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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현상 파고들다

2021.07.01 00:0007.01

파고들다

지현상

 

나는 살면서 꽤 많은 수의 비밀유지 서약을 맺었다고 장담한다. 고고학자라는 직업 덕이기도 했고, 위험을 즐기고 호기심을 못 참는 성격 탓이기도 했다. 남들은 생각도 못 할 많은 의뢰와 탐사를 진행하는 게 내 일상이었다. 하지만 글쎄. 살면서 이렇게 위험한 냄새가 나는 의뢰는 나로서도 처음인 것 같았다.

정보국의 요원들이 나를 찾아온 건 불과 이틀 전의 일이었다. 그들은 마치 다 알고 왔다는 듯 내가 혼자 있는 시간에 우리 집 현관문을 두드렸다. 딩동. 인터폰 너머로 웬 동네 아저씨들이 모여 있었다. 요원들의 분장은 그만큼 완벽했다. 하지만 개중엔 내가 아는 얼굴이 하나 껴있었고, 그가 무슨 일을 하는지 뻔히 아는 나는 그들을 집 안으로 불러들였다.

나는 뭔가 위험한, 혹은 재밌을 만한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정보국의 의뢰를 받는 것도 벌써 수 차례 째. 그 의뢰 도중 만났던 나이 많은 선배가 농담처럼 던진 말이 불쑥 기억났다. “이봐. 이 사람들이 정말 비밀스런 일을 맡길 땐 말이야, 혼자 있는 시간에 불쑥 찾아와 사람을 데려간다고.” 흠.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분명 그런 맥락의 말이었다.

그들은 자리에 앉자마자 자신들의 요원증과 두꺼운 서류 뭉치를 꺼내 눈앞에 들이밀었다. 서류는 의뢰에 대한 내용인 줄 알았건만 되레 나에 대한 내용이 가득했다. 그건 내가 언제 어디서 무얼 하고, 누굴 만나고, 무얼 좋아하는지 등의 사생활 정보가 빼곡히 담겨있는 보고서였다. 나는 건네받은 서류를 조용히 덮으며 확신했다. 그들은 일을 맡기기 위해 은근히, 혹은 대놓고 나를 협박하고 있었다. 내가, 자신들의 손바닥 위에 있다는 걸 보여주면서.

“이번엔 섭외 방법이 좀 거치시네요. 거긴 프라이버시라는 게 없나 보죠?”

“죄송합니다. 사안이 사안이라서요.” 나와 안면이 있는 요원이 나름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예전부터 내려오는 관례 같은 거라, 저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뭐…… 됐습니다.” 나는 질린다는 표정으로 요원에게 서류를 되 건넸다. “이번엔 무슨 일을 맡기려고 이렇게까지 하는 겁니까?”

“여기서 설명 드리기엔 좀 그렇습니다. 아시다시피 저희 일은 보안이 생명이니까요.” 요원은 어깨를 으쓱하며 서류를 회수했다. “다만, 의뢰금이 엄청나다는 건 지금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군요.”

참나. 나는 한숨 섞인 웃음을 뱉으며 요원의 눈을 마주했다. 액수가 높다는 건, 그만큼 위험하거나 어려운 일을 맡기겠단 소리였다.

 

 

요원은 나에게 일단 함께 동행 할 것을 요구했다.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뒤를 따랐다. 그들이 마음먹고 찾아온 이상 어차피 다른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요원은 나를 차량으로 안내하면서 반쯤 농담인 척 그렇게 말했다.

“어차피 당장은 급한 일도 없으시잖아요?”

인정하기 싫지만, 맞다. 그랬다. 당시의 나는 정말 개인적인 할 일이 없는 상태였다. 갑작스레 일거리가 모두 사라지고, 해오던 연구는 자료를 도둑맞거나 조수들이 그만두면서 난항을 겪고, 기왕 그렇게 된 김에 떠나고자 했던 여행은 여행사의 사정으로 불발된 상황이었다. 나는 그제야 요원들이 손수 내 스케줄을 비워놓은 건 아닐까 싶었다. 확실히 우연이라고만 보기엔 너무 많은 일들이 겹쳐있었다. 아마 그것도 요원이 말하는 ‘관례’의 일종이었던 게 아닐까. 힘의 과시나 은근한 협박. ‘보라고, 우리가 맘만 먹으면 넌 아무것도 아니야. 그러니까 알아서 잘해!’ 뭐 그런 거.

