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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길에서 외계인 보기



1.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던 길에서 언뜻 그녀의 모습은 외계인 같아 보였다.


처음 보고 분의 동안은 그냥 눈길을 끄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생각만 들었고, 다음 정도 동안에는 눈길을 끌었던 형상이 눈에 뜨이는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도합 일과 십분의 초가 지나고 나자, 나는 그녀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새하얀 색깔이었지만괴상하게 반짝거리는 은빛이었다. 나는 그녀를 쳐다 보았다. 붉은 색과 색으로 되어 있는 옷이 무슨 특수한 목적을 갖고 있는 전용 복장인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불과 2,3초가 지나지 않아서 길을 지나다니는 사람들 사이로 그녀는 사라졌다.


그녀의 모습이 없어진 후에야 나는 그녀가 외계인의 모습이었다는 생각을 했다. 외계인. 정말? 설마.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진짜 맞는 같았다. 외계인이 아니라면 적어도 거기에 맞먹을 정도로 이상한 사람을 보았다는 느낌이 열기가 오르듯이 들었다. 아니, 다름 아닌 외계인 맞았던 같다. 나는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그녀가 있던 근처를 살펴 보았다.


그런데 그녀는 어디로 갔는지 없었다. 더운 여름 길을 걸으며 더위에 힘들어 하는 다른 사람들만 수백명씩 햇빛에 그을리며 지나다니고 있었다. 눈에 뜨이는 사람은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걷는 사이에서 보는 각도 잠깐 틀어져서 보이는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그녀를 보았던 쪽으로 가까이 가서 살펴 보려고 했다.


그런데 그러려다 말고 나는 멈추었다. 길이 바빴다. 당국에서 직접 주최하는 행사 가야 했다. 이 선임은 벌써 도착해 있을 것 같았다. 공무원들에게 보이려면 시작 시간 30 전에 가서 이것저것 준비 거드는 척을 해야 한다는 것이 우 박사 주장이었다. 그러려면 빨리 움직여야 했다. 지금 재빠른 걸음으로 가도 31분전, 32분전 도착. 아슬아슬할 있었다. 이미 많은 길을 잰걸음으로 걸어 중이어서, 얼굴 위로 열기가 차고 등과 옆구리에 땀이 흐르고 있기도 했다. 피곤한 다리를 굳이 잠시 돌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는, ‘ 잘못 것이겠지생각하고 다시 행사장인 호텔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차가 지나가는 소음과 함께 옆으로 내뿜는 열기가 나를 스쳐 지나갔다. 마침 짜증스러운 자동차 경적 소리도 들렸다. 짜증스럽다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강조하는 느낌이었다. - 끈적한 공기 속에서 열기가 이렇게 지나쳐 가니 더욱더 괴롭다는 것을 잊지 말고 기억하십시오. 제가 경적 소리로 신호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 차가 길가에 바짝 붙어 지나가면서, 앞으로 길을 걷고 있던 사람들에게 줄줄이 뜨거운 공기를 뿌리고 지나갔다. 그때 그때 마다 걷던 사람들의 얼굴은 나처럼 찌푸려졌다.차가 지나가는데 따라 짜증 내는 얼굴이 파도에 물결이 밀려 가는 것처럼 도로를 따라 퍼져 나가는 모양이었다.


행사장이던 호텔에 도착하니 31 전이었다. 바람이 불자, 옷자락이 펄럭이면서 몸에 땀이 많이 흐른다는 감촉과 옷이 이미 흘린 땀으로 젖어 있다는 감촉이 온몸에 지나갔다. 그때 불었던 바람은 짧고 무성의한 것이어서, 조금도 시원하지 않았고 오직 축축한 느낌만 들게 주었다. 그래서 이렇게 지금 땀에 젖은 불쾌한 상황이라는 사실만 환기해 주는 것이 역할이었다.


그래도 걸어 오는 동안 호텔 건물 안으로 들어 서기만 하면 실내 냉방 때문에 시원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는데, 막상 건물 안으로 들어 와도 거의 온도 차이가 없었다. 그러니 실망 때문에 온몸에 후끈 거리는 열기가 다시 바퀴 돌면서 피부와 옷감이 닿는 부분부분마다 끈적거린다는 사실을 재차 알려 주었다.


“안녕하세요?”


가장 먼저 만난 사람은 선임이었다.


“벌써 있었어요?”


나도 선임에게 인사 했다. 인사를 하며 고개를 숙이다가 드는 사이에 언뜻 잘못 보였기 때문인지 나는 선임이 방금 외계인과 비슷해 보인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 아까 내가 외계인을 봤다고 생각한 것은 나보다 조금 먼저 앞질러 선임을 건가. 생각 보니, 내가 아까 자리에서 돌아 방향과 호텔로 걸어 오는 방향이 달랐다. 그러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나서 다시 자세히 보니, 내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건가 싶었다. 외계인은 하얗게 빛나는 머리카락이 제일 먼저 눈에 뜨였는데, 선임의 머리는 다른 빛깔은 잊어 버린 것처럼 까만 색깔이었다.


옷차림은 확실히 아니었다. 외계인의 옷이나 우주복과는 아무 상관 없이 상의에 검은 하의 차림이었다. 2 전에 선임이 입사한다고 면접 내가 면접관으로 앉아 있었는데, 그때 봤던 바로 옷이었다. 전에 저녁 먹을 선임이 그런 이야기를 적이 있었다.


“면접 본다고 정장을 새로 샀거든요. 그런데 정말 예뻐보이고 사고 싶은 있었는데... 그러더라고요. 정말 어울리게 날카롭고 멋있게 입고 가면 면접관들이 오히려 거부감 가질 있다... 그런 있었어요. 조심 조심 눈치 눈치 보면서 남들 비슷하게 맞춰 가면서 살짝 아주 약간 어리숙하게 보이게. 너무 어리숙 하면 큰일 나고. 그렇게 보여야지, 면접관들이얘는 시키는 대로 하겠구나.’ 그런 마음이 들어서 귀엽게 준다 그러더라고요.


아무리 하고 멋있게 보이려고 해도 면접관이 애들 보고, 정말 멋있게 우러러 보인다이런 사람 아무도 없데요. 그럼 오히려 미운털만 박히지. 차라리쟤는 그래도 말은 듣겠네이렇게 보여야 된다고. 그런데 그거 생각하고 옷을 사니까 너무 교복 같이 생긴 옷만 사게 돼서, 어디 입고 가기가 진짜 이상한 모양인거죠.


어떡하겠어요. 이제 그냥 보기 이상해도 그냥 면접 입었던 옷도 정장 입어야 되면 입으려고요.”


다시 보니 선임과 아까 외계인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눈 주위의 표정 정도가 약간 비슷해서 착각한 아니겠나 하는 생각 들었다.


호텔 행사장으로 들어 가면서 늦지는 않았을까 싶었다. 시작 시간 보다 30 먼저, 정확히 31 먼저 오기는 했지만 박사님 보다 늦게 온 거라면 뭐라고 소리 들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선임에게 박사님은 있냐고 물어 보려고 했다. 그런데 물어 보려다가 생각해 보니, 그렇게 물어 보면 너무 눈치만 보면서 인생 사는 사람처럼 보일 같기도 했다. 나도 나름대로 과학자로서 생각이 있고 직원으로서 가치관이 있는 사람인데, 박사님에게 너무 설설 기고 벌벌 떠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묻지 않았는데 이 선임이 먼저 말했다.


“우 박사님은 아까 5 전에 계신데요. 분위기 좋으신거 같아요.”


나는 선임을 쳐다 보면서 얼굴을 찌푸렸다. 웃기게 보였는지 불쌍해 보였는지 선임은 웃어 주었다.


행사장 앞에 있는 커다란 텔레비전 화면에는 디렉티드 엔지니어링이라는 경쟁 회사에서 만든 동영상이 계속 나오고 있었다. “MPS”이라는 글자가 크게 나오고 요란하게 번쩍거리면서 밤하늘로 금속 뭉치 같은 것이 날아 가는 것을 보여 주다가 마지막에마이크로 포톤 스페이스쉽이라는 글자들이 하는 소리를 내면서 화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었다.


여기 행사에 참가한 회사들은 사람은 없지만 카메라나 작은 관측 장비는 실을 있는 아주 작은 인공위성 같은 것을 값에 만드는 곳들이었다. 내지는 적어도 그런 곳들이라고 주장하는 곳들이거나 거기와 관계가 깊다고 말하기는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회사들이 정부에서 놓는 지원금을 한번 먹어 보겠다고, 지렁이 물어다 주는 어미 앞에서 벌리는 새끼 새들처럼 옹기종기 현수막 밑에서 머리 드밀고 있는데, 현수막 바로 아래에 보이는 소개 영상 자료를 디렉티드 엔지니어링이 만들어다 돌리고 있는 것이었다. 박사가 우리는 행사 시작도 하기 전에 밀리고 있구나, 기분 나빠하는 것도 당연하지 싶었다.


“왜 이렇게 늦었어?”


박사가 말했다.


행사장에 들어 서니, 우리 회사나 디렉티드 엔지니어링 말고도 여러 회사에서 나온 많은 직원들이 열심히 굽신굽신 하고 있었다. 나이 많은 공무원들이 번씩 회의장 안팍을 쓰윽 보고 지나가고, 나이 어린 공무원들이 회의장 문앞 주위에 서서 이것저것 두리번 거리며 무엇인가 바쁘게 일을 하는 듯한 기색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고 있으면, 사이사이를 여러 업체의 직원들이 각자 자기 연배에 맞는 공무원들 앞을 찾아가서허허허” “하하하면서누구 계시죠?” “누구는 어디 계십니까?” “, 분이 거기로 가셨어요? 햐아라며 거의 비슷한 내용의 헛소리들을 서로 등장인물의 이름만 바꿔 가면서 나누고 있었다.


“안되겠다. 오늘 날씨 더우니까 음료수라도 하나씩 사서 돌려.”


박사가 손짓으로 부르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인원수 대로 살까요?”

“넉넉하게 사서, 분들한테 돌리고 남는 그냥 여기저기 보이는 대로 돌려.”

“예. 사면 돼요?”

“뭐 그런 것까지 하나하나 물어보냐. 애도 아니고. 그건 알아서 .”

“제 마음대로요?”


박사는 고개만 끄덕거렸다. 땀이 많은 편인 박사는 더위 때문에 나를 싫어 하고 있었다. 오다가 편의점에 가야겠다고 생각 했다. 내가 등을 돌리는데 박사가 말했다.


