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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두기
이 글은 연작 단편 〈우주선 임라나 시리즈〉의 일부입니다. 은하 연방을 무대로 온갖 허드렛일을 처리하는 지구 출신 말단 공무원(자칭 선장)과 인공지능 부관의 모험담을 그립니다.
시간상으로는 단편 「비눗방울(웹진 크로스로드 게재)」의 다음에 해당합니다.


우주에 쓰레기를 버리지 마세요



〈워나스-마바이〉는 하나의 장소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우리 은하에서 내가 아는 곳만 해도 최소한 서른 곳은 넘게 있다. 일반적으로 은하 연방의 수도 혹은 직할 관청을 가리키는 이름이기는 하지만 특정한 한곳을 지칭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나를 비롯한 연방 자유민들은 저마다 자신이 생각하는 워나스-마바이를 얘기한다. 종종 두 사람이 서로 다른 곳에 있는 워나스-마바이에 대해 얘기하는 경우가 생기지만 크게 상관은 없다. 외견에 차이가 없는 건 물론이고 내부적으로도 실질적으로 동일하기 때문이다. 공간적 제약 때문에 복수로 존재하는 것일 뿐 그 내용이나 권한에 차이는 없다. 적어도 서류상으로는 말이다.
즉 당신이 어디에 있는 워나스-마바이를 방문하든 그곳은 은하 연방의 유일한 수도 워나스-마바이가 된다.
그렇다고는 해도 나 같은 말단이 워나스-마바이를 방문한다는 건 흔치 않은 기회이며 영광스런 일이기도 하다. 아쉽게도 지금 내 경우는 그저 단순한 업무상의 소집일 뿐이지만…… 워나스-마바이에서 상주하며 일할 수 있으려면 어느 정도의 능력과 운이 있어야 하는 걸까? 나의 근속연수와 인사고과를 생각해보면 우주가 한번 망했다가 빅뱅부터 다시 시작하는 편이 더 빠를지도 모르겠다.
아니, 아니. 스스로를 너무 비하할 필요는 없지. 이번만은 지난번과 다르다. 예감이 좋거든. 구체적 용건의 명시도 없이 워나스-마바이로 호출했다는 자체가 일반적인 상황과 다르다는 것은 나도 짐작할 수 있었다. 혹시 위에서 내 능력을 인정해서 비밀 요원으로 발령이라도 해주려나? 아님 의도하지도 않았던 일이 큰 선행으로 이어져서 훈장이라도 추서되었다든지?
그야 그렇게 따지만 정반대의 경우일 수도 있지. 비밀리에 제거해버리기 위해 불렀다면 지금 나는 식충식물을 향해 날아가는 일벌 꼴이란 말인가…….
순간적으로 떠오른 불안은 뮤온보다 더 빨리 사라졌다. 애초에 망상 속의 꿈 속에서 꾸는 꿈 속의 망상 같은 생각이다. 사실 나는 소풍가기 전날의 아이처럼 마냥 들떠 있었다. 평소라면 도착 직전까지 잠을 자고 있었겠지만 그럴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육안으로 워나스-마바이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워프웨이를 빠져나온 즉시 깨어나 브리지로 나왔다. 〈임라나〉의 속도가 안정되면서 붉은색 별들이 점차 푸르게 변했다. 팽창하는 붉은 우주 속에서 짧은 순간이나마 눈을 편안하게 해주는 청색편이는 언제 봐도 반갑다.
“선장님이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니 안심이 됩니다.”
건조한 목소리가 인터폰을 통해 들려왔다.
“너 깨어 있었냐? 날 계속 지켜보고 있었던 건 아니겠지?”
“선장님과 비슷하게 깨어났습니다. 플라잉바이 항법으로 전환하기 전에 전체적으로 우주선 상태를 살펴볼 필요가 있어서요.”
“그럼 너도 여기 나오지, 부관?”
“아직 실측 제어 장치의 점검이 끝나질 않았습니다. 마무리되는 즉시 브리지로 이동하겠습니다.”
호출 명령이 너무 반가워서 출장지에서 곧바로 돌아오느라 우리 임라나가 무리를 한 모양이었다. 원래는 중간에 정비와 보급을 위해 들러야 하는데 한시라도 빨리 가고 싶어서 서두르다가 결국 고장으로 시간만 더 잡아먹고 말았다.
다행히도 이런 선장과 대조적으로 부관은 꼼꼼하고 믿음직스러운 녀석이었다. 무엇보다 문제는 사랑스런 우주선 임라나가 너무 오래되어 낡았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몰고 다니며 꽤 정이 들긴 했지만 이제는 바꾸지 않으면 불편할 뿐더러 위험할 지경에 이르고 말았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어느 모델이든 임라나의 조타수만 설치하면 그 우주선은 나의 임라나가 된다. 조타수라는 낱말이 너무 고전적인 취향의 발로라면 조종과 제어를 담당하는 인공두뇌라고 할까? 나는 아무래도 우주와 우주선을 보면 바다 위를 떠다니는 배를 연상하고 마는 지구 출신이라서 그런지 선장이나 조타수 같은 용어를 굳이 붙인단 말이지. 어디서 어떻게 살든 어릴 때 버릇은 결국 못 고치는 법.
덧붙여 오래 만나진 않았지만 부관 녀석도 이제는 내 장단을 잘 맞춰준다. 내가 덤벙대는 만큼 부관이 착실하니까 어떻게든 우주선이 잘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흄 타입 육체를 벌써부터 입고 계시다니 무슨 일이죠? 무중력 공간에선 불편하실 텐데요.”
“심장이 막 두근대고 떨리는 게 기분이 좋아서 그래.”
부관 녀석은 인공지능이라서 잘 모른다. 물리적인 육체를 갖고 있을 때 느껴지는 실감이라는 것을 말이지.
나와 같이 육신을 갖고 태어난 생물 출신을 내추럴, 부관처럼 처음부터 가상공간에서 태어난 디지털 지성체를 인공지능이라 한다. 이건 내가 편의적으로 지구 언어로 만들어 부른 것이고 실제로는 이런 식으로 구분 짓지 않는다. 대신 연방 차원에서는 일종의 신분제도로 두 개체를 차별했다.
능력에서 앞서도 녀석이 부관이고 떨어져도 내가 선장인 이유는 신분의 차이 때문이라는 얘기지.
“선장님 육체 상태를 점검하기 위한 접속 허가를 내려주시겠습니까?”
“싫어. 내 몸은 내가 알아서 관리해.”
하급자에게 자기 정보를 열람할 권한을 주는 멍청한 상급자도 없는 법이지.
“표면적으로 볼 때 심박수의 이상은 감지되지 않습니다만.”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야. 넌 은유나 비유도 모르냐?”
“단어의 의미라면 알고 있습니다.”
