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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보쿠루들은 키가 약 3cm정도이고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을 만큼 빨리 움직일 수 있다. 말도 빨라서 코로보쿠루의 말 소리는 삐리리릭하는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코로보쿠루들이 아주 천천히 말해야 사람들이 그 말을 알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코로보쿠루의 존재를 알고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사람들은 코로보쿠루에 대한 이야기를 엄지공주나 해리포터 같은 황당무개한 이야기로 치부해버리곤 한다.

나 또한 코로보쿠루들에 대한 이야기가 믿기지 않지만 책에 따르면 그들은 일본의 한 시골마을에 작은 나라를 이루어 살고 있다고 한다. 이야기 속의 코로보쿠루들은 수 백에서 천 명 정도가 모여 나라를 이뤄 살고 있으며 관청과 학교도 있고 심지어 독자적으로 신문도 발행한다. 나름대로 발전시켜온 과학, 의학 기술에 전기도 다룰 줄 알고 기구를 이용해 하늘을 날 줄도 안다. 지금은 코로보쿠루의 과학이 얼마나 발전했을 지 짐작이 잘 가지 않는다.

코로보쿠루의 외양은 인간을 매우 닮아 있다. 그런데 매우 작은 코로보쿠루에게는 인간에게 별 것 아닌 위험이 큰 위험이 되기도 한다. 특히 들쥐나 들고양이, 떼까치가 코로보쿠루들에게는 큰 위험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위험은 그들이 살고 있는 나라를 순식간에 없애버릴 수 있는 인간이다. 코로보쿠루들은 지하에 굴을 파고 그곳에 마을을 이뤄 살고 있는 데 불도저 같은 것으로 밀어버리면 단숨에 없어져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코로보쿠루들을 진기한 동물쯤으로 취급해 몽땅 잡아버릴 수도 있는 게 인간이다. 그래서 코로보쿠루들은 오랜 시간 동안 그 모습을 숨기고 자신들의 아군이 될만한 사람을 찾아왔었다.

그렇게해서 코로보쿠루들이 찾아낸 아군이 키다리씨다. 실은 코로보쿠루에게 코로보쿠루라는 이름을 찾아준 것도 키다리씨다. 이전에는 그저 작은 사람, 혹은 꼬마 도사 라고 불리었다. 키다리씨는 코로보쿠루들이 사는 작은 산을 구입해서 코로보쿠루들이 살 수 있도록 해주었으며 그곳으로 도로가 난다는 계획을 알게 되자 코로보쿠루들에게 그 계획을 알리고 함께 힘을 합쳐 도로가 다른 곳을 돌아가도록 만들었다. 이후 키다리씨는 예전에 코로보쿠루들이 기르던 콩알개를 다시 잡아 기를 수 있도록 되는 데 큰 도움을 주기도 한다. 키다리씨는 코로보쿠루들에게 인간의 과학을 알려줘 전기를 쓸 수 있게 해주고 하늘을 나르는 도구도 만드는 데 도움도 준다. 그리고 키다리씨네 가족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인간 친구를 만들기도 한다. 그렇게 그곳에 코로보쿠루들이 산다.



어렸을 적 나의 세계는 아파트의 좁은 방 안이었다. 도시에서 자라 도시를 벗어나지 못했던 나의 세계는 TV와 비디오에 있었다. 나무라고는 포퓰러, 은행나무, 소나무, 단풍나무, 벗나무로 밖에 구분할 줄 모르고 땅에서 자라는 풀은 모두 잡초로만 알았었다. 나는 문득 내가 어떤 꿈을 가졌었나 떠올려봤다. 빌딩숲으로 둘러쌓인 도시에 길들여졌던 나의 꿈이란 판타지소설이나 만화 같은 꿈들 뿐이었다. 그 꿈 속에서 나는 코로보쿠루를 발견했던가? 나에게는 코로보쿠루들이 왔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어떤 용감한 코로보쿠루가 모습을 보여주고 말을 걸어왔더래도 어렷을 적 나의 세계로는 나는 알아챌 수 없었을 게다. 그래서 이제야 발견한 코로보쿠루 이야기가 소중하게 느껴진다. 잊고있던 가슴 속의 작은 샘을 발견한 것 같다. 그 작은 샘 근처에는 코로보쿠루들이 살까? 지금은 살지 않지만 언제라도 찾아와 쉬어갈 수 있게 잘 가꾸어놓자. 꿈은 대체로 예고없이 찾아오는 법이니까.



※ 사토 사토루의 코로보쿠루 시리즈
[아무도 모르는 작은 나라], 사토 사토루(햇살과나무꾼), 논장
[콩알만한 작은 개], 사토 사토루(햇살과나무꾼), 논장
[별에서 떨어진 작은 사람], 사토 사토루(햇살과나무꾼), 논장
[신비한 눈을 가진 아이], 사토 사토루(햇살과나무꾼), 논장
[꼬마 아가씨 뱀밥뜨기의 모험], 사토 사토루(햇살과나무꾼), 논장

위 다섯 권의 장편소설 말고도 코로보쿠루를 다룬 단편소설들이 여럿 더 있다고 한다. 코로보쿠루 시리즈는 1958년 아무도 모르는 작은 나라를 시작으로 수십 년간 작가의 손에 의해 완성도를 더해가며 1983년 꼬마 아가씨 뱀밥뜨기의 모험으로 끝을 맺는다. 개성있는 등장 인물(혹은 코로보쿠루)들이 잘 조화를 이루고 특히 뒷권으로 가면 갈수록 짜임새를 더해가는 세계가 눈에 띈다. 무엇보다 일본 전래의 소재들을 잘 녹여낸 모습이 부러웠다.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보쿠루 시리즈와 같은 소설이 나와 오랜 세월 동안 사랑받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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