“탄산 음료랑, 과일 들어간 말고. 녹차 같이 너무 빼고.”


호텔 바깥으로 다시 나오니 차라리 다행이다 싶었다. 무슨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앉아서 쉬는 것도 아니고, 딱히 반가운 사람에게 인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모르는 사람에게 소개를 하는 것도 아니고, 엉거주춤한 태도로 어쨌건 최대한의 노력으로 굽신거리기만을 해야 하는 곳에 적응하기 어려운 점이 때문이었다. 작년만 해도 공무원들이 끼는 행사가 있어도 이런 분위기는 전혀 아니었는데.


“우주 산업 지원 계획 나오고 부터는 진짜 난리도 아닌거 같죠?”


나를 따라 선임이 말했다.


“지원금만 정부에서조를 푼다고 하니까.”

“진짜 이상한 지원금 푼다고 하기 전에는 그래도 연구도 많이하고 진짜 개발 일을 많이 했는데, 막상 지원금 준다 그러니까 연구는 뒷전이고 맨날 행사 준비에 발표 준비 밖에 안하는 같아요.”

“어쩌겠어요. 인공위성 부품 만든다고 벤처 차려 봤자 세상에 인공위성 부품이 그렇게 많이 팔리고 그런 아니잖아요. 그런데 일단 지원금을 먹으면 줄이 트이니까. 공무원들 한테 우리 회사가 제일 좋다고 선전하는 데 애써야죠. 우리나라에 MPS 기술 아는 공무원들이 있는 것도 아닌데, 쓰윽 봤을 좋아 보이게 꾸미고, 친한 하고, 그게 제일 아니겠어요. 박사님도 요즘에 그거 때문에 맨날 사람 사람 공무원들하고 밤낮 죽어라 마시고 다니느라 사람이 속으로 병든 같아.”

“그래도 디렉티드 엔지니어링 쟤네들은 너무 같아요. 원래 인공위성하고 아무 상관 없이 라식 수술 하는 레이저 개선하는 회사 아니었어요? 그런데 대충 이렇게 저렇게 꾸미더니, 갑자기 자기네들이 MPS 제일 잘하는 .”

“너무 그렇게 들리게 욕하면 안돼요. 바닥에서 우리 회사 혹시라도 망하면 디렉티드 엔지니어링으로라도 자리 옮겨야 되잖아.”

“아, 그건 그때 문제고. 진짜 너무 얄미워.”

“얄미운게 아니고. 거기 디렉티드 엔지니어링에 사장이 공무원들 입맛에 맞게 꾸며서 보여 주고, 사람 사람 한테 아는 하면서 걸고 그런 진짜 잘하거든. 그래서 걔네들이 저렇게 살아 남은 아니겠어요. 그리고, MPS 초소형 우주선을 레이저로 밀어 주는 거니까, 거기서 레이저 하던 거하고 아주 관련 없는 아니기도 하고.”

“그래도 눈 지진다고 벽에 있는 콘센트에 꽂아서 쓰는 레이저하고, 우주선 밀어 준다고 공장 지어서 지역 단위로 돌려야 되는 레이저하고 어떻게 같냐고요.”


선임은 시스템 종합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많은 부분을 지적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주었다. 따지고 보면야, 우리 회사도 원래는 인공위성 부품에 실리는 통신 소프트웨어 쪽이 주력 제품이었고, 정부 지원금 보고우리도 MPS 하는 회사 입니다하고 얼굴 바꾸고 달려든 거라서 크게 다를 바는 없었다. 아마 그전부터 통신 소프트웨어만 맡고 있던 나와 입사하면서부터 MPS, 우주선 기술 회사라고 생각하면서 일했던 선임이 받는 느낌이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의점에 와서 음료수 냉장고 앞에 보니 살지 고르는 쉽지 않았다.


“우 박사님이 탄산 음료랑, 과일 들어 사지 말라 그랬죠? 것도 사지 말라 그랬고. 그럼 사야 되지.”


탄산 음료 빼고, 과일 주스나 과일 음료들 빼고 나니까 거진 대부분 없었다. 얼마전에 커피를 갔을 때는요즘 캔커피, 인스턴트 커피 누가 먹는다고 이걸 사왔냐?” 시작해서 “이런 거 음료수 하나 사는 것도 말이야. 역지사지,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보는게, 사회생활이야”로 건너 가서는 인생을 사는 중요한 기본 원리라며 알려 주는 다른 여러 이야기들까지 한참 들어야 했다.


그러고 보니 정말 음료수가 없었다. 나는 토마토 주스라면 토마토는 과일이 아니라 채소라고 하니까 상관 없겠지 생각을 했다가, 박사가 과일 들어 사지 말라는 뜻은 그게 아닌 같아서 다시 집었던 음료수를 내려 놓았다.


“우유를 사야 되려나? 그런데 우유는 먹는 사람도 많잖아... 초코 우유?”


내가 그렇게 세상에 쓸모 없는 놈으로 무너져 때에, 선임이 음료수 하나를 골라 담았다. 스위스에서 수입된 음료수였는데, 따지고 보면 그냥 시원한 물과 똑같은 것이었는데도 좋은 이름과 훌륭한 모양 때문에 인삼차나 녹용 엑기스의 느낌도 동시에 풍기고 있는 기가 막힌 것이었다. 나는 새삼 선임이 나이가 적거나 경력이 짧거나에 관계 없이, 인생 살이에서는 나에게 얼마나 뛰어난 스승인가 생각 했다.


다시 행사장으로 돌아 가서 끊임 없이 히죽거리는 박사의 웃음에 맞추어 우리도 쌍으로 허리를 굽혀 가며 닥치는 대로 눈에 보이는 공무원들과 공공기곤 사람들 마다 스위스산 음료를 쥐어 주었다. 선임의 옷차림이 워낙 아무 것도 없이 단순한 것이어서 오히려 눈길을 끌었는지, 선임이 왔다갔다 하는 따라 공무원들 중에는 눈길이 이리저리 같이 움직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박사는 술이 깨어 정확한 계획을 세우지는 못하고 있었지만, 그것이 어떤 식으로든 무슨 미끼처럼 활용될 있다고 생각하여 기뻐하는 기색이 있었다.


음료수를 돌렸을 행사가 시작 되었고, 가장 직급이 높은 공무원이 먼저 앞에 나가서 가장 재미 없는 목소리로 말을 하기 시작 했다.


사실 지겹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무원이라는 사람이 고위 공무원하면 막연히 떠오르는 사악함이나 무능함이 얼굴 겉면에서부터 나타나는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 그렇다기 보다는 오히려 불행하고 지쳐 보일 뿐이었다. 필경 스스로 고위 공무원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도 않아 보였다. 제가 무슨 고위 공무원이에요? 저도 윗사람에게 욕먹고 아랫사람에게 놀라는 일인 그냥 현대 사회에 널린 검정 비닐 봉투 같은 인간일 뿐이에요.


사람은 느릿느릿한 말투로 준비해 메모를 느긋하게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우주 로켓은 연료의 무게가 너무 크고 로켓 엔진도 컸기 때문에 너무 것이 가장 문제였습니다. 크면 좋은 알았는데 큰게 문제가 되는 것도 있네요. 하하하. 그런데 연료를 로켓에 싣는 아니라, 연료랑 분사 장치 없이 광자 추진으로 해서, 지상에 있는 레이저 기지에서 레이저의 형태로 에너지를 쏘아서 공급해 주면 훨씬 가볍고 간단한 구조로 로켓을 날릴 있습니다.


레이저 기술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커다란 것을 날리는 어렵기는 겁니다만, 작은 카메라와 소형 관측장치를 달고 있는 주먹 만한 작은 로켓은 얼마든지 날릴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비용도 훨씬 적게 듭니다. 실패해도 부담도 적습니다. 그래서 실패할까 말까 걱정하면서 로켓 대를 날리는게 아니라, 어떤 놈이든 하나는 성공하겠지 하면서 손바닥 만한 MPS 로켓 5, 10대를 꺼번에 날리면 되는 겁니다.”


메모에 없는 부분을 말하는 것과 메모를 그대로 읽는 부분이 극명히 다르게 들린다는 것이 특징이었다. 메모 없이 말하는 부분이 흑백으로 나오다가 갑자기 컬러로 나오다가 하는 고장난 텔레비전 같았다. 들을 수록 졸린 말들이었다.


이걸로 벼락부자된 미국 사람이 있다는 뉴스 아시나요? 번도 넘게 여기저기서 들은 뉴스겠지만, 제가 놀라운 소식인 것처럼 미국에서 가장 빨리 억만장자가 기록을 얼마나 멋지게 깼는지 읽어 드리겠습니다. 그거 따라해서 일본에서도 회사 있다는 아시죠? 그게 최첨단 유행이라고 어떤 국회의원이 바람 잡은 우리나라 언론판에서도 먹혀서 지금 우리가 여기서 이러고 있는 겁니다. 우리는 한국판으로 그걸 따라하는 지겨운 짓을 거고, 사업이름은 코리아라는 K자를 붙여서 KMPS라고 겁니다. 알파벳 K자만 앞에 붙이면 멋있는 사업 이름이 된다는 아마 헌법에 나와 있을 겁니다.


공무원이 말하고 들어 가자, 보다 단계씩 낮은 직급의 공무원들이 나와서 단계씩 지겨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도 지겹다는 것만은 계속해서 사실이었다.


건너 자리를 보니, 선임이 손으로 신호를 보내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졸면 안된다는 뜻이었다. 박사는 밤새 술을 마신 상태였지만 졸지 않으려고 입술을 깨물어 가며 애를 쓰고 있었다.


다른 업체의 사람들도 번갈아 가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쓸데 없는 이야기들이 훨씬 많았다. 쓸데 없는 이야기들은 쓸데가 없어서 아깝지도 않은 것인지, 더욱 많은 분량으로 장황하게 계속 되었다.


다시 머릿속에는 아까 오던 길에 보던 외계인의 얼굴이 생각 났다. 더운 공기의 젖은 바람에 움직이던 머리카락. 뭔가 말하려는 표정인지, 하지 않으려고 참는 표정인지 같던 얼굴. 절대 세상의 것은 아닌 같던 옷의 반사광. 나는 탁자 위에 올려 놓고 있던 유인물 켠에 중요한 내용을 메모하는 , “외계인이라고 썼다. 외계인.


나는 이제 그것만 상상해 보기 시작했다.


도대체 내가 것일까.