어쨌거나 정보국의 의뢰 내용은 차에서부터 설명 들을 수 있었다. 최근 새로 발견된 동굴에서 흔치 않은 종류의 고대 유물들이 발견되고 있는데, 그 탐사대에 합류해 달라는 거였다.

나는 나도 모르게 설명을 끊고 되물었다. “흔치 않은 종류의 유물이라고요?”

“예, ‘안티키테라’라고, 알고 계시죠?”

나는 요원의 얼굴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소위 ‘아날로그 컴퓨터’라 불리는 유물이었다. 약 2,100여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주제에 ‘행성의 위치를 계산하는 차동 기계장치’였고, 부품의 정교함은 근대의 시계 장치에 버금갔다. 심지어 그 계산은 지동설을 기반하고 있었으니, 시대를 한참이나 앞서간 불가사의한 물건이었다.

“그런 것들이 동굴 안에서 마흔 점이 넘게 발견됐습니다. 아니, 오히려 안티키테라를 뛰어넘는 유물들이 대부분이었죠. 당장 용도를 특정할 수는 없지만, X선 검사 결과 무수한 톱니바퀴들로 이루어진 물건임이 확인됐습니다. 그 부품 수와 복잡함, 정교함은 정말 상상 이상의 수준입니다.”

“유물의 예상 연대는요?”

“여러 방법으로 연대 측정을 해본 결과, 최소 3,600여 년 전의 물건들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나는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도무지 믿기 어려운 얘기입니다만…… 일단은 알겠습니다.” 나는 마음을 추스르며 대답했다. 그래, 요원들이 할 일 없이 내게 거짓말을 늘어놓을 리는 없었다. 특히나 이렇게까지 공을 들이는 와중이라면 더더욱. 하지만 그렇다면, 자연스레 다른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왜 제게 찾아오신 겁니까?”

“예?”

“잘 아시겠지만, 저는 기계형 유물의 전문가가 아닙니다. 3600년 전이면 시대도 제 전문 분야가 아니고요. 아니면 혹시 동굴 위치나 예상되는 문화 계통이…… 제 기존 연구들과 관계가 있는 건가요?”

요원은 나를 빤히 바라보다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위치는 극비사항으로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일을 맡게 되셔도 아마 정확히는 알아내실 순 없을 테고요. 그리고 저희는, 지금 기계형 유물의 전문가가 아니라 탐사에 능하고 용기 있는 고고학자가 필요합니다.”

나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요원의 대답은 의도가 다분한 가식적인 칭찬이 담겨있을 뿐 내 의문엔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그것도 이상하네요. 그런 유물이 마흔 점이나 발견됐다면, 탐사도 어느 정도 진행된 것 아닙니까?”

“아닙니다.” 요원이 담담하게 고개를 저었다. “탐사가 진행된 건 동굴 일부에 불과합니다. 탐사대가 아주 깊이 들어가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손이 닿지 않은 부분이 더 많을 거예요. 안으로 들어갈수록 유물이 발견되는 빈도가 올라갔으니, 아마 그 끝에는 유적지가 있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습니다.”

“와우.” 나는 나도 모르게 잠시 헛웃음을 지었다. 솔직히, 요원이 자신들의 의도를 숨기기 위해 농담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말씀해 주신 게 모두 사실이라면, 곧 전설에나 등장하던 초 고대문명들의 실마리를 찾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러나 요원의 반응은 생각과 달리 매우 진지했다. “예, 저희도 그렇게 예상하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나는 살짝 인상을 쓰며 요원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아무래도 농담이 아닌 것 같았다. 요원은 정말 그 끝에 뭔가 엄청난 게 있을 거라 믿고 있는 표정이었다.

“진심이십니까? 근데 그러면…… 전 이해가 더 안 되는데요.” 나는 머리를 굴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요원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이는 어느 고고학자라도 입맛을 다실 만큼 매력적인 얘기였다. 돈을 받는 게 아니라 억만금을 내면서라도 탐사에 끼워달라고 애원할만한 일이기도 했다. 그래서 더 불안하고 이상했다. 이건 조건이 너무 좋아서 오히려 찝찝한, 그런 종류의 이야기였다. “불러주신 건 감사하지만 왜 저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그만한 유적지라면 이미 작업에 투입된 사람들이 눈에 불을 켜고 계속 달려들 것 아닙니까? 공을 나누기 싫으니 인원 보충 같은 걸 원할 리도 없고요.”

