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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만 소통, 소통, 이제 소통이란 말도 지겹다



1.

이걸 사람은 바로 자신임. 어제 일어난 아주 중요한 가지를 너는 지금 잊은 상태인데, 이것은 강제로 기억을 지웠기 때문임. 네가 요즘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문제와 바로 연결되어 있는 사람에게 가서기억을 지웠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진실을 알려 달라 다짜고짜 물어 보기 바람. 그러면 알려줄 것임. 그냥 꾸며낸 이야기 속에 나오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아님. 어제 정말 중요한 일이 있었는데, 너는 기억 삭제를 당해 잊고 살고 있는 뿐임. 너는 글을 읽으면서 낙서를 본다거나, 남이 지어낸 이야기를 본다거나, 네가 그냥 상상한 써놓은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게 아님. 진짜 이건 자신이 진심으로 경고를 주려고 그나마 메모를 남길 방법을 찾은 게 이거라서 알려주는 것임. 이렇게 밖에 말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음. 다음 내용은 사실이 아닐지 몰라도 위의 내용은 진짜임. 제발 믿어 주길.


화면을 보니 그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많이 보던 이야기 아닌가. “너는 국가 기관의 비밀조직으로부터 정신을 조작 당하고 있다!” 그렇지만 국가 기관이 일하는 것이 대개 얼마나 불쌍하게도 엉성한 다들 알고 있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그런 소재도 유행 지난 옛날 영화에만 나올만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넘어 가서 이번에는 어떤 배우가 몸매를 어떻게 드러냈다더라 하는 내용이 적혀 있는 인터넷 뉴스나 읽어 보려고 했다.


어제 진짜 중요한 일이 있었는데 기억이 강제로 지워진 거라고. 그런 식으로 무조건 의심하기 시작한다면 내가 살고 있는 곳도 대한민국이 아니라, 대한민국과 똑같이 꾸며 놓은 거대한 외계인의 동물원으로 쓰는 우주선일 수도 있겠지.


나는 애초에 하려고 했던대로 배우의 몸매를 다룬 기사를 보았다. 지겹기도 하고 비도덕적이기도 기사였지만, 기묘하게도 독자의 관찰력을 발휘하도록 이끄는 기사이기는 했다. 그리고 나서 저녁에도 일은 없었다. 아내는 연예인들이외계인팀과지구인팀으로 나뉘어 이마빡 때리기 내기를 하는 것을 오랫동안 해설 자막과 함께 보여 주는 TV쇼를 보면서 깔깔거리고 웃었고, 나는 베개를 귓구멍에 밀착시킨 모양으로 한쪽으로 누워서 잤다.


그날 속에서 나는 출근하고 있었다. 출근길에 하늘을 보니, 하늘에서 대뜸 산맥 만큼 거대한 손이 튀어 나왔다. 출근하던 사람들이 다들 놀라서 하늘만 올려다 보고 있는데, 손은 동물원의 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것처럼 비스킷을 지상의 우리들 쪽으로 내밀며 흔들어 댔다. 나는 비스킷에 깔릴 까봐 바닥에 바짝 엎드렸는데, 건물을 부수며 부서진 비스킷 조각들이 모래폭풍처럼 거리에 흩날렸다. 속에 가루가 가득 들어 찼다. 비스킷 맛이 났다.


정말로 일어 나서 출근길을 걷게 되니, 번이나 어제 읽었던 것 생각났다. 중대한 비밀이 있는데 누가 강제로 기억을 지워서 나는 까맣게 모르고 있다. 그걸 알아내려면 내가 요즘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과 직접 연결된 사람을 찾아 가서 물어 보라고 했다. 나는 하늘을 쳐다 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하늘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땅에는 죽은 두꺼비들이 많이 보였다. 다른 이상한 것들은 없었다. 어디에서 온 것인지 알을 낳으려고 이동하던 작은 두꺼비들이 길에 몰려 나왔다가 자동차에 깔려 죽은 것 뿐이었다. 그 모습이 징그러워서 다시 고개를 들었다.


역시 하늘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입을 벌려 공기의 맛을 보았다. 자동차 배기가스 향이 묻은 흙먼지의 맛을 있었다. 아내가 이마빡을 때리며 깔깔거리고 웃는 모습을 생각해 보았다. 아내랑 그런 놀이를 적이 있었는지? 없었던 같다.


회사에 출근해서 일을 하면서는 그런저런 생각을 다시 잊고 있었다. MPI 돌리는 프로그램을 도입하려는 곳들이 많아서 날은 일이 많았다. 나는 컴퓨터 여러 대를 연결해서 있도록 기계를 설치해 주고 소프트웨어 설정해 주는 일을 했다. 그런데, 그 날은 일을 하면서 똑같은 일을 묻는 사람들이 씩이나 있었다.


“이렇게 돈을 많이 들여서 컴퓨터를 여덟 대나 들여 놨으니까, 이제 계산 속도도 여덟 배로 빨라지는거지?”

“여덟 연결했다고 무조건 여덟 배로 빨라지는 거는 아니고요. 그렇게 분할해서 계산하기에 좋은 좋은 프로그램으로 돌렸을 때만 빨라지는 거죠. 사람들 일하는 것도 그렇잖아요. 파는 가게에 종업원 있다고 해서 사람 있을 보다 배로 많이 있는 거는 아니잖아요.


얼마나 계산하기에 좋은 내용을 계산하는지 얼마나 잘만든 프로그램으로 계산하는지 따라서 속도는 배가 수도 있는거고, 배가 수도 있는거고요. 잘못하면 오히려 느려지는 경우도 있고요.”

“뭐? 아니 그럼 우리가 이거 들여온 의미가 아무것도 없잖아. 돈만 들이고, 이게 뭐야. 생각을 해보라고.”

“의미가 없는 아니고요. 그래도 이렇게 하면 몇몇 경우에는 속도를 배로 올릴 수는 있는 거니까...”

“나랑 장난하냐? 내가 의미가 아무것도 없다고 하니까 의미가 없는게 아니라고 ?”

“그런데 반말인데요?”


마지막 말을 빼고 나머지 대화는 상대만 바꾸어 가며 거의 동일하게 여러 반복되었다. 사실 마지막 말은 번도 적이 없었다. 일을 그만 두고 쌍둥이를 키우고 있는 아내를 생각하면 말은 없었다. 모르지. 처자식도 잊고 그냥 내질렀던 적도 있었는데, 어떤 성격 이상한 놈이 기억을 강제로 지운 것일 수도 있겠지.


오후 되니, 과연 궁금해졌다. 지워진 기억을 되찾으려면 요즘 가장 중요한 문제와 연결 되어 있는 사람에게 찾아 가서 물어 보라고. 나는 퇴근 길에 요즘 나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하나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멍하게 있을 때만 스물스물 가끔 생각나는 문제. 잠자리에 누워서 자려고 하면 슬그머니 생각 나는 문제. “이렇게 미뤄 놓고만 있을 일이 아닌데하면서 생각나는 . 아침에 출근하기 싫은데 일어날까 말까 꼼지락거리고 있으면이러고 살게 아니라 일단 이거부터 해결해야 하는데하면서 생각나는 .


집에 오니, 아내는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연예인들은 이번에는 무엇인가 도구를 써서 서로 상대방의 이마빡을 때리는 내기를 하고 있었다. 조금 특이한 소리를 마디 했다는 것이 인터넷 뉴스 기사로 난 적이 있는 연예인들이 모여서외계인팀이 되어 있었고, 그런 적이 없는 연예인들이지구인팀이었다. 아내는 크게 웃지는 않았다. 고개를 돌려 보니 아내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서 쌍둥이들이 자고 있었다. 아내는 쌍둥이들이 깊이 잠들기 전에 깨울까봐 소리를 내지 않으려는 같았다.


나는 아내를 붙잡고 한번 물어 볼까 생각했다. “기억 지운 알고 있거든. 진실이 뭔지 가르쳐줘.” 아내는 나를 흘겨 보고실성 했냐?” 소리 지를 같았다. 아내는 나와 말다툼을 때면, 내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이 납득이 안간다면서 정신병이 있는 것은 아니냐고 따지기를 좋아 했다.


그러고보면, 내가 요즘 가장 고민인 문제를 생각한다면 아내는 당사자 중의 명일 뿐이지, “연결된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가 텔레비전을 보고 웃는 소리가 다시 들렸다. 이번에는 어제처럼 시원하게 크게 웃고 있었다. 웃음소리 사이에 신기하게도 쌍둥이들이 깊게 자면서 내는 낮은 숨소리가 들렸다.


나는 반성했다. 직접 행동으로 해결하는 없이, 따지고보면 허황된 공상으로 문제를 돌리려고나 했을 아닌가. 나는 부끄럽기까지 했다. 평소에는 아내의 웃음소리와 텔레비전 소리를 들으면서도 잠을 잤다. 그렇지만 부끄러움 때문에 잡념이 많아져서 그런지 잠이 왔다.


나는 일어 나서 책상 앞에 가서 메모지에 글귀를 썼다.


“그건 사실이 아님. 나에게는 지워진 기억이 없음. 다른 사람이 나와는 상관 없이 글을 읽은 뿐임. 믿어야 할 증거도 없음.”


