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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 영애

2022.01.31 09:5501.31

영애(靈艾)

 

고조선말에 장당낭(藏唐娘)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큰 성에서 똑똑하고 재주가 뛰어나며 아는 것이 많기로 대단히 이름이 높았다. 그리하여, 그 성의 어린이들이 노래를 부르기를,

“장당낭이 모르는 것이 무엇이 있을고. 세상에 아는 것이 많다고 우쭐대는 높은 분이라 할 지라도 장당낭에 비하면 멍청이구나.”

라고 하며 돌아 다녔다. 이 노래는 그 곡이 즐겁고 노래를 부르며 서로 주고 받는 것이 재미있어 널리 퍼져 나갔다. 그래서 곧 도성에 사는 임금의 귀에도 들어 갔다.

임금은 장당낭을 불러 장당낭에게 여러 가지 궁금한 것을 물어 보았다.

“세상에서 가장 큰 나무는 얼마나 큰가?”
“바다에서 가장 깊은 곳은 얼마나 깊은가?”
“하늘의 해와 달은 왜 땅에 떨어지지 않는가?”
“불을 붙잡아 가두어 놓을 수는 없는가?”

장당낭은 모든 물음에 답했다. 그 답하는 것은 막힘이 없었으며, 내용 또한 듣는 사람마다 옳다고 여길만 했다.

궁중의 사람들이 모두 감탄하자, 다음 날 임금이 아끼는 대부(大夫) 한 사람이 주위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장당낭의 재주가 뛰어 나다고 한들, 갖가지 나무와 풀을 샅샅이 따지고 살펴 보는 일을 물어 본다면 그 일을 10년 동안 해 온 나보다 뛰어날 수가 있겠는가?”

그러자, 사람들을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며 놀다가 그의 말을 들먹이게 되어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대부가 장당낭과 함께 솜씨를 겨루어 보면 어떻겠는가?”

여러 사람이 부추기자 대부는 거절하지 못했다. 대부는 자신의 집에서 장당낭과 함께 누가 더 풀과 나무에 대해서 아는 것이 많은가 서로 겨루어 보기로 했다. 대부는 나라 안에서 자라는 온갖 풀과 나무들에 대해서 알고 그 풀과 나무 중에 득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고 있었다. 그는 그런 풀이나 나무를 어떻게 기르는 지에 대해서도 세상 어느 사람들 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이런 일은 나보다 잘 아는 사람이 없다. 이런 일을 두고 서로 겨루면 이것은 너에게 너무 불리하니, 다섯 번 문제를 내어 두번 만 네가 먼저 맞히면 네가 이기는 것으로 하자.”

대부가 장당낭에게 말했다. 그러나, 장당낭은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어찌, 대부와 같이 높으신 분과 함께 겨루면서 그와 같이 험하게 다투도록 하겠습니까? 그런 것 없이 같이 겨루어도 좋습니다.”

대부의 부인이 문제를 내고, 두 사람은 그 문제를 맞히고자 겨루기 시작했다. 그런데 장당낭은 두 번 먼저 맞혔을 뿐만 아니라, 다섯 문제를 모두 먼저 맞혔다. 대부는 한 문제도 이기지 못하고 말았다.

대부는 부끄러워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는 견디다 못해, 자신이 아는 사람 중에 셈을 하는 데 가장 밝은 사람, 짐승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 의술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을 찾아 다가 각자 셈, 짐승, 의술에 대하여 장당낭과 겨루게 했다. 

그런데, 장당낭은 그들 또한 모두 이기고 말았다.

대부는 너무나 화가 나서 견딜 수 없었다. 대부가 답답해서 가슴을 치며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대부의 부인이 말했다.

“대부는 너무 상심하지 마시오. 좋은 음식과 훌륭한 술을 갖추어 두고, 좋은 음악을 들으며 아름다운 춤을 즐기며 상심한 가슴을 달래어 보면 어떻겠소?”

대부의 부인은 나라 안에서 가장 좋은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들을 모아 두고, 대부와 함께 밤을 세워 즐기며 놀도록 했다. 새벽이 밝아 올 때 즈음이 되자, 대부는 모여 있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외쳤다.

