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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후에서 온 시간여행자

 


1.
드넓은 우주에서 허황된 짓을 하고 다니며 귀한 삶을 낭비하는 사람을 찾기란 결코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러므로 김필기가 주식투자에 매달리며 나날이 조금씩 돈을 날리고 있었다는 일도 우주 곳곳에서 증가하고 있는 엔트로피 만큼이나 별 대단한 일은 아니었다. 그 문제를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은 안타깝게도 김필기, 본인 한 사람 밖에 없었다.

“기름값이 올라가면 비행기를 날리는데 돈이 많이 들고 그러면 비행기표가 비싸지고 그러면 비행기표가 그만큼 안 팔려서 항공사 수익이 떨어지고 그러면 항공사 주식 값도 내려가기 마련이야. 그러니까 국제 유가를 지켜 보고 있다가, 기름값이 오른다 싶으면 항공사 주식 값이 떨어지기 전에 얼른 팔아치워야 돼.”

김필기는 자신의 유능함을 강조하기 위해 엄경원에게 그렇게 설명했다. 그러나 설명할 때의 그 자신만만한 목소리와는 달리, 김필기는 그런 생각에 따라 몇 달의 시간을 보낸 후 몇 달 치 월급을 홀랑 다 주식에 날리고 말았다.

“기름값이 올랐을 때, 얼마 후에 항공사 주식 값이 떨어지는 지, 얼마나 떨어지는 지를 알아야 해.
기름값이 100원 오른다고, 항공사 주식 값이 100원 떨어지는 것은 아니잖아? 기름값이 100원 올라서 항공사 주식 값이 10원 떨어졌지만 만약에 무슨 다른 이유 때문에 항공사 주식 값이 1000원 오른다면 기름값 오르는 것을 보고 항공사 주식값을 예측한 것은 다 무용지물이 되는 거야.”

김필기는 수성 컴퓨터 연구소의 우수한 연구원이었으므로, 자신이 흠뻑 빠져 있던 주식 투자에 컴퓨터를 사용하는 방법을 생각했다. 참고로 수성 컴퓨터 연구소는 태양계의 행성인 수성에 있는 컴퓨터 연구소가 아니라 대구광역시 수성구에 있는 연구소이다. 연구소 자체는 훌륭한 곳이었다.

“기름값이 바뀌었을 때 1시간 후, 6시간 후, 1일 후, 2일 후, 3일 후 항공사 주식값이 어떻게 바뀌는 지, 지난 10년 동안의 모든 기록을 다 뽑아 보고, 거기에서 규칙성을 찾아 보자. 그런데, 잠깐만. 기름값과 항공사 주식 말고 다른 것들은 이런 관계가 없을까? 원화 환율이 오르면 한국 제품값이 싸지니까 수출 제품 만드는 회사는 유리해져서 주식값이 오르겠지. 금값이 오르면 사람들이 금에 투자를 하지 주식에는 투자를 안 하게 될테니까 금융권 주식값은 내리겠지. 일본 자동차 회사가 잘 팔리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면 경쟁관계인 한국 자동차 회사는 장사가 잘 안 될테니까 한국 자동차 회사 주식값은 내리겠지. DRAM 반도체 가격이 내려가면 당연히 소시지 만드는 회사 주식값은 오르겠지. 이런 관계들을 다 찾아 볼 수 있지 않을까?”
“DRAM 반도체 가격이랑 소시지 만드는 회사 주식값이 무슨 상관...”
“그렇게 온갖 현상이랑 그 현상이 예측할 수 있는 주식값 간의 관계들이 뭐가 있는 지 컴퓨터로 좌악 다 뽑아 보고, 그 중에 제일 잘 맞는 것만 골라서 그걸로 미래의 주식값을 예측하면 딱딱 맞지 않겠어?”
“잠깐만,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DRAM 반도체 가격이랑 소시지 만드는 회사 주식값이 관련이 있다는 게 그 예시가 될 수 있는 건데?”

김필기는 자신이 주식값을 내다 볼 수 있는 비밀을 알아냈다고 생각했다. 김필기는 과감하게 회사를 퇴직하고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어 세상의 온갖 지식들을 닥치는대로 수집하여, 그 지식들 중에 미래의 주식값과 관계가 있던 것들을 뽑아내 보려고 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김필기는 퇴직금을 모두 주식에 쓸어다 넣었다.

그리고 3개월 후, 김필기는 무일푼의 빚쟁이가 되어 무서운 채권자들에게 쫓기는 형편이 되었다.

우연히 개판으로 개조되어 있는 우주선을 구해서 한 밤 중에 도망치기로 했는데, 그 직전 김필기는 엄경원에게 사실은 예전부터 몹시 사랑하고 있었다고 고백했다. 우주 저편으로 떠나가는 김필기의 우주선을 보던 엄경원의 눈에 맺힌 눈물이 안타까움 때문이었는지, 하품 때문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잠시 논의를 미루어 두기로 하자.

우리의 이야기는 그로부터 긴 시간이 흐른 후, 처녀자리 은하단의 M87 은하계 근처를 지나고 있던 어느 다른 우주선 안에서 시작된다.


2.
내가 눈을 뜨기 직전, 귀에서 두 사람의 말소리가 먼저 어슴프레하게 들렸다.

“사장님, 그런데 이건 우리가 사업을 애초에 시작하기로 한 그 목표랑은 거리가 멀잖아요.”
“아니야. 결국은 그 목표를 차근차근 따라가고 있는 거야.”

눈을 떠 보니 그런 대화를 나누고 있었던 것은 한 여자와 남자였다. 내가 눈을 뜬 것을 보더니, 남자는 말을 멈추고 나에게 먼저 말했다.

“어? 정신 들어요? 저는 김양식이라고 하고요. 이 회사 이사인데요. 혹시 기억 뭐 나는 거 있어요?”
“기억이요?”

나는 잠시 고민해 보았다. 그리고 대답했다.

“당장 뭔가 기억나는 건 없는데요.”
“큰일이네. 저는 이미영 사장입니다. 지금 기억장치에 접근하는 부분부터 뭔가 문제가 생긴 것 같거든요.”
“기억장치요?”

내가 되물었다. 그러자 이미영은 “아-차차-” 뭐 이런 소리를 냈다.

“기억이 아주 완전히 인식이 안되시는구나.”

그러더니 대뜸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선생님은 사실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에요.”

나는 그 말을 듣고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예?”
“선생님은 사람하고 비슷하게 생겼고 사람하고 비슷하게 행동하고 스스로 사람처럼 느끼고 계시겠지만 사실은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라고요.”
“좀 갑작스러운데요.”
“그래도 중요한 사실인데 바로 알려드려야죠.”
“사실은 나 자신이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었어, 이런 것은 뭔가 한참 다른 이야기 하다가 마지막 즈음에 깜짝 놀랄 반전처럼 튀어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요?”
“에이, 뭘 그래요. 그렇게 중요한 거면 미리미리 빨리빨리 알려드려야지. 그래야 충격도 적지. 자기가 로봇인 것 알아도 별로 크게 충격 받지는 않았죠?”

그 말을 듣고 생각해 보니, 과연 그다지 심각한 문제라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정신 들자마자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멍할 때 들어서 그런지, 확실히 충격이 그렇게 큰 말은 아니네요.”
“정말이에요?”

김양식이 물었다.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내가 로봇이라니-! 이렇게 한 번 말해 보세요.”
“내가 로봇이라니-!”
“어때요? 막 갑자기 내 삶이 다 부정되는 것 같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고, 그런 느낌 없어요?”
“아니오. 별로 그렇지는 않은데요. 제 삶이라고 해 봐야 기억 나는 부분이 아주 조금 밖에 없고요.”
“감정을 실어서 좀 더 격렬하게 한 번만 더 해보죠. ‘내가 로봇이라니이이이-!’”
“내가 로봇이라니이이이-!”
“이번에도 괜찮아요?”
“예. 뭐 별 큰 느낌은 없는데요.”

이미영이 끼어들었다.

“봐 별 문제 없이 괜찮잖아. 기왕 이렇게 된 거 빨리빨리 팍팍 진행하자고. 그냥 시원시원하게 다 설명 해 드리자고.”

나는 두 사람을 교대로 보았다. 둘 중에 한 사람은 대답해 주기를 바라며 물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기억을 잃은 채로 시작하는 것도 너무 꾸며낸 이야기 같지 않아요? 너무 이상한 일을 당한 것 같은데요.”
“뭐가요? 큰 사고를 당하셨는데, 기억을 잃을 수도 있죠.”

이미영은 손짓으로 우주선의 출입구 쪽에 누워져 있는 소나 말 만한 쇳덩이를 가리켰다. 그 쇳덩이는 탈출용 캡슐이었다. 이리저리 망가지고 여기저기 그을리고 이상한 빛까지 번쩍이고 있는 모양이 확실히 큰 사고에 휘말렸다가 나온 것 같아 보였다.

“제가 사고를 당했다가, 저걸 타고 탈출한 거예요?”
“그렇죠.”
“그런데 그래도 이상하잖아요. 우주선이 뻥 하고 터졌으면 그냥 이것저것 다 박살나서 저도 가루가 되거나, 쪼개지거나 하는 게 자연스럽지. 머리를 다쳐도 아주 크게 다칠 수도 있을텐데, 어떻게 딱 정확하게 다 괜찮고 딱 기억을 잃을 정도로만 다칠 수 있는 거에요? 일부러 사람 머리를 아주 잘 세밀하게 내리쳐서 다른 것은 하나도 손상 안 시키고 기억만 잊혀지게 도전해 본다고 해도 그런 일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옛날에 옛날에 아칼라렉터 행성 외계 동물들이 지나가는 사람들 납치한 뒤에 둥지에 돌아 가서 사람 머리 망치로 두들기면서 그런 비슷한 놀이하고 놀았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은 있는데.”

이미영이 그렇게 대답하자 김양식은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런데, 선생님은 사람은 아니고 로봇이기는 하지만.”

나는 다시 물었다.

“하여튼 너무 이상하잖아요. 다른 데는 안 다치고 딱 기억만 없어진다는게. 이런 거는 옛날 SF 연속극이나 환상소설 같은데 많이 나오던 거 아니에요?”
“왜 하필 SF?”

이미영의 말에 김양식이 내 대신 대답했다.

“SF나 환상소설이 그렇긴 그렇잖아요. 그런 소설에서는 현대 사회와는 아주 다른 이상한 세계가 배경이니까, 그 세계에 대해서 작가가 독자에게 알려줘야 하잖아요. 이 세계에는 용이 임금님 대신에 지배하고 있고, 늑대인간들이 귀족이고, 사람들은 평민이고, 요정들은 노비인 세계이다, 뭐 그런걸 알려 줘야 되는데, 그렇게 줄줄줄 설명으로 써서 알려 주면 지겹고 재미없단 말이에요.”
“그래서?”
“그래서 이렇게 하는 거죠. 주인공이 기억상실증에 걸렸다. 그래서 깨어나 보니 모든 것을 새로워 한다. 그러면 주인공이 보고 듣는 것에 대해서 옆에 있는 사람이 계속 설명해 주는 장면을 넣어야겠죠. ‘앗, 그런데 왜 늑대인간들에게 우리가 굽실굽실거려야 하죠?’ ‘저런, 기억을 잃어 버려서 그것까지 까먹었구나. 늑대인간들은 모두 귀족이라서 우리 평민들은 항상 굽실거려야 한단다.’ 이렇게. 그렇게 하면서, 그 세계의 배경에 대해 독자에게 알려 줄 수 있는 거라고요.”
“그래서어?”