나는 그리고 말을 분명히 머릿속에 새기고 기억하기 위해서 혼자서 읽었다. 아내는 내가 소리를 낸다는 것을 알고 잠깐 고개를 돌릴까 하기도 했지만,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 나는 메모지를 책상 서랍 속에 집어 넣어 두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자리에 누웠고, 이번에는 있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책상 서랍을 열어 보니, 내가 글귀에 밑에 이런 글씨가 있었다.


“너는 기억이 지워졌음. 구체적인 내용을 말하지 못하지만, 찾아 가서 ‘기억이 지워진 것을 알고 있으니, 알려 달라 따져 보면 있음. 말을 믿기 바람. 글을 사람이 자신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그리고 다음에는 아무도 못하고 오직 혼자만 알고 있는 비밀이 씌여 있었다.



2.

놀라서 나는 메모지를 보이지 않게 접었다. 출근을 하면서 접힌 메모지를 갖고 나왔다.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하면서 오른쪽 옆에 있는 사람은 가수의 상체 몸매를 다룬 인터넷 기사에 빠져 있고, 왼쪽 옆에 있는 사람은 다른 가수의 하체 몸매를 다룬 인터넷 기사에 빠져 있는 것을 똑똑히 확인한 뒤에 나는 메모지를 꺼냈다. 나는 다시 내용을 읽어 보았다.


어제 간밤에도 무슨 일이 있었는데, 기억이 지워졌다는 것이다. 도대체 이런 이야기를 누가 메모지에다가 것일까. 글씨는 글씨 같았다. 나는 누가 나에게 무슨 장난을 치려고 글씨를 흉내 내서 것이라고 생각해 보았다. 그렇지만, 밑에 적혀 있는 사연은 정말 혼자 밖에 모르는 일이었다. 이것을 사람은 정말로 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잠결에, 꿈결에 내가 이런 것을 썼을 수도 있다고 생각 했다. 그럴 수도 있었다. 어제 하루 동안 일하면서 기억이 강제로 지워지는 사건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으니까, 그런 꿈을 꾸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꿈을 꾸었다면 어렴풋이 기억이라도 같은데 정말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희미한 느낌도 남지 않았다.


“이런 영화 있어요? 케이블TV에서 , 다음에 어떻게 되었는지를 모르겠네...”


나는 내가 겪은 일을 영화 줄거리라고 하면서 회사 동료에게 물어 봤다. 회사 동료가 말했다.


“그런 영화는 모르겠는데... 이런 결말 아닐까요? 그러니까 내용 자체가 기억을 지우는 것에 대한 것이었으니까, 정말로 꿈결에 무심코 메모지에 글씨를 기억 자체까지도 지워진거죠.”

“그런게 정말 돼요?”

“꿈 속에서는 세상에서 날고 싶다고 하면 수도 있고, 갑자기 눈이 오면 좋겠다고 생각하면 눈도 오고 그렇다잖아요. 그러면, 속에서 기억이 지워졌으면...하면 기억이 지워질 수도 있는 아니에요? 기억도 어차피 속에서 생긴 기억인데.”


그리고 나서인터넷 찾아 봐요라고 말하고 고개를 돌렸다. 재미가 없는 소재의 대화였고 주제로 말은 하기는 싫다는 뜻이었다.


인터넷 찾아 봐도 그런 내용의 영화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혹시 소설 중에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전에 읽어 적은 없었다. 하기야 기억도 지워졌을 수도 있겠지.


퇴근 길에 나는 새로 생긴 영유아 어린이집에 갔다. 학위나 자격증에 대해서 이런 저런 말을 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원장이었는데, 나는 사람을 만나 생각이었다. 어린이집에 쌍둥이들을 새벽반부터 야간반까지 맡기는 것을 나는 계속 고민하고 있었다. 인터넷에서 이곳저곳, 여기 찾아 와서 번 서성거리는 동안 애를 그렇게 맡기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기야 이만큼 이렇게 주는 어린이집이 서울에 많은 것도 아니었다.


지난 번에 찾아 왔을 때는 원장이 말하는 목소리가 이유 없이 마음에 드는 같기도 했다.


“원래는 어머님께서도 하셨죠?”

“예. 사실 우리 쌍둥이 낳고도 얼마 동안은 계속하긴 했었는데요.”


원장은 조금 어려 보였는데, 정도만큼이나 자신감이 넘치고 힘든 일을 끌고 나갈 있을 만큼 기운도 있어 보였다. 나는 대답을 길게 하려다가 아직 아무 관계도 아닌데 너무 자세한 이야기는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말을 멈추었다.


애들이 태어났을 때만 해도 맡길 때가 마땅치 않아서 제천에 계시는 부모님께 부탁 드리는 밖에 없었다. 우리는 매주 금요일 저녁 마다 제천으로 가서 애들을 데리고 왔다가, 일요일 저녁에 다시 제천에 애들을 맡겼다. 부모님께서는 애를 데리고 타고 가는 것이 힘들테니, 그냥 주말 동안 제천에서 머물다 가라고 했지만, 그렇게하면 아내가 없었다. 부모가 주말에만 아기 얼굴을 보면서 애를 키우는 것이 좋지는 않은 점이 있다 싶기는 했지만, 그래도 얼마 동안은 그렇게 지낼 있을 같기도 했다.


그렇지만, 부모님들이 애들을 키우는 방식에 아내가 질겁을 했다. 아내는 이상 애들을 저렇게 수는 없다고 했다. 억지로 얼마간을 버티는 동안 나는 아내와도 말다툼을 여러번 했다. 아내는 내가 생각하는 방식을 보고 있으면 나에게 정신질환이 있는 진지하게 의심 된다는 식으로 욕을 했다.


결국 애들을 다시 집으로 데려 오기로 했다. 영혼도 없이 컴퓨터들 사이를 연결하고 다니는 것이 일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월급은 내가 조금 많았다. 요즘 매번 하는 생각이지만, 당장 월급은 따위지만, 사실 아내의 직장이 가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나도 하기는 했었. 멀리 보면 아내가 하는 일은 크게 발전할 가능성도 있었다. 내가 하는 일이야 발전한다고 해봤자 리눅스 커널이나 윈도우 버전 나올 마다 설치할 눌러야 하는 아이콘들이 조금씩 바뀌는 뿐이었다. 그렇지만 아내는 직장을 그만 두었고, 직접 쌍둥이를 돌보기 시작했다.


아내는 쌍둥이를 돌보면서 매우 힘들어 했다. 저녁에 내가 돌아 오면, 말을 하는 것마저 힘들어 정도였다.


“아, 기운 없고 너무 힘들어. 나중에 힘날 이야기 하자.”


힘이 들어서 그런지, 아내는 조그마한 일에도 나에게 화를 크게 내는 일이 많아졌다.


“조그만 일이 아니라, 계속 말을 해도 고치니까 그렇지.”


아내는 그렇게 말을 했다. 나는 , “계속 했다 그러는데, 도대체 번이나 말했다고 그렇게 사람 기분나쁘게 진절머리를 내냐?”라고 따진 적이 있었는데, 이후로 아내는 나를 정말로 나에게 진절머리를 내 것처럼 행동했다. 나는 나중에 잘못했다고 사과했고 아내도 그걸 받아 준다는 식으로 이야기 하기도 했지만, 달라진 것이 되돌려지는 느낌은 아니었다.


다행히 쌍둥이들은 무럭무럭 커갔다. 아내도 나름대로 점점 힘들어 하는 같아 보였다. 아내는 주말에는 쉬고 싶다면서 쌍둥이들을 나에게 맡기고 혼자 외출을 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지내더니 아내는 12일로 전남 담양이나 경남 진주 같은 곳으로 놀러 갔다 오기도 했다.


“그럴 거면 애들하고 나하고 다같이 가면 안돼?”

“너랑 나랑 애들하고 가면, 결국 애들 보는 되는 거 알아? 아니, 따지자는 아니고, 그렇게 된다는 논리를 이해 하냐고.”

“아니... 우리 옛날에 제천 왔다갔다 때도 애들이랑 같이 다녔잖아.”

“애들이랑 같이 가면, 몸으로 네가 아무리 일을 많이 하는 것처럼 해도 결국 책임은 쪽으로 기울어지기 때문에 내가 피곤하다니까.”


아내는 자물쇠 걸린 철벽처럼 혼자 가겠다고 했다. 아내의 말에 맞는 점이 있기도 했겠지만, 나는 하필이면 제천 이야기를 꺼낸 것이 전술적 판단 착오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주말을 밤만 되면 별별 다양한 방법으로 잠을 자게 방해하는 쌍둥이들과 함께 보냈다. 아내는 얼굴이 며칠 밝아질 정도로 정말 쉬고 오는 같아 보이기는 했다.


그러다가 이번 여름에 아내는 혼자 해외여행을 갔다 왔다. 아내는 몰디브에서 닷새 동안 쉬고 왔는데, 어땠냐고 물어 보자,


“정말 오기 싫을 정도로 좋더라


말만 했다.


그러다가 나는 어린이집이 새로 생긴 것을 보았다. 나는 아내가 밖에 나가서 누구를 만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상상도 잠깐 했다. 그것과 관계 없이 그보다 훨씬 많은 시간 동안 아내가 다시 일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지난 번에 찾아 왔을 , 원장과 이야기 것도 그것 때문이었다. 나는 구체적인 이야기는 별로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원장은 모든 일들을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 원장은 자기의 자격증과 자격들에 대해서 말하면서, 그런 것들 때문에 있다고 설명했다.


