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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마감증후군

2004.07.30 21:3107.30





ltpimento@hanmail.net[마감증후군]은 테일즈(www.tales.pe.kr)의 네 번째 책입니다. [2tp]보다 판형도 작아졌고 더 소설책다워진 점도 눈에 띕니다. 다양한 코너를 마련했던 동인지 형식의 [2tp]도 좋았지만요.
   모든 글에 대해 평을 달고 싶었는데 섣부른 평을 달기 어려운 글도 있었습니다. 다른 글보다 더하거나 덜해서가 아니라 제 역량이 부족한 탓에 몇 가지 작품만을 골라 적었습니다.

   광기(권)는 포우 단편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고전적인 분위기의 공포물이었습니다. 후반부의 대화부분이 전반부의 서술 분위기와 조금 겉돌았습니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돌고 도는 결말이 시작할 때 분위기에 비해 진부해져 아쉬웠습니다.

   거짓사랑의 연인을 위하여...(저니리). 작가가 인물에 거리를 두고 묘사했으면 합니다. 인물의 성격이 작위적이고 상황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인물의 성격이 충분히 드러나는데 그 걸로는 불안한지 부연 설명이 너무 많습니다. 작가가 인물에 대한 감정이입이 지나친 면이 없지 않습니다. 마치 옛날 무성영화시절 변사처럼요. 작가가 매 상황마다 독자가 어떤 느낌을 받으면 되는지 가르쳐줍니다.

   행복한 글(이재훈)은 도피성 문학에 대한 글입니다. 힘들고 팍팍한 현실에 지친 주인공은 현실의 반대 모습을 글로 쓰며 스스로를 위안합니다. 힘든 현실의 모습이 너무 평이한 점이라는 게 아쉽네요. 힘든 현실 후 상상이 반복되는 평범한 구도라면 소재가 구체적이고 더 확실한 모양새를 가졌다면 하는 생각이 들어요. 화려한 음식은 단순한 그릇에, 단순한 음식은 화려한 그릇에 담는 것처럼요. 세수를 하기 전 누구나 본능적으로 숨을 멈추지만 그걸 의식하는 사람은 없죠. 그런 식으로 늘 일상으로 겪고 있는 일이되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구체적인 모습으로 이야기를 끌었다면 더 설득력을 가졌을 것 같아요.

  바람이 일지 않는 가지(스웨이드)는 일종의 퇴마물입니다. 줄거리를 요약하면 작품의 묘미가 떨어지는 걸 감안하고 써보겠습니다. 어린 아이의 영혼을 가져가는 귀자모신으로 인해 태어날 때 어머니를 잃은 시랑이 귀자모신의 퇴마 의뢰를 받고 서울로 옵니다. 귀자모신은 여고생의 아이를 데려가고 시랑은 퇴마를 해냅니다.
   중편에 가까운 긴 이야기인데 이야기의 박진감이 떨어집니다. 이야기 진행에 필요없는 부분은 과감히 잘라내야 합니다. 마녀라는 별명을 가진 학교 선생님, 다른 선생님, 세 친구, 소풍으로 간 롯데월드 부분 등이 너무 길었습니다. 세 친구는 둘로 줄이거나 하나로 줄였어야 합니다. 세 번째 친구 윤정은 의미가 없습니다. 없어도 상관없었습니다. 제선 혼자 반이 다른데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싶습니다. 결국 잠시 등장하는 아무 의미없는 엑스트라만 늘었죠. 자잘한 에피소드가 너무 많아서 이야기가 흐트러졌습니다. 나형과 제선을 한 인물로 그렸어도 괜찮았을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모습을 그린 것은 좋으나 소풍 묘사가 너무 길었고 고교생이 임신과 유산을 하게 된 고통과 상처 부분이 너무 가볍게 지나갔습니다. 옷을 사러 가는 이야기도 사실 꼭 넣을 필요는 없지요. 이야기가 길든 짧든 중요한 건 작은 이야기들이 절정으로 가는데 보탬이 되느냐인데 흐름을 끊어 맥이 빠졌습니다. 전개가 너무 길었고 결말은 그에 비해 짧았습니다.

