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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소설 [미래경] 3호

2012.07.28 00:2007.28

미래경 003

도서출판 사십이, 2012년 4월



날개 (blog.aladdin.co.kr/twinpix revinchu@empal.com)



 국내 최초로 3호가 출간된 SF 전문 잡지 [미래경], 2009년 1호가, 2010년에 2호가 나왔고 2012년에야 드디어 3호가 나왔다. [미래경]은 그 전에 발간된 [조이SF진]의 후신으로 출발, 서점에 진열되지는 않지만 SF팬과 작가와 관계자들이 힘을 합쳐 만든다는 데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잡지이다. 국내에서 다양한 잡지들이 나오고 있지만, SF라는 주제를 가진 잡지는 독자층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나오기 힘들다. 그만큼 [미래경]이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도 소수의 독자들을 위해 3호까지 꾸준히 나왔다는 점만으로도 놀랍기까지 하다. 이에 SF에 관심은 가지고 있지만 [미래경] 3호에 대해 전혀 정보가 없는 분들을 위해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한다. [미래경]이 앞으로 4호, 5호가 나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높은 관심과 판매량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먼저 표지를 살펴보자. [미래경] 3호는 기존의 1, 2호와 달리 표지를 혁신했다. 처음 온라인 상에 공개된 표지를 보고 감탄한 것이 사실이다. 1, 2호는 검은 바탕 위주였는데 고급스럽다기보다는 어둡고 칙칙한 이미지가 강했다. 이번에는 동화풍의 밝고 화사한 이미지로 변경되었다. SF작가 김보영이 그린 표지로 이 잡지가 여러 사람의 힘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잡지인 이상, 특집이 그 호에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이며, 그 잡지에서 가장 열심히 준비한 부분이기도 할 것이다. 이번 특집 기사는 총 3개로 {한국 SF 독자 의식 설문조사}, {테드 창과의 인터뷰}, {신세기 SF 출판 경향} 등이다. 먼저 {한국 SF 독자 의식 설문조사}를 살펴보자. 지금까지 이렇게 SF소설을 중심으로 한 독자 의식을 설문조사한 경우가 없었다는 점에서 야심차게 진행한 이 설문조사 정리 기사는 꽤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총 유효 응답자는 302명이라고 하는 이 설문조사는 크게 독자의 성향과 도서 구매 기준, 독자들의 SF 취향, 작가에 대한 관심이라는 4개의 항목으로 나뉘었다. 이미 SF라는 타이틀만 붙으면 바로 구매를 하는 충성스러운 SF 독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계층을 설문조사 대상으로 하여 일반인들의 도서 구입 세태와 SF 소설에 대한 인식을 조사하는 것은 의미가 있어 보인다. 다만, 기대가 컸던 탓인지 이 설문조사를 토대로 새롭게 알게 되는 사실이나, 참조할 만한 내용은 적다는 인상이었다. 예상을 빗나가는 내용이 없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설계할 기획/마케팅 측면도 적은 게 아닐까. 설문조사의 범위인 독자들의 연령대도 인터넷이 바탕이 되었기에 2, 30대가 많고 연간 독서 구매량도 우리가 아는 대로 10권 이하가 51%를 차지하는 등 일반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설문조사에 임한 사람들의 도서 구매량이 이런 상태에서 과연 소수 매니아층만 주로 구입을 하는 SF소설을 효과적으로 팔 수 있을까. 관련서적 구매 기준에서 <같은 작가의 다른 책>이 82%로 압도적으로 차지했다. 이 역시 미리 알고 있던 사실을 재확인하는 셈이다. 예를 들면 우리는 미야베 미유키나, 이영도, 이우혁 같은 작가의 책을 산다고 할 때, 출판사나 브랜드를 보고 사는 게 아니라 작가를 찾아 읽는다. 7%의 소수 독자층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작가의 이름값이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신인 작가를 소개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장르 소설을 출간하는 출판사에서 다양한 브랜드를 런칭한다고 해도 그 브랜드 전체가 탄력을 받기 보다는 역시 작가의 이름값이 중요한 시장 상황이다.
