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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무서운 얼굴 사건

곽재식

 

지난 사건 이후 알고 지내게 된 덕분으로게임 회사 창업자가 이인선 사장에게 연락을 했다. 연락을 이어 것은 신문사의 차장이었다.

많이 돈을 투자해서 거의 반쯤 소유하고 계신 연예기획사가 있거든. 거기에서 문제가 생겼는데, 이상한 사건이라고 한번 봐달라고 하시더라고.”

그게 우리 회사가 할 일이 맞아? 우리 회사는 3세대 인터넷 정보 융합 플랫폼 스타트업인데.”

그게 정확하게 하는 건데?”

이번에도 이인선 사장은 쉽게 대답할 없었다. 그렇지만 오 차장이 수고비는 정확하게 챙겨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인선 사장은 자신을 제외한 회사의 유일한 직원인 한규동과 함께 사건이 발생한 곳으로 바로 달려갔다.

그곳은 서울 번화가에서 가까웠. 그러나 넓은 대로 사이에 솟은 높은 빌딩 뒤로 펼쳐진 언덕배기로 이어지는 골목 안으로 깊이 들어간 장소였다. 걸어서 불과 거리에 십층 짜리 빌딩이 줄이어 있었는데, 그렇게 도심과 가깝다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낡고 오래된 벽돌집들이 다닥다닥 붙은 구역이 나타났다. 이인선과 한규동이 도착한 집도 곳이었다.

연예기획사 사람들은 문제의 인물을 환자라고 부르고 있었다. 회사 안에서 그렇게 돌려서 말하기로 합의한 으로 보였다. 그런데, 막상 환자라는 사람을 직접 한규동은 깜짝 놀랐다.

사람, 사람 아니에요?”

어떤 사람?”

그런데 이인선도 환자의 얼굴을 적이 있다는 사실은 바로 기억할 있었다. 어디서였더라?

기획사 관리팀 직원이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최근에 갑작스럽게 인기를 얻은 바로 배우였다. 연기도 하지만, 노래도하고, 춤도추고, 재미있는 말도 하고. 그렇기에 급격히 주목을 받게 사람. 이른 나이에 갑자기 화제가 사람.

환자의 얼굴은 멍해 보였다. 그러다가 가끔 겁에 질려 벌벌 떨었다. 원래 얼굴 선이 날카로운 편이었지만, 꼭 피부에 뭐가 끼어 있는 것처럼 안색이 좋지 않아 보였다. 한 눈에 보기에도 건강한 정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도저히 아무 일도 있는 상태가 아니거든요. 병원에 입원을 시켜야 같고요.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조사도 철저히 해야할 같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그렇게 하다 보면 이런저런 말이 많이 바깥으로 새어 나갈 같아서요. 전에 저희가 최대한 파악할 있는 것을 파악해 보려고, 이런저런 조사에 밝으신 사장님 회사 쪽으로 부탁 드렸습니다.”

그런 요청에 따라, 이인선은 한규동과 함께 환자와 대화하게 되었다.

환자는 공포감과 혼란스러움으로 정확하게 자신이 겪은 일을 들려 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그렇지만, 이인선은 확인할 수 있는 간단한 내용부터 차분하게 하나 씩 질문을 이어나갔고, 조금씩 상황을 정리해 나갔다. 오랜 시간 반복해서 비슷한 대화가 이루어지자 이인선은 조금씩 드러난 대화 내용을 이어 붙여서 상황을 파악해 나갈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간추린 사연은 대략 다음과 같았다.

10 , 연예기획사는 방송국 , 인터넷 동영상 제작사 곳과 함께 인기를 프로그램 하나를 만들었다. 그 프로그램은 연예기획사에서 정식으로 인가를 얻은 어린이 보육원 곳을 건립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연예기획사는 보호자가 없어서 전국의 보육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어린이 중에 인기 연예인이 자질이 있는 어린이를 선발한다. 어린이를 연예기획사에서 만든 보육원으로 데려 온다. 보육원에서는 미래의 인기 연예인으로 어린이를 길러낸다. 깨어나서 잠이 때까지, 어린 나이부터 평생의 계획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그야말로 최고의 인기인이 있는 자질을 기를 있도록 기획사는 투자한. 최고의 교육 전문가들이 달라 붙어 어린이들을 가르치고 훈련시킨다. 그렇게 해서 집안 배경도 없고, 가진 재산도 없는 어린이들을 모두가 선망하는 사람으로 길러낸다.

사람들이 즐겨 보던 연속극 줄거리 같은 이야기 같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옛날 계몽주의 사상가들의 꿈과 같은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 당시에 이 사업은 상당히 인기가 끌었다. 실제로 선발된 몇몇 어린이들이 화제가 된 적도 있었다. 환자는 환자의 동생 뻘인 다른 어린이와 함께 한 팀으로 엮였다. 당시, 둘의 성적은 중하위권 정도였다고 한다. 그 정도로 둘 다 단숨에 세상의 이목을 붙잡을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두 어린이가 완전히 새로운 미래를 상상하게 할 정도로는 삶이 바뀌었다. 화려하고 빛나는 세상의 맨 꼭대기가 눈에 보이고 그 냄새가 코에 들어 오는 것 같은 체험이었다.