이미영은 이번에는 나를 보았다.

“그러니까, 제가 우주선 사고를 당했는데 딱 기억상실만 당한 것은 너무 꾸며낸 이야기 같다는 거에요. 그래서, 사실은 제가 진짜 사람이 아니라 그냥 꾸며낸 이야기 속 등장인물일 뿐이지 않느냐 이런 생각도 해 볼 수 있다는 거죠. 그러니까 제가 가상현실 게임 같은 것 속의 등장인물에 불과한 것 아니냐, 이야기 재밌으라고 만들어낸 인물 말이예요. 그런 의심도 할 수 있다는 거예요.”
“엄청 충격적인 이야기를 하네. 그러니까, 사실은 이 모든 게 가상현실이고, 나 자신도 진짜가 아니고 가상현실 속에 누가 다 꾸며 놓은 등장인물일 뿐이다. 그런 거라고요?”
“뭐 방금 전에 제가 사람은 아니고 로봇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거기서 로봇도 아니고 가상현실이라고 한다고 해서 그렇게 크게 더 충격적인 거는 아니죠.”

그러나 곧 이미영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렇지만 그건 아닐 거에요. 일단 정말로 그렇다면 그런 이야기는 결말 즈음에나 반전으로 나와야 되는데, 이야기 구조 상 방금 선생님이 깨어나셨으니까 이제 이야기 시작이잖아요. 그러니까 아니죠. 게다가.”

이미영은 김양식을 한 번 쳐다 보았다.

“SF물이라고 해서 전부다 그런 식으로 기억상실한 사람을 두고 머나먼 신비한 미래 세계의 배경에 대해 설명해 주는 수법을 항상 쓸 수 있는 거는 아니에요. 예를 들어서, 그 SF물이 시리즈 물이라고 해 보자고요. 그러면 시리즈 1편에서 이미 이 세상이 어떤 세상이라고 어느 정도 알려줬을텐데, 뒤늦게 2편이나 3편에서 다시 기억상실한 사람을 등장시켜서 배경 설명해 준다는 것은 이상하잖아요.”

그 말에 김양식이 대답했다.

“그렇긴 하네요. 그러고 보면 실제로 로봇이 깨어나신 후에 별달리 배경 설명을 해 주신 것도 없었고.”

두 사람의 대화는 계속 자기들끼리 이어질 것 같았다. 나는 둘의 대화를 멈추게 하고 끼어들었다.

“잠깐만요. 그런데 배경설명 아니라도 좀 앞뒤 영문은 좀 알게 해 주세요. 도대체 저를 어디서, 어떻게 구하신 건데요? 그리고 지금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건데요?”

내 말을 듣고 두 사람은 잠시 대화를 멈추고 멍하니 가만히 있었다. 왜 갑자기 말을 안 하지? 우주선 안은 고요해졌고, 초질량 광자 감속 엔진이 돌아갈 때 들리는 이상한 소음만 귓가를 감돌았다. 확실히 내가 로봇이기는 한 지, 사람이라면 들을 리는 없는 초음파가 조금 섞여 들려서 엔진 소리가 더욱 불길하게 들렸다.

두 사람이 머뭇거리며 계속 말을 안 하고 있는데, 조종석 쪽에 앉아 있던 이 회사의 비서 목소리가 들려 왔다.

“목표방향인 블랙홀 방향으로 직진하겠습니다.”


3.
우주선의 장비가 약간 무리를 겪는지 약간 이상한 진동이 느껴졌다.

“도대체 블랙홀에는 왜 가는 건데요? 위험하잖아요.”

내 물음에는 이미영이 대답했다.

“원래 그 쪽으로 가던 길이었어요.”
“블랙홀에 뭐가 있다고요? 블랙홀은 뭐든 다 빨아들이잖아요. 한번 끌려 들어가면 아무것도 못 나오는 게 블랙홀 아니었어요? 세상에서 제일 빠르다는 빛도 블랙홀에서는 못 나오잖아요.”
“그렇죠. 블랙홀에서는 빛도 못 빠져 나온다고 하지요. 그래서 블랙홀을 보면 아무것도 안 보이고 그냥 까맣게만 보일 거 거든요. 정말로 아무것도 안 보이고. 그런데 만약에 그런 와중에 뭐가 보인다면 그게 무슨 뜻일까요?”
“블랙홀에서 뭐가 튀어 나온다고요?”
“만약에 블랙홀에서 뭔가 튀어 나오는 게 보인다면, 그건 빛 보다 빠르다는 뜻 아닐까요?”

나는 그 말을 듣고 소리쳤다.

“타키온!”

원래 소리치려고 했던 것까지는 아니었는데 우주선이 잠깐 기우뚱거려 놀란 탓에 소리가 커져버렸다. 이미영 사장은 흔들리지 않은 목소리로 계속 이야기했다.

“그렇죠. 블랙홀에서 튀어나올 수 있는 것은 빛 보다 빠른 입자, 타키온 밖에 없죠. 우리가 일상 생활 중에 빛 보다도 빠르다는 그런 신비한 물질인 타키온을 보기는 어렵잖아요? 이 넓은 우주 복잡한 세상에서 무슨 수로 타키온만 딱 잡아 내겠습니까? 그런데, 원래 블랙홀에서는 아무것도 안 보인다고 했잖아요. 그러니까 블랙홀을 계속 보고 있다가 뭐라도 튀어나오면 그건 무조건 빛 보다 빠른 타키온 밖에 없는 거에요. 그러니까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뭐가 보이면 타키온일 수 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순수하게 타키온만 보고 싶으면 블랙홀을 봐야 하거든요.”
“사실은 호킹 복사 같은 것도 좀 보이겠지만.”
“꼭 어딜 가든 저렇게 별로 핵심이 아닌데 중간에 끼어들어서 이상한 예외적인 거 하나 말 하면서 자기가 뭐 하나 더 아는 것 있다는 거 뽐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죠.”

김양식이 끼어들어서 한 말을 이미영은 그렇게 논평했다. 두 사람이 다시 또 무슨 긴치 않은 말다툼을 벌이려는 것 같았기에 내가 먼저 말했다.

“그래서, 지금 타키온을 관찰하려고 불나방처럼 블랙홀 쪽으로 뛰어 드시려는 거에요? 두 분이 회사를 만들고 원래 하려던 일이 신비로운 물질을 찾아 내는 과학 연구였습니까?”
“설마요.”
“그건 아니죠.”

두 사람은 동시에 부정했다. 김양식이 대답했다.

“저희가 타키온을 관찰하려고 하는 게 아니고, 타키온을 관찰하려고 거기에 진을 치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 가려고 하는 거에요.”
“누가 타키온을 관찰하려고 블랙홀 앞에 목숨 걸고 진을 치고 있는데요?”

내 물음에 이미영은 아무 말 하지 않고, 손가락으로 한 방향을 가리켰다. 그 방향은 다름 아닌 내 쪽이었다.

“제가 타키온을 관찰하려고 블랙홀 앞에서 목숨 걸고 진 치고 있었다고요?”
“정확히 그런 건 아닐 수도 있는데, 하여튼 블랙홀 앞에 있는 우주정거장에서 선생님 탈출 캡슐이 튀어 나온 거에요.”
“저기, 이제 우리 카메라에도 잡혀서 보이네요.”

김양식은 우주선 중앙의 화면을 가리켰다. 화면에는 처참하게 박살 나 있는 우주정거장이 보였다.

“정말 다 박살났네.”
“아무도 안 남아 있겠는데요.”

남아 있는 우주정거장의 모양은 값싸고 저렴해 보였는데, 우주정거장 겉면에는 커다랗게 “ㅅㄱㅇㅎ”라고 적혀 있었다.

“ㅅㄱㅇㅎ이 뭐죠? 생각의 힘? 삶과 영혼? 세금인하?”
“세금인하, 달콤하게 들리는 말이기는 하네.”
“아니예요? 그러면 ㅅㄱㅇㅎ이 뭔데요? 신길여행?”
“그게 무슨 말인데요?”
“서울 영등포에 보면 신길동 있잖아요. 거기에 여행 가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 않겠어요. 그러면 신길여행이죠.”
“......”
“거의 비슷했는데.”
“아,”

나는 박살난 우주정거장에서 부서진 로봇 부품 같은 것이 튀어 나오는 것을 보다가 뭔가가 다시 기억나는 듯한 느낌이 조금 들었다.

“그러면, 혹시, 시간여행?”

내가 그 말을 하자 이미영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우주선이 블랙홀의 영향을 받는 지 조금 더 이상하게 움직였고, 김양식은 황급히 우주선 조종 장치를 조작하러 갔다.

이미영은 그래도 태연히 나에게 계속 말했다.

“가만히 있으면 시간이 점점 현재에서 미래로 흘러 가잖아요. 1초 기다리면 1초 후의 미래로 가게 되는 식으로. 1초씩, 1초씩. 그런데 가만히 안 있고 빨리 움직이면 시간이 가는 속도가 조금 느려지거든요.”
“그건 우리가 우주선 타고 빨리 가다 보면 시간이 느려지는 현상은 흔히 느껴지죠.”
“어? 우주선 타고 다닌 기억이 돌아 왔어요?”
“그런 건 아닌데요, 그냥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그렇다는 거죠. 상대성이론 때문에.”
“그렇죠. 그리고 정말정말 빨리 움직여서 빛의 속도로 움직인다면 시간이 아예 멈추는 것처럼 느껴질거란 말이에요. 자, 그런데 거기에서 한 술 더떠서 빛 보다 더 빨리 움직인다면 우주선 바깥의 시간이 현재에서 과거로 흘러 가는 것처럼 느껴질거란 말이에요. 타키온을 만약에 찾아 낸다면 타키온은 빛 보다 빨리 움직일 테니까 과거로 가고 있는 거겠죠. 그래서 시간여행을 하려는 사람들은 타키온을 찾아 내서 그 성질을 알아내려고 하는 거에요.”

ㅅㄱㅇㅎ이라는 글자를 써 놓은 우주정거장은 이제 한결 가까이에 다가 와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니까, 저 부서진 우주정거장이 원래는 시간여행에 대해서 연구하는 연구소였다는 건가요?”
“바로 그렇습니다. 자, 이제 저기 김 이사 옆에 방아깨비 로봇 조종석에 앉으세요.”