 독자들의 SF 취향에서는 <스페이스 오페라>가 36% 1위를 차지했다. 사람들이 장르 소설을 읽는 것은 무엇보다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는 경향이 높다. 스페이스 오페라가 1위를 한 것은 당연한 일이나 실제로 출간된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의 소설들이 높은 판매고를 기록하지는 않는다. 2위는 <하드SF>가 차지했는데 이 역시 하드 SF 장르의 국내 판매량을 생각할 때, 소수의 SF 독자들의 갈증을 보여줄 뿐 판매 전략을 세우기에는 이 설문조사가 효과적이지 않은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름만으로 구입하는 작가는 <로저 젤라즈니>가 30%로 1위를 차지했다. 근래 가장 많은 책이 출간되었기 때문에 예상이 가는 설문이기도 하다. 2, 3위는 아이작 아시모프와 어슐러 K. 르귄인데, 예상되는 국내의 SF 작가 인지도나 인기 투표 같은 결과라고 할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몇몇 항목들은 불필요해보였고 별다른 정보로써 가치를 가지지 못 해서 아쉬웠다. 또한, SF독자 층만 아니라 다양한 독자층을 포섭하려고 했지만 아예 두 독자층을 나누어서 두 개의 설문조사가 필요한 항목들로만 조사되었다면 더 비교 분석하기가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뭉뚱그려서 해봤자, 어느 쪽으로도 사용하기 힘든 결과물이 나온 듯한 인상도 받았다. 그로 인해 새로운 독자를 어떻게 유입시킬 것인지에 대한 방안을 세우기도, 기존 독자들을 어떻게 계속 이끌어 가고 만족시켜줄 지에 대해서도 전략을 세우기 애매한 것이다. 그러나 평소 SF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설문조사의 몇몇 항목들은 새로운 SF 장르나 작가를 소개받는 것이기도 할 테고, 현재 다른 독자들의 의식이 자신과 얼마나 유사한지 비교할 수 있기에 가볍게 읽고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 특집 기사는 바로 {테드 창과의 인터뷰}이다. 테드 창은 국내 SF독자라면 누구나 아는 작가로 앞서 <이름만으로 구입하는 작가> 항목에서 7위를 기록했다. 국내에 단 한 권의 단편집이 번역되었을 뿐이지만(그 외에 판타스틱의 두 편의 단편이 번역 게재되었다.), SF소설로는 이례적으로 스테디셀러로써 꾸준한 판매량을 보였고, SF 독자층만이 아니라 몇 차례 중앙일간지에 기사가 실림으로써 일반 독자들까지 다수가 읽은 작가다. 정교하고 뛰어난 몇 편의 단편들로 국내 독자들을 사로잡고 인정을 받은 작가라고 할 수 있다. 세계적인 SF상들을 휩쓸면서 이미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으며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에 초대되어 강연을 하기도 했다. 이 인터뷰는 작년 추석 때 테드 창이 국내에 두 번째 방한을 하면서 추진된 인터뷰이다.
 테드 창은 장편을 쓰지 않고 13편의 글만을 발표했고 국내에서 다른 경로로 접하는 경우가 잘 없기 때문에 이런 인터뷰 기사는 매우 반갑고 흥미롭다. 내용은 기대한 만큼 흥미로운 질문과 답변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아직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중편에 대한 질문이 후반부를 구성하고 있는데,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작품에 대한 질문도 물론 관심이 가지만 기존 작품에 대한 질문이 더 많았어도 좋았을 것 같다는 것이다. 아니면, 질문에 나온 최근작 [The Lifecycle of Software Objects]가 국내에 먼저 소개가 되었어야 인터뷰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을 것 같았다. 빠른 시일 내에 [The Lifecycle of Software Objects]가 번역되기를 기대해본다.

