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명훈, 북하우스 SF 첩보물. 첩보물이었다가 결국에는 전쟁물... 작가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이야기인지도. [신의 궤도]보다 재미있었고, [타워]보다 좋았다. 단편에서 느꼈던 박진감과 전장의 쾌감이 있었다. (askalai) | 희랍어 시간 한강, 문학동네 서서히 눈이 멀어가는 남자는 희랍어를 가르치고, 말을 잃어버린 여자는 희랍어를 배운다. [채식주의자]와 같은 선상에 있는 표현. 그러나 고통이 밖으로 터져나오지 않고, 훨씬 더 고요하다. 심해에 가라앉아서 수면을 올려다보는 느낌이 독자에게마저 전해진다. 세계가 무너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무너진 세계에서 무엇인가를 찾는 이야기. (askalai) |
바디 스내처 잭 피니, 너머 영화 [The Thing]을 비롯해 '인간과 똑같아 보이지만 이질적인 존재가 우리들 사이에 있다'는 공포를 최초로 다룬 고전. (세뇰) | 심연 위의 불길 버너 빈지, 행복한책읽기 전반부에서는 무시무시한 스케일(스케일이 크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현기증 날 정도로 크다는 느낌을 전달할 수 있었다는 게 중요)의 세계관과 다중 지성의 표현, 그 다중 지성의 시점을 적용한 듯 복합적인 서술방식(!)에 감탄해 마지 않았지만 그게 다 정리된 후반부는 재미있는 모험물을 읽는 기분이더라. 물론 재미있는 스페이스 오페라의 가치를 깎아내릴 생각은 없지만, 그만큼 전반부가 굉장했다는 얘기 :) (askalai) | 엔더의 그림자 오슨 스콧 카드, 루비박스 작지만 똑똑하고 엔더를 잘 따르던 빈이 이렇게 망가졌다(?). 엔더가 거의 꼭두각시 수준으로 전락하고 말았는데 원작자가 아니면 차마 허용되지 않을 수준의 원작 배신이다. 엔더의 팬이라면 읽지 않는 편이 나을지도? (pilza2) |
굶주림 크누트 함순, 범우사 추운 나라에서 주린 배를 움켜쥐고 어떻게든 살아보려 애를 쓰나 가끔 영감을 받아 글 조각을 써내는 것 외에는 살 능력이 없는 주인공을 통해 쉬이 떠올릴 수 있는 '배고픈 예술가' 속에 있는 '배고픈 사람'을 보여준다. 제정신의 경계에서 휘청이는 심리 묘사에 홀랑 넘어가 그만 연민 이상의 공감을 느꼈다. (사은) | 그림자 아이들 마거릿 피터슨 해딕스, 봄나무 인구 증가와 식량난으로 인해 모든 가정에서 의무적으로 둘째 아이까지만 출산을 허용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다는 배경의 청소년용 소설. 우연히 만난 사람의 추천으로 1권을 샀는데 썩 훌륭하다. 그런데 뒷권을 주문하려고 응24에서 검색을 해보니 뒤로 갈수록 소제목이 흉흉해지고 있다. 아, 앙대! (세뇰) | 천국의 악마들 윌리엄 C. 디츠, 제우미디어 국내 정발된 몇 안 되는 스타 크래프트 공식 소설 중 하나. 제임스 레이너의 유년기와, 타이커스 핀들레이와의 첫만남 등을 다루고 있다. (세뇰) |
안주 미야베 미유키, 북스피어 전편인 흑백을 가볍게 능가하는 속편. 총 네 편의 옴니버스와 곁가지 줄거리로 구성. 이 작가는 정말 대단하다. 이렇게 다작을 이렇게 꾸준히 쓰면서 계속 발전하다니. 이제는 원래 강점이었던 인간을 다루는 깊이에 진짜 요괴물스러운 요괴를 그리는 능력까지 획득했다. (askalai) | 안주 미야베 미유키, 북스피어 <흑백>보다는 이 <안주> 쪽이 좋았다. 첫번째 이야기의 시로코 님이나 안주 편의 쿠로스케는 정말 사랑스럽다. 그런데 일본 소설에 꽤 익숙한 나도 이 책을 읽다 덮다 하면서 고생을 많이 했다. 다름 아니라 이름 때문에. 오치카 오시마 오타미...... 네? 응? 방금 누가 뭘 어쨌다구요? 응? (미로냥) | 메이즈 온다 리쿠, 노블마인 딱 부러지게 이렇다 말하기 힘들다. 미스터리도 아니고 모험소설도 아니고 환상이나 공포도 아니며 그렇다고 한 장르에 구속되지 않을 정도로 독특하고 걸출한 작품은 더더욱 아니다. 퓨전요리라고 내놓은 게 잡탕인 데다가 간이 안 되어 밍밍하기까지 하다니. 소문난 맛집에 가서 믿고 시킨 음식을 먹고 낭패 본 기분이랄까. (pilza2) |
덴동어미화전가 박혜숙, 돌베개 조선시대 작자 미상의 한글 가사를 옮긴 책. 1년에 한 번 온 마을 여자들이 놀러 나가는 화전부치기 날 풍경을 그린 화전가. 중인 집안에 태어나 열 일곱에 첫 남편을 잃고 네 번을 재가하여 세상의 온갖 고생을 다 겪은 덴동어미의 허심탄회한 이야기가 구비구비 흘러나와 열 일곱 청춘과부를 위로한다. 이렇게 적어놓으면 괴로운 글일 듯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렇게 읽히지는 않는다. 추천작. (askalai) | 의자놀이 공지영, 휴머니스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책이지만, 그 취지와 내용에는 여전히 가치가 있다. 쌍용차 사태의 면면을 늘어놓기만 해도 워낙 강한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만큼 서술은 감정을 더 눌렀더라도 좋았겠다...고 생각하는 건 나같은 독자의 경우일 테고. (askalai) |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동네 밸런타인 데이의 무말랭이 보다는 이 책에 실린 글들이 전체적으로 훨씬 마음에 들었다. 태엽을 감아야하는 시계와, '여자애' 이야기가 특히. 그리고 유명세에 관한 것. (미로냥) |
공포의 문화 배리 글래스너 저, 부광 출판사 권력집단들이 미디어를 통해 인위적인 '공포의 이미지들'을 확대 및 재생산해냄으로써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내용. 다소 오버하는 어조긴 하지만 '정말로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 뿐이다'라는 메시지는 확고하다. (세뇰) | 산업혁명과 기계문명 양동휴, 서울대학교출판부 딱딱해 보이는 제목과는 달리, 소비 자본주의와 대량생산의 활기 가운데서 태동하던 국가주의와 임박한 세계대전의 암운을 미시사적으로 간명히 설명하고 있다. (세뇰) | 위대한 늑대들 어니스트 톰슨 시튼, 지호 시튼 동물기 중 '늑대'라는 동물을 중점적으로 다룬 세미 픽션. 백년전쟁 때 100마리가 넘는 무리를 이끌고 파리를 공격한 전설적인 늑대 쿠르토의 쩌는 위엄만으로도 일독 가치가 있다. (세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