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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

2003.06.26 23:1406.26



fanafic20@lycos.co.kr이번에 소개할 책은 George R.R. Martin 저의 [얼음과 불의 노래](A Song of Ice and Fire)이다.
   현재 1부 [왕좌의 게임](A Game of Thrones)과 2부 [왕들의 전쟁](A Clash of Kings)이 은행나무에서 번역되어 출간되어 있다. 환타지 장르라고 분류는 되어있지만, 국내의 환타지 작품들과 비교해 볼 땐 전혀 환타지스럽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 저기 만연하는 마법사들과 드래곤들, 용사들이 나오는 기존 환타지와는 다른 분위기이다. 드래곤이 나오는 것만 제외하면 말이다. 환타지냐 아니냐의 문제를 던져두고라도 대하 역사 소설의 느낌을 팍팍 주는 이 얼음과 불의 노래는 방대한 설정,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만으로도 충분히 그 매력을 발하는 소설이다.
  [얼음과 불의 노래]는 나오는 인물들도 엄청나게 많을뿐더러 중세 유럽과 흡사한 배경 설정, 그리고 여기저기서 펼쳐지는 음모들로 인해 한 편의 대서사시를 읽는 느낌을 준다.
   챕터도 각 인물들을 중심으로 각각 따로 펼쳐지기 때문에 내용 전개가 그렇게 빠른 편은 아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전혀 예측을 할 수 없고, 계속해서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므로 뒷 얘기를 읽을 때마다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1부는 제목 그대로 왕좌를 두고 음모가 펼쳐지는 내용이다.

   10년 동안 계속되던 여름이 끝나고 겨울이 시작되면서 세븐킹덤에 암흑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하고, 북부의 통치자이자 윈터펠의 영주인 에다드 스타크가  혼이 없는 아더들에 의해 일어난 사건에 휘말린 한 남자를 체포하게 되고, 우연히 주운 늑대들을 자식들에게 한 마리씩 붙여주었다.
   그 뒤 어릴 적부터 친한 친구인 세븐 킹덤의 왕 로버트 바라테온으로부터 핸드자리의 제안을 받고, 그날 저녁 아내 캐틀린의 동생이자 전 핸드의 부인이었던 리사로부터 전임 핸드는 왕비의 음모로 독살되었다는 밀서를 전해받는다.
   로버트 왕과 왕비 세르세이가 윈터펠을 방문하면서 불길한 징조들이 나타나고, 에다드의 작은 아들은 추락사 당해 사경을 헤메게 된다.
   결국 아내와 아픈 아들 브랜, 큰 아들 롭을 남겨두고 킹스랜드로 떠나고 전임 핸드 존 아린의 죽음을 파헤치던 에다드는 조프리 왕자가 로버트 왕의 아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내지만, 그 사실을 밝히기도 전에 로버트왕은 의문의 죽음을 맞게된다.
   존 아린의 죽음, 아들 브랜의 사고, 로버트 왕의 죽음.. 이 모든 것을 왕비와 왕비의 쌍둥이오빠 자이메의 음모임을 확신한 에다드는 새로운 왕으로 로버트 왕의 동생 스타니스 바라테온을 왕으로 세우려 하지만, 그의 계획은 사전에 발각되어 물거품이 되고 에다드는 반역자로 몰려서 처형된다.
   에다드의 아들 롭이 북부의 왕을 차지하고 로버트 왕의 두 동생이 조프리 왕자의 왕권 계승에 정당성을 부정하며 각각 왕이라 자처하면서 세븐 킹덤은 다시 대혼란에 휩싸이기 시작한다.
   이야기의 흐름은 에다드 스타크의 자식들과 로버트 왕 이전의 세븐킹덤을 지배했던 왕조의 후손 대너리스, 그리고 왕비 세르세이와 자이메, 겉모습은 곱추이지만 뛰어난 모략가이자 책략가인 티리온을 중심으로 세 갈래로 나뉘어 진다.

   2부에선 본격적인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이야기가 나온다. 각각 왕이라 칭하는 인물들과의 전투, 그리고 에다드가 죽고 나서 살아남기 위해 에다드의 자식들이 각자 대처하는 방법들, 그리고 점점 더 혼란스러워 지는 세븐 킹덤을 보는 것은 진짜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다.