요원은 별다른 대꾸 없이 나를 마주했다. 잠시간 침묵이 이어졌다.

요원의 묘하게 착잡한 표정을 보며 내가 계속 말을 이었다. “그렇다고 보안이 문제라면…… 제가 아니라 정보국에 정식으로 소속된 고고학자들을 부르셨을 테고요. 하물며, 접근 자체가 어려운 곳이면 제가 아니라 첨단 장비를 이용했을 거란 말이죠.”

요원은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나는 말을 끊었다가, 힘을 주어 다시 물었다. “저한테, 뭘 숨기고 계신 겁니까?”

요원은 그제야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숨기다니요. 단지 얘기를 하다 보니 아직 말씀드리지 못한 부분이 있을 뿐입니다. 음, 저희가 박사님을 모셔온 이유는…….” 요원은 잠시 눈을 감고 말을 골랐다. 하지만 달리 고를 말이 없었는지 곧 솔직하게 대답했다. “앞선 탐사대가 모두 살아 돌아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후우…….”

나는 침대에 누운 채 불 꺼진 개인 천막의 천장을 바라봤다. 요원들의 안내를 따라 이곳에 도착한 지 어언 이틀 하고도 8시간째. 시간은 이곳을 기준으로 새벽 2시가 훌쩍 넘었지만 도통 잠이 오지 않았다. 천막 너머론 야생동물과 벌레들의 울음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오고 머릿속엔 온갖 잡생각이 가득했다. 탐사 개시가 당장 내일 정오부터였다. 그것만으로도 머리가 터질 듯 복잡한데, 심지어 천막 안엔 날벌레 한 마리까지 윙윙거리며 날아다니고 있었다. 방충 장비가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던데, 어떻게 뚫고 여기까지 들어온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몸을 뒤척여 옆으로 돌아눕자 근처에서 날고 있던 날벌레가 깜짝 놀라 멀어지는 게 느껴졌다.

요원들은 나를 이 불편한 천막으로 데려오는 동안 동굴의 위치를 숨기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 비행기를 타는 동안엔 이동 시간을 가늠할 수 없도록 수면제를 먹였고, 착륙 이후엔 내 눈을 가리거나 밖을 볼 수 없는 차량을 이용해 이동했다. 나는 현지인들을 볼 기회는 당연히 없었고, 지역의 언어가 적힌 표지판이나 소책자 하나 주변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이는 확실히 효과가 있는 방법이었다. 덕분에 나는 이곳이 어디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날씨와 해의 길이, 지형, 주변의 서식하는 동식물의 종류나 특성 등을 이용해 세 군데 정도는 유추해 볼 수 있었지만 그게 끝이었다. 하기야, 만약 그 세 곳 중 하나가 정말 맞는다 해도, 어차피 이 넓은 숲속에서 동굴의 위치를 특정하는 건 처음부터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 지금 여기가 어딘지가 뭐가 중요하겠어. 나는 얼굴 근처로 날아드는 날벌레를 쫓아내곤 눈을 비볐다. 정말 탐사에 함께하는 것 말곤 방법이 없는 걸까. 물론 요원들은 목숨이 위험할 수 있는 탐사인 만큼 억지로 내게 일을 강요할 수 없다는 점을 계속 강조했다. 정 내키지 않으면 집으로 돌려보내 주겠다고도 말했다. 대신, 나에게 평생 감시가 따라붙게 될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덧붙이긴 했지만 말이다.

솔직히…… 글쎄. 정보국이 기밀의 일부를 내보여준 사람을 그렇게 순순히 놓아줄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정말 감시를 붙이면 차라리 다행이었다. 날 집으로 보내준다고 했지 살려서 보내준다고 까진 말하지 않았으니까. 너무 과한 생각인가 싶긴 했지만, 정보국에서 비밀 유지를 위해 들이는 노력을 보면 꼭 아니라고 장담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래. 그래도 이번 탐사는 정말 만전을 기해서 안전하게 진행할 거라고 했었지. 그렇다면 탐사를 수락하는 게 더 안전할지도 몰라. 나는 다시 한번 날벌레를 쫒아내며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 여기서 탐사를 포기한다면, 그럼에도 정말 살아서 집에 돌아간다면, 나는 아마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 안에는 무엇이 있었는지를 평생 못 견디게 궁금해하며 살아갈 거야. 게다가 이건…… 어떻게 보면 일생일대의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젠장할. 나는 자기 합리화를 멈추고 머리끝까지 이불을 뒤집어 덮었다. 이곳에 도착했을 때부터 온몸을 엄습하던 불길함이, 도저히 떨쳐지지가 않았다.

