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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해하는 운명카드
윤현승, 새파란상상

단숨에 읽게 만드는 속도감, 초조해하는 주인공의 심리 묘사, 마지막 반전까지 나무랄 데 없이 깔끔하게 떨어지는 심리 게임 스릴러. 너무 깔끔해서 의외로 여운은 별로 남지 않는다는 사소한 트집을 잡아보지만, 사실 이 결말이 깔끔하다 생각하는 건 잔인함에 너무 길이 든 것일 터.
(askalai)

리셋 지구
이재일, 새파란상상

게임소설이자 재난물(?)이자... 또 뭐라고 해야 할 지 모르겠네. 내가 기억하는 작가의 예전 무협 작품을 생각하면 예상 외로 가벼운 소품이었다. 하지만 가볍다고만 하기에는 뭔가 한없이 씁쓸한 기운이 감도는 이상하게 뒤틀린 유머 감각... 괴작인가 싶기는 하지만 어쨌든 단숨에 읽히는 소설.
(askalai)

무랑가시아송
김효현, 기적의책

검이 나오지만 무협이 아닌 동양 판타지. (물론 무협이 아니라는 건 무협의 장르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중립적인 의미일 뿐 다른 뜻은 없다)
좋다. 이야기를 빠르고 힘있게 끌고 가는 수수께끼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답이 좋았다.
(askalai)




죽은 자의 꿈
정보라, 새파란상상

서늘하면서도 끈적하고, 끔찍하면서 아름다운 호러 추리물. 악몽이나 귀신들림의 기분 나쁜 느낌이 이런 식으로, 읽는 나에게까지 와닿는 글은 좀처럼 없다. 보기 드물게 제대로 펼쳐지는 호러-다크-판타지였고, 엉망진창으로 망가진 두 사람의 절실한 사랑 이야기였다. 중반에는 이거 뒷맛이 찜찜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다 보고 나니 오히려 후련해졌다. 원래도 이 작가의 글을 좋아하지만, 이번 장편은 못견디게 좋다.
(askalai)

일편흑심
인간실격, 노블엔진

한국산 라이트 노벨 중 보기 드문 수작. 레이블 덕을 못 보아서 아쉽다. 캐릭터와 이야기, 유머, 삽화까지 모두 잘 어우러졌다. 비굴하고 비굴하고 몹시도 비굴하지만 사랑받는 주인공 카란과 그의 바이스에 빠져보자. 전 세계인 1인 1카란 제도가 시급하다.
(양원영)







죽은 자는 알고 있다
로라 립먼, 영림카디널

십대 자매 납치사건에 대한 소설인데 범인을 추적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납치된 자매들이 그 뒤로 어떻게 되었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가족이란 어떤 의미인지를 성찰한다. 특히 주인공을 포함하여 등장인물 각각의 아름다운 면과 그렇지 않은 면, 모자란 면까지 모두 생생하고 설득력 있게 살려낸 작가의 인물묘사가 인상적이었다.
(정도경)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E L 제임스, 시공사

2권까지 읽다가 너무 열받아서 3권은 사지도 않았음요... 출판사 원저자 번역가 일일이 밝히기도 싫어... 할리퀸 로맨스 SM 포르노 버전. 원저자가 글 진짜 못 씀. 똑같은 얘기 계속 반복되고 개연성 전혀 없고 이딴 걸 책이라고 세 권이나 써서 베스트셀러가 됐다는 사실 자체가 참 인류가 점차 멍청해지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음. 그리고 이런 책을 돈 주고 2권까지 산 저야말로 인류멍청 프로젝트에 앞장선 책임을 씻을 길이 없습니다 네. 개연성 줄거리 인물묘사 비슷한 거라도 원하는 분들은 사지 마셈. 쓰러져간 나무들에게 애도를.
(정도경)

활자잔혹극
루스 랜들, 북스피어

과거 '유니스의 비밀'로 나온 적 있는 작품.
잘 쓴 책이지만 내내 기분이 나쁘고 불편했다. 예전에 읽은 이 작가의 다른 작품도 그랬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기리노 나쓰오 생각이 나더라. 훨씬 덤덤하고 냉정하지만, 기본적으로 주인공이 세상을 보는 시선이 차갑고 뒤틀려 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느낌을 너무나 잘 잡아냈다는 점 때문에.
(askalai)




정신기생체
콜린 윌슨, 폴라북스

인문비평서라도 소설적인 면이 큰 게 콜린 윌슨의 저작 스타일이었다. 그게 소설의 형태를 취하면? 당연히 소설이지만 인문비평서 같은 글이 나온다. 신비학으로 뼈대를 세우고 아이디어를 독백으로 전개하면서 방대한 인문-역사-철학-심리학으로 살을 붙이고 약간의 러브크래프트 분위기로 간을 더하면... 이 작품이 된달까. 일반적으로 말하는 소설적 재미와는 조금 다른 재미를 주는 작품.
(askalai)