이미영은 방아깨비라는 작은 우주 로봇을 조작하는 장치를 가리켰다. 나는 시키는대로 그쪽으로 가면서도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제가 방아깨비 로봇 조종석에 왜 앉아야 되는거죠?”
“왜냐하면 우리가 방아깨비 로봇 두 대를 저 우주 정거장에 보내서 저 우주 정거장을 둘러 볼 거 거든요. 한 대는 제가 조종하고, 다른 한 대는 기억을 잃으시고 자신이 사실은 무슨 소설이나 영화 같은 가상현실 주인공은 아닌가 하고 생각하셨던 우리 로봇 선생님께서 조종하시고.”
“제가 왜 방아깨비 로봇을 조종해서 저 우주 정거장을 둘러 봐야 되는 건데요?”
“왜냐하면 우리 로봇 선생님께서 원래 저 안에 계시다가 저기가 박살 나면서 탈출하신 거 거든요. 그걸 우리가 마침 구조해 드린 거지요. 그러니까 어디에서 뭘하다가 탈출하신 건 지는 직접 한 번 확인해 보시는 게 좋지 않으실까요?”

우주선에서 손가락 만한 작은 로봇 두 대가 우주공간으로 발사 되었다. 길쭉한 몸체에 다리가 여섯 개 달려 있는 로봇이었다. 방아깨비 로봇이라는 이름도 그 모양 때문에 붙은 것 같았다.

방아깨비 로봇은 우주 공간을 빠르게 지나쳐서 우주 정거장의 부서진 벽쪽으로 다가 갔다. 벽에는 쪼개진 틈이 작게 나 있었는데, 이미영 사장은 강물 위에 돌을 던져 수제비를 먹는 것 같은 느낌으로 로봇을 조작해서 그 틈으로 방아깨비 로봇이 우주 정거장 속으로 쏙 들어 가게 했다.

“제가 로봇을 조종한 것을 그대로 따라하는 기능이 있어요. 그 기능을 실행시키면 조종하고 계신 방아깨비 두번째 로봇도 따라 들어올 거에요.”

나는 시키는대로 해서 내가 조종하는 방아깨비 로봇도 우주 정거장 안으로 들어 가게 했다.

“조명 켭니다.”

이미영 사장이 말했다. 방아깨비 로봇의 앞 부분에서 불빛이 나와서 앞을 밝혔다.

망가진 우주 정거장 안 쪽이 환하게 보였다. 우주 정거장에서 오랫 동안 일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로봇들이 부서진 채로 떠돌고 있었다. 로봇들이 모인 넓은 공간의 가운데 부근에는 생소한 느낌의 기계 장치가 있었다. 그 기계 장치는 강강수월래 춤을 추는 것과 같은 형태로 여러 비슷한 기계들이 둥글게 손을 잡고 연결된 모양이었다. 다만, 강강수월래는 땅 위를 도는 하나의 원이라면, 그곳에 보이는 기계들은 무중력 상태를 떠다니며 공중을 돌 수도 있는 여러 개의 원을 이루고 있었다

“혹시 로봇 선생님은 이 우주 정거장에서 머물고 있었던 때에 어땠는지 생각이 나요? 무슨 시간여행 실험을 했다든가?”
“전혀 기억 안 나는데요.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겠어요. 저런 게 다 뭐죠?”

나는 방아깨비 로봇의 카메라로 비쳐 보이는 강강수월래 기계 장치 끝의 커다란 손잡이 같은 것을 가리켰다.

“보통 첨단 장비라면 조작할 때 음성인식으로 조작하든지 터치스크린으로 조작하든지 하다 못해 키보드로 조작할텐데, 왜 저런 무슨 자동차 사이드브레이크 같은 커다란 손잡이가 있는 걸까요?”
“너무 중요해서? 정말로 빨간색으로 색까지 칠해져 있네요.”

이미영은 방아깨비 로봇을 조종해서 그 손잡이로 로봇을 움직였다. 그리고 로봇이 손잡이에 매달리게 하더니 곧 로봇의 비행 출력을 높여 손잡이를 밀게 했다. 김양식이 우리 쪽을 돌아 보았다.

“어, 그거 뭔 줄 알고 눌렀어요?”
“딱 누르고 싶게 생겼잖아.”
“그래도 그렇죠. 뭔지도 모르는데. 어? 전원이 들어온 것 같은데요?”
“맞잖아. 빨간색으로 큼지막하게 있는 게 딱 전원 느낌이었어. 원래 빨간색은 전원이잖아.”
“비상통신망에도 전원이 들어 오네요. 이쪽으로 연결하면 무슨 자료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곧 우주정거장이 여러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 같더니, 돌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방아깨비 로봇이 이리저리 흔들릴 정도로 움직임은 격렬했다.

“이게 뭐야?”

이미영의 말에 김양식은 화면에 얼굴을 가까이 갖다 대고 뭔가를 자세히 보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소리쳤다.

“도망쳐야 돼요!”

우리는 그 말을 듣고 놀라서 황급히 방아깨비 로봇을 우주정거장 밖으로 움직이려고 했는데, 김양식이 다시 소리쳤다.

“방아깨비 로봇 말고요. 우리가 도망쳐야 된다니까요!”

그러더니 양식은 힘을 다해 우주선을 우주정거장 잔해에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했다.

“아무거나 붙잡아요. 나자빠지면 다치니까요.”

두려움에 빠진 나는 손을 허공에 휘저었다. 내 손에 이미영의 다리가 잡혔다. 나는 그것을 꼭 붙들었다. 그쪽을 보니, 이미영은 김양식의 멱살을 붙들고 매달리는 것 같았다.

우주정거장에서 환한 빛이 쏟아져 나왔다.

내가 눈에 장치된 감지기로 가만 살펴 보니 온갖 방사선도 같이 막 튀어 나오는 듯 보였다. 핵폭탄이라도 하나 터진 느낌이었다. 잠시 후 폭발이 가라앉고 다시 보니, 우주정거장은 거의 흔적을 알아 보기 어려울 정도로 다 조각조각나서 흩어져 있었다. 우주정거장 조각 중에 용케 잘 날아온 부스러기가 내가 탄 우주선에 투두둑거리며 부딛혔다.

우주정거장이 있던 자리에는 그 강강수월래 모양의 기계들만 겨우 비슷한 모양을 유지하면서 잔해가 되어 조금 남아 있었다. 방아깨비 로봇은 다 파괴되었는지, 내 조종석 화면에는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다.

“어, 그런데 작동 성공한 것 같은데요? 폭발하기 전에 접속된 우주정거장 컴퓨터에서 전송된 자료에 작동이 잘 된 것처럼 나와 있어요.”

김양식이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다급히 이미영이 나한테 말했다.

“저 중앙에 한 번 잘 보세요. 혹시 미래에서 현재로 시간여행 온 사람 같은 거 있어요?”

그 말을 듣고 나는 무심코 통신선에 손을 얹고 혓바닥을 내밀었다.

“그거 중성미자 위상 레이더 달린 로봇들이 멀리 있는 것 감지하려고 할 때 하는 동작인데?”
“그런가봐요. 저한테 그런 게 달려 있는지 저도 몰랐는데. 먼 곳을 보고 싶을 때에는 무심코 그냥 레이더를 작동시키게 되는 그런 버릇이 프로그램 되어 있나 봐요.”
“말 그만 하고 가만히 한 번 감지해 봐요. 말하면 혓바닥 못 내밀고 있잖아요.”

나는 혓바닥을 내민 채 우주선의 통신 장비와 연결해서 우주정거장의 부서진 잔해 한 가운데에 뭔가 있는 지 살펴 보았다.

“아무것도 없는데요.”
“아무것도 없어요? 정말 아무것도? 김 이사는 시간여행 실험이 성공이라고 했는데.”
“없어요. 그냥 쇳가루 같은 거 한 톨 밖에 없는데요.”
“아, 그 쇳가루! 김 이사, 집중분석 개시!”

이미영은 내가 쇳가루를 봤다고 하자 갑자기 흥분했다. 나는 혹시 내가 뭘 잘못 감지했나 싶어 혀를 다시 찬찬히 내밀고 그 쇳가루 쪽을 잘 감지해 보았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그냥 쇳가루였다.

“그냥 철이나 구리 비슷한 흔한 쇳가루일 뿐인 것 같은데요.”
“사장님, 분석 결과 99% 확률로 미래에서 온 물질입니다.”
“그렇지? 맞지? 저게 바로 미래에서 시간을 거슬러서 온 쇳가루에요.”
“예? 쇳가루 한 톨을 시간여행을 시켜서 미래에서 과거로 보낸다고요?”
“아직 실험하는 수준이니까요.”
“아니 블랙홀 앞에서 저런 우주정거장을 띄워 놓고 이렇게 거창하게 실험하면서 꼴랑 쇳가루 한 톨을 과거로 보내는 게 실험이예요?”
“정확하게 말하면 미래에서 보낸 걸 받아 오는 실험이죠.”
“그러니까 저 강강수월래하는 모양의 기계 장치가 미래에서 시간여행을 시키고 싶은 물체를 보내면 그걸 현재에 받아 주는 그런 기계란 말이죠?”

이미영은 그렇다고 했다. 나는 다시 물었다.

“그러면 미래에서 과거로 뭘 보내줄 때, 아무 데나 보내 줄 수 있는 게 아니고, 받아 주는 기계가 있는 곳으로만 보낼 수가 있는 거에요?”
“현대 과학으로 그나마 설명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그 방법 밖에 없에요. 시간여행에서 도착할 장소에 정거장이라고 해야할 지, 역이라고 해야할 지, 착륙장이라고 해야할 지, 그런 게 있어야 돼요. 시간여행이란 것은 그런 역이나 착륙장이 건설되어 있는 시대에, 바로 그런 게 있는 장소로만 갈 수 있는 거에요.”
“그러니까 오늘 내가 시간여행 장치를 개발해내면 먼 미래의 사람이 오늘로 되돌아 올 수는 있는거지만 내가 그 장치를 이용해서 어제나 조선시대나 공룡시대로 가지는 못하는 거네요.”
“그렇죠.”
“시간여행이라고 해도 한계가 있네요.”
“공룡시대에 가 보고 싶었어요?”

이미영의 얼굴은 쾌활해 보였다. 이미영은 김양식과 무슨 숫자를 서로 말하며 주고 받더니, 우주선을 조종해서 우주정거장이 있던 방향으로 다시 다가 갔다.

“그러면 우주정거장이 아니라고 시간정거장이라고 해야겠네요.”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그런데 아까 엄청 크게 펑 터졌잖아요. 지금 이렇게 가까이 가면 안 위험해요?”
“지금은 에너지가 다 바닥났으니까 괜찮을 거에요.”

가까이 다가가 보니 확실히 모래 한 톨 만한 쇳가루가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저 조그마한 쇳가루 하나를 시간여행시키는데 그렇게 위험하게 에너지를 다뤄야 되는 거에요?”
“그럴 수 밖에 없잖아요. 미래에 있던 쇳덩어리 하나가 현재로 왔다고 해 봅시다. 그러면 지금 현재 입장에서는 온 세상, 전 우주에 쇳덩어리가 원래 없었는데 쇳덩어리가 갑자기 새로 하나 생긴 셈이잖아요.”
“그렇죠.”
“그런데 그게 그렇지 않다는 거에요. 원래 온 우주의 에너지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변하면 안 되거든요. 휘발유 불태우면 에너지가 없어진 것 같아도, 사실은 그 불타는 열이 세상의 공기를 아주 조금 덥혀서 공기가 조금은 따뜻해져서 그 열이 그대로 다 옮아간 거거든요. 공기가 너무 많으니까 티가 안 날 뿐이지. 그런 식으로 원래 무슨 짓을 하더라도 에너지가 갑자기 없어지거나 없던 에너지가 생기면 안돼요. 그게 우주가 돌아가는 원리고요.”
“그게 쇳덩어리가 갑자기 생기는 거 하고 상관이 있어요?”
“상관이 있죠. 뭐가 있다는 거는 그 양만큼 에너지가 있다는 거거든요. 없던 쇳덩어리가 갑자기 생기면 그 쇳덩어리 양만큼 에너지가 저절로 생겨난 거예요.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거죠.”