2.

그날 거리에서 보았던 외계인은 이후에도 끊임 없이 생각 났다. 다음날 회사에서 출근해서 나는,


“내가 어제 진짜 신기한 봤는데요.”


라면서 선임에게 말할 하기도 했다. 말하기 직전에, “외계인을 같거든요.”라고 내가 말했을 , 선임이 양반이 드디어 미쳤구나라며 불쌍해 하는 표정을 지을 , 아니면요즘 놈이랑 너무 과하게 친해진 같아라면서 빨리 피해서 도망가야 한다는 표정을 지을 고민하는 미래를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뭐 생각해 보면 그렇게 신기한 일은 아니겠다.”


라면서 말을 멈추고 말았다.


그렇지만 그날 하는 동안에도 외계인 생각이 났다.


다들 땀을 흘리며 빨리 어디인가 시원한 곳으로 숨어 버리고 싶어하면서 걸어 다니던 길거리였다. 햇빛이 너무 강해서 눈이 아플 정도였고, 대기 중의 끈끈한 습도는 세상 사람들의 땀방울들이 공기 속에서 수분으로 변해 있는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마치 공기가 퍼져 있는 세상 전체가 괴로움으로 가득한 터널인 것처럼 되어 있어서, 다들 빨리 터널을 지나서 바깥으로 뛰쳐 나가고 싶은 같이 걷고 있었다. 냉방이 가동 되고 있는 버스나 지하철 안이나, 시원한 가게나 사무실 속으로, 혹은 세금 허투루 쓰기 위해 다들 모여 있는 호텔의 행사장으로.


그런데 그런 가운데에, 다들 느끼고 있는 기분과 아무 관계가 없는 듯이 그냥 사람들 사이에 반짝 스쳐 지나가는 모습이 있었던 것이다. 그게 바로 외계인의 모습이었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계속 기억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면서 그녀의 얼굴이 누구와 닮았는 , 어떻게 생긴 얼굴인지 정확히 보려고 했다. 나는 일하면서 틈이 날때 마다 외계인에 대한 이야기들을 찾아 보았다.


하늘에서 이상하게 움직이는 외계인 우주선 같은 것을 이야기, 외계인이 담장 앞에서 집에 짖는 개를 보고 있었다는 이야기, 외계인에게 납치를 당했고 외계인 우주선에서 없는 시술을 당했다는 이야기.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자신은 세상의 특별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아 보려고 자기는 남들이 하지 못하는 체험을 했다는 자부심에 허우적거리고 있는 사람들도 엄청나게 많았고, 의미 없이 지나가는 우울한 하루 하루 속에 신비롭고 놀라운 어떤 밤도 있었다고 애써 믿어 보고 싶은 사람들도 엄청나게 많았다. 나는 그날 외계인을 만났다니까요. 특이하죠? 이야기 신기하죠? 믿어 주세요. 나는 믿는다니까요.


어쨌거나 나는 그럴듯한 이야기를 찾으면 세밀하게 찾아 보기도 했고, 외계인이 곤충 모양이나 눈에 보이지 않는 신비로운 형태가 아니라 인간과 거의 비슷한 경우도 있다는 말을 보면 유난히 관심을 가져 보기도 했다. 어지간한 로켓을 이용하면 수천년 수만년이나 걸릴 긴긴 우주를 날아 와서, 그녀는 왜 서울 거리 복판 더위에 비틀 거리는 사람들 사이에 잠깐 나타났다가 것일까. 그렇게 거리를 그렇게 힘을 들여서 날아 것이라면, 조금 인상적인 행동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내가 외계인이 맞을까. 그랬을까.


마침내 나는 다시 내가 외계인을 봤던 거리의 자리를 찾아 보았다. 같은 보험광고를 붙여 놓은 같은 건물이 있었고, 요즘 유행해서 어디에서나 들을 있는 유행하는 노래가 똑같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그렇지만 길가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모두 바뀌어 있었다. 같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만 거기에 다시 있었다.


그때 그녀가 내쪽으로 고개를 돌렸던 바로 지점의 보도 위에 나는 보았다. 그렇지만 거기에도 아무것도 없었다. 이제 유행도 지나가버린 옛날 헛소문들처럼 그녀가 있던 자리에는 지구의 것으로 보이지 않는 먼지 부스러기 같은 흔적이 있었다거나, 지상의 기술로는 새길 없는 불에 발자국 같은 것이 남아 있었다거나 법도 한데, 그런 것도 전혀 없었다.


나는 그때 처음 그녀를 봤을 , 바로 쪽으로 뛰어 가서 확인해 보지 않았는지 후회하기 시작했다. 그때 바로 봤으면 뭐라도 지금 보다는 확실한 결론을 얻었을 텐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경찰에 어떻게 중요한 잃어 버렸다고 거짓말이라도 하고 그때 거기 비추고 있던 주변 CCTV 화면이라도 찾아 봐야 하나. 나는 정말로 그렇게 행동해서 드디어 분명한 기록인 감시 카메라 화면에서 내가 봤던 바로 외계인의 흐릿한 영상을 보기도 것이다.


결국 내가 행동은오늘 오후 시쯤 거리에서 혹시 외계인 같아 보이는 어느 젊은 여자 형체를 혹시 사람 없느냐 익명 인터넷 게시판에 올려 두는 것이었다. 나는 밤새 누가 지켜보고 무슨 덧글을 달아 기대하면서 잠을 잤다. 속에서 외계인이 나를 다시 찾아와 갖가지 친절을 나에게 과하게 베풀어 주고이런 일이 나에게 현실로 일어나다니라고 감탄하고 감격하면서 나는 우주선을 타고 다른 행성을 향해 떠나 보기도 하였다.


그게 꿈이라는 허망한 생각으로 잠에서 깨어 났고, 나는 누운 채로 내가 인터넷 게시판에 올려둔 글에 다름 사람들이 말들을 보았다. 이유도 밝히지 않고 다른 추천도 없이 그냥 만하는 사람이 사람 있었고, “신기하다 좋아하며 웃어 대는 사람이 있었다. 다른 어떤 사람은 무슨 제목 하나를 답이라고 주고 있었다.


제목 하나가 무슨 답이 될까 싶어, 나는 책의 줄거리를 찾아 보았다. 내가 모르고 있던 책이었다. 그렇지만 책은 이미 굉장히 유행하고 있어서, 여러가지 다른 형태로도 만들어졌고 빠져 사는 사람들도 무척 많은 것이었다. 다시 가만 생각해 보니 어렴풋이 나도 제목은 들어 같았다.


책의 내용은 어느 외계인 행성에서 우주를 탐사하기 위해 재미난 기계 장치를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우주에서 별과 사이는 너무 멀기 때문에, 대의 우주선으로 여기저기 돌아 다니며 탐험을 하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그래서 외계인 행성에서는 자동으로 작동하는 탐사 우주선을 만들어 보내는 데, 재미 있어 보일만한 행성에 도착하면 그 우주선은 행성을 조사하면서, 동시에 거기에 있는 자원들을 수집해서 자기와 똑같은 우주선을 만들어 낸다. 이렇게 주변의 물질들을 모아다가 자기와 똑같은 다른 우주선을 만들어 있다는 것이 기계 장치의 특징이었다.


이렇게 되면, 우주선 대를 보내지만, 도착한 후에는 대의 우주선이 생겨나고 대의 우주선은 다시 또다른 두 개의 행성으로 떠나간다. 대의 우주선이 개의 행성에 각각 도착하면, 이번에는 대의 우주선이 만들어지고 우주선들은 다시 여덟 대의 우주선으로 늘어 나서 여덟 개의 다른 행성으로 떠나간다. 하루에 한톨씩만 달라, 다음날에는 전날의 배만 달라고 사람에게, 계약을 했더니 부자의 전재산을 털어줘야 했다는 옛날 이야기처럼, 이런 방식으로 스스로 복제되는 우주선을 뿌리면, 대의 우주선으로 우주를 지나치는데 아주 시간이 걸린다고 해도 결국은 삽시간에 우주가 우주선들로 뒤덮힐만큼 많은 우주선들이 많은 행성들을 탐사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이런 우주선을 만들어서 우주를 탐험 하려는 사람들과 그건 너무 위험한 거라고 반대하는 사람들이 싸우는 것이 책에서 제일 재미난 부분이었다. 그리고 싸우는 이야기에서 가장 멋진 인물이 여자 주인공이었다. 나는 모르고 있었지만 여자 주인공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있었고, 여자 주인공의 모습으로 꾸민 채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나, 여자 주인공의 모습을 이용해서 광고를 하는 것들에도 이제는 회사들이 돈을 대고 있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자기 복제형 우주선 만드는 이야기의 여자 주인공 모습이 유행이 되었고 무슨 양식처럼 되어 버리기도 했다.


그렇게해서, 바로 요즘에 길거리에서 사람들 눈길 끌며 홍보 행사하는 모델들에게 가장 많이 입히는 옷차림이 바로 여자 주인공 모습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가 외계인을 보았다고 생각한 바로 자리에서는, 유행을 따라 번쩍거리는 붉은 옷과 빛나는 머리색깔을 여자 모델이 새로 나온 맥주 판촉 행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판촉 행사를 끝내고 차량으로 돌아가는 그녀를 보았던 것이다.


재미 없는 이야기였다. 그렇지만, 어떻게든 지루한 날들 속에서 나는 특별한 밤도 있었다고 하고 싶었던 많은 사람들 처럼 나는 재미있는 부분을 찾아 보게 되었다. 재미 있는 부분이 있다면, 내가 무척 어정쩡해서 이렇게 매력적인 바보짓에 빠질 있었다는 것이었다.


내가 어정쩡하게 외계인 우주선 이야기의 여자 주인공을 알고 있었던 것이 문제였다. 만약에 내가 책을 정확하게 읽고 이런 유행하고 있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면, 그날 그녀를 보았을 대뜸외계인이라고 생각하는 대신에, 책에 나온 여자 주인공 따라하는 모델이라고 바로 알아 봤을 것이다. 반대로 내가 그런 책이나 유행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고 조금도 상관 없는 나라에 살고 있었다면, 그날 신기한 사람을 봤다고 해서 난데 없이 사람이외계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책은 읽지 않았지만 주변에서 책을 사람이 하던 이야기, 텔레비전에 잠깐씩 비치는 모습, 눈길도 주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속으로 들어와 뇌에 꽂히던 인터넷 사이트 켠의 광고들, 그런 것들 속에서 나는 어렴풋이 모습이 외계인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마음을 그전부터 갖게 되었던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랬으니, 그날 길에서 그녀를 봤을 어렴풋이 뭔가 이상한 봤고 그게 외계인과 관계가 있다는 데까지만 생각이 미쳤을 것이다. 그게 요즘 유행하는 책에 나오는 눈길 끄는 옷차림이라는 데까지는 미쳤던 거라고. 나는 모든 것을 밝히고 후에야 이야기를 선임에게.