   작가가 인물들에게 부여하는 개성과 능력은 참으로 공평하다. 모든 방면에 월등히 뛰어난 히어로란 존재하지 않으며 한 가지의 결점과 약점을 안겨준다. 필자가 특히 맘에 들었던 캐릭터는 모략의 중심일지도 모르는 티리온이라는 사람이다. 왕비의 동생이면서, 막대한 가문의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티리온은 등이 굽은 곱추이다. 하지만 머리회전은 누구보다 좋고,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인물로 나온다. 3부에선 암살당할 뻔하지만, 누가 범인인지 왜 죽이려고 하는지에 관한 내용은 읽을 독자들을 위해서 입다물기로 하겠다.
   또한 여성 인물들의 파워가 아주 두드러진다. 에다드의 부인 캐틀린부터, 왕비 세르세이, 딸 아리야, 산사, 데너리스까지. 이 작품 속의 여성들은 장식품이 결코 아니다. 어느 누구보다도 능동적이고 적극적이다. 가만히 앉아서 남편과 자식들을 돌보고 뒤로 물러나 있는 여성상이 아니라 앞에 나서서 남자들보다 더 큰 영향력을 미치는 여성상이라고 생각된다.
   개성적이지만 충분히 있을 법한 캐릭터들이 이끌어 가는 이야기는 한 번 책을 잡으면 절대 놓지 못하게하는 흡입력을 가지고 있다.

  작가 조지 R.R 마틴은 [시간의 수레바퀴](The Wheel of time)시리즈의 로버트 조단(Robert Jordan)과 함께 J.R.R 톨킨 이래 현대 판타지소설을 이끄는 쌍두마차로 평가받고 있는 대가이다. 그의 작품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국내에도 방영된 바 있는 외화 [미녀와 야수]의 작가이기도 하다. 2000년 10월에 발표된 [얼음과 불의 노래] 제3부 [폭풍의 성검](A Storm of Swords)은 아마존닷컴 사전 주문 부수 1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두터운 팬을 확보하고 있기도 하다.

   각 챕터들의 제목의 등장인물들의 이름으로 되어있어 매 챕터마다 다른 인물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동일한 사건을 다른 시각으로 보게끔 하는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어느 독자는 이 책을 삼국지에 비유를 하기도 했는데, 널리 알려져 있는 반지의 제왕과는 전혀 다른 매력을 자아내고 일리아드 같은 고대 서사시를 읽는 기분인데다 여기저기 넘쳐나는 영웅들은 삼국지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현재 작가는 4부 탈고를 끝내고 5부를 집필중이라고 한다. 한국에는 아쉽게도 2부까지밖에 번역이 안 되었는데, 책의 인지도 때문인지 3부는 나올 낌새조차 안보여서 뒤편을 안타깝게 기다리고 있는 필자로선 슬프기만 하다. 결국엔 아마존에서 원본을 구해 낑낑거리면서 읽고 있지만 말이다. 3부의 제목은 [폭풍의 성검]이고, 이야기는 2부 끝을 읽고 예측했던 방향과 전혀 다르게 흘러가고 있어서 매 챕터를 펼칠 때마다 긴장과 두근거림에 기뻐하고 있는 중이다.

   너무나 방대한 내용과 완결되려면 갈 길이 먼 작품의 뛰어난 매력을 소개하기엔 부족한 감이 없잖아 있지만, 사실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하나이다.
   ‘직접 읽어보시라!’ 저 외엔 다른 말이 필요 없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환타지’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장르의 한계를 뛰어넘는 서사적 구성과 유연하지만 몰입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이야기 속으로 푹 빠져보실 분은 반드시 읽어보시길!

   필요 없는 잡담 : 번역본이 원본보다 못한 단 한가지 점은 ‘표지’이다.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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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abbath 03.06.29 10:14 댓글 수정 삭제
    A Storm of Swords = 폭풍의 성검(X) 검들의 폭풍(O)
    번역본이 원본보다 못한 것 중에는 '가격'도 있지요.(돈 때문에 원서를 수입하도록 하다니, 확실히 문제가 있다고나 할까.) 번역도 잘된 번역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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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락 03.07.02 22:25 댓글 수정 삭제
    여러몰 아까운 소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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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nica 03.08.09 08:59 댓글 수정 삭제
    아! 시간의 수레바퀴. 저거 읽었어요. 도서관에서 좋다고 생각해서 빌렸는데..한국말로 제목을 보니 색다르군요. 추천 감사합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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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lvenwhite 04.08.05 11:50 댓글 수정 삭제
    개인적으로 굉장히 불만스러운 번역이었어요. 3부.. 밝혀도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워터가이드에서도 활동하셨던 '어느' 분께서 다음카페에 3부를 완역해 두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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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3.08 09:44 댓글 수정 삭제
    번역본이 원본보다 못한 단 한 가지 점은 바로 '번역'이죠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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