나는 시간여행 자체가 애초에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싶었다. 이미영은 계속 말했다.

“쇳덩어리 하나가 얼마나 큰 에너지인데요. 우라늄 하나에 엄청난 에너지가 들어 있고 어쩌고 하는 이야기 들어 본 적있죠? 반물질 반응용 에이프릴륨 1g에 휘발유 4백2십6톤을 태우는 에너지가 있다는 그런 이야기 유명하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저런 쇳가루 하나만 미래에서 현재로 데려오는 일만 해도 저런 막대한 에너지랑 상관이 있는거에요.”
“막대하면 얼마 정도요?”
“1g의 물질을 미래에서 현재로 데려오려면, 그 양에 광속도를 제곱한 정도의 에너지를 들어 부어야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그거는 미래에서 그 쇳가루를 현재로 데려오는 게 아니라, 현재에 있는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소모해서 그 쇳가루를 만들어내는 거 아니에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죠. 그렇게 딱 맞아 떨어져야 에너지가 더 생기는 것도 없고 줄어드는 것도 없이 항상 일정하게 되니까. 하여튼 이게 되었다는 말은 아주아주 어마어마하게 엄청나게 많은 에너지가 있다면 쥐 같은 작은 동물이나, 사람이나, 로봇도 미래에서 현재로 보낼 수 있다는 것이고.”
“그러면 만약에 미래의 로봇 한 대를 현재로 받아 오려면, 그렇게 하기 위해서 그 로봇의 무게를 모두 만들어낼 만큼 많은 에너지를 다 소모해야 되고, 그런거죠?”
“그렇죠.”
“역시 그러면 에너지를 엄청 소모해서 그냥 그 에너지로 현재에 그 로봇을 이루고 있는 물질을 다 만들어 내는 것 아닌가요?”

나는 무슨 대화를 하고 있는 지도 모르게 될 즈음이 되었는데, 그때 이미영은 갑자기 재빠른 속도로 우주복을 집어 입더니, 우주선 입구로 걸어 갔다. 그러고 보니 그새 우주선이 시간정거장이 있던 곳에 다 와 있었다. 이미영은 우주선 문을 열더니, 바로 쇳가루 하나를 잡아 챘다.

“이 쇳가루에 분명히 뭐라고 아주 작게 새겨 놨을 거라고. 자기들 실험재료니까.”

김양식은 이미영이 집어 온 쇳가루를 바로 분석기에 넣고 살펴 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곧 김양식의 얼굴도 쾌활하게 변했다.

“맞습니다. 실험실 위치 번호가 있어요. 주식회사 염라대왕 쪽 우주선 한 대가 지나간 방향하고도 겹치는 쪽이예요.”
“주식회사 염라대왕?”

저건 또 무슨 말인가 싶었다.


4.
우주선은 주식회사 염라대왕이라는 회사가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안드로메다 은하계의 한 외딴 연구소로 날아 가고 있었다. 다만 나는 주식회사 염라대왕이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왜 우리가 그곳으로 가고 있는 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주식회사 염라대왕이 뭐하는 회사인데요?”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그 사람 뇌만 뽑아 다가 기계에 집어 넣고 그 기계에서 뇌가 가상현실로 천국 같은 시간을 보내는 것 같은 느낌을 영원히 느끼게 해 준다는 그런 서비스를 해 주는 회사예요.”
“그런 게 장사가 돼요?”
“죽어서 뇌가 없어지고 더 이상 아무 느낌도 못느끼고 그런 거 싫어하고 무서워 하는 사람들 많잖아요. 그러니까, 주식회사 염라대왕에 가입하려는 사람 많아요. 상조회사 쪽 하고 연결해서 돈 모아서 가입하려는 사람들도 있고.”

그 대목을 듣자 나는 내가 로봇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렇지만 그 말을 듣고 나서도 주식회사 염라대왕이라는 곳과 이 모든 일들이 다 무슨  상관인지는 아무것도 더 알 수 없었다.

“그런데 거기에서 시간여행 연구를 한다고요?”
“그렇죠. 아까 블랙홀 앞에 있던 시간정거장도 주식회사 염라대왕에서 건설한 것 같고. 미래에서 온 쇳가루를 살펴 보니까, 이 사람들 시간 연구소의 본부도 따로 있는 것 같아요. 지금 우리가 가려는 곳도 거긴 거 아닌가 싶고요.”
“그런데, 죽기 직전에 사람들을 영원한 가상 현실 세계에 넣어 주는 회사가 시간여행을 왜 연구하는 건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는데요.”

그 때 휴식실에서 쉬고 있던 비서가 고개를 내밀었다.

“주식회사 염라대왕 사람들 생각은 제가 알아요. 그 사람들은 결국 이제부터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자기들 서비스에 가입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해서 드디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죽음의 두려움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는 시대가 되었다고 선전하려고 하거든요. 이제부터는 다들 영원히 가상현실 속에서 항상 즐겁게 살 수 있다! 그런 거니까요. 그런데 그러면 문제가 뭐냐면 이 서비스에 가입하기 전에 먼저 세상을 뜬 사람들은 그런 기회를 못잡았으니까 안타깝고 불쌍하잖아요. 그래서 그 사람들은 그것 때문에 장사가 안 될 수도 있다고 보거든요.”
“내 아내는 염라대왕 서비스에 가입 못하고 이미 세상을 떠나서 화장했는데 나 혼자 염라대왕 서비스 속에 들어 가서 천년만년 영생하고 싶지 않다... 뭐 그런 사람들 말인가요?”
“그렇죠. 그래서, 주식회사 염라대왕 사람들은 뭐라고 하냐면. 이러는 거예요. ‘걱정 마세요. 염라대왕 서비스의 가상현실에 들어 가서 천 년, 이 천 년 지내다 보면 언젠가는 시간여행 기술도 개발될 것이고 그러면 그때 시간여행으로 먼저 세상을 뜬 사람들도 데려 오면 되는 겁니다. 잊지 마세요, 여러분에게는 영원한 시간이 있어요!’”

비서의 설명이 끝나자 김양식은 그 내용을 주식회사 염라대왕에서 광고로 만든 것도 보내 주었다. 광고에 등장하는 가상현실 속 풍경이 정말로 아름다웠고 그곳에 정말 아름다운 사람들이 가득가득했다는 점은 인상적인 연출이었다.

“그래서 주식회사 염라대왕 사람들은 자기들이 꾸준히 시간여행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려고 하는 겁니다. 아마 그래서 아까 그 블랙홀 앞의 시간정거장도 건설 했을 겁니다.”
“그런데 거기에서 저는 뭘 하고 있었던 걸까요?”
“아무도 모르죠.”
“그리고 거기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서 그렇게 시간정거장이 부서졌던 걸까요? 우리가 했던 것처럼 실험하다가 사고가 났던 걸까요?”

그리고 나서도 나는 조금 이상하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 그 모든 현상의 자연스러움 정도가 100점 만점에 11점 정도로 밖에 측정되지 않았다.

“그러면 아까 그 시간정거장을 왜 그렇게 꽁꽁 숨겨 둔 위치에 놓아 두었을까요? 그리고 아주 크게 대놓고 ‘여기가 주식회사 염라대왕의 연구소 입니다’ 뭐 그런 광고판 같은 것도 막 번쩍번쩍 세워 두고 그래야 했던 것 아닐까요? 연구소 속에 들어가면 구석구석에 주식회사 염라대왕 상표 같은 게 다 붙어 있고 그래야 됐을 것 같은데.”
“그러네요.”
“그건 정말 이상한데.”
“정말 엄청 최첨단 기밀 기술 연구소라서 다 숨기려고 했던 것 아닐까요?”
“그래도 연구 내용을 숨기면 숨기지 거기가 주식회사 염라대왕의 연구소라는 것 자체를 그렇게 숨길 이유가 있을까?”

그때 비서가 조종석 쪽을 확인해 보았다.

“거의 다 도착한 것 같습니다. 원거리 전자파 감지 영상 만들어 보겠습니다.”

우리는 그때까지 주식회사 염라대왕의 시간여행 연구소 본부라고 생각했던 곳을 살펴 보았다. 확실히 큰 건물이 있기는 있었다. 커다란 목성형 행성의 작은 위성에 기지가 제법 커다란 모습으로 설치 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그것이 주식회사 염라대왕의 연구소라는 표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통신 내용으로 분석해 볼까요?”
“아무래도 좀 감이 이상한데.”
“분석 해 보겠습니다. 분석 합니다.”
“이상한데.”
“어, 저 쪽에 주식회사 염라대왕 소속 우주비행사가 감지가 되긴 하는데요. 저 본부 쪽은 아니고.”
“잠깐만, 멈춰봐. 멈춰봐. 분석하다가 저쪽에서 우리가 있는 거 눈치 채면 어쩔려고. 저거 무장 우주선 아니야?”
“멈추라고 하시려면 진작에 말씀하셨어야죠. 이제 저쪽에서 우리가 여기 있는 줄 알텐데.”

그때 우주선이 번쩍하고 아주 환하게 빛나는 느낌이 들었다.

“이거 뭐야?”
“저쪽 우주선에서 공격하는데요!”

연구소 근처에 숨어 있던 이상한 우주선이 갑자기 우리 쪽을 광선 무기 종류로 공격하고 있는 것 같았다.

“도망가자. 도망가자. 도망가자!”
“어디로 도망가요?”
“그냥 도망가, 도망가. 사람 많은 데로. 은하수로, 태양계로, 지구로 도망가.”
“공격용 광자를 계속 쏘고 있어서, 당장 초공간 도약을 못하겠어요.”
“그러면 그냥 통상 추진 엔진으로라도 어떻게든 해봐야지!”

이미영은 조종석 쪽으로 뛰어 올랐다. 

“꼭 붙잡아요.”

그 말을 남기더니 이미영은 격렬히 우주선을 조종했다. 우주선으로 칵테일이라도 만드려고 하는 것 같은 기세였다. 나는 진동과 어지러움을 감지하는 장치를 잠깐 동안 끄고 있기로 했다.

이미영은 우주선을 움직여 행성의 수소 폭풍 속으로 숨어들었다. 우리를 공격한 우주선이 작심하고 따라 오지 않는다면 당분간은 숨어 있을 수 있지 싶었다.

“저 자식은 왜 저러는 건데?”
“모르겠어요.”
“주식회사 염라대왕 소속인 것 같다면서. 주식회사 염라대왕 소속 직원이 왜 우리를 공격하는 거냐고?”
“정말 모르겠네요.”

이미영은 당황하고 있는데, 수소 폭풍의 격렬함 속에서 겨우겨우 자리에 붙어 있던 비서는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더 안전하게 버틸 방법을 찾다가 한 가지 통신문이 들어 온 것을 감지했다.

