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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느질하는 여자
김숨, 문학과 지성사


여성 소설이니 당연히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리뷰에 나와야 한다. 그런데 발음하기도 어려운 서구용어와 복잡한 개념, 의식적 활동이 소설 속 인물들을 구원할 수 있을까? 그것들은 너무 어렵고, 무거워 소설 속 인물들에게 닿지 못한다. 이들은 대부분 문맹이며 치수나 도면조차 그릴 줄 모르는 일자무식들이다. 까막눈인 이들은 시대가 흘러 자신들에게 도움이 될 사회주의/운동권 의식이 왔는데도 재사회화할 줄 모른다. 여자가 생계를 유지하는 팔자 센 직업, 바느질을 계속하며 치열하게 팔자 센 삶과 억압하는 사회에서 버텨나간다. 그래서 절대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끊임없이 매순간 받는다. 마지막에 여성 스스로를 억압하고/받게 만들었던 굴레 바느질로 화해와 용서를 나눈다. 이렇다 저렇다 훈계하는 의식 가득한 단어들은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다만 담담히 보여줄 뿐이다. 고통을 감수하고, 억압 속에서 인내할 수 있는 여성의 삶을. 그리고 그 속에서 다시 부활할 수 있는 강인한 생명력을 담담히 보여준다. 이들이 여성으로써 경제적인 활동과 억압을 감수했다고 남자의 시선으로 칭찬하는 게 아니다.

나는 의식적인 활동의 세태에 대해 불만이 많다. 그토록 휘황찬란한 서구용어와 좀 배워야만 알 수 있는 진입장벽 높게 설정된 각종 지식이 실제 삶과 너무나 거리가 멀다. 만약 쉬웠더라면 소설 속 인물들과 현재 우리 윗세대 고생 많았던 여성들은 많은 도움을 받았을 것이다.

미국에서 예전에 지식인 백인여성 계급만 페미니즘 혜택을 받는다고 반성운동이 일어났는데 우리나라도 좀 더 수월해지기 빈다.

 

이 소설은 다각적으로 볼 수 있는 면모가 많다. 비평이론 마르크스주의 혹은 여성주의, 혹은 장인정신 주제와 시대소설 등 다양한 시각이 얽힐 수 있게 풍성하다. 서구 장르 물들은 한 번에 한 이야기를 하기에 생명력과 재독서확률이 길지 못하다. 이 소설은 생명력이 매우 길 것이다. (유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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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카타 돈코츠 라멘즈
키사키 치아키, 디앤씨미디어


 음식 소설인가, 싶겠지만 아니다.

인구의 3%가 킬러인 도시, 하카타가 배경인 프로페셔널 킬러들의 이야기다.

다양한 킬러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매우 감각적인 소설이다.

아슬아슬한 자들에게서 풍기는 유쾌함.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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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사는 사람들
하야마 요시키, 지식을 만드는 지식


 일본 노동자 문학 혹은 실천문학의 효시.

개인적으로 같은 노동소설 게공선을 좀 더 높이 친다.

누군가의 선동보다 주인공 없는 민중의 궐기가 좋다.

이 소설의 재미있는 점은 그간 한국 노동자 소설 혹은 운동권에서는 마르크스와 계급 투쟁이론을 중시한 바에 비해, 이론이 너무 어렵고 현실적인 도움이 될지 의문을 품는다.

과거 운동권의 활동과 이론은 서구용어와 복잡한 계보로 민중과 거리가 멀었다. 그럼에도 왠지 저걸 외우면 지식인처럼 보이겠다 싶은 매력을 품고 있었다. 그래서 그 피 끓는 청춘들은 지적허영심에 줄줄 외웠지만 실제 노동자 삶을 살아가는 민중에게 너무 어렵고 진입장벽이 높아 닿질 못했다. 복잡하고 너무 거대한 이상주의를 담은 무거운 이론과 실제 민중의 삶은 거리가 멀었지만, 책상 앞에서 지적인 공부/활동을 하는 양반님들은 몰랐다. 그리고 그 피 끓는 청춘들은 현재 젊은 세대의 상관으로 이론을 체험했다는 도덕적 우월감을 가지고 훈계하고 있다.

