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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배우가 대표이사에게 물었다.


“성공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대표이사는 대답을 머뭇거렸다. 몇몇 기자들은 대표이사가 대답을 하기 전에 이미 답을 예상한 내용을 짜맞추고 있었다. 어떤 기자들은밤낮 없이 땀흘리며 노력하는 이라는 말을 고르고, 어떤 기자들은일에 완전히 미쳐서 일을 하면 행복한 이라는 말을 고르고 있었다. 어떤 기자들은여러 분야에 대한 통섭적인 지식을 종합적으로 갖추고 있는 이라는 말을 택할까, 반대로 분야에 대해서만 꾸준히 곁눈질 않고 집중하는 이라는 말을 택할까 고민하고 있었다.


말을 하기도 전에 기자들은 답을 쓰려고 꼴깍꼴깍하고 있었는데, 대표이사는 무엇이 생각할 것이 있는 계속 답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대표이사는 결국 이렇게 대답했다.


“운이 좋아야 합니다.”


말을 듣고 어떤 기자들은 농담으로 이야기인 알고, 허허 하고 웃어 주었다. 돈이 많은 회사의 주인이 무대 위에서 한 농담에 대해 백댄싱이라도 주자는 불행한 소리와 같이 들렸다. 한편으로 어떤 기자들은 감히 어디서 장난을 하냐고 기분이 나빴는 화라도 버럭 것처럼 얼굴이 변하기도 했다.


가끔 장기자랑을 하기 위해 열심히 연습해서 누군가 무대 위에 올라 왔는데, 무대 아래 자리에서 구경을 하는 입장이면서도 자기가 주목을 받기 위해서 무대 위의 사람에 대해 비웃는 소리를 크게 떠들어 대며, 관중들을 웃겨 보려고 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


그렇지만 대표이사가 말은 진심이었다.


“정말 운이 좋아야 성공할 있습니다.”


대표이사의 맞은 편에 앉아 있던 배우는 최근에 TV 토크쇼 사회자로 자리 잡아 보려고 애쓰는 편이었다. 대표이사의 말에 잠깐 당황했지만, 다시 물었다.


“겸손하게 말씀하시네요. 그렇게 세상에 대해 겸손한 태도로 묵묵히 꾸준히 남을 부러워하지 않고 노력하면 저절로 행운이 찾아와 성공할 있다는 그런 말인 같습니다.”


배우는 누가 대본도 아닌데 자기가 이렇게 말을 하다니, 정말 멋있게 들린다고 생각했다. 방송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컴퓨터 기술만 아는 대표이사가 멍청한 소리나 하면서 특이해 보이려고 헛소리 했는데, 배우는 순간의 기지를 발휘하여 멋진 말로 받아 내서 자기가 상황을 수습했다고 생각했다. 나는 정말 토크쇼 사회자로 성공할 거야. 정도 되는 배우 중에 이런 말할 있는 애가 누가 있겠어. 배우는 또다른 자기로서 나타날 있다면 자기의 머리라도 쓰다듬어 주고 싶었다.


대표이사는 뭐라고 그게 아니라고 말을 하려는 같았지만, 대표이사의 마이크는 꺼진 상태였다. 카메라 옆에 있는 제작진의 사나이는 빨리 다음 화제로 넘어 가라고 손짓을 하였다.


나중에 기자가 대표이사에게 물었다.


“대표이사님의 회사가 성공한 것은 작업 시간 예상 컴포넌트를 개발하셨던 때문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대표이사가 대답했다.


“그렇기는 합니다. 그런데 혹시, 작업 시간 예상 컴포넌트가 어디에 많이 쓰였는지 아십니까?”

“컴퓨터 사용할 보면, 프로그램 설치하거나 업데이트할 보면, 중간에 50%, 60% 정도 진행율이 찼을 , 갑자기 한참 멈춰 있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러다가 뭔가 진행되고 나면 갑자기 80% 90% 건너 뛰어 버리고요.


