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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 공수처 대 흡혈귀

2021.10.31 00:0110.31

공수처 대 흡혈귀

 


공수처의 장영란 수사관은 드라큘라가 생각보다 부실해 보인다고 생각했다.

“드...라큘라 선생님?”

장영란 수사관이 물었다.

“네.”

드라큘라는 생각보다 다소곳이 대답했다. 장 수사관이 다시 물었다.

“드라큘라면, 드 씨에요?”
“네?”
“성이 드씨냐고요.”
“아니요. 드,라,큘,라가 전부다 다 성입니다.”
“성이 네 글자나 돼요? 그러면 한국에서 살기 힘들지 않아요? 제갈, 독고, 선우, 뭐 그런 두 글자 짜리 성은 한국에 좀 있어도 네 글자 성은 없을텐데. 인터넷에서 뭐 가입할 때 성 네 글자면 입력도 잘 안 되고 그렇잖아요.”
“네, 그렇긴 합니다.”
“평소에 고생 많이 하셨겠네.”
“뭐, 그렇죠. 한국 사람들 마늘도 많이 먹고 하니까.”
“아, 그렇네. 마늘 냄새 나면 싫어하시죠?”
“죽을 것 같습니다.”

장 수사관은 “죽을 것 같다”라는 과장법은 당신 처지에는 좀 부적절하네 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도 장 수사관은 분위기상 드라큘라가 한 말에 맞장구를 좀 쳐주기로 했다.

“맞아요. 마늘 곁에 있으시면 위험하시니까 아무래도 김치공장 같은 데 근처에는 절대 가시면 안 되겠네요.”
“사실 길거리에도 김치찌개 가게 같은 것 많이 있지 않습니까? 그 냄새 확 풍겨오면-”
“군침돌죠. 맛있는 냄새.”
“아니, 김째지개 가게 옆에 우연히 지나가다가 거기 섞여 나오는 마늘 냄새 때문에 갑자기 길가다 어지러워져서 쓰러질 때도 있고 그렇습니다. 그러면 동네 사람들이 신고해서 119에 실려 갈 때도 있고요.”
“사람들이 그렇게 착해요? 길에서 사람이 쓰러지고 그러면 막 신고해 줘요?”
“아무래도 제가 혈색이 좀 안 좋은 편이다 보니, 그냥 살짝 휘청해도 좀 동정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길가다 조심 하셔야겠네. 김치찌개 가게.”
“네, 그렇습니다. 고기집도 조심해야 하고요.”
“고기집? 고기집은 왜요? 마늘, 십자가 무서워 하시는 거 아니었어요? 고기도 무서워해요?”
“그런 것은 아닌데, 한국 고기집에서는 마늘을 같이 굽지 않습니까. 그래서 고기집 환풍구에 항상 그 냄새가 같이 나옵니다.”
“그래, 맞아. 왜 마늘을 그렇게들 굽는 거지?”

장영란 수사관은 그렇게 말하며 서류를 앞뒤로 뒤적거렸다. 서류에 기록된 내용은 들어오기 전에 대강 짐작한 내용과 크게 다른 바 없었다.

“이번에 대형마트 쪽으로 갔다가 거기 사람들한테 수상한 모습을 보여서 여기저기 신고 들어가고 그렇게 되다가 붙잡혀서 여기까지 오셨죠?”
“네 맞습니다.”
“대형마트에는 왜 가셨어요? 사람 많은 데 가서 범행 대상 물색하러 가셨어요?”
“아, 아닙니다.”
“너무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말고 들으세요. 선생님, 전과가 좀 있으시잖아요?”
“아닙니다. 전과라고 지금 말할 수 있는 것은 딱히 없습니다. 루마니아에서, 그… 예전에, 정말 아주 예전에 사건이 좀 있었습니다만, 워낙 옛날이라서 공소시효는 다 끝났고요.”
“영국은? 원래 영국에서 사고 좀 치셨잖아요?”
“네, 뭐 그런 적이 있기는 있었는데, 사실 그것도 워낙 옛날 일이지 않습니까? 반헬싱 교수랑, 뭐 서로 쌍방폭행이다, 뭐 그런 식으로 좀 정리되고, 또 세월도 흐르고, 뭐 그러면서, 법적으로는 다 이제는 없는 일로, 네 그게, 쌍방과실인 부분도 있고 뭐 그렇고 하니까, 그렇게.”
“그래요? 쌍방이다? 뭐, 그럴 수도 있겠네. 영국법은 워낙 다르니까.”

