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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기에 앞서
* 연재중인 내용은 완결되는 호에서 다루기로 한다.
* 본문의 중요한 내용이 언급될 수도 있다. 주의를 바란다.

FICTION
디렉의 바다에서 - 제프리 랜디스(지정훈)
첫인상은 혼란스러움이었다. 뒤엉킨 시간은 어지러웠고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물리학 이론은 어려웠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책장을 사이 나도 모르게 천천히 디렉의 바다로 빠져들어갔다.
어느 순간 디렉의 바다에 빠져들었음을 알았을 때 디렉의 바다의 잔인함에 몸을 떨었다. 오래된 앨범을 펼쳐보는 것과 같이 과거의 향수로만 끊임없이 회귀하는 시간여행은 어떤 현실도 바꾸지 못한다. 그저 백일몽처럼 꿈같은 시간만 반복하게 될 뿐이다. 세계를 발칵 뒤집을 발견을 했지만 죽음 앞에서는 무력하다. 짧은 시간이 흐른 뒤 소설 속의 주인공이 극적으로 구출되어 살아나게 될지, 매운 연기에 질식해 죽게 될지는 알 수 없다. 오로지 끊임없이 디렉의 바다에 몸을 던져 찬란했던 순간으로 돌아가는 것만을 반복할 수 있다.
명백하게 예고되어 있는 죽음 앞에서 추억 밖에 할 수 없는 삶의 무력함이 슬펐다.

발없는 둘째 누나 - 박진규
욕망과 집착이 섬뜩하게 다가온 단편이었다. 짧지만 인상이 강하게 남았다.

다이디타운 2부-와이어 - 폴 윌슨(김상훈)
단분자 와이어에 목이 잘리는 사건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늘면서도 정교하고 질긴 와이어는 드레이어의 목을 너무 '잘' 자르고만다. 몸을 이루고 있는 분자들이 미처 잘렸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덕분에 드레이어는 목이 잘리고도 기적적으로 살아난다.
어떻게 하여 목이 잘리는 데 이르게 되었는지 그 경위를 차근차근 밟아가면서 이야기는 진행된다. 철저한 인구통제를 하고 있는 다이디타운에서는 둘째는 존재 조차 할 수 없다. 한동안 쉬다가 다시 탐정 사무소를 연 드레이어에게 둘째로 태어나 길에 버려진 아이의 신상을 추적하는 의뢰가 들어온다. 거금의 금화로 선금을 받은 드레이어는 버려진 아이들의 무리인 업동이단을 찾아 도움을 요청한다. 그리고 곧 추적할 수 있는 단서를 가지고 있는 업동이 BB가 드레이어에게 보내진다. 이 때부터 드레이어는 BB와 함께 행동하게 된다. BB는 납치장면 목격이라는 결정적인 단서와 함께 드레이어의 생활에 깊숙히 들어온다.
탐정 사무소를 다시 열기까지 버튼을 통한 말초적인 자극에 의지해오던 드레이어는 BB와 함께 단서를 추적하고 BB를 보살피면서 조금씩 버튼의 유혹을 이겨낸다. 드레이어는 단서를 찾기위해 예정보다 빨리 버튼 절제를 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버튼을 사용하려는 순간 BB에게 방해받으면서도 BB를 받아들이고 BB에게 많은 것들은 내어준다.
차근차근 단서를 맞추어나가 아이들의 납치에 관한 진실을 밝혀낸 순간 드레이어는 목이 잘린다. 목이 잘린뒤 드레이어는 천천히 회복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까지 BB와 함께 생활하게 된다. 두 사람의 동거가 드레이어에게 더 득일었을지 BB에게 더 득이었을까?
사이버펑크한 배경의 다이디타운에서 벌어지는 하드보일드한 이야기는 치밀하고 잘 짜여져 흥미진진했다. 정신없이 빠져들었던 탓에 목이 뻐근해진다.