방송국에서 이야기가 끝난 뒤에도 둘은 연예기획사의 보육원 프로그램을 따라 꾸준히 같이 생활했다. 힘들어 보이기도 했고, 어려워 보이기도 했지만, 어린이는 힘들고 어려운 것조차 재미 있게 여겼다. 같이 배우고 같은 연습하고 같이 훈련 받는 일 속에서 둘은 즐거움을 찾았다. 둘은 누구보다 친해졌고, 누구보다 가까워졌다. 실제 형제자매들도 그렇게나 친해지는 일은 드물다. 어린이는 비슷한 미래를 함께 생각하며 같은 현재를 살아 가고 있었다. 같이 연습하 시간이 삶의 전부였고, 삶의 전부가 같이 시간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세상 사람들이 급하게 설립한 어린이 보육원을 요란한 구경거리로 삼은 기괴한 쇼를 서서히 잊어갈 무렵이 되었다. 어린이도 커갔다. 그렇게 해서 둘은 일을 있는 시내의 여러 회사 건물들과 가까운 건물에서 합숙하며 지내게 되었다. 그리고 점차 진짜 일을 하게 되었다. 실제로 돈이 되는 일에 조금씩 둘은 나섰다. 모두가 선망하는 인기인으로 가는 위에 올라서서 이제 직접 걸어 가는 일이 시작된 같았다.

그렇게 둘이 성장했을 때, 환자는 같이 지내고 같이 커 온 자기 동생뻘인 그 동료가 더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른 누구보다도 그 실력이 얼마나 뛰어난 지, 환자가 더 잘 알았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환자는 동생에 대해서 세상에서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 자신보다도 동생을 더 잘 알았다. 지금의 차이는 눈에 잘 뜨이지 않을 정도로 작지만, 시간이 지나면 동생은 자신보다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점이 환자의 눈에는 뻔히 보였다.

환자는 이상한 감정에 빠졌다. 질투도 있었겠지만, 질투라고만은 었다. 그것은 절망감이나 허망함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나는 아무리 해도 저렇게 없겠지. 저런 사람이 우리가 같이 꿈꾸던 그곳까지 가는 것이겠지. 나는 그렇게는 되지 못하겠지. 부질 없는 짓이지. 끝이지. 하루 종일 웃으며 정말 즐겁게 같이 시간을 보내며, 힘든 연습을 같이 이겨내자고 서로 다독이다가도, 밤이 되면 그런 생각에 무한히 휩싸였다. 생각은 점차 환자를 끌어 내리고, 깊은 곳으로, 어두운 곳으로, 파묻히게 만들었다.

환자는 긴 시간 같이 지낸 그 동료를 해치고 말았다. 지금으로부터 3 전의 일이라고 했다.

갑작스럽게 저지른 일이었다. 환자는 무슨 마귀가 속에 들어 와서 정신을 지배하고 몸을 뒤흔드는 같았다고 말했다. 환자는 자신이 저지르는 일을 숨겨야겠다고 생각하고, 철저히 사실을 속이려고 했다. 수사당국에서는 사고라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더 자세하고 철저히 알아 볼 수도 있었겠지만, 기획사 사람들 아닌 것처럼 숨기고 넘어 가는 쪽을 간절히 바라게 되었다. 시간 막대한 돈이 들어간 보육원 사업에서 이후로 별다른 수익이 생기고 있지 않았는데, 이런 사건까지 화제거리가 되어 평판이 나빠지면 결국 성공할 기회는 완전히 사라질테니까. 그래서 결국 아닌 것처럼 숨기고 넘어 있도록 했다.

환자는 후로 혼자서 숙소에서 지내게 되었다. 같이 자라온 동료 흔적은 모두 치우고 지워버렸다. 항상 둘이 같이 쓰던 침실도 혼자서 쓰게 되었다.

혼자가 되자, 환자는 자신의 기량도 이제 옆에 없는 동료 비해 그다지 많이 뒤지지 않는다고 느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절망적이었고 전혀 극복할 없을 같던 차이 같았는데, 이제 그런 정도의 차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나도 조금만 하면. 조금만 하면. 엇비슷하게는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자는 그래서 그렇게 한다. 애쓴다. 정신 없이 연습하고 일한다. 그리고 그렇게 굉장해 보였던, 불가능해 보였던 수준에 도달한다. 나도 있었네. 내가 지금은 잘하는 같네.

결국 환자는 세상의 인기를 얻을 있는 화려한 순간, 직전에 도달한다. 다들 환자의 얼굴을 알고 있고, 환자의 이름을 이야기한다. 좋아하는 사람이 넘쳐 나고, 이유 없이 싫어하는 사람들까지 생긴다. 태어난 길러질 때부터 삶의 목적이었던 곳에 이제 도착할 예정이다. 이런 식이면 누구나 우러러보는 인기인이 것이다. 그리고 나서도 계속 커나갈 것이다. 세상 여러 나라에 걸쳐서 사랑 받게 것이다. 달만. 아니, 주일 정도만 이곳저곳에서 얼굴을 비추며 밝게 웃고 다니면, 세상이 알아 보며 사랑할 것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날 , 환자는 광증이 발작한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울고 웃으며 바닥을 뒹굴고 헛소리를 하는 광경을 회사 사람들이 발견한다. 급하게 진정시켜 보려고 하지만, 이제 아무것도 없어 보였다.