장영란 수사관은 다시 서류의 앞뒤를 살피며 전과기록이 있는 지 보았다. “반헬싱은 반씨인가? 거제 반씨야?”라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러다 다시 물었다.

“그러면, 대형마트에는 왜 가신 거예요?”
“꼭 대형마트에 가려고 간 것은 아니고요. 거기 신도시 쪽으로 나섰다가 갑자기 너무 힘들어져서요. 실내로 피할 곳이 필요했습니다.”
“왜요? 그쪽 거리에는 딱히 무슨 김치찌개 집 같은 거 없던데? 마늘 밭도 없고. 고기집이 많았나?”
“그게 아니고, 교회가 너무 많아서요.”
“교회?”
“교회 건물에는 십자가를 크게 달아 놓지 않습니까? 제가 거기에 또 너무 약해서요.”
“아, 아, 그렇지. 십자가.”
“네, 그래서 그것 때문에 너무 힘들고 쓰러질 것 같아서 급하게 십자가 안 보이는 아무 곳으로나 피하려고 하다 보니까, 황급히 근처에 있는 마트로 들어 갔습니다.”
“근데, 거기 근처에 교회는 좀 떨어져 있지 않아요? 그렇게 교회가 가깝지도 않잖아요?”
“한국 교회는 십자가에 네온사인 처럼 생긴 전기등을 달아서 밤에 빨간색으로 빛나게 해 놓잖아요. 그래서 멀리서도 정말 잘 보입니다. 특히 거기가 새로 생긴 신도시다 보니까, 교회들끼리 뭔가 세력다툼이랄까, 그런 게 있어서 갑자기 교회들이 많이 생겼거든요. 그러니까 서로 좀 교회를 알려야겠다. 돋보이게 해야겠다 그런 것도 있고요.”
“세력다툼이라기 보다는, 나름대로 그 분들도 선의의 경쟁이지.”
“네, 뭐, 그렇다면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 정도로도 그렇게 위험해요? 십자가를 멀리서만 봐도 막 움찔하고 그런가?”
“네, 약간 심장이 덜컥 내려 앉는다고 할까. 그런 느낌입니다.”
“이해를 잘 못하겠네.”
“수사관님, 왜 공포 영화 볼 때나, 인터넷에서 무서운 글 읽을 때, 갑자기 무서운 귀신 모습 같은 거 확 튀어 나오면 갑자기 놀라고 무섭고 머리카락이 쭈볏 서고 심장이 확 오그라들고 그렇지 않습니까?”
“그럴 때 있죠.”
“제가 십자가 볼 때도 약간 그 비슷한 기분입니다.”
“신기하네. 그런 기분을 어떻게 알아요?”
“저도 가끔 공포영화나 인터넷에서 무서운 영상 같은 거 보면 놀랄 때 있기는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느낌이 어떤 느낌인지 아는데, 그게 그 느낌이랑 비슷합니다.”
“선생님도 공포영화 보면 무서워요?”
“아무래도 흡혈귀 나오는 것들은 아무래도 좀 우습고 같잖다는 느낌 들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공포 영화라는 게 여러 형태가 워낙에 여러가지가 있지 않습니까? 파운드 푸티지, 그런 쪽은 좀 무섭더라고요.”
“이상하네.”
“호랑이나 사자나 다같은 맹수입니다만, 사자가 덤벼들면 호랑이도 무섭지 않겠습니까? 뭐 그런 원리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래도 좀 그런데요. 정말 멀리서 교회 십자가 표시만 봐도 그렇게 놀라요?”
“네, 그렇습니다. 한국에서 그런 걸 정말 많이 봐서 약간 공황장애도 생겼습니다.”
“공황장애, 정확하게 진단 받은 건 아니죠?”
“네, 진단 받은 건 아니죠.”
“진단도 안 받고 대충 넘겨 짚어서 그렇게 뭔가 있어 보이는 정신의학 용어 함부로 쓰고 그러면 안 되지.”
“유의하겠습니다.”
“그러면 십자가 때문이라는 거 사실이 아닌 거 아니에요?”
“아닙니다. 십자 모양에 제가 정말 약해서요. 교회 십자 뿐만 아니라, 한자로 열 십자를 써 놓은 것을 봐도 좀 놀라고요.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될까요… 제가 예전에 중립국이 살기가 좋다고 해서 스위스로 가려고 했었거든요. 복지 제도도 잘 되어 있다고 하고요. 그런데 스위스 국기가 십자 모양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거기 국경 통과라든가 관공서 가기가 너무 힘들것 같았습니다.”
“그 정도에요?”
“사실, 제가 몇 년 전에 예전에 살던 동네에서 옆집에 살던 애들한테 들킨 적이 있습니다. 걔네들이 제가 십자가에 얼마나 약한가, 강한가 이것저것 실험을 했습니다. 그러더니 어느날 갑자기 저희집에 흉기를 들고 쳐들어 와서 저를 공격했습니다.”
“선생님, 뭐 이런저런 능력 있으시잖아요. 그런데 한국에 무슨 총기가 있는 것도 아닌데, 기껏해야 애들이 흉기랄 게 뭐 있었겠어. 쇠파이프나 망치 같은 거 들고 덤비는 애들 몇 명을 선생님 같은 분이 못 막아요?”
“걔네들이 십자 드라이버를 들고 덤비더라고요.”
“아이고, 쯧쯧.”