“알면 뭐하냐, 적용이 안 되는데. 심박수가 변한 게 아니라 설레는 마음 때문에 심장이 거세게 뛰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거지.”
“감정을 물리적 변화로 치환하여 가정한다는 얘긴가요?”
“답답하기는. 지구인 육체는 심정에 따라 실제 물리적 변화를 일으켜. 흥분하면 심장이 뛰고 무서우면 추워지고, 긴장하면 손바닥에 땀이 난단 말이지. 넌 지구까지 갔다 와놓고도 지구인의 심리를 그렇게 모르냐? 림팡 퉁이여.”
“그 이름은…… 차라리 평소대로 부관이라 불러주십시오.”
“‘차라리’라니?”
나는 굳이 고개를 돌려 모니터 한쪽을 쏘아보았다. 고개를 돌리거나 쏘아보는 등의 불편한 행동은 다 무의미한 짓임을 알고 있다. 순전히 지구 위에 두 발을 붙이고 살던 시절의 버릇일 뿐. 연방의 시민으로 적응하지 못했음을 반증하는 걸지도 모르지. 그렇다고 나만 그런 것도 아니고. 어차피 은하 구석구석의 온갖 행성에서 온갖 어중이떠중이들이 자기네 살던 버릇을 못 고치고 오만 잡스런 행동을 하고 있을 텐데.
사회가 거대해지고 유입 인구가 늘다보면 늘 그러기 마련이다.
“내가 모처럼 널 지구로 데려가서 관광도 시켜주고 지구식 이름까지 붙여줬는데 그렇게 나오기냐, 림팡 퉁아?”
“그걸 관광이라고 표현합니까……. 지구 원주민들은 사냥이나 전쟁보다 관광 도중에 죽을 확률이 더 높은 모양이죠?”
쳇. 분하지만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휴가차 고향에 갔다가 휴식과 재충전은커녕 봉변과 마음고생만 심했던 사연에 대해서는 다음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지도. 지금은 그런 잡상에 시간을 허비할 때가 아니다. 쓸데없는 기억은 죄다 압축해서 저장해놓고 오직 워나스-마바이에 대해서만 생각하기로 했다. 연방의 꽃! 정치와 행정의 중심지!
아아, 나도 이제 그런 곳에서 폼 나게 일하면서 살고 싶구나…….
“점검 완료.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일 뿐입니다만 당장 운행은 가능합니다. 아무래도 제대로 정비를 받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료도 충분치 못하고요.”
“안 그래도 일 마치고 갈 생각이야.”
아예 우주선을 새로 뽑는 것도 고려중이지. 예산만 충분히 주어진다면 얘기지만.
“이제 곧 브리지로 가겠습니다.”
“그래, 빨리 와라.”
“저도 흄 타입을 입어야 하나요?”
“그래야지.”
흄은 무중력에서는 활동하기가 불편하지만 굳이 입은 이유는 그게 일종의 예절이며 양식이기 때문이다. 워나스-마바이 같은 영광스러운 장소에 출석할 때는 자기 종족 고유의 육체에 가까운 상태를 하고 가는 게 불문율이다. 지구에서도 결혼식에 정장을 입거나 장례식에 검은 옷을 입는 게 예의인 것처럼 말이다. 명문화된 법칙은 아니지만 관습화된 문화이자 규율이 된 지가 오래라서 굳이 왜 그러냐고 따지는 몰상식한 녀석은 아마 없을 거다.
다만 인공지능은 원래 육체가 없는 애들이라 뭘 입고 가든 크게 상관은 없을 텐데…… 이럴 때는 주인이자 상관인 나를 따라가는 게 역시 예의겠지. 그래서 부관도 나처럼 흄을 입고 브리지로 나왔다.
흄은 신장 3m 정도에 작은 머리 하나와 긴 팔다리를 한 쌍씩 갖고 있는 좌우대칭 직립형 육체다. 즉 내가 지구에 살던 무렵 별을 점령한 지적 생명체와 가장 흡사한 외모라는 뜻. 다른 점이라면 덩치가 크고 몸 색깔이 은청색이라는 점인데…… 지구가 골디락스 행성 중에서는 중력이 센 편이라서 지구인은 연방 표준보다 약간 덩치가 작다. 이건 뭐 어쩔 수 없는 거고.
피부색은 조절이 가능하긴 한데 별도 동력원 필요 없이 주위의 빛을 흡수해서 쓸 수 있는 광전지 피부로 세팅하는 게 제일 편하고 효율적이므로 그대로 둠. 어차피 지구인 피부색이 누런지 파란지 아는 놈도 없을걸.
브리지 출입구가 소리 없이 열리며 나와 똑같이 생긴 은색 육체가 둥실 떠서 다가왔다. 이제 워나스-마바이는 메인 카메라의 확대 영상으로 뚜렷하게 볼 수 있다.
“진입 허가 신호가 도착했습니다.”
부관은 조타수를 통해 출입국과 교신을 주고받으며 출입 허가 번호를 발급받고 진입할 스테이션의 번호 및 이동 경로를 확인했다. 드나드는 수많은 우주선의 모습이 스크린에서 육안으로 확인 가능했다.
워나스-마바이는 촘촘하게 겹쳐진 원형 구조물이다. 둘레는 700만㎞. 그 중심에는 블랙홀이 있다. 블랙홀은 그냥 검지도 않으며 심지어 구멍도 아니라는 건 고대 지구인들도 이미 알고 있었다. 이 녀석은 고리 모양으로 생겼는데 끊임없이 회전하며 흡수하는 만큼 전자기파를 방출하기도 한다. 그러면 작용권(에르고 영역)에 접한 워나스-마바이가 이를 빨아들여 에너지로 쓴다. 물론 크기가 지름 1.5㎞ 짜리 소형이라서 블랙홀치고는 수명이 짧겠지만 우리 기준에서는 사실상 영구기관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
겹쳐진 다층 구조물이 각도를 바꾸며 펼쳐지면 구형이 되어 완전히 감쌀 수 있는 걸로 알지만 실제로 보거나 들은 적은 없다. 그 정도 고효율을 요구하지 않을 정도로 에너지는 풍부하게 보급 받고 있을 테니까. 반대로 고리 모양을 끊어서 일종의 뱀장어처럼 유유히 우주를 이동할 수도 있는 모양이다. 블랙홀이 폭발하거나 소멸할 때 떠나기 위한 용도라서 역시 실제로 보지는 못했다.
회전하는 워나스-마바이 가장 외측 표면은 수많은 가시가 돋은 반지처럼 우주선을 수용하는 항구가 설치되어 있다. 관청의 중추는 아마도 그 아래의 아래의 아래 깊숙이에 있을 것이다.