비슷하게, 프로그램 설치 진행률이 100% 찼는데도, 바로 설치가 완료되는 아니라, 마지막 후반 작업을 하면서 가만히 멈춰 있으면서 잠깐 뻑뻑하게 버티는 경우도 있어요.


이럴때, 정말 조금만 기다리면 되는지, 아니면 이러다가 컴퓨터가 영영 멈춰 버린건 알수가 없어서 답답하거든요. 프로그램 업그레이드때도, 38% 진행되다가 갑자기 가만히 멈춰 있으면, 계속 기다리기만 하면 그러다 갑자기 90% 건너 뛰는 건지, 그대로 오류가 발생해서 멈춘 건지 알 수가 없거든요. 불안하고 답답하고.


그런데, 대표이사님 회사에서 개발한 기술은, 컴퓨터 속도와 성능을 감안해서, 설치의 세부 작업에서 오래 걸릴 작업에 대해서는 작업을 수행하는 시간을 대략적으로 예상해서, 멈춰 있는 시간 없이 항상 조금씩이라도 진행률이 계속 높아지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하면, 답답할 없이, 항상 일정하게 조금씩조금씩 진행률이 진전 되다가 100% 완료로 표시되는 순간 바로 머뭇거림 없이 즉시 설치가 끝이 버리게 보여줄 있습니다.


게다가, 컴퓨터 전원을 때에도,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라고 말만 보여주고 가만히 답답하게 있는 것이 아니라, 전원 차단 작업의 진행률을 보여 주다가 100% 완료가 되면 그때 바로 컴퓨터가 꺼집니다.”


기자가 설명을 했을 무렵, 대표이사는 뭐라고 답을 하려고 했다. 그렇지만 기자는 답을 기회를 주지 않고 재빨리 자기 말을 다시 이어 나갔다.


“그런 기능을 만들어 내신 것을 보면, 남들은 쉽게 지나치는 작은 부분을 잡아내는 세심한 통찰력이 있으셨기 때문 아닌가요? 그렇다면 그만큼 분야에 집중해서 오랫동안 꾸준히 노력하셨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잡아내신 아닌가요?


게다가 이론적인 토대가 충실한 가운데 실용적인 아이디어를 합해서 만든 것이었기 때문에, 이제 작업 시간 예상 컴포넌트는 그냥 컴퓨터 꺼지기 전에 멍하니 멈춰 있는 예방하는 뿐만 아니라, 생산 공학과 정보 처리 분야에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으니까요.”


대표이사는 아니라고 했다.


“아닙니다. 바로 그걸 만든 이유가 순전히 운으로 그렇게 것입니다.”


대표이사는 자기가 처음 사업을 성공시킨 프로그램을 만든 이유란, 우연히 만난 어떤 사람이 자기는 컴퓨터가 아무 소식도 없이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라면서 멈춰 있는 것이 너무 싫다고 이야기 주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표이사는 자기에게 이야기를 해 준 남자와 그 사람의 고등학교 선배였던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그러므로 아래 이야기에서 “나”란, 대표이사에게 이야기를 들려 준 남자를 말한다.



내가 선배를 만난 것은 고등학교에 입학한 얼마 되지 않아서 였다. 그해는 서로 정치권의 동지와 적들이 정확히 반대인 대통령과 서울 교육감이 당선된 바로 다음 해였다. 탓에 고등학교 입학에 대한 제도가 괴상하게 꼬여 버렸고, 어찌저찌 와중에 원래 중학교 생각했던 것과 최대한 가까운 안을 찾으려고 하다보니, 버스를 타고 시간이나 가서, 가파른 산비탈을 이십분 올라가야 하는 곳에 있는 학교에 가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그냥 등교만 하는 데에도 땀이 나고 숨이 한참 정도였는데, 대신에 높은 곳에 있는 학교에 와서 보면, 서울 시내의 수많은 건물들이 한눈에 수백, 수천개씩 들어 왔다. 그러고 있으면, 학교가 있는 곳은 아래의 다른 세상에서는 떨어진 우리만의 세계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가끔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서기 전에 뒤돌아 시내를 내려다 보면, 많은 , 건물 중에서 내가 나중에 살 곳은 어떤 곳이고, 어떤 곳들을 다니며 어떻게 살고 있게 될까 하는 생각을 한참 멍하니 하게 때도 있었다.