“행성 내 통신망으로 비밀 구조 신호가 들어 왔어요.”
“구조 신호를 우리가 보내야 될 판인데, 무슨 구조 신호가 들어 오고 있는 거지?”
“행성 속에 떠 있는 실험 기지가 하나 더 있는 것 같습니다.”

김양식이 대화에 끼어 들었다.

“사장님, 우리 저 실험 기지인지 뭔지로 일단 가야 합니다. 이런 폭풍 속에서 오래 버틸 수 있는 동력은 없거든요. 실험 기지에 도킹해서 동력을 더 공급 받든지, 아니면 그 기지로 건너 가서 머물든지 해야 됩니다.”
“구조 해 달라는 사람한테 우리가 구조 되어야 한다는 그런 말이야?”
“원래 먹을 것 없을 때는 벼룩의 간을 빼 먹는다는 말도 있잖아요.”

나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속담이라고 생각했지만, 광선 공격을 받고 혼비백산 해 있는 사람들은 그런 것에 연연해 하지 않고 이미 서로 뜻이 통한 듯 싶었다. 김양식은 비서와 몇 마디 더 이야기 하더니 수소 폭풍 속에 떠 있는 실험 기지의 위치를 찾아냈다.

다가 가면서 보니, 새로 찾아낸 실험 기지는 블랙홀 주변에서 보았던 시간정거장과 아주 비슷해 보였다. 겉면에 “ㅅㄱㅇㅎ”이라는 말이 적혀 있었고, 원형 장비를 싣기 좋은 구조도 비슷해 보였다. 차이가 있다면 우주 공간에 떠 있는 것이 아니라, 수소 폭풍 속을 떠다니기 위한 구조라는 점이 차이였다.

“도킹 허가 받았습니다.”
“착륙해서 저 기지 안으로 건너 가도 된다는 거죠?”
“예.”
“정말 그렇게 해도 될까?”

이미영이 말했다. 아무도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지만 우주선이 접근하고 실험 기지와 연결되고, 서로 회로와 교류 장치가 부착되는 과정은 차근차근 진행되었다.

“문 열고 나가는 거예요.”
“위험하지 않을까요?”
“별 수 없잖아?”
“그렇긴 하죠.”
“내가 그래도 사장이니까 맨 앞에 나갈게.”

나는 내가 먼저 나서기로 했다.

“제가 그래도 로봇이니까 맨 앞에 서겠습니다.”

곧 문이 열렸다. 나는 실험 기지 속으로 걸어 들어 갔다.

기지 입구는 처음 보는 곳이었지만 익숙한 모양이었다. 값 싸게 우주 곳곳에 건설하기 위해 개발된 화성 종합 건설에서 파는 가장 흔한 제품으로 조립되어 있는 재질이었다.

그렇지만, 입구를 지나 기지의 생활 구역으로 들어 서자 마자 색다른 모습이 가득했다. 기지 내부 곳곳이 서기 900년 무렵의 중세 한반도 모습으로 치장 되어 있었다. 그곳에서 두 세 사람의 연구원이 나타나 우리를 맞이했다.

“구조하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수덕만세!”
“수덕만세!”

연구원들은 우리를 환영하면서 “수덕만세”라는 알 수 없는 말로 인사했다. 뒤에서 이미영과 김양식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소리가 미세하게 들렸다.

“이 사람들 궁예파잖아.”


5.
자신들을 “궁예 재단” 소속 사람들이라고 소개한 사람들은 우리를 홍보실로 데려 갔다. 긴급 구조 신호를 보낸 그 위급한 형편이었는데도 일단은 먼저 홍보실에 들르게 한 것이다.

“여기 출입하시는 외부인들은 아무리 급한 상황이라도 꼭 이것을 한 번은 보셔야 됩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후삼국시대의 궁예가 얼마나 위대한 사람이었는 지를 소개하는 입체영상 같은 것을 우리에게 보여 주었다.

“이 궁예파라는 사람들은 뭔대요?”
“궁예파 사람들은 시간여행 엄청 좋아하는 사람들이예요.”
“시간여행을 왜 좋아하는대요?”
“옛날에 후삼국시대 역사 보면 후고구려의 궁예는 자기가 미래에서 온 깨달음을 얻은 사람이라고 했다잖아요. 이 사람들은 진짜로 그걸 믿어요.”
“그러니까 궁예가 진짜로 시간여행자라고 믿는 거예요?”
“그 뿐만 아니라, 궁예가 모든 사람들에게 깨달음과 영원한 복을 줄 사람이라고 주장한 것도 다 사실이라고 믿어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미래가 되면 점점 더 발전이 빨라지고 그러다 보면 아주아주 먼 미래에 언젠가는 시간여행 기술도 나오고 언젠가는 어마어마한 에너지와 힘을 아무것도 아니게 쓸 수 있는 시대도 올 거라는 그런 생각을 믿는 거지. 그래서 그런 미래에 그런 시대가 오면 그 사람들은 분명히 그런 힘이 없이 힘들게 살았던 과거의 사람들, 그러니까 요즘 우리 같은 사람들을 불쌍하게 여겨서 시간여행으로 찾아 와서 도와 줄 거라는거지. 그게 궁예파들이 믿는 거예요.”
“그러면 저도 도와 주나요?”
“그렇지.”
“막 아무렇게나 막 살아도 시간여행 온 먼 미래의 후손들이 저를 언젠가는 도와줘서 영원히 행복하게 살게 해 준다고요?”
“그런거죠. 그 미래 사람들이라는 우리를 구해 줄 사람들은 또 우리들의 삶의 방식은 존중 해 준다고 하거든요. 그래서 살아 생전에는 우리 나름대로 살게 해 준다고 해요. 그러다가 딱 우리가 죽을 때가 되면 그 순간 미래에서 시간여행을 온 우리 후손들이 나타나서, ‘과거의 힘든 시대에서 한 인생 사느라 고생했다, 이제 우리와 같이 미래로 가서 영원히 행복하게 살자’ 이런다는거예요. 그게 후삼국시대에 수많은 사람들을 따르게 했던 궁예의 가르침이라는 거죠.”

실제로 그 사람들이 틀어 주는 홍보 영상에서는 그런 내용들이 나오고 있었다. 김양식은 우는 소리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어쩌자고 이런 맛이 간 사람들 하고 또 엮였냐”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홍보 영상을 다 보고 나니, 궁예 재단 사람들이 우리를 기지의 중심부 회의실로 이끌었다. 블랙홀 근처 우주정거장에서 보았던 강강수월래 하는 기계와 닮은 것이 그곳에도 있었다. 다만 그곳에 있는 기계에는 안테나 내지는 바늘 같이 생긴 것이 중앙으로 이리저리 뻗어 나온 모양이 많이 보였다.

“신형 시간여행 실험장치 같아 보이는데요?”

이미영이 아는 티를 내며 말했다. 말투는 공손했지만 들어 보면 우리들을 얕보지 말라는 투는 선명했다.

“역시 잘 아시네요. 주식회사 염라대왕의 장 과장이 저희를 저렇게 공격하는 것도 저희 시간여행 기술 수준이 너무나 발달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저 밖에서 광선 무기 쏘는 사람이 장 과장이예요?”
“그렇습니다.”
“그런데 시간여행 기술 수준이 발달했다고 왜 공격을 하는데요?”

이번에는 김양식이 물었다.

“아시겠지만 주식회사 염라대왕이 저희 궁예파 사람들을 엄청 싫어하거든요. 돈을 내고 가상현실 속에 들어 가야지 죽은 후에 영원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고 선전하는 것이 주식회사 염라대왕 사업의 핵심인데, 저희 궁예파의 원리에 따르면 누가 되었든지 간에 먼 미래의 엄청난 기술을 갖게 될 우리의 후손들이 시간여행으로 우리에게 나타나서 그냥 공짜로 결국은 다 때가 되면 낙원 같은 세상으로 데려 간다는 것이니까요. 사실 저희 원리가 맞는 겁니다. 사람이 점점 발전하려면, 점점 선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이고, 그렇게 해서 먼 미래에 사람이 온갖 기술을 다 개발할 정도로 발전하면 분명히 아주아주 선해져서 세상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해 주려고 하고, 나중에는 시간여행을 와서 과거의 우리들까지 모두 구해주려고 할 겁니다.”
“네......”
“이렇게 주식회사 염라대왕의 선전보다는 저희 궁예파 이론이 훨씬 더 합리적이고 더 믿음직스러우니까. 그러니까 그 사람들은 저희를 정말 싫어하죠.”

그 설명을 듣고 김양식은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이미영이 다시 대화에 참여했다.

“그래서 시간여행 기술을 개발하는 경쟁에서 패배하는 게 너무 싫어서 저렇게 쳐들어 와서 아예 박살을 내려고 한다는 겁니까?”
“비슷한 거 같아요. 아마도 회사에서 너무 실적 압박이 심하다 보니까, 저 장 과장이라는 사람이 약간 맛이 가 버린 것 아닐까요? 이대로 있다가는 나 죽겠다, 그러니 어차피 죽자사자 된 거, 경쟁하는 궁예 재단에서 몇 사람만 처치해 보자, 잘 만 되면 한 동안은 살 길 열리겠지, 뭐 그런 생각을 품었을 수도 있을 거고요.”

그때 김양식은 실험실에 있는 감지 장치의 숫자들을 보고 있었다. 곧 김양식이 말했다.

“지금은 우리가 수소 폭풍 속에 숨어 있어서 감지가 잘 안 되지만, 저 장 과장 쪽에서는 계속 통신 감시를 했거든요. 그걸 분석하면 분명히 얼마 안 돼서 우리가 여기 숨어 있는 걸 장 과장이 알아낼 거라고요. 그러면 이 쪽에 또 광선 대포를 막 쏠텐데. 광선 무기 방어 장치는 어떤 게 있어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 말을 듣자, 나는 차라리 우주선에서 내리지 말 것 그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우주선에는 최소한의 방어 장치라도 있었는데.

김양식은 이어서 물었다.

“은하간 경찰성에는 신고 했고요?”
“네, 신고했고. 이 쪽으로 오고 계시답니다. 조금 만 더 버티면 오시긴 할텐데, 그 전에 장 과장에게 들키는 게 문제입니다. 혹시 장 과장과 맞서 싸울 무기라든가 그런 게 있으신가요?”
“없어요.”

이미영의 대답에 이번에는 궁예 재단 사람들이 실망한 빛을 보였다. 그런데 이미영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시간여행 실험 장치 쪽을 보았다. 이미영이 말했다.

“저 실험 장치를 개조해서 무기로 사용해 보면 어때요? 미래에서 새로운 물질을 현재로 데려 오려면, 그 물질을 만들어낼 수 있을만한 에너지를 소모해야 되잖아요. 그러면 그만한 에너지를 다룰 수 있는 뭐가 있을텐데, 그걸 폭탄처럼 이용해서 장 과장을 공격한다거나, 하다 못해 터뜨려버리겠다고 위협이라도 못 하나요?”
“아, 저희 예전 버전 시간정거장 장치를 보셨나 보네요.”
“예, 장 과장이 좀 전에 부수어 놓은 시간정거장 장치에서 봤어요.”

