 했다. 보험회사의 직원들은 전원이 할부 상품에 가입했고, 많은 사람들이 염라대왕 주식회사에 할부금을 내는 방법을 마련하면서 매달을 보내는 것이 평생이 되기도 했다.


염라대왕 주식회사의 사업에 위협이 생긴 것은자폭꾼들이라는 별명이 붙은 사기꾼이 나타나면서 였다. 빨리 행복한 삶이 보장되어 있는 염라대왕 주식회사의 기계 속으로 들어 가기 위해서 할부 상품에 가입한 뒤에, 일부러 사고를 당해 버리는 사기꾼들이 나타났던 것이다. 자폭꾼들은 기계 속의 가짜 행복을 위해서 인생을 포기하는 사람들이라고 경멸하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한편으로는 진짜 현실 세계의 생활이 행복한 진짜 부자들은 결코 자진해서 먼저 염라대왕 주식회사의 프로그램으로 들어 가지 않는다는 비판도 생겨 났다.


“그래서 저희들이 조기 은퇴 프로그램을 준비했던 거고요. 고객님께서도 활용하신 케이스시거든요.”


염라대왕 주식회사는 사업을 키우기 위해 젊은 사람들도 염라대왕 주식회사 속으로 들어 오게 하기 위해서 홍보 활동을 펼쳤다. 뛰어난 재주나 갑작스럽게 찾아 행운으로 돈을 많이 모은 젊은이들에게, 이제 그만 팍팍하게 골치 아프게 살아야 하는 인생은 그만 두고, 느긋하게 즐기는 빠른 은퇴 생활로, 가장 훌륭한 행복이 영원히 보장되어 있는 염라대왕 주식회사 프로그램 속에서 지내면 된다고 선전했던 것이다.


염라대왕 주식회사에서는 인기가 떨어진 뒤에 알콜 중독에 빠져 있던 철지난 코미디언 명을 섭외해서, 코미디언들을 기계 속으로 넣어 주었고, 젊어서 염라대왕 주식회사 프로그램에 들어 가는 것이 굉장히 부러워할 만한 행운인 것처럼 광고했다. 이제 20, 30 밖에 되지 않는 사람들 중에서도 염라대왕 주식회사의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 드물지 않아졌다. 젊어서 부유해진 사람들이 기계 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친구, 친척들을 초청해서 자신의 복을 축하하는작별의 잔치 여는 일도 점차 풍습이 되었다.


역시 젊은 나이에 빨리 은퇴를 하고 염라대왕 주식회사의 프로그램 속으로 들어 가기 전에작별의 잔치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저희 회사에 M&A 당할까봐 두려워 하고 있는 다른 업종 회사들이 저희 회사를 나쁘게 말하려고, ‘팔팔하게 젊은 사람들이 자진해서 파티를 하고 기계속으로 들어 가는데, 그게 결국 장례식일 뿐이다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시각으로 보는 시대는 벌써 지났거든요. 경제력이 부족해서 저희 회사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만든 단체나 거기에 기대서 해보려는 초보 정치인들이랑 짜고 이것저것 나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직원은 검색 분석 결과가 나오는 동안 자기 회사를 선전하는 이야기를 끊임 없이 들려 주었다. 능숙한 태도로 보아, 미리 회사의 지시로 연습시켜 같았다. 직원은 계속해서 이야기를 했다.


“아시죠? 이번에 수원그룹 증손자가 저희 고객으로 들어 오신 . 수원그룹 회장님께서 아무리 돈이 많고 있어도 험한 세상, 저희 회사 프로그램 세상만은 못하다고 보시고, 수원그룹 증손자는 태어나자 마자 바로 저희 회사 프로그램 속으로 집어 넣어 주셨거든요. 아기는 거친 세상에서 상처 받고 아프고 하는 없이, 그냥 완벽하게 처음부터 계속 자기 꿈을 마음껏 펼치면서 사는 거에요. 세계적으로도 이런 케이스는 처음인데, 그만큼 저희 프로그램이 좋다는 거겠죠.”


직원은 말을 마치고 검색 결과를 알려 주었다.


“접속된 목록이 나오기는 하는데, 보안 여기까지만 저희가 알려드릴 있어요.”


나는 도대체 내가 , 얼굴을 것인지, 그것이 누가 띄워 보낸 모습인지 알아 내고 싶었다. 나는 잠시 망설였다. 내가 머뭇거리는 시간이 길어지자, 직원은 자리를 잠시 피했다. 직원은 손에 들고 있는 작은 화면을 보며 빈시간을 보내려고 게임을 했다. 거품 터지는 소리와 종소리가 들렸다.


나는 결심했다. 나는 직원이 알려준 기록을 보고, 다시 기계 속으로 들어 갔다. 이번에는 다른 사람과 연결되는 다른 세상으로 들어 보려고 했다.


고장이 나서, 강물 위에 멍하니 있는 전철 안에서 헤어졌던 그녀와 내가 같이 있었다.


그녀가 말했다.