내일의 꽃 - 이지문
배도천인에게 천은은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물질이다. 탐사단은 그 천은을 찾아서 수 세대 동안 단절되었던 길을 되집어 바크티에 도착한다. 바크티에 도착한 이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먹지 않아도 되는 삶을 획득한 바크티인들이었다. 바크티인들은 막대한 희생을 감내하며 유전자 조작을 시행하였고 그로 인해 얻어낸 결과에 대해 자긍심을 가지고 있었다. 바크티인들은 완전해 보였고 그들의 사회 또한 완전해 보였다. 하지만 탐사단은 완전해보이는 바크티인들과 바크티인의 사회에서도 무언가 이상이 있음을 깨달는다. 갑작스러운 발작과 함께 죽음에 이르는 '천벌'. 그에 대해서 바크티인들은 모두 쉬쉬하기만 하고 그 누구도 나서려 하지 않았다.
참을 수 없는 식욕을 발산하는 '축제'와 그에 따르는 '천벌'은 바크티사회의 숨겨진 이면이었다. 바크티인들은 자신들이 얻은 성과를 과신했었던 탓인지, 거기까지 이르기에 치른 막대한 희생 때문인지, 더이상의 실험은 필요없다 판단했는지 유전자조작기술을 폐기했다. 이로인해 더 이상의 해결책을 찾을 수 없게 된 바크티인들은 '천벌'에 대해 눈을 감아버렸다. 그리고, 바크티는 정체된 사회가 된다. 숨길 수 없는 치부를 가진 낙원과 같은 곳이 되었다.
탐사단이 충분한 양의 천은을 찾아 돌아가기로 결정했을 때, 탐사단의 의사인 아녜는 바크티에 남는 것을 결정한다. 잃어버린 기술을 되살려 정체된 사회인 바크티를 변화시키려는 아녜의 결정에 대해 탐사단의 단장인 페레르는 비판적인 견해를 숨김없이 드러낸다.
바크티는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해 지도자적 위치에 오른 누마와 남기로 결정한 아녜로 인해 정체된 사회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바크티에는 곧 내일이 찾아오고 꽃이 필 것이다. 형유가 바크티로 돌아갔을 때 어떤 꽃이 피어있을까. 내일이 아니더라도 그 꽃은 결국 피어날 것이고 낙원은 변화할 것이다.
감출 수 없는 인간의 본성과 생존에 관한 멋진 이야기이다.

COMICS
탐정 해리 시리즈-돌아오지 않는 남자 - WAL
처음 이 만화를 접했을 때, 이 만화를 그린 WAL이 한국의 신인 작가라는 사살에 놀랐었다. 딱딱하고 각이진 그림체는 개성이 있으면서도 하드보일드한 내용에 잘 어울렸다. 또한 시종일관 유머를 잃지 않아 연재되는 내내 재미있게 보았다.
흩어진 퍼즐조각들을 끌어모아 기막힌 최후의 반전까지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결말을 맺은 탐정 해리 시리즈-돌아오지 않는 남자의 마지막회를 보며 또 다른 탐정 해리 시리즈를 기대하게 되었다. 돌아와 해리~라고 목놓아 외치면 돌아올까?

구세주가 된 로봇에 대하여 - 그림:박도빈/글:이영도
구글해봐라는 말이 있는 것 처럼 우리 나라에는 네이버 지식인에 물어보라지 말이 있지 않던가. 방대한 양의 정보가 흘러넘치는 인터넷의 세계에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검색엔진은 이정표를 세운다. 이정표는 대체의 정보들에 대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물론 우리 나라의 경우 상업성까지 결합해서 툭하면 유료정보이니, 툭하면 광고이니 하지만 그래도 분명 예전에 비하면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매우 가까워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잊지말아야 할 것은 정보와 지식은 엄연히 다르다는 사실이다. 인터넷 검색질 몇 시간이면 인류 수천 년의 정신노동을 갈파할 수 있다고 믿는 이가 있다면 이 만화를 권한다.



그리고...
주로 판타지와 SF 익숙한 나에게 무협은 생소한 장르이다. 무협은 읽은 것이 없어 생소할 수 밖에 없었다. 이번호 판타스틱의 무협특집은 그런 나에게 꽤 흥미롭게 읽혔다. 마츠모토 타이요 특집 역시 마찬가지였다. 판타스틱은 항상 읽어야할 것, 봐야할 것 목록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는 데 재주가 있다. 단명한 인스턴트 식품들을 보곤 도대체 어느 세월에 그런 것들이 나왔다가 사라졌는지 깜짝 놀랐다. 아무리 그래봐야 편의점가면 내가 고르는 건 대체로 참치마요네즈 삼각김밥과 컵라면이지만 한 번쯤 외도하기에는 좋을 것 같은 목록을 보여줬다. 그런데 단명해 이제는 안나온다니 아쉽다. 두 편의 에세이는 열성적으로 판타스틱을 사서 보고 있을 장르팬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외에도 다양한 기사들은 읽는 재미에 충실하다.

끝으로 이 졸문을 참고 읽어준 이들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 권교정의 인터뷰와 함께 시작된 디오티마 말인데... 판타스틱에 연재되기 이전 분량은 어디서 볼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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