“두 , 아버님, 어머님께 제일 중요한 뭐겠어요. 자녀분들이잖아요. 그런데 제가 자녀분들에 대해서는 제일 알게 거거든요. 그렇게 되면, 분께서 같이 오셔서 저하고 상담해 보세요. 정말 서로 아시게 거에요. 최면 치료도 받아 보시고요.”


나는 갑자기 무슨 최면이냐고 물었는데, 원장은,


“제가 하는 것은 최면이라고 해서 대단한 아니고요. 애들 낮잠 재울 자게 하는 거랑 사실 같은 거거든요. 정말 서로서로 마음을 아실 있어요.”


라고 말하고 웃었다. 그날은 그게 끝이었는데, 그때 잘 가라고 인사하며 밝게 웃는 원장의 얼굴은 맑게 튀는 물방울처럼 밝았다.


어린이집 문을 열고 들어 가자, 애들 칭얼거리는 소리와 거기에 응수하는 보육교사들의 소리가 아프리카 초원의 영양떼들 사이에서 나는 소리처럼 들려 왔다. 나는 원장이 어디 있는지 물어 보았다. 잠깐 기다리라는 대답을 들었다. 기다리는 동안, 저녁 시간을 맞아 찾아 다른 부부들이 원장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원장의 상담을 받으며 역할극을 하거나그런 서로 낯부끄러워지는 외에 아직도 쓸모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놀라웠다 - 그렇지만 그렇게 하거나, 최면 치료와 함께 상담을 받고 나면 신통하게도 부부 간에 이해하는 정도가 신비롭도록 깊어진다는 말을 했다.


원장실로 들어 가면서 나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았다. 조금 졸린 얼굴들이 많아 보이는 느낌이었지만 다들 조용하고 얌전해 보였다. 우리집 쌍둥이들과는 자뭇 달라 보였다.


원장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사이에 젊어진 것처럼, 원장의 얼굴은 좋아 보였다. 어깨를 펴고 있는 앉은 모습이 일부러 그렇게 멋있어 보이게 앉는 방법을 연습한 사람 같아 보였다. 무슨 정신 나간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순간 동안에는 정말로 아내가 바람을 피운 것이라면 나도 원장과 맞바람을 피우면 복수가 거라는 생각까지 했다.


“왜 혼자 오셨어요? 자녀분들하고 어머님하고 같이 오시라니까요. 상담을 하든, 최면을 받든, 하여간 어머님하고 아버님 사이에서는 마음을 있는 계기가 있어야 된다니까요.”


원장이 나를 맞았다. 원장은 끝트머리를 장난스러운 농담인것처럼 재밌게 발음하면서 얼굴도 웃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원장에게제가 몽유병 증상이 있는 같은데요. 몽유병 때문에 이럴 있나요.”라고 물어 볼까 말까 고민했다. 나는 물어 볼까 망설였다. 원장은 귀여워 보이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내가 멍청하게 아무말 안하고 어정쩡하게 앉아 있기만 하냐고 의아해 하는 모습이기도 했다. 사람이 정말 나와 아내의 마음을 통하게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가 나를 정신병자라고 욕하며 노려 보는 얼굴이 떠올랐다. 나는 너를 아직도 사랑하는데 너는 다 잊은거야. 나는 아내에게 따지고 싶다는 생각도 같이 들었다.


나는 원장에게 물었다.


“기억을 지웠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진실을 알려 달라.”



3.

원장은 나를 가만히 쳐다 보았다. 웃고 있는 얼굴은 그대로 였는데, 오히려 웃음이 점점 감격에 젖는 얼굴처럼 변해 갔다. 원장의 눈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나는 미친 소리를 했다는 부끄러움과 이제 도대체 어떻게 다음으로 대사를 이어 가야 하냐는 의문 때문에 뭐라고 말도 못하고 얼굴만 벌겋게 변해 가고 있었다.


그런데 원장이 손을 내밀었다. 원장은 오른손을 잡았다. 원장은 손바닥에 자기 손가락 끝으로 글씨를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공을 들여 손질을 것은 아니지만 깔끔하게 깎은 손톱 끝이 느껴졌다. 손가락은 조금 차가운 느낌이었다. 나는 글자, 글자 원장이 쓰는 글씨를 느껴 본다.


원장이 것은 우리 쌍둥이의 이름이었다. 그렇지만 말은 다른 말을 했다.


“무슨 말씀이세요. 이야기 하시는 거에요?”


원장은 일어서면서 갑자기 얼굴을 가까이 대어 귀쪽에 잠깐 입술을 가까이 가져 갔다. 원장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지금 여기 감시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이렇게 말하는 거에요. 아시고 싶으시면 제가 시키는대로 하셔야 돼요.”


그리고 원장은 일어서더니, 다시 목소리로 꿈이 어쩌니, 상담이 어쩌니, 애들이 어쩌니 하는 엉뚱한 이야기를 했다. 그러더니,


“가시는 길에 애들 사진이랑 상태 정리한 저희 파일 보고 가세요.”


라고 말했다. 원장은 가라는 눈치를 주는 같았다.


시한폭탄이 터질 장소에서 탈출하는 느낌이었다. 원장의 바깥으로 나와서 한쪽에 있는 서랍을 보았다. 아이들에 대한 내용이 정리된 서류가 보관되어 있을 것이다. 열까말까 하다가, 나는 그냥 더는 정신 나간 짓을 하지 않고 곱게 집에 가기로 했다. 그냥 없던 일인셈 치는 것이다. 그래서 연예인들끼리 이마빡을 때리는 것을 보는 아내를 보다가 자기로 했다. 그렇지만, 어린이집을 바깥으로 나올 되어서 나는 어쩔 없이 발걸음을 돌렸다. 내가 이미 원장에게 이상한 소리를 했다는 기억은 지워지지 않았다.


서랍을 열어 보니, 과연 아직 어린이집에 등록도 하지 않은 우리 쌍둥이의 이름이 적힌 서류철이 있었다.


애들 이름을 보니 겁이 났다. 이게 무슨 쇼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을 들먹이는 것을 보니 너무하다 싶었다. 만약에 생각했던 것보다 복잡하고 무서운 일이라면 그러면 혹시 아이들이나 아내에게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나하는 생각을 했다. 괜히 원장에게 이상한 소리를 했나, 아니 아예 원장을 찾아 오지도 말았어야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다시 원장실로 돌아 가서 원장을 붙잡고 이게 다 무슨 짓이냐고 따져 보려고 했다.


그런데 원장실 앞을 아이들과 아이들의 부모들이 막아 섰다. 표정은 밝았고, “왜그러세요?” 라면서 갑자기 표정이 이상해진 나를 궁금하겨 여기며 도와주겠다는 태도 같았다. 그렇지만 내가 원장실로 다시 돌아 가지 못하게 막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원장실 유리창 쪽을 보니, 원장이 내 쪽을 쳐다 보고 있는데, 겁먹은 얼굴이었다. 아이들이 원장실 문을 막고 있어서 자기도 나갈 수 없다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원장님 좀 다시 만나야겠습니다”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더 많은 아이들과 부모들이 원장실 문앞 쪽으로 모여 들었다. 낌새가 이상해서 나는 들고 있던 서류철을 잠깐 열어 보았다. 맨 첫 페이지에 크게 적혀 있는 말이 있었다.


“우선 여기서 빨리 나가세요. 바로 도망치세요.”


나는 서류철을 덮고 어떻게 해야 하나 한 2,3초 오락가락했다. 문 앞에 서 있던 사람들의 표정이 이상해 지면서 갑자기 덮쳐 오기라도 할 듯한 기분이 확 들었다. 나는 어린이집 바깥으로 도망 나왔다.


가끔씩 뒤를 돌아 보면서 나는 빠른 걸음으로 도망쳤다. 가로수들이 저녁 햇살에 그림자를 어둡게 드리운 곳이 나오자, 더 겁이 나서 나는 달려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나는 한참 뛰어서 공터가 크고 사람들이 많고 빛이 밝은 복합상가 앞까지 달려 왔다.


싸구려 과일을 쓰레기 같은 값에 팔고 있으니까 다들 한 상자씩 사가라는 말을 유통회사에서 고용한 아름다운 성우의 목소리로 틀어 놓은 것이 들려 왔다. 과일 가격의 차이를 외쳐 대는 그 목소리를 듣자 이런 게 내가 맨날 보던 평범하고 제대로 된 원래 세상으로 돌아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숨을 고르는 동안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나는 첫페이지만 보았던 서류철의 다음 페이지들을 보기 시작했다. 안에 들어 있는 것은 논문의 초고나 책의 원고 같은 내용이었다. 영어로 되어 있었는데, 우주 어느 곳에서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진공 에너지라는 게 있는데, 거기에서 관찰되는 힘이 변하는 파장이 복잡하고 이상한 것이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인 것처럼 보였다. 엄청 중요한 것 아닌가 싶어서 열심히 읽어 보려고 노력을 했지만, 내가 이해할 수 있을만한 내용이 아니었다.