궁예 재단 사람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에 컴퓨터를 잠깐 조작하더니, 자기 실험 장치에 남아 있는 에너지를 보여 주었다.

“저희 실험 장치에는 무기로 쓸만한 그렇게 큰 에너지는 없는 것 같습니다.”
“왜요? 실험 장치가 작아요? 쇳가루 하나 정도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작은 미세 먼지 하나 정도 밖에 미래에서 못 데려 오는 장치예요?”
“아니오. 저희 새 버전 시간정거장 장치는 훨씬 큰 것도 미래에서 데려 올 수 있습니다. 저희 장치는 초파리나 벼룩 한 마리를 통째로 데려 올 수 있는 정도에 도전하고 있어요.”
“그러면 더 큰 에너지를 다룰 수 있어야 될 거 아니에요? 초파리 한 마리 무게 정도의 물질을 에너지를 이용해서 만들어 낼 정도라면 충분히 어지간한 폭탄 정도는 될 거 같은데요.”

그 말을 듣고 궁예 재단 사람은 한숨을 쉬었다.

“저희 새 버전 시간정거장 장치는 작동 방식이 달라요. 아예 아무것도 없는 데서 에너지만을 이용해서 물질을 만들어 내는 방식이 아니라, 주위에서 빨아들인 수소 같은 물질을 이용해서 그걸 조합하고 뭉쳐서 초파리든, 벼룩이든 만들어 냅니다.”

김양식이 물었다.

“그건 좀 이상한데요? 그러면 그건 미래에서 초파리를 데려온 것이 아니라, 그냥 주위에 있는 물질을 조합하고 뭉쳐서 초파리로 조립한 것 뿐이지 않습니까?”
“그냥 조합하고 뭉친 게 아니라, 미래에서 업로드해 준 미래의 초파리에 대한 정보를 전부 다 다운로드해서, 미래의 초파리 모양 그대로 초파리를 만드는 겁니다.”
“그러니까, 미래의 초파리와 똑같은 모양의 초파리를 현재에 있는 물질을 조합해서 만든다는 거죠?”
“그렇죠. 그러니까 물질을 아예 새로 만들어내는데 들어가는 그런 어마어마한 에너지는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이미영이 물었다.

“그래도 역시 이상하죠. 그러면 미래의 초파리와 정말 비슷한 초파리가 생기긴 생기겠죠. 심지어 초파리에게 마음이 있다면 자기 스스로도 자기가 미래에서 온 초파리라고 믿고 있을 거고요.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초파리가 정말로 미래에서 온 것은 아니잖아요. 재료로 된 물질들이 전부 현재의 물질인데.”
“아니오. 그렇게 생각할 문제는 아닙니다. 어차피 미래가 되어도 재료 물질 자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니까요.”
“미래가 되면, 무슨 물질이든 그 만큼 변질 되고 낡고 오래된 것으로 바뀌고 그렇지 않을까요?”
“물론 커다란 쇳덩어리 같은 것을 보면 시간이 지나면 녹이 슬어 낡는 것처럼 보이겠죠. 그렇지만 사실은 그것은 철 원자에 공기 중의 산소 원자가 달라 붙어서 산화철로 바뀐 현상이 일어난 것일 뿐입니다. 철 원자와 산소 원자가 서로 붙어 있는 방식만 바뀐 것이지 있던 철 원자가 어디로 가거나 없던 산소 원자가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닙니다. 수소 원자핵인 양성자는 시간이 지나도 어디에 어떻게 붙어 있느냐 하는 점만 변할 뿐이지 항상 그대로 있습니다. 원래 있던 자리에서 다른 데 엉뚱한 데로 붙어 버리면 그걸 보고 사람들이 ‘변질 됐다’ ‘낡았다’라고 말할 뿐이지요. 그러니 항상 변치 않을 재료를 미리 조합해서 미래의 모양대로 먼저 만들어 두면, 그게 미래에서 온 것과 다를 게 없습니다. 다를 게 무엇입니까?”
“그래도 뭔가 기분이 이상한데요.”
“이상할 게 없습니다. 지금은 말짱한 쇳가루도 일주일이 지나면 녹슨 쇳가루가 되겠지요. 지금의 철 원자에 지금 공기 중에 있는 산소 원자가 일주일 후에 달라 붙어서 산화철로 변하게 된단 말입니다. 우리는 그 일주일 후에 산화철이 어떤 모양으로 어떻게 생겼는 지 그 정보를 미래에서 업로드 해 주면 우리는 그 정보를 다운로드 받습니다. 그래서 그 모양대로 철 원자를 산소 원자에 당장 붙이죠. 일주일 후의 미래와 정확히 같은 상태가 지금 당장 나타난 거니까, 미래의 녹슨 쇳가루를 지금 나타나게 한 겁니다.”
“아무래도 납득이 안 가요. 어쨌거나 시간여행이라고는 하지만 물질 자체가 이동한 것은 아무것도 없고 미래의 녹슨 쇳가루 구조가 어떤지, 초파리는 어떤 입자들을 조합해야 만들어지는 지, 벼룩 구조 정보가 뭔지 하는 그 정보만 수신 받은 것 아닌가요? 그게 어떻게 다른 시간대로 물질을 보낸 것이 되나요? 정보는 보냈지만 물질을 보낸 것은 아니잖아요.”

이 때는 사실 잠시 후 스트레스 때문에 맛이 간 회사원이 쏜 대포를 맞을 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궁예 재단 사람은 자신의 지식을 뽐내는 것이 그렇게 기쁜지, 뭔가 심오한 것을 말할 테니 놀라면 좋겠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아! 정보가 곧 물질입니다.”

김양식과 이미영의 얼굴에는 그 모습을 보고 바로 입맛을 버렸다는 표정이 짧게 스쳐 지나갔다. 

양자역학의 몇 가지 계산을 하는 방법을 배운 대학생이, 혹은 알듯말듯한 엔트로피 따지는 방법을 배운 뒤에 너무나 아는 척하고 싶어하게 된 인간이, 자신은 아주 신비하고도 심오한 것을 배우고야 말았음을 사방에 드러내며 잘난 척 하기 위해서 아무 재미도 없는 “공대생만 이해할 수 있는 농담” 따위 벌레 먹은 걸레짝 같은 이야기를 외워 와서 남들 앞에 읊으며 자기 혼자 싱긋 웃는 것을 볼 때 느낄 수 있을 만한, 그 깊은 부정적인 감정. 바로 그런 감정을 두 사람의 얼굴에 아주 짧게 지나간 표정 속에서 나의 시각 감지 장치는 선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곧 실험실 컴퓨터가 말하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곧 통신 감지 상대가 통신 연결 성공점에 도달합니다.”

그 말을 듣고 이미영이 김양식에게 물었다.

“저게 무슨 말이지?”
“장 과장이 이제 잠시 후면 우리를 찾아낸다는 거죠.”
“어떡하지?”
“우리 보고 쾅, 광선 무기로 한 발 갈기면 그냥 끝장일텐데요.”
“한 번 잘 말을 해볼까? 어차피 지금 경찰성에서 전투함들이 오고 있다. 곧 잡힐 거다. 지금까지 사람은 아무도 안 다치게 한 거 같으니 괜히 일 크게 벌이지 말고, 그냥 곱게 있어라. 그러면 우리가 잘 말해 줄게. 차라리 도망을 가든지. 이렇게 말하면 알아 듣지 않을까요?”
“그러다가 괜히 자기가 더 궁지에 몰려 갈 곳이 없어졌다는 생각에 자포자기로 다 박살 내려고 하면 어떡해요.”
“아니면 허풍을 쳐서 겁을 줘 볼까? 이대로 멈추면 자비로운 궁예의 정신으로 다 용서해 주겠지만, 만약 조금이라도 난동을 부리면 궁예 재단의 뛰어난 기술력으로 너를 붙잡아서 아무도 모르는 궁예 재단의 비밀 행성 깊숙한 지하감옥으로 데려 가서 2천년 동안 계속 20세기 후반에 나온 옛날 가수들 뮤직비디오만 보게 할 것이다, 뭐 이런 식으로?”

궁예 재단 사람은 “저희 재단에 그런 지하감옥은 없습니다.”라고 말했지만, 이미영과 김양식은 전혀 신경쓰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 장 과장의 우주선이 나타나는 낌새가 보였다.

“도망칩시다. 도망쳐요. 어서요. 선생님들께서 타고 오신 우주선으로 피하는 게 상책입니다.”

궁예 재단 사람은 그 자리를 피하자고 졸랐다. 그러나 미영과 양식은 어차피 우주선으로 가도 빠져 나가기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머뭇거렸다.

곧이어 장 과장의 우주선이 모습을 드러냈다.

“피해야 됩니다!”

그렇지만 어디로? 나는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다들 겁만 먹고 어정쩡한 모습으로 있는데, 화면에 장 과장이 나타났다.

“장 과장이 통신을 보내옵니다.”

그리고 화면에는 주말에 상사에게 끌려 강제로 산행을 갔다 온 뒤 월요일 아침에 참 재미있었다고 말하는 표정에 참 어울릴 만한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정도의 사람 한 명이 등장했다.

“자꾸 그러지 말고, 이제 돌려 주세요.”

흥분해 있었지만 목소리 자체는 “상무님, 다음 번에는 태백산 쪽으로 한 번 또 가시죠.”라고 말 할 때에 잘 어울릴 법 했다. 그러나 이미영은 목소리보다는 내용을 이상하게 여겼다.

“돌려 주기는 뭘 돌려 달라는 거지요?”
“거기, 궁예 재단에서 제가 찾은 거 빼앗아 갔잖아요.”
“무슨 말씀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런 다툼이면 말로 하시고, 만약에 말로 잘 안 되시면 소송을 거셔서 법으로 해결 하셔야 할 문제 아닙니까? 갑자기 광선 무기로 공격을 하시면 어쩌자는 겁니까?”

김양식도 끼어들었다. 장 과장이 다시 말했다.

“아니, 제가 처음부터 그랬냐고요. 먼저 험하게 덤빈 거는 궁예 재단 쪽에서 정말 위험하게 나왔잖아요. 초전도행성에서 저 패대기 치고 물건 빼앗아 갔을 때, 정말 저 죽을 뻔 했거든요?”

궁예 재단 사람은 그때껏 광선포 한 발에 외계 행성의 잿가루로 변해 버릴 거라고 덜덜 떨고 있었다. 그러나 장 과장의 설명이 그 대목에 이르자, 갑자기 확 억울해 하는 표정이 되었다. 그 억울함의 감정은 곧 공포마저 능가한 것 같았다. 궁예 재단 사람이 화면에 달린 카메라 쪽으로 나서면서 말했다.

“무슨 말씀이세요? 애초에 초전도행성에서 물건을 먼저 발견한 것은 저희들이죠. 선생님께서는 한 발 늦으셨던거고요.”
“야, 이 사람들 환장하겠네. 어떻게 궁예 재단이 물건을 먼저 발견했다는 거예요. 제가 애초에 초전도행성에 먼저 도착을 했는데.”
“장 과장님이 초전도행성에 먼저 도착하셨는지는 모르겠는데, 초전도행성에서 물건을 발견한 것은 저희 쪽이 먼저죠.”
“먼저 발견 했으면, 그러면 사람을 그렇게 차가운 행성에 막 내던져 버려도 돼요?”
“저희가 먼저 발견했던 것은 인정하시는 건가보네요?”
“그렇다고 그런건 아니죠.”