고전이 좋은 점은 때와 장소가 멀리 있어도 어느 한 시대에 상관없는 장소에서 다시 부활하며 현재를 반영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시대를 여러 각도로 볼 수 있게 사유를 이끈다. (유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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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라이프
앨리스 먼로우, 문학동네


 시와 순문학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객관적인 이미지 묘사 + 해설/해석 + 주제.

이는 신춘문예 시 당선 공식과도 일치한다. 수많은 순문학 소설들은 뭐라 말하기 힘든 신비한 이미지와 장면으로 감히 해석할 수 없게 진행되다가 막바지에 설명 해설/해석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꼭 마지막은 강력한 한방을 노리고 주제를 쓰거나 주제를 환기시키는 문장이었다. 이는 공식/구조의 마지막에 주제를 써서 띄워라 라는 규칙과 일맥상통한다.

일종의 교본이라 불릴 정도로 규칙에서 어긋나지 않는다.

기능적인 면뿐만이 아니라 삶의 접점을 보는 통찰력이 뛰어나다. (유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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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아이, 보이지 않는 국경선 (어둠의 도시들 시리즈)
프랑수아 스퀴덴, 세미콜론


 기울어진 아이에는 메타픽션 기법이 사용된다. 허구와 현실을 오가 의도적인 혼란을 만든다.

작가와 등장인물들은 서로를 만나서 보고, 접촉하고 헤어진다. 그 이후로 절대 잊지 못하고 평생 아름다운 추억을 안고 살아간다. 역시 한 번 겪은 강렬한 환상적 체험을 잊지 못하는 소설 화성의 프린세스에(애드거 라이스 버로스 지음)이런 논지의 해설이 있었다. 현실보다 환상을 꿈꾸고 그곳에 속하기를 원한다면 이미 그곳에 있는 거라고. 그 환상은 힘든 현실보다 환상적이기에 절대 잊을 수 없다. 김연수의 소설 케이케이의 이름을 불러봤어. 도 단 한순간 불타오른 아름다운 추억 때문에 먼 여행을 자처한다.

삶이란 망망대해 같은 고통과 어려움 속에서 단 한번 불타오르는 불꽃같은 환희를 꿈꾸며/잊지 못하고 나아가는 여정이다. (유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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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 종착역
장마르크 로셰트, 세미콜론


 드디어 종착역에 도달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의식하고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는 이 만화는 봉준호 감독에게서 시작되어 원작보다 더 심화된 사회의식을 다룬다. 그리고 작업과정 해설을 보면 정형화된 디스토피아 물을 회피했다고 한다. 오랜 시간 흐른 끝에 제작된 후속작 겸 결말을 다루는 훌륭한 결정이다. 히스레져의 영향으로 그래픽 노블 조커가 만들어졌듯이 이 만화에는 봉준호 감독의 지분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마지막에 열차가 떠나기 전 주인공이 하는 연설에서 강렬하게 드러난다. 만화 원작/전작은 절대 이렇게까지 강렬하게 드러내지 않았다.

  (유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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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부엉이, 에델바이스의 파일럿
로맹 위고, 길찾기


 작은 분량이지만 컷구성과 스토리텔링이 뛰어나 경장편급으로 읽힌다.

그림은 매우 뛰어난 표정과 분위기가 생생하게 전해진다. 글 쓰는 사람들은 그림 이미지를 정확히 못 읽고 피상적으로 지나갈 때가 많다. 이 작품을 통해 그림의 깊이에 대해 배웠다.

기예르모 델 토로의 창작노트에서 대본은 서브에 불과하다고 시각/영상적 이미지(장시간, 고강도 노동을 통해 정교하게 쌓아진 작업물)는 단 한순간에 사람들에게 전달되어, 각인된다고 하는데...정말 그런 체험을 했다. (유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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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애호가들
브레흐트 에번스, 미메시스


예술가의 그 허영심과 자신에게 가하는 압박. 그리고 이기적이어서 주위에게 상처 입히는 못난 마음까지...과정자체에 의미를 담는 마지막 아이러니는 정말 예술 애호가와 예술가들에게 필요하다. 아름다운 그림과 이미지. 그림을 환하게 직접 느낄 수 있다. (유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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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의 집
미쓰다 신조, 북로드