몇 장을 더 넘기니 맨 마지막에 나오는 것이 하얀 종이 한 장이었다. 종이에는 아무 내용도 없었다. 뒤집어 보니 글자가 적혀 있었다. 글자체는 떨리고 삐뚤빼뚤했다. 어린아이의 글씨 같기 보다는 미친 사람의 글씨 같았다.


“귀신바위”


적혀 있는 내용을 읽고, 나는 다시 가슴이 뛰기 시작해서 서류철을 덮었다. 이건 또 어떤 특색을 갖고 미쳐 보자는 수작인가. 어디엔가 신고라도 해야 되나, 누구랑 의논을 해 봐야 하나 잠깐 고민해 보는데, 내가 달려온 어린이집 쪽에서 두 사람이 걸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부부처럼 보이는 남자와 여자인데, 서로 머리를 옆으로 대고 있는 채로 팔짱을 끼고 오고 있었다. 어린이집에서 보았던 어떤 부부였는데, 얼굴이 이상했다. 화난 눈으로 나를 노려보면서 잡아 먹으려고 오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래도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표정이 너무 과하게 밝아 보였다. 서로 완전히 이해하고 있고, 너무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에 가깝기는 했는데, 그런 느낌이라기보다는 그 비슷한 모양을 심하게 과장한 모양이었다. 이모티콘에 쓰이는 특수문자 기호들을 역으로 실제 인간 얼굴의 눈코입으로 재현해 보겠다는 것처럼 보이는 면상들이었다.


나는 저 두 사람은 정말 심한 최면에 걸렸든지, 약이라도 먹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저 사람들이 나를 쫓아 올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 나서 빨리 걸음을 걸어서 사람들 사이에 몸을 감춰 보려고 했다. 어디든 멀리 도망가려고 나는 마침 정차한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 안에서 나는 창 바깥으로 잠깐 그 괴상한 표정의 부부를 쳐다 보았다. 계속 그 따위 표정이었다. 그러다가 나는 혹시 내가 버스에 타고 있다는 것을 그 사람들이 알아 볼까봐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신호에 걸려서 버스가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고개를 숙인 채 버스가 빨리 이 동네를 떠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출발하자, 셋 만 세면 출발하겠지, 하나 둘 셋, 지금 출발 안하지만 눈감고 열 만 세고 나면 출발하겠지.


그러다가 버스가 출발하는 진동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고개를 들었더니, 내 앞에 아까 보았던 그 부부가 장승처럼 서 있었다. 미소 짓는 입들은 생닭을 잡아 먹은 시골집 강아지처럼 의기양양해 보였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 나서 사람들을 닥치는대로 밀치고 버스 앞문쪽으로 뛰어 나갔다. 버스 바깥으로 나와서 지하철역 쪽으로 뛰었다.


지하철이 오고 있다는 것이 전광판에 표시될 때까지 뛰어 가다가 지하철이 도착하는 것을 맞춰서 개찰구 안으로 뛰어 들어 갔다. 이번에는 돌아 보지도 않았다. 돌아 보는 동작 자체에 그 놈들을 끌어 들이는 마법의 힘이 있을 것 같았다. 지하철은 신호를 기다리지 않고 바로 출발했고, 나는 닫힌 문에 기대고 서서 쉬었다. 땀방울이 구르면서 얼굴 위로 쏟아져 내리는 것이 연거푸 느껴졌다.


아직도 뭐가 어떻게 돌아 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다시 서류철을 살펴 보았다. 도망치라는 이야기, 복잡한 우주의 에너지에 대한 문서, 귀신바위. 그게 전부였다. 나는 그 논문 같은 문서를 다시 차분하게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읽어 보려다가, 곧 포기했다. 도망치라는 이야기는 벌써 행동으로 옮겼고, 남은 것은 한 가지였다. 귀신바위. 귀신바위가 무슨 소리인지 궁금했다.


찾아보니, 서울 시내에 귀신바위라는 곳이 꼭 한 군데가 있었다. 지금 내가 타고 있는 지하철역에서는 꽤 떨어진 곳이었다. 나는 내일 귀신바위라는 곳에 찾아 가 볼까 하다가, 오늘 이 길로 바로 찾아 가 보기로 했다. 그냥 별 일을 하지 않고 바로 집으로 돌아가면, 내 집 문앞을 그 이상한 표정의 부부들이나 원장이 지키고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그 사람들을 맞닥뜨려서 도망치지도 못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죽게 되는 것일까? 그럴리는 없겠지. 하면서도 불안해서 거기가 맞는지 어떤지도 모르는 귀신바위로 가 보는 동안 마음은 좀체 진정되지 않았다.


귀신바위는 강변도로 근처로 도로 한 가운데에 있었다. 그래서 자동차 전용도로 한 가운데로 뛰어 들지 않는 이상은 정확하게 귀신바위라는 그 곳으로 갈 수는 없었다. 그나마 가장 가까운 곳이 근처에 있는 공원의 다리 위였다. 공원은 개천 주변에 갈대와 나무들을 심어서 최근에 꾸며 놓은 무척 넓은 지역이었고, 다리는 그 공원을 높다랗게 가로지르는 것이었다.


귀신바위는 바위 두 세 개로 되어 있는 덩어리였는데, 원래 큰 바위 하나가 오랫 동안 쪼개진 것이었는지, 오랜 세월 동안 바위 몇 개가 뭉쳐져서 한 덩어리 비슷하게 보이게 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틈새 사이로는 풀이 무성하게 나 있었고, 나무도 자라 있었다. 그 바로 옆 도로가 주변 사방을 감싸고 있어서 귀신이나 바위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차들이 시속 100 킬로미터로 달리며 지나가고 있었다.


조선시대에는 이곳 근처까지 한강물이 들어올 때가 많았는데, 그러면 한강물에 빠져 죽은 귀신들이 이 바위에서 많이 보인다고 해서 귀신바위라는 이름이 붙은 곳이었다. 혹은 이 바위 근처에서 귀신에 홀려 자기도 모르게 한강물에 들어 가 죽는 일이 많은 자리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서울 구석구석 끝없는 골목길 사이에 귀신 이야기가 도는 곳이나, 귀신 들렸다는 곳은 많기도 많았지만, 그래도 지정문화재 중에 대놓고 “귀신”이라는 말이 붙은 곳은 이곳 귀신바위 밖에 없었으니 관심이 가는 점은 있었다. 지금은 근처에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들이 있으니, 지금도 귀신바위로 걸어 가다가는 죽기 좋아 보였다. 혹은 교통사고를 당한 귀신들이 이곳에 모일 것 같기도 했다.


다리 위로 가면서 공원 경치를 보았다. 무척 좋아 보였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덮혀 있는 아주 커다란 철근 골조의 배와 같은 것이 여의도 였는데, 바로 그 옆에 붙어 있는 공원이면서도 나무와 풀이 무척 우거져 있었다. 얼마전의 장마로 한껏 물을 먹고 더운 날씨에 자란 모습들은 정글처럼 기세 좋게 하늘로 치솟고 있었다. 그 가운데에 서서 바깥을 보면 풀로 덮힌 개천가 제방이 꼭 지평선 처럼 보이고, 그 선 뒤로 멀리 거대하게 솟은 빌딩들이 보였다. 해가 진 저녁 빛이 스산하면서도 신비하게 온통 하늘에 펼쳐져 있어서, 꼭 핵전쟁이라도 일어나 세상이 멸망하고 아무도 살지 않는 세계가 된 것 같았다. 멀리 보이는 빌딩들은 버려져 텅 비어 있는 것처럼 휑해 보였다.


귀신바위 근처 다리 위에서 보는 풍경이 좋은 지, 다리 위에는 사람들이 몇 있었다. 나는 귀신바위를 멀리서 내려다 보면서, 귀신바위에 간다는 것이 정말 저 바위 위에 올라가야 한다는 것인지 고민했다. 그러면 어떻게든 내려 가서 저 자동차 도로를 질러 가야 할 텐데, 그러다 잘못하면 자칫 내가 귀신바위의 명성만 더 해 줄 것 같았다. 나는 일단 다리에서 귀신바위에 가장 근접한 지점까지 가서 최대한 가까이에서 도대체 뭐가 어떻다는 건지 짐작이라도 해 보려고 했다.


그런데 거기에 도착했을 때, 바위 근처에서 뭔가 번쩍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희미한 것 같기도 하고 미끌거리는 것 같기도 한 덩어리 같은 것이 아주 잠깐 휙 지나가는 것 같았다. 그런 것을 보았다기 보다는 그냥 그런 것 처럼 느끼고 그런 걸 느낀다는 기억이 나는 것 뿐이었다. 어떻게 보면 휙 지나간다기 보다는 뭔가 펄럭 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내 옆에 지나가던 사람 몇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저거 뭐야? , 미치겠네 저거 뭐야”

“귀신!”

“귀신! 귀신!”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면서 뛰어 갔다.



4.

나는 주위를 돌아 보고, 귀신바위도 보았지만 내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싸구려 납량특집 이야기의 반전처럼 내가 귀신으로 변한 것인가 싶어서 휴대전화 카메라로 내 얼굴을 비춰 보았다. 비춰 보면서 조금 겁이 나기는, 용기를 내서 본 휴대전화 화면에는 얼빠진 듯한 아저씨 한 명이 보였다. 내가 맞았다.