진심인지 연기인지 장 수사관은 혀를 끌끌 찼다. 

“어쩌다 한국에 오셔가지고.”
“그래도 장점은 많이 있습니다. 제가 낮에 잘 활동을 못하는데, 한국에는 밤 늦게까지 하는 가게도 많고, 24시간 편의점도 많고, 그래서 일상생활은 이것저것 편리한 점이 많더라고요.”
“그건 그렇겠네.”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선생님, 아무리 그래도 사실 사고를 치시기는 치셨죠? 기본적으로 의식주가 해결 되셔야 하는데, 선생님이 이런 낯선 동네에 와서 어떻게 사셨겠어. 선생님이, 그… 뭐냐…”

장 수사관은 말을 좀 끌었다. 그러다 겨우 이어서 말했다.

“식습관이 문제가 있으시잖아요?”

드라큘라는 그 질문이 나올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한숨을 푹 쉬더니 그간 못했던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정직하게 말씀드리자면, 그것 때문에 한국에 왔습니다.”
“뭐 때문에요?”
“식습관 말씀입니다.”
“식습관?”
“네, 제가… 아시잖습니까? 저도 먹고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하는 필수 영양소가 있는데, 그 식재료가, 그, 아무래도 좀 거시기한 거지 않겠습니까?”
“거시기하다고요? 야, 선생님, 완전 한국사람 다 됐네.”
“감사합니다.”
“무슨 감사는… 그래서요, 식습관하고 한국하고 무슨 상관인데요?”
“한국에는 선지국을 팔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게 제가 먹아야 되는 필수 영양소가 담긴 식재료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순대에도 그런 영양분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아, 그렇구나.”
“아무래도 선지국은 해장국으로 많이 팔다 보니까, 특히 밤에 장사하는 곳도 많고 그래서 먹기가 참 좋았습니다. 순대도, 피순대 종류의 순대는 정말로 참 입에 잘 맞습니다.”
“그러시구나.”
“그렇습니다. 요즘 세상에 사실, 제가 혼자 뭐 박쥐로 변신하고, 힘 좀 세고, 뭐 그렇다고 해서 어떻게 계속 범죄를 저지르면서 살겠습니까? 어지간한 나라에서 그런 짓하다가는 경찰에서 출동할 것이고, 기관단총으로 무장한 SWAT 팀이 섬광탄 같은 거 던지면서 집중사격하면서 공격하면 버텨내기가 불가능합니다. 제가 또 섬광탄 같은 데는 약하고 하니까. 괜히 큰 사고쳤다가, 군에서 출동해서 공격헬기가 출동해서 적외선으로 추적하면서 헬파이어 미사일 같은 것으로 공격하고 그러면 제가 박쥐로 변신해서 도망갈 수 있다고 해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말뚝을 박는 대신에 음속으로 날아오는 미사일을 막 날리는 게 요즘 세상입니다. 그래서 뭔가 합법적으로 살아야 될 방법을 찾아야겠는데, 간편한 방법을 찾다 보니까 한국이라는 나라에 오게 되었습니다.”
“용하시네. 한국에서 선지국을 파는 걸 잘 아시고.”
“제 이야기를 다룬 소설 종에 브람이가 쓴 것 있지 않습니까?”
“부람이가 누구에요? 최불암 선생님 말씀하시나?”
“아니, 그 브람 스토커라고 소설 드라큘라 쓴 작가 있잖습니까?”
“아, 옛날 영국 작가인가?”
“아일랜드 작가입니다. 브람이가 쓴 소설에 잠깐 조선이라는 나라에 갔다 왔다는 등장인물이 나오는 대목이 있습니다. 그래서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습니다.”
“진짜에요? 소설 드라큘라에 조선이라는 나라가 나오는 거?”
“언급은 되어 있습니다. 진짜로.”
“신기하네. 그런데 자기가 나온 소설을 그렇게 꼼꼼히 또 자기가 읽어 보세요?”
“뭐, 모니터링은 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선지국 먹고 살려고 한국에 왔고, 한국에 와서는 별 이상한 짓 안 하고 착실하게 살았다, 그런 말씀 이시다?”
“그렇습니다.”

