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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가 준 독사과

곽재식

 

사람들은 정민이를 나라에서 지었다는 커다란 건물로 데려 갔습니다. 그 거대한 건물 앞에 처음 도착했을 때, 정민이는 조금 무서웠습니다. 아주아주 커다란 건물 주위에는 회색 콘크리트로 담장이 만들어져 있었는데 색깔도 너무 어두워 보였고 또 높이가 아주 높았고 두께도 무척 두터웠습니다. 그런 모양인 곳이라면 꼭 무섭다는 법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쩐지 조금 주눅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건물 안으로 들어 갔을 때, 정민은 깜짝 놀랐습니다. 건물 중앙에는 평소 정민이가 텔레비전에서 자주 보던 초콜릿 선생님이 서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네가 정민이니? 만나서 반가워!”

초콜릿 선생님은 그렇게 맑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정말 텔레비전에서 보던 모습과 똑같았습니다. 초콜릿 선생님이 입던 흰 옷, 머리띠, 머리 모양, 웃는 표정이 모두 텔레비전에서 보던 그대로였습니다. 정민이는 너무나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민이는 초콜릿 선생님을 너무 좋아해서 초콜릿 선생님이 나오는 방송은 전부 다 보았습니다. 다 본 후에는 다시 처음부터 반복해서 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선생님이 지금, 작은 화면 속에 비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눈앞에 와 있는 것입니다.

“우리 오늘은 무슨 놀이부터 먼저할까?”

“놀이를 해요?”

“그럼! 초콜릿 선생님은 정민이랑 같이 신나게 놀기 위해 여기에 와 있는 거야.”

“정말요?”

정민이는 초콜릿 선생님이 자기랑 놀아 준다는 이야기에 너무 기뻤습니다. 그 바로 직전까지만 해도 초콜릿 선생님을 만나기는 했지만, 혼자서 처음 와 보는 건물에 와 있는 것이라서 마음이 아주 푹 놓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가까이서 보니, 초콜릿 선생님도 온 힘을 다해서 즐겁게 웃는 표정을 지으려고 온 힘을 다해 애쓰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정민이는 같이 즐겁게 지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콜릿 선생님이 말했습니다.

“뭐부터 하고 놀까?”

“초콜릿 집 만들기 놀이요!”

“그래, 그럼 저쪽 방에 가서 초콜릿 집을 만들자!”

초콜릿 집 만들기는 화면으로 초콜릿 선생님을 볼 때 가장 해 보고 싶었던 일이었습니다. 정민이는 초콜릿 선생님의 손을 잡고 따라 갔습니다. 너무 신이 나서 걸음이 춤을 추는 것처럼 되었습니다. 가만 보니, 초콜릿 선생님은 똑 같은 옷차림을 한 닮은 사람일 뿐이지, 초콜릿 선생님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닮기는 정말 닮아 보였습니다. 화면이 아니라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고, 너무 기분이 좋다 보니, 보이는 것도 조금 달라 보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초콜릿 선생님은 건너편 방으로 가기 위해 문을 열었습니다. 문은 매우 두터운 철문이어서 여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초콜릿 선생님은 정민이를 위해서 그 문을 대신 열어 주었습니다.

열린 문 안으로 들어 가니, 방이 온통 분홍색으로 색칠된 종이가 붙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방 가운데에는 보라색 탁자가 놓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는 정말 정말 많은 초콜릿이 쌓여 있었습니다.

“와! 저게 전부 다 초콜릿이예요?”

그 말을 듣고 초콜릿 선생님은 또 아주 큰 웃음을 지어 보이면서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선생님하고 같이 이 초콜릿으로 집을 만들까?”

“네!”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정민이와 초콜릿 선생님은 초콜릿 앞으로 다가 가서 그것으로 집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실수도 많았고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정민은 초콜릿 선생님의 도움으로 초콜릿 집을 차근차근 만들어 나갔습니다. 초콜릿 선생님은 아주 능숙한 손동작으로 초콜릿 집을 잘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무엇인가 힘든 것이 있는지, 중간중간 초콜릿 선생님은 고개를 푹 숙이거나, 무슨 말을 하려다가 멈추기도 했습니다.

“와, 이제 거의 완성이예요!”

“맞아요. 이제 이것만 붙이면 초콜릿 집, 완성!”

“먹어 봐도 돼요?”

“물론 먹어 봐도 되죠.”