“세상에 아는 것이 많고 셈을 잘하고 이치를 잘 밝힌다고 하는 것이 다 무슨 소용인가? 사람의 삶은 결국 좋은 일에 웃고자 하는 것이요, 기쁜 마음에 같이 즐기고자 하는 것 아닌가? 아는 것이 아무리 많아도, 마음을 즐겁게 할 줄을 모르고, 춤과 노래로 사람의 성정을 깊이 뒤흔드는 것을 모른다면, 그런 사람을 어찌 뛰어난 사람이라고 하겠는가?”

모여 있는 사람은 다들 대부의 말이 맞다고 해 주었다. 

그런데 대부의 말이 끝나자, 음악을 연주하던 사람 중에 큰 모자를 쓰고 있던 사람이 모자를 벗었다. 등불에 얼굴이 드러나니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장당낭이었다.

장당낭이 말했다.

“제가 음악의 재주도 익힌 바가 없지 않으니, 한번 들어 보시겠습니까?”

장당낭은 자신이 들고 있던 공후(箜篌)라는 악기를 연주했다. 

그 음악이 너무 황홀하여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다른 말을 한 마디도 하지 못하고 다들 소리 내는 것을 멈추었다. 음악을 연주하던 다른 사람들은 처음에는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고 숨을 곳을 찾다가, 나중에는 그저 무릎을 꿇고 장당낭이 연주하는 모습을 우러러 볼 뿐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대부는 기가 막히고 화가 났으며, 나중에는 참다 못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 모습을 곁에서 보고 있던 부인이 대부에게 물었다.

“지금 장당낭은 그대를 놀리려고 하는 것이오. 왜 이 꼴을 보고 계시오? 얼른 방안으로 들어 가는 것이 어떠하오?”

그러나 대부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 말하기를,

“나 또한 그것을 알고 있으므로 자리를 피하고 싶소. 그러나 지금 이 자리를 피한다면, 세상에 이런 아름다운 음악을 다른 곳에서는 결코 들을 수 없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떠날 수가 없소.”

라고 말했다. 

그것을 본 장당낭은 빙그레 웃으면서, 점차 음악을 흥겹고 즐거운 곡조로 바꾸었는데, 그러자 대부는 여전히 부끄럽고 화나는 것 때문에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도, 그 음악의 흥을 견딜 수 없어 그만 자리에 일어나서 춤을 추고야 말았다.

대부의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지자, 사람들은 장당낭이 무서운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특히 군사들을 많이 부리던 장군들은 장당낭이 사람을 모은 뒤에 뛰어난 재주로 그 무리를 이끌고 싸움을 걸면 위험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몇몇 사람들은 장당낭에게 죄를 덮어 씌워 처형하고자 하였다.

“나라의 법이 3천 가지나 되니, 첫번째 부터 삼천번째까지 헤아리다 보면 분명히 어긴 것처럼 보일 만한 법은 하나는 있을 것입니다. 일단 하나만 장당낭이 죄를 지은 것 같아 보이는 것이 나오면, 장군께서 잡아 다가 죄를 밝힐 때까지 매질을 하면서 사실을 말하라고 하면 어떻겠습니까? 모질게 매질을 하기를 100대만 하면 견디지 못하고 죽을 것입니다. 아는 것이 많다고 몸을 쇳덩어리로 만드는 법을 알겠습니까?”

대부는 우연히 그 말을 들었다. 대부는 처음에는 장당낭이 나쁜 일을 당한다고 생각해 기뻐하였다. 그러나 그 생각을 하며, 아침을 먹고, 점심을 먹고, 저녁을 먹을 때가 되자 그토록 재주가 많은 장당낭이 죽는다는 것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대부는 그날 밤에 장당낭에게 찾아 갔다.

“지금 장군들이 그대를 죽이려고 하네. 살고자 하거든 얼른 몸을 피하게.”

장당낭은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장당낭은 술을 한 잔 마시라고 하면서 먼저 대부에게 술을 따라 주었다. 그리고 술맛과 세상 일과 음악과 춤에 관한 이야기를 길게 나누었다. 그런 다음에 대부에게 이렇게 말했다.