 파인로  경이감의 원천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경이감은 SF의 필요조건인가요? 아니면 그저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나요?
 테드 창  경이감은 그저 SF의 한 부분이라고 봅니다. 경이감은…… 말하기 까다롭군요. 모든 이에게 경이감은 다 다를 테니까요. 저는 경이감이란 우주의 본질에 대한 갑작스런 통찰을 얻었을 때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엔 종교와 과학이 훨씬 더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지요. 당시의 과학자들은 자연에서 무언가를 탐구할 때 신의 창조에 깃든 영광을 탐구한다고 느꼈습니다. 그들이 발견한 그 모든 경이로움은 신의 위대함을 반영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오늘날, 종교와 과학은 다소 분리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과학자들은 탐구를 하며 경외감을 느끼지요. 그들이 자연계, 우주에 대해 무언가 배울 때, 그들은 우주가 얼마나 아름답고 기이한지에 대한 놀라움으로 충만해집니다. 그리고 이러한 경이감을 모방하려고 노력하거나 과학적 발견의 순간과도 비슷한 경험을 전달하는 것이 SF가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한 인물이 그의 세계관을 바꾸는 무언가를 배우면, 그들이 어떤 세계에 살고 있든지 간에 과학자들이 우주의 심원한 그 무언가를 발견했을 때 겪는 경험과 유사한 것을 겪습니다. 예를 들어 로버트 하인라인의 중편 [우주Universe](기적의책, [조던의 아이들], 2011)의 인물들은 세대 우주선에 살고 있지만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어요. 그러다 그들이 알고 있는 세상 전체가 실은 행성간 비행을 위해 만들어진 우주선의 내부이며, 과거의 사람들은 원래 행성 표면에 살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우주]의 인물들이 얻는 바로 그 통찰이 과학자들의 발견과 매우 유사한 종류의 것이며, 우주를 탐구하는 경험을 SF가 모방하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독자들에게 더 쉬운 경험을 제공하는 거지요. 다시 한 번, 이건 제 입장일 뿐입니다만 많은 경이감은 소설적 맥락에서 이러한 종류의 탐구를 모방할 때 발생한다고 봅니다.