입학하고 나서 첫번째 시험을 치르고 나서였나, 되었을 지구과학 교사가 1학년에서 사람, 2학년에서 사람을 교무실로 오라고 불렀다.


그 시절은 중국과 일본의 착륙 경쟁이 화제가 되었던 때였다. 우리나라도 어떻게 해서 남들이 하는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온통 정치인이나 정치인이 되고 싶어 하는 부자들이나, 정치인과 부자가 되고 싶어 하는 학자들이 하나 같이 떠들어 대고 있었다. 그래서, 새로운 달까지 가는 우주선에 대한 아이디어나, 달착륙에 대한 주제를 두고 학생들이 경연 대회나 발표회를 하는 것이 유행이었고, 사실 유행이라기보다는 긴급명령과 같은 분위기였지만, 우리 학교에서도 그런 곳에 보낼 학생들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지구과학 선생님은 해에 그나마 최대한 비슷한 경시대회에 나가서 상을 받았던 2학년 학생 명과, 과목 성적과 몇몇 테스트를 통해 고른 1학년 학생 명을 어떻게 엮어서학생 달착륙 경시대회라는 곳에 보내려고 했던 것이다.


교무실 앞으로 가니, 나는 두번째로 도착한 사람이었다. 가장 먼저 도착한 사람이 바로 선배였다. , , 정확히 며칠, 무슨 요일인지도 생각 안나는 , 해가 직후 무렵 쯤의 저녁 시간이 처음 선배를 날이었다.


선배는 얼굴이 아주 희고 창백했다. 그렇지만 표정 때문에 얼굴이 핏기가 없다기 보다는 환하게 밝은 느낌이 들었다. 선배는 누구 누구에게 교무실로 오라고 스피커에서 나왔던 것을 기억하고는, 이름을 대면서 내가 사람이냐고 물었다. 나는 그렇다고 했다. 선배는 자기 이름을 말해 주었다. 그리고 기다리고 있으면서 있는 동안 선배는 이것저것을 물어 보았다.


“학교 다니는 재미있니?”

“재미로 학교를 다니나요, . 하하


나는 어른스러워 보이는 멋있는 농담이 되어 보일 거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내가 말하고 나서도 얼토당토 않은 소리라는 생각만 들었다. 오히려 선배야말로 엄청나게 어른스러워 보였다. 학교에 대해서 이것저것 주는 태도라든지, 내가 항상 뭔가 어리둥절해 있는 것만 같은 모습인데 비하여, 주변의 어리둥절함을 저절로 정리해 같은 선배의 눈빛이라든지. 지금 생각해 보면, 선배도 겨우 열일곱, 열여덟의 고등학생일 뿐이었는데 눈에는 선생님들이나, 오히려 몇몇 얼빠진 선생님들보다도 어른 같아 보였다.


얼빠진 놈으로 유명한 친구 하나는 나중에,


“그 선배가 목이 길잖아. 그래서 괜히 나이 있어 보인다니까.”


라고 말한 것도 지금 기억이 난다.


처음 만나서 말도 없이 지루하게 교무실 구석에서 있는 시간이지만,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처음 만난 시간이었다. 교감 선생님이 행패를 부렸는지, 교무실 안은 그날 따라 유난히 조용했고, 우리는 거의 속삭이듯이 말을 해야 했다.


“그런데 학교가 이렇게 높아요? 아침에 지각할 같을 뛰어오면 다리가 후들거려요.”

“그치? 어떨때 학교 오면 너무 숨이 차서 가슴이 아플 정도야.”


이런저런 말이 가끔씩 오가다가 말할 거리가 없어 말이 끊길 때도 있었다. 그러면 말하나 싶어 멀뚱히 얼굴을 쳐다 보게 때도 있었는데, 그렇게 말이 없을 때에 선배는 그냥지금까지의 대화가 재밌었네라는 뜻이 있을만한 웃음을 일부러 지어 보였다.