표현은 가시라고 했지만 가까이 근접하면 그 하나하나가 거대 규모의 우주항임을 알 수 있다. 임라나처럼 작은 우주선이라면 가시 하나에 100대도 넘게 정박할 수 있다. 지구 정도의 하급 문명권이 똘똘 뭉쳐서 모든 자원과 능력을 총동원해도 이거 한 개를 흉내도 못 낼 것이다. 1000분의 1 정도로 작은 미니어처나 겨우 만들 수 있을까.
임라나는 우아한 황금나선을 그리며 근접하여 스테이션과 랑데부를 했다. 상대속도를 맞추자 거대한 팔뚝이 움직여 임라나를 단단히 붙잡았다. 이제 우주선을 정지시켜도 안전하다. 팔뚝 하나는 마치 손가락 없는 손으로 입구를 거머쥐듯 감싸고 있다. 우리는 문을 열고 그 팔뚝 속을 지나 항구 내부로 이동했다. 사전에 입항 신고를 마쳤기 때문에 통로의 크기는 우리 신체에 적합했다. 아주 드물게 극도로 작거나 거대한 생물이 특사 자격으로 방문할 때는 그에 맞는 다른 통로가 준비된다는 모양이다. 역시 본 적은 없지만.


* * * * *


흰색과 은색이 주를 이룬 통로를 지날 때는 위치나 방향 감각을 잊기 쉬웠다. 그래도 구조물의 회전에 의한 인공중력은 확실하게 작용하고 있어서 천장과 벽과 바닥의 분간은 쉬웠다. 일반적인 무중력 우주항구에 있는 구별이 없는 원통형 통로와는 달랐다.
엘리베이터를 타자 비로소 연방 수도에 있다는 실감이 들었다. 투명창을 통해 보이는 이웃 엘리베이터, 합쳐지는 대규모 통로에서 만나는 수많은 이들은 재미있는 볼거리였다. 상당수가 우리처럼 표준 육체를 입고 있음에도 일부러 화려한 제복이나 거추장스러워 보이는 자기네 민족의 전통의상을 두르고 있었다. 앞서 말했듯 예절을 지키는 건 물론이고 자기 행성과 종족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자부심의 표현일 거다. 여기 말고는 관광지의 축제나 고급스런 사교 클럽에서밖에는 볼 수가 없는 행렬이다. 여기가 바로 워나스-마바이. 은하계 정치, 문화의 중심지.
“이럴 줄 알았으면 뭐라도 더 입고 올 걸 그랬다, 야.”
자격지심 때문인지 혼잣말처럼 중얼대며 부관을 슬쩍 보니 얼굴만은 태연했다.
“너 여기 처음이냐?”
물론 아까도 말했지만 워나스-마바이는 어디에 있듯 다 같은 곳이다. 따라서 내 질문은 물리적으로 이 장소에 처음 왔냐는 의미가 아니다. 그리고 듣는 부관 역시 같은 의미로 알아들었다.
“처음은 아닙니다. 몇 번 온 적이 있죠. 흄으로 온 적은 처음입니다. 여긴 그래도 인공중력이 있으니까 참을 만하지만 이동이 불편하잖아요.”
불편한 건 우리만이 아니었다. 바로 앞에선 머리 위로 부풀여서 둥실 띄워놓은 천 장식물을 촉수로 누르려고 애쓰는 이들이 있었다. 환기구에서 나오는 바람에 천이 내 얼굴을 휘감기도 했다. 상대가 사과하는 척도 안 하는 게 조금 짜증이 났지만 머뭇거리는 것보다 빨리 이동하는 게 더 반가운 혼잡한 통로라서 참고 넘어갔다.
누누이 말하지만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자기네 종족 고유의 모습과 옷차림을 갖추는 게 이곳의 문화란 말이지. 저들의 다양한 표정 속에서 짜증이나 난처함보다 자만과 느긋함을 읽을 수 있는 이유도 그래서이다.

같이 오기는 했으나 정식 방문 명령을 받은 건 나 혼자. 따라서 도중 카페에서 부관과 헤어져 혼자 이동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인공 육체의 심장은 실제로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았지만 머릿속에서는 두근대는 심장과 빨라진 맥박이 눈에 보일 듯 선명하게 느껴졌다.
드디어 태어나서 처음으로 집정관(執政官)을 만나게 된 것이다. 그것도 물리적으로 손을 뻗으면 닿을 정도의 지근거리에서 말이다.
은하 연방의 중추이고 지도자이며 관료이기도 한 집정관은 민족과 언어에 따라 수많은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의미는 내가 붙인 집정관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 모른다. 다만 미개하거나 정교분리가 영영 안 되는 문명권에서는 신 혹은 신의 대리인으로 호칭되는 경우도 있다.
굳이 공통점을 찾는다면 어떤 언어로도 복수로 표현하는 법이 없다는 정도. 그들의 개체수가 제아무리 많다고 해도 그는 늘 단수였다. 그 말은 어느 개체를 만나더라도 곧 단 하나의 집정관을 만난 것과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그들의 통합된 정보-의식 네트워크는 물리적 거리에 따른 시간차는 있을지언정 결국 한 덩어리로 이어진 거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집정관끼리는 떠넘기기나 책임 회피가 있을 수 없다. 팔이 한 짓을 머리가 부인하고 다리가 한 짓을 엉덩이가 부인할 수 없듯이.
그런 점에서는 워나스-마바이와 집정관이 표리일체라고 할 수 있다. 은하 연방에는 무수히 많은 관청과 지도자가 있으나 그 모두가 하나의 워나스-마바이요 집정관이다.
많다고 표현은 했지만 나 같은 말단이 쉽게 만날 수 있는 분은 아니다. 위에는 위가 있다고 더 높은 분도 있기는 하다. 그야말로 은하의 신이라고나 할까. 저급한 문명권에서는 그런 식으로 대할지도 모르겠지만 나 역시 존재만 알지 실제로 보거나 만난 적은 없다. 실제 통치는 집정관이 도맡고 있으니 국가로 비유하자면 입헌군주제의 국왕과 수상에 해당할 것이다.
긴 통로와 몇 개의 관문을 거친 다음에야 나를 기다리고 있는 보좌관을 만났다. 여기까지 오는 내내 통로는 무미건조하고 단조로웠다. 연방의 지도자와 설계자들은 실용주의와 미니멀리즘의 신봉자가 아닐까. 일체의 치장도 없는 통로는 버려진 채 떠도는 무인탐사선처럼 쓸쓸해 보였다. 분명 여기 어딘가에는 박물관에 해당하는 장소가 있을 거다. 여러 행성과 문명에서 채집하고 얻어오고 사오고 간혹 훔치거나 빼앗아오기도 한 동식물(표본이든 박제든)과 예술품과 기념품 같은 것들이 잔뜩 있을 게 틀림없다. 분명한 건 집정관은 전리품과 약탈품, 그리고 사냥한 희생자의 박제를 저택이나 관저에 여봐란듯이 전시하는 저급한 문명권의 침략자들과는 격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보좌관은 둥그스름하고 땅딸막한 몸뚱이에 긴 팔 네 개와 길쭉한 꼬리지느러미를 갖고 있었다. 그런 의모의 이유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즉시 알 수 있었다. 하강하면서 느껴졌던 무중력의 감각이 유지되고 있던 것이다. 보좌관의 팔 두 개는 손가락이 있고 뒤쪽 두 개는 손 대신 지느러미가 달렸다. 녀석은 무중력에서 헤엄치기 위한 최적의 육체를 소유하고 있었다.