 세 번째 특집 기사인 {신세기 SF 출판 경향}은 2000년대 이후의 SF에 출판 현황에 집중하고 있는 기사이다. 과거의 역사를 세세히 되짚어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최근의 흐름을 살펴보기에 좋은 기사이다. 물론 전반적으로 이미 많이 알려진 내용일 수는 있기 때문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새로운 정보나 통찰을 얻기에는 적당하지 않겠으나, 이 장르에 막 관심을 가지려고 읽는 독자들에게는 괜찮은 기사일 것이다. 특히, 상당히 많은 정성을 들여야하는 각종 도표까지 활용하여 출판사에서 나오는 정식 잡지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독자들이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배려하고 있다. 미처 잊고 있었거나, 지나쳤던 SF 출간 소설들을 살펴볼 기회이기도 하고, 한국 SF의 출간 경향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기사이다. 또한, 한국 SF에 무관심한 독자들에게 관심을 촉구하는 기사이기도 하다. 그 전까지 한국 SF는 기피하는 경향이 있던 독자라면 이 글을 읽어볼만 할 것이다.
 단편은 {불의한 심장에 칼을 꽂아라}(정보라)와 {진흙피리새}(전혜진), {돌고래 왈츠}(조현)까지 총 3편이 실렸다. [불의한 심장에 칼을 꽂아라]는 의인 열 명이 세상을 구한다는 소재를 가지고 쓰인 작품으로 과학소설이라기보다는 판타지에 가깝다. 소재가 신선하지 않은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사실 이우혁의 [퇴마록]에서 주요한 소재로 다루어진 만큼 소재에서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재미는 이미 소진된 느낌이 있다. '표식'과 '신호'는 추상적이고 기호적이어서 읽으면서 이미지로  형상화가 되지 않았고, 인물이나 배경도 모호한 느낌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실체가 없는 실험실에 인물들은 형체없는 그림자들로만 연상되어 감정이입이 잘 되지 않았다. 감정 묘사가 주된 소설인데, 와닿지 않아서 아쉬웠다.
 {진흙피리새}는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문학>에 수록된 {다시 한 번 크리스마스}에 이어지는 연작이나, 전편보다 읽는 재미가 덜했다. 전편을 읽지 않으면 숨겨진 설정들을 이해하기가 힘들며, 전편을 읽고 난 뒤에도 전편의 감동이나 신비한 느낌을 오히려 죽이는 단편이 아닌가 싶었다. '이사나'와 주인공의 갈등은 뜬금없다는 느낌, 너무 작위적인 느낌이 강해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었다. 거기서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으니, 마지막에 감동이 살아나지 않았으며 제목에서부터 예견된 결말이라 별 감흥이 없었다.
 {돌고래 왈츠}는 200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종이 냅킨에 대한 우아한 철학}이 당선되어 등단한 작가로 작년 [누구에게나 아무것도 아닌 햄버거의 역사](조현, 민음사, 2011년 8월)라는 단편집을 출간했다. 여기이 실린 이 단편은 바로 그 단편집에 수록되었던 작품을 재수록한 것이다. 이 단편은 외계 행성에서 지구에 온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그런 설정에 대한 정밀함 보다는 감성이 두드러지는 글이다. 그러나 설정이나 감성이나 밋밋한 느낌이 있어서 아쉬웠다. 외계언어의 번역에 관한 소재에서는, 번역을 의뢰하고 마지막에 지구어로 어떤 말인지 나오면서 끝난다는 구조에서 이영도의 {카이와판돔의 번역에 관하여}가 떠오르기도 했다.

 그 다음 코너는, SF&판타지 도서관에서 진행한 {작가와의 만남}을 녹취한 기사다. 실제 행사에 참여하지 않아도 당시 내용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유용한 기사다. 첫 번째는 [탐그루](김상현, 명상, 1998년 12월), [하이어드](김상현, 시공사, 2010년 7월), [네크로폴리스](김상현, 시공사, 2003년 10월), [정약용 살인사건](김상현, 랜덤하우스코리아, 2006년 3월), [대무신왕기](김상현, 랜덤하우스코리아, 2007년 5월), [이완용을 쏴라](김상현, 우원북스, 2010년 4월), [킬러에게 키스를](김상현, 새파란상상, 2011년 1월) 등을 쓴 김상현 작가다.

 김상현  제 소설은 장르가 뭐다, 이런 말을 많이 들었어요. [하이어드]는 나왔을 때 코스믹 판타지라는 장르로 나왔어요. 나는 그런 장르가 있는지 모르겠는데, 판타스틱에서 제가 이번에 인터뷰한 거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거기 그렇게 썼어요.
 [하이어드]를 SF로 볼 것인가 판타지로 볼 것인가 하는 판단은 온전히 책을 들고 있는 독자의 몫일 것이며, 판단할 수 있도록 기초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출판사 마케팅 담당자의 몫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장르라는 건 구분이 중요한 거 같지 않거든요. 우리나라 팬덤에서 종종 얘기하는 게 그거잖아요. [은하영웅전설](다나카 요시키, 디앤씨미디어, 2011년 10월)이 SF냐 아니냐, [스타워즈]가 SF냐 아니냐, 그건 본말이 전도된 얘기입니다. 작품이 나오고 장르가 나온 거지 장르가 나오고 작품이 나온 건 아니거든요.
 그렇다고 장르 구분이 무의미한 건 아니에요.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자연인 김상현하고 공인 김상현을 구분하는 게 무의미한 건 아니거든요. 따로 의미가 있는데, 장르도 마찬가지죠. 자기가 좋아하는 것과 비슷한 책을 찾는다면 그 장르에서 찾는 게 좋을 거예요. 그러나 그게 딱 칼같이 나눠져서 여기부터는 하드SF고 여기서부터는 아니고, 여기서부터는 스페이스 판타지고, 이렇게 분리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180~181쪽