“제가 장군들이 저를 죽이러 올 것을 몰랐겠습니까? 다만 어떻게 싸울 지를 궁리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그러자 대부는 장당낭의 손을 붙잡았다.

“그 장군들은 수가 틀리면 그저 제 부하 중의 한 명을 보내어 앞뒤 따지지도 않고 그대의 목을 일단 치라고 할 사람들이네. 아무리 그 자들이 잘못했다고 세상 사람들이 모두 따진다고 해도 그 말을 듣기 전에 칼부터 휘두르는 사람이란 말일세.”

장당낭은 답 없이 빙그레 웃을 뿐이었다. 그러자 대부는 다른 이야기를 꺼내는 것 같았다.

“그대가 사람이 하는 모든 일에 밝으며, 세상사 360가지 일에 대해 모두 재주가 뛰어나다는 것은 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네.”

대부는 말을 이었다.

“그러니, 이제 그대는 세상 바깥의 일까지 모두 깨우치는 일에 나서 보면 어떻겠는가? 듣자 하니, 많은 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신령스러운 산이라고 하는 웅심산(熊心山)이라는 곳이 있다고 하네. 그대도 그곳을 들어 보았을 것이네. 세상의 일을 벗어나 도를 닦으려 하는 사람들이 그 산 깊숙한 곳에 들어가 산에 있는 나무 열매와 풀 만 먹으며 지내면서 다른 일은 하지 않고 그저 곰곰히 마음 속으로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 보면 마침내 깨달음을 얻어, 세상사의 모든 고민과 세상 바깥의 일까지 모두 깨우칠 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 그대는 몇 달 동안 만이라도 그런 일에 몰두해 보면 어떻겠는가?”

그 말을 듣고 장당낭은 소리 내어 웃었다.

“대부께서는 저에게 도를 닦으며 세상 바깥의 깨우침을 얻으라고 하시지만, 사실은 장군들을 피해 산 속에 몇 달 숨어 있으라는 이야기 아닙니까?”
“지금 길을 떠난다면, 내가 떠나는 길에 필요한 것들은 무엇이든 대 주겠네.”

그러면서 대부는 장당낭에게 간곡히 부탁했다. 그리하여, 장당낭은 웅심산으로 떠나게 되었다.

웅심산에 도착해 보니, 과연 듣던대로 근처 고을에는 산에 들어 가서 지내다가 깨달음을 얻었다는 학자나 도 닦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돌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전에 어떤 사람이 웅심산에 들어 갔다가 득도했는데, 그 사람은 그 후로 한 마디도 말을 하지 않고 오직 항상 빙그레 웃고만 있었습니다. 나중에 그 사람은 병이 들어 온몸이 극히 아프게 되어 죽었는데, 그렇게 아파서 죽는 중에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웃기만 했습니다. 그러니, 사람들은 그를 지상 신선이라고 하면서, 이승과 저승을 마음대로 오갈 수 있는 경지가 되었기에 그 모든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전에 어떤 사람이 웅심산에 들어 갔다가 득도했는데, 그는 세상일에 조금도 꺼리낌이 없어, 임금이나 장군들이 잘못한 일에 대해서도 거침 없이 이야기했습니다. 마침내 군사들이 그를 좇아가 죽이려고 했으나 그는 산꼭대기에서 갑자기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군사들은 산꼭대기에서 떨어진 것이라고 했지만, 사람들은 그를 지상 신선이라고 하면서, 이제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는 경지가 되어 하늘 나라로 올라 간 것이라고 했습니다.”
“전에 어떤 사람이 웅심산에 들어 갔다가 득도했는데, 그가 산에서 내려와 말하기를 ‘하나는 둘이고 둘은 셋이며 하나 속에 둘과 셋이 있으니, 셋은 하나도 둘도 아니다’와 같이 너무나 뜻이 깊어 아무도 그 말을 알아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평생 늘어 놓으며 세상 사람들이 알아 듣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 했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지상 신선이라고 하면서, 그가 얻은 깨우침은 사람의 말로는 쉽사리 알아 듣기 어려운 데 그 깊은 지혜를 그만이 깨닫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 이야기들을 듣고 보니 장당낭은 제법 신기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당낭은 사람들이 말하는 대로, 도를 닦으러 가는 사람들이 항상 들른다는 샘물에서 우선 몸을 정갈히 씻고, 깨끗한 흰 옷을 준비하여 그것을 입고 산 속 깊은 곳으로 들어 갔다.