준비가 안 된 육체를 가진 나는 약간 허둥댔으나 엘리베이터가 열리면서 복도 양쪽에서 튀어나온 손잡이와 벨트를 이용해 몸을 고정하고 중심을 잡았다. 보좌관에게 찾아온 용건을 말하고 준비해온 몇 가지 선물을 전달했다. 물론 집정관에게 현물은 별 의미가 없다. 내가 가져온 건 정보들이다. 특히 의도한 건 아니지만 지구에서 가져온 정보가 흥미를 끌어줄 희귀자료가 되지 않을까 은밀히 기대하고 있다.
수속이 끝나자 긴 꼬리지느러미를 휘젓는 보좌관을 따라 접견실로 들어섰다. 내부는 지름이 300m 정도 되는 속이 빈 원통형 공간이었다. 장착된 기본 렌즈로는 천장과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내가 들어온 문 아래로 발코니와 비슷한 공간이 옆으로 완만한 곡선을 이루며 뻗어 있다. 아마도 일정한 간격으로 문이 더 있는 것 같았다.
기다리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았다. 거의 아무런 소리도 없이 까마득한 아래쪽에서 거대한 물체가 불쑥 솟아올랐다. 뒤를 따르듯 묵직한 바람이 휘몰아쳤다. 몸이 떠오를 것만 같아 난간을 꽉 쥐었다. 물론 벨트를 매고 있어서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날 리는 없지만.
미리 밝히지만 내 표현력엔 한계가 있다. 지구 출신 촌뜨기가 하는 묘사임을 감안해주었으면 좋겠다. 결국 처음으로 직접 본 집정관의 외모는 내가 아는 지구의 사물을 동원해서 갖다 붙이는 비유로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
몸통 길이는 800m 정도, 아래쪽으로 뻗은 촉수 부위는 끊임없이 움직이는데 길 때는 2㎞ 이상 늘어나는 듯했다. 첫눈에 볼 때 지구 생물 중에서는 오징어와 가장 닮았다. 몸통이 옥수수처럼 생긴 오징어를 상상해보라. 다만 길쭉하기만 한 게 아니라 약간 통통한, 달걀에 가까운 형태다. 표면을 뒤덮은 낱알 하나하나는 크롬 도금을 한 것처럼 매끄럽게 반짝이고 있다. 저 하나의 알갱이 속에 행성 하나를 지배하는 종족 전체에 맞먹는 정보량이 들어있음이 분명하다. 동시에 하나하나가 은하 저편까지를 꿰뚫어보는 민감한 고성능 카메라일 것이다. 지금도 집정관은 자신이 맡은 은하 연방의 한 구역을 철저하게 관측하고 기록하고 있다.
그 크롬 옥수수 밑으로 눈이나 얼굴에 해당하는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곧바로 세 개의 큰 오징어 다리가 뻗었고 그보다 작고 가느다란 촉수 수준의 다리가 수십 개 달려 있다. 다리에 빨판 같은 건 보이지 않고 매끄러우며 몸통과 마찬가지로 금속으로 만든 인공물의 느낌이 난다. 그럼에도 다리들은 바다 속 해파리처럼 유연하게 움직이고 있다. 물속을 유유히 떠다니는 듯한 품새다.
집정관은 고위 관료가 으레 그렇듯 지시를 내릴 뿐 직접 행동하지는 않는다. 저들은 아마 이 원통형 공간에서 평생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임무는 은하 연방을 관찰하고 통치하는 것이다. 즉 연방을 사람에 비유하면 머리에 해당하는 존재고, 내가 바로 손가락이나 발가락 끄트머리라는 얘기다.
나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은빛 알갱이(작은 알갱이 하나도 대각선 길이 6m 정도 되었다) 표면이 물처럼 일렁이더니 빛을 뿜는 스크린으로 바뀌었다. 화면 아래쪽에는 몇 개의 구멍이 움푹 들어갔다. 하나는 마이크이고 하나는 스피커 역할일 것이다. 다른 구멍이 어떤 용도인지 내 능력으론 알 수가 없다.
“요하네스 라하이, 반갑습니다.”
구멍 하나에서 목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스크린에도 같은 내용의 글자가 떠올랐다. 상대방의 시청각 인지능력을 배려하는 모양이었다.
다리 하나가 슥 올라오더니 내 앞으로 다가왔다. 굵기는 내 허리보다 몇 배나 두꺼웠다. 표면은 좀 더 짙은 회색이라 반사되지는 않았다.
다리 끝이 부풀어 오르며 꿈틀거리더니 나와 꼭 닮은 흄 타입의 형상으로 변했다. 등에서 이어진 길쭉한 다리 때문에 꼭두각시 같기도 하고 촉수 괴물의 습격을 받아 등을 찔린 사람 같기도 한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다.
“인사를 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그러면서 한쪽 손을 내게 내밀었다. 나름대로 방문객에 대해 조사를 하고 예의를 표하려고 애를 쓴 모양이지만 지구에도 민족과 나라가 많고 문화와 풍습은 다양하기 마련. 내 생전에 거의 해본 적 없는 악수는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그를 따라서 손을 내밀고 맞잡은 채로 가볍게 세 번 흔들고 손을 떼었다. 손은 부드럽고 차가웠다.
인사를 끝내고서도 다리는 여전히 모습을 유지했다.
“대화의 편의를 위해 이 모습으로 얘기를 하겠습니다.”
“네, 뭐, 그러시죠.”
제 딴엔 나를 위해서 신경써준다고 하는 것 같은데 아무리 좋게 봐줘도 거추장스러운 요식행위였다. 당연히 겉으로 표현해선 안 될 생각이었다. 내가 감히 상급자를 거스를 것 같나. 그냥 억지로 웃으면서 그러라고 했지.
웃기는 건 여전히 목소리는 뒤에 있는 스피커에서 나온다는 점이었다. 이건 어디를 보고 대화를 해야 할지 더 헷갈리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최소한 거대한 크롬 옥수수보다는 사람 형상이 대화상대로는 더 나을 것 같아서 이쪽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고향에 다녀오셨지요? 어떠셨습니까?”