 독자  판타지나 SF를 창작하는 거나 내가 쓰고 싶은 세계에 대해 쓰는 게 특별히 다른 초점이 있거나 다른 시작점이 있는지.
 김상현  글 쓰는 건 다 똑같죠. 어떤 걸 쓰든 그건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SF든 판타지든 장르라면 그 장르의 클리셰가 분명히 있거든요. 그걸 이해하고 쓰는 것과 이해하지 못하고 쓰는 건 분명히 다르다고 생각해요. 초보자들이 쓴 SF나 판타지를 보면 설정이 남발하거든요. 그러고는 그 설정에 책임을 못 지죠. 그래도 되는 줄 알아요. 그 설정이 굉장히 중요한데.
우주선이 빛의 속도를 넘어서 날아갈 수 있다, 그러면 제반된 어마어마한 일이 발생할 텐데, 그렇게만 해 놓고 책임을 안 지는 작가들이 있죠. 초보자들의 실수죠. ――― 193쪽


 위의 인용한 부분 말고도 이영도 작가나 김상훈 번역가와의 일화라든지, 재미있는 내용이 많은 글이었다. 김상현 작가가 워낙 입담이 좋고, 다양한 지식이 많아서 그런지 흥미로운 내용이 가득했다.

 그 다음은 2010년 9월 18일에 진행된 소설가/번역가 송경아 작가와의 만남이다. 소설가로 활동하면서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그런 계기라든지, 창작할 때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는지 등 보편적으로 궁금할 질문과 답변이 이어지는 기사다. 여기서 맛보기로 몇몇 흥미로운 대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독자  번역가들 보면 본인이 기획해서 하는 경우도 있던데, 지금까지 번역한 작품 중에서 본인이 기획한 작품은 어떤 게 있나요?
 송경아  [아내가 마법을 쓴다](프리츠 라이버, 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2007년 8월) 예요. 재미있잖아요. (웃음) 처음에는 일상적인 사람이잖아요. 남편, 아내. 근데 갑자기 아내가 마녀로 밝혀지면서, 확 진전이 되고, 보통은 '아내가 마녀가 아닌가'에서 시작해서 '아내가 마녀다'까지가 중반이고, 그 문제를 해결하느냐가 책 한 권이 되는 순차적인 소설 진행일 텐데, 이 작품은 처음부터 탁, 마누라가 없을 때 장난삼아 방을 뒤져보니 마법물품이 나오고, 처음에 바로 알아버리니까, '이걸 어찌 끌고 가려고 그러지?' 그런 부분이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독자  작품을 번역하다 보면 작가로서 어떤 느낌을 받으시나요? '괜찮은 아이디어네' 아니면 '내가 더 잘 쓴다', 아니면 '힘빠진다' 라든지요.
 송경아  세상에 모든 아이디어들은 어찌 보면 다 새롭고 어찌 보면 몇 가지 아이디어의 변주라고 생각을 해요. 재미있는 아이디어 재미있게 써 주면 좋죠. 하지만 놀랍다고 느낀 거는 요번 [뒤집힌 세계](테리 프래쳇, 시공사, 2010년 8월)도 그렇고 [어글리](스콧 웨스터펠드, 문학수첩, 2009년 7월), [프리티](스콧 웨스터펠드, 문학수첩, 2009년 9월) 시리즈도 그렇고, 거기 나오는 과학이란 게, 과학이랄 것도 없는 걸 가지고 이야기의 전환을 만들더라고요.
 물론 모든 과학소설이 그렇게 갈 필요는 없고, 모두 다 그렇게 가서도 안 되겠지만 - 과학소설이란 건 다양성이 있어야 하니까요 - 하지만 우리나라 과학소설은 첨단 아이디어 위주와 미래의 상상에 치우쳐 있는 게 아닌가, 오히려 이런 아주 간단한 것을 사람 사는 이야기에 접목시키는 게 중요한 거죠. 그리고 [뒤집힌 세계]를 보면, 새로 개발한 총이 물에서 안 나가는, 우리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부분이 작중에서는 중요한 전환을 만드는 것을 보면서 '이런 식으로 과학소설을 쓸 수도 있구나' 했어요.
과학이라는 게 너무 어렵게 소설에 접목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소설에 얼마나 잘 녹아들 수 있는가, 이게 더 중요하지 않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 199~200쪽


