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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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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 이야기

마거릿 애트우드, 황금가지

정말 유명한 고전이고, 사실 처음 책을 들춘 때로부터 17년은 흘렀는데 이제야 읽었다. 그것도 E북으로…… 다 읽고 나니 장르물의 리듬과 정의에 맞지 않는 소설이었지만, 부분부분이 기괴하면서도 통찰력 있었고 전체적으로 아름다웠다. 어떻게 이렇게 잘 쓴담. 디스토피아물은 필연적으로 인간의 본성과 인류, 역사, 그런 것들에 대한 통찰을 담게 마련인데, 그것을 얼마나 아름답게 표현하느냐는 또 다른 영역이다. 이 책은 아름답다. (p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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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침묵

해도연, 그래비티북스

보기 드문 서정적인 하드 SF 중단편집이다. 첨단 과학 소재를 인간의 감정과 엮는 능력이 아주 탁월했다. 수록작들 전부 미묘한 감정선을 그리고 있기에 장편으로 개작하기 좋은 글이라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단편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잘 된 완성도 높은 좋은 작품들이었다. 주석이 많이 사용됐다는 점만이 약간 아쉬웠다. ‘작가의 말’에서 저자가 새벽 4시에 일어나 3시간씩 글을 쓰며 겸업 작가로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았다. 세상에는 초인이 이토록 많은데 왜 나는 그 중 하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고, 나는 문득 불경처럼 서러워졌다. (너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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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 / 죽은 자에게 걸려온 전화

존 르 카레, 열린책들

존 르 카레가 가장 뛰어난 부분은 MI6의 비정함이나 스파이로서의 엄정함 같은 것을 묘사할 때가 아니다. <내부자의 혼란>을 묘사할 때 그는 가장 빛난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말하지 못하고, 때문에 영혼에 상처를 입는 이들. 보통 영혼에 상처를 입은 자들은 양심을 지켜내지 못했기 때문인데, 존 르 카레의 내부자들은 ‘신념’을 가지고 있기에 도리어 그 ‘영혼의 상처를 통해’ (남들과는 다르게 정의될) 양심을 지켜낸다. 고로 신념이란 기이하고 끔찍한 일이다. 굳어버린 마음에는 혼란이 깃들지 않는다는 것까지 생각하면, 이 이야기들을 쓰기까지 저자의 마음에 어떤 굳은살이 지나갔을지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고통스럽게 스산해지고 마는 것이다. (앤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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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제국

이토 케이카쿠, 엔조 토, 민음사

이게 왜 황금가지가 아니고 민음사? 팀킬인가? 싶었는데 엔조 토의 문학상 수상이력 때문에 덜컥 낸 것이 아닐까. 그만큼 민음사 색깔과 안 맞는 장르소설이지만 생각보다는 엔조 토의 색깔이 많이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쓸데없이(?) 하드SF풍이 된 설정이라든지, 언어에 대한 고찰이라든지. (pilza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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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종

옥타비아 버틀러, 오멜라스

독립 장편으로 얼마나 훌륭한지는 해설과 옮긴이 후기에 다 적혀 있다. 문제는 독립 장편이 아니라는 점. ‘패터니스트’ 시리즈의 후반에 쓰인 프리퀄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작중에서 만들고 있다는 초능력자 종족은 완성조차 보이지 않고 맥거핀 취급을 당한다. 언젠가 복간되어야 할 소설임에는 분명하지만 그때는 반드시 시리즈 전체가 함께 나오기를……. (pilza2)

논픽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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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부잔 마인드맵 마스터

토니 부잔, 미래의창

마인드맵을 써보고는 싶은데 영 잘 안 돼서 사보았다. 자유연상에 기초를 둔 건 맞지만 꽤 엄격한 규칙이 있었다. 중요한 건 이미지와 색을 활용하고 방사성 구조를 취하는 것. 생각보다 더 마법도구라고 강조해서 신흥 종교 같은 부분이 많아서 뜨억했지만 무언가를 정리하고 기억하고 두뇌를 활성화시키는 데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p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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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기쁨

김겨울, 그린비공방

북튜브 겨울서점을 보고 흥미가 일어 산 책이다. 겨울서점 주인장이 직접 쓴 책으로, 책의 물적 특성과 영적 특성, 책 읽는 법에 대한 생각, 책에 대한 책, 책을 다룬 매체까지 전방위적으로 책을 덕질하고 있다. 술술 읽히게 썼고, 길거나 두꺼운 책은 아니지만, 담긴 내용을 천천히 곱씹어도 좋을 책이다. 아, 그리고 선물용으로 꽤 좋은 책일 것 같다. 나는 E북으로 샀지만, 실물책이 작고 예쁜 편이고, 무엇보다도 책을 영업하는 책이기 때문에……. (p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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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합격, 계급

장강명, 민음사

직결된 관심사라 재미있게 읽었지만 내 생각은 아직 모르겠다. 저자의 생각이 굉장히 긍정적이라고는 생각한다. 갑질하고픈 이 욕망들에서 부정을, 노조와 연대가 일어나는 현장에서 긍정을 본다. (p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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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만병의 황제의 역사

싯다르타 무케르지, 까치글방

인간의 역사와 함께 해 온 위대한 질병 암과 인간의 투쟁의 수천 년 역사를 상세히 그렸다. 암이라는 불가해한 존재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그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좌절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일생에 대한 서술이 조화롭게 어울린다. 그 수많은 영웅적 노력과 좌절들 끝에 인류가 언젠가 암이라는 멍에를 벗어던질 날이 올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기에 아름답다. 오백 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을 몹시 즐겁게 술술 읽었다. (너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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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 평전

박현모, 민음사

정조 평전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으므로 ‘정조’라는 인물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그러나 ‘정조’라는 인물의 여러 특성상 ‘정조 시기’를 총체적으로 다룰 수밖에 없다. 조선조를 통털어 살펴보아도 그 중에서 유달리 정조라는 인물은 줄을 타듯 모든 상황을 철저하게 이용하는 뛰어난 수완가다. 동시에 모든 것을 컨트롤 할 수 없으면 안 되는 ‘통제광’에 가까운 성정이 역사에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되는지 살펴보게 되는 지점이 특히 흥미롭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조선사는 (성리학) 오타쿠들의 정쟁이라는 점에서 신념에 기반한 정치(이를테면 좌파 정치)에 매료된 사람의 마음을 깊이 뺏는 구석이 있다. 개인과 정치의 요소들을 매끄럽게 연결했고, 그러면서도 깊이 있게 역사적 요소들을 고려한 수작. (앤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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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쓰기의 배신

박효진, 다크아트

없나 싶었는데 출판계에도 있었다, 약장수가(약국 및 약사에 대한 비하 의도는 없습니다)! 1인 출판사를 세워 일단 책을 10권만 내면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책이 팔리므로 쉽게 돈을 번다는 허황된 내용. 혹시라도 궁금하면 도서관에서 읽어보자(나도 그렇게 했음). (pilza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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