“너, 여자랑 너랑 무슨 운명의 연인이나 그런 아닐 수도 있다는 알지? 너는 하늘에 나타난 구름을 보고 아주 맛이 갔지만, 여자는 그런 모습을 수백명 다른 남자들 한테도 똑같이 보낼 수도 있는 거거든. 그러면 여자를 운명의 여자라고 생각하는 다른 남자들도 말고도 수백명씩 있는거야. 학교 예쁜 애들 그렇잖아. 운명의 첫사랑이라고 평생 가슴 속에 묻어 두고 사는 남자애들이 십명씩 있지만, 정작 예쁜 애는 걔네들 기억도 못한다니까.”


나는 다시 그녀의 모습과 구름 속의 얼굴을 떠올려 비교해 본다. 한쪽 눈은 닮아 보이기도 했고, 잠깐 동안 다른 눈은 같아 보이기도 했다. 그녀는 계속해서 말했다.


“그리고, 여자가 실제로 기계에서 무슨 아이디로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는 , 아는 아무 의미가 없다니까. 구름 속에서 나타난 모습은 여자 실제 진짜 모습이 아니잖아. 그거는 여자가 상상하는 자기가 바라는 모습이라니까. 그것도 뭣도 아니고 그냥 니가 상상했던 모습일 수도 있겠지.”


우리는 다시 헤어 졌던 가게로 갔다. 이번에는 음식을 주문했다. 그녀는 맛있게 첫번째 요리를 먹었다. 두번째 요리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그녀는 다시 전화기 화면을 들여다 보았다. 4 26 동안 말이 없다가, 그녀가 다시 나에게 말했다.


“그리고 여자를 찾아낸다고 해도 어쩔래. 여자한테 깨어 나서, 바깥 세상에서 만나서 데이트라도 하자고 할래? 그러면 여자가, ‘ 당신도 운명이었습니다!’ 이러면서, 이거 때려치우고 굳이 골치 아프게 나오려고 같애? 염라대왕 주식회사 프로그램에 들어 있는 사람 중에 노인들이 엄청 많은 알지. 여자 찾아내서 알고 봤더니 106 짜리 할머니면 어떡할래. 아니면 비행기 사고로 몸이 절반 날아간 사람이면 어떡할래.”


나는그렇네” “그럴 수도 있겠다” “그렇긴 그렇지하고 대답했다. 한참 그러다가 내가 그녀에게 말했다.


“창가 쪽으로 자리를 옮길까?”


밖의 하늘을 보니, 햇빛은 밝고, 구름은 많았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높은 하늘 끝에 날카롭고 차가운 킬로 미터 짜리 얼음 깃털 모양이 오전의 차가운 공기 저편에 있을 뿐이었다.


결국 내가 헤어졌던 그녀의 말이 맞기는 맞다고 하면서도, 나는 오기를 부려 보기로 했다. 끝까지 찾아 것이다. 누가 무슨 생각으로, 어떤 정신이 무슨 꿈을 꾸다가 것이지 알고 싶었다. 헤어졌다는 것의 장점이 그런 아닌가 생각 했다. 행복한 인생을 떠올린다고 봐야, 고작 지루한 직장과 짜증 내는 여자 친구에 하늘에 구름처럼 있는 누구인지도 모를 사랑 밖에 떠올리는 것이 신세라면야, 하는 있겠나 싶었다. 그게 내가 눈을 감고 했던 기도였다.


- 2014, 가양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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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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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진유리잔 14.02.05 11:52 댓글

    저번에는 제가 착각했던 모양입니다.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재식님의 글을 좋아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니 아부아닌 아부(?)도 받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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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재식 14.02.06 11:53 댓글

    제 이름이 약간 구식(?)이다 보니, 흔한 이름은 아닌데도 가끔씩 동명이인이 보이고 그러나 봅니다. 심지어 권투선수로 알고 계시는 분도 계시고. 이야기 좋게 봐 주셨다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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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훈 14.02.07 06:24 댓글

    요즘 제 기억력이 질병의 수준으로까지 악화되어 확신할 수는 없는데, 저 염라대왕 주식회사가 이 시리즈에서 처음 나왔을 때는 사이비 약장수 느낌이 왁 풍겨나왔었는데 요즘 잘 나가고 있나 봅니다. 효용기계? 였나 그 뭐더라 실제는 아니지만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기계가 있다면 들어가겠느냐 안 들어가겠느냐 그 이야기 같은데 보통 이런 거 하는 애들은 좋게 묘사되지 않던데 왠지 최종보스화될 거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드는군요

  • 이지훈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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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재식 14.02.07 11:26 댓글

    사실 이번 건은 미영과 양식 시리즈의 하나로 쓴 것은 아닌데, 막판으로 가다보니 그냥 쉽게 결론 맺자는 유혹에 빠지면서 거기서 써먹던 회사를 그냥 갖다 놨습니다. 시작만 보면 좀 더 참신하고 서정적으로 나갔어야 좋았지 싶은데 저는 아쉽습니다.


    미 영과 양식 시리즈에 길게 이어지는 이야기 소재 두 가지가 사람 같이 생긴 늑대 같은 동물들이 사는 여왕이 통치하는 행성 이야기와, 염라대왕 주식회사 이야기인데, 말씀하신대로 이 분위기로 가다 보면 염라대왕 주식회사는 좀 큼지막하게 한 번 다시 등장해야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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