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니가 보고 싶어
정세랑, 난다, 2011년 11월
한별 (newshbx2@gmail.com)
간절한 농담이 되고 싶다고 했다. 말과 말 사이에 자연스럽게 끼어들어 웃음을 부르는 그런 농담이. 농담이라고는 하지만 대화중에 자연스럽게 언급될 정도로 편하게, 또 인상적으로 남고 싶다는 말이니까 이건 보통 포부가 아니다.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p 말고, f로 시작하는 포부. 많은 작가의 희망사항은 자기 이야기가 널리 읽히고 또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 수단으로 농담이 되는 것을 택한 것은 평소 작가의 생각이 그대로 드러나는 모습이 아닐까 한다.
이런저런 책을 읽다 보면 작가가 하고 싶은 말과 작품 내 캐릭터가 하는 말이 그대로 일치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작가가 강하게 투영되어 있다'고 표현하는데, 내가 말하고 싶은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작가와 캐릭터가 입을 모았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작가와 캐릭터가 입을 모으면 이야기가 엄청난 탄력을 받아 진행되는데, 가끔 내가 작가한테 직접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는 한다. [덧니가 보고 싶어]는 그런 경우다. 앞서 말한 저 대화 중간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소설적) 농담도 작품 내에 그대로 나오고, 작품 중간중간 중요하게 나오는 단편들도 상당히 정세랑스럽다(!). 심지어 주인공 재화는 장르문학 소설가다. 자전적 소설은 아니라고는 해도 “오타쿠들의 여왕이 되고 싶었다”라는 대사가 의미심장하게 들리는 이유다.
‘덧니’란 무엇일까? 일단 덧니는 치열에 들지 못해 치열 밖으로 삐져나온 이를 말한다. 이걸 조금 악의를 가지고 정리하자면 ‘규격에 들지 못/안하고 규격 밖으로 (밀려)나온 존재’가 된다. 순식간에 반항적인 이미지가 더해졌는데, “다행이다, 덧니는 멀쩡해서”라는 대사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덧니는 포인트가 될 수 있다. 규격에 맞지 않아서 포인트가 되는 건지 포인트가 되기 때문에 규격에 맞지 않아도 되는 건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기도록 하겠다. 나는 이 덧니가 정세랑의 글이고 작품이고 세계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거다! 하고 단정해버리기에는 그 면모가 너무 다양하고 이건 아니다! 라고 제단하기에는 공통분모가 꽤 있는, 그런 독특한 면이 매력인 덧니. 이렇게 말하고 보니 덧니 오타쿠가 된 것 같은데, 이런 덧니라면 앞으로도 계속 보고 싶다. 정세랑의 글은 (표지에 보이는 것처럼) 엉뚱한 맛이 일품인 덧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