“내가 그날 진짜 떨어진 생각을 했는데요.”


라면서 주었다.


선임은 비웃는지, 그냥 웃는지 하는 웃음을 웃어 주었는데, 다음날 나에게 책을 선물해 주었다.


아마 내가 외계인에 대한 이야기는 대충 이런 식으로 끝날 수도 있을 것이다.



3.

한참 생각을 하면서 외계인 이야기가 어떻게 있을까만 궁리하다 보니, 그렇게 이야기가 끝난다고 해도 되겠다 싶었다.


그렇지만 앞에서 하는 이야기를 꼼꼼히 메모하는 하면서 누구 보여주기도 민망할 낙서만 빽빽히 하던 정신은 그때 다시 올곧아졌다. 건너편 자리에 앉아 있는 이 선임이 문자 메시지를 보냈던 것이다.


“이제 우리랑 관계 있는 사람이 발표를 하니까 보는 하세요.”


그렇지. 우리 편이 때는 보는 줘야지. 나는 다시 앞을 보았다.


사람들 앞에 사람은 유명한 고미생물학과 교수였다. “생물학이야말로 모든 학문에 무한한 상상력을 있는 융합의 바탕이고 어쩌고...” 하는 이야기를 텔레비전에서 굉장히 재밌게 적이 있어서, 덕택에 온갖 강연이며 갖가지 정부 행사에 일일연속극이라도 되는 것처럼 엄청나게 많이 끼어드는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인기도 이제 서서히 사그라들고 있어서, 교수는 이제 뭐든지 정부에서 돈을 많이 풀어 놓는다고 하는 일이면, “그거야 말로 연구 분야와 관련이 있지요라면서 끼어드는 사람이었다. 이 정부 행사의 핵심은 “공기돌 만한 우주선이라도 하여간 많이만 날리면 우리도 우주 강국이라고 텔레비전에서 우길 있어요”이었는데, 이런 자리에서 도대체 저 생물학 교수가 무슨 수로 그게 상관이 있다고 있을지, 그게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다.


그렇지만 교수는 어떻든지 간에 말을 돌리고 돌리고 돌려서 하여간 그것도 자기 연구 분야와 관계가 있으니까, 나에게도 연구비를 달라는 이야기를 해내는 것을 지금껏 해온 사람 이었다. 특히 동안 여러 공무원들과 얽혀서 지내 오면서 높고 낮은 여러 공무원들과 거미줄 같이 끈을 대고 있었다. 거미줄에 걸린 거미의 민감한 다리 감각처럼, 교수는 공무원들에게 다리가 닿을만한 작은 진동만 있어도 쏜살 같이 다가가 줄을 꽁꽁 묶어 놓는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얼핏보면 별것 아닌 것처럼 약해 보이지만, 끈적거리기 그지 없어서 결국 끌려들어서 진액을 쪽쪽 빨릴 밖에 없는 줄을 묶는 놀라운 솜씨가 있는 것이다.


“그 분이 확실히 세상을 많이 분이야.”


박사는 교수를 그렇게 평가 했고, 교수와 우리 회사가 손을 잡았다는 소식을 들뜬 목소리로 일해 때는, 드디어 걸인들의 천막 같은 회사가 탄탄한 주춧돌 위에 기둥을 세우게 되었다는 감상에 젖은 것처럼 보였.


박사는 유능한 사람이었고, 판단은 정확할 때가 많았다. 나를 싫어하는 점이 문제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 회사를 세우는 데 큰 공을 세우고 버텨 내고 있는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사람이 우 박사이기도 했다. 교수에 대한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회사가 여기까지 얼굴을 들이 밀고 다들 이렇게 졸고 있을 기회라도 얻게 된 것은 대부분 교수가 이리저리 소개를 시켜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역시나 우주선 이야기와 교수의 이야기를 연결하는 데에는 많은 이야기들 사이를 건너 다녀야 했다. 교수가 연단에 나와서 하는 말은 지구에 처음 생명체가 발생한 것이 정말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었다는 것이 시작이었다. 그런데도 생명체가 생겨나서 진화가 일어난 것을 보면, 최초의 가장 원시적인 생명체가 생기는 순간에 굉장한 일이 일어났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교수는 지구에 비해서 우주를 떠돌아 다니는 혜성이 오히려 생명체가 생겨 나기 좋은 곳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아니면 적어도 생명체를 생겨나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 물질들이 혜성에 묻어 있기 좋을 있다는 이야기도 곁들였다.


그리고 교수는 뚱뚱한 등산객의 엉덩이에 붙은 갈퀴 달린 열매 때문에, 북한산에만 살던 나무의 씨앗이 전해지면, 잠실의 아파트 단지에도 그 나무가 자라나게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교수의 이야기대로라면, 혜성은 등산객의 엉덩이이고 거기에 붙어 있는 생명의 씨앗이 혜성이 지구 주위를 가까이 지나갈 지구에 뿌려진다는 것이다. 교수는 아마 어떤 혜성은 적당한 행성에 떨어지면 가장 간단한 생명체로 변할 지도 모르는 물질들을 묻힌 채로 은하수를 싸돌아 다니고 있을 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 머나먼 곳, 아무도 없는 텅빈 외계 행성의 망부석 같은 바위가 밤하늘을 보고 꼬리를 빛내는 혜성을 발견할 , 혜성으로부터 생명의 원료가 행성으로 떨어져 내리고, 그것이 혜성의 모든 생명체의 조상이 지도 모르지 않겠는가.


교수는 지금쯤이면 감탄하는 표정 지어달라고 눈치를 주고 있었다. 지금 감탄해 보세요. 그러면 이야기를 알아 들은 뭔가 많이 아는 사람인 척 옆에 잘난척도 있지 않겠어요?


“이게 신기한거냐면, 지구에 있는 모든 생명체들 조상이 하나 있는 같아서 그러거든요.


식물이든 동물이든 세균이든 사람이든 전부다 유전자는 DNA라는 물질로 되어 있어요. 무슨 규칙처럼요. 그리고 단백질 아미노산은 전부다 L형으로 되어 있거든요. 개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고, 나무도 그렇고, 바이러스도 그래요. 모습이 다르고 사는 방식이 다르지만 다들 유전이 이뤄지는 모습은 하나 같이 신기하게 똑같아요. 그럴까요. 아마 DNA하고 상관 있고, L형으로 되어 있던 어떤 조상 생명체 명에서 다들 퍼져 나와서 이렇게 아니겠어요.


그러면 하필 조상 생명체가 하나 밖에 없는 걸까요. 우주에서 생명체가 하나 떨어져서 그게 퍼져서 이렇게 거라면 어떨까요.”


즈음 되니 눈치는 빠르고 부끄러움은 덜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하아-” “오호-”하면서 감탄하는 표정을 짓는 사람들이 생겼. 교수는 즐거워 했다. 아직도 어떻게 이게 지금 판을 벌린 예산 따먹기와 상관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눈치였다. 지금 교수가 하고 있는 은하수를 떠돌아다니는 바이러스가 득실거리는 지저분한 혜성에 관한 이야기가, 싸구려 로켓에 관한 이야기까지 넘어 오려면, 사람쯤은 진화해 버릴 만한 시간이 필요할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다시 외계인이나 생각해 보기로 했다.


이런 결말은 어떻겠는가.



4.

나는 고민하던 중에 문제의 핵심이 어디에 있는 알게 되었다. 문제는 외계인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라든가, 지금 외계인은 어디로 가버렸는가 하는 것이 아니었다. 정말 중요한 문제는 내가 그날 사람을 외계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느냐는 점이었다.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님 눈에는 부처님만 보인다고. 내가 맨날 외계인만 생각하고 외계인에 대한 일만 궁리하는 사람이었다면 가다가 외계인 비슷한 것만 봐도 외계인 아닌가 싶어 들떴을 것이다. 사실 직접 돼지가 아니라 하더라도, 깊이 있게 자신의 생업에 대해 고민하는 축산업자나 가공 업체 직원이라면 돼지 비슷한 것만 봐도 돼지를 떠올릴만할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외계인을 좋아하거나 외계인이 나오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정도가 한국말 하는 백인 외국인을 좋아하는 명절 특집 텔레비전 프로그램 PD들만큼 좋아한다면, 외계인과 조금 닮은 어떤 가는 사람을 보고외계인이다 설렐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외계인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직업은 통신 소프트웨어와 통신용 기계 만드는 것이었고, 외계인 보다는 지구인 여자를 좋아했다. 처음 좋아했던 사람도 지구인이었고, 지금 좋아하는가 싶은 여자도 지구인이었다. 귀가 뾰족하거나 말투가 특이한 외계인이 영화에 나오면 특별히 좋아하는 사람들이 세상에 많다는 데에 불만은 없지만,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은 대부분 형사가 자동차들을 부수면서 범인을 잡는 영화나, 범인이 자동차들을 부수면서 형사로부터 도망치는 영화들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그런 사람인데도, 나는 그녀를 보고 대뜸 외계인이라는 생각부터 했다. 그랬을까. 그게 나는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하나씩 따져 보기 시작했다. 보통 방법으로는 절대 만들어낼 없는 머리카락 색깔. 절대 시중에서 팔거나 적이 없는 옷감의 재질이 그럴듯한 증거였다. 머리카락을 탈색 시키고 적당히 은색 가루를 뿌리면 만들어낼 있는 머리카락 색깔이 아니었다. 대단한 첨단 기술을 쓰거나 해야만 만들어낼 있는 광택이었다. 옷도 마찬가지였다. 기술을 들이고 공을 들여서 갖가지 고민을 해야 만들어낼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인공위성에 들어가는 통신 장비를 보호하기 위해 금이나 은으로 만든 차폐막의 재질에 대해 따져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재질이 어떤 것인지 감이 있었다.


이런 이야기들을 정리하다 보니 이게 심각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잠깐 회사 휴게실에서 커피 마실 , 선임에게 말했다.


“내가 어제 진짜 신기한 봤는데요.”

“뭐요?”


