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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아틀라스

데이비드 미첼, 송은주 옮김, 문학동네, 2010년 11월

pena (pena12@gmail.com)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작가 데이빗 미첼의 작품으로, 문학동네에서 2010년에 출간되었지만, 동명의 영화로 세계에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워쇼스키 남매와 톰 티크베어의 공동연출에 한국이 배경으로 등장하며 배두나가 주요 배역으로 캐스팅되는 등 화제거리가 풍부한 영화였고, 좋지 않은 평도 많았지만 어쨌든 전과 달리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제목이 되었다.
 사실 영화화되기 전에 읽어본 나로서는 도저히 이 작품을 영화화한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텍스트만을 위한 작품이었다. 세 사람이 공동 작업을 하기 위해 일부러 택한 작품으로, 여섯 개의 이야기가 하나의 퍼즐처럼, 같은 말로 다시 두는 체스 여섯 판처럼 변용되는 반전이 일품인 영화는 원작에서 가장 관통하는 줄기 하나를 가져와 각색한 것일 뿐이다.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소설이되 인간이 이제껏 행해온 모든 기록과 전달의 방법이 등장하는 복합적인 글이다.


수수께끼 같은 릴레이 소설

 일단 클라우드 아틀라스가 여섯 개의 이야기이지만 목차를 보았을 때 여섯 개의 이야기가 일렬로 늘어서 있지 않음을 주목해야 한다.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애덤 어윙의 태평양 일지
 제델헴에서 온 편지
 반감기 - 첫번째 루이자 레이 미스터리
 티머시 캐번디시의 치 떨리는 시련
 슬로샤 나루터와 모든 일이 지나간 후
 손미~451의 오리즌
 티머시 캐번디시의 치 떨리는 시련
 반감기-첫번째 루이자 레이 미스터리
 제델헴에서 온 편지
 애덤 어윙의 태평양 일지

 가장 미래의 이야기이자 영화에서는 전체 이야기를 감싸는 나레이션과 틀로써 사용한 「슬로샤 나루터와 모든 일이 지나간 후」가 맨 끝이 아니라 중앙에 있으며, 이 편을 중심으로 똑같은 제목이 데칼코마니처럼 늘어서 있다. 이것은 이 작품의 독특한 구성에 기인한다.

 첫 번째 편에서 애덤 어윙은 18세기에 배를 타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순진해빠진 청년이다. 사랑하는 약혼녀와 완고한 인종차별주의자인 장인어른이 세상의 전부였던 어윙의 앞에 어느 날 밀수한 원주민이 도움을 청해오고, 어윙은 큰 갈등에 빠진다. 그리고 어윙은 그를 돕기로 결정하지만 지병과 험악한 선원들로 인해

 이런 식으로 갑자기 뚝 끊기고 두 번째 이야기가 시작된다.

 제델헴에서 온 편지라는 제목답게 두 번째 이야기는 한결같이 편지로만 이루어져 있다. 독자는 이 편지를 쓴 이가 로버트 프로비셔라는 젊은 작곡가이며, 아버지를 거역해서 도망치는 와중에 친구인 루퍼스 식스스미스에게 이 편지를 쓰고 있다는 것, 이 냉소적이고 삐뚤어진 작곡가가 왕년에는 대작곡가였지만 지금은 투병 중인 에어스를 찾아왔으며 질투와 애증의 관계가 시작되었다는 것 등을 오로지 그의 서술로만 알 수 있다. 그 와중에 프로비셔가 에어스의 저택 객실에서 반만 남은 애덤 어윙의 태평양 일지 묶음을 발견하여 읽고 나머지 반을 찾아 헤매며 식스스미스에게도 이에 대해 알면 연락해달라고 도움을 청한다.

 다시 이야기는 전혀 징후 없이 끊기고 세 번째 이야기가 시작된다.

 루이자 레이는 기자정신이 투철했던 아버지의 정신을 이어받아 진정한 저널리즘을 실천하고 싶으나 현실은 싸구려 신문 기자이다. 어느 날 우연한 기회로 루퍼스 식스스미스라는 노과학자를 만나고,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관한 취재를 하고 있다는 점과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 몸에 돋은 혜성 모양의 사마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식스스미스는 레이에게 무언가를 알려주기 위해 다시 연락을 하지만 살해당하고 만다. 이후로 루이자 레이 또한 목숨의 위협에 시달리며 식스스미스가 전하려던 것을 취재하러 다니는데, 그 과정에서 제델헴에서 온 편지 한 뭉치를 발견한다.

 이야기가 파국으로 끝나는가 싶고 네 번째 이야기가 시작된다.

 자비 출판사를 운영하는 티모시 캐번디시는 저자가 사고를 치는 바람에 돈방석에 앉았다. 그러나 사고를 친 저자답게 친지를 이용해 협박을 해오는 바람에 몸을 숨길 곳을 찾는다.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던 형이 어쩐 일로 숨을 곳을 마련해주어, 짜증나는 기차 여행을 하는 와중에 출판사로 온 원고 루이자 레이 반감기를 읽는다. 시골 구석 호텔인 줄 알고 들어갔던 곳의 정체를 알게 된 티모시 캐번디시는 절규한다.

 다섯 번째 이야기가 다시 징후 없이 시작한다.