 

 

“동굴 탐사는 정보국의 통제 아래에서만 이미 다섯 번이 진행됐습니다.” 요원은 공항으로 이동하는 차량에서 그렇게 말했었다. “정보국에선 유물에 대한 정보가 확인되자마자 동굴로 탐사대를 보냈었죠.”

으음. 나는 여전히 뜬 눈으로 이불 속에 누운 채 상황을 복기하고 있었다. 우선, 요원에 따르면 동굴과 유물을 처음 발견한 이는 숲과 정글 탐사가 전문인 한 오지 탐험가였다. 그가 우연히 발견한 동굴에서 유물을 확보한 후, 이에 대해 이것저것 알아보는 과정에서 정보국에 소문이 전해졌다는 것이다.

“이것저것이요?”

“유물의 연대나 가치 같은 것들이요. 아, 유물을 팔아먹으려 했던 건 아니고 학술지 발표가 목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요원은 그렇게 대답하며 탐험가를 꽤 괜찮은 사람이라 평가했다. 이야기에 비약이 많아 자세한 내막을 알 수는 없었지만, 어쨌거나 유물의 발견 경로는 그럭저럭 말이 되는 것 같았다.

좋아, 그다음. 정보국은 다섯 번의 탐사에서 다섯 번 다 탐사대를 잃은 건 아니었다. 요원은 정보국이 그 첫 번째 탐사에서 별 탈 없이 열 점에 달하는 유물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굴이 생각보다 더 깊고 험난해서 일정 지역 이상 진입할 수는 없었고, 이후 추가적인 정비를 마친 뒤에야 조금 더 깊은 곳을 탐사할 수 있었다고도 했다. 그 두 번째 탐사에서 정보국이 확보한 유물은 서른 점 이상. 그들이 확보한 마흔 점 이상의 유물은 모두 이 두 번의 탐사에서 얻어낸 것들이었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문제는 그다음 부터였다.

탐사대는 두 번째 탐사 끝에 거대한 물웅덩이가 있는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

“차라리 거기서 멈췄으면 좋았을 거란 생각을 가끔 합니다. 꼭 동굴이 거기서 끝난 것처럼 보였다고 했으니까요. 하지만 탐사원들은 끝내 그 물웅덩이 아래에 통로가 있고, 그 너머에 다시 동굴이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했죠.”

솔직히 탐사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라도 거기서 탐사를 멈추진 않았을 테니까. 게다가 동굴의 길이 간간히 물로 막혀있는 건 생각보다 흔한 일이기도 했다.

탐사대는 이전보다 훨씬 더 대대적인 준비를 마치고 세 번째 탐사에 돌입했다. 그들은 잠수 장비를 이용해 새 길을 찾아냈고, 이에 대한 내용을 탐사 캠프에 송신한 뒤 동굴의 더 깊은 곳으로 발을 옮겼다. 하지만 탐사대의 운명은 거기까지였다. 물웅덩이 너머로 향했던 탐사대원들은, 그 누구 하나 살아서 돌아오질 못했다.

“처음엔 물웅덩이 때문에 통신에 오류가 난 줄 알았습니다. 그다음엔 동굴 지반이 무너졌다던가 하는 사고가 일어난 줄 알았죠.” 문득 그렇게 말하며 입술을 깨물던 요원의 얼굴이 떠올랐다. “빠르게 구조대를 보낼 수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깊은 동굴 탐사는 원래 몇 주씩 걸리지 않습니까? 상황 파악도 늦었고, 이를 확인해 줄 만한 인력도 근처에 없었어요. 게다가, 애초에 동굴 탐사의 스페셜리스트들이 들어가 연락이 끊긴 마당에…… 어지간한 사람들을 그 안쪽까지 들여보낼 순 없었습니다.”

