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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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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더스, 앤 불린의 몰락

힐러리 멘텔, 북플라자

번역판 제목은 좀 잘못 붙인 것 같다. 헨리 8세나 앤 불린이 아닌 크롬웰이 중심이니까(전작 『울프 홀』에 이어서). 어쨌든 권모술수 이야기임에도 거부감이 크지 않은 건 아무래도 그들의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온 듯 등장인물들에 생생한 숨결을 불어넣는 작가의 능력 덕분일 것이다. 장기판의 말이 아니라 동정/공감하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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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건의 살인에 대한 간략한 역사

말런 제임스, 문학동네

자메이카의 낯선 언어와 문화와 역사를 뛰어넘더라도, 야만적인 폭력을 견디더라도, 끓어 넘치다 못해 폭발하는 생명력에는 압도당하고 만다. (이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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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사이코

브렛 이스턴 앨리스, 황금가지

첫 상권을 읽을 때 왜 이 소설이 필독서로 권장 된지 잘 몰랐다. 그런데 하권으로 넘어갈 때 이 소설의 공격성에 감염됐다는 걸 느꼈다. 분명히 희생자에게 연민을 느낄 순간이 왔음에도 무감각했다. 스토리텔링 테크닉으로 연민을 느낄 시동과정을 거쳤음에도…. 주인공을 설명할 수 있는 건 이성적 광기이다. 광신도, 덕후, 마니아들이 품을 법한 이성적 광기는 내부에서 완벽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좋아하는 분야의) 극단적이고 열광적인 외침은 외부 사람들에게 잘 닿지 않고 공감을 일으키기 힘들다. 이성적 광기가 외부로 도출되는 주된 방식…. 뜬금없이/열정적인 산만한 말투/대화도 공감 단락에 한몫한다. 이 소설은 부티 나는 배경과 향락적인 시대상이 주목받았다. 대개 향락에 중독돼 무감각한 주변인들의 인식에서 소설의 핵심을 찾지만 캐릭터도 잘 잡았다. 이성적 광기가 보통 사람들과 단락되어 있기에 외부에게 아무리 자신을 말해도 닿지 않는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불쾌한 기분이 든다는데…. 아무래도 주인공에게만 완벽한 이유를 가진 공격성 때문에 인간성이 침해받고… 부티 나는 생활상에 거부감이 든다고 한다. 참고로 이미 부티 걸출한 한국소설 『압구정 다이어리』를 읽었기 때문에 부티 묘사가 그다지 생생하다고 느끼지 못했다. 책을 보면서 진정한 부티를 느끼고 싶다면 압구정 다이어리를 꼭 읽기를…. (유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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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구스투스

존 윌리엄스, 구픽

저번에 리뷰한 『스토너』는 작가들이 꿈꾸는 신데렐라 스토리, 사후 승격을 이룬 작품이다. 이 작품은 작가 생전에 영광을 주었다. 천착하는 주제가 있듯이 저번 『스토너』처럼 구성이 초반 개인, 사회에서 가족/딸로 넘어간다. 너무 많은 배역을 연기해서 자기 자신을 잃어버렸다는 문장이 공감 간다. (유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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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탈기어 솔리드 건즈 오브 더 패트리어트

이토 케이카쿠, 영상출판미디어

게임을 노벨라이즈한 작품 중에서 가장 우수했다. 글의 첫 문장부터 힘 있고 강렬하게 나간다. 소설을 읽으면서 심장이 두근거리기는 오랜만이었다. 소설은 생명을 말하고 있다. 작가는 소설이 출판된 다음해에 사망했다. 소설 집필 당시 병환이었다. 《배가본드》의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대담집 『만화가 시작된다』에서 캐릭터가 죽기 전 생을 염원하는 행동을 하면 사람들 마음속에서 잊히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가 무슨 심정으로 소설을 썼는지 숙연해진다. 이 소설에는 역대 메탈기어 시리즈와 외전을 포함한 모든 이야기가 한 권에 요약돼 있다. 서브컬처계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메탈기어에 대해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읽어볼 만 하다. 게임 자체가 과도한 설정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일반 독자라면 반전이 억지 설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특이한 점이 독서 중간에 인터넷을 통해 캐릭터 비주얼과 정보를 얻어야 하는 불편함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특이한 독서 체험으로 즐거웠다. (유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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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인간

무라타 사야카, 살림

아마 경계성 지능장애가 여주인공을 설명할 길이 될지도 모르겠다. 사회현상/사건이 주인공에게 영향을 끼쳐 그에 맞게 변질된 인간상은 과거 순문학의 클리셰이며 진부한 감이 있다. 빈대 붙는 남자 주인공이 재미있는데… 흡사 우파 유머 사이트 회원들의 사상과 비슷했다. (유이립)

논픽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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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블 이야기

헬렌 맥도널드, 판미동

조마조마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는 죽음과의, 삶과의 화해. (이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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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년 – 현대의 탄생, 1945년의 세계사

이안 부루마, 글항아리

혼란스러웠던 시대만큼이나 혼란스러운 역사를 상당히 깔끔하게 정리한다. ‘그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로 느껴져 좋다. (이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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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계의 철학 – 측정 그리고 과학의 진보

장하석, 동아시아

생각보다 재밌다. 과학이라는 근본적 개념을 더 깊게(그리고 더 쉽게) 이해하고 싶다면 추천. (이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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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의 시대 – 뇌과학이 밝혀내는 예술과 무의식의 비밀

에릭 캔델, 알에이치코리아

다소 익숙한 방식으로 뇌과학을 설명하는 중·후반부보다는 예술, 심리학, 의학/과학이 영향을 주고받기 시작한 ‘빈 1900’을 중심으로 분석한 전반부가 무척 흥미진진하다. 상당히 폭넓고 꼼꼼하면서도 대중성을 놓치지 않아 괜찮다. (이형진)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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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ena 17.02.19 22:44 댓글

    메탈 기어 게임을 한 권으로 알 수 있다고 하니 끌리네요. 사실 그 게임은 손도 대보지 못하고 구경만 하던 물건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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