 죄인을 앞에 두고 인터뷰가 시작된다. 심문관은 그저 그대가 아는 대로 말하길 바란다면서 질문을 해나가고, 질문에 대한 답을 통해 죄인이 손미 451이라는 이름이 붙은 복제인간이라는 것, 음식점에서 다른 복제인간들과 함께 일하고 있었다는 것, 그중에 복제인간에게 금지된 지식을 가진 동료에게 책이란 것을 전파받았고 동료는 탈출 시도를 하다가 죽었다는 것 등이 차례로 밝혀진다. 손미 451은 임혜주라는 순혈인간에게 이끌려 음식점을 나서 대학 연구자료로 쓰이게 되고, 그곳에서 티모시 캐번디시의 치 떨리는 시련이라는 영화를 보던 도중 습격을 받고

 이야기가 끊어지고 여섯 번째 이야기로 넘어간다.

 자크리는 자신이 살려고 올드 조의 말을 듣고 숨는 바람에 매형을 죽게 내버려두고 그 죄책감에 시달린다. 모두가 멸망하고 남은 세상에서 한쪽은 식인종 코나족이 활개를 치고 자크리의 부족은 농사를 짓거나 양을 치며 평화롭게 살아가려고 한다. 어느 날 대전쟁 이후의 세계에서 유일하게 문명을 유지한 자들이 정기적으로 들러서 여느 때와 달리 사람을 마을에 머물도록 놓고 간다. 메로님이라는 여인은 자크리네 집에 머물게 되는데 자크리는 그녀에 대한 의심을 떨치질 못한다. 와중에 기묘한 꿈을 꾸고 대수녀에게 찾아가는데, 여기에서 이들이 믿는 신이 ‘손미’임이 드러나며, 나중에는 메로님의 짐에서 자크리가 손미의 인터뷰를 보게 된다. 메로님은 자크리에게 마우나산 꼭대기로 안내해주길 부탁하며 이 여정에서 자크리는 자신의 꿈을 현실로 목격하게 된다.
 여정이 끝난 후 자크리는 후손들에게 손미의 인터뷰를 다시 보여주기 위해 영상을 튼다.

 그리고 손미의 이야기가 다시 이어지며, 손미는 마지막으로 자신이 보다가 난입당하여 끝을 보지 못했던 영화 티모시 캐번디시의 시련을 보고 싶다고 부탁하여 그 영화를 튼다.

 그리고 티모시 캐번디시의 이야기가 다시 이어지고, 모든 일이 끝나고 난 후 루이자 레이의 이야기를 담은 원고를 다시 펼친다.

 그리고 루이자 레이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모든 일이 끝나고 난 후 루퍼스 식스스미스의 손녀에게서 편지의 나머지를 받아 읽어내려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로버트 프로비셔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마지막으로 루퍼스에게 그 일지의 나머지 반쪽을 보낸다.

 그리고 애덤 어윙의 이야기가 다시 이어지며, 이 모든 이야기의 시작으로 클라우드 아틀라스라는 소설 전체가 끝난다.

 그러므로 이 소설은 마지막 장까지 다 읽고 나서야 모든 의미를 맞출 수 있는 퍼즐과도 같은 소설이며 이런 점에서, 또한 형식적으로 독자에게 도전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밀로라드 파비치의 카자르 사전과 비견될 만한 작품이다.



인간이 남기고 전할 수 있는 모든 기록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한 인간이 허구로 만들어낸 이야기이므로 소설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 글 안에 포함된 글이나 기록의 형식은 매우 다양하다.
 일단 애덤 어윙의 태평양 일지와 제델헴에서 온 편지는 제목 그대로 일지와 편지이며 루이자 레이 반감기는 미스테리를 추적하는 르포이다. 티모시 캐번디시의 치 떨리는 시련은 회고록 형식을 띠고 있으며 내용상 블랙코미디와 풍자의 성격이 강하다. 손미의 인터뷰는 단둘이 이야기를 주고받는 대담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복제인간과 통제사회가 등장하는 디스토피아 분위기이고, 슬로샤 나루터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와 하와이 전통부족의 분위기 속에서 나약한 겁쟁이 소년이 어른이 되어가는 성장물을 보여준다.
 이 글들은 모두 후세에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기록인 동시에 어떻게든 왜곡을 거쳐서 살아남은 후 본래의 의미와는 다른 의미를 전하게 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프로비셔는 애덤 어윙의 바보 같음을 한번에 간파하고 비웃으며, 티모시 캐번디시의 시련은 좀 더 멋진 것으로 포장되고, 손미는 대전쟁 이후 신앙의 대상이 된다든지 하면서 본래의 형태를 잃는다. 그러나 그들이 기록을 남긴 이유는 또 본질적으로 훼손되지 않고 전해진다는 점이 이 작품의 주제를 나타낸다. 형태는 바뀌더라도 구름은 구름인 것처럼, 구름의 지도책이 있었으면 한다는 말처럼. 이러한 주제는 각 장마다 다른 장을 암시하는 요소를 넣음으로써 모든 이야기에 같은 요소가 포함되는 식으로도 구현된다. (영화에서는 같은 배우를 계속해서 모든 에피소드에서 내보냄으로써 이것을 더 극명하게 구현하기도 했다.)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첫 번째 이야기인 애덤 어윙의 태평양 일지가 재미 면에서 문턱이 굉장히 높아서 끝까지 읽을 수 있을지 의심이 가는 소설이지만, 뒤를 잇고 잇고 이으며 모든 이야기를 다 관통했을 때, 또한 그것을 아는 상태에서 다시 읽었을 때 두 번 세 번 다시 감탄하게 만드는 좋은 이야기이다. 모든 이야기가 비슷비슷하게 느껴질 때 한 번쯤 도전해볼 만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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