장 수사관은 잠깐 눈을 감더니 몸을 뒤로 뉘였다. 믿는 눈치인지 못 믿겠다는 눈치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한참 지루할 정도로 그 상태로 시간을 끌었다.

그러다 다시 갑자기 질문했다.

“워낙 태생적인 전문가시니까 물어 보는 건데, 선지국, 어디 선지국이 제일 맛있어요? 정말로 청진동 그 집이 제일 맛있어요?”
“글쎄요. 딱 잘라 말하기는 좀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루마니아 사람 입맛입니다. 그리고 저는 맛 보다는 재료의 신선도를 중요하게 칩니다. 그걸로 정말 먹고 살아야 하는 입장입니다.”
“그렇구나...”

장 수사관은 다시 서류를 뒤적거리며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 했다. 그리고 물었다.

“아까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서, 그래, 주위에 교회 십자가 표시가 너무 많아서 깜짝 놀라서 마트로 들어 갔다, 거기까지는 그렇다치고. 그리고 마트에서는 왜 기절하신거에요? 마트에서 누가 마늘을 굽고 있었나? 그런 건 아닐 거 아니에요? 마트 안에도 교회가 있었나? 그럴 수는 없을텐데. 법으로 금지되어 있던가? 왜 그러신거에요?”
“그게, 왜 그렇냐면…”

드라큘라는 좀 쑥스럽고 부끄럽다는 듯이 대답을 망설였다. 장 수사관이 드라큘라의 표정에서 무엇인가를 포착하고 드라큘라 쪽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선생님, 그냥 다 털어 놓아 주세요. 저희들 한테 그냥 솔직히 다 말씀해 주시는 게 제일 좋습니다. 저희만큼 이런 이상한 사건을 무리 없이 푸는 데가 없어요. 처음에는 저도 공수처 수사관 되었을 때, 제가 무슨 흡혈귀 상대하고 이럴 줄 알았겠어요? 워낙에 공수처에서 다루는 사건들이 미묘하고 특수하고 비밀리에 수사해야 하는 사건들이 많다 보니까, 저희 수사팀에 이상한 사건들이 잘 몰리거든요. 특히, 제가 속한 이 공수처 비공개수사전담 3팀 같은 경우에, 정말 아무 수사기관에서도 절대 공개 못하는 이상한 사건 중에서도 가장 이상한 사건만 배당됩니다. 저희들이 이런 사건은 제일 잘 처리해요.”

그 말을 듣고 드라큘라는 뭐라고 말을 하려다가 멈칫했다. 그리고 드라큘라는 딴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데, 수사관님, 제 사건은 고위공직자하고는 크게 상관은 없는 것 아닙니까?”
“선생님, 선생님 성씨가 드씨 아니라고 했죠? 드라큘라씨라고 했죠?”
“네, 맞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선생님을 뭐라고 불러요? 그냥 드라큘라씨. 이렇게 불러요? 드라큘라형 이렇게 불러요? 뭐라고 불러요?”
“드라큘라 백작이라고…”
“그렇죠. 백작. 근데, 백작이면 고위직 아닙니까?”