산 골짜기에 들어 가 보니, 곳곳에 도를 닦는다고 들어 온 남녀들이 가득하였다. 그러나 산 속에서 지내는 것이 힘들어서 며칠 지내다 나가는 사람이 절반을 넘었다. 남은 절반 중에서는 산 속에서 도 닦는 생각만 하는 것이 지겨워서 견디다 못해 나가는 사람들이 대단히 많았다. 

장당낭은 그런 여러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웃으며, 산의 가장 깊은 곳으로 조금씩 더 들어 갔다.

그렇게 몇 날 며칠을 보내는 동안, 장당낭은 산에서 살다 보니 소금기가 있는 음식을 매우 간절히 먹고 싶게 되었다. 소금을 전혀 먹지 못하면 사람은 죽게 되는 법이기에, 소금이 부족하면 짠 음식이 그리워질 수 밖에 없다.

장당낭은 산 밖으로 나갈까 하다가 조금만 더 참고 버텨 보기로 했다. 

그러다가 장당낭은 산 속의 가장 깊고 험한 곳에서 쑥이나 달래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훨씬 이상한 형체를 한 풀이 가득 나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것은 산에 들어 온 사람들 사이에 동해지애(東海之艾)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는 풀이었다. 근처에 가 보니 그 풀에서는 강한 향기가 났다. 그것을 먹으면 그 강한 향 때문에 짠맛이 나는 음식을 먹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먹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치밀었다. 장당낭은 그것을 뜯어 씹어 먹으려고 했다.

그러나 입에 넣기 직전에 그 모습을 가만히 보니, 아무리 보아도 그 풀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풀이었다. 장당낭은 세상의 3천3백 가지 풀에 대해 알고 있었으나, 그런 풀은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가만 생각해 보니 그와 비슷한 풀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장당낭은 자신이 그 풀을 먹기 전에, 토끼에게 먼저 먹여 보았다.

토끼가 그 풀을 먹자, 토끼는 갑자기 사방으로 이리저리 쏘다니더니, 데굴데굴 구르기도 했다. 또한 나중에는 갑자기 물속에 들어가 첨벙대며 뛰어 다니더니, 곧 높다랗게 튀어 오르는 것이 마치 하늘을 날아 오르려고 애쓰는 것 같아 보였다. 그러기를 토끼는 끝없이 반복했다.

그것을 보고, 장당낭은 그 풀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이것은 먹는 풀이 아니라, 사실은 독초로구나. 독한 술을 마시다 보면 사람이 취하여 두려움이 없어지게 되고, 더 많이 마시다 보면 정신을 잃고 쓰러지게 되는데, 이 풀에는 사람의 마음을 해치는 강한 독이 있어서 사람을 깨어나지 못할 정도로 취하게 만든다.”

장당낭은 풀의 향기를 살짝 맡아 보았다. 그리고 이렇게 중얼거렸다.

“이 풀을 먹으면 그 독이 이치를 따지는 정신을 잃고, 두려워할 줄 아는 마음을 잃고, 옳은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 독에 마음이 상하고 취하여, 엉뚱한 소리를 하고, 함부로 몸을 쓰고, 몸이 아파오며 죽을 때가 되었는데도 자기가 아파 죽는 것도 모르게 되어 그저 히죽히죽 웃기만 하게 되는 것인데, 세상 사람들은 그런 사람을 보고, 득도했다, 깨우침을 얻었다고 하는 것 뿐이로구나.”

그리고 주위를 둘러 보니, 산에서 지내며 도를 닦는다고 들어 온 남녀 넷이 마침 그 풀이 피어 있는 곳까지 와서 막 풀을 뜯어 먹으려 하고 있었다. 장당낭은 그 사람들을 말렸다.