“안 그래도 선물로 영상을 좀 담아왔습니다. 어떻게, 흥미에 맞으실지……”
찬스가 왔다. 바로 아부 모드로 변경하여 보좌관에게 전달했던 지구에서 수록한 정보를 언급했다. 집정관은 곧바로 전송을 받고 열람하는지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의 마음을 사로잡을 가장 적합한 뇌물은 바로 정보다. 집정관이 탐욕스레 수집하고 흡수하는 건 바로 새로운 지식과 새로 발견한 행성과 문명과 생물의 발견이다. 그렇게 은하계 전체를 통째로 담아서 기억하는 게 필생의 목적이자 존재의 이유임이 분명했다.
제아무리 은하 연방 데이터베이스에도 변두리 행성 지구에 대한 정보량은 극히 적을 게 분명했다. 그나마 있는 것도 내가 지구에 살던 무렵의 낡고 오래된 내용일 거다. 지금 지구는 그로부터 무려 3억 년이 흘렀다. 같은 별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많은 게 변했다. 이 정도면 꽤나 흥미로운 선물이 아닌가.
이내 상대방은 양손바닥을 보이고 눈끝을 내려서 이해한다는, 동정한다는 제스처를 취해 보였다.
“모처럼의 휴가를 힘들게 보내신 모양이군요. 고향이 떠나오실 때 모습을 잃어버린 건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연방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모두 그런 애환을 갖고 계시죠. 지구의 변모는 이미 저희의 개입이나 통제를 떠나서 진행된 사태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요.”
“아, 네.”
마음에 없는 대답으로 넘겼다. 솔직히 지구에 관심도 없고 개입할 의사도 없는 관료와 하나마나한 겉치레뿐인 대화를 나누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연방은 처음부터 지구는 별 가치가 없으며 지구인(지금 말고 내가 속해 있던 당시의 지구인)의 문명은 환경오염과 핵전쟁으로 곧 멸망할 것으로 판단하고 방기했다. 그렇기에 나를 포함한 소수의 연방 가입자를 받아들이는 것만으로 그들의 개입은 사실상 끝나버렸다. 남은 이들은 자기들을 구원해줄 외부의 구세주를 신실한 마음으로 기다렸으나…… 남은 건 내가 보았던 바로 그 꼬라지였다.
“실은 당신을 여기로 초빙한 건 그 이유 때문입니다. 지구에서 시행했던 몇 개의 계획에 대한 마무리를 부탁하기 위해서지요.”
“마무리요?”
“그렇습니다. 아시다시피 지구에서 생명체의 존속이 어렵다고 판단할 무렵 지구인들은 몇 개의 대책을 세웠고 실제 실행에 옮겼습니다. 몇 개의 국가와 인종 단위로 여러 프로젝트가 시행되었다고 합니다.”
“아, 네.”
결국 지구인들은 멸망 직전까지도 하나의 공동체로 단합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더구나 연방의 관리를 받지 못한 어리석고 이기적인 문명권이 으레 그렇듯이 전쟁으로 자멸해버렸다. 그 직전에 나름대로 살아남기 위한 탈출 수단을 궁리했던 모양인데, 결론적으로는 그게 이제 연방의 골칫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얘기다.
“이름은 각 언어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충 이렇습니다.”
그가 살짝 옆으로 비켜서자 스크린에 목록이 쭉 이어졌다. 대부분 연방 표준어로 음차한 고대 지구의 단어였다.
ISS 엔터프라이즈, 하인라인-클라크 호, 바르톨로메우 디아스, 우키옹 이하오, 스페이스 런어웨이 움십, 은하함대 지구호 등등…… 많기도 우라지게 많구만.
길고도 장대한 목록이었다. 지구의 여러 국가, 기업, 종교단체가 시행한 이 계획의 공통점은 하나뿐이었다.
지구를 나와 우주로 살 길을 찾아 떠나자는 것.
물론 그 시작은 달과 화성이었다. 처음엔 태양계 내부에서 어떻게든 해결해볼 작정이었겠지. 그렇지만 가혹한 환경에서의 생활은 오래 가기 힘들었다. 최소한 대기, 중력, 물, 토양과 같은 생존을 위한 기초 조건이 지구와 비슷하지 않으면 뿌리 내려 살 수가 없었다(이런 조건을 갖춘 행성을 골디락스라고 부른다). 지구의 생물은 지구에 적응하여 진화해왔다. 갑작스레 다른 환경에서 생활하는 일은 진화를 거듭한 고등생물일수록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긍정적인 변화나 급격한 진화가 일어날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던 사람들도 부정적인 결과를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결국 달과 화성에 금속과 플라스틱으로 집을 지어 살겠다는 소박한 꿈은 몇 세대를 넘기지 못하고 좌절되었다.
우주 진출은 따라서 장대한 야망이 아니라 확신 없이 몰빵한 도박이었다. 관측만으로 골디락스라 추정되는 행성은 1000개 이상 찾았으나 거기까지 무사히 그리고 빨리 가는 것과, 직접 가봤을 때 예상대로 좋은 환경인지 아닌지 보장할 수 없다는 두 가지 난관이 있었다. 당시 지구인의 기술로는 광속의 10%도 힘들었다.
“그들은 제각기 여러 방식으로 우주로 진출하려 했습니다. 최소 인원을 먼저 출발시켜 이주 행성을 찾아내게 하는 프론티어 방식, 거대한 우주선 안에 충분한 개체수를 수송하는 세대 우주선 방식, 정자와 난자만 싣고 생존에 적합한 행성에 도착하면 인공 수정으로 후손을 잉태시키는 스타시드 방식 등.”
“나름대로 참 애들 썼군요.”
은하 연방의 도움 없는 자체 기술과 노력의 산물 치고는 참 장하다고 해야 할지, 장대한 삽질이라고 해야 할지. 지구가 연방에 흡수되었더라면 일어나지도 않았을 일이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누가 알까. 연방이 좀 더 빨리, 세계전쟁과 환경오염과 핵폭탄이 있기 전의 지구, 최소한 산업혁명이 막 진행되던 때 지구를 발견했더라면 달라졌을까. 지구도 은하 연방의 일원으로 포섭될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 괜히 연방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내 상념에 상관없이 집정관은 말을 이었다.
“이들 우주선과 탐사선 거의 전부는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실패했습니다. 그것뿐이라면 그저 아쉽고 슬픈 일화로 끝나겠지만, 문제는 이들 우주선이 은하 곳곳에 흩어져 있다는 점입니다. 운석과 충돌해 산산조각이 났거나 중력이 강한 별에 이끌려 추락했거나 지금도 어딘가를 정처 없이 떠돌고 있지요. 이러한 거대 데브리 수거는 은하 연방에서도 해결하지 못하는 오랜 숙원사업이기도 합니다.”
오호라. 바야흐로 지구인을 대놓고 쓰레기와 동급 취급이렷다. 바로 반박하지 못하는 자신이 서글플 뿐이다. 케슬러 신드롬은 이제 일개 행성의 궤도 정도가 아니라 은하 전체 규모의 재앙 가능성으로 확장되고 있는 게 사실이니까.