귀신은 보이지 않았다. 귀신이 뭘, 어떻게 보인다는 것인가 싶다가도, 그러고 우두커니 도망치는 사람들을 보며 서 있으니 갑자기 뭐가 찌르르 한 것처럼 무섭기도 해서 나도 도망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무 것도 알 수 없지 않나. 다시 주변을 살펴 보기로 했다. 그렇지만 다시 봐도 아무것도 없었다. 도로 사이에 혼자 툭 튀어 나와 있어서 특이한 점은 있었지만, 그냥 바위 하나가 덩그러니 보일 뿐이었다. 나뭇가지 잎이 흔들리는 게 귀신 긴 머리카락처럼 잘못 보인 건가.


그런데 그때 그 귀신바위 위에 책상이 하나 놓여 있고 책상 뒤에 원장이 앉아 있었다. 원장이 정말로 눈에 보인 것은 아니었다. 원장이 보였다는 생생한 묘사를 들은 느낌에 가까웠다. 그렇다고 머릿속에서 누가 속삭이는 소리 같은 것이 들렸다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 모습의 원장을 보았다는 이야기를 누구에게 들은 기억이 생겨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귀신바위에 나타난 원장에게 말을 걸고 물어 보고 싶었지만, 그런 느낌일 뿐이라서 대화를 나눌 수는 없었다.


원장은 어깨를 곧게 펴고, 허리와 목도 편 채로 단정하게 턱을 쳐든 자세로 앉아 있었다. 그리고 나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 지더니 하늘 가득 별들이 나타났고, 귀신바위가 높은 산의 봉우리로 치솟아 올라갔다. 이것도 정말 그런 모습이 그때 눈에 바로 보였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 장면을 묘사한 이야기를 들었다는 기억이 생기는 것 같을 뿐이었다.


그렇지만, 광경은 아름다웠다. 귀신바위가 산 꼭대기의 멋진 바위였을 만큼 먼 옛날 거슬러 온 풍경 같았다. 저 높은 산이 조금씩 비와 바람에 깎이고 깎여서 결국 도로 가운데에 꼭대기 부분까지 처박힌 지금 현대의 시대가 되는 것이다. 태고의 생물처럼 보이는 커다란 개구리 같이 생긴 양서류 동물이 멀리서 펄떡거리며 뛰어다니는 것도 보였다. 하늘의 별들은 몇 배는 많아 보였고, 떨어지는 유성도 자주 보였다.


원장이 나에게 바짝 다가와 있었다. 원장이 말했다.


“진공 에너지의 양자 섭동을 연구 하다가 파장이 서로서로 겹치면서 꼬이는데, 그러다가 파동 자체가 패킷 형태의 웨이블릿이 된 것을 발견한 사람이 있었어요.”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내가 원장에게 다시 물어 볼 수는 없었다. 원장은 계속 말을 했다.


“그래서 그런 웨이블릿이 나타내는 신호의 덩어리들이 서로 연결되기도 하고 갈라지기도 하면서 굉장히 복잡하게 변하는 경우를 봤어요. 그런데 생물이 탄소 원자들이 복잡하게 연결되어서 생긴 거라는 거 아시죠?”


나는 “모르는데요”라고 중얼거렸다. 혼잣말이 될 뿐이었다.


“생물은 탄소 원자들이 많고, 질소, 산소, 수소가 좀 있고, 다른 원자들이 조금 더 있고. 그런것들이 아주 복잡한 모양으로 모여서 연결 되어서 생물이 되는 거거든요. 그런데, 이 진공 에너지 신호가 덩어리진 것들도 어지간히 복잡하게 서로 연결 되면 꼭 생명체처럼 움직이는 활동을 하더라고요. 실제로 그런 걸 발견한 사람이 있어서, 그런 에너지 신호가 덩어리진 형태의 생물처럼 움직이는 것에 이름도 붙였어요. ‘만신말명’ 줄여서 ‘말명’이라고요.”


하늘에서 다시 유성이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유성이 떨어질 때 무엇인가 아까처럼 펄럭거리는 것 같았다. 양서류 생물 한 마리가 무심히 그 모습을 올려다 보더니, 날아다니는 곤충을 한 마리 잡아 먹었다.


“그 사람은 말명이 우주 먼 곳에서 생겨 났다가 옛날에 지구에 떨어졌다고 생각했어요. 지구의 생물들이 물이나 숲을 걸어 다니면서 물질들을 먹고 살듯이, 말명은 어떤 신호의 패턴을 양식으로 먹고 살아요. 말명은 지구에 있는 생물의 뇌 속으로 들어 왔고, 생물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뭘 고민하는 지에 따라 여러가지로 변하는 그 뇌 속의 신호 패턴을 조금씩 먹으면서 살아 왔어요.


그리고 이 말명이라는 것은 자기 자신도 그런 신호 패턴 덩어리기 때문에 생물의 뇌에 들어가면 그 자체가 뇌 속의 생각을 바꾸기도 하고, 말명 그 자체도 뇌 속에 원래부터 있던 생각의 일부처럼 생물 입장에서는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그러니까, 말명이 기생을 하면서 살려고 뇌 속에 들어오면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머릿속에서 문득 나타나는 것처럼 느껴지는 거거든요.”


나는 갑자기 양서류들이 떼를 지어 한 곳으로 펄떡거리며 몰려 가는 것을 보았다. 양서류 떼들은 서로 갑자기 뭔가 괴로워졌는지 데굴데굴 구르더니 물속으로 빠져 버렸다.


“간단하게는 말명이 들어 오는 바람에 ‘오늘 따라 갑자기 짜장면이 먹고 싶네’하는 생각이 생겨날 수도 있다는 거에요. 말명이 뇌 속에 들어와서 기생하면서 생각을 헤집고 다니는 것이 머릿속에서는 그렇게 느껴지는 거에요.”


귀신바위는 점점 가라앉기 시작했다. 산봉우리 였던 귀신바위는 언덕 높이로 낮아졌고, 곧 평지에 굴러다니는 바위가 되었다. 반대로 주변에는 점점 물이 차 올랐다. 귀신바위는 한강 물 위에 튀어 나온 바위가 되었다.


“사람이 세상에 나타난 후에도 말명들은 계속 돌아 다니면서 살았는데, 사람 머릿속에는 신호가 복잡하고 많다 보니까, 말명들도 살기고 좋아져서 숫자가 좀 많이 늘어 났어요. 말명이 사람 뇌에 들어 오면 갑자기 이상한 기분이 든다거나, 다른 것이 느껴진다거나, 새로운 생각이 든다거나 하는 거에요.”


원장이 말하는 곁으로 백제의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지나 가더니 갑자기 한 사람이 버럭 화를 내면서 칼을 뽑아 그 사람을 베어 죽였다. 그 다음에는 갓을 쓴 조선시대 옷차림을 한 사람이 귀신바위 앞으로 가더니 한강 물 속으로 제발로 걸어 들어 가 죽어 버렸다.


“말명의 정체에 대해서 알아낸 후로부터는, 말명을 발견한 그 사람은 세상에 돌아 다니는 말명을 발견하고 다루는 방법을 궁리했는데, 생각 보다 어렵지는 않았어요. 이 말명이라는 것들이 사람 머릿속에서는 온갖 복잡한 생각이 생기게 하면서 분탕질치고 다니는 것들이지만, 그냥 뇌 속의 신호를 이리저리 헤집고 다니는 것을 보면 그냥 물고기 떼 같이 움직이는 거 정도거든요. 그래서 말명을 이리저리 움직여서 사람들의 마음을 다루고 기분을 움직이는 방법을 알아 냈어요.


처음에는 사람을 잠을 못자게 한다거나, 자던 사람을 벌떡 일어나게 한다거나 하는 정도였는데, 금방 훨씬 더 교묘하게 말명을 쓰는 방법도 만들어 냈어요. 말명 한 마리만 뇌 속에서 기생하게 하면, 사람 성격도 바꿀 수 있고, 환영을 보여줄 수도 있고, 뭔가를 좋아하게 만들 수도 있고, 싫어하게 만들 수도 있고, 모르던 걸 가르쳐 줄 수도 있고, 판단을 바꿀 수도 있고, 기억을 생기게 하거나 지워지게 할 수도 있었어요. 자기 머릿속에서 기생해서 살던 말명을 다른 사람에게 집어 넣었다가 데려 왔다가 하면서 자기가 생각한 대로 다른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거나,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을 다른 사람도 싫어하게 한다거나 할 수도 있었어요.


말명을 발견한 그 사람이 그 때 좀 특이한 실험 한 가지를 해 보고 싶어 했는데, 그 때부터 일이 잘못되기 시작했어요.


그 사람은 말명 한 마리가 두 사람의 뇌를 차지하고 기생하게 해 보는 실험을 해 보려고 했어요. 그러니까 양끝에 입이 둘 달린 커다란 뱀 같이 생긴 말명이 있다고 치면, 한쪽 입은 남편의 뇌를 갉아 먹고 있고, 다른 쪽 입은 아내의 뇌를 갉아 먹고 있게 하는 거에요.