두 사람들의 논쟁은 무의미하게 격해졌다. 한참 그 격한 것이 흥을 더한다고 할 때 즈음, 이미영이 다시 끼어들었다.

“잠깐만요. 그런데, 도대체 무슨 물건을 두고 먼저 발견했다, 저 사람들이 훔쳐갔다, 그때 너무 험하게 대했으니 각오해라, 그러시는 겁니까? 도대체 뭘 두고 그러시는 거예요?”
“16년 뒤의 미래에서 시간여행 온 시간여행자요.”

그 대답을 듣고 이미영은 김양식을 쳐다 보았다. 눈치를 보니, 두 사람도 시간여행자를 찾아 다녔던 것 같다.

“시간여행자요? 장 과장님이 정말 시간여행자를 찾았어요?”
“그렇다니까요.”
“자기들의 시간여행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해서, 주식회사 염라대왕과 궁예 재단이 경쟁적으로 현상금을 걸었던, 미래에서 온 시간여행자를 데려 오면 상금을 드립니다, 그 행사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바로 그런 시간여행자를 찾으셨다는 거예요?”
“예.”

이미영은 그 대답을 듣고 한 숨을 쉬었다. 김양식이 이미영에게 말했다.

“보세요. 이런 일은 우리가 안 나서도 잘 아는 빼꼼이들이 있다고 했잖아요. 얼마나 경쟁이 치열한 데 우리가 도대체 어디 가서 시간여행자를 찾겠어요?”
“그래도 블랙홀 근처에 있는 시간정거장 찾아 내는 것까지는 성공했잖아.”
“그 정도는 운으로 어쩌다 보니 된 거죠. 애초에 우리가 회사를 처음 세운 목적하고도 아무 상관 없는 이런 일에 도대체 왜 손을 대서...”

김양식의 말은 주절거림으로 변했다. 이미영은 그 말을 무시하고 다시 장 과장 쪽을 보며 따졌다.

“도대체 시간여행자를 어디서 찾으셨는대요? 지금 시간여행자가 어디에 있다는 거예요?”

그 말을 듣자 장 과장은 좀 어리둥절해 하는 표정이 되었다. 장 과장은 잠깐 상황을 몰라서 주춤거리다가 뒤늦게 대답했다.

“거기, 거기 있잖아요.”

화면에 보이는 장 과장의 손가락은 바로 나를 가리키고 있었다.


6.
그 옛날 김필기가 주식하다가 망한 후 빚쟁이들로부터 우주선을 타고 도망쳤을 때, 김필기는 자신이 만들었던 미래 주식 가격 예측 프로그램도 함께 갖고 도망치고 있었다. 김필기의 도망 생활이 어려워지던 중 그 프로그램을 담은 컴퓨터는 우주의 저편으로 분실되고 말았는데, 공교롭게도 그 컴퓨터는 초전도 행성으로 흘러들게 되었다.

초전도 행성은 지금도 그렇지만 그 때에도 반도체와 컴퓨터 회로들이 잡초와 나무처럼 무성하게 활발하게 자라날 수 있는 행성이었다. 그곳에 떨어진 주식 가격 예측 프로그램 컴퓨터는 주변의 생태계에 어울리게 되었고 용케 자리 잡았다.

주식하다 망한 사람이 쓰던 하잘 것 없던 프로그램이었을 뿐일 지언정 커다란 반도체 컴퓨터 행성 생태계의 하나로 자리 잡은 그것은 점점 더 성장해 나갈 수 있었다. 특히 얼마 후, 초전도 행성의 컴퓨터들이 872차 음악 축제를 열었을 때와 426차 향토 음식 축제를 성대하게 열었을 때, 그 준비 과정이 어떠한 계기가 되어 그 프로그램은 대단히 뛰어난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후에도 꾸준히 성장하고 더 성장하며 시간이 흐른 끝에, 고작 엉터리 주식 가격 예측 프로그램이었던 것이 실제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발달해 있게 되었다.

장 과장의 설명에 따르면 그 무렵, 주식회사 염라대왕의 시간여행 개발 팀에서는 연구 방향이 미래의 정보만을 과거로 보내는 쪽으로 옮아 간 상태였다고 한다.

“어차피 시간여행자를 과거로 보내는 데에도 정보를 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잖아요. 그러니까 굳이 엄청난 에너지를 들여서 뭔가 물질을 미래에서 과거로 거슬러 보내려고 하는 것은 포기하고 정보만을 미래에서 과거로 보내려고 하는 데에 집중한 거예요.”
“그러니까 어제의 나 자신에게 전화를 걸 수 있는 전화기 같은 것을 만들려고 했다는 겁니까?”
“비슷하죠.”
“정말로 그런 게 가능한가요?”
“거의 근접했죠. 아주 느린 속도지만 옛날 19세기 조선시대 말 사람들이 모스 부호로 전신 보내던 시절 비슷한 느낌으로 과거로 문자메시지를 보낸다거나 하는 것을 할 수 있었어요.”

그러나 궁예 재단 사람은 그 말을 부정했다.

“주식회사 염라대왕의 기술은 절대 그런 수준까지 도달 못했습니다. 사실 정보를 과거로 보내는데 초점을 맞춘 연구 방식은 저희 궁예 재단 쪽에서 먼저 시작한 거죠. 그런 저희도 그 수준에는 도달하기 어려웠는데요.”

상대방이 광선 대포를 겨누고 있는 상황인데에도 고작 그 정도를 따지고 들고 싶었을까? 이미영은 궁예 재단 사람들을 납득할 수 없어 했다. 실제로 양쪽 사이의 대화는 험악해질 뻔도 했다. 그렇지만, 이미영과 김양식이 사이에서 잘 말리려고 든 덕택에 그 다음 이야기가 간신히 이어질 수 있었다.

장 과장이 말했다.

“그런데 과거에서 미래로 정보를 전해 준다는 거랑, 과거에서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한다는 거랑, 사실 결과적으로 보면 똑같은 거거든요.”
“그게 무슨 이야기지요?”
“내일 시점에서 날씨를 겪어 보니까, 비가 왔다고 해봐요. 그래서 과거인 오늘에 연락을 해서 ‘내일 비가 2mm 온다’라고 알려 줬다고 치죠. 그러면 컴퓨터에 ‘내일 비 2mm’라는 결론이 들어 가 있겠죠.”
“그게 지금 시간여행 연구하면서 도전하고 계신 거라고 하신 거고. 어제로 전화를 걸 수 있는 전화기.”
“그런데, 오늘 시점에서 내일 날씨를 예측해 보니까 비가 2mm 올 걸로 아주 확실히 완벽히 예상이 된다고 쳐 보죠. 그래서 컴퓨터에 ‘내일 비 2mm’라고 결론을 입력해 넣어요. 그러면 그것도 같은 내용이 컴퓨터에 들어 가 있는 거예요.”

그 말을 듣고 김양식은 입을 이상한 모양으로 벌렸다.

“그거하고 그거하고 다르지 않아요? 하나는 정보가 정말로 미래에서 과거로 온 거고, 하나는 과거 시점에서 미래를 예측한 것 뿐인데.”
“그런데 어쨌거나 결론적으로 ‘내일 비 2mm’라는 결과가 저장 되어 있는 것은 같죠. 어느 쪽 경로로 왔든지 간에 컴퓨터에 2mm라는 숫자가 나오고 있는 것은 똑같습니다. 미래에서 받아 온 통신이라고 해서 2자가 더 예쁘게 생겼고, 과거에서 예측한 결과라고 해서 2가 더 낡아 보이고 그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결과로 나온 정보는 구분이 되는 게 아니니까.”

그때 다시 궁예 재단 사람들이 끼어들었다.

“그래서 저희 연구팀은 미래를 정말로 완벽하게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이 미래에서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는 것과 사실상 동일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예를 들어서 어떤 로봇을 만든 다음에 그 로봇의 머리 속에 자신이 16년 후의 미래에서 온 로봇이라는 기억을 주입해 주고, 그 기억 속 16년 후의 미래 모습은 완벽하게 예측한 미래의 모습으로 꾸며 넣어 준다면, 이 로봇은 정말로 16년 후의 미래에서 온 로봇과 다를 바 없을 겁니다. 로봇은 16년 후의 미래 모습을 기억 속에 담고 있고 스스로도 자신이 16년 후의 미래에서 시간여행으로 과거에 왔다고 믿고 있을 것이고, 정말 미래에서 온 로봇처럼 행동할 겁니다. 그리고 예측이 완벽하다면, 로봇이 미래에 있을 거라고 하는 일들이 정말로 일어나야할 일들이겠죠. 완벽하게 예측된 미래니까요. 이것이 바로 시간여행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해서, 그 미래를 실제로 살아 온 기억을 갖고 있는 로봇을 만들고 그 로봇을 지금 깨워내면, 그 로봇은 미래에서 현재로 시간여행 온 로봇과 똑같이 행동할 것이고, 실제로 미래에서 현재로 시간여행 온 로봇과 다를 바 없을 겁니다. 이것이 저희 궁예 재단이 찾아낸 모순이 없는 시간여행의 유일한 방법입니다.”

궁예 재단 사람은 말이 끼어들 틈 없이 빠르게 이야기하려 했다. 하지만 장 과장은 기어코 끼어들었다.

“뭔 소리를 하는 거예요. 그런 결론을 내린 것은 저희 주식회사 염라대왕 연구팀이 더 먼저였다니까요. 그리고 그 내용은 이론적으로는 이미 정보예측의 K한계 이론에서 결론으로 나와서 잘 알려져 있는 거예요. 정보예측의 K한계 이론, 다 알잖아요? ‘양자 한계 이상으로 미래의 정보를 예측하는 것이 가능해지면 그것은 시간 여행과 동등하며 광속 이상의 속도를 가정하는 것과 동등하다’ 이런 건 다 알잖아요.”

장 과장의 목소리를 들으며 이미영이 중얼거렸다.

“그런 중에 초전도행성에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있는 컴퓨터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걸 찾아내면 그게 시간여행과 똑 같다고 생각하게 된 거네요.”

장 과장이 이어서 말했다.

“초전도 행성에 미래 예측 수준이 한계 이상인 컴퓨터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걸 붙잡으러 간 것은 저희 주식회사 염라대왕 연구팀이 확실히 먼저 입니다.”
“그런 지 어떤 지는 불확실하지만, 정말로 초전도 행성에서 그 컴퓨터를 붙잡아서 실제로 로봇에 장착시키고 16년 후의 미래를 예상한 뒤에 16년 뒤의 미래에서 온 로봇이라고 생각하도록 기억시킨 것은 확실히 저희 궁예 재단 쪽입니다.”
“그렇지만 그건 가로 챈 거잖아요.”

어째 장 과장의 광선 대포가 점점 달아 오르는 것처럼 보이기에 이미영은 다시 둘을 말리고 싶었다. 그렇지만 궁예 재단 사람들을 말리기에는 이미 흥분의 정도가 예측 한계를 벗어나 있는 듯 보였다.