얼굴은 지금도 기억이 난다. 한가지 표정만 기억 나는 것은 아니다. 잠깐 말이 멈추고, 서로 어색해졌을 , 일부러 얼굴에 미소를 만들어 주는 표정의 변화가 흘러가는 영상으로 기억이 난다. 정치해 있는 장면이 아니라, 작은 얼굴의 움직임이지만, 그렇게 변화하는 영상의 동작이 머릿속에 기억에 남았기 때문에, 그래서 그렇게 사람이 마음 속에 언제나 계속 살아 있는 것처럼 오래 생각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 한다.


그렇게 말이 멈출 , 어색할 틈에 웃어 주는 얼굴은 무척 마음에 남는다. 나는 지금도, 사람이 남을 친절하게 대해 준다, 라는 것은 그런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7, 8 정도의 시간이었다. 시간이 지나가자, 다른 1학년 여학생 명과, 2학년 남학생 명이 왔고, 선배는 남학생과 떠들었고 나는 선배의 친절한 태도를 흉내 내서 1학년 여학생에게 친근해 보이는 척을 하려고 했는데, 답답한 미숙함 덕택에 어째 나와 1학년 여학생과의 대화는 여학생이 나를 경쟁의 대상으로 경계하는 분위기로 흘러가버리고야 말았다.


그날 저녁으로 우리는 당장에 달착륙에 대한 자료를 찾고 경시 대회 준비를 하는 일에 뛰어 들게 되었다. 여학생의 날카로운 경계심 때문에 나는 선배와 조가 되었고, 여학생은 2학년 남자 선배와 조가 되었다. 밤이 되도록 우리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이런저런 내용을 모아 발표 자료를 만들었는데, 다행히 우리가 준비한 발표 자료는 아무 쌓아 놓은 없이 처음 준비하는 치고는 좋아 보였다.


그러다가 중간에 끼워 넣는 동영상 자료 하나를 합치는 , 점점 컴퓨터가 느려지더니 갑자기 컴퓨터가 비틀거리는 같았다. 생동감 있게 말하자면, 뛰어가던 컴퓨터가 발목을 접질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화면에는 무슨 오류 메시지와 함께,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라는 말이 나왔다. 그리고 나서는, 컴퓨터가 요란하게 웅웅거리던 소리도 멈추어 버리고, 그냥 휑하게 가만히 있는 채로 그대로 있었다.


“이거 먹통 됐나 본데요?”


내가 말했다. 선배는 컴퓨터 화면을 찬찬히 쳐다 보았다. 나는 키보드에서 이것저것 단축키를 눌러 보았다. 아무것도 반응이 있는 것은 없었다.


선배가 말했다.


“잠시만 기다려 보라잖아. 잠깐 기다려 보지 .”


선배는 그리고 컴퓨터에 나온 그대로 잠시만 기다려 보자고 했다.


필시, 어떤 성의 없는 프로그래머가 오류 처리도 제대로 하지 않은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적당히 언제 끝날지 말지도 모르는 작업 앞에 안내문이랍시고, 필시 “Hello, World!”라는 예문을 띄우던 때 배운 것이 틀림 없는 모달 다이얼로그 박스 하나 띄우는 코드를 버릇처럼 타이핑해서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라고 나오게 한 것임이 틀림 없다고 생각 했다. 그렇지만, 선배는 잠시만 기다려 달라 말이, 자기처럼 세심하고 친절한 사람들이 여러 가지로 신중하게 고민한 끝에, 들려 주는 귀중한 충고나 부탁 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선배는 멈춰버린 컴퓨터 화면에 나온잠시만 기다려 달라 말을 부모님 말씀 듣는 착한 아이처럼 보고 있었다. 컴퓨터 화면을 불안하게 바라 보는 눈동자는 아까까지 느꼈던 어른스럽다는 느낌도 그대로 있으면서도, 과연 열일곱살 처럼 보이기도 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잠시가 도대체 10초인지, 1분인지, 10분인지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우리는잠시 기다리기로 했고, 잠시동안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었다.


