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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소설 신화의 힘

2004.01.30 22:1801.30

신화의 힘

조지프 캠벨, 빌 모이어스 ,이윤기, 이끌리오, 2002년 7월



hermod (german.banpo.or.kr shiderk@yahoo.co.kr)



어떤 책을 소개하는 글을 쓸 때에는, 가급적 주제가 단일하거나 몇 개의 명확한 주제로 수렴되는 책을 선택하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읽기에 개인적으로 즐거운 책은 이와 반대로, 무언가 흐름은 있지만 편안하게 여러 주제를 건드려가면서 폭넓게 상상력을 자극하는 책입니다. 예를 들면 백과사전, [도덕경], [논어], [도마복음서], 또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와 같은 책들이 그런 것들이지요. 어떤 사람한테 이런 말을 하니까, 자기 생각이 너무 강해서 그런거라고 하지만서도요.

   이번에 소개할 [신화의 힘]이라는 책도 역시 ‘느슨합니다.’ 위에 목차를 적어놓았지만, 척 봐도 루즈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게 참 독서의 재미를 주는게, 이 책을 일독하면서 재미있는 곳을 접어 놓았습니다만, 다 읽은 뒤에 보니 책이 온통 접은 곳으로 가득차 있더군요. 접어 놓은 부분들을 하나씩 살펴보니, 이런 책의 독서를 하다 보면 자신이 갖고 있는 문제의식, 취향이라는 것이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 말을 왜 하는가 하면, 이제부터 말씀드릴 저의 독서 감상문이란, 어디까지나 저의 시각에서 본 것일 뿐, 이 [신화의 책]은 제가 흥미있어 한 내용 이외에도 엄청나게 다양하고 심도 깊은 것들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의 감상문이 여러분의 즐거운 독서에 장애물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저는 이 책의 내용을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한 가지는 현대 도시문명에서 신화와 제의(祭儀)가 차지하는 혹은 차지해야 할 의미에 대한 것이고, 또 다른 한 가지는 유럽문명과 비유럽문명을 비교하면서 그 특성을 파악하고, 유럽문명에 속한 두 저자의 시각에서 특히 크리스트교와 유럽적 자아를 집중적으로 파악한 것이죠.

   캠벨은 현대에 들어와 도시문명에서 전통적인 종교성이 상실되면서 개개인이 겪는 혼란에 큰 관심을 보입니다. 특정한 세계 종교를 믿지 않더라도 인간은 종교성을 띠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종교성은 특정한 제의의 몸짓과 제의를 통해 반복되는(엘리아데가 말하는 순환과 재연) 신화를 통해 충족되고 개개인은 삶의 의미를 찾아간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현대 도시문명은 이러한 종교성을 폐기해버렸습니다. 이러한 와중에서 캠벨은 도시의 아이들이 자기들 나름대로의 통과의례를 만들어 행하지만 이것은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충돌하는 현상에 주목합니다. 이러한 충돌을 사회적 일탈로 보는 대신, 아이들이자신들의 내적 종교성에 따라 행하는 것으로서 파악하는데에, 사회 현상에 대한 캠벨의 열린 시각과 포용성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또한 같은 선상에서 캠벨은 영화가 갖는 신화-제의성에 주목합니다. 집에서 보는 드라마와 달리 영화는 특정한 장소에 모여서 보아야 하며, 영화 보는 행위를 통해 영화에서 주어지는 신화성을 체험한다는 의미에서 캠벨은 현대 사회에서 영화의 의미를 파악합니다만, 동시에 영화와 관련된 사람들이 이러한 신화적 의미에 전혀 무관심한데서 오는 무책임성 등을 들어 이를 불완전한 신화-제의로서 판단하게 됩니다. 캠벨의 이러한 관찰들은 현대 도시문명을 이해하는 데 있어 매우 흥미로운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캠벨은 세계의 신화와, 그 신화가 재연되는 행위인 제의를 폭넓게 검토하면서, 이러한 신화와 제의가 인간 사회에서 갖는 의미를 추구해 나갑니다. 그러는 중에 책의 후반으로 가면서, 비유럽 문명권의 신화와 비교하여 유럽 문명이 창출한 신화의 특성과 그 의미는 무엇인가에 대해 묻기 시작합니다. 그는, 자아와 현실에 대한 유럽 문명의 강한 신뢰에 주목합니다. 이를 위해 부처와 오딧세우스를 비교합니다만, 여기서 깨달음을 얻은 부처는 세상으로부터 떠나가지만, 오딧세우스는 모든 역경을 거쳐 끝내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이러한 이야기를 읽으면, [반지의 제왕]에서 보이는 호비트들의 집요하리만큼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것도 이해가 되지요). 또한, 그리스 문명의 것 외에 유럽 문명을 형성한 또 하나의 원동력인 크리스트교, 그리고 이 두 가지가 만나 이룩한 중세 문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역사와 문학을 넘나들며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로 저의 독서 감상문은 끝이 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통해 얻은 지식과 약간의 통찰력을 정리할 기회를 얻게 되어 즐거웠습니다만, 이 글이 여러분께 약간이라도 흥미를 드렸다면 다행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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