 세 번째는 2011년 7월 16일에 진행된 박애진 작가와의 만남이다. 박애진 작가는 2003년 환상문학웹진 거울을 창간하여 편집장이자 작가로 차명하다 2010년 여름부터 글쓰기에 전념하고 있다. 초반에는 환상문학웹진 거울을 창간했기 때문에 환상문학웹진 거울과 한국에서 장르문학 단편을 쓴다는 것에 대한 질문들이 진행되었다. [누군가를 만났어](김보영, 배명훈, 박애진, 행복한책읽기, 2007년 1월)를 시작으로 [한국 환상문학 단편선](김주영, 이수현, 김보영, 정소연, 배명훈, 박애진, 백서현, 은림, 곽재식, 김이환 , 황금가지, 2008년 7월)과 [커피 잔을 들고 재채기](이영도, 정보라, 정지원, 김보영, 박애진, 은림, 임태운, 정희자, 김선우, 김이환, 황금가지, 2009년 9월)에는 환상문학 단편소설을, [앱솔루트 바디](송경아, 박민규, 배명훈, 박애진, 서진, 은림, 류형석, 임태운, 이준성, 유서하, 박성환, 정희자, 해토, 2008년 9월), [유, 로봇](이영수(듀나), 김주영, 김보영, 정소연, 배명훈, 박애진, 곽재식, 임태운, 박성환, 정희자, 황금가지, 2009년 2월)에는 SF단편을 수록했고, [한국 스릴러문학 단편선2](정지원, 권정은, 박애진, 강지영, 박해로, 류승현, 방세현, 시작, 2010년 1월)에는 스릴러 단편을 수록하는 등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창작을 했고, 2011년 6월 동양풍 환상소설인 첫 장편 [지우전](박애진, 페이퍼하우스, 2011년 6월)을 펴냈다.

 독자  현대문학이 동인문화에서 발전했고, 웹진도 그런 것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는데, 제가 웹진에서 나오는 단편선을 보고 느꼈던 것은, 일관된 테마나 흐름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질적인 측면은 충족되지만, 사조가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찌 생각하시는지?
 박애진  아직 흐름을 논하기에는 이른 것 같아요. 산발적으로 여기서 한 번 저기서 한 번 책이 나오다 보니까 흐름까지는 못가고 있는 거죠.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텐데, 지면이 줄어든 것도 있고, 출판사에서 그냥 여러 작가를 모은 단편을 내는 것 이상으로 투자를 더 안 하더라구요. 눈에 띄는 작가분들의 단편선도 더 출간이 되어야 하고 다른 것도 나오고 해야 하나의 흐름이 생기는 건데, 이제 겨우 약간의 물장구 정도만 되었다는 거죠.
 어떻게 풀어야 할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계속 길을 찾아야겠죠. 하지만 그게 장르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건 창작을 하는 분야라면 다 안고 있는 문제죠. 항상 새로운 길을 열어야 하는 거고, 남들이 열어놓은 길 따라가는 건 창작이 아니니까요. 그런 면이 있기도 하니까, 너무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하지는 않으려고 해요. ――― 209쪽


 편집자 주를 보면 알 듯이 현장의 녹취 기기 문제로 일부 내용이 누락되었다고 한다. 그로 인해 작년에 부족한 내용을 보완하기 위해서 갑작스럽게 미래경에서 [지우전] 리뷰 청탁이 왔었다. 마감이 급한 것 같아서 급히 써서 보냈는데, 해가 바뀌어 나올 줄은 몰랐었다.