“컴퓨터가 멈췄을 영어로는 다운 됐다고 하는데, 우리말로는 뻗었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권투할 보면 다운 되었을 , 뻗었다고 하거든요. 신기하지 않아요?”

“누가 일부러 그렇게 번역을 걸까, 우연히 그렇게 걸까.”


우리는 그런 종류의, 누가 들으면 돌이라도 던질 만큼 재미 없는 이야기로 시작했다. 그렇지만, 우리 이야기는 학교 선생님들의 특징과 1학년 배우는 중에 유의해야 내용으로 넘어 갔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좋아하는 노래나, 서울에서 볼만한 중에 가본 곳에 관한 이야기로 흘러 가기도 했다.


우리가잠시기다린 것은 시간 정도였고, 그렇게 이야기를 한참 나누고 나니 이제 가야할 시간이 되었다. 어쩔 없이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라는 말이 나오고 있던 컴퓨터를 끄고 가야 했는데, 선배는 그때까지도 기다려 달라고 말하고 있는 컴퓨터를 강제로 끄는 것이 불쌍해 보이는 듯한 기색이 있었다.


당연히 나는 그날 수만개의 불빛으로 반짝이고 있는 서울 시내 경치를 보면서 학교에서 내려 가는 동안, 이미 선배를 사랑하게 상태였다. 그렇지만, 나는 그걸 한참 동안이나 모르고 있었다. 선배를 만나는 시간을 기다리게 되고, 우연히라도 학교 복도에서 선배를 만나면 그렇게 반갑고, 어쩔 때는 일부러 선배가 하교 하는 때에 맞춰서 집에 가면서 잠깐 인사를 하기 위해서, 시간, 시간 정도 집에 가지 않고잠시기다리기도 했으면서도, 나는 선배를 좋아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보잘것 없게도 내가 선배를 좋아하게 것은 수학여행을 갔을 아이들끼리 밤에 이런저런 잡담을 때였다. , 누가 누구를 좋아한다느니, 누가 누구를 짝사랑한다느니, 누구와 누구는 몰래 사귄다더라, 심지어 어떠 어떠한 행동을 취하고 있는 모습을 누가 봤다더라 하는 이야기들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중에 아이에게 너는 좋아하는 사람이 없냐고 누가 물어 보자, 아이는,


“난, 3학년에 선배 좋아해.”


라고 대답하고 방글방글 웃었다.


자리에 있던 아이들 중에 30% 정도는 말이 거짓말임을 바로 눈치채었다. 나도 명이었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추리 능력을 사용해 보기만 하여도, 아이가 좋아하는 것은 우리반 반장이라는 사실을 있었다. 그런데, 아이는 무슨 까닭에서인지 사실을 절대 들키면 안된다고 생각하여 허황된 작전을 펼치고 있었다. 그래서, 괜히 쓸데 없이 얼굴 미끈하게 생긴 3학년 선배를 갖다 대면서 자기는 반장이 아닌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고 연막을 치고 있는 것이었다. 아무도 좋아한다고 그러면 너무 거짓말 같아 보일테니까 그런 식으로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을 팔아 먹은 것이다.


그걸 보고 무슨 적개심 같은 것을 느끼고, “에라이 사기꾼아!” 라고 소리 치고 싶다는 생각이 치밀었다. 그런데 그게 가라 앉고 나자, 그러면서 나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바로 선배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혼자서 얼굴이 달아 올랐다.


그렇지만 나는 사기꾼아이를 욕하지 않았던 것이 천만 잘한 일이었다. 도대체 무슨 이유였는지, 나는 아이처럼, 선배를 내가 좋아한다는 사실을 들키면 큰일 나기라도 것처럼 꼭꼭 숨기려고 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도대체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너, 선배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했다가 차였다며?”


라고 주변 친구들이 비웃으며 놀릴 것을 두려워 했던 것인지, 아니면 선배에게 거절 당하고 나서 모든 가능성이 사실 한낱 꿈이라는 사실을 알고 절망하게 되는 것을 무서워 했는 건지, 어떤 이유였는지,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사실 이유를 그때라고 정확하게 알고 있었던 같지도 않다. 그냥, 그건 들키면 안돼, 라면서 숨기고만 싶어 했다.