논문자료 찾으려고 도서관에 가서 자료 신청해놓고 기다리는 사이에 잠깐 읽는다는 게 그냥 앉은 자리에서 홀랑 다 읽어버렸다. 괴담 전문 편집자와 작가가 기이한 일들이 일어나는 집들에 관한 무서운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는 형식인데 이렇게 현실과의 경계를 흐리는 방식은 미쓰다 신조의 트레이드 마크인 듯. 일본 괴담 너무 좋아.  (정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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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 호러 작가가 사는 집
미쓰다 신조, 한스미디어


미쓰다 신조의 "집" 시리즈 중 (내가 읽은) 두 번째. 영국식 "정통 고딕호러"를 쓰려고 했던 노력이 엿보인다. 주인공인 호러 작가가 영국식의 새 집에서 겪는 공포체험과 그 작가가 쓰는 작품 속 이야기가 무리 없이 엮이는 구성도 흥미롭다. 미쓰다 신조는 이렇게 현실과의 경계를 흐리는 작품들이 재미있는 것 같다.(정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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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가
미쓰다 신조, 북로드


미쓰다 신조의 "집 시리즈" 세 번째. 주인공인 어린이도 주인공의 가족과 친구들도 읽다 보니 왠지 정이 들었다. 그래서 부디 해피엔딩이기를 바라면서 진짜 열심열심히 읽었다. 미쓰다 신조의 집 시리즈는 세 권 모두 무척 재미있었다. (정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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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피
마에카와 유타카, 창해


멀쩡히 일가족이 사는 집에 들어가서 가족의 일원을 죽이고 그 자리를 차지해서 장시간 살아간다는 것이 현대 사회에서 가능할지 잘 모르겠다. 소설의 기본 소재가 되는 이런 사건은 일본에서 아마 실제로 있었거나 아니면 "실제로 일어났다"고 전해져 내려오는 것 같다. 기본 설정 자체는 흥미롭고 무엇보다 작가의 필력이 뛰어나서 홀랑 몰입한 채로 조마조마해 하면서 읽었다. 그러나 제목이 암시하듯이 뒷맛이 좋지는 않다. (정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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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 잔혹극
루스 렌델, 북스피어


주인공은 문맹이다. 그리고 자신의 문맹을 숨기기 위해서 살인을 저지른다. 작가는 처음부터 범인과 사건 개요를 다 보여주고 시작하는데,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언제 사건이 일어나려나 하고 독자를 조마조마하게 하는 (히치콕 방식의) 정통 서스펜스가 가득하다.루스 렌델은 인간의 뒤틀린 심리를 정확하고도 매혹적으로 묘사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무척 뛰어난 작가다. 한국에는 작품들이 그다지 많이 번역되어 들어오지 않은 것 같아 좀 아쉽다. (정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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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의 기본 개념사
타타르키비츠, 미진사


 철학에는 세 분파가 있다. 진리, 선, 미학.

진리는 사람들이 흔히 철학이라 생각하는 그 영역이고 선은 윤리학에 가깝다. 미학은 예술철학이다....다 읽는데 2달이나 걸렸다. 자 간단하게 말하자면 우리가 예술이라고 아는 개념은 매 시대별로 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조각은 예전에 예술이 아닌 기능술로 여겼다. 르네상스 예술가들은 예술 정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조각은 기능술로 여겼다.

지금 라이트노벨이 대우 받는 위치가 소설/예술 활동보다 기능술에 있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예술 활동이나 최상급 위치에 있었던 건 오로지 시 밖에 없다. 시가 서사와 이미지로 분화되어 소설이 나타났어도 시는 항상 정상의 위치에 있었다.

왜냐하면 시는 예언의 기능도 했기 때문에 신비주의적이고 종교적이었다. 순문학계에서 잘못 받아들여 시=문학으로 받아들여 문부심을 부리는데 전혀 상관없는 영역이다.

한 가지 놀라운 점은 손지상님의 스토리 트레이닝에 나왔던 전이이론과 비슷한 이론이 이미 예전에도 미학에서 논의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과연 창세 이후로 새로운 건 없고 전에도 예술의 작동원리에 대한 의문은 예전부터 있었다. (유이립)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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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로냥 16.08.05 01:08 댓글

    활자 잔혹극 정말 좋죠. 첫문장부터 강렬하게, 뭐가 뚝 떨어지는 그 느낌!

    그리고 저 미쓰다 신조는 이상하게 손이 안 가서 그간 피해 왔는데 이번 호 토막소개를 보니 꼭 봐야 할 것 같습니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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