하여 정보국은 최대한 빠르게 새로운 탐사대를 조직해 동굴에 투입시켰다. 정보국내의 전문가들과 동굴 탐사의 내로라하는 유명인들을 섭외해 만든 탐사대였다.

원래 동굴이란 장소의 특성상 무겁거나 부피가 큰 장비를 가져가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이는 해당 동굴 또한 마찬가지였다. 길은 험하다 못해 높이부터가 들쑥날쑥하고, 깎아지른 절벽이나 사람 하나가 간신히 기어들어 갈 만한 좁은 통로들이 수두룩하게 존재했다.

그럼에도 정보국은 각종 기계장비와 탐사용 로봇들, 상황을 일일이 밖에 전달해줄 영상 송출 장비를 대동해 탐사를 진행했다. 요원에 따르면, 이 네 번째 탐사는 이전 탐사대의 상황을 확인하기 위한 선발대와, 장비 운반을 위한 통로 보수와 통신을 위한 송수기를 설치를 진행하며 천천히 진입하는 후발대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러나 선발대는 이번에도 누구 하나 밖으로 돌아오지 못했고, 늦게나마 물웅덩이 너머에 도착한 후발대 또한 생각지 못한 문제에 봉착했다.

“가져간 장비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고장 났다고 합니다.”

생각지 못한 요원의 전개에 내가 되물었다. “예?”

“전부 다 고장 난 건 아니고 디지털 장비들이 문제였죠. 전자기펄스. 흔히들 EMP라고 부르는 현상 때문이었어요. 동굴 안쪽에선 몇 분에 한 번씩 EMP가 발생합니다.”

“그게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건가요?”

“글쎄요. 저도 전문가가 아니라 확답을 드리긴 어렵습니다만, 기본적으로 핵폭발에 의해 발생되는 현상이란 건 말해드릴 수 있죠.”

그러니까, 거의 불가능하단 소리 아닌가? 그런 게 몇 분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발생한다니. 어쨌든 네 번째 탐사대는 이로 인해 탐사를 중지했다. 정보국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통신 장치나 탐사용 로봇들은, 당연히 모두 디지털 기반의 장비들이었다.

탐사대는 어쩔 수 없이 방폭 장비와 아날로그 장비들로 재무장한 채 다섯 번째 탐사를 떠났다. 혹시 몰라 들고 가는 아날로그 카메라에는 로프는 물론 회수를 염두에 둔 충격 방지 장비까지 주렁주렁 달아 놓은 상태였다.

나는 얘기를 떠올리며 다시금 이를 물었다. 결국 탐사대는 약속한 시각을 한참 넘기도록 돌아오지 못했다고 했다. 물웅덩이 밖에서 대기 중이던 일부 인원들이 또 다른 카메라와 안전장치를 들고 물길을 건너갔지만 소득도 없었다. 사람들은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 직접 상황을 확인하는 대신 로프에 연결된 카메라를 회수해 보기로 결정했는데, 이마저도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번에는 단순한 사고라고는 볼 수 없었습니다. 그들이 가지고 갔던 로프가 아주 깔끔하게 잘려있었으니까요.”

온갖 망상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얘기였다. 대체 무엇이 있어야 로프를 ‘깔끔하게’ 잘라낼 수 있다는 말인가. 동물에 의한 공격도, 날카로운 구조물에 갈려 나가는 것도, 불에 타 끊어지는 것도 깔끔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사실 이런 방법들로는, 정보국에서 준비한 로프를 ‘끊어내는 것’조차 불가능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혹시, 탐사대가 자의적으로 로프를 끊어낸 것은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확실히 로프가 어떻게 잘렸는지는 대답할 수 있었다. 대신 다른 질문이 생겨나지만. 도대체…… 왜?

바로 그 순간, 나는 뭔가가 인중을 기어오르는 느낌에 깜짝 놀라 고개를 흔들었다. 어느새 날벌레가 이불 속에 들어와 있었다. 이런 염병할! 나는 생각을 방해받은 것에 짜증이 치솟아 이불을 세게 걷어 젖혔다. 이놈의 날벌레는 왜 자꾸 내 얼굴에 달라붙으려는 알 수가 없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막의 불을 켰다. 그리곤 날벌레를 잡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한참이나 주변을 살폈다. 약 십여 분간 벌레를 잡기 위한 사투가 벌어졌다. 이놈의 벌레는 시야 밖으로 도망치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들고, 내 손길을 벗어나며 끊임없이 나를 약 올렸다. 하지만 이는 고작 인간과 벌레의 추격전이었다. 내가 끝까지 집요하게 달려들면, 심지어 이렇게 좁은 공간에서라면 내가 질 수가 없는 싸움이었다. 나는 결국 날벌레에게 정타를 먹일 수 있었다.