환자는 지난 3 동안 매일 겪었던 일을 털어 놓는다.

밤만 되면, 너무너무 무섭게 생긴, 너무너무 무섭게 무섭게 생긴, 귀신이, 귀신이, 나를 쳐다 봐요. 저쪽 밖에서 가만히 서서 나를 쳐다 봐요. 너무 무섭게 생긴 귀신이, 나를 쳐다 봐요. 갑자기 나타나서 나를 빤히 쳐다 보다가, 갑자기 사라져요. 너무 무섭게 생긴 귀신이. 너무 얼굴이 무섭게 생긴 귀신이, 너무 무섭게 생긴 마귀 얼굴이 나를 그냥 서서 계속 쳐다 봐요. 마다. 매일 마다.”

꿈결처럼 나타나는 같았지만, 그냥 꿈인 만은 아니었다. 그대로 눈에 똑똑히 보이는 느낌이라고 했다. 절대로 그냥 없는 것으로 수는 없었다. 무엇가가 있기는 있는 현실이라는 느낌이 생생했다. 깊은 갑자기 나타나서 자신을 쳐다 보다가 갑자기 사라지는 무서운 얼굴은 , 번을 보아도 계속 처음처럼 그대로 무서웠다. 아무리 반복해서 보아도 무서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때마다 쌓이고 쌓여 점점 커졌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그냥 모른척 넘어가 보려고 했다. 그렇게 하면서 그때껏 버텼다. 참고 참으며 어떻게든 잊어 보려고 했다. 그러나 밤이 되면 무서운 얼굴이 나타나 멍하니 서서 자신을 쳐다 본다. 결국 버틸 없게 되었다. 이제는 꿈을 꾸지 않아도, 밤이 되지 않아도, 항상 무서운 얼굴을 보는 두려움을 견딜 수가 없다. 어디를 가더라도 무서운 얼굴이 곁에 있는 같다. 그 무서운 얼굴이 마귀처럼 들러 붙어 항상 따라다니며 모든 것이 망해 없어질거라고 끝없이 속삭이는 같다.

이인선은 환자가 잠을 자던 침대 곁을 살펴 보았다. 침대의 머리쪽에는 커다란 유리 창문이 몇 겹으로 닫혀 있었다.

이인선은 손전등으로 안쪽 유리창을 비추어 보았다.

그 유리에는 옛날, 환자의 동생 역할을 했던 그 동료가 어렸을 때 가장 좋아하는 사람을 그려 놓은 흔적이 있었다. 방을 청소할 때 그 색깔을 지워 없앴기에 맨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다가 유리에 생긴 미세한 흠집이 남아 있었다. 평소에는 잘 안보였지만, 불을 꺼둔 방 안에 있을 때 바깥에서 자동차라도 지나가다가 전조등 불빛이 방향을 비추면, 선명하게 옛날 그려 놓은 그림의 흔적이 드러났다. 혼자서 쓰는 방의 한 가운데에 가져다 놓은 침대에서 누군가 자고 있다면, 잠을 자고 있는 사람의 얼굴이 놓일 자리 위로, 빛이 지나갈 마다 그 옛날 그려 놓은 사람 모양의 윤곽선이 비쳐 보일 것이다.

환자는 의료진에게 붙들려 안에서 나갔다. 아무도 없는 방향을 향해 이인선이 말했다.

얼굴이야.”

유리창의 흠집으로 남은 사람 그림, 귀퉁이에는 삐뚤빼뚤한 글씨로가장 좋아하는 사람” “언제나 영원히라는 말을 썼던 흔적이 보였다.

 

- 2021, 논현역에서

댓글 4
  • 심너울 21.05.02 05:53 댓글

    언제나처럼 잘 읽었습니다. 이런 종류의 아이러니는 작가님 작품에서 꽤 자주 반복되는 거 같은데 참으로 능숙하면서도 또 인간의 삶 그 자체인 거 같아 질리지가 않네요. 지금 당장은 <천사가 앉았던 의자>가 생각나기도 하고요. 형식과 캐릭터성은 <은하수 풍경의 효과적 공유>도 떠오르네요. 미영양식만큼 이인선 사장의 이야기도 더 읽고 싶고요.

  • 심너울님께
    No Profile
    글쓴이 곽재식 21.05.03 14:50 댓글

    예리하게 잘 보셨습니다. <천사가 앉았던 의자>도 마찬가지고 이것도 그렇고, 사실 급하게 뭔가 써야 하는데 쓸 거 없을 때, 140자 소설에 썼던 것 중에 하나 골라잡아서 쓴 것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 No Profile
    윤새턴 21.05.09 02:51 댓글

    재밌게 읽었습니다.

  • 윤새턴님께
    No Profile
    글쓴이 곽재식 21.05.11 00:04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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