   흐린...(이스). 10대의 이야기입니다. 청안이라는 소녀가 화한이라는 남자애를 만나고자 하고, 여학교 특유의 소문이 돌고, 아직 혼란스러운 감정이 남은 채 이야기가 끝납니다. 10대의 사랑을 대표해서 보여주고 싶었던 건지, 청안이라는 소녀의 특수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지 애매합니다. 무엇보다 청안이 화한을 이성으로 좋아했던 것처럼 보이질 않습니다. 그보다는 모호한, 어떤 다른 사정이 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화한 역시 왜 다른 여자애들은 거절했는데 청안은 만나러 나온 건지도 확실하지 않고요. 대표해서 이야기를 하고자 했던 거라면 주인공의 이름이 너무 어렵습니다. 인물의 이름 역시 인물의 성격과 분위기에 영향을 미치니까요. 특수한 경우를 이야기하고 싶었던 거라면 두 인물의 심리에 좀 더 집중했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청안과 화한의 이야기는 굉장히 느리게 진행되는 것 같은데 - 두 사람의 감정이 구체적으로 나온 건 이야기의 끝이니까요. - 주변 이야기는 너무 빨리 진행됩니다. 하루 만에 루머가 퍼진다는 식으로요. 열린 결말은 좋지만 이야기가 아직 어수선한 상태에서 마무리된 것 같아요.

   용 잡고 공주 구하는 용사 이야기(와이즈)는 장르의 성격을 충실하게 따라가는 유쾌한 이야기였습니다. 앞부분의 용을 잡고 공주를 구할 경우 남자의 경우 군대 면제라거나 여자는 쇼핑 이용권을 준다거나 하는 작은 부분들이 재미있었습니다. 이야기의 강약을 조절하지 못한 게 아쉽네요. 도입이 너무 길어서 중반부와 반전이 상대적으로 약해졌습니다. 지크가 끝내 처음 보여줬던 모습에서 다른 모습을 보이지 못했네요. 역할이 어정쩡한 인물이 된 것 같아요. 정말로 강한 사람인가라는 의문이 나왔더니만큼 무언가 보여줬다면 좋았을 거 같아요.

   그의 빈자리(쥬빌)는 어린 소녀가 부모님을 잃은 후 대부인 하이프리스트에게 맡겨지기까지입니다. 초반은 진지한데 후반은 너무 가볍고 장난스럽네요. 아이의 행동도 너무 갑작스럽게 변하는 면이 있고요. 하이프리스트와 아버지의 관계가 밝혀지고 아이를 맡게 되면서 이야기가 끝나는데 이야기가 덜 된 상태에서 끝난 것 같습니다. 초반에 나왔던 수녀나 하이프리스트를 만나기 전까지 나온 수녀나 분명 성격이 뚜렷했는데 아무 역할 없이 사라지는 점 등이 그런 느낌을 주는 것 같아요.

   미망~ 언제나 흔한 것들~(에르키나)는 MMORPG를 소재로 한 글입니다. 개인적으로 Ftp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조금 거친 면이 없잖아 있지만(욕설이 거칠다는 의미가 아니고요.) 글이 생동감이 있고 살아있습니다. 후반부가 억지스러운 면이 없는 건 아닌데 이야기를 실감나게 잘 끌어갔습니다. 유일하게 걸리는 게 제목이에요. 제목이 이야기에 아무런 보탬이 안 되고 너무 식상하네요.
   좋은 글이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다른 글도 볼 기회가 오길 바랍니다.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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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銀鳥-_- 04.08.01 02:03 댓글 수정 삭제
    ..제목.. 제목이 정말 붙일게 없어서 '몰라!!!!!!!!!!!!!!' 라고 하고서 붙인거라서. 아하하하. (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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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엉이 04.08.01 02:06 댓글 수정 삭제
    참고로 위의 은조는 에르키나입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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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파 04.08.15 21:45 댓글 수정 삭제
    ...그걸 말하다니 너무한데..... 소개글을 이제야 보는 군요. 수고하셨습니다. 그 글들을 다 읽으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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