선배와 만날 일은 선배가 졸업을 때까지 간간히 계속 이어졌다. 비록 학교 대표로 달착륙 경시대회에 나가는 것은 나를 경계했던 1학년 학생의 조가 되었기는 했지만, 덕택에 선배와 내가 친해진 것은 사실이었다.


선배가 번은 점심 ,


“밥만 먹고 배고프지.”


라고 하고는,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주면서 학교 있는 곳의 나무 아래 벤치 근처에서 같이 먹었는데, 나는 아이스크림 하나를 먹고 동안은도대체 선배가 나에게 아이스크림을 주었을 것일까? 선배도 나를 좋아하고 있는 것일까?” 연구하며 보내기도 했다. 아마도 그날 날씨가 더워서 그랬겠지.


내가 2학년이 되었을 나는로봇 장애물 경주 나간 일이 있었는데, 때만해도 로봇 유행은 사그라들고 오히려로봇에 과도하게 관심을 쏟는 것이 학교 공부에 방해가 된다라는 말을 누가 지껄인 후라서 학교에서 로봇은 무슨 사악한 괴물처럼 취급 받던 때였다. 때문에, 지도 교사도 없고, 특별히 학교에서 결성된 팀도 없는 대회에 나간 것이었다. 다른 학생들도 사정이 그렇다보니, 대회에 나와서 응원을 주는 사람들은 다들 학생의 부모들 뿐이었다. 그나마, 나는 어머니께서로봇은 공부의 적인 악이다라는 말을 믿고 계셨기 때문에, 어머니 몰래 대회에 나간 것이어서, 부모님 조차 오시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나를 응원하러 선배가 찾아 왔다. 나는 기뻤고, 고마웠고, 심지어 내가 다른 학생들보다 뭔가 엄청나게 멋있다고도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은 다들 부모가 어린이 돌봐 주듯이 가족이라며 응원하러 왔는데, 나는 내가 사랑하는 여자가 마치 가족과 같이 찾아 것이다. 한편으로는 나야말로 고독하게 싸우는 황야의 자칼이며, 다만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표표히 대지를 달리며 결투를 벌인다는 따위의 별별 비료값도 안나오는 겉멋에 빠진 생각이 하나의 우주가 되어 그 속을 없이 유영하기도 하였다.


선배가 졸업할 , 나는 선배에게,


“선배, 제가 선배 좋아했었어요.”


라고 말할까 말까, 졸업해서 선배가 교문을 나가는 순간까지도 고민했다.


그렇지만, 그게 뭐란 말인가. 좋아하고 있으면 좋아하고 있는 거지, 좋아했었다니. 좋아했었다니. “좋아했었지만, 지금은 아니야. 이제 냉랭하고 감정 없이 계속 당신과 교류해도 된다고.” 그런 뜻이란 말인가? 그게 무슨 소리인가, 나는 아직도 선배를 사랑한다. 천번, 만번 사랑한다.


그게 아니라면, 그렇게 말하고 나면 선배가, “이런 불쌍한 , 나도 사실은 좋아했어.” 라면서 갑자기 뜨겁게 안아주기라도 한단 말인가? 그건 무슨 허황된 생각인가? 애초에 그걸 바란다면, “좋아했었다 말하는 이유는 뭔가, 지금 좋아한다고, 내가 당신의 사랑의 노예라고, 밝히면 노예 취급을 당할 같아서 그렇게 벌벌 떨게 된단 말인가.


그러다가, 나는 그냥 선배에게,


“어, 졸업식 날은 짜장면 먹는건데. 선배 짜장면 먹어요?”


정도의 대사를 사랑의 고백 대신에 하고야 말았다.