선임이 나를 쳐다 보았다. 선임의 궁금해 하는 눈이 눈에 보였다. 그걸 보자 나는 가지 중요한 것이 생각났다. 얼굴이었다. 잠깐 보이던 외계인의 얼굴, 표정이었다.


나는 외계인을 보았을 , 그녀의 얼굴을 보았을 마음이 어떻게 이상하게 되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 기억이 났다. 그게 어떤 느낌이냐면, 매우 말하기 어렵지만 애매하고 괴상했던 느낌을 표현하자면 이런 것이었다.


기분은 마치 마음이 떡이라면, 떡이 점점 엿으로 변한 뒤에 엿이 어떤 열기나 압력에 서서히 녹아서 늘어지는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의 얼굴을 보았을 , 표정에서 나는 아주 옛날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같은 느낌에서, 삶의 가장 원초적인 부분으로 어떤 있는데 그것들이 방방 뜨면서 흔들리는 느낌도 났다.


짧은 시간이었고 별거 아닌거 같은 기분이었지만 굉장히 독특하고 기억에 남는 그런 기분이 바로 그녀의 얼굴을 보았을 들었던 것이다.


“근데 너무 신기하네. 내가 생각해보고 정리해서 다시 말해 줄게요.”


나는 그렇게 얼버무리고 똑똑히 이야기를 정리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분명히 무슨 중요한 일이 일어났던 같았다. 외계인이라서 사람의 마음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신비한 기운을 내뿜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눈으로 바로 형체는 안느껴지지만 외계인이라는 특징이 분명히 압도적으로 강하게 있었기 때문에 아주 절절하게 마음에 인상을 남겼든지, 분명히 확실히 그때 내가 보기는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고민 끝에 적당히 애둘러서 인터넷에 그날 그곳에서 신기한 사람을 사람이 없는 물어 보았다. 외계인이라고 굳이 말하지는 않았다. 욕하는 사람도 있고, “신기하네요라면서 웃어 대는 사람도 있었지만, 간단한 설명을 주는 사람은 없었다.


나는 그날 분명히 중요한 무엇을 보았는데, 깨끗하게 지상의 이론으로 쉽게 설명될 수는 없는 것이었다. 분명히 나는 외계인이나 적어도 정도로 신비한 것이었다는 확신이 점차 생기고 있었다.


나는 다음부터는 내가 장면을 정확하게 다시 정리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때 보았던 모습, 외계인이 등장했던 방향. 눈앞에 보였던 시각과 사라진 시각. 시선의 방향과 내가 보고 느꼈던 짧은 시간 동안 생겼던감정의 변화. 그날 세상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른 기묘한 일은 없었는지, 우주나 천문학과 관련해서 신기한 일이 일어난 것은 없는지, 나는 계속 조사했고, 점점 선명하게 외계인을 떠올릴 있었다.


이제 외계인은 속에 매번 나타났다. 나는 속에 나타나는 그녀가 반갑기도 했고 아름다운 모습에 감탄하기도 했다. 하지만 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했다. 속에 나타나는 그녀의 모습은 아주 선명하고 생생했지만 아무래도 내가 현실에서 다른 좋은 감정을 갖고 있는 다른 여자의 모습이 섞여 있는 모습일 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면 꿈을 깨고 다시 그날 그녀의 모습을 떠올릴 정확한 그떄의 기억이 생각난다기 보다는 속에 모습이 먼저 생각이 났다. 그럴 때면 서글프기도 하고 짜증스럽기도 했다.


미치기라도 것처럼 무슨 일이 있어 터지기라도 같을 . 그러다가 나는 선임과 함께 영화를 보러 갔다가 갑자기 뭐가 터지는 있었다. 극장 앞에 있던 영화 포스터에 바로 모든 것의 답이 있었던 것이다.


영화 포스터에는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중학교 2학년때까지 좋아한 여자 아이의 얼굴이 나와 있었다. 물론 아이도 이제 어른이었다. 아이는 텔레비전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하여 예산을 많이 들인 영화에 여자 주인공으로 출연한 것이었다. 영화는 천사가 세상에 내려와서, “삶의 의미를 잃고 방황하는 현대인에게 따뜻한 되찾아주고 어쩌고하는 사건을 일으킨다는 이야기였고, 바로 그녀가 천사 역할이었다.


내가 외계인을 봤다고 생각했던 그날. 그녀는 천사로 분장을 하고 영화 촬영을 하고 있었다. 여름 길거리에서, 누가 봐도 신비로워 보일만큼 특수한 기술을 많이 쓰고, 예산을 들여 굉장하게 만든 의상을 입은 채로 카메라 앞에 있었다. 비밀촬영이었기 때문에, 통제하고 있던 건물과 골목 켠에서 대부분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지만, 내가 그녀를 보았던 짧은 순간 그녀는 잠깐 가림막 바깥으로 나왔다가 들어갔던 것이다.


인생과 생명의 이유에 우화를 영화 화면으로 보여 주는 것이라던 영화는 망할 같아 보였지만, 이제 나는 내가 그녀를 봤을 얼굴이 그렇게 기억에 깊게 닿았는 있었다. 그녀를 마지막으로 어릴 때에서 세월이 벌써 수십년이나 지났고, 그녀의 모습도 사이에 많이 달라 있었다. 그렇지만, 그래도 내가 사람은 그녀였던 것이다. 그게 첫사랑이라고 부를 수나 있을 것인지도 모르는 것이긴 했는데, 그래도 돌아 보면 적어도 강도로만 따지면 그렇게 엄청나게 마음에 심하게 내려 쪼인 빛이 있었는지, 앞으로도 엇비슷한 것이라도 있을지 싶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신비하고 대단해 보였던 것이다.


나는 그녀가 영화 홍보 프로그램에 나와서 인터뷰하는 모습을 보고, 결국 그녀가 출연한 영화도 보았다. 그녀가 주인공인 영화가 개봉 되었을 , 나는 카메라 필름에 비친 그녀의 그림자가 영화 화면에 비치는 잔상을 보는 뿐이었는데도, 세상이 주변을 스쳐 지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친근하게 텔레비전 화면에서 그녀가 말하는 것을 들으면, 중학교 1학년 체육시간에 학교 계단에서 같이 더워하면서 부채 부쳐 주기를 하던 생각 났고, 그럴 수록 그만큼 도저히 닿을 없는 별의 끝에 그녀가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그날 진짜 떨어진 생각을 했는데요.”


선임에게 나는 그제서야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선임은 아주 흥미 있어 하며 이야기를 들었고, 호기심을 느끼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무척 기분 나빠하는 같기도 했다.


선임은 나를 싫어 한다고 말하는 것 처럼 투덜 거렸다.


“애 키우느라 정신 없고, 딸린 처자식이 자기 바라 보고 있고. 그래야 그런 헛생각에 허송세월을 안하는 거죠.”


나는그런 같기도하네요.” 라고 대답했다. 선임은 고개를 돌리며 웃었는데, 나를 싫어하는 기색은 그새 사라진 건지, 아직 남아 있는 것인지 없었다.



5.

이렇게 모든 이야기가 끝날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 다음 이야기도 궁금하기는 했다.


그러나 거기까지 상상을 했을 , 나는 박사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박사가 우리의 동료인 교수와 함께 나가서 이야기를 했는데,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실제로 일어난 일의 결말은 다음과 같았다.


“저희는 그냥 인공위성 궤도에 올리고 지구 촬영하고 이런 아니라, MPS 전혀 다른 세대로 진화시키려고 합니다. 저희는 이걸 3세대 MPS라고 하는데요. 초소형 우주선을 지구 바깥 우주까지 보낸다는 겁니다. 인공위성 중계기를 이용하는 저희 기술을 이용하면, 초소형 광자 우주선을 달로도 보낼 있고, 이론 상으로는 화성이나 토성으로도 보낼 있고, 보다도 멀리도 보낼 있습니다.”


나는 선임을 돌아 보았다. 선임도 나를 돌아 보고 있었다. 박사는 어쩌자고 저런 소리를 하나 싶었다.


우리 회사의 기술이라는 것은 그냥 쓸모 없지만 작동은 되는 작은 인공위성 만드는 기술의 전부였다. MPS 사업을 한다고는 하지만, 우리는 가장 기초적인 우주선도 만들어 적이 없었다. 경쟁 업체 중에 가장 기술이 뛰어난 범종산업이라는 회사조차도 겨우 통신위성을 띄울 있는 우주선을 발사할 안다는 정도였다. 그런데, MPS 만든 우주선을 화성에 보내겠다고? 그 이야기는 우리가 종이 비행기를 날릴 아는데, 정부에서 지원금 2백억원만 먹게 해 주면, 우리는 앞으로 온힘을 다해 목숨을 바쳐 열심히 종이 비행기 접는 방법을 연습해서, 결국 태평양을 건너 가는 종이 비행기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지금 우리 인공위성은 어지간한 종이 비행기보다도 작고, 화성은 태평양 보다도 만배는 먼데.


그렇지만, 우리 회사는 내가 걱정했던 보다도 훨씬 훌륭한 회사였다.


“지원 사업을 통해서, 저희는 대우주 항행선을 만드려고 합니다. 보이저 우주선이 목성, 토성을 지나서 천왕성, 해왕성을 조사하고 태양계 바깥의 다른 별을 향해 날아 가듯이, 저희는 MPS, 초소형 우주선을 목성, 토성을 지나서 태양계 바깥에 외계 생명체가 있을만한 곳을 향해 보낼 겁니다.


물론 실패할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저희는 우주선을 , 보내는 것이 아니라, , 대를 꺼번에 보낼 겁니다. MPS 비용이 워낙 적게 드니까 그게 가능한 거죠.”


이제야 나는 교수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정확히 있었다. 교수는 바로 외계 행성으로 떠날 초소형 우주선에 수천년 동안 우주에서 살아남을 있는 미생물을 태워서 보내겠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지구의 생명체를 우주 저편으로 보낸다는 생각이었.


“몇 , 년이 걸릴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바이러스 비슷한 아주 간단한 원시적인 생명체 중에는 정도 시간 동안도 견딜 있는 있습니다. 그런 태워서 보내는 겁니다. 만약에 우리가 우주 곳곳으로 쏘아 보내는 대의 우주선 중에 하나라도 적당한 행성에 도착한다면, 행성에 도착한 지구에서 보낸 생명체가 자라나면서 퍼질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수백만년, 수천만년이 지나면 생명체가 자기들끼리 재주껏 진화하겠죠. 그러면 외계 행성이 지구 생명체의 후손들로 뒤덮히게 겁니다. 지구와는 무척 다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같은 형식의 생물들로 식물도 생기고 동물도 생기겠죠.


