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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호부터 환상문학웹진 거울은 ‘토막 소개’ 꼭지를 새로 엽니다.
토막 소개는 환상문학웹진 거울 필진들이 한 달 동안 읽은 국내소설, 해외소설, 비소설에 대해 짤막하게 소개하는 꼭지입니다. 한 권의 책을 깊이 있게 다루는 리뷰와 달리 토막 소개는 책이 하루에도 수백 권씩 쏟아지는 요즘, 그 중에는 어쩌면 한두 마디 말로도 언급되지 못한 채 사라지는 책들도 있을지 모른다는 염려에서, 좀더 짧으면서도 빠르게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한 꼭지입니다.
독자 여러분께서도 덧글을 달아주세요. 이 책만큼은 꼭 다른 사람들도 읽었으면 좋겠다는 책이 있다면 주저 없이 알려주세요.







고령화 가족
천명관, 문학동네

한 번 손에 잡으면 놓을 수 없다. 이만큼 힘이 있는 입담은 흔히 보기 어렵다. (미로냥)

꿈을 걷다 2010
김이환 외, 로크미디어

무협, SF, 판타지가 함께 모인 단편집. 단편집이 다 그렇듯 모든 글이 좋기를 기대해서는 곤란하지만, 장편을 여러 권 쓴 작가들이 모인 만큼 편하게 잘 읽힌다는 장점이 돋보인다.
2009년 [꿈을 걷다]와 똑같은 가나다 배치라도 훨씬 정돈된 느낌이다. 2011년에도 이어가기를. (askalai)

캣캣캣
강진 외, 현대문학

젊은 작가들이 대거 투입,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고양이를 주제로 한 단편집. 여기서 이야기하려는 것은 현대문학 55주년 단편집, [캣캣캣]이다. 상상력보다 강렬한 이야기, 이야기보다 재밌는 입담, 유머보다 그 뒤의 씁쓸함이 엿보이는 단편들을 만날 수 있다. (유로스)







차일드 44
톰 롭 스미스, 노블마인

1950년대 소련. 스탈린 체제에 존재해서는 안되는, 그러므로 체제가 존재를 부인하는 연쇄살인범을 끝까지 쫓아가는 여정. 옳은 일을 하기 위해 목숨을 건다지만 자기 목숨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목숨까지 걸어야 한다면? 심지어 포기하고 굴복해도 남는 게 없다면?
모든 추적에는 장애물이 있기 마련이지만, 이렇게 거대한 장애물은 본 기억이 없다. 이 책, 진짜 물건이다. (askalai)

리큐에게 물어라
야마모토 겐이치, 문학동네

이야기보다는, 말을 즐긴다는 기분으로 읽었다. 일관된 미의식이 꽤나 고집 있는 어휘들과 잘 어울리는데, 그 부분이 취향이냐 아니냐가 관건일듯. (미로냥)

외과실
이즈미 쿄카, 생각의나무

이런 분위기를 좋아해서 몇 번씩 읽는다. 아련하고 모호한 기담. 이야기가 요염하다. (미로냥)



전자의 별
이시다 이라, 황금가지
자살 반대 클럽
이시다 이라, 황금가지
회색의 피터팬
이시다 이라, 황금가지

본업은 이케부쿠로의 과일가게 점원이며 부업은 해결사인 주인공을 내세운 단편집 시리즈. 허세와 객기가 넘치는 전형적인 중2병적 문체와 설정인데 각종 사회문제를 소재로 삼아서 묘하게 진정성과 무게가 있다. 무척 재미있음. (보라)



별책 도서관 전쟁1
아리카와 히로, 대원씨아이

달다. 요 근래 읽은 그 어떤 순정만화보다도 달다. 어느 정도냐면, 무방비하게 읽기 시작했다가 길 한 복판에서 책 집어던지고 물구나무 서서 탭댄스라도 출 것 같았을 만큼 달다. (미로냥)

자해성 사건
카도노 코헤이, 학산문화사

책 표지와 일러스트가 멋있다.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세계 최강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한 명의 전투력이 일국의 군사력을 훌쩍 넘는다. 그러니 함부로 싸우면 안 된다. 자칫 전세계가 쑥대밭이 된다. 머리로 싸워야 한다. 최강 전투력을 가진 자들의 지략을 엿보자. (아이)

ZOO
오츠이치, 황매

호러 + 추리 + 스릴러가 모두 섞인 단편 10개를 모은 작품집. 재미있게 집중해서 읽었지만 선정적인 소재에 비해 결말이 싱거운 느낌이 든다. (보라)



솔로몬 케인
로버트 E. 하워드, 크림슨

엄격한 청교도 정신과 단련된 육체로 무장한 주인공이, 태고의 세계에서 숨쉬는 기이함과 공포를 목도하는 장면들을 읽어내려갈 때마다, 그 숭고한 순간들에 전율하게 된다. 알 수 없는 집념에 이끌리다, 알 수 없는 힘과 부딪히는 필연, 그게 바로 솔로몬 케인의 매력이다. (유로스)

다른 늑대도 있다
어슐러 K. 르 귄 외, 창비

소녀풍 로맨스에 가까운 이야기, 음모론 활극, 기타등등. 하나만 꼽기 어려울 만큼 즐거운 선물세트. ‘엄마 갔어’가 좋지만 다른 것도 빼놓기 어렵다. (미로냥)

날고양이들
어슐러 K. 르 귄, 봄나무

날고기의 ‘날’이 아니라 날다람쥐의 ‘날’임! 마치 르 귄 할머니가 화롯불 앞에 둘러앉은 손자손녀들에게 들려주는 듯 소박함과 훈훈함이 느껴지는 동물 판타지. (pilza2)