짝!

‘인간의 승리다. 이 자식아.’

커다란 박수 소리와 함께 날벌레가 내 양 손바닥 사이로 사라졌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내 손바닥에서도 생각지 못한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졌다. 응당 모기를 때려잡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손바닥을 들어 보자 양손 모두 유리에 찔린 듯 핏방울이 배어 나오는 게 보였다.

나는 손바닥을 살피다가 그 한쪽 상처에 반쯤 구겨진 날벌레가 박혀있음을 확인했다.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아 손바닥을 털어냈다. 놈은 반쯤 구겨진 상태에서도 죽지 않고 움찔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날벌레는 틱, 하는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나는 놀란 마음을 진정시킨 뒤에야 바닥에 쭈그려 앉아 놈을 자세히 바라봤다. 날벌레는 난생처음 보는 종이었다. 아니, 그보다는…… 곤충이라기엔 뭔가 이질적인 느낌이었다. 분명 날개도 다리도, 몸통도 곤충의 형태를 하고는 있지만, 그 몸통과 날개의 색감이, 질감이 기분 나쁘도록 특이했다. 이곳에 처음 왔을 때부터 느꼈던 불길함이, 날벌레의 구겨진 몸통에서도 풍기고 있었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날벌레의 몸을 다시 건드려 보았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촉감을 통해 끔찍한 확신이 들었다. 놈의 몸은 분명히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설마. 소름이 온몸을 타고 올랐다. 머릿속의 퍼즐이 맞춰지는 기분이었다. 놈이 왜 자꾸 내 얼굴에, 그것도 코 근처에 달라붙으려 했는지 알 것만 같았다.

나는 놈을 집어 들고 급히 천막을 뛰쳐나갔다. 하지만 천막을 나가자마자 사방에서 윙윙거리는 날갯짓 소리가 나를 가로막았다. 사방에 켜져 있는 탐사 캠프의 불빛 아래 날벌레들이 까맣게 몰려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날 마지막으로 내 눈에 담긴 장면은, 금속으로 이루어진 수많은 날벌레가 나에게 날아드는 모습이었다.

 

 

탐사 당일, 남자는 의뢰를 포기하고 자신을 집으로 돌려보내 주길 요청했다. 정보국은 예상과 달리 순순히 이를 받아들였고, 무탈히 그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우여곡절 끝에 집으로 돌아온 남자의 생활에 다른 점이 생겼다면, 정말 24시간 내내 그를 감시하는 눈길이 생겼다는 것뿐이었다.

얼마 뒤, 남자는 요원을 통해 정보국의 여섯 번째 탐사 또한 실패로 돌아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온 사방에서 모아 온 사람들과 각종 장비들, 심지어 전투 병력까지 투입된 탐사였음에도 생환자가 없다는 소식이었다. 남자는 예상했던 결과에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정보국의 기술력으로는, 영원히 동굴 끝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남자가 혼자 있는 어느 날 누군가 그 집의 현관문을 두드렸다. 딩동. 인터폰 너머엔 웬 동네 아저씨들이 모여 있었다. 하지만 개중엔 남자가 아는 얼굴이 하나 껴있었고, 그가 무슨 일을 하는지 뻔히 아는 그는 그들을 집 안으로 불러들였다.

“정말 죄송하지만, 다시 한번 탐사 합류를 부탁드리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요원은 자리에 앉자마자 남자를 향해 그렇게 말했다.

남자는 요원의 눈을 바라보며 착잡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둘은 여섯 번째 탐사에 대해 짧게 이야기를 나누었고, 남자는 결국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벌써 돌아갈 때가 된 건가. 남자가 생각했다. 유희는 여기까지였다. 그동안 모아놓은 윗세계의 자료들도 아마 충분할 정도로 차고 넘치리라.

남자와 요원은 가만히 서로의 눈을 마주했다. 둘의 눈은, 예전과 달리 묘하게 검은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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