“예산과 시간도 문제지만 인력난이 큰 골치입니다. 지구의 우주선을 다른 행성 출신에게 섣불리 맡겼다가 무슨 문제가 발생할지 모르니, 지구 출신이 담당하는 게 가장 적합하겠지요.”
이제야 이야기가 본론으로 들어가는 모양이었다. 드디어 나를 부른 이유가 드러났구나!
“다행스럽게도 제가 담당한 구역─여기서 ‘저’는 구역 담당관인 개체로서의 저를 가리킵니다─을 검색한 결과 지구 출신 연방 정부 공무원이 한 사람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바로 당신이지요. 연방 전체에서 지구 출신을 찾는다는 건 저에게도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에 손을 쓸 엄두도 못 내고 있었는데 당신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휴가 신청서를 결재하다가 말이죠.”
과연 집정관님. 참 세심도 하셔라. 일개 말단 직원의 휴가 사유서까지 살펴보신단 말이지. 분명 나는 목적에 고향 방문이라고 쓰고 지구의 좌표를 기입했다. 은하계의 정보를 샅샅히 훑는 집정관이 자기 손바닥 안이나 다름없는 부하 직원 중에 지구 출신이 있다는 걸 설마 모르고 있었을 리는 없고, 미처 신경을 쓰지 않았던 거겠지. 내가 특정 관할 구역에 소속된 몸이 아니라서 그런 걸지도 모르고.
그런데 뭐야, 그럼 내가 워나스-마바이로 불려 온 건 특별한 임무나 비밀스런 표창이 아니라…… 아니, 특별하긴 한데 특별히 좋은 게 아니었구나. 그리고 나를 점찍은 이유는 능력이나 다른 뭐가 아니라 그냥 지구 출신이니까, 이거였어?
너무하는 거 아냐? 내가 지구를 떠난 지 몇 년이나 지났는지 알고나 있는 건가? 출신이라는 이유로 지구가 잘못하면 내가 욕먹어야 돼? 걔들이 끼친 민폐를 나보고 수습하라 이 얘긴가?
이런 썩을. 역시 관료는 은하 연방이라 해도 다를 바가 없구나.
“보내드린 우주선의 위치와 경로 정보를 참고해서 가장 가까운 위치부터 수거 작업에 착수해주십시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은빛 인간은 팔다리를 붙이고 똑바로 선 자세에서 그대로 머리가 내 배에 닿을 정도까지 허리를 깊이 숙였다. 이 행동의 의미를 과연 알고서 하는 인사인 걸까. 이건 주로 사죄의 의미로 하는 행위다. 상급자가 명령을 내릴 때 취하는 동작은 아니다.
“구체적 사항은 보좌관과 상의하십시오. 출입구로 나오면 대기하고 있을 겁니다.”
집정관과의 면담은 그렇게 끝났다. 인간 형상은 흐물거리더니 원래 모습인 뭉툭한 다리 끝부분으로 돌아갔고 다리는 물 흐르듯 부드러운 동작으로 몸통 아래로 내려갔다.
볼일이 끝난 크롬 오징어는 나타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천천히 긴 원통 공간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동시에 등 뒤에 있는 출입구가 열렸다.
멍하니 난간에 기대어 아래를 쳐다보았으나 하얀 점으로만 보이는 까마득한 아래로 사라진 후였다. 들어왔던 문으로 도로 나오니 보좌관은 팔이 여섯 개로 늘어난 상태로 내 앞을 가로막듯 나타났다. 없던 팔이 튀어나온 건지 다른 육체로 갈아입은 건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그와 기간, 경비, 수당, 활동 권한 등에 대한 시시콜콜하지만 대충 양보할 수 없는 사안들에 대해 신경전을 벌인 끝에 수속을 완료했다.
명칭이 공무원이라고 해서 오해를 부를지도 모르지만 나는 지구에서 말하는 공무원과 개념이 약간 다르다. 비슷한 대상을 찾자면…… 은하 연방이 건설사고 나는 도급이라고나 할까? 하는 일은 건설사의 업무이고 소속은 협력업체지만 사실상 상하관계인 그런 관계 말이다.
연방을 운영하는 거대 조직에 소속되었다는 자부심과 안정감에서 공무원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지, 업무의 내용과 급여 내역을 보면 사실상 자영업자에 더 가까운 처지다. 따라서 새로운 업무를 그것도 집정관으로부터 직접 의뢰받았다는 건 영광되고 고마운 일임은 틀림이 없을 테지만……
이번에 얻은 일거리는 그리 맘에 들지 않았다.


* * * * *


관청을 나와 부관이 기다리는 카페테라스로 갔다. 여기도 무중력 공간인데 어떤 메커니즘으로 중력을 조절하는지 알 수가 없다. 연방 수도의 기술력을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하여간 카페는 16면체 공간으로 내부에 다양한 크기와 높이의 칸막이와 바닥을 쳐서 공간을 나누고 각각에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었다.
부관은 바깥이 보이는 창가 명당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사건의 지평선 근처는 위험성만 극복한다면 좋은 관광지임에 틀림없다. 별은 주위로 원을 그리듯이 빠르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우주에서 실제 현상과 인지된 현상의 차이를 보정하는 건 중요한 일이다. 보통은 우리의 두뇌가 이를 처리한다. 부관 같이 우주에서 나고 자란 녀석에겐 익숙할지 몰라도 내겐 여전히 외국어를 한 번 통역해서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과 흡사하다.
의자에는 자력을 띤 벨트로 고정해서 앉는다. 그러니까 머리 위에는 우리와 거꾸로 앉아 있는 손님이 있을 수 있다. 테이블 위를 손가락으로 더듬으며 메뉴를 검색하고 있는데 부관이 말을 걸었다.
“면담 결과가 기대만큼 희소식이 아닌 것 같군요.”
나는 움직임을 멈췄다. 시선을 슬쩍 녀석에게로 돌렸다. 표정을 읽을 수 없는 상대의 얼굴을 쳐다보는 건 생전의 습관 때문이다. 육신을 가져본 적 있다면 이미 무의미해진 이런 작은 동작을 버리지 못하는 법. 할 말이 없으면 가렵지 않아도 머리를 긁고, 무안해지면 고개를 돌리고, 악수를 하거나 포옹을 하고, 상대방이 나와 같은 표정을 짓는지 확인하려 하고……
인간보다 압도적으로 근육의 숫자가 적은 녀석의 은청색 얼굴에선 어떤 감정도 읽어낼 수 없었다.
“맞아.”
나는 의자에 등을 기대며 일부러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며 말했다.
“번거롭고 귀찮은 임무를 떠맡았지 뭐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짐작도 안 가.”
“바쁘게 되었군요. 그래도 할 일이 없어서 곤란한 것보다는 나은 것 같은데요.”