 네 번째는 2011년 9월 17일이 진행되었고 특이하게도 이응일 영화 감독이다. 2010년 완성한 첫 장편영화 [불청객]이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에 상영되었고, 같은 해 9월에 필름 포럼에 상영되었는데 SF 영화라는 점에서 작가와의 만남이 추진되었다.

 칼럼은 총 다섯 개가 실려 있다. 심완선의 {“체코SF”에 도달한 것을 환영하오, 낯선 이여}는 최근 몇 권의 체코SF가 국내에 소개된 것을 계기로 체코SF에 대해 정리한 글이다. 잡지에서는 이미 이렇게 벌어지는 현상에 대해서 바로 정보르 정리해주는 역할이 필요하다.
 두 번째 칼럼은 이수현 번역가가 쓴 {외계와의 조우 | 스타게이트의 외계인}이다. 이 칼럼은 영화 [스타게이트](Stargate, 1994)와 드라마를 바탕으로 영화 속에 등장하는 외계 문명설이 때로 서구인이 자신들과 다른 문명을 받아들이기 위한 수단으로 읽힐 수 있다는 시점을 제시한다. 어렸을 때 그냥 재미있는 영화라고 생각하고 넘어간 [스타게이트]를 다시금 떠올리게 만드는 재미있는 분석글이었다.
 김규현의 {어린아이의 손에 쥐어진 면도칼 ― 초능력자와 링크 그리고 SF상의 초능력}은 한국 영화 [초능력자](Haunters, 2010)와 [링크](2011)를 바탕으로 여러 과학소설과 일본의 대중문화에 나타난 초능력이라는 소재에 대해서 언급하는 글이다.
 테마 리뷰로 2011년 개봉한 [소스 코드](Source Code, 2011)를 소개하면서 평행세계를 다룬 소설, 드라마의 리뷰가 실렸다. 테마 리뷰라는 기획은 잘 산 것 같지 않지만, 각각의 리뷰들은 재미있게 읽었다. 다음 호에는 테마 리뷰를 체계적으로 기획해서 일관성을 갖추거나(지금은 각각 낸 것을 겨우 공통된 소재로 지칭만 한 듯한 느낌이다. 즉, 기획이 먼저가 아니라는 느낌을 받는다.) 아니면 아예 테마를 버리고 좀더 다양한 리뷰가 실려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해외 소설이나 혹은 이론서 같은 것에 대해서도 소개해준다면 흥미롭지 않을까.
 {작가의 발견 | 찰스 스트로스}에는 SF 작가 찰스 스트로스에 관한 글이 실렸다. 국내에 책이 출간되지 않은 작가이나 영국 출신의 SF작가인 찰스 스트로스는 해외에서는 많은 인기를 갖고 있는 작가다. 그런데 아쉬운 점은 기대한 것보다 페이지 수가 적었고, 읽고 나서도 기억에 남는 점이 잘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 흐릿한 느낌의 기사였다. 찰스 스트로스라는 작가에 대한 매력을 체감할 수 없었다. 찰스 스트로스의 인터뷰도 언급하고, 지금은 좀 산만한 느낌인데, 각 작품에 대해서 체계적인 소개와 인용 무엇보다도 독자가 깊은 인상에 남을 수 있게 간결하면서도 기대되는 카피 같은 추천사나 문구들이 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 이 외에도 새로운 작가에 대한 소개를 아직 나오지 않은 소설에 대해서 이러저러한 장점들을 늘어놓는다고 하더라도 그게 와 닿거나 똑같이 감탄하기는 힘들다. 이건 앞서 테드 창 인터뷰에서 최신작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의 관련 질의응답은 심드렁하게 읽게 되고 일주일만 지나도 질문이나 답변이 전혀 기억에 남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보편적으로 사람들에게 일목요연하게 외적인 정보 위주로 인상에 남게 하는 방식이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은 것이다. 지금은 어느 정도 찰스 스트로스를 접한 독자라면 이 짧은 기사글이 딱 적당하고 간결한 소개라고 생각하겠지만, 단 한 줄의 문장도 읽지 않은 독자라면 그저 넘겨버리기 쉬운 기사라 아쉬웠다.
 한국에 사는 캐나다 SF작가 고드 셀러의 {Outside Looking in | 한국에서 SF의 소외에 관한 소고}는 외부인의 시선에서 본 한국에서 SF가 인기가 없는 현상을 살펴본 것이다. 이 작가에게는 한국에서 SF가 인기가 없는 것은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다고 밝히면서도 차근차근 한국 사회에서 SF의 흐름을 짚어보고 있다. 한국의 하위문화와 미국 드라마 등을 언급한 지점들이 흥미로운데 다음 호에도 관련된 칼럼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뷰를 마치며