이렇게 되면, 우리는 지구가 멸망한다고 해도, 우리 지구 생명체의 자손을 우주 이곳저곳에 저마다 퍼뜨리고 이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이야기는 종이 비행기로 대양을 건넌다는 정도가 아니라, 돌멩이를 위에 던져서 수제비 뜨기를 하는 기술을 갈고 닦아서, 돌을 멋지게 던진 뒤에 그걸 밟고 위를 걸어 보겠다는 소리 같았다. 범종산업에서 나온 사람들은 우리 회사에서 하는 소리를 듣자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기도 했고, 한숨을 픽픽 쉬기도 했다.


그런데 앉아 있던 공무원이 질문을 했다.


“이게 저출산 문제, 그러니까 출산율 높이는 하고도 상관 있나요?”


말을 듣고, 다들 귀신이 어떻게 씨나락을 까먹으면 이렇게 사람 소리 같은 소리를 있을까 고민하는 듯이 멍했다. 그러나 교수는 영감의 번개가 치는 것처럼 재빨리 먼저 제정신을 차렸다.


“바로 그게 저희 사업 모델의 핵심입니다. 이게 우선 이렇게 생명이 온갖 어려움을 뚫고 수만년의 난관을 뚫고도 우주 저편으로 날아 가서라도 후손을 퍼뜨린다는 것을... 그런 것을 아주 강렬하게 웅변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지금과 같은 저출산 사회에서 출산율을 높이는데 어마어마한 홍보 효과가 있습니다.


거기다가 근본적으로 생각하면, 이게 혹시 먼 미래에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출산율이 0 되는 상황에 대비 해서, 지구 생명체 전체를 대표해서, 뭐랄까요, 어떤 숭고한 도전을 하는 느낌이거든요. 그러니까 아주 크게, 그러니까 우주 만큼 관점으로 생각하면 저출산 문제에 대한 가장 커다란 대책이라고도 있는 거거든요.”


다음 선거는 저출산과 출산율 문제가 가장 핵심적이라고 다들 떠들고 있었기 때문에, 대통령에서부터 모든 장관들이 다들 출산율만 떠들고 다니는 것이 요즘 공무원들 판이었다. 그런데, 교수는 거기에서 바로 거미줄이 떨리는 진동을 느꼈던 것이다. 사정 없이 교수는 모든 문제를 묶어 냈고, 공무원들 모두를 감동시키는 빛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 우리 회사는 MPS 지원 사업에 떨어진 지원금을 먹어 치울 있었다. 지원금을 타내지 못한 범종산업은 좋은 기술로 버텨내겠다고 했지만, 지원금을 차지한 우리 회사와 디렉티드 엔지니어링의 넉넉한 자금을 당해낼 수가 없었다. 애초에 당장은 돈이 안되기 때문에 정부 지원이 아주 시급한 분야라서 정부에서 지원을 줬던 것이었다. 정부 지원을 따낸 회사는 아주 시급하게 망하는 밖에 없었다. 그러니, 기술이 있건 비전이 있건, 그런 데 집중하는 회사들보다, 하여간 공무원들에게 맞춰주는 데 모든 것을 건 회사들만이 살아 남는 것이 이 판이었다.


그렇게 해서 정부 당국에 비위 맞춰 주는데 성공한 회사들은 살아 남고, 그 대신 다른데 신경 쓴 회사들은 망해 갔다. 그래서 비슷비슷하게 쭉정이인 회사들만 MPS 업계에 남게 되었고, 정부의 지원이 시작되기 전 보다 MPS 업계는 더 어려워지고 더 꼬여 있는 형국이 되었다.


그렇지만, 하여간 우리는 정말로 태양계 밖으로 날아 가는 초소형 우주선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교수는 진짜로 우주선에 태울 미생물들을 찾아 다녔다. 생각에는 이런 식으로 우주선 대를 날린다고 봐야 태양계 바깥으로 벗어나는 성공하는 우주선도 될까 말까 싶었다. 후에 외계 행성에 도착한 뒤에 무사히 착륙해서 그곳에서 지구 생물의 후손을 퍼뜨리고, 혹독한 환경에 정착해서 자라나서는 억년 뒤에 외계 행성에 걸맞는 공룡 같은 것으로 진화할 가능성이야 얼마나 될까, 가끔 선임과 커피를 마실 이야기하는 농담 거리일 뿐이었다.


그렇지만 대통령이 바뀔 때까지 4 동안 지원금은 계속해서 쏟아져 나왔다는 것 만은 확률 100%의 사실이었다. 대통령이 바뀔 때 즈음, 다들 이제는 전망 없어진 MPS 회사 파산시키고, 어디로 옮겨 갈까 궁리하는 때 즈음이 되자, 우리는 동안 들인 돈으로 우주선들을 완성했다.


4년 동안 나는 여전히 그날 길에서 본 외계인에 대해서 좋은 답을 얻을 수 없었다. 다만 시간이 흐를 수록 나는 그때 무엇인가가 정말 그 자리에 있었다는 생각 보다는, 내가 그날 뭘 보았다고 생각하고, 그걸 잊지 못하고 매달려 있는 내 머릿속이 문제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환각증이나, 기억 집착에 대한 내용들을 찾아 봤다. 그럴 때 마다, 그날 내가 외계인을 보았던 그 사건, 그 기억이 아주 중요한 일이었다는 느낌이 더 진하게 들었다. 방향이 달라지고 있기는 했다. 처음에는 인간과 인간이 아닌 지성을 가진 생명체가 처음으로 만난 장엄한 사건이 아닐까, 하는 이야기였다면, 갈수록 “그때 벌써 내가 그 정도로 정신이 이상했다니, 빨리 이 직장에서 탈출하지 않으면 정말로 완전히 돌아 버릴 수도 있겠구나”하는 이야기로 점점 변해 가고 있었다.


나는 회사와 계약한 정신 건강 상담 시설을 찾아 가 보았다. 복숭아 한 개 만한 우주선을 은하계 저편으로 날려 보내는 기계들을 만드느라 과로하는 회사 직원들을 위해, 회사에서 붙여준 것이었다. 결코 보람이 있어 보이지 않는 잡다한 긴 제목의 간판을 달고 있는 의심스러운 최신 기술을 사용한다는 그 시설을 찾기 전에는 이것 참 시간 낭비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상담을 받고 나오니, 회사 돈 낭비라는 생각도 같이 들었다.


그러나 수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큰 수확이 있었다. 물론 그 알쏭달쏭한 시설의 원장과 나눈 대화는 쓸데 없었다. 알고 보니 그 원장은 우리 회사에 투자한 대주주의 조카이기도 했다. 수확이라는 것은 그 시설에서 이 선임을 마주쳤다는 사실이었다.


“어? 여기 왜 오신거에요?”


내가 묻기 전에 이 선임은 선제 공격처럼 나에게 먼저 물었다. 나는 길게 대답을 할까 하다가 “그런거 말 안하는거 아닌가요”하고는 게을러 보이는 웃음이나 얼굴에 지어 보이며 말을 돌렸다.


그렇지만 그날 점심을 먹으면서 결국 나는 이 선임에게 내가 무슨 생각을 자주 하고, 왜 이런 곳에도 찾아 가는지 하는 이야기까지도 대강 늘어 놓았다.


그리고 가장 놀라웠던 점은 바로 이 선임도 나와 거의 같은 이유로 그곳을 찾아 왔다는 것이었다.


“그냥 더위 먹어서 헛 것 본 거 아니겠어요? 요즘 다들 피곤하니까.”


이 선임은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말하기는 했다. 그래서 나도 많이 캐묻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날 무척 많은 이야기들을 같이 했다. 이야기 중에 이 선임은,


“여자에게는 그런 나이의 구간이 있어요. 뭐 어떤거냐면, 그러니까... 사랑 받기에는 이제 너무 나이 들었고, 그렇다고 공경 받기에는 아직 나이가 한참 덜 든 나이. 그런 시간을 통과해야 하는 게 있거든요.”


라고 말하기도 했고, 그러면서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는 게 두렵다든가, 그런 와중에 떠오른 웃긴 생각이라든가 그런 말도 해 주었다.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살 다가 어떻게 늙어서 어떤 자리에서 죽게될까 하는 이야기를 하다 보면, 그런 이야기들 중에서, 외계인을 본 기억에 시달리는 지금에 대한 생각은 나중에 돌아 보면 또 어떨까 하는 말들도 다시 계속 나왔다.


점심을 먹으며 같이 시간을 보내고, 그러다 보니 저녁도 같이 먹고 밤이 되어서도 같이 이야기 했으니, 참 길게 이야기를 한 날이었다. 그렇지만 두근거리는 심정은 꽤 오랫동안 가라앉지 않았다.


나 말고 외계인을, 적어도 외계인의 허상을 보는 사람이 가까이에 있었다. 이 선임이 본 외계인은 내가 본 외계인과 모습도 다르고, 본 날짜와 본 장소도 서로 다른 것 같기는 했다. 그렇지만 그것만 해도 굉장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 선임과 내가 세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일 한 가지를 공유하고 있는 특별한 사람들이라는 이 달콤한 꿈은 며칠이 지나지 않아 우스꽝스럽게 깨어 졌다. 우 박사 역시도 외계인이나 그 비슷한 것을 본 후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나서 이리저리 수소문해 보니, 우리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에 그런 것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꽤 있었다. 우 박사는 회사 건물 구내식당에서 쓰는 식재료에 누가 마약이라도 넣어서 사람들이 점점 맛이 가는 것 아닌가 하고 의심할 정도였다.


그때 무렵이 우리 회사 주식의 주가가 가장 높아 지고, 회사가 가장 많이 알려지던 때였다. 지구의 미생물들을 우주 곳곳으로 날려 보내고, 그 먼 곳에서 그 미생물이 새롭게 생태계를 열고 자라나게 한다는 이 수십억년 짜리 계획에 대해서, 이곳저곳에서 관심을 갖고 보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특히, 한 일본 재벌 회사가 우리 회사 주식에 투자를 한 뒤에 주가를 올리려고 우리 이야기를 그 계열사의 신문 방송에 거듭 올려 댔다. 그런 식으로 한 몇 달 우리 회사나, 미생물을 싣고 태양계 밖으로 향하는 MPS에 대한 이야기들이 여기저기서 많이 나왔다.


