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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기에 앞서
* 연재중인 내용은 완결되는 호에서 다루기로 한다.
* 본문의 중요한 내용이 언급될 수도 있다. 주의를 바란다.


당신도 할 수 있는 놀이 - 전민희
세월의 돌, 태양의 탑, 룬의 아이들로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전민희 작가의 단편을 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신의 입장에서 한 사람의 인생을 조망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단편이었다. 마치 게임을 하는 것처럼 한 사람의 인생의 요모조모를 자유롭게 자르고 붙이며 변화하는 모습이 여러 가지 다양한 이야기가 준비되어 있을 것만 같은 기대감이 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조금 심심하고 평탄해 아쉬움으로 남았다. 기왕 한 사람의 인생을 주물러 본다면 좀더 화끈하고 강렬하게 주물렀다면 어떠했을까. 짧은 분량이지만 무궁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에 부족함은 없었다.

보살펴줄게 - 스즈키 기이치로(정태원 옮김)
노령사회에 대한 사회적 시스템의 부재는 우리나라에서도 당면한 현실이다. 미디어를 통해 할 일이 없고 갈 곳이 없는 노인들에 대한 문제 제기를 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보살펴줄 장소와 사람이 필요한 노인들에게 가장 큰 두려움은 보살핌을 잃는 일이 아닐까. 보살핌을 잃은 노인들은 어디에도 가지 못하고 길거리를 헤매다 잊혀지게 된다.
이야기 속의 주간노인보호시설은 자기 앞가림을 할 수 있는 노인들만을 받는다. 노령으로 치매가 오거나 해서 더 이상 자기 앞가림을 할 수 없게 된 노인들은 주간보호시설에서 쫓겨나 갈 곳을 잃게 된다. 노인들은 시설에서 쫓겨나면 갈 수 있는 곳이 없다. 시설의 보살핌은 방치나 다름없지만 노인들이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곳이다. 시설의 노인들은 서로를 보살펴주며 그들만의 방식으로 마지막까지 동료를 보살펴준다. 그 최후의 보살핌은 섬뜩하지만 그로 인해 노인들은 서로에게 안심한다. 죽음은 시설의 노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최선의 방식일 수밖에 없었다. 가슴을 찌르는 듯한 우울이 남았다.

디벙커는 귀신을 믿지 않아 - 코니 윌리스(고호관 옮김)
초자연적인 현상에 대한 태도는 믿는 사람들과 의심하는 사람들로 크게 나뉜다. 회의주의자들이란 그 중에서도 끊임없이 의심하고 또 의심하는 도저히 믿는 사람들의 범주에 넣을 수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이다. 정말 한 번쯤은 그냥 믿고 넘어가도 될 문제를 끊임없이 파고든다. 하기야 한 번이라도 쉽게 믿어버리면 회의주의자라 할 수 없을 것이다.
멘켄의 유령은 증명이 불가능한 명제와 같아 보인다. 멘켄으로 추정되는 유령이 정말 멘켄인지 증명하는 일은 수학적 귀납법과 같이 연쇄적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귀납적으로 증명하려하는 시도는 항상 허점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다른 방법으로 증명이 가능하지도 않기에 멘켄의 유령을 믿는 것은 롭에게는 불가능한 일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유령이나 심령술 같은 건 털끝만큼도 믿지 않던 지독한 회의주의자의 유령이라니, 무슨 수를 써도 멘켄의 유령임을 증명할 수 없다는 사실은 멘켄의 유령 스스로가 잘 알고 있다.
도저히 유령을 믿을 수 없던 롭은 모든 것이 다 짜여진 각본이며 멘켄의 유령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내기 위해 기가 막힌 가설을 세우지만 그 조차도 킬디가 준비한 많은 증거들에 의해 무참하게 깨지고 만다. 아니 그럼 정말로 멘켄의 유령이 존재하는 걸까? 곰곰이 생각해보자.
꼬리에 꼬리를 무슨 아이러니컬한 상황이 전편을 먼저 읽었다면 한 달의 기다림을 길게 느껴지도록 만들었을 것이 분명하다.


길 그리섬과 셜록 홈즈의 비교와 유명한 탐정들에 대한 회고는 이번 호 판타스틱이 미스테리 특집이 아니었나 싶었을 정도로 무게감이 있는 기사였다. 인구 1억에 대한 기사는 팬덤의 모임에서 심심치 않게 나오는 이야기를 기사화했다. 이 기사를 통해 인구 1억의 환상과 최근의 장르문학 붐을 되짚어 볼 수 있었다. 이 외에도 다카라즈카를 다룬 기사, 전민희와 인터뷰, 다양한 에세이와 트렌드 기사 등 여러 흥미로운 기사들이 풍성한 느낌을 주었다.

정기구독으로 보고 있는 판타스틱은 이제 막 6호가 도착해서 지금 옆에서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반 년 간 꾸준히 독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판타스틱은 본궤도에 오른 것 같다. 앞으로도 좋은 기사들과 재미있는 내용으로 판타스틱이 꽉차있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여...
추석연휴 내내 TV를 벗삼아 논자의 말로는 비참했다. 좀더 진한 리뷰를 쓰기 위해 TV보다는 카페인을 벗 삼아 지내야겠다. 진아님 밥사주세요오~~(뻔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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