드라큘라는 크게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그렇게 되나요?”
“몰라요. 저도. 민주공화국에서 백작이 고위직인지 뭔지, 제가 어떻게 압니까? 근데 저희 비공개수사전담 3팀이 별별 이상한 사건을 다 맡다 보니까, 이제 뭐 좀 이상하다 싶으면 저희들한테 다 떠넘기고 그래서. 또 공무원 사회가 좀 그렇지 않습니까? 저희가 신생 조직이다 보니까, 다들 윗 기수 선배 공무원들이 아랫 기수 후배 공무원들에게 이상한 사건들은 다 떠넘기고 뭐 그런 식으로 굴러 가니까. 하여튼 그래서 저희들이 선생님 사건까지 맡게 된 거에요.”
“네.”

장 수사관은 드라큘라의 눈을 정면으로 들여다 보았다.

“선생님, 솔직하게 그냥 말씀해 주세요. 마트에서 왜 쓰러진 거에요?”
“그게요.”

드라큘라는 결국 모든 것을 사실대로 털어 놓기 시작했다.

“제가 십자가를 무서워 해서, 마트로 도망갔지 않습니까?”
“그랬다고 하셨죠.”
“그런데, 마트에 딱 들어 갔더니-”
“들어 갔더니?”
“마트 안에, 무슨 원 플러스 원 행사를 한다는 전단지가 좌르륵 벽에 어마어마하게 붙어 있는데, 거기에 플러스 표시가 막 끝도 없이 있는 거에요. 그걸 보고, 정말, 너무, 너무 놀라서.”

드라큘라는 지금도 그 때의 기분이 남아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래서 실신을 하셨다?”

장 수사관이 말하자, 드라큘라는 그 핏기 없는 얼굴에서 어디서 그런 색이 나왔는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장 수사관은 이 정도면 그럭저럭 대강 앞뒤를 연결해 서류를 꾸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넘겨서, 사람 모양이 어떻게 단숨에 박쥐로 변신할 수 있는 지, 그 유전자 변형에 관한 연구를 해 보는데 협력하여 국가 과학 기술 발전에 이바지 하라는 쪽으로 서류의 결론 부분 내용을 써야 할 지, 아니면 문화체육관광부로 넘겨서 유령의 집 같은 테마파크 놀이기구, 혹은 공포영화, 또는 공포 TV 프로그램의 재연 배우 등에 종사하는 것을 권유하는 방안을 결론에 써야할 지, 그것은 좀 고민스러웠다.

더 일처리가 간편하고 언론에서 덜 시끄러울 방법이 뭘까? 마지막으로 고민하는 와중에 잠깐 트림이 올라 왔는데, 뒤늦게 생각해 보니 저녁 때 마늘쫑 볶음을 먹었다는 것이 생각나 장 수사관은 드라큘라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말했다.

 

- 2021년, 여의도에서

댓글 5
  • No Profile
    한때는나도 21.10.31 18:45 댓글

    제목부터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이야기인가 했는데 정말 끝까지 말도 안 되게 재미있네요!

    잘 읽었습니다.

  • 한때는나도님께
    No Profile
    글쓴이 곽재식 21.10.31 21:10 댓글

    감사합니다. 할로윈 특선으로 진짜 무서운 이야기도 좀 생각했는데, 너무 끔찍한 이야기라 막 쓰기는 좀 꺼려져서 아예 반대로 한 번 써 보았습니다! 매달 업데이트 하니 꾸준히 들러 주십시오!!

  • No Profile
    한때는나도 21.10.31 21:23 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No Profile
    윤새턴 21.11.03 00:05 댓글

    끝부분에서 읽는 걸 잠시 멈추고 마트에서 뭘 보고 놀랐을까... 곰곰히 생각하다가 하필 들어간 곳이 홈더하기 마트였다! 를 생각했었는데 훨씬 범용성 좋고 놀랄만 한 결말이었군요. 재밌게 잘 일었습니다.

  • 윤새턴님께
    No Profile
    글쓴이 곽재식 21.11.15 23:31 댓글

    언제나 재미있게 읽어 주시고 좋은 덧글 달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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