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가울 (kasacosa@hotmail.com)



콜로세움 출판사에서 나왔습니다. 신국판보다 크고, 하드커버에 360쪽 정도 되네요.
지은이는 테오도르 핸슈(Theodor Ha’nsch). 물리학 교수이자 2005년에 주파수빗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아 존 홀(John L. Hall)과 공동으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았습니다.
주파수 빗에 대해서는 이 책의 ‘생산’ 챕터에 나옵니다.

이 책은 제목에서 보이다시피 크게 건강, 영양섭취, 환경, 에너지, 컴퓨터, 안전, 건축, 교통, 생산에 관련된 100가지 미래 상품을 다뤘습니다.

단지 상상력으로만 기술한 게 아니라 실재 연구소에서 연구하고 있는 것들입니다. 세계적인 연구를 다 담은 건 아니고요. 독일 내 연구만 담았습니다. 많은 연구소에서 아이디어를 보냈고, 17명의 중견 학자들이 그 중 100가지를 골라냈다고 합니다.

모든 상품에 해당된 쪽은 세 쪽으로, 앞머리에 짤막하게 현재 상황, 혹은 개발이 된 후의 가능성을 요약해서 싣고, 상품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두 쪽에 걸쳐 적습니다. 나머지 한 쪽은 일러스트가 있고요. 두 개의 상자글을 본문 쪽 하단에 붙여 첫 번째 쪽 하단에는 연구 중인 사람들 사진과 설명을, 두 번째 상자글에는 제작자/연구소 홈페이지와 상품 출하 예정일을 적었습니다.

물론 이 중 몇 개나 실제 상용화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류에게 혜택을 주는 쪽으로 생각하는 긍정적인 시각으로 저술한 책입니다. 내용도 굉장히 쉽습니다.

눈길을 끌었던 것 몇 가지를 소개하고 마무리합니다.

영양섭취 챕터의 “암 예방을 위한 기능성 식품”을 연구하는 팀 이름 중에 “정현 김”이라는 이름이 보이더군요. 어라? 하고 사진을 보니 서양인들 틈에 분명 동양인으로 보이는 아가씨가 방긋 웃고 있었어요. 괜히 반갑더군요.

환경 챕터에서는 “기름을 먹고 사는 박테리아” 부분이 얼마 전 있었던 태안 기름 유출 사고와 관련해 집중해서 읽었고요. 알카니보락스 보르쿠멘시스란느 박테리아의 주식은 석유라고 합니다. 바다 속에 사는 이 생물체는 강력한 산화 효소를 분비하여 석유를 분해하고 아무리 끈끈한 기름띠라도 자연스럽게 용해한 후 이를 먹는다고요. 아직 이 박테리아에 대해서 연구해야 할 점들이 많긴 하지만요. 2010년 경에 상품 출하가 예상된다고 합니다. 예정대로 출하된다면 2년 남았네요.

컴퓨터 챕터에서는 “라이센스 플랫폼 ‘멋진 분배’”라는 게 있었어요. 인터넷에서 다운 받지 못하는 콘텐츠는 이제 찾아보기 힘듭니다. ‘도이체텔레콤실험실’의 연구자들은 구매자들에게 디지털 콘텐츠를 간단하고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 중입니다. 핵심은 ‘멋진 분배’로 우선 사용자는 최신 노래를 다운 받고 사용료를 지불합니다. 그리고 24명의 친구들에게 선물할 수 있습니다. 단, 친구들은 1회만 들을 수 있고 더 듣고 싶으면 구입해야 합니다. 이를테면 입소문을 통해 히트곡이 나올 수 있다는 건데요. 흐음... 우리나라 상황에서 생각하자면, 무료로 다운 받을 수 있는 통로가 있는데, 그걸 구입하려면, 무엇보다 그걸 유료로 구입해야 할 이유가 필요한 것 같아요. 개인의 양심이나 예술의 발전을 위해서라는 호소 이상의 이점이 있지 않는 한, 이미 ‘공짜’일 수 있다는 걸 아는데, ‘돈’을 내라는 요구를 선선히 받아들일 사람이 많을 것 같지는 않거든요.

안전 챕터에서 “육류산업 감시 시스템 ‘동물 신용 인프라’”도 중요한 기술입니다. 본문을 인용하자면 모든 동물의 원산지, 혈통, 복용된 약물이나 질병에 관한 정보를 언제라도 제공해 주는 동물 신용 인프라 시스템입니다. 목표는 육류제품의 출생부터 소비자들의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사육, 도축, 유통 등 모든 과정에 관한 빈틈없고 믿을 수 있는 서류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 시스템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모든 동물의 정보를 보안 저장소와 같은 곳에 모은다. 각각의 동물은 프로필과 유전자를 근거로 감정되고, 각 동물의 원산지, 질병 혹은 복용된 약품과 같은 정보가 의무적으로 제공된다. 소비자는 이런 정보, 즉 육류상품 혹은 동물 전체에 대한 정보를 육류 포장지 위에 붙어있는 코드를 보고 알 수 있다. (......) 전자 서류에 입력되는 정보는 오직 가축 사육자, 의사 혹은 도살자만이 기록하거나 수정할 수 있다. (......) 정보가 새롭게 입력되거나 벼동되는 경우 사람들이 쉽게 알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하였다. (......) 이런 정보는 빠르게 공유되고, 긴급상호아이 생겼을 때 신속하게 유통을 막을 수 있어 광우병이나 돼지 콜레라와 같은 전염병은 이제 쉽게 통제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시스템은 이미 다양한 테스트를 통과했다. ‘약 1년 안에 동물 신용 인프라가 일상 업무에 도입될 수 있다’고 에버하르트 만츠 박사는 말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 책이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출간된 건 최근이지만, 독일에서는 언제 쓴 책인지 모르겠네요. 2007년도에 출하 예정이라는 상품 소개도 있는 걸 보면 올해 나온 책은 아니거든요. 여기 있는 예상 출하일(1년 안)은 이미 넘겼는지도 모릅니다만, 되도록 빨리 이 제도가 도입되면 좋겠습니다.

댓글 0
Prev 1 ...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 33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