“그야 그렇지! 만약 잘 해낼 수만 있으면 돈은 꽤 들어올 거야. 고치는 정도가 아니라 우주선을 아예 새로 뽑을 수 있을지도.”
“반가운 소식 아닙니까. 그런데 왜 우울하거나 기분 나쁠 때 취하는 동작을 보이신 거죠?”
“내 움직임을 읽었나?”
“선장님을 오래 지켜봤으니까요. 두뇌 검색 권한은 없지만 선장님의 행동을 분석할 수는 있습니다.”
“누가 멋대로 상관을 분석하래!”
“그냥 보이는 건데 어쩝니까. 선장님이 육체를 입지 않고 계시면 모를까.”
“그건 생리에 안 맞아서……”
또 내추럴 핑계를 대고 넘어갈 생각이었다. 녀석과 대화가 안 통한다 싶으면 늘 써먹는 레퍼토리가 된 것 같지만 아무튼.
“제대로 읽은 거 맞아. 우울까지는 아니어도 기분은 안 좋아. 짜증이 나.”
“어째서죠? 내용은 모르지만 저도 최대한 도와드리겠습니다. 보수만 좋다면 미리 우주선을 새로 마련하는 편이 능률도 오를 테고……”
“아직도 날 모르냐? 난 귀찮은 건 딱 질색이잖아.”
녀석은 말을 멈췄다.
지금까지의 내 임무라고 하면 깨어 있는 시간보다 잠드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은 편한 보직이었다. 물론 그만큼 수당이 적고 인사 고과에서 좋은 평가도 받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무릇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내줘야 하는 법. 나는 돈과 명예 대신에 안락함과 게으름을 얻었다.
지금 은하 연방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게 바로 〈워프웨이〉다. 나라고 뭐 다 아는 건 아니지만 간단히 설명하자면 우리의 우주는 4차원 공간을 감싼 3차원 막이다(시간은 별도의 차원으로 간주하므로 제외한다). 이 우주 공간 위에 두 개의 지점, 즉 입구와 출구를 설치한다. 각각 일종의 블랙홀로 외부는 양의 에너지, 내부에는 음의 에너지로 척력을 작용시켜 통로를 유지한다. 이 통로를 통하면 공간의 외부로 이동하는 것보다 훨씬 빠른 지름길, 즉 초광속 항로가 생긴다. 과거 지구에서도 과일 내부를 파먹는 웜홀로 비유하여 표현했던 항법과 효과는 동일하다.
분명한 사실은 워프웨이를 이용하면 두 지점 사이의 왕복만 가능하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은하계의 어디로든 그야말로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다는 얘기다. 통로 자체의 이동 시간은 거의 0에 수렴한다. 한 가지 제약이 있다면 아무 곳에나 출입구를 개통할 수 있는 게 아니어서 적합한 장소를 찾아야 한다. 조건이야 세세하게 있지만 다른 조건이 맞다고 해도 주위에 생명체가 사는 행성이 있으면 안 된다. 중력 붕괴와 펜로즈 효과 때문에 〈워프웨이 스테이션〉 주위의 몇 파섹은 먼지 한 톨 없이 텅 비어버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해진 두 지점만 왕복한다는 점에서 배나 비행기의 항로보다는 철도에 비유하는 게 적절할지 모르겠다.
이전까지 내 업무는 워프웨이 개설지를 물색하는 거였다. 임라나를 타고 은하 변두리를 돌아다니다보면 조타수가 알아서 적합한 후보지를 발견한다(그때까지 나는 원하는 꿈을 꾸거나 게임을 즐기며 마음껏 잠든다). 조타수가 보고를 하면 깨어나서 항로 개설 적합 지역인지 판단하여 결정을 내린 후 상부에 보고한다. 이걸로 내 임무는 끝. 다시 임라나가 출발하면 잠을 잔다. 반복.
출입구를 개설하는 대공사는 임라나 같은 작은 우주선이 감히 할 말한 일이 아니다. 뒷일은 건설업자들에게 맡겨놓으면 된다. 내가 하는 일은 시간은 오래 걸려도 성과는 별로 없고 업적도 안 남는 바로 그런 종류의 일이다.
아, 그런데 이게 뭐냐…… 이제부터 내가 맡아서 하게 된 일은……
뭐라고 미사여구를 붙이고 전문적인 용어로 도배를 해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그냥 쓰레기 수거다.
지구인이 멋대로 은하 곳곳에 뿌린 쓰레기들을 찾아내어 수습해야 한단 말이지.
이제 기억 속 모습과 닮지도 않은 지구에 애정 부스러기도 없는 내가 지구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떠맡고야 말았다. 아, 이럴 때는 내추럴인 게 원망스럽구나.
“그냥 귀찮아서 그러신 게 아니군요.”
“이젠 마음까지 읽는 능력도 갖췄냐?”
“간단히 알 수 있습니다. 선장님은 워나스-마바이를 방문하는 것, 집정관을 만나는 것을 얼마나 기쁘고 자랑스럽게 여기셨는지 충분히 제게 보여주시고 설명하셨습니다. 그런데 이런 실망스럽다는 반응은 그 면담 내용이 단순히 귀찮은 일거리를 맡았다는 정도를 넘어선 과도한 태도라고 판단됩니다. 따라서 이번 임무에는 귀찮음 이상의 무언가 거북한 내용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지요.”
“과도하다는 판단을 네가 내린 거냐?”
“거듭 말씀드리지만, 선장님을 오래 봐왔으니까요.”
뭐야 이 거만한 태도는. 안경이라도 썼으면 슬쩍 고쳐 쓰면서 유리알을 반짝 빛내면서 할 법한 대사잖아.
“하지만 네가 이해할 수 있을까? 내추럴의 애환을 말이다.”
“내추럴의……”
녀석을 곤란하게 하는 나만의 무기, 내추럴을 또 써먹고 말았다. 자꾸 써먹다가 언젠가 뇌출혈이라도 걸리고 말겠지(물리적 의미의 두뇌가 없는 지금은 그저 말장난에 불과하겠지만). 자의는 아닌데 녀석이 자꾸 잘난 척을 하니까 그만.
조상님의 과오랄까 원죄랄까 그런 걸 떠안고 해결해야 하는 후손의 운명이랄까 억울함이랄까 과업이랄까 하는 걸 저 녀석이 과연 이해 끄트러기라도 할 수 있을까?
큭큭큭. 조상은커녕 가족이란 개념도 없는 녀석들이 인류의 원죄, 혈통의 숙명 이런 거창한 철학적 테제를 알아듣겠냐고.
“그래서 결국, 임무의 내용이 뭡니까?”
“아, 참. 그걸 말 안 했구나.”