그런데 그렇게 해 봤더니, 두 사람의 정신이 합쳐져서 꼭 한 사람처럼 느껴지는 느낌이 되는 거였어요. 말명을 얼마나 깊이 들어가서 헤집게 하다가 나오느냐에 따라 정도에 차이는 있었지만, 아예 두 정신이 합해져서 커다란 하나의 정신이 되는 정도도 있었고, 그냥 상대방이 암기하고 있는 지식을 나도 돌이켜 볼 수 있다는 정도도 있었어요.”


귀신바위 뒤쪽에서 아까 어린이집 앞에서 보았던 부부가 걸어 나왔다. 두 사람은 원장 앞에 나란히 누웠다. 두 사람의 머리 근처를 아까 보았던 희미한 이상한 것이 휙 지나가는 모양이 보였다. 두 사람은 같이 똑같은 모양으로 아까처럼 웃기 시작했다.


“이걸 알아내고 나서부터 너무 거창하게 설치기 시작한 거예요. 그 사람은 이렇게 다른 사람의 정신과 합쳐지는 경험을 하는 것은, 태초부터 원죄처럼 주어져 있었던 근원적인 인간의 고독을 궁극적으로 타파하는 것이라는 둥 별별 거창한 말을 써 가면서 혼자 엄청 감격했어요.


다른 사람의 정신과 합쳐졌다가 다시 분리되는 것을 경험하는 것은 육체를 완전히 초월해서 정신이 움직이는 것을 느끼게 되기 때문에 굉장한 깨달음이 된다는 소리도 했고. 이 방법을 이용하면, 자기 정신과 남의 정신을 깊게 합한 뒤에 다시 분리해서 남겨 두는 방법으로 자신의 정신의 일부를 영원히 세상에 남겨 둘 수 있고 그러면 영원히 살 수 있게 되면서, 인간의 가장 큰 한계이자 적인 죽음을 정복할 수도 있다고도 했고. 뭘 영화를 많이 봤는지, 이렇게 정신의 융합을 통해서 너와 나의 경계가 없어지고 모든 인류가 하나가 되어 더 큰 정신력을 갖게 되는 게 새로운 인류의 진화 단계다 어떻다는 소리도 엄청 해댔고.


그러더니 결국 다섯 사람의 정신을 하나로 합쳐서 엄청난 뇌의 능력을 가진 괴물 같은 정신을 만들어 냈어요. 보통 사람보다 머리도 다섯배로 좋고 의지나 자제력도 다섯배 강한 괴물이에요. 그 괴물을 이용해서 세계 정복을 하려는 거에요. 그리고 모든 사람의 뇌에 말명을 기생해서 조종하게 하려는 거에요.”


나는 다섯 개의 뇌를 합친다고 성능이 꼭 다섯배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따지고 싶었다. 그런데 원장은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나는 말을 하지 못했다. 말을 전달되게 할 수도 없겠지만. 원장은 나를 간절한 표정으로 올려다 보며 말했다.


“저도 이제는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그 괴물이 저를 꼼짝 못하게 만들었어요. 저도 그 정신 나간 사람에게 복종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에요. 말명을 이용해서 아이들을 울지 못하게 하고,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부들을 하나의 말명으로 뇌를 연결하게 한 다음에 좋은 최면 치료를 해줬다고 하면서 지내고 있는데, 사실은 그러면서 그 사람이 시키는대로 여러 가지로 말명을 이용한 실험을 하는 것 뿐이에요.


저는 그 사람과 괴물이 정말로 세계를 정복할 수 있게 되기 전에 몰래 막아 볼 방법만 궁리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저는 아버님을 발견한 거에요.


아버님은 말명을 뇌에 기생시킬 수가 없는 특이한 체질이에요.


아버님 한테도 잠깐 동안 말명을 집어 넣을 수가 있기는 있어요. 그렇지만, 그렇게 해봤자 아버님은 이게 진짜로 마음 속에서 생긴 게 아니라, 누가 외부에서 넣어준 거라는 걸 느끼는 체질이에요. 지금 제가 이렇게 아버님께 말하는 것도 다른 사람이라면 정말로 눈 앞에 제가 있는 것처럼 느끼겠지만, 아버님은 그냥 이런 일이 있었다는 말을 누가 해준 거라는 식으로만 느낄 뿐이에요. 말 하듯이 알려 준다거나, 지식을 전해 준다거나 하는 정도는 할 수 있지만, 성격을 바꾼다거나 행동을 조종한다거나 하는 건 절대 할 수 없었어요.


그나마 아버님께 통하는 것은 기억을 지우는 방법이었는데, 그것도 쉽게 지울 수는 없었어요. 아마 잘 모르겠지만, 어렴풋하게 남은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아버님이 잘모르겠지만 무슨일이 있었던 것만은 분명하다는 메모 정도를 남길 정도는 되었을거에요. 아마 연결된 말명을 역으로 이용해서 다른 특이한 방법으로 해킹하듯이 기록을 남기실 수도 있었을 거고요.


저는 아버님이 그 정도까지 뛰어난 분일 줄은 몰랐어요. 처음에 아버님께 말명이 잘 기생하지 않는 것을 봤을 때는 그냥 놀란 정도였지만, 오늘 뵈었을 때는, 아버님이야 말로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버님께는 말명이 통하지 않아요. 옛날에도 자기는 귀신을 쫓을 수 있다든가, 악마를 퇴치할 수 있다는 사람들이 있었잖아요. 대부분은 그냥 사기꾼들이거나 그냥 정신병자들이었겠지만, 아마 그 중에는 아버님처럼 말명이 통하지 않는 특이체질인 사람들이 있었을 거에요. 그런데 그 사람들은 정확히 상황을 몰라서, 귀신이나 악마를 퇴치한다고 무슨 기도를 드리거나 부적을 태우거나 하는 일만 넘겨 짚고 했던 건데, 아버님은 지금 정확히 상황을 아시는 거에요.


아직 그 사람에게는 말명을 빼면 다른 군대나 부하들은 없어요. 그러니까, 그 사람이 더 힘을 키우기 전에 빨리 가서 그 사람과 괴물을 물리쳐 주세요. 여기, 귀신바위가 서울시내에서 말명이 제일 잘 모이는 곳이라서, 여기에 있는 말명들을 연결해 보면 그 사람이 조종하고 부리는 말명들 소식도 느낄 수 있을 거고, 그러면 그 사람이 지금 어디 숨어 있는지도 알 수 있을 거에요.”


말을 마친 원장은 얼굴이 창백해지고 눈동자가 이상해지더니 갑자기 머리가 길어 지면서 귀신 모양으로 변하면서 없어졌다. 깜짝 놀랐다. 아무리 귀신바위라지만 꼭 퇴장을 그렇게 해야 해나.


놀란 마음이 없어지고 나니까, 다른 것이 하나 생각 났다. 어느새 누가 나에게 그 “말명들을 이용해서 세계 정복을 하려고 한다는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위치를 알려준 느낌이 들었다. 똑똑히 기억 났다.


해가 지고 있었다. 오늘 안에 끝을 보지 못하면, 왠만해서야 정상적으로 살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이 되기 전에는 움직여야 했다.


나는 큰 길로 뛰어 가서 택시를 세웠다.


“도봉산 입구로 좀 가 주세요.”



5.

도봉산은 북한산 국립공원에 속해 있기 때문에 정해진 등산로 바깥으로 나가는 것이 법으로 금지 되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적당한 자리를 잘 잡아서 산 속 깊이 숨으면, 어지간해서는 오가는 사람들에게 보일 위험이 없는 곳이기도 했다. 아마 말명 몰이를 한다는 그 사람도 그런 이유로 도봉산 기슭에 숨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벌써 달이 뜨는 시각이었기 때문에, 밤 등산로는 위험하다고 이곳 저곳으로 올라가지 못하게 통제 하는 곳이 많았다. 나는 눈치를 보고 걸음을 돌려서 산기슭 밑에 주택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곳에서 가정집 뒷 담장을 넘어서 길이 없는 산 속으로 들어 갔다.


정확한 길도 알 수 없었고, 밤이라서 나무 그늘로 빽빽한 산 속이 잘 보이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머릿속 한 곳에 도봉산의 전체 모습과 내가 가야하는 길이 똑똑히 기억 났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넘어지기도 하고, 나뭇가지에 걸리기도 하면서도 바쁜 걸음으로 가야할 곳을 찾아갈 수 있었다.


이상한 산새 소리와 산짐승 소리가 드문드문 들려 오면서 겁도 났고, 대체 내가 거기에 가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막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그래도 계속 산을 뛰어 올라 갔다. 이제 와서 내려 가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다고 해도 돌아가는 길이 더 막막한 상황이었다.


도착한 곳에는 바위굴 앞에 문을 달아 놓은 것인지, 아니면 돌더미 아래에 판자집을 지어 놓은 것인지, 조잡하게 짠 비닐하우스 입구 비슷한 것이 있었다. 각목과 철제 앵글, 누르스름한 비닐천으로 만들어 놓은 문이었다. 산을 뛰어 올라 오면서, 잠깐 동안 첩보원 영화에 나오는 악당의 비밀기지에 수백명의 악당 부하들이 레이저 총을 들고 뛰어 다니고 탈출용 잠수정이 준비되어 있는 광경을 생각했는데.


그렇지만 주변 경치와는 매우 어울리는 모양처럼 보였다.