고기 - 어느 도살자의 이야기
마르틴 하르니체크, 행복한책읽기

깔끔하고 직설적인 정치우화소설. 시기와 국가를 잘 만났다면 고전의 반열에 올랐을지도 모르겠다. 70년대에 나왔지만 현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역자분이 의문을 제기했던 ‘바로 옆에 천국이 있는데 왜 그렇게 서로 뜯어먹으며 사는가...’의 문제는 내가 시골 살면서 도시 사람들 보며 느끼는 기분과 같아서 오히려 더 공감이 갔다고 할까.(어?)
(김보영)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제이나 프라우드 무어 : 전쟁의 물결
크리스티 골든, 제우미디어

판다리아의 안개 패치에 맞춰 나온 제이나 프라우드무어의 이야기. 게임 진행에 맞춰 이야기가 진행되다보니 캐릭터와 이야기의 소모가 심각하다. 특히 제이나의 변모는 게임 내부의 진영 간 권력관계를 맞추기 위한 희생양처럼 보인다. 전작 [부서지는 세계] 이후로 나오는 워크래프트 소설은 막 굴러가는 게임 시나리오에 당위를 붙여주기 급급한 듯.
(양원영)




주홍색 연구
아리스가와 아리스, 비채

셜록 홈즈 동명 시리즈의 오마주. 그러나 등장 인물의 포지션 외에는 도대체 무엇을 오마주 했는지 모르겠다. 결말까지의 진행이 지루하고 결말 또한 미적지근하다. 아리스가와 아리스 작품 중 불호로 남을 작품.
(양원영)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E L 제임스, 시공사

세기의(망할) 뱀파이어(대체 왜) 할리퀸 로맨스(그만해) 트와일라이트 사가의 팬픽으로 시작했고, 트와일라이트에서 충족되지 못한 욕망을 마구 풀어헤쳐서 쓴 작품답다. "넌.내.거.야." 이 대사 한 마디로 이 작품의 정체성을 설명할 수 있다.
(양원영)

50가지 그림자 심연
E L 제임스, 시공사

3부 50가지 그림자 해방까지 사고 세트로 팔아버릴까 고민했으나 세상의 악을 전파해선 안 된다는 사명감으로 묻어두기로 한다. 나의 항마력은 여기까지다. 이게 다 벨라와 에드워드가 브레이킹 던 까지 붕가를 안 해서 그렇다. 트와일라이트가 백 번 잘못했다.
(양원영)




불쾌한 이야기
레옹 블루아, 바다출판사

블랙 코미디, 아이러니, 반전, 알레고리…… 그딴 건 다 ‘훼이크’고 그냥 읽고서 쓴웃음을 지으면 된다. 코코아라고 좋다며 마시다가 바닥에 가라앉은 쓰디쓴 앙금까지 한꺼번에 먹은 듯한 느낌.
(pilza2)

나와 미래상인의 여름
하야미네 카오루, 학산문화사

뭘 써도 본격추리가 되는 작가의 재능에 탄복했다. 이런 글을 쓰게 해준 편집자의 기획력도 대단하고 이런 글을 쓸 기회를 얻는 작가도 부럽고 한국에 수출까지 했으니 하여간 일본 추리소설 만세다.
(pilza2)

묵공
사케미 켄이치, 바다출판사

사케미 켄이치 소설 중에 읽고 싶은 것은 다른 것'들'이건만 국내 번역 출판된 건 이것 뿐이라는 슬픈 이야기.
(미로냥)




오더 메이드 살인 클럽
츠지무라 미즈키, 북스토리

중학교 2학년. 치졸하고, 괴롭고, 아집에 가득 차서, 모든 것이 가소롭고, 경멸스럽고, 그러나 힘겨워서, 간신히 살아 견디며, 그럼에도, 이토록이나 사랑스러운, 그 청춘.
사춘기 감수성에 소녀 감수성이 뒤엉켜서 마구마구 굴러가다가 폭발한다. 정말 좋다! 너무너무 좋아서 새벽 4시까지 읽고는 열에 들떠서 잠을 못 이뤘다.
(미로냥)







범죄신호
가빈 드 베커, 황금가지

미국 사람이 미국에 대해 쓴 책이라 제정신 아닌 사람이 총을 휘두르는 등 한국보다 훨씬 급박한 상황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험한 세상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가기 위해 한 번쯤은 읽어볼 만한 책. 작가는 어린시절부터 무시무시한 가정폭력에서 살아남은 사람답게 "본능을 믿으라"고 강조한다. 읽다 보면 범죄자가 무섭다는 느낌보다는 생존을 위한 모든 장비를 처음부터 갖추고 태어난 인간이라는 존재는 경이롭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정도경)

안철수의 두 얼굴
김경환, 책비

안교수님 후보 사퇴하셨으니까 이런 거 써도 선거법 위반 아니겠죠.. (소심) 서점 갔다가 제목이 흥미로워서 들춰봤는데 저자가 자기는 안철수 본인보다도 안철수를 더 잘 알고 있다고 주장하는 데서부터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했고 저자 경력을 보고 나 자신의 정신건강을 위해 읽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음. (대학원을 두 곳 다녔고 독서광이고 인생에서 영화를 두 편 남기고 싶어하고... 한줄 요약: 뭐해서 먹고 사는지 모를 인간.) 이런 책이 출간돼서 서점에 나와 있다는 사실이 참 화가 난다. 환상문학/SF 작품집이나 좀 내 주지. 쓰러져간 나무들에게 애도를 2.
(정도경)