초콜릿 선생님은 신나는 목소리로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초콜릿 집을 만드는 일이 너무 힘들었는지, 말하는 것이 조금 느려지는 것 같았습니다.

“정말 먹어 봐도 돼요?”

“당연하죠. 돼요.”

초콜릿 선생님은 천장을 올려다 보며 소리를 내어 웃었습니다. 뭐라고 더 이야기를 해 줄 것 같았는데, 이야기를 하지 못했습니다.

“초콜릿 선생님! 힘들면 이 초콜릿을 먹고 힘을 내세요!”

정민이는 초콜릿 집에서 초콜릿을 한 조각 떼어 먹었습니다. 그리고 초콜릿을 하나 더 떼어 초콜릿 선생님에게 주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초콜릿 선생님은 그 자리에서 일어나서 돌아 섰습니다.

정민이는 초콜릿 선생님의 앞으로 가서 초콜릿을 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다른 방문이 열리더니 그 곳에서 다른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설탕공주님!”

정민이는 그 사람을 보자 마자 알 수 있었습니다. 거기에는 만화에서 보던 설탕공주님이 서 있었습니다. 온몸의 옷이 모두 사탕과 케이크 같은 장식으로 되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만화가 세상에 실제로 튀어 나올 수는 없으니, 정민이도 그것이 로봇이나 인형일지도 모른다는 정도는 생각은 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너무 만화에서 보던 모양과 똑같이 생겼습니다. 설탕공주 만화를 만드는 곳의 사람들이 참여에서 뛰어난 기술로 굉장히 잘 만든 로봇이거나 아니면 무슨 마법으로 만화 속의 설탕공주를 살아 나오게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너무 예뻐요.”

정민이는 설탕공주에게 말했습니다. 설탕공주는 밝은 웃음으로 정민이를 맞아 주었습니다. 설탕공주의 웃음은 훨씬 편안하고 자연스러웠습니다.

“정민이 어린이가 이곳에 온 것을 정말 환영해요.”

“설탕공주님 맞죠?”

“네, 제가 설탕공주예요. 정민이가 만든 초콜릿 집을 저에게도 나눠 줄 수 있을까요?”

“네, 네! 여기 있어요.”

정민이는 기뻐서 설탕공주에게 초콜릿 집의 초콜릿을 뜯어서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러자 설탕공주가 정민이에게 말했습니다.

“이런 좋은 초콜릿을 보니, 생각 나는 게 있어요. 우리 티 파티 하는 거 어때요?”

“티 파티요? 설탕공주님이랑요?”

“제 친구인 크림공주와 단팥공주도 같이 불러요. 그리고 케이크왕자도 부르면 어떨까요?”

“좋아요. 좋아요!”

정민이는 설탕공주 뿐만 아니라, 크림공주, 단팥공주도 올 거라고 생각하니 너무 기뻐서 들떴습니다. 기뻐서 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정민이는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설탕공주와 같이 찻잔을 준비하고 접시와 초콜릿을 준비했습니다.

“정민이는 전에 티 파티 해 보았어요?”

“네, 엄마, 아빠랑요.”

“그렇구나! 그래서 이렇게 티 파티 준비를 잘하는구나.”

“별로 잘 하지는 못해요.”

“많이 해 본 것 같은데요? 엄마 아빠랑 밤에도 티 파티를 많이 해요?”

“아니오. 그렇지는 않아요. 밤에는 일찍 자라고 하시거든요.”

“정민이가 자는 동안 엄마 아빠가 밖에 나갈 때도 있나요?”

“네, 있긴 있어요. 수요일! 수요일에요.”

“그렇게 나가시는 건 몇 시 정도예요?”

“9시 아니면 10시. 11시 같기도 하고요.”

정민이는 설탕공주와 재잘재잘 긴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하며 차를 끓이니까 차가 끓는데 걸리는 시간도 금방지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어, 잠깐만. 크림공주가 잘 오고 있는 지 모르겠네요. 크림공주에게 연락해 볼게요.”

티 파티 준비가 거의 끝났을 때, 그렇게 말하고 설탕공주는 방 바깥으로 잠깐 나갔습니다.

혼자 남겨진 정민이는 잠깐 다시 무서워졌습니다. 여전히 방은 밝은 분홍색이고, 귀여운 장식이 된 중앙의 탁자는 멋진 보라색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모든 것들이 갑자기 무너져 덥쳐오고 두터운 벽에서 날카로운 이빨이 돋아나서 아가리를 벌릴 것 같았습니다. 그러면 그 모든 것들이 시커멓게 꺼져서 바닥 없는 수렁으로 떨어질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런 무서움을 느낄랑 말랑 했을 때, 다시 문이 열렸습니다.