 전체적으로 재미있게 읽은 SF잡지였다. 장르소설 특히 SF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앞으로 이런 SF잡지가 꾸준히 나오기 위해서 일독을 권한다. 일반 서점이나 인터넷 서점에서 구입은 불가능하며, SF&판타지 도서관에서 직접 구매하거나 판타지 도서관 ( http://www.sflib.com/request ) 신청 게시판을 이용해서 주문하면 된다. 1, 2호에 비해 나아진 표지와 편집, SF에 집중한 내용 등 3호는 혁신적이면서 체계적이 된 느낌이 있다. 물론 아직도 개인적으로 편집에서 책등이라든가 중간 제목의 폰트라든가, 전체적인 폰트 크기, 기사 배열(목차와 달리 기사가 코너별로 모여 있지 않고 마구 흩어져 있어서 읽기 불편하고 헷갈린 점) 등에서 아쉬운 느낌을 받기도 했고 기사에서도 아쉬움이 남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3호까지 냈고 계속 변화하고 발전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더욱 기대되는 잡지이다. 적은 인원이 자기 시간을 희생해서 만드는 책이기 때문에 섣불리 빨리 다음 호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조심스럽기도 하지만, 3호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나타날 4호가 기대된다. 그 전에 아직 3호를 읽지 않은 독자라면 한 번쯤 읽기를 추천한다. 벌써 1, 2호는 품절이 된 상황이다. 4호가 나올 쯤에는 3호 역시 그때 가서 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SF에 대해서 이렇게 칼럼이 실리고 작품과 리뷰가 실리는 잡지를 2012년에도 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SF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이 잡지는 즐거운 SF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무언가를 즐기는 사람은 누군가와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자기가 재미있게 본 것을 남이 어떻게 느꼈는지, 공감 하는 부분에서는 함께 열광하면서 문화를 즐기는 것이다. 미래경은 바로 그런 결과 중의 하나다. SF를 즐기는 이들이 한데 모여 소통하는 공간이다. 책을 펼치는 순간, 테드 창이 말을 걸고, 한국 SF 작가와 독자와의 대화 소리가 들려올 것이다.■
댓글 2
  • No Profile
    니베아 12.07.28 03:38 댓글 수정 삭제
    기사도 충실하고, 실린 소설들도 퀄리티있고...
    진짜 이런 잡지는 오프라인서점에서도 팔고, 인터넷서점에서도 팔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판매처가 너무 한정되어있어서 아쉬워요
  • No Profile
    날개 12.07.28 17:47 댓글 수정 삭제
    니베아/ 그렇죠. 출판사 등록도 한 만큼 판매처가 다양하고 늘어나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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