그러는 동안 몇몇 학자들이 한 이야기를 읽고, 평소에 “말 잘한다”고 알려진 직업은 불문명하지만 신문에는 많이 등장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들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생명체는 폰 노이만 기계”라는 말을 잘 써먹으면서 유명해진 어떤 분야에 대한 “평론가”가 한 이야기가 가장 유행했다. 그 이야기는 지구의 모든 생명체의 조상은 먼 미래에 외계 행성에서 누가 일부러 보내서 태어난 것이고, 이제 그 생명체에서 진화한 우리들이 다시 다른 행성으로 지구의 생명체를 보내니까, 이게 애초에 의도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였다.


자기와 똑같은 우주선을 복제해 내는 능력을 가진 우주선을 우주에 뿌려 놓으면, 점차 서로 서로 새끼를 치면서 우주 전체에 삽시간에 우주선들이 퍼지게 되듯이, 어떤 외계 행성의 생명체가 다른 행성에서 자라날 만한 미생물을 지구에 뿌리는 과정도 비슷하다는 이야기였다. 우리가 보내는 미생물도 진화를 거듭하면 언젠가는 다시 우주선을 날려 보낼 수 있을 정도로 발달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그 미생물의 먼 자손들도 지금 MPS 사업처럼 자기들도 우주선에 미생물들을 태워서 다시 다른 행성 여러 곳으로 보내게 될 것이다. 그런 식이라면, 우주에 생명이 사는 행성이 자꾸만 더 늘어 날 것이고,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우주의 이곳저곳으로 생명을 퍼뜨리려는 행성들이 많아지게 된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바로 아주 먼 옛날 누군가가 우주 전체를 수백억년에 걸쳐서 탐사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가지고 머나먼 행성을 향해 진화하고 퍼져 나갈 수 있는 미생물을 쏘아 보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는 이야기였다.


이야기 속에 나오는 스스로를 복제해 내는 우주탐사선은 기계가 뚝딱하고 자기 자신과 똑같은 우주선을 만들어 내는 모양이었다. 그에 비하면, 간단한 미생물을 보낸다는 방식은 원시 생명체가 수억년에 걸쳐 진화해서 지능과 문명을 가진 생물이 되고 그 생물이 우주선을 만들어 내어 미생물을 실어서 다른 행성으로 보내는 것이니, 아주 아주 오래 걸리는 방식이기는 했다. 그렇지만, 정말 그렇지 않냐는 말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DNA 구조는 튼튼하고 안전하면서도 진화가 일어날 만큼은 약한 면도 있고 불안하기도 하다는 게 증거라고 했다. 이 수법은 몇 광년 거리의 우주 항해를 할 때에 우주선을 복제하기 위한 장비를 다 실은 채로 우주선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작디 작은 미생물 하나만 실어 보내면 된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는 말도 했다.


“이런 수법으로 하나 같이 L형 아미노산을 갖고 있고 다들 DNA 방식으로 유전이 이뤄지는 우리와 같은 형식의 생명체들이 온 우주에 퍼져 나가고 있는 겁니다.”


이 이야기가 인기를 끌자, 이 이야기를 굳게 믿고 열심히 전파하는 사람들도 꽤 많이 생겨 났다.


한 인기 배우가 거기에 훌륭한 역할을 했다. 아름다운 미모의 그 배우는 아직 배우 경력도 짧은 젊고 어린 사람이었지만 이상하게 평범한 옷을 차려 입은 모습이 기가 막혀서, 턱을 슬쩍 치켜 들고, 입 모양은 좀 화난 것처럼, 눈 모양은 좀 웃는 것처럼 하는 표정으로 서 있으면, 그저 그 앞에가서 고개 숙이고 엎드려 “여왕으로 모시겠습니다, 저에게 무슨 일이든 시켜 주십시오”하고 빌고 싶게 만드는 자태를 지니고 있다고들 했다. 그 배우가, 우주 저편에서 생명을 퍼뜨리기 위해 먼 옛날 지구에 미생물 하나가 도착했고, 이제는 우리가 또 다시 다른 외계 행성들을 향해 미생물들을 퍼뜨리고 있으니 놀랍지 않냐는 이야기를 하고 다녔다.


이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어 나게 되자, 이제는 다소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사람들도 생겨 났다. 그 배우를 무슨 수로든 이겨 보려고 하던 다른 라이벌 배우가 그런 극단적인 내용을 좋아했다는 것은 또 다른 흥미 거리였다.


그 극단적인 이야기란, 이제 지구에서 다른 별로 미생물을 보낼 수 있게 되었으니까, 지구에서 생명체가 진화했던 궁극적인 목표가 달성 되어 버리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연어가 마침내 고생 끝에 알을 낳은 뒤에 힘이 다 빠져서 인생을 마치듯이, 이제 지구에 미생물이 도착하고 수억년에 걸쳐서 진화한 결과 드디어 다른 별에 다시 생명을 퍼뜨리게 되었으니까, 우리 지구 생명체가 꼭 이뤄내야 하는 일은 다 이룬 것 아니냐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생겨 났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투덜거리면서, 그렇지만 재미에 흥에 겨워서, 나에게 전해 준 사람은 이 선임이었다.


“걔가 하는 이야기가 뭐냐면, 그래서 이제 드디어 우리는 생명이 태어 나고 죽는 이유, 목적을 완전히 완수했다는 거에요. 삶의 의미가 뭐냐, 태어나고 죽는 이유가 뭐냐, 이런 게 수천년을 두고 세상에 머리 좋다는 사람들 마다 다 고민하는 고민거리였는데, 바로 다른 행성에도 생명을 퍼뜨리는 게 지구에 사는 모든 생물들의 공통된 목표였다는 거죠. 생물들이 서로 잡아 먹고 싸우고 그러면서 수천년 동안 고생했던 건,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일어난 진화의 과정일 뿐이었던거라고 하더라고요.


이제 삶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해결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꼭 ‘이제 나를 여왕님으로 모셔야 돼요’하는 것처럼 말하더라니까요.”


그 이야기에 따르면, 이제 생명이 갖고 있는 목적은 지상에서 다 이루어졌으므로, 이제는 더 사는 게 큰 의미가 없다고도 했다.


어떤 신비로운 생명의 절묘한 이치에 따라서 MPS가 우주로 떠나고 나면, 이제 곧 지구에 있는 모든 생물들은 서서히 생명력을 잃고 모두 동시에 죽어 버릴지도 모른다는 말까지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마치 알을 낳은 뒤에 힘이 다 하여 죽는 연어처럼. 혹은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다 죽어 버리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는다고 해도, 다들 이제 “생명의 이유는 완성 되었다”는 생각을 알게 모르게 전부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하게 되고, 서서히 시들어 가듯이 이제는 다들 대가 끊기고, 후손들이 없어져서, 한 몇 백년에서 몇 천년 정도만 더 흐르면 지구에 생명체들이 사라질 것이라는 말도 돌았다.


나는 이 선임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진짜 엄청나게 대단한 거 같기도 하네요. 그러고 보면, 우리 회사 사람들이 자꾸 외계인 보고 그러는 게, 알고 보면 그런 엄청난 순간이 왔다는 걸 직감해서 생기는 현상 아니겠어요?외계인이 지구에 생명을 보내며 맡긴 임무를 이제 완수하는 역사적인 날이 오니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너무 심하게 다들 감동해서 그런 형상을 보고 그러는 거 아닌가?”


내 말을 듣자 이 선임은 웃었다.


“무슨 소리야. 다들 카페인만 뇌가 너덜너덜해질때까지 쳐넣으면서 맨날 밤샘하니까 헛것 보는 게 당연한거죠. 39억년 전에 언젠가는 우주로 나갈 거라는 임무를 받고 외계에서 떨어진 그 조상 미생물의 마음이 우리 마음 속에 어느 한 구석에서 물려 받아서 숨어 있다가, 이제 드디어 임무를 완수할 때가 되니까 나도 모르게 마음 속에서 피어 나는 거라고요? 그래서 외계인 조상님의 얼굴이 눈에 막 보이는 거라고요?”

“아니, 내 말은 생명체가 다 시들어 종말할 거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면, 그 정도 정신적 충격은 받을만한 일을 우리가 하고 있는 거 아니냐는 거죠.”

“하여간, 이래서 한국 남자들은 안된다니까. 아직까지도 조상님 제사 안 모시면 큰일난다는 의식에서 왜 못빠져 나와요. 못 빠져 나와도 그렇지 60년대에 가정의례준칙 때도 3대까지만 제사를 모신다고 되어 있는데, 몇십억년 전에 미생물 조상을 마음 속에 담고 산다는 게 무슨 소리야.”


이 선임은 그리고 다시 웃었는데, 그녀의 그 웃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서, 나는 그냥 같이 맞장구치면서 웃기만 하였다.


잠깐 꽤 큰 사회 문제가 될 뻔도 했던 그런 주장들은 이 일을 제안했던 교수가 나서서 정리하면서 얼마 안되어 사그라들었다.


“그게, 고생물학을, 진화를 완전히 잘못 이해하고 있는 거 거든요. 우리가 미생물을 외계에 보내서 목적을 달성하는 거라는 생각은, 따지고 보면, 생명체가 진화를 계속 하다 보면 우리처럼 이렇게 지능을 가진 생명체가 탄생하는 게 맨 끝트머리 꼭대기에 있다는 그런 고정 관념 때문에 생긴 겁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진화의 결정체니까, 우리가 하는 중요한 일은 진화에서도 가장 마지막 결정적인 순간에 생기는 일이라는 식으로 무심코 착각하는 거예요.


그런데 그게 그야말로 착각이거든요. 진화가 그렇게 지능이 높아지는 게 우월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점점 지능이 낮은 생물에서 지능이 높은 수준으로 진화하는 게 길이라는 무슨 방향이 있는 게 아니에요. 인간이 진화의 결정체라고 한다면, 지금 세상에 기막히게 적응해서 퍼지고 있는 신종 세균도 자기들 나름대로는 진화의 결정체인 거 거든요. 인간이 지능이 발달한 것처럼, 세상에는 무진장 추운 데서 살아 남을 수 있거나, 하늘을 날 수 있는 생물도 있잖아요? 그 생물들은 자기들 나름대로 또 신기한 일들을 할 거예요. 그런 게 다 진화에서 중요한 거 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외계 행성들을 향해서 우주선을 보내서 생명체를 보내는 것은 그만큼 지구의 생명체들이 멀리, 혹독한 시련을 뚫고도 퍼져 나간다는 그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이지, 그게 어떤 진화의 순서와 단계에 따라서 가장 우월한 마지막 단계이다, 반드시 나타나야 하는 종착역이다 그런 것은 아닌 겁니다.