다만, 후의 상황은 상당히 건설적으로 이어져서, 나는 선배가 합격한 대학에 나도 입학해야 겠다고 힘을 다해 공부했고, 마침 다시로봇이 달착륙보다 경제적으로 가치있다라는 유행이 돌아 오면서, 로봇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도 대학 입시에 도움이 되었다. 덕분에 나는 선배와 다른 과이기는 했지만, 같은 학교에 갔고, 후에도 대학 시절 내내 선배와 마주칠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내가 1 동안 오직 선배를 만날 것만 생각하면서 고삼고삼고삼 하면서 공부하던 때에 선배는 통탄스러울 정도로 매우 건실해 보이는 같은 과의 다른 선배를 만나 연인이 되어 있었다. 그 때문에 그 이후로는 선배와 같은 모임에 나간 적도 있고, 가끔 걱정스러운 사건이나 놀라운 소식을 들을 때도 있었지만, 나는 대학 다니는 내내, 속만 터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다시 선배와 소식이 닿은 것이 지난 달이었다. 선배를 처음 만났을 부터 헤아리면, 12년이 지난 뒤였다. 선배는 여러 사연 끝에 미국의 미시건으로 유학을 상태였고, 나는 취직해서 일을 하고 있었다. 선배는 유학 생활을 하면서부터 자주 인터넷에 일상 생활에 대해 올리곤 했는데, 나는 그걸 상당히 열심히 구독하였다. 그러다가 나는 미시건에 있는 미국 자동차 회사에 우리 회사의 로봇을 도입하는 일에 기술 지원 역할을 하러 미국 출장을 가게 되었고, 선배는 미시건에 김에 기회를 내어 만나자고 하였다.


부산에 일이 있다고 해서같은 경남권이니 하동에 있는 사람을 만나자 하는 일도 무리일텐데, 같은 미시건이라고 해도, 미시건이 무슨 윗마을 아랫마을 사이도 아니고, 내가 머무는 자동차 회사 공장과 선배의 학교는 한참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주저하지 않고 그러겠다고 했다. 사실 주저하지 않은 것은 아니고 선배에게 그렇게 하겠다고 답하기 까지, 하루 종일 내내 생각만 하며 시간을 들이기는 했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겠다는 , 선배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는 장면에 대한 생각은 제안을 듣자 마자, 사실은 멀찍이 앞서서미시건이라는 낱말을 듣자 마자 떠올린 것이었다.


미시건에 도착해서 호텔에서 선배에게 전화를 하고, 만인지 모를 시간 만에 목소리를 들었다. 인터넷에서 사진 속의 모습은 달라진 면도 있는 같았지만, 목소리나 말투는 영원히 옛날 교무실 앞에서 속삭이던 목소리와 똑같이 그대로인 같았다. 선배는 마침 내가 있는 곳에 가까운 쪽으로 자기도 출장을 나왔다고 했다.


나는 달이나 계속될 모르는 출장이 끝날 즈음 해서 선배와 만나기로 했고, 일정이 확실해 지면 다시 약속을 잡기로 하였다. 전화를 끊고 나서 나는 침대에 누워 호텔 천장을 보면서 한참 생각을 했다. 선배에게 이곳에서 학교 생활하기는 어떤지 물어 보고, 선배가 학교에 대해 이야기해 주는 것을 듣고, 나도 이곳으로 유학을 오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할까 하는 상상도 해보았다. 그렇게해서 잠을 다 설칠 지경이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을 때, 호텔로 911 구급대에서 연락이 왔다.


나는 놀라기 보다도, 생각이 그대로 멈추는 같았다.


구급대에서는 최대한 빨리 있는 사람을 찾기 위해서, 선배의 연락처에 있는 사람들 몇에게 연락을 돌렸고, 마침 전날 연락한 사람으로 미시건 전화번호가 있는 나에게도 소식을 전해 것이었다.


나는 택시가 도착하려면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택시 기사를 사정하여, 최대한 빨리 오도록 택시를 불렀다. 추운 호텔 앞에서, 나는 나와서 기다리고 있으면 기다리는 고생 때문에 택시가 조금 빨리 오기라도 것처럼 계속 발을 구르며 기다렸다.