“가로 챈 게 아니라 저희가 초전도 행성에서 먼저 발견하고 먼저 입수한 겁니다.”
“무슨 소리예요? 그러면 왜 도망갔는데요?”
“광선 무기를 들고 좇아 오니까 위험해서 피한 거죠.”
“초전도 행성에서 위험하게 위협하고 궁예 재단쪽에서 먼저 위험하게 가로챘으니까 저도 가만 있을 수는 없어서 그런 거예요.”
“저희는 어디까지나 방어를 위해서 그렇게 행동한 겁니다.”
“그렇게 당당하시면 M87 은하계 블랙홀에 있는 시간정거장은 왜 자폭시키신 건데요?”

장 과장의 그 말을 듣고 이미영과 김양식은 빠르게 대화를 자기들끼리 주고 받았다. “애초에 그게 자폭시킨 거였어?” “그랬나봐요.” 궁예 재단 사람의 대답은 이어졌다.

“이 우주 전체 모든 생명체의 미래와 저희의 고귀한 이상이 담긴 것일 지도 모르는 소중하고 소중한 시간여행의 증거를 이상한 다른 회사에 빼앗기면 절대 안 되니까 그런 겁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나는 이제 도대체 내가 왜 기억을 잃었는 지 알 수 있었다. 내가 말했다.

“아, 그래서 저를 빼앗길 것 같으시니까 다른 것 보다 제 기억을 제일 먼저 없애신 거군요. 16년 후의 미래를 담고 있으면서 미래에서 과거로 시간여행 온 로봇이라고 믿고 있는 제 기억이야 말로 시간여행의 본체고, 증거고, 시간여행 그 자체니까. 그걸 빼앗기기 싫었을 겁니다! 그래서 다른 모든 자폭 장치를 가동하기 전에 제일 먼저 최우선 순위로 제 기억부터 없애신 거구나. 이제 말이 되네요. 폭발 사고가 났는데 공교롭게 딱 기억 상실만 일어났다는 게 너무 이상했는데, 사실은 일부러 기억을 지우려고 애초에 계획하셨던 거네요.”

그러나 그 말 속에서 무엇인가 즐거움이나 깨달음의 기쁨을 느끼고 있는 사람은 나 한 명 밖에 없는 듯 보였다.

장 과장은 이제 정말로 광선 무기를 예열하고 있었다.

“이제 상황 다 아셨을 줄로 압니다. 거기 이미영 사장님도 이제 돌아 가는 것 아셨으면, 그대로 도망치시든지 아니면 저희 쪽을 도와 주세요. 당장 그 로봇이랑 자료 다 내어 놓지 않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모릅니다.”

궁예 재단 사람은 우리 쪽을 보았다.

“저렇게 사람 한테 대포 겨누면서 협박하는 것이 제대로 된 일로 보입니까? 장 과장 쪽 편을 들면 결국 악당을 돕는 길 밖에 안 됩니다. 경찰성에서 전함들이 오면, 결국 누가 잡혀 가겠습니까? 장 과장도 결국은 후회하게 될 겁니다.”

미영과 양식, 그리고 나는 뭐든 한 마디씩 말하려고 하는 참이었다. 그런데 그 전에 장 과장이 먼저 말했다.

“그렇다고 당신네들 그냥 보고만 있다가 연구한 것 다 훔쳐가게 하면 그러면 어떻게 되는 지 아세요? 그렇게 되면, 나도 망하고, 우리 회사도 결국 다 망할 지도 모르는데? 다, 전부 다 끝장이예요.”

양쪽이 서로 다투며 겨루고 있는 모양이 도무지 어떻게 풀릴 기미가 없어 보였다. 그런데 잠시 생각에 빠져 있는 모습이던, 이미영이 화면 카메라 앞에 나섰다.

“제 생각에 지금 방법은 하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미래에서 온 로봇...”
“미래에서 왔다고 생각하고 있는 로봇이죠.”
“하여튼 미래에서 온 로봇의 기억을 지웠다고는 하지만, 일부러 비상탈출시켰던 것을 보면 그 삭제한 기억을 복구할 수 있는 복구 방법을 갖고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로봇 선생님의 기억을 복구시켜서, 실제로 미래가 어떻게 되는 지 알려 달라고 해 봅시다. 그리고 그 말을 들어 보고 미래를 들어 본 뒤에 판단해 보면 어떻겠습니까? 그걸 들어 보면 우리가 지금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하는 지 훨씬 더 잘 알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로부터 15분 후, 장 과장은 물러섰고, 궁예 재단에서는 경찰성에 별 일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대로 대치하고 있다가, 잠시 후 궁예 재단이 장 과장의 광선 공격에 박살이 나고, 장 과장은 경찰성 기동타격 전함에 파괴될 것이며, 그러면서도 궁예 재단이 몰래 숨겨 놓은 복제본 자료 때문에 궁예 재단이 시간여행 기술에서 더 앞서 가고 있다는 발표를 하는데 성공한다는 내가 말해 준 미래를 양쪽에서 모두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다.


7.
나는 지금 다시 미영과 양식 일행의 우주선을 타고 있는 상태다.

내 기억에 대한 권리를 주식회사 염라대왕과 궁예 재단 둘 중에 어느 쪽에 가는 것이 옳은 지는 재판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그 재판이 끝날 때까지 가니메데 분쟁 정보 보관소에 나는 내 기억을 보관해야 된다는 명령을 받았다. 그 때문에 우리는 태양계의 가니메데 위성으로 가고 있는 길이다.

간만에 고요한 우주를 평화롭게 항해하는 것이 그저 아늑하기만 한 느낌이었다. 그 여유로운 와중에 문득 비서가 나에게 물었다.

“그런데, 로봇 선생님이 알고 계신 미래는 둘이 싸우다 둘 다 박살 나는 미래였잖아요. 사실 처음에 궁예 재단 지도부 쪽에서 목숨 걸고 계속 버티라고 지시했던 것도 그렇게 되면 자기들에게 결국 유리할 것 같아서 그렇게 했던 거였고. 그런데 그게 미래라면 어찌 되었든 결국 둘이 싸우다 둘 다 박살 나야 되는 것 아니에요?”
“제가 미래에서 과거로 온 순간, 이미 과거가 바뀌기 시작하고 그러면 미래도 바뀌게 되겠죠. 그러므로 제가 왔던 미래와는 다른 미래가 펼쳐질 겁니다.”

비서는 그렇구나 하듯이 고개를 끄덕거리는 듯 싶었다. 그러나 곧 다시 궁금한 표정이 되었다.

“잠깐만요. 그런데 로봇 선생님은 정말로 미래에서 몸체가 그대로 오신 게 아니라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능력으로 그에 맞춰서 미래에서 오신 것 같은 기억을 예상해서 꾸며서 갖고 계신 거잖아요.”
“그렇습니다.”
“그런데, 미래에서 오신 사람이 현재에 오게 되면 미래가 바뀌기 때문에 그 미래의 예상대로 되지는 않는다는 거고?”
“그렇습니다.”

비서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다시 말했다.

“그러면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 맞는 이야기인가요?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그게 시간여행과 다를 바 없다는 거는 맞는 이야기인가요?”

나는 그 문제에 기대하는 바 대로 대답하지는 못했다. 16년 후의 미래에서 제조된 것으로 되어 있는 나의 기억에 따르면 내 나이는 -16세인 셈인데, -16년 평생을 사는 동안에도 쉽게 풀어 대답할 정도로 결론을 내리지는 못한 문제였다. 대신에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렇지만 앞뒤 아귀는 들어 맞지 않습니까?”

비서는 무엇인가 나에게 더 물어 보려고 했다.

이 정도면 긴 우주여행 시간 동안 지루함을 달래 줄 이야기 거리는 되어 줄 듯 싶다.

- 2019년, 역삼동에서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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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파리 19.04.30 22:37 댓글

    예전에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넥스트>라는 영화에서 주인공은 모든 경우의 수를 예측하는 능력을 가졌는데, 영화 마지막엔 이 현재에서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미래에서 과거로 돌아온 것과 동일한 능력으로 묘사되었던 기억이 나네요.

  • 해파리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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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곽재식 19.05.01 19:48 댓글

    못 본 영화인데 말씀들으니 확 호기심이 생깁니다. 한번 봐야겠습니다.

  • 너울 19.05.01 00:59 댓글

    100년 후 과학철학 교과서에는 양식과 미영 시리즈가 수천 수만 번 인용될 겁니다.

  • 너울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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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곽재식 19.05.01 19:49 댓글

    매번 감사한 덧글에 감사 말씀드립니다!! 너울님도 언제나 건필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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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훈 19.05.07 21:57 댓글

    따라서 진정한 미래예지 능력이란 미래를 알아도 바꾸려고도, 발설하지도 않을 사람에게만 생기는 것이든지, 능력을 가지게 되면 그럴 사람으로 변하게 된다든지 둘 중 하나인 것이라고 누가 그러더라구요.

  • 이지훈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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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곽재식 19.05.08 09:34 댓글

    로또에 당첨될 미래를 미리 알게 되었는데, 그러면 속으로 기뻐하게 되겠지요. 기뻐하게 되면 기뻐하지 않았을 때와 달리 뇌세포의 움직임도 달라질 것이고 호르몬도 많이 나오게 될 것이고, 그러면 그에 따라 호르몬을 만들어내는 장기와 영양분을 필요로 하는 상태도 달라질 것이고, 결국 입맛이나 먹고 싶어하는 것도 달라질 것이고, 결국 자기도 모르지만 무심코 뭔가 다른 행동을 하게 되겠지요. 즉 감정이나 지식이 바뀌는 것만으로도 뇌 속의 화학물질은 바뀌고 결국 세상에 조금이라도 다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게 아니라 미래를 알게 되었지만 그 알게 되었다는 것이 뇌 속을 전혀 바꾸지도 않고 그 알게 된 사람의 뇌에 아무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면, 그것을 두고 뭔가를 알게된 상태라고 할 수 있을까요?

  • 곽재식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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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훈 19.05.17 19:19 댓글

    기본적으로 완전한 결정론적 해석을 받아들인 가정이니까 달라졌다는 거 자체가 아닌 거죠. 태초부터 그 사람이 로또를 맞을 미래를 예지해서 기뻐할 게 결정된 상태였다는 그런..

     

    마치 진짜 한 시간 뒤 미래를 볼 수 있다고 해도 그 본 한 시간 뒤 자신의 행동을 1mm단위로 똑같이 따라할 수 있겠느냐? 똑같이 따라할려고 하다가 오히려 실수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애초에 그 한 시간 뒤의 행동 자체가 똑같이 할려고 적당히 어버버거린 동작이라 결과적으로 정말로 원자 하나 단위로 똑같게 된다는 식으로 대답하는 것처럼요.

     

    극단적인 환원주의가 유행 다 지나간지 오래라는 말을 듣긴 했는데 왜 유행이 지나간 건지 제가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설명해준 사람은 없어서 뭐 그럴 수도 있지 않겠냐 싶습니다. 일단 당장 떠오르는 논리적 모순은 없어보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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