문을 열고 들어 가자 사람 말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어두워서 정확히 보이지 않았지만,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커다란 어항 같은 것이었다. 그 어항 안에는 초록색 도마뱀이 아주 많이 있었다. 큰 어항이었지만 도마뱀 숫자가 너무 많아서 어떤 도마뱀들은 다른 도마뱀들의 머리를 딛고 앉아 있었고, 어떤 도마뱀들을 걸어가다가 다른 도마뱀의 다리 사이에 자기 발이 끼어 움직이지 못하는 놈도 있었다.


나는 나에게 또 말명이란 것이 들어오는지, 누군가 말을 들려 주는 느낌이 들었다. 아까와는 달리 일부러 누가 나에게 말을 하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 보다는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것이 읽힌 느낌이었다.


“확실히 파충류 뇌에 기생시켰을 때가 제일 다루기 편하네. 중생대 공룡시대 때 말명들이 한번 확 많아졌던 게 다 이유가 있네. 이 어항에 있는 도마뱀들에다가 말명을 기생시켜 놓으니까 키우기가 훨씬 더 좋구만.”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궁리를 했다. 저 어항과 여기에 있는 기계들을 때려 부수면 되는 건가. 저 사람을 들쳐 업고 끌고 나와서 경찰에 넘겨야 되나. 그러면서 고개를 슬쩍 내밀어 보았다.


도마뱀들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은 흰옷을 차려 입고 수염을 허옇게 기른 도 닦는 다는 대머리 영감 같은 사람일 줄 알았다. 아니면 20세기 중반에 생산됨직한 낡디낡은 예비군복 바지를 입고 하루 종일 캐고 다닌 산나물과 다람쥐 고기를 같이 볶아 먹는 남자가 있을 거라고 나는 짐작하고 있었다. 그런데 거기에 있는 사람은 옷을 말끔하게 차려 입은 어떤 키가 큰 젊은 여자였다.


그 사람은 나이는 더 들어 보이기는 아까 본 원장과 조금 닮아 보이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나는 놀라서 잠깐 방심했다. 그러는 사이에 그 사람이 나를 알아 봤다.


“어린이집에 있는 걔가 보내서 왔죠?”

“예?”


나는 그 사람이 나를 알아 보자 문을 벌컥 열고 도망가려고 했다. 그런데, 목소리가 차분하고 생각보다 친근해서 나는 그 자리에 서서 대답을 하고 말았다.


“지금 걔가 완전히 착각하고 있어요. 내가 지금 다 말명을 조종하는 게 아니에요.”


나는 그 사람에게 되물어 보면서도 여차하면 도망칠 수 있게 문 쪽으로 한 발 물러 섰다.


“정신 다섯 개를 합쳐서 괴물을 만들어 냈다고 하던데요. 그건 그렇게 하신거 맞죠?”


그 사람은 나에게 한 발 다가 왔다. 조잡하게 걸려 있는 전등 불빛이 그림자를 잘못 만들어서 얼굴 반쪽이 그림자 속에서 전혀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 사람이 내 앞에 너무 가까이 다가와서 피하려고 움직이다가 오히려 더 안쪽으로 밀려 들어간 모양이 되었다.


그 사람이 대답했다.


“거기까지는 맞아요. 쟤네들이죠.”


그 사람이 가리킨 곳에는 무슨 기록표 같은 것이 있고, 거기에 다섯 사람의 얼굴이 붙어 있었다. 대단한 유명인사들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 얼굴이었는데, 낡기도 하고 어둡기도 해서 정확히 알아 볼 수는 없었다.


“그런데 막상 다섯 사람 정신을 엮어 놓으니 정말 엄청나더라고요. 지금 그 놈들은 - 어떻게 보면 한 명이니까 그 놈은 내가 조종하고 있는 애들이 아니에요. 내 손을 완전히 떠났어요. 그 놈이 나를 조종해요. 내가 그 놈 한테 지배 당하고 있다니까요. 나도 그냥 보통 사람인데 내가 무슨 세계 정복을 왜 하고 싶겠어요? 그 놈이 세계를 정복하려고 한다니까요. 나도 여기 잡혀서 그 놈이 시키는 것만 하고 있어요.


지금은 그 놈이 할 줄 아는 게 그냥 기초적인 말명 다루는 것 밖에 없지만, 워낙 재주가 많은 놈이니까 분명히 무슨 일을 저지를 거에요. 요즘에는 어디 정부기관이나 대기업 같은 데하고 줄을 대어서 무슨 일을 저질러 보려고 하는 거 같아요. 그전에 막아야 돼요.


내가 시키는 대로 해서, 내 말대로 해야 그 놈을 막을 수 있어요.”


그러더니 그 사람은 내 얼굴에 갑자기 자기 얼굴을 갖다 대려고 했다. 뺨이 따뜻한 것이 느껴졌다. 나는 피하려고 했다.


“이렇게 와 봐요. 내가 잠깐 말명을 기생시켜서 내가 알고 있는 걸 다 알게 해 줄게요. 내가 갖고 있는 걸 다 가져가요.”


나는 그 사람으로부터 빠져 나오려고 했지만, 신음 소리를 섞어 내며 마구잡이로 달겨드는 힘이 굉장했다.


“그리고 이 약을 맞으세요. 그 다음부터는 말명이 기생하는 사람은 분명히 눈으로 알아 볼 수 있게 될거에요.”


그러더니 그 사람은 빨간 약이 든 주사기를 꺼내 들었다. 내 팔뚝에 주사기를 꽂으려는 것 같았다.


“싫어요.”


나는 소리를 지르면서 싫다고 했지만, 그 사람은 두 팔로 나를 잡고 매달렸다. 그 사람과 나는 몇번을 뒹굴었다.


그러면서 그 사람은 힘을 쓰느라 신음소리를 내고 비명을 지르면서도 그 신음과 비명에 섞인 목소리로 말을 멈추지 않았다.


“이게 어떻게 보면 어린이집에 있는 걔! 걔 때문이라니까.


이 외계에서 온 기생충을 싹 잡아 없애야 되는데. 걔가 처음에 그러더라고. 이게 외계에서 온 기생충이라지만, 외계에서 왔다는 증거는 어딨냐고. 우리랑 옛날부터 같이 있던 거 아니냐고. 설령 우주 밖에서 왔다고 해도 벌써 몇 억년 전에 도착해서 같이 살아 온 거면, 이미 지구에서 살아 온 거니까, 다같이 지구에 사는 것들 아니냐고, 그러더라고.


걔가 또 뭐라고 그랬냐면, 말명이 퍼져 나가는 게, 무슨 기생충에 감염되는 병이 전염되는 것 처럼 생각하는 데 그렇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소리를 하더라고. 내가 미친다니까. 말명이라는 게 결국 신호 덩어리니까, 그냥 서로 사람들 모인 단체 같은 데서 같이 지내다가 같은 생각이 사람들 사이에 퍼져서 똑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모양을 보면, 그게 말명이 퍼진 거 하고 복잡한 정도만 차이가 있지 별 다를바 없다고 하더라고. 옛날에 무슨 새로운 사상이 나와서 온갖 사람들 한테 막 퍼져 나갔을 때, 이 사람도 저 사람도 같은 사상이 머리 속에 딱 뿌리 잡고 있는 모양을 생각해 보면, 그게 말명 한 마리가 퍼져 나가서 여러 사람 뇌에 기생한 모양과 뭐가 다르냐고 그러더라고.


그냥 사람들 사이에 말명이 퍼져 나가면서 기생하는 모양도 자연스러운 사회 구성원들의 정신 상태라고 뭐라고 막 말도 괜히 어려운 말 쓰면서 진짜 말도 길게 해.


그래서 내가 다섯명 짜리 기생시켜 본 다음에 좀 이상하다 싶어질 때 싸그리 없애자고 그럴 때도 꼭 불쌍하다면서 없애지 말자고 그러더니. 이제 지는 완전히 속아서, 그 놈한테 당하고 있는 건데도 걔는 나한테 당하는 줄 안다니까.”


내 얼굴에 머리를 밀착하고 달라 붙어서 주사 바늘을 찌르려고 날뛰는 동안 그 사람은 계속해서 말을 했다. 그 사람은 말명들은 이 세상과는 전혀 다른 사악한 세상의 표현과 같은 것들이라고 했다. 사람이나 동물, 식물과 같은 우리 물질 세계에 있는 것들과는 전혀 다른 곳에서 도사리며 기다리고 있던 것으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한없이 추악한 괴물들이라고 했다.


우리는 뒹굴다가 어항을 깨뜨렸다. 수십마리의 도마뱀들이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도마뱀들은 이리저리 밟히고 내던져 졌다. 그러다가 그 사람이 말명을 이용해서 조종하자 도마뱀들은 일제히 줄을 지어 벽을 타고 동시에 올라 가기 시작했다. 하나의 정신으로 움직이는 물결처럼 보였다.


“이것들을 움직이면서 처음에는 그냥 물고기 떼처럼 움직이는 간단한 거라고 생각했거든. 근데 이 놈들이 한 마리 한 마리는 그런데, 이것들은 서로 자기들끼리 이어지고 연결될 수 있는 거야. 그러면 세상에 있는 놈들을 다 모으면 엄청 커지거든. 그러면 이것들은 엄청나게 똑똑해.