택시를 타고도, 선배가 있었다는 곳으로 가는 까지는 시간이나 지루한 평지를 질러 가야 했다. 나는 미시건 호수가에 도착했고, 선배가 관제 시스템 작업을 위해 일하러 나갔다는 등대 쪽으로 걸어 갔다.


호수는 수평선이 멀리 보이는 바다와 같이 컸고, 내가 내린 곳에서는 넓다란 모래가 멀리까지 길게 펼쳐져 있었다. 모래 안쪽에는 지난 여름철에 수영복과 파라솔을 챙겨 휴가를 나왔다가 눌러 앉은 트레일러들이 문을 꼭꼭 닫고 추위 속에 널려 있었다. 바다처럼 푸른 물과, 매섭게 몰아치는 파도가 있었지만, 호수의 민물이라서 바다의 비릿한 냄새는 전혀 나지 않았다. 깨끗하기는 했지만 그래서 파도가 차갑고 매몰차게 보였다.


선배가 일하고 있었다는 등대는 호숫가에서 멀리 물로 나아간 다리 끝에 세워져 있었다. 오래된 붉은 등대가 다리 끝에서 보니 멀리 조그맣게 보였다. 찬바람은 얼굴이 아프도록 불어 대면서 안을 쿡쿡찌르듯이 파고 들어 왔다. 바람이 앞으로 들어 와서 몸을 그대로 뚫고 뒤로 나가는 느낌이었다. 등대의 높이와 맞먹을 만큼 크게 휘몰아치는 허연 파도가, 외롭게 솟아 있는 등대로 몰아 닥치고, 계속해서 흰 물방울을 비처럼 뿌리는 물결이 이 세상을 덮쳐와 죽여 버리겠다는 것처럼 소리를 내고 있었다.


파도가 무너진 것을 뒤집어 써서 젖은 채로 나는 등대 안에 들어 섰다. 등대 안에는 이미 선배는 없었다.


구급대원들이 이미 선배를 실어간 후였다. 경찰 명과 발견했을 때의 상태를 알려 주던 구급대원 명만 남아 있었다. 경찰은 내가 누구인지를 물었는데, 나는 온갖 생각이 밀려 들며 숨이 잠기는 같아서 대답도 제대로 없었다.


떠나간 선배의 자리에는 마지막까지 작업 중이던 컴퓨터가 켜져 있었다. 이미 부질 없이 멈춰 버렸는 줄도 모르고, 그저 순진하게 눈으로 화면을 들여다 보며 계속 기다리고만 있던 그녀의 컴퓨터 화면에는,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라는 말이 화면에 아직도 그대로 있었다.



- 2013, 신림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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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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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쑤우 13.11.30 23:55 댓글

    아... 선배가 있던 그 등대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마음이 먹먹해지는 결말이네요 ㅠ_ㅠ

  • 쑤우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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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재식 13.12.01 11:12 댓글

    처음에는 벌어진 사건을 좀 분명하게 밝히는 것으로 썼는데, 너무 한쪽으로 감상이 치우치거나 혹은 앞뒤 복선을 짜두는 것이 짧은 이야기에 비해 지나치게 복잡해질 것 같아 보여서 수수께끼처럼 숨겨 두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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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별빛 13.12.01 13:14 댓글

    이 글 며칠전 트윗에 올리신 글(진행률바가 멈춰있는것)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인건가요.

    그보다 갑자기 슬퍼져서 추위를 느꼇네요.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라고 해서 계속 기다리기만 하면 안될 것 같기도 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바람별빛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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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재식 13.12.01 23:14 댓글

    제대로 보셨습니다. 트위터에 올렸던 내용에 있었던 소재를 감상적인 줄거리에 이렇게 저렇게 끼워넣어 봤습니다. 사실 마지막 장면은 예전부터 어렴풋이 구상하고 있던 것인데, 마침 그때 트위터에 올렸던 이야기와 통하는 데가 있어서 어떻게 연결시킬까, 고민해서 앞뒤 사연을 짜맞춰서 이야기 꾸며 본 것입니다.


    새해에는 좀 더 웃을만한 장면 많은 이야기로 찾아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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