게다가 지구에 처음 생명이 생겨날 때 우주에서 떨어진 뭔가가 이유가 되었을 가능성이야 있지만, 그게 혜성이나 소행성 파편일 수 있다는 거지, 꼭 누가 우리처럼 우주선에 뭘 태워서 보낸 게 도착한 거라는 법은 없거든요.”


별로 재미 있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역시 교수는 훌륭한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정부 기관에서 점점 극단적으로 변해 가는 주장들을 두려워하고 있는데, 그걸 딱 멈춰 주는 훌륭한 이야기를 해 주고 있지 않는가 말이다. 거기에 더해서 정권 교체가 이뤄지면서 MPS에 정부 돈줄이 끊기게 되자, 이런 갖가지 이야기들도 같이 점점 지루하고 재미 없는 것들이 되면서 잊혀 지기 시작했다.


우주 멀리 보낼 초소형 우주선들을 만드느라 우리나 나라의 MPS 업체들이 전부 매달려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나름대로 점점 커지고 있던 세계 MPS 시장은 실용적인 우주선을 만들어 내는 다른 나라의 경쟁 업체들이 대부분 차지해 버리고 말았다. 이제 우리 나라에 남아 있는 것은 별 관심 갖는 사람도 없는 가운데, 우주로 발사될 수백 대의 작은 우주선들과 커다란 공업 단지와 같은 모양의 거대한 발사 시설 뿐이었다.



6.

우주선을 발사하는 날, 내가 여름 길에서 외계인을 본 때에 행사장에서 만났던 사람들이 오래간만에 다들 모였다. 눈먼 돈이 쏟아진다는 기대로 다들 들떠 있던 4년 전 보다는 4년 만큼 더 늙어 있었고, 그 만큼 더 소박하고 침울하기는 했다. 그렇지만 이제는 더 앞서 나아가서 과학이나 산업과 관련된 부서의 장관이 될 거라는 소문이 도는 교수는 꿋꿋이 발사장에 나와 있었고, 역시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우 박사는 이제 곧 사라질 이 산업에서 손을 털었고 어느 유망한 대기업에 특채되었기에, 요 한 두 달 동안에는 보기가 어려웠는데, 오늘은 간만에 볼 수 있었다.


우주선을 우주로 밀어 줄 무서운 위력의 레이저를 쏠 수 있는 이 거대한 발사 장치의 모습에 비하면, 찾아 온 공무원들도 몇 없었고 기자들은 더 없었다. 얼마전만 해도, 이게 우리 행성에 생명을 창조한 이들이 우리 삶을 창조하면서 우리에게 내려준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일이라고 소란을 피우던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생각하면, 조용한 것 같기만 한 발사장 광경은 황량하였다. 이 지구의 모든 생명들이 살아가는 그 삶의 목적을 드디어 이루어 내는 순간이라고 했건만, 거기에 모여 있는 사람들은 끈 떨어진 정부 기관 담당자들과 망해 가는 회사의 기운 빠진 직원들 뿐이었다.


그나마 혹시 괴상한 시위를 했던 경력으로 이름이 좀 나면 대학 입학 할 때 자기소개서가 유리해 지지 않을까 싶어서 시위대를 만들어 나타난 고등학생들이 몇 보였다. 그 고등학생들은,


“인간은 다른 행성의 자연을 마음대로 바꿀 권리가 없다. 즉각 세균을 다른 행성에 퍼뜨리는 일을 중단하라”

“외계행성 오염테러, 국비지원 웬말인가”


같은 구호를 펼쳐 놓고, 또 소리 지르고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다른 행성에 미생물을 보낸다는 계획에 대해서, 선진국 나라들 중에는 이미 탐사가 시작된 가까운 화성이나 토성의 위성들은 지금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외부의 간섭 없이 연구해야 제대로 알 수 있다고 주장 했기에, 우리 사업에서는 태양계 내의 위성들에는 우주선을 착륙시키지 않도록 계획을 바꾼 적도 있었다.


그런 일들을 생각하면, 시위대가 하는 말은 골치 아픈 데가 있기는 했다. 생명체가 잘 자랄만한 훌륭한 행성일 수록 함부로 건드리면 안된다. 지구 생물을 보내서 거기를 지구와 같은 생명체로 뒤덮을 게 아니라 잘 보호해야 한다. 이런 이야기들은 당국자들에게 꽤 거슬릴만 했다. 하지만 여기 모인 사람들 대부분은 무슨 내용이 되었건, 지금 그 고등학생들이 소리라도 지르고 있으니 좀 들뜨는 기분이 나고 좋다는 정도만 생각할 뿐이었다.


마침내, 숫자를 거꾸로 세는 소리가 들리고, 하늘을 향해 우뚝하니 솟은 굵직한 레이저 발사관이 작동되기 시작했다. 다들 기다리던 그 순간이 되자, 하늘을 향해 발사관은 흰 레이저 빛줄기를 쏘아 보냈다. 효과적으로 우주선에 에너지를 보내기 위해서, 레이저의 파장이 바뀌고 있었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흰 빛과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이 바뀌고 있었다. 그래서 구경하기에는 빛이 번쩍번쩍 하면서 나왔다가 끊어졌다가 다시 나오는 것 같아 보였다.


그리고 사백 스물 여섯 대의 우주선들이 그 빛을 받아 하늘을 날아 오르기 시작했다. 우주선들은 레이저를 받기 위한 커다란 접시를 엎어 놓은 모양이 있고, 그 위에 손바닥 만한 원통형 본체가 올려져 있는 모양이었다. 꽤 멀리 하늘로 올라가서 거리 감각이 없어질 만큼 멀어지자, 우주선은 꼭 옛날 영화에 나오는 비행접시처럼 보이기도 했다.


“지구에 생명체를 처음 보내 준 게 정말 외계인일까요? 생명체가 저절로 처음 생기는 게 그렇게 어렵다잖아요. 그거 생각하면 처음 생명체가 탄생했을 때 외계인이 뭐든 보내줘서 도움이라도 준 거 아닐까요? 그러면, 걔네들은 도대체 왜 그런 걸까요? 뭐하러 이 멀리까지 생명을 퍼뜨린 걸까요? 그렇게 해서 우주 전체에 생명체가 퍼져서 득실득실하고 있으면, 도대체 뭐가 그렇게 좋아진다고 그런 긴긴 계획을 세웠던 걸까요? 뭐하러 그렇게 긴 시간을 걸고 탐사계획을 세운거죠?”


나는 그녀를 보았다. 만약 누가 지구에 생명을 일부러 보낸 것이라면, 그리고 그러면서 우리도 언젠가 생명을 다른 곳에 보내기를 기대했다면, 도대체 왜 그들은 온 우주에 생명이 생육하고 번성하라고 하고 있는 것일까. 그녀는 우주선들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수만년 동안 날아 가서, 수십억년 동안 퍼져 나갈 계획을 갖고 먼먼 길을 오래도록 떠나가려고 저마다 마음 먹고 있는 것들이었지만, 저 중에 결코 적지 않은 숫자가 지구를 채 벗어 나기도 전에 폭발하거나 불 타 없어져 버릴 것이 뻔 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서 나를 쳐다 보았다. 나는 그녀를 계속 보고 있었다. 그녀는 웃었다.


“혹시, 걔네들도 어디서 지원금 나온다 그래서 그거 먹어 보려고 벌린 사업 아니겠어요?”


그녀가 웃는 것을 보면서, 나는 역시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무엇인가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고, 번쩍거리는 빛 사이에 이상한 것이 보이는 것 같기도 했지만, 그녀는 그냥 계속 하늘을 쳐다 보고 있었다.


“이 바닥이 다 그렇죠. .”


그녀는 하늘을 보면서 말을 했고, 나는 그녀를 보면서 세상의 다른 많은 삶은 모르겠지만, 지금 내 삶은 저 여자가 쥐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 2013, 논현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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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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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쑤우 13.07.01 12:19 댓글

    '눈뜨고 코베인'이라는 밴드 노래 중에 '외계인이 날 납치할 거야'라는 곡이 있어요.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자신은 세상의 특별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아보려"는 사람의 심리가 잘 담긴 가사인 거 같아요~ ㅎㅎ

    한 때 디자인 수도니 뭐니 해서, 지금은 전시행정을 대표하는 흉물이자 골칫덩이로 남아있는 세빛둥둥섬도 생각나고 그러네요.


    중간중간 글씨체가 다른 글자들이 눈에 띄는데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장치는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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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재식 13.07.01 12:40 댓글

    글씨체는 워드프로세서로 보낸 글이 올라가다가 잘 안맞아서 그렇게 된 것 뿐, 의미는 없습니다. 다음엔 주의해야 겠습니다.


    특별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아 보려는 심리는 처음부터 그렇게 짠 것은 아니었는데, 쓰다보니까 진화의 방향이 꼭 인간의 지능일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와 잘 견주어질만한 내용인 것처럼 보여서 쓰면서 조금 더 보충해서 집어 넣은 내용이었습니다. 이번 달도 덧글 감사드립니다. 건강한 여름 보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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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 전송절 기념사(본문삭제)6 2016.03.01
곽재식 케플러 452B 행성에서 구한 기차표5 2016.01.31
곽재식 천사가 앉았던 의자(본문 삭제)5 2015.12.31
곽재식 조용하게 퇴장하기 (본문 삭제)8 2015.11.30
곽재식 맨정신으로 버티기 어려워2 2015.10.31
곽재식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고2 2015.09.30
곽재식 행성 대관람차7 2015.08.31
곽재식 날아가다2 2015.06.30
곽재식 로봇복지법 위반 (본문 삭제)4 2015.05.31
곽재식 만날 수 있을까(본문 삭제)3 2015.04.30
곽재식 구조 요청 2015.04.01
곽재식 다리 난간 위로 걸어 가기5 2015.02.28
곽재식 이상한 흰 여우 이야기2 2015.01.31
곽재식 길이 없다3 2014.12.31
곽재식 장난감 병정7 2014.11.30
곽재식 오늘 꼭 말한다 (본문 삭제)3 2014.11.01
곽재식 독심술4 2014.10.01
곽재식 감정의 여신2 2014.09.01
곽재식 일요일 오후에서 월요일 아침까지 2014.07.31
곽재식 포기하던 순간과 요정 201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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