중국 거지의 문화사
한차오 루, 수북

중국 거지의 문화사/한차오 루/김상훈(위의 김상훈과는 동명이인)/수북
중국 거지 문화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홍칠공의 개방과 타구봉이었는데, 그게 실제로 있었습니다. 오오.
연구의 흐름을 따라가서 중국 문화의 한 단면을 이해하는 재미가 있기도 하고, 문화사인 만큼 디테일에도 재미있는 부분이 많다. 무거운 하드커버가 아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askalai)




출판 생태계 살리기
변정수,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기획회의’에 실린 칼럼을 모은 책. 2004년에 ‘이대로는 안 된다’고 역설한 것들이 2012년에는 아예 손 쓸 도리 없이 망가진 것을 보다 보면 가슴이 아프다. 결국 책 시장이 살아나려면 사회 전체가 바닥부터 변해야 한다는 것을 역설하는 책. 교양과 능력이 개인의 현실을 바꿔주지 않는다면, 낙오자에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사람은 책을 읽지 않는다.
(김보영)

싱글리즘
벨라 드파울로, 슈냐

여성, 성소수자, 인종차별을 넘어서는 차별이 있으니 그것이 싱글차별. 저자의 주장에 다 동의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결혼하라’는 요구에 지적이고 과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듯.
어쨌든 결혼한 사람과 결혼하지 않은 사람의 행복지수는 통계적으로 같다.
(김보영)

영국 제국의 초상
이영석, 푸른역사

1890년 전후 시대의 영국 사회를 언론이나 그 시대 발표된 논문 등매체 중심의 시선으로 조명했다. 일반 개론서보다 현장감이 느껴진다. 본문도 본문이지만 해당 시대에 대해 알고자 한다면 후면 출처와 참고자료 리스트가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일백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는 모습은 별반 다르지 않다.
(양원영)




파리의 보헤미안과 댄디들
김복래, 새문사

궁상떠는 청년들과 멋쟁이와 예술가와 팜므 파탈이 주요 테마. 우리가 쉽게 쓰는 보헤미안과 댄디의 역사와 의미를 재정립하기에 요긴하다. 그런데 글 뒤에 (?) 같은 건 제발 붙이지 말자. 가필은 했나? 전반적으로 편집이 엉망.
(양원영)

오페라 보다가 앙코르 외쳐도 되나요
이장직,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오페라 보러갈 때 참고 삼아 읽어보자. 오페라의 역사부터 시시콜콜한 문제까지 이 책으로 해결 가능하다. 타이틀에 대한 답을 던지자면 외치지 않는 게 원칙이다.
(양원영)

미야모토 무사시의 그림으로 읽는 오륜서
미야모토 무사시, 봄풀출판

병법서라기보다 수양서로 읽음이 마땅하다. 공(空)이나 무(無)에 대한 점은 불교 교리와 상통하는 점이 많다. 칼 쓰는 방법은 사족.
(양원영)




우리시대의 비극론
테리 이글턴, 경성대학교출판부

"비극"을 어떻게 사고하고 분석해야 하는가, 그리고 비극에서 이 시대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다양한 관점에서 비극을 분석했다. "무기력해서 위대한" 속죄양들에 대한 따뜻하게 혁명적인 사고의 기록.
(앤윈)

왜 마르크스가 옳았는가
테리 이글턴, 길

맑시즘에 대한 오류를 간단하고 쉽게 정리해 주겠다는 포부가 느껴진다. 좀 거칠기는 하지만 정말 쉽고 재밌게 전달하고 있다. 저자 특유의 개그코드가 곳곳에 세밀하게 녹아있는 게 포인트.
(앤윈)

전쟁교본
베르톨트 브레히트, 눈빛

사랑해요 브레히트! 를 외칠 수밖에 없다. 날렵하고 섬세하고 무엇보다도 올곧다.
(미로냥)




불국토를 꿈꾼 그들
정민, 문학의문학

재미있다!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음. 삼국유사에 대한 이야기인 만큼 뒤로 가면 불교 이야기가 중심이 되어서 조금 대중적인(?) 취미에선 멀어지는데, 전반~중반부 이야기만으로도 너무나 흥미롭다. 비형랑 이야기는 드라마로 만들면 좋을텐데 싶은 느낌. 무왕 이야기도 그렇고.
(미로냥)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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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뻐꾸기 12.12.01 05:38 댓글 수정 삭제
    "쓰러져간 나무들에게 애도를" 이거 참 좋은 문장이군요.
  • No Profile
    앤윈 12.12.06 15:06 댓글 수정 삭제
    <싱글리즘>이라니, 제목부터 신선하네요. 마음 속에 몇 가지 위시리스트를 담아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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