이번에 문에서 나타난 것은 바로 크림공주였습니다. 정민이는 사실 설탕공주보다 크림공주를 더 좋아했기 떄문에 바로 알아 봤습니다.

“크림공주님, 진짜 크림공주님이예요?”

“너는 정말 정민이니?”

“네, 제가 정민이예요.”

그러자, 크림공주는 웃긴 표정을 지어 보였습니다.

“못 믿겠는 걸. 이 정민이가 내가 아는 그 정민이가 맞을까?”

“제가 정민이 맞아요.”

“혹시 엄마가 귀에다 속삭이면서 파시스트들이 나쁜 사람들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 그 정민이니?”

“맞아요! 우리 엄마가 저한테 그렇게 말한 적이 있어요. 제가 그 정민이예요.”

“아, 내가 아는 정민이가 맞구나!”

크림공주는 너무나 기뻐하며 정민이를 꼭 안아 주었답니다.

“너무 기분 좋아요! 너무 즐겁고 꿈만 같아요!”

곧, 설탕공주가 돌아 오고, 단팥공주와 케이크왕자도 찾아 왔습니다. 정민이는 도대체 여기는 어느 나라의 궁전이길래, 이렇게 만화에서 보던 것과 똑 같은 모양의 공주와 왕자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인지 너무 신기해 했습니다. 정민이는 공주와 왕자님들과 티 파티를 하면서 즐겁게 놀았습니다. 정민이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정민이는 공주로 사는 삶은 어떤지 물어 보았고, 공주와 왕자는 정민이에게 정민이가 집에서 무엇을 보고 들었는지 정민이의 엄마와 아빠는 어떤 사람들인지 물어 보았습니다. 이야기 나누는 것은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공주와 왕자는 어찌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잘 하는 익살꾼들이었는지요. 정민이는 아빠가 친구들과 연락을 주고 받을 때, 암호를 세 번이나 입력하는 프로그램을 쓰는데 그 프로그램의 모양이 이상하게 생겼다고 설명했는데, 그러자 누군가 그런 프로그램 모양은 꼭 강아지들이 가는 미용실 같은 느낌이라고 누군가 말했고 그게 너무 웃겨서 모두가 데굴데굴 구를 정도로 웃었습니다.

정민이는 또 다른 놀이를 하고 또 다른 간식을 먹고, 같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날 밤이 깊도록 그곳에서 놀았습니다. 정민이는 자기 집과 가족들에 대해 별의별 이야기를 다 했습니다. 다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너무나 재미있어 했고, 힘이 빠지도록 실컷 웃었습니다.

그리고 밤이 깊어 지칠 때가 되자, 이제 그만 가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정민이는 다시 그곳의 높고 두터운 담장 바깥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밤길에 멍하니 서 있는데, 멀리 다른 쪽 출입구로 이제 막 도착한 어느 부부가 보였다. “모든 증언과 증거가 확보 되었다” 큰 목소리가 울려처졌다. 병사들은 그 부부를 끌고 안쪽으로 갔고 곧 둘을 총살하는 소리가 들렸다. 부부의 시체를 향해 병사들이 “조국과 민족의 반역자, 공동체의 적”이라고 몇 차례 구호를 외치 듯 소리지르는 것이 이어졌다. 그때 다른 병사들이 부부와 함께 끌려 온 다른 가족을 자루에 넣고 묶어 트럭에 싣는 것이 보였다. 어디로 보내는 것인지 알 수 없었고, 물어 볼 사람도 없었다.

 

- 2021년, 강남역에서

댓글 4
  • No Profile
    신나라 21.02.05 09:08 댓글

    별로 재미없어할 분도 계실법한 이야기네요. 물론 저는 몹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신나라님께
    No Profile
    글쓴이 곽재식 21.02.06 15:07 댓글

    재미있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No Profile
    윤새턴 21.02.11 21:00 댓글

    끝맛이 쌉쌀한 것은 많지만 쓰디쓴 것은 정말 오랜만이군요. 잘 읽었습니다.

  • 윤새턴님께
    No Profile
    글쓴이 곽재식 21.02.12 23:15 댓글

    언제나 힘이 되는 감상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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