어떤 사람이 세계를 정복하려고 이것들을 활용해서 다른 사람들 마음을 다 다스릴 거라고 생각하잖아. 그런데 그게 아니야. 그렇게 세계를 정복하겠다는 마음을 먹은 놈을 이것들이 이용하는 거야. 사람을 이용해서 결국은 온 세상의 정신 마다 파고들어서 세상을 삼키는 게 이것들 목적이라니까. 다섯 사람 정신을 하나로 합친 괴물을 만들어 냈잖아? 이제 20, 30명의 정신을 하나로 합친 괴물을 만들어 낼거라고. 100, 1000명의 정신을 하나로 합친 괴물도 만들어 내게 될거야.


걔도 제 딴에는 감시하는 눈을 피한다고 조심했고, 나도 속으로는 숨기고 있었지만, 그것들이 곧 알아채고 올거야. 누구를 보내도 보낼거야. 빨리 서둘러야 돼. 빨리. 그것들이 오기 전에.”


그 사람은 바짝 달라 붙어 내 몸을 휘감고 있었지만, 그때 나는 간신히 뿌리쳤다. 나는 바로 도망 나왔다. 온몸이 할퀴고 베이고 찔린 작은 상처 투성이였다. 그 주사기에 찔렸는지 얼마나 찔렸는지 알 수도 없었다.


그리고 두 번쯤 엎어지면서 정신 없이 산을 내려오고 있을 때, 누가 나를 잡아 붙들었다.



6.

나를 붙잡은 사람은 경찰이었다.


“조사를 해봐야 확실해지기는 하는데요. 마약 만드는 사람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경찰은 산 속 깊은 곳에 설비를 만들어 놓고 몰래 마약을 만드는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덮친 것이라고 하였다. 나도 한 패인 줄 알고 처음에는 잡았다가, 조사가 끝나자 나를 풀어 줬다.


“걔는 자기가 무슨 대단한 엄청난 발견을 했다, 세계가 위기에 휩싸였다 그런 소리를 하는데요. 그런게 어디 있겠습니까? 그렇게 엄청난 발견이면 어느날 갑자기 짠 하고 그렇게 나타나는게 아니라, 그 중간 중간 중간 단계가 다 큰 논문 거리이고, 큰 발표 거리인데 이렇게 활용 기술에다가 실용화까지 다 되고난 다음에 갑자기 다 알려지는 게 어디 있겠습니까?


그리고 무슨 아이들과 부부들에게 실험을 한다고 하는데, 실험을 정말로 할 꺼면 깨끗한 표본 구하고, 대조군 만들고 하는 식으로 준비를 해야 될텐데, 그냥 대충 잡아다 대충 실험을 한다는 것도 웃긴 소리고요.”


나는 내 기억이 지워졌다는 메모나 어린이집 원장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냥 마음이 우울하고 답답해서 산에라도 올라가 보려고 밤에 산을 올라 갔는데 우연히 그 굴 같은 곳을 발견 했다가 공격을 당했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내가 풀려 나기까지 별 어려움은 없었다.


어린이집은 계속 운영 되고 있는 것 같았다. 한 사나흘 찾아 가 볼 용기를 못 내었다. 그리고 나서 찾아 가 보니 어린이집의 원장이 바뀌어 있었다. 지난 번 원장이 어디로 갔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나는 예전의 생활로 돌아 왔고, 오늘 퇴근하고 집에 오니, 아내는 또 다시 연예인들이 서로 이마빡을 때리는 것을 보면서 웃고 있었다. 이번에는 때리는 사람도 맞는 사람도 서로 거꾸로 매달린 채로 때리는 것으로 변화를 주고 있었다.


나는 아내 옆에 앉아서 같이 그것을 보았다. 보다 보니 재미는 있었다. 쌍둥이들은 졸고는 있었지만 완전히 자고 있지는 않아서 내가 들어다 눕혔다.


다시 아내 곁에 돌아 와서, 나는 지금이 되었건 아니면 내일 쯤에 기회를 봐서라도 아내에게 말을 하겠다고 결심했다. 사실 내가 네 마음을 이해를 잘 못해줘서 정말 미안한데, 그래도 나는 너 아직도 많이 좋아해.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이해가 가든 안 가든 뭐든 해 보려고. 옛날에 너도 나 좋아한다고 했을 때 내가 얼마나 좋아했는데, 지금처럼 네가 나 싫어하면 미쳐버릴 거 같아. 세상이 계속 24시간 다 어두컴컴한 느낌이다.


텔레비전에서는 막간을 틈타서 어떤 대기업의 이미지 광고가 나왔다. 그 회사 직원들은 서로의 호칭을 모두 “김모모 형님” “이모모 누나” “박모모 삼촌” “최모모 이모”라고 부르기로 사내 규정으로 정해서 모두가 진정한 하나의 가족이 되어 일하고 있고, 그래서 다들 이 회사의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생각”이라는 신념 하나만을 모두가 마음 속 깊이 언제나 생각하며 똘똘 뭉쳐 있으며, 그래서 만사 악을 쓰면서 일을 한다고 하면서, 광고에서 죽도록 일하면서도 좋아 죽겠다고 히죽히죽 웃으며 다같이 행복의 춤을 추고 있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화면 이쪽을 보면서 웃을 때에, 그런데, 그 수많은 직원들의 눈이 모두 악마처럼 시뻘겋게 빛이 나는 것이 보였다.


나는 아내도 내가 본 것과 똑같은 것을 보았는지 눈치를 보았다. 아내는 다시 웃을 뿐이었다. 나는 아까했던 결심에 덧붙여서, 혹시 이게 정말 운명이라면, 저 정신 나간 외계 기생충인지 뭔지에 감염된 것 같은 꼴을 세상에서 몰아 내는 일에도 어쩔 수 없이 좀 나서야 겠다고도 생각했다.


- 2013, 등촌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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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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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쑤우 13.08.01 01:08 댓글

    글 읽다가 '귀신바위'라는 게 실제로 있나 궁금해져서 검색해보니 실존하는군요!

    제목을 봤을 때는 전 MB정부의 실책-소통 부재-을 꾸짖는 내용일 줄 알았는데 예상이 틀렸네요.

    기억 상실과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진실은 저 너머에 있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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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재식 13.08.01 09:15 댓글

    저도 제목은 다 써놓고 나중에 그냥 확 막 붙였는데, 돌아보니까 약간 후회스럽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달리 더 좋은 제목도 잘 생각 안나고 해서 이대로 몰고 가 보려고 했습니다. "귀신바위"는 지나가다가 한 번 본 것인데, "귀신바위"라는 제목이 재밌기도 하니까, 귀신바위 근처를 일종의 "귀신 명예의 전당"처럼 꾸며서 커다란 귀신 마스코트 같은 것을 귀신 종류별로 몇 세워 두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해본적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한국영화 중에 명작 공포영화 같은 것이 나오면, 그때그때 추가해서 제막식도 하고 그랬으면 재밌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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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ue1234 13.08.03 16:19 댓글

    이렇게 정신의 융합을 통해서 너와 나의 경계가 없어지고 모든 인류가 하나가 되어 새로운 인류 어쩌구는 정말로 보통 사람들이라면 사춘기가 지나가기 전에 한번 쯤은 생각해 보는 거 같습니다. 제가 본 것에서만 해도 에반게리온, 눈물을 마시는 새, EDEN 등등. 관련으로 이야기를 좀 해보니 이거 말고도 이런 관념이 쓰인 게 한 두개가 아니더라구요. 특히 SF위주로. 보통 결말도 똑같아요. 아니야 아직 일러라면서 반동인물들의 계획을 파토내버리죠. 저 자신의 이해가 깊지 않아 말하기 좀 조심스러워지는 감이 없지 않아 있는데 좋아 보이던데 왜 그러는지 잘 이해가 안 가기도. 뭐 그때 그 스스로 똑똑해지는 프로그램과 비슷하게 곽재식 님 식으로 잘 풀어낸 거 같은 느낌을 받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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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재식 13.08.03 22:07 댓글

    정신 융합은 아서 클라크의 기념비적인 고전 "유년기의 끝" 때문에 여기저기서 그렇게 많이 퍼져서 쓰인다고 생각 합니다. 저는 그쪽은 그냥 살짝만 걸고 넘어 갔고, 좀 더 초점을 맞춘 것은 50년대 미국 SF물에서 많이 나오던 기생하는 외계 생명체 이야기였습니다. 옛날에는 정신융합과 기생 외계생명체가 섞여서 외계에서 온 사악한 생명체가 인간들의 정신을 하나로 묶어 버리는 이야기가 공산주의에 대한 경계로 비치기도 했다는 말도 어디서 읽어 본 것 같습니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쓰다보니, 소위 "밈"에 대한 소재도 좀 섞이에 된거 같고, 기억 조작이 맥거핀으로 쓰이는 것은 필립 K. 딕 분위기로도 좀 빠진 것 처럼 보입니다. 앞에 써놓고 열심히 수습해 보려고 이리저리 벌려 나간 이야기 모양새를 보면 이런저런 것들 중에서는 필립 K. 딕스러운 이야기 전개 방식이 제일 큰 덩어리였다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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