“그 풀을 먹지 마십시오. 이 산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산이 아니라, 지독한 독초가 피어서 사람을 망치게 하는 산입니다. 바로 그 풀이 바로 사람들의 정신을 잃게 만드는 독초입니다.”

사람들은 그래도 그 풀을 뜯어 먹으려 했다.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신령스러운 풀이라고 하여 영애(靈艾)라고도 부르는 것으로, 산에서 먹을 것이 없어 견디기 어려울 때 사람을 살려 주는 귀한 풀입니다. 인간세상과 멀어져서 이런 것만 먹고 지내며 항상 산과 물 속에서 살다 보면 온 몸이 깨끗해지고 그러면 마침내 신선과 같은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옛날 이야기 산 좋고 물 맑은 곳에서 이런 풀과 같이 좋은 것만 먹으면서 살면 미련한 곰이라고 할 지라도 사람과 같이 말을 할 수 있게 되어 지혜를 갖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니 사람이 이렇게 지내다 보면 오히려 더욱 지혜로워져 큰 깨달음을 얻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 말을 듣고 장당낭은 그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는 바를 조목조목 짚어 주며 다시 따졌다. 그리고 결코 그 풀을 뜯어 먹으면 안 된다는 점을 강하게 휘몰아치면서도 차근차근 쌓아 가듯이 이야기했다. 그러자 풀을 먹으러 온 사람들은 울면서 돌아 갔다.

장당낭은,

“드디어 세상 바깥의 깨달음을 준다는 산의 이치도 이와 같이 알게 되었구나.”

라고 말하며, 노래를 부르며 산을 내려갔다.

그러나 산을 내려 가는 길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장당낭을 막아 섰다.

장당낭의 말을 듣고 풀을 뜯어 먹지 못한 사람들이 더 많은 무리를 거느리고 온 것이었다. 그 무리 중에는 이미 그 풀을 뜯어 먹고 나서 주위 사람들에게 깨달음을 얻었다고 존경 받고 있는 사람들도 몇 섞여 있었다.

그 사람들은 장당낭에게 달려 들었다. 장당낭은 여러 가지 말로 그들을 설득했으나 이미 말을 알아 듣지 못하게 된 사람이 있는지라 소용이 없었다.

마침내 그 무리들은 장당낭을 때려 죽여 버렸다.

나중에 장당낭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대부는 웅심산에 찾아 갔다.

대부는 안타까워 하며 장당낭의 시체를 찾아 다녔다. 유해는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었으므로 그는 결국 시체를 찾지 못했다. 다만 그러는 중에 독초가 피어 있는 곳을 발견했으므로, 대부는 그곳을 모두 갈아 엎고 불을 질러 그 풀을 다 없애 버렸다.

세월이 흐르자 사람들은 장당낭이 마지막으로 웅심산에서 깨달음을 얻어 지상 신선이 되었다고 이야기 했다. 그런데 장당낭을 시기한 대부가 산에 불을 질렀으므로, 부정을 타서 그 후로는 더 이상 웅심산에서 신선이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 2022년, 강남대로에서
 

댓글 4
  • No Profile
    윤새턴 22.02.03 16:38 댓글

    재밌게 읽었습니다. 대부가 참 매력 있는 사람이네요.

  • 윤새턴님께
    No Profile
    글쓴이 곽재식 22.02.04 12:47 댓글

    언제나 처럼 말씀 감사합니다. 좋은 한 해 되십시오.

  • No Profile
    Hilaris 22.02.08 08:55 댓글

    저는 왠지 4차산업혁명 시대에 대한 은유로 받아들여지네요. 장당낭은 인간보다 모든 면에서 뛰어난 강인공지능을 보는 느낌이고, 대부는 인간 전문가, 영애라는 독초는 미신적 사고를 유발하는 무언가, 장당낭을 때려죽인 사람들은 그런 미신적 사고에 경도되어 기술에 대한 두려움을 폭력적으로 표출하는 음모론자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 Hilaris님께
    No Profile
    글쓴이 곽재식 22.02.09 11:56 댓글

    아 그 말씀도 듣고 보니 재미있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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