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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부기팝은 웃지 않는다

2005.05.28 01:4005.28





druidkwon@empal.com

소설은 재미가 있어야 합니다. 재미가 없다면 아무리 철학적으로 심오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삶에 대한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더라도, 쉽사리 읽히질 않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원에서 나오고 있는 NT노벨들은 진정한 의미에서 소설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재미에 충실하다는 점에서는 소설보다 났다고 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 편협한 독서의 영역은 아직 그런 라이트노벨까지 다가가지는 못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어찌어찌 하다 하나 읽은 게 있었는데, 그것이 지금 이야기하려는 카도노 코우헤이의 [부기팝은 웃지 않는다]입니다.

[부기팝은 웃지 않는다]는 좀 특이한 소설입니다. 학원물이며, 애니메이션 혹은 만화를 소설로 옮겨놓은 듯 하지만 짜임새 있으면서도 독특한 구성과 개성 있는 등장인물들이 살아 숨쉬는 게 느껴지는 소설이지요. 처음 부기팝을 읽었을 때, 뭐 이런 소설이 다 있나 하면서도 순식간에 빠져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배경이 되는 학교에서 여학생들이 하나 둘씩 가출하기 시작합니다. 단지 입시의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도피해버리는 것으로 생각되지만 실상은 다른 곳에 있었죠. 이야기는 중심에서 가장 가까우면서도 멀리 떨어진 인물인 다케다 케이지로부터 시작해, 급격하게 사건의 중심부로 말려들어간 니이토키 케이에게서 끝납니다. 그렇게 사건으로부터 각기 다른 거리와 각도에 있는 5명의 인물들을 적절하게 배치해서 사건을 조망합니다. 한 번에 다 보여주지 않고, 조금씩 보여주다가 단숨에 모든 것을 엮어내는 이런 구성은(그것도 각기 다른 5명의 화자를 통해) 보통의 소설에서 찾아보기 힘든 구성입니다. 자칫 이야기의 긴장감과 밀도를 희박하게 만들기 쉬워 보이지만 [부기팝은 웃지 않는다]는 이런 구성을 통해 이야기를 더 밀도 있고 긴장감 있게 느껴지도록 합니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 봅시다. [부기팝은 웃지 않는다]는 재미에 충실합니다. 그렇지만 그 이상의 것은 없습니다. 흥미진진한 소년, 소녀들의 모험담을 정신없이 듣다 보면 어느새 이야기는 끝이 나있습니다. 그 모험담은 학원물을 기반으로 합니다. 거기에 SF와 판타지가 섞여있고, 손바닥에 땀을 쥐게 하는 액션도 가미되어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요소들을 적절하게 섞어 놓은 작가, 카도노 코우헤이의 역량에 감탄할 따름입니다. 게다가 보통 재미있는 게 아니니 다른 건 좀 눈 감아줘도 괜찮을 것만 같은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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