덧없는 양들의 축연
요네자와 호노부, 북홀릭

바벨의 모임이니 뭐니 하는 건 사실 중요하지 않고, 방점이 찍히는 건 어디까지나 ‘양갓집 영애들’과 ‘그 하인들’이다. 적당히 미스터리어스한 소녀소설(일본적인)을 좋아한다면, 괜찮은 선택. (미로냥)

한시치 체포록
오카모토 기도, 책세상

에도, 기담이 얽힌 사건, 탐정물. 이 키워드로 마음이 움직이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 볼것. (미로냥)

일본대표단편선2
이노우에 야스시, 고려원

특히 엔도 슈사쿠의 ‘사쓰노 쓰지’, 오에 겐자부로의 ‘인간의 양’. 시대 앞에 약하고 비굴한 인간이 행동하는 방식을 이런 식으로 그릴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미로냥)







아동의 탄생
필립 아리에스, 새물결

아동만이 아니라 학생의 탄생, 가족의 탄생도 아울러 다루는 아날 학파의 훌륭한 문화사 저서. (대)학생운동이 새롭게 이슈화되고 체제에 대한 저항의 불씨가 조금씩 피어오르는 지금,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며 문제의 근본으로 파고들어가 ‘젊은이’의 본질을 탐구할 필요가 있다. (유로스)

정조의 비밀편지
안대회, 문학동네

2007년부터 연구에 들어가 2009년 공식 발표된 자료 [정조어찰첩](심환지에게 보낸 편지 297통)을 중심으로 약 350통의 정조 어찰에 대한 분석과 새로운 면모를 간략하게 정리한 글.
나온 지 얼마 안된 자료인 만큼 자세한 분석은 적고 그만큼 책이 얇다. 그러나 중요한 의미만 짚어주니 비전공자로서는 더 읽기 좋은 면도 있다. 제일 재미있는 부분은 뭐니뭐니해도 편지에 드러나는 정조의 음험함, 의외의 막말과 농담.
(askalai)

자살의 문화사
게르트 미슐러, 시공사

서양에서 자살의 역사와 자살이라는 개념을 보는 관점의 변화를 로마 시대부터 현대까지 훑은 책. 문체가 단순 건조하고 객관적이라서 좋았고 내용도 흥미로웠다. (보라)



백석의 맛
소래섭, 프로네시스

백석을 좋아하면 한 번쯤 읽을만 하고, 백석이 낯설거나 이 사람 시는 어려울 거 같으면 편한 마음으로 읽어볼만 하다. 사람에 따라서는 그냥 시집을 한번 더 읽는 편이 나을 수도. (미로냥)

찬란
이병률, 문학과지성사

“묶지 않은 채로 꿰맨 것이 마음이려니 / 잘못 얼어 밉게 녹는 것이 마음이려니” ... “찬란이 아니면 다 그만이다” (미로냥)

몽해항로
장석주, 민음사

전대미문과 무지몽매의 틈새에 사는 언어. 무수한 황혼, 악공, 그리고 검은 바다. “이런 세상이구나! / 이런 세상을 피안인 듯 살았구나” (미로냥)



오래된 웃음의 숲을 노닐다
류정월, 샘터사

반쯤은 아는 이야기라서 한 박자 느리게 웃으며 이것저것 생각할 수 있다. 용재총화 같은 것에 갑자기 손대기는 좀 무서운 분들께 추천. (미로냥)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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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림 10.06.13 18:30 댓글 수정 삭제

    재미있는 책이 많네요. '이런 책도 있단 말야?' 싶은 책도 있고, 읽고 싶은 책도 있어요. 저는 소개된 여러 가지 책 중에서 특히 '도서관 전쟁'을 읽고 싶어요. 달달한 이야기 좋아하거든요.

    저도 한 가지 소개할게요. 최근에 읽은 <채운국 이야기>, 라는 NT노벨이요. 이것도 말도 못하게 막 간지러운 책이에요. 바보 노릇하던 왕이 똑똑한 처녀를 만나서 개과천선하고 명군이 되려고 애쓰고, 똑똑한 처녀는 반듯한 관리가 되고자 고군분투... 한다는 나름 성실한 평강공주 스토리였는데요. 어쩌다보니 캐릭터도 잔뜩, 비화도 잔뜩, 처음에는 이정도로 간지럽지 않았는데, 어째 17권씩이나 장수하다보니 점점 더 작가님이 뻔뻔해지는 느낌입니다. 이렇게까지 인연의 끈이 복잡할 수도 있나 싶기도 하고요. 뒤로 가면 갈수록 "이건 진짜 말도 안돼"라고 생각하면서도 독자도 "아아, 어쩔 수 없어, 같이 뻔뻔해질테다'라고 인지부조화를 일으켜버리는 필력을 지니셨어요.

    1권이나 2권이 한 이야기 묶음, 외전, 이야기묶음 순서로 나오는데요, 본편이 끝내줘요. 미리 깔아놓는 복선이나 여러 개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나서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것도요. 소녀만화스럽지만 아슬아슬하게 미묘한 '선'을 넘지 않으면서 다음 본편을 기대하게 해주는 맛이 무척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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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서하 10.06.19 19:43 댓글 수정 삭제
    아, 채운국 이야기 궁금했는데. 표지 일러스트 때문에 몇 번 서점에서 집어들었다가 왜 그랬는지 사지는 않았어요. 선을 넘지 않는 소녀만화라니 꼭 읽어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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