나는 허둥대며 보좌관이 정리해준 내용을 전달해주었다. 길게 말할 필요가 없는 점은 디지털 두뇌의 좋은 점이다. 약 0.8초만에 모든 사안을 전달받고 이해하여 자기 기억의 일부로 체계적으로 정리까지 마친 부관이 말했다.
“결국 억울하다는 감정이군요.”
나는 반응을 보이지 않고 녀석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지구를 떠났고, 지구를 버린 선장님이 지구와 관련된 일을 맡았을 때 느낀 감정을 저는 억울함이라고 해석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사명감이라고.”
“사명감?”
“선장님은 집정관을 만날 때 지구의 대표로서 만나는 것 같다고 기뻐하셨습니다. 선장님의 능력과 업적, 무엇 하나 지구의 대표가 되기에 부족한 데도 말이죠.”
뚫린 입이라고 말 막 하네, 이 부관놈.
“그런데도 그런 감정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지구 출신이라는 존재 자체에서 부여받은 자긍심이나 자존심, 사명감 덕분이라고 판단됩니다. 따라서 지구의 과오를 처리하는 일은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일로 여길 수도 있으나…… 반대로 그런 과오를 청산하는 자랑스러운 일일 수도 있는 겁니다. 선장님이 훌륭하게 해결해낸다면 은하 연방의 다른 이들이 그 과오를 발견하고 드러낼 가능성을 줄이는 결과가 될 테니까요. 따라서 지금 선장님을 움직이게 만드는 동인(動因)으로 사명감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부관은 벨트를 풀고 의자 위로 살짝 떠오르더니 카페테리아의 손님들을 향해 신호를 발산했다. 큰소리를 지른 거나 사실상 마찬가지 행동이다.
‘여러분, 여기 계신 분은 지구 출신입니다. 네, 다들 처음 듣는 행성이죠. 이곳에도 화려한 문명을 꽃피운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비록 쇠퇴하여 멸망의 날만을 기다리고 있지만요. 이 지구 출신 연방 공무원께서 은하계 정화를 위한 중대한 임무를 부여받고 지금 출발하려 합니다. 격려의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대충 이런 내용을 카페 안의 손님들에게 무차별로 뿌려댔다. 내가 사람이었으면 얼굴이 화끈거리고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순간이었다.
다행히 너그러운 손님들은 그리 불쾌하게 여기지 않았다. 물리적으로 소리를 쳐서 방해를 한 것도 아니니 원치 않는 사람은 정보 접속을 끊어버리면 될 일이었다. 흥미를 느끼고 임무의 자세한 내용을 묻는 이도 있고 자기도 안 알려진 작은 행성 출신이라며 친근감을 드러낸 이도 있었다. 은하계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며 개탄하는 이도 있는 반면 그게 무슨 중대한 임무냐며 비웃는 이도 있었다.
어쨌든 나는 녀석의 팔을 붙잡고 도망치듯 카페테리아를 나갔다. 손잡이를 붙잡고 출구 쪽 엘리베이터를 향해 이동하면서 투덜거렸다.
“이게 무슨 짓이야? 선장이 망신당하는 꼴을 보고 싶냐?”
“자신감을 불어넣어 드리려는 저의 조치였습니다만……”
“내가 누누이 말했지? 넌 시키는 일이나 잘 해. 쓸데없이 나서지 말고.”
“그러길 원하신다면, 알겠습니다.”
녀석은 이후로 임라나에 탈 때까지 말이 없었다. 이후에 한 말도 출항 수속에 관련된 사무적인 언급뿐이었다.
나는 육체를 얼른 창고에 집어넣고 의식을 선내 통합 서버로 옮겼다. 번거로운 육신이 사라지니 정신이 맑아지고 잡념이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임라나에게 지정 좌표로 이동을 지시한 후 부관에게는 별도로 호출할 때까지 대기하라고 명령했다. 녀석은 군말 없이 스위치를 내린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로 사라졌다. 내가 부르기 전까지는 죽은 거나 마찬가지다. 이제 조용해졌군.
따지고 보면 내 심술이란 걸 안다. 지금껏 나는 부관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나선’ 덕분에 숱한 도움을 받아왔다. 감출 수 없는 사실이다. 드러내고 인정한 적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최근엔 녀석에게 도움을 요청한 적도 있고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내 권위를 지키는 한도 안에서는 나름 노력을 해왔다고나 할까. 녀석을 곁에 두고 계속 쓰는 거야말로 내가 표현하는 최대의 찬사이며 배려라고 할 수 있다.
이 이상 뭘 더 어떻게 잘해줄 수 있겠어?
시간 낭비만 한 잡상은 거두고 대신 집정관이 스치듯 했던 발언을 떠올렸다. 설마 그가 자기 자신을 별도로 지칭할 줄이야. 내가 아까 모든 집정관이 단일개체나 마찬가지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 생각을 수정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는 자신이 별도의 행동만이 아니라 개별적인 사고와 판단을 내리는 독립된 개체일 가능성을 비추었다. 이건 좀 괜찮은 정보를 입수한 거 아닐까? 이 정도는 기브 앤 테이크라고 여겨줬음 좋겠군.
나뿐만 아니라 워나스-마바이와 접촉하면서 선내 데이터베이스도 상당한 업데이트가 이루어졌다. 우리가 우주 저편을 떠도는 사이에 연방 중심부에서 일어났던 사건과 새로운 유행을 정신없이 섭취하고 있는데 한 가지가 마음에 걸렸다.
아무래도 요즘 은하 연방에서는 우주 쓰레기 처리 문제가 중요한 의제로 떠오른 모양이었다. 작은 데브리가 연쇄 충돌을 일으키며 커다란 사고로 번진 일도 일어났다. 비난과 함께 대책 마련 촉구도 이어지면서 여론도 달아오르고 자연히 관련 예산 확보도 이루어졌다.
집정관이 황급히 나를 소환했던 데도 다 이유가 있었군.
오래 전부터 찾았던 게임을 해보려 했더니 사든지 광고를 보란다. 난 남는 게 시간인 종자니까 광고를 본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우주에 쓰레기를 버리지 맙시다!’라니, 언제적 공익광고냐.
진짜로 나의 선조 지구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바로 이거다. 이젠 해줄 기회도 놓쳤고 영영 그럴 일도 없어졌지만. 또 어떻게 보면 덕분에 이 후손이 일거리도 생겼고 하니 고마운 일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한 마디 하고 싶다.
지구인 여러분, 우주에 쓰레기를 버리지 마세요.
하지만 그렇게 말해주고 싶은 대상은 이미 까마득한 영겁 같은 세월 너머로 사라지고 없다. 그들이 뿌린 헛된 희망의 씨앗은 ‘꽝’ 글자 하나만이 커다랗게 박힌 종잇조각이 되어 어딘가를 떠다니고 있을 뿐.
그래서 내가 얻은 오늘의 교훈은 이렇다.
